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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丹陽山水可遊者續記
단양(丹陽)의 산수 중에서 유람할 만한 것에 대한 속기문(續記文)
嘉靖戊申之春, 余始出守于丹, 而值歲之凶, 公私困急, 加之以疾病憂患, 自理荒政之外, 恒悒悒然閉戶度日, 其於山水之役, 蓋未遑及也. 顧以賑救飢民之故, 時出入往來溪山間, 因得窺其勝㮣之一二.
가정 무신년(1548, 명종3) 봄, 내가 처음 단양에 수령(守令)으로 나갔었는데, 마침 그해 흉년을 만나 공사(公私) 간에 곤급(困急)하고, 질병의 우환이 더하여, 흉년을 다스리는 정사(政事) 외에는 항상 마음이 우울하여 문을 닫고 날을 지낼 뿐이며, 산수(山水)에 노는 데에는 미칠 겨를이 없었다. 간혹 기민(飢民)을 구원(救援)하려고 때로 시내와 산곡(山谷) 사이를 출입 왕래하다가 한두 군데 좋은 곳을 볼 수 있었다.
*靖[편안할 정], 가정(嘉靖):명대(明代) 세종(世宗)의 연호(1522~1566), 出守(출수):중앙 관직에 있다가 지방의 태수(太守)로 나감. 출재(出宰). 困急(곤급):곤란하고 위급함. 荒政(황정):흉년에 백성을 구제하는 정책. 凶年을 ‘荒年’이라고도 한다. 悒[근심할 읍], 읍읍(悒悒):우울함. 근심스럽고 답답하여 편치 못함. 未遑(미황):미가(未暇: …할 겨를이 없다). 賑救(진구):흉년에 가난하고 군색한 백성을 불쌍히 여겨 도와줌. 승개(勝槩):승개(勝槪). 좋은 경치. 경개(景槪).
及其所歷益多, 所見益奇, 則自以爲於丹之山水, 殆無餘憾矣. 最後而見所謂龜潭者, 然後始知前所見者未爲奇, 而≪勝覽≫之載, 前人之述, 猶有所未備也. 姑以余所歷之次,言之.
급기야(及其也) 편력(遍歷)한 곳이 더욱 많고, 본 바가 더욱 기이하여 스스로 ‘단양의 산수에 대해 거의 유감(遺憾)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가장 나중에 이른바 구담(龜潭)이란 곳을 보고난 뒤에 비로소 앞에 본 것은 기이함이 되지 못하고 ≪여지승람(輿地勝覽)≫1)에 실려 있는 것과 앞사람이 기술(記述)한 것에 오히려 갖추어지지 못함이 있음을 알았다. 우선 내가 다녀본 차례대로 말한다.
*憾[한할 감], 餘憾(여감):풀지 못해 남은 바람이나 한(恨). 姑[시어머니 고]:부사(副詞)로 ‘아직, 우선, 잠시’의 뜻을 갖는다. 殆[위태할 태]:부사로 ‘거의’의 뜻을 갖는다.
郡西有丹丘峽, 峽盡南入而得雪馬洞, 洞門幽夐, 東西石崖, 丹碧相映, 淸泉瀉出, 白石齒齒. 溪行數里許, 盡鏘鏘然水樂之聲, 可愛也. 崖窮而見曠谷邃崦, 可棲可耕, 爲隱居盤桓之所, 而今有編氓數十戶處其中, 爲可惜也.
