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생태계 사라지는 자생식물
시골 도로변이나 길가에 흔히 볼 수 있는 앉은뱅이 봄꽃은 토종 민들레가 아니고 외국에서 들어온 서양민들레와 붉은씨 서양민들레다. 이들은 우리 민들레에 비해 왕성한 번식력으로 민들레를 이땅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고 있다. 사람에 의해 외국에서 들어와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야생화 또는 토착화된 식물을 귀화식물(歸化植物)이라고 한다. 이런 귀화식물은 220여 종으로 우리나라 전체 식물의 0.5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래식물은 자연이 파괴되는 곳을 거점으로 국토를 서서히 잠식해 가며 귀화되어 우리꽃을 멸종위기로 치닫게 하고 있다.
분꽃, 봉선화, 자운영, 토끼풀, 냉이, 질경이, 나팔꽃, 달맞이꽃, 상치, 코스모스, 가죽나무, 무궁화…
우리에게 친숙한 이 식물들은 어느 것 하나 우리 고유의 것이 아니다. 모두 외국에서 들어와 우리 땅에 퍼져나가고 있는 귀화식물들이다.
귀화식물 중에는 우리에게 유익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름 그대로 잡초이기 때문에 농작물에 피해를 주고,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또한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 많아 생장과 번식 사이클이 짧기 때문에 어떤 자생식물보다도 급속도로 번식한다.
이들의 생육장소는 인간에 의해 파헤쳐진 곳, 즉 공장이나 택지 개발지, 임도를 포함한 도로공사지, 농경지 등이다. 인간에 의해 자연식생이 파괴된 곳은 귀화식물이 생육장소가 되는 셈이다. 이는 자연생태계의 파괴가 곧 외래식물의 유입으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자연을 보존함으로써 외래식물의 번식을 어느 정도까지는 막을 수 있다는 것도 대변해준다.
특히 산에 길을 내는 것은 귀화식물의 유입을 우리 생태계 심장부로 인도하는 일이다. 도로변을 따라 산속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 귀화식물들은 주변의 또다른 훼손지로 번져나가며 산지를 빠른 속도로 파괴한다. 따라서 산을 깎아 길을 내는 일은 자연경관을 흉물스럽게 변화시키는 것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킨다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자생식물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우리꽃도 아름답다'는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어느 식물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지, 또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초보 단계라 할 수 있다. 환경부 등 정부당국도 몇몇 식물종을 특정야생식물로 지정해 법으로 보호하고 있을 뿐이지 이들 법정보호식물에 대한 홍보가 미흡하거니와 보존에 대한 의지도 엿볼 수 없다.
환경부가 특정야생식물로 지정한 자생식물 중에도 마구잡이로 훼손되고 있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설악산국립공원 일대에서만 자생하는 연잎꿩의다리는 이 지역에서, 강정제로 알려진 삼지구엽초로 잘못 알려져 무분별하게 채취 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설악산 공룡능선 등지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이 식물은 이제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자생식물원에서 는 이를 보호, 보존 하는데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하는 것 같아 감사드리고 싶다.
자생식물에 대한 관심, 이를 보존하는 미래 지향적인 사고와 정책수립이 필요한 것 같다.
현진오 박사의 꽃 산행에서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