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도동,장승배기역 4번 출구 바로 초입 골목에 이런 집이 있다.
바로 큰길가인데,찾기는 수월찮다..
간판이라고 저렇게 위에 하나 달렸는데,누가 알아보기나 할까.
구조로 보아 저 위층에서 살림하고 아래에 식당하는 전형적인 옛식 집인게다.
들어가지 않아도 주인이 뻔질나게 좁은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할 것이 눈에 선하다.
새로 칠할 생각도 별로 하지 않은 빼뚤빼뚤한 글자.
칼국수 세 글자와 더불어 이집의 정체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아니나달러 좁아터진 가게에는 테이블 몇개에 위로 올라갈 계단인데,
저런 게 걸려 있다는 건 좀 의외였다.
아아 눈온 다음날 뽀드득 소리가 듣고 싶어 나갔는데 이미 발과 바퀴로 자욱 그득한 벌판을 보는 딱 그 기분이랄까.
메뉴판 참 저렴하다.
그래도 잘 쌓여진 밀가루통에,정수기에,양파에,저 두서없음이
차라리 전략적으로까지 느껴질 정도로 맘에 든다.
옛 하동관의 그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웬만한 화상 중국집보다는 훨씬 좋은 빛깔이 나는 테이블.
맨들맨들해진 테이블 위로는 양념통 몇개와 젓가락.
김치부터 맛을 본다.
간단히 절였는데,갓담근 향기가 물씬 난다.
확실히 이런 김치는 밥보다 국수에 어울리지,음음.
범상한 국수,4000원 한 그릇.달걀 하나를 좍 풀어주는게 특징.
멸치국물에 달걀을 풀어 은은한데 맑은 국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다행히 비리지 않다.양파가 제법 들어 있어 약간의 단맛이 특징.
조미료맛 대신 개운한 뒷맛이 있다.어쨌든 요령은 없는 국수다.
양 하나는 끝장나게 많은데,중국집 짬뽕그릇에 거의 넘치게 담아준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곰표[...] 밀가루로 뽑아낸 국수발은 그저 적당하다.
울면처럼 걸죽한 국물인데 양이 적지 않아 길게길게 먹어야 하지만 끝까지 붇지 않는 게 특징.
다대기를 좋아하지 않지만,한번 타보는 것도 재미다.
슬쩍 삭힌 향기가 썩 괜찮다.
그리고 매운 김치와 뜨거운 국물로 줄줄 흐르는 콧물은,정수기 옆에 달린 휴지바구니에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올록볼록하기가 달표면스런 고전 엠보싱 티슈.
페인트로 쓴 입구 간판에,설거지 와중에 받은 물 묻은 거스름 지폐까지,왼통 가게에 충만한 싸구려 냄새.
별 특징없이 그저 쌓인 시간이 넉넉하니 녹아 있는 국수 한 그릇.
TV에서 시끌시끌한 의미모를 패러디 개그 프로그램을 한쪽 귀로 흘려가면서,
그저 잘 먹었습니다.
첫댓글 비오는날에 칼국수 한그릇 맛나요~~
주대야..나 칼국수 먹고 싶다..장승배기는 가끔씩 지나가는 곳이긴 한데..정확히 어딘지 알면 함 가보고 싶구나..
ㅎㅎ 찿기쉬워 상도동,장승배기역 4번 출구 바로 초입 골목인데 골목에서 바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