고을[단양군]의 서쪽에 단구협(丹丘峽)이 있다. 협이 끝나는 곳에서 남으로 들어가서 설마동(雪馬洞)에 당도하니, 동문(洞門)이 깊숙하고 길다. 동서의 돌벼랑에 붉고 푸른 것이 서로 마주 비치고, 맑은 샘이 쏟아져 나오고2) 흰 돌이 쭈뼛쭈뼛하다. 시내가 몇 리(里)가량 가서 옥이 구르듯 물이 연주하는 소리를 다하니 사랑스럽다. 벼랑이 다해서는 텅 빈 골짝과 깊숙한 산이 보이는데, 살 만도 하고 농사지을 만도 하니, 은거하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할 만한 곳인데, 지금은 백성3) 수십 호(戶)만 그 가운데 살고 있으니, 애석하다.4)
*峽[골짜기 협], 夐[멀 형], 鏘[금옥소리 장], 鏘鏘(장장):의성어로서 금속이 부딪쳐 나는 높고 맑은 소리를 형용하는 말이다. 邃[깊을 수], 崦[산 이름 엄], 盤桓(반환):머뭇거리며 서성임. 주위를 맴돎. 또는 왕래함. 氓[백성 맹]
東出長林驛, 右轉緣溪而入可十里, 有曰‘舍人巖’, 泉石甚佳, 見於故郡守林侯霽光所記, 而又自此南行八九里, 磵壑之美, 多可賞也. 北走買浦, 有渡曰上津, 其下石壁巉天而倒影於碧潭者, 濯纓公所謂‘棲鶻巖’也.
동으로 장림역(長林驛)에 나와서 오른쪽으로 구부러져 시내를 따라 10리쯤 들어가면 사인암(舍人巖)5)이란 것이 있으며, ‘천석(泉石)이 매우 아름답다’는 말은 옛 군수 임제광(林霽光)6)의 기록에 나타나 있다. 또 거기에서 남으로 8, 9리를 가는데 시내와 골짜기가 아름다워 구경할 만하다. 북으로 매포(買浦)로 달려가면 나루가 있으니 상진(上津)이라 한다. 그 아래에 석벽이 하늘에 닿고 그림자가 푸른 못7)에 거꾸로 비치는8) 곳은 탁영공(濯纓公) 김일손(金馹孫)9)이 말한 서골암(棲鶻巖)이다.
*霽[갤 제], 磵[계곡의 시내 간], 巉[가파를 참], 鶻[송골매 골]
渡津北行, 迤東而入, 有巨石三峯岌然峙于水中者, 即所謂島潭也. 而又有西崖之勝, 石門之異, 此其獨鳴於世, 而見稱於≪勝覽≫者, 固不待余言也.
나루를 건너 북으로 가다가 비스듬히 동으로 들어가면, 큰 바위의 세 봉우리가 물 가운데 높이 솟은 것이 있는데, 이것이 이른바 도담(島潭)이요, 또 서쪽 벼랑의 승경과 돌문[石門]의 기이함이 있는데, 이것이 홀로 세상에 이름나고 ≪승람(勝覽)≫에 기재되어 있으니, 이것은 진실로 나의 말을 기다릴 필요 없다.
*迤[비스듬할 이]:비스듬히 가다, 岌[높을 급], 岌然(급연):높이 솟은 모양. 峙[우뚝 솟을 치], 見稱(견칭):이름이 나다. 알려지다. 칭찬을 받다.
南川之上, 有曰佛巖, 最奇, 亦見於林侯之記, 余嘗往而尋焉. 入空谷,涉淸流, 登高山,臨絶壑, 令人窅然有出塵之想. 下山而行雲木之下,淸溪白石之間, 又六七里, 乃至佛巖.
남천(南川) 가에 부처바위[佛巖]란 것이 있으니, 가장 기이한데 역시 임후[林侯, 임제광(林霽光)]의 기록에 나타나 있다. 내가 일찍이 가서 보았는데 빈 골짝으로 들어가 맑은 물을 건너서 높은 산에 올라 끊어진 산기슭에 다다르니, 사람으로 하여금 까마득히 속세를 버릴 생각이 나게 하였다. 산을 내려와 우뚝 솟은 나무 아래 맑은 내와 흰 돌 사이를 또 6, 7리를 가니 이에 부처바위에 이르렀다.
*窅[움펑눈 요], 窅然(요연) : 심오한 모양. 까마득한 모양. 고요하고 적막한 모양. 어두운 모양. 出塵(출진):세속을 벗어남. 雲木(운목):우뚝 솟은 나무.
