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말씀을 작품으로 옮겨
심부름 하는 복음 서예가
렘넌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워싱턴 임마누엘교회 김광호 장로입니다. 서력 45년쯤 됐으며, 한국에 있는 동안 문교부장관상, 동남아 서예공모전 금상, 전국 서예 대상, 국전 입선 등 많은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서예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작고하신 일중 김충현 선생과 여초 김응현 선생 문하에서 수학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87년 미국으로 이민 와 지금까지 버지니아 주(洲)에 살며 미국에서 서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서예 입문 저는 경기도 파주의 조그마한 시골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때 학교에서 습자(붓글씨) 시간이 있었는데 그 시간이 그렇게 좋았습니다. 특별히 글씨를 잘 쓰는 것도 아니었고 연습 종이도 없어 습자지(지금으로 말하자면 물건을 살 때 싸주는 반투명한 종이)나 마분지(가장 질 낮은 종이)에 연습을 했지만 그 시간이 기다려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글씨를 잘 쓴다고 아이들이 볼 수 있게 종이를 들어 올리고는 칭찬해 주시곤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어린 마음을 움직였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서울에 있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는 서예를 좋아하는 학생들의 ‘붓글씨를 쓰는 모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그때부터 오늘까지 붓을 놓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은 없었지만 열심히 연습하였고, 또 기왕에 서예가가 되려면 왕희지를 ‘중국의 김광호’라 불릴 만큼 한번 큰 이름을 날려 보자고 스스로 다부진 마음을 먹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서예가가 되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1987년 8월 16일, 미국 버지니아로 ‘초청 이민’(35세)을 했습니다. 미국을 통해 중국으로 건너가 서성(書聖)이라 일컫는 왕희지의 나라에서 서예를 완성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그해 겨울에 예수님을 영적하게 됐고, 영접 즉시 3년 동안 앓았던 지병이 나았습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려던 마음을 접은 채, 이곳에서 하나님을 위해 무언가 헌신하고 싶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미국에서 복음 서예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쓰시는 서예가가 되려면 글씨를 잘 쓰는 달란트는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 중에 가장 중요한 달란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바로 글씨로 주어졌기 때문에 복음 전파의 또 다른 중요한 방법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진정한 서예가의 길은, 서예를 복음 전파의 도구로 사용하려는 사명을 가진 하나님의 자녀들 누구에게나 열린 문입니다. 단,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듣고, 바로 깨달아야 하듯, 서예도 바른 지식과 인내를 필요로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서예가는 누구나 될 수 있겠지만,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참 서예가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참 사명자라야 합니다. 그 다음 기도와 묵상으로 붓을 잡는다면 왕희지보다 더 중요한 일을 하는,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참 서예가가 될 수 있습니다.
서예 연습에 좋은 재료와 도구들이 많이 있지만 꼭 좋은 도구를 찾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능서(能書)는 불택지(不擇紙)란 말이 있습니다. 글씨를 쓰는데 반드시 좋은 서예 도구를 가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지요. 조선이 낳은 최고의 명필 한석봉선생은 돌을 종이 삼고, 흐르는 물을 먹물 삼아 일평생 종이 걱정, 먹물 걱정을 안 하고 연습에 몰두해 최고의 서예가가 되었습니다.
