G4 렉스턴은 6월 한 달 동안 2,708명의 소비자에게 전달되었다. 출시 직후인 5월 판매량보다 0.9% 가량 감소한 수치이나, 여전히 판매량 차트 중상위권에 자리하며 좋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현재 쌍용차를 이끄는 티볼리가 전년 대비 판매량이 소폭 줄었다. 더군다나 현대차 코나와 기아차 스토닉과 같은 신흥 경쟁 모델들의 등장으로 수요는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따라서 대당 수익이 상대적으로 큰 G4 렉스턴의 꾸준한 활약이 쌍용차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더불어 최대 경쟁 모델인 모하비는 어느덧 데뷔 10년차 베테랑이다. 렉스턴의 상품성 저하가 크게 강조된 시기에도 묵묵히 대형 SUV 시장을 이끌어왔다. 지난 5월에는 렉스턴 출시에 굴하지 않고 1,783대를 판매했다. 다만 이번 달에는 16.2%가 감소하여 1500대 수준에 머물렀다.
그럼에도 놀라운 것은 국산 대형 SUV 시장의 파이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특히 모하비의 수요는 페이스리프트를 이뤄 신차효과를 누리던 작년과 비교해도 크게 변화가 없다. 그러면서도 G4 렉스턴의 신규 수요를 토대로 시장 규모가 대폭 커진 상황이다. 볼륨 시장 구성원들까지 위협할 정도로 인기를 끄는 렉스턴과 쇠퇴기에 접어든 제품주기에도 여전히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기아 모하비의 숨은 진가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새로운 전개에 접어든 대형 SUV 시장의 양자구도를 파헤쳐보고자 했다.
G4 렉스턴은 쌍용차의 플래그십 SUV으로, `대한민국 1%`를 표방했던 초대 렉스턴의 후계자이다. 그리고 선대 모델이 일군 국산 프리미엄 SUV 시장에 `도전`하는 입장이 되었다.
G4 렉스턴은 코드명 `Y400`으로 개발되어 컨셉트카인 LIV 시리즈의 디자인을 매우 충실히 받아들였다. 티볼리에 이어 쌍용차의 디자인 심볼이 된 숄더 윙 타입의 그릴 적용과 함께 선대와는 판이한 디자인 변화를 보였다.
특히 전장 4.85미터, 전고 1.8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를 빈틈없이 메우고자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가령 측면부에는 여러 줄의 캐릭터라인들을 삽입하여 지루함을 지우고자 했고, 얼굴을 꽉 채운 구성요소들은 다소 복잡하지만 강인한 인상을 만들었다.
다만 휠 아치의 디자인 처리가 미숙하여 거대한 차체와 비례하지 못하며 작아 보이는 휠은 아쉽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옆구리에 힘이 부족해 보인다. 20인치 사양의 휠과 타이어를 쓰는 것 같지 않다.
한편 모하비가 꾸준히 사랑 받는 데에는 `디자인의 힘`이 유력했다고 본다. 초기 디자인을 살펴보면 단순한, 그러나 아이덴티티가 그득히 담겨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스타일이었으나, 거대한 차체를 심플하게 다듬은 모양새는 한국 소비자들의 구미도 만족시켰다.
프레임 바디의 터프함을 강조한 투톤 처리, 기교라곤 찾아볼 수 없는 램프류 디자인, 단순한 면처리 덕에 결과적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 되어버렸다.
물론 데뷔 10년차이기에 주름이 패인건지 무언가를 덕지덕지 발라 조금은 조잡한 모양새가 되어버렸으나, 펜더를 불룩하게 처리하고 휠아치를 강조하여 자아내는 터프한 느낌은 여전히 생생하다.
그리고 렉스턴은 간만의 세대변경을 통해 최첨단 편의장비들은 모조리 받아들였다. 실내 중앙에는 9.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양방향 풀 미러링을 지원하여 편의성을 높였다. 세로형 에어벤트 사이에 모니터를 집어넣는 디자인 방식은 이제는 구식으로 보이지만, 쌍용차는 센터페시아 디자인을 일원화하고 있다. 일종의 아이덴티티인가 보다.
그럼에도 공조장치 조작 버튼들은 깔끔히 재단하고 크기도 적당하여 사용하기엔 편하다. 아울러 퀼팅 패턴의 가죽과 어두운 톤의 우드 등은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과 사각지대 감지와 같은 ADAS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을 품은 것도 주요 장점이다.
모하비는 구식 차체를 지니고 있음에도 ADAS의 초석이 되는 편의장비들은 여럿 품었다. 물론 핵심이 되는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이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갖추지 못했으나,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후측방 경보 및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등을 갖췄다.
또한 2016년 초에 이룩한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인테리어 분위기 쇄신에도 크게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스티어링 휠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했고, 공조장치 조작 버튼들은 크기를 키우고 각도를 조금 더 눕혀 조작성을 향상시켰다. 레이아웃에는 크게 변화를 주지 않았으나, 세심한 디테일 변경이 눈에 띈다.