巖在兩山之夾丹崖之下, 盤礡于溪上百餘步, 若白雪平鋪, 素氈疊積者, 凡爲三層, 而水流其間, 縈廻汨㶁, 而瀑落於下層之下, 匯爲一泓, 綠淨可鑑.
바위는, 양쪽 산이 붉은 벼랑을 낀 아래에 있는데 시냇가 백여 걸음에 걸쳐 길게 뻗어 있어10) 마치 흰 눈이 평평하게 펼쳐져 있는 또는 흰 담요가 첩첩으로 쌓여 있는 것 같다. 모두 층(層)이 3개인데, 물이 그 사이로 흘러 굽이돌며11) 요란하게 소리를 내면서12) 폭포가 아래층 아래로 떨어져, 합하여 하나의 깊고 넓은 웅덩이가 되니, 푸르고 맑아 물건을 비출 만하다.
*夾[낄 협], 礡[널리 덮일 박], 氈[모전(毛氈,양탄자) 전], 疊積(첩적):겹겹이 쌓음. 縈[얽힐 영], 汨[빠질 골]: 汨沒하다의 汨. 㶁[물이 갈라져 흐를 괵{물이 콸콸 흐르는 소리 획}], 회(匯) : 물이 합하다. 泓[깊을 홍]:웅덩이. 可鑑(가감):거울처럼 맑아 물건을 비출 만함.
鯈魚十數尾, 潑剌而游, 當泓之上, 石臺天成, 平坦膩滑, 可坐而觀魚也. 其東有衆石, 相倚而立, 如飣餖然, 空其下爲广, 可避雨也.
피라미 10여 마리가 뛰어 놀고 웅덩이 위에는 석대(石臺)가 천연적으로 이루어져 평탄하고 윤택하여 앉아서 고기가 노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 그 동쪽에 여러 바위가 있는데 서로 기대어선 것이 마치 차곡차곡 쌓아올린 음식과 같고, 그 아래는 텅 비어 집 모양이 되었으니 비를 피할 만하다.
*鯈[피라미 조]:鰷. 潑[뿌릴 발], 剌[어그러질 랄{날}], 발랄(潑剌):의성어로서, 물고기가 물에서 뛰거나 비가 떨어지는 소리. 膩[미끄러울 니{이}], 滑[미끄러울 활], 이활(膩滑):반질반질함. 윤기가 돎. 飣[쌓아둘 정], 餖[늘어놓을 두], 정두(飣餖):음식을 쟁반에 겹겹이 쌓아 차림. 또는 그러한 음식. 广[집 엄]
巖之四際, 春則躑躅如蒸霞, 秋則丹楓如爛錦, 巖固異境之尤也. 林侯之改佛爲仙, 甚善, 第其狀石之態, 太過其實, 豈侯未嘗目覩, 而聞人詫異之說, 遂信筆書之之故耶? 噫. 余之所得, 至是而遽有自足之心者, 是余之未廣也.
바위의 사면(四面)에는 봄이면 철쭉꽃이 마치 노을을 찌는 것 같고 가을이면 단풍(丹楓)이 마치 비단을 찢어놓은 것 같으니, 바위는 진실로 기이한 경치 중에서 더욱 기이하다. 임후가 불(佛) 자를 바꾸어 선(仙) 자로 한 것은 매우 좋으나, 다만 그 돌의 형태를 형용한 것이 너무 실상에서 벗어났으니, 아마 임후는 일찍이 눈으로 보지 않고 남의 괴이(怪異)한 말만 듣고 드디어 붓 가는 대로 썼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아아, 내가 얻은 바가 이에 이르러 드디어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내가 넓지 못함이다.