한글 흘림 (창세기)
창세기 1장을 모두 썼다. 6일간 창조하신 만물을 6폭으로 나타냈고, 오른쪽 서각은 하늘에서의 일이, 왼쪽의 서각은 이땅에서 이루어짐을 나타냈다. ◇서예 공부에 대해 지금은 대학에 서예과가 정식 과목으로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생각도 못했었지요. 대학에서는 서예를 학문적으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서예를 전공한다면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대학에서 몇 년 동안 배운다고 해서 서예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러니 ‘서예가’란 꿈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서예과를 선택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술이나 동양화를 전공하며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는 것도 어느 면에서는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서예도 결국 창작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서예란 어려서부터 몸에 배여 지필묵이 몸의 일부가 된 것처럼 느껴지면 가장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예는 바른 서법과 필법, 자세 등 이론을 겸비해서 배우는 게 중요한데 일반 사설 학원에서는 이론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가 없으므로 그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붓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혼적(魂的)인 부분이라서 반드시 기도를 필요로 합니다. 기도 없이도 글씨에 깊이 들어갈 수는 있으나 그렇게 되면 예술의 맛에 취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님과 멀어지게 됩니다. 사탄에게 혼을 빼앗기고 교만하게 되어 하나님의 지혜를 받을 수가 없으므로 하나님의 창조의 지혜를 붓 끝으로 나타낼 수가 없습니다. 왕희지가 스스로 귀신의 도움으로 난정서를 썼다고 고백한 것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신자 서예가의 전도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서예를 배우는 사람은 모두 법첩을 놓고 공부를 하게 되는데, 법첩이란 뛰어난 서예가가 평생 동안 쓴 글씨입니다. 그래서 초보자는 먼저 법첩의 글자를 분해하여 결구(글자의 획과 획의 관계)를 연구해야 합니다. 기울기나 길이, 방향 등을 잘 분석하고 글자와 글자 사이의 거리 즉 자간 등을 세밀하게 관찰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한 가지 글씨체를 아주 잘 쓸 때까지, 외워서 눈을 가리고도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써야 합니다. 이처럼 서예는 잘못 배우게 되면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바른 공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요. 그렇게 해서 한 가지 서체를 잘 쓰게 되면 다음에 배우는 글씨체는 그 특성을 금방 깨달을 수가 있어 여러 가지 글씨체를 습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주의할 점은,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마음에 한 서체를 배우고 금방 다른 서체를 시작하면 제대로 된 서예가의 길로 가기가 힘듭니다. 기성 작가들 중에는 그런 사람들이 매우 많아 제자들이 잘못된 길로 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은 주의해야 합니다. 한 가지 서체를 깨달은 후에 각체를 두루 섭렵해야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맞는 글씨체가 정해지게 됩니다.
◇래러그래피 (Lettergraphy) 저는 처음에는 글씨를 잘 쓰는 서예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래서 글씨 연습을 할 때는 교본을 확대해 놓고, 가로·세로·기울기·굵기·가늘기 등을 일일이 따져가며 연습했습니다. 그 결과 글씨는 잘 쓸 수 있게 되었으나 글씨에 나의 고유한 생명과 창의력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교본을 철저히 연습하되 생명력이 있는 창의력을 달라고 하나님의 지혜를 늘 구합니다.
비단 갑골문자뿐만이 아니라 모든 문자에는 하나님의 뜻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았고, 여기서 레러그래피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래러그래피란 글씨를 잘 쓰는 것을 넘어 글자에서 하나님의 뜻을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예를 들자면 ‘임마누엘’이라는 네 글자 안에는, 하늘과 땅의 권세를 가지신 하나님께서 생명을 주시기로 택하신 자들에게는 하늘의 생명을, 땅에서 낸 자들은 지옥으로 가게 하신다는 ‘하나님의 뜻(임마누엘)’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이 래러그래피를 하나님께서 자신을 나타내시는 또 다른 방법으로 보고, 기도하고 연구하며 하나님의 지혜를 구하고 있습니다.
백만 서예가를 위해 기도하면서 현재는 한미미술가협회(HMAA)와 미주서예가협회, 한국기독서예가협회 등을 통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예를 보급하여 전도용으로 활용하기 위해 저희 교회에서 시범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하나님께서 하시는 수많은 역사 가운데 서예도 사용하신다는 확신으로 오늘도 성경책을 펴 놓고 한쪽에는 지필묵(紙筆墨)을 항상 대기시키고 있습니다.
*참고로 인터넷 사이트 ‘Youtube’에 서예 기초 쓰기를 올려놓고 있습니다. ‘Youtube’에 들어가서 ‘jw4ho’를 검색하면 됩니다.
/김광호 서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