한편 모하비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최신 문물들을 받아들였지만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오토 홀드 등과 같은 고급 편의장비는 결국 품지 못했고, 센터페시아 모니터 크기가 9.2인치에 달하고 풀 미러링을 제원하는 렉스턴에 비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용성도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또한 운전석에만 통풍시트가 있는 모하비와는 달리 렉스턴은 조수석 통풍시트도 가졌다.
각 모델 간의 파워트레인 선택도 눈에 띈다. 모하비는 유로 6를 만족하는 S2 3리터 디젤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260마력에 최대토크 57.1kgm을 발산하는 유닛이다. 본래 초기에는 ZF제 6단 자동변속기와 궁합을 맞췄으나, 현재는 파워텍이 제작한 8단 자동변속기와 매칭된다.
반면 렉스턴은 4기통 2.2리터 디젤 엔진을 쓴다. 최고출력 187마력에 최대토크는 42.8kgm로, 체급 차이가 좀 나는 엔진 선택이다. 신뢰도 높은 메르세데스-벤츠제 7단 자동변속기와 매칭되긴 하나 최신예 제품은 아니다.
파워트레인 선택에선 모하비가 단연 우세하지만 4WD 모델 기준 공차중량 격차는 145kg까지 벌어져서 실제 가속 성능 면에선 큰 격차를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조금 가벼운 탓에 렉스턴 쪽이 연비가 소폭 높다. (4WD 기준 모하비 9.9km/l, 렉스턴 10.1km/l)
그리고 오프로더의 상징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마저 프레임바디를 외면하고 모노코크 바디를 택하는 시기에 도래했으나, 쌍용차는 프레임-온-바디 구조 선택을 일관했다.
혹자는 여전히 `연비`가 자동차 업계의 주된 키워드임을 감안하면 `아집`이 될 수 있다 한다. 그러나 쌍용차는 결국 렉스턴의 아이덴티티를 지켜냈다. 쌍용차가 강조하는 `쿼드 프레임`은 4중 구조를 통해 강성과 더불어 정숙성 향상과 경량화까지 이뤄낸 G4 렉스턴의 핵심 요소다.
아울러 저속 트랜스퍼 케이스를 포함한 파트타임 4WD 기능을 품어 신규 프레임 바디와 함께 최상의 오프로드 성능을 자아낸다. 흔히 쓰이는 능동형 AWD와 비교하면 `구식`이지만, 험로 주파에 있어 제대로 된 실력을 발휘하는 쪽은 렉스턴이다.
한편, G4 렉스턴의 첫 출시 당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다름아닌 서스펜션이다. 프레임바디를 장착한 차량들에 흔히 활용되는 `5링크 타입` 리어 서스펜션이 중하위급 모델에 장착되고, 일반적인 멀티링크 타입 서스펜션은 상위급 트림에 장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타입의 서스펜션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 5링크 서스펜션의 경우 험로 주파에 더욱 적합한 면모를 보이고, 멀티링크 서스펜션은 온로드 승차감이 우수하다. 쌍용차는 중하위급 모델에도 `멀티 어드밴스드` 서스펜션이라 명명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모하비 역시 3리터 디젤 엔진과 프레임 바디와 더불어 파트타임 4WD 기능을 갖췄다. `보레고`라는 이름으로 북미 시장에서 사랑을 받았던 시절에 북미 소비자들이 주목했던 것은 다름 아닌 프레임 바디와 파트타임 4WD였다.
모하비는 현재 4,110만원이 기본가격이며, 옵션을 모두 장착하면 5,130만원의 가격표를 지닌다. 반면 렉스턴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특징이다. 3,350만원에서 시작한 가격은 최대 4,785만원까지 올라간다. 3리터급 엔진을 장착하는 모하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장이 약한 렉스턴이기에 소비자들은 조금 더 저렴한 렉스턴의 가격표를 당연스레 여기고 있다.
렉스턴은 오랜 시간의 흐름에 최신예 SUV의 감각을 갖췄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보다도 질긴 뼈대와 강인한 하체를 지녀 `고급 오프로더`의 아이덴티티를 간직했다.
그리고 십 수 년의 세대변경 끝에 소비자들이 주목한 것은 렉스턴 뿐만이 아니다. 모하비는 작년 초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제 2의 전성기를 맞았다. 평균 가격대가 4500만원에 달하는 고급 차량이 경쟁사 준중형 세단보다 판매량이 높은 사실은 놀라울 따름이다.
프레임바디와 4.9미터 언저리의 대형 SUV들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작금의 시대에는 연비와 무게의 상관 관계를 극복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모노코크 바디를 선택한다. 시대를 역행하긴 해도 남성적 매력을 그득히 지닌 프레임 바디 SUV들의 활약이 눈부신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