*躑[머뭇거릴 척], 躅[머뭇거릴 촉], 척촉(躑躅):철쭉, 蒸[찔 증], 覩[볼 도], 詫[자랑할 타], 타이(詫異):이상함. 기괴함. 信筆(신필):붓 가는 대로 씀. 噫[탄식할 희], 遽[갑자기 거]
夏五月, 余沿牒, 將往淸風, 乘舟于下津, 出于丹丘峽, 歷龜潭, 下花灘. 是日也, 乍雨乍晴, 雲烟吐吞, 崖谷出沒, 頃刻萬變, 而漲水奔流, 舟行甚駃, 雖偉觀無窮, 而不能得其要領也.
여름 5월에 내가 전근(轉勤)되어 청풍(淸風)에 가려는데 하진(下津)에서 배를 타고 단구협(丹丘峽)을 나가 구담(龜潭)을 경유하여 화탄(花灘)에서 내렸다. 이날은 비가 내렸다 개었다 하여 구름과 안개가 토해지고 삼켜지며, 언덕과 골짜기가 나타났다 없어졌다 하여, 잠깐 사이에 만 번이나 변하고, 넘치는 물은 급하게 흐르니, 배가 너무 빨리 가므로13), 비록 그 거룩한 장관이 무궁하나 제대로 구경할 수 없었다.
*沿[따를 연], 牒[서판 첩], 연첩(沿牒) : 관원이 사령장을 따라 전근함. 灘[여울 탄], 乍[잠깐 사], 呑[삼킬 탄], 漲[불을 창], 奔[달릴 분], 要領(요령):허리와 목. 중심이 되는 요점.
其夜, 余宿于淸風郡之凝淸閣, 翌日, 乘曉涼, 使人挽舟泝流而上, 過三智灘, 至迺邁潭之上, 搴篷而望之, 則水出于兩峽之間, 從高而直下, 礧擊于衆石, 怒勢奔放, 雲濤雪浪, 洶湧而澎湃者, 花灘也. 峯巒如畫, 峽門對拆, 水積于其中, 而涵泓凝碧, 如鏡新磨, 如在空中者, 龜潭也.
그날 밤 나는 청풍군의 응청각(凝淸閣)14)에서 유숙(留宿)하고, 이튿날 새벽의 서늘한 기운을 틈타서 사람을 시켜 배를 끌어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서,15) 삼지탄(三智灘)을 지나 내매담(迺邁潭) 가에 이르러 배의 지붕을 걷고 바라보니, 물이 두 골짜기 사이에서 나와 높은 데서 바로 쏟아져, 그 아래 있는 뭇 돌에 부딪히며 성난 기세로 분주히 달아나 구름이나 눈 같은 물결이 출렁거리고 솟구치는 것은 화탄(花灘)이요, 산봉우리는 그림 같고 골짜기 문은 서로 마주 벌어져 있는데, 물은 그 가운데에 괴어서 넓고 맑고 엉키고 푸르러 마치 거울을 새로 갈아서 공중에 둔 것 같은 것은 구담(龜潭)이다.
*迺[이에 내], 邁[갈 매], 搴[빼낼 건]:빼내다. 걷어 올리다. 篷[뜸 봉]:대를 엮어 배․수레 따위를 덮는 것. 礧[바위너설 뢰]. 擊[부딪칠 격], 礧擊(뇌격):부딪침. 충돌함. 濤[큰 물결 도], 浪[물결 랑{낭}], 洶[물살 세찰 흉]. 湧[샘솟을 용]. 흉용(洶湧):물이 세차게 솟아오름. 澎[물결 부딪히는 기세 팽], 湃[물결이 이는 모양 배], 澎湃(팽배):물결이 부딪혀 솟구침. 拆[터질 탁]
泝灘而進, 循南涯絶壁下, 其上諸峯, 削立如筍, 高可千百丈, 突兀橕柱, 其色或翠或白, 蒼藤古木, 縹緲晻靄, 可仰而不可攀也.
화탄을 거슬러 나아가 남쪽 언덕 절벽 아래로 따라가면, 그 위의 여러 봉우리가 깎아 선 것이 죽순(竹筍) 같아서 높이가 천(千) 내지 수백(數百) 장(丈)이나 되며 우뚝하게 기둥처럼 버티고 서 있는데, 그 빛은 푸르기도 하고 창백(蒼白)하기도 하다. 푸른 등나무와 고목(古木)이 우거져 아득하고 침침한데 바라볼 수는 있어도 오르지는 못한다.
