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평
순수 위에 펼쳐진 러브스토리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
헐리우드 스타시스템을 차용한 이 영화는 상우(유지태)로 하여금 인생 선배인 연상의 여인 은수(이영애)를 통해 사랑과 배반을 배우게 하고, 그래도 자신을 가장 이해하는 쪽이 가족임을 일깨운다. 주인공들의 직업이 도회적이지만 그 이면의 미장센은 시골분위기 나는 서울 변두리의 허름한 주택, 수려한 풍광의 자연과 소시민들의 일상들로 촘촘히 짜여져 있다.
영화 속 가족 구성원들은 모두 행복해 보이지만 껍질을 벗겨보면 모두 외롭고 쓸쓸함을 안고 있다. 가족의 해체와 봉합을 생각하면서, 사랑의 변화과정을 실험이라도 하는 듯 주어진 공간에서 주인공들은 처절한 사랑을 하지만 그 사랑은 산소와 무균질로 담금질 되어있다.
절제된 언어와 과감한 생략, 기다림의 미학, 자기성찰과 꾸미지 않은 연기가 헐리우드 영화에 오염된 관객들에게는 실망일수도 있다. 앙각으로 포착된 대나무의 절개와 세상의 어두움을 어우를 수 있는 산하와 호흡할 공간과 덕목은 곳곳에 나타난다.
오묘하고 서정적인 사운드를 찾아 다니는 젊은 녹음기사 상우와 지방 방송국 소속 여PD 은수와의 만남은 도입부부터 『8월의 크리스마스』처럼 느린 템포로 전개된다. 그리고 결말은 누님이 아웃 포커스 되며 이별로 대칭된다. 선물받은 화분을 물리치며 이별은 감행된다.
여러 영화 속에 흔히 등장하는 족장이나 촌로들이 선지자로 비춰지듯 이 영화 속에선 많은 인생경험을 한 할머니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 괴로워하는 손주, 상우를 두고 “떠나간 버스나 여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위로하던 할머니는 의미심장한 가족의 일부분으로 비춰진다/손주야! 누구나 아름다운 추억이 있었단다! 이제 너도 철이 들어가는구나…
사랑의 봄·여름·가을·겨울, 그 봄도 시들면 겨울이 되겠지!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 겨울산사에 눈이 오는 소리, 그 중 가장 가슴 아픈 소리는 추억이 서린 녹음기에 담긴 은수의 목소리로 메아리 친다.청춘은 아름답지만 연분홍 치마도 빛이 바래듯 봄날은 간다.
장석용(신일고 교사,영화평론가) 교육희망
첫댓글 이영애와 유지태......생각이 또렷이 납니다.......
"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이 대사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