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영화 같은 곳에서 자주 등장하기도 하는 휴대용 술병... 멋지게 정장을 빼입은 중년의 남성이 납작하고 둥글게 구부러진 형태의
금속병을 주머니에서 꺼내 뚜껑을 열고 한 모금 쭈욱 들이키는 장면이 쉽게 연상되는데, 어딘가 멋지게 보이기도 하고 은근히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 역시 이렇게 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됨과 동시에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휴대용 술병에 대한 동경 비슷한 감정도 있었군요.
현재는 돌아다니면서 직접 구입한 것도 있고 술을 구입하고 다님에 따라 자연히 얻게 되는 그러한 술병도 있습니다.
모처럼의 기회이니 이번엔 이러한 휴대용 술병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흔히 이러한 술병을 "휴대용 양주병", "포켓 위스키" 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만 이러한 술병은 보통 "플라스크(Flask)"라 부르며,
사진과 같이 둥글게 휘어진 납작한 타입은 힙 플라스크(Hip Flask)라 부른다 하는군요. 그 이름대로 바지 뒷주머니에 찔러넣고
다니기 좋은 형태라는데서 붙은 이름입니다.
거의 모든 플라스크의 재질은 금속으로 만들며 때로는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으나 주로 쓰이는 것이 스테인리스, 고급 앤티크
풍으로 만든 것은 은으로 만들 때도 있으며 티타늄으로 만든 물건도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 나와있는 것들은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
로 전부 스테인리스제로군요. 금속 재질로 만드는 것은 내구성의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플라스크는 독한 증류주들을 넣어
다니는 것이기 때문이군요.
주로 알려져 있기를, 이러한 힙 플라스크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미국 마피아계의 대명사 알 카포네(Al Capone)라고도 합니다.
미국의 금주법 시대인 1920년경에는 주류의 취급과 판매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는데 알 카포네는 이 시기에 밀수와 밀주를 하여
거금을 벌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술병이나 술통이 둥근 통 형태이기에 몰래 술을 가지고 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알 카포네는 술을 몰래 숨겨다니기 편리한 형태로 납작한 금속병을 고안해냈고, 이렇게 만든 병은 옷 주머니에 넣어두면 겉에서
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는군요. 알 카포네가 이러한 병을 이용해 주류 밀수로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이 바로 이 힙 플라스크
의 기원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이야기가 있는 것이 사실 꽤 재미있고 설득력 있긴 합니다만 실제로는 이러한 술병의 정확한 기원은 불분명하지요. 어떤 곳의
이야기로는 이러한 힙 플라스크는 18세기의 상류 계급의 사람들이 애용하던 물건으로, 특히 여성들이 배에 승선할 때 몰래 속치마에
진 등의 술을 숨겨서 가지고 다녔다고도 합니다.
< 사진 출처 - 위키페디아 >
뭐, 어떤 이야기이든 확실한 것은 이러한 플라스크는 몰래 술을 숨겨다녔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어떻게 보면 플라스크란 생김새
그 자체도 하나의 소품으로서의 멋도 있지만 이러한 은밀성에서 오는 금기(禁忌), 터부(taboo)와도 같은 점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플라스크의 형태는 둥글게 휘어진 금속병에 가죽을 덧댄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죽은 장식으로 넣은 것이기도 하고
이러한 술병을 넣어 다니는 옷의 색에 무늬와 색을 맞춘 것을 넣고 다니면 나름 패션 아이템이라는 느낌도 나게 됩니다.
위의 두 가지가 흔히 제가 사용하는 것으로 용량은 큰 것은 8온스, 작은 것은 4온스입니다. 가격대는 둘 다 1만원 내외의 저렴한 녀석들이
군요.
이러한 플라스크들은 웬만한 주류 전문 매장이나 그릇 매장 등에서 쉽게 구하실 수 있습니다. 티타늄이나 은제 고급품들은 가격대가 엄청
나니 이러한 스테인리스제가 가장 쓰기 무난하지요.
또한 어떠한 술을 구입할 때 세트로 판매하는 상품의 경우 자사의 라벨이 새겨진 플라스크가 들어있기도 합니다. 위의 플라스크는
스카치 위스키 조니 워커(Johnnie Walker) 라벨이 새겨진 플라스크로, 저는 어딘가에서 받은 물건이긴 합니다만 보통 "조니 워커 블랙
세트"와도 같은 위스키 세트를 구입하면 들어있는 물건이군요. 용량은 7온스, 재질은 역시 스테인리스입니다.
그리고 이건 1.5온스 정도의 작은 크기의 플라스크로 라벨이 새겨져 있듯, 아이리쉬 위스키인 제임슨(Jameson) 12년을 구입했을 때
들어있던 물건입니다. 뭐, 이러한 플라스크는 용량도 작아서 실제로 사용할 일이 없는 장식품이라는 느낌이 강하군요.
그리고 술병 안에 든 술을 마시기 좋도록 위와 같은 형태의 금속컵이 있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술병 자체를 기울여 그대로 마시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군요. 저 자신도 이렇게 잔을 가지고 있지만 거의 사용한 역사가 없습니다.(..) 이러한 잔 역시 주로 스테인리스
재질로 만들며 용량은 1온스, 즉 30ml 정도입니다.
술병의 마개는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이렇게 단단하게 고정되는 스크류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속에 넣는 술이 도수가 높은 술들이기
때문에 허술한 마개로는 술이 새어나오기 쉽기 때문이군요.
이렇게 병 주둥이가 좁다보니 이 안에 술을 넣는 것도 나름 손이 가는 작업입니다. 그렇기에 이 안에 술을 넣기 편하도록 전용 깔때기가
있는 상품도 있지만 저는 이러한 깔때기를 가지고 있지 않군요.
대신 이러한 따르개(Pourer)를 쓰는 것도 한 방법이군요. 따르개의 끝이 병 입구보다 작기에 쉽게 술을 담을 수 있습니다.
어쩐지 글을 쓰다보니 꽤 길게 이어진 느낌이군요. 사실 이러한 플라스크는 일상 생활에서는 크게 쓸모는 없지요.
가끔 등산이나 어디 놀러갈 때 병에 술을 조금 담아가는 경우를 빼면 실제로는 거의 장식품이나 다름 없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런 것을 한두 개쯤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 물건 자체가 꽤 매력있는 물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군요.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