*筍[죽순 순], 兀[우뚝할 올], 突兀(돌올):우뚝 솟은 모양. 橕[기둥 탱], 藤[등나무 등], 縹[옥색 표], 緲[아득할 묘], 縹緲(표묘):멀어 희미한 모양. 晻靄(암애):어두컴컴한 구름. 그늘에 가려진 모양.
請名之曰玉筍峯, 以其形也. 潭之北涯, 即赤城山一支南騖而陡斷者也. 其峯之大有三, 皆臨水峭拔, 而中峯爲最, 層巖競秀, 矗石爭挐, 如鬼刻神剜, 奇奇恠恠, 不可具狀焉.
내가 옥순봉(玉筍峯)이라 이름 짓고 싶은 것은 그 형상 때문이다. 구담의 북쪽 끝은 곧 적성산(赤城山)의 한 줄기가 남(南)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끊어진 곳이다. 그 봉우리 중에서 큰 것이 세 개 있는데 다 물에 다다라서 높이 빼어났지만, 가운데 봉우리가 가장 높은데 층층으로 된 바위가 다투어 빼어나고 우뚝우뚝한 돌이 서로 끌어당겨 귀신이 새긴 것 같으며 기기(奇奇)하고 괴괴(恠恠)함은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다.
*騖[달릴 무], 陡斷(두단) : 陡[험할 두], 斷[끊을 단]. 陡截(두절):절벽처럼 험준하게 솟음. 峭[가파를 초], 拔[뺄 발], 矗[우거질 촉], 拏[붙잡을 나], 刻[새길 각]. 剜[깎을 완]
于時山雨初霽, 峽氣如新, 雲物淸妍, 適有玄鶴, 自中峯飛出, 盤廻數匝而入於雲霄之表, 余於舟中, 取酒吟詩, 超然有御泠風,遊汗漫之意, 因以名其峯之在下者 曰‘彩雲’, 其中者 曰‘玄鶴’, 以其所見也. 其上者 曰‘五老’, 以其形也.
이때에 산중에 내리는 비가 처음으로 개어서 골짜기의 기운이 낯설고16) 운물(雲物:景物,景色)은 아름다웠다.17) 마침 현학(玄鶴:검은 학)18)이 가운데 봉우리에서 날아와 몇 차례 빙빙 돌다가 높은 하늘 바깥으로 들어가는지라, 내가 배 안에서 술을 들고 시를 읊으니 초연히 산들바람19)을 타고 허공에 노니는20)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 때문에 그 봉우리 중에서 아래에 있는 것을 채운(彩雲)이라 하고, 그 가운데 있는 것을 현학(玄鶴)이라 한 것은 그 보이는 대로 지은 것이고, 그 위에 있는 것을 오로(五老)라 한 것은 그 형상을 따른 것이다.
*匝[돌 잡], 霄[하늘 소], 雲霄(운소) : 하늘의 끝. 높은 하늘. 泠[깨우칠 령{영}]:물이 맑다. 깨끗하다.
棹舟稍上, 截流而北, 則已過中峯而泊于五老峯之下. 峯之東, 又有一大峯, 與丹丘峽相接, 實≪地誌≫之所謂加隱巖山, 而可隱城在焉. 水下長會灘, 西觸于龜峯之崖, 匯而爲龜潭之首, 又北轉西折, 而爲龜潭之腰, 而潭之尾盡於彩雲峯之趾.
배를 저어 조금 올라가다가 물을 가로질러 건너서 북으로 가니 이미 가운데 봉우리를 지나 오로봉 아래에 배가 닿았다. 그 봉우리의 동쪽에 또 큰 봉우리가 하나 있는데, 단구협(丹丘峽)과 서로 잇닿아있으니, 이것은 ≪지지(地誌)≫에 이른바 가은암산(加隱巖山)이며 가은성(可隱城)이 그곳에 있다. 물이 장회탄(長會灘:장회나루) 서쪽으로 흘러 구봉(龜峯) 언덕에 부딪쳐, 모여서 구담(龜潭)의 머리가 되고, 또 북으로 돌아서 서쪽으로 꺾여서 구담의 허리가 되고, 구담의 꼬리는 채운봉의 발치에서 다하였다.
*棹[노 도]:노를 젓다. 棹舟(도주):배를 저음. 稍[벼 줄기 끝 초]:작다. 적다, 截[끊을 절], 截流(절류):물을 가로질러 건너감. 흐르는 물을 막음. 泊[배 댈 박], 匯(회) : 물이 돌아 흘러 모이다. 趾[발 지]
可隱峯者, 當北轉西折之曲, 而西與五老峯相對, 兩峯之間, 有洞呀然而南向, 窈閴幽深, 人跡四絶, 洞門之外, 有石磯臨水如堂陛, 可以釣遊, 惟此一曲, 盡得諸勝之會, 古人名之曰可隱, 意其在此乎.
가은봉(可隱峯)은, 물이 북으로 돌아 서(西)로 꺾어지는 구비와 마주하고, 서쪽으로는 오로봉과 서로 대하였고, 그 두 봉우리 사이에 골짜기가 있으니 입을 벌린 듯이 하고서 남으로 향하였으며, 깊고 고요하여 사람의 자취가 사방(四方)으로 끊어졌고 동문(洞門) 밖에 큰 바위가 있는데 마루의 섬돌처럼 물가에 튀어나온 것 같아, 여기서 낚시하며 놀 수 있다. 오직 이 한 구비에 여러 좋은 경치가 모여 있어서 옛사람들이 가은(可隱)이라 이름 지은 뜻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呀[입 벌릴 하], 窈[그윽할 요], 窈[고요할 요], 閴[고요할 격]:闃, 幽[그윽할 유], 深[깊을 심], 磯[물가 기], 石磯(석기):물가에 돌출한 큰 바윗돌. 呀然(아연):입을 벌린 모양. 널찍이 펼쳐져 있는 모양. 입을 빌리어 웃는 모양. 釣[낚시 조]
余於是, 欲以芒鞋竹杖, 叩雲門, 訪古跡, 尋考槃之地, 結幽人之約, 而病不可得也, 則三復子美「何時一茅屋, 送老白雲邊」之句, 而喟然發嘆也. 其曰龜峯者, 東捍潭衝, 而北俯潭曲, 丹崖翠壁尤絶特, 是一潭之所由成也. 故名之曰龜峯.
내가 이에 짚신 신고 대지팡이 짚고서 운문(雲門)21)을 두드리고, 옛 자취 물으며, 은거할 곳을 찾아, 은자(隱者)의 약속22)을 맺고자 하여도 병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었으니 두자미(杜子美)의, ‘어느 때나 띳집[茅屋] 한 채 지어, 흰 구름[白雲] 가에서 늘그막을 보낼꼬’라는 글귀23)를 세 번 읽고, 깊이 탄식하였다. 구봉이라는 것은 동으로 못의 복판[要衝]을 막고 있고, 북으로 못의 구비를 내려다보는데 붉은 벼랑 푸른 절벽이 더욱 뛰어나니, 이것들로 말미암아 한 못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래서 구봉(龜峯)이라 이름 지었다.
*芒[까끄라기 망], 鞋[신 혜], 芒鞋(망혜):억새 줄기의 껍질을 이용하여 만든 신. 짚신[草鞋]을 두루 이른다. 叩[두드릴 고], 喟[한숨 위], 捍[막을 한], 絶特(절특):아주 특별함. 매우 뛰어남.
過此則入于丹丘峽, 峽之勝, 濯纓公≪二樂樓記≫盡之, 余可以無言矣. 嗟乎. 以濯纓公之好事尙奇, 獨拳拳於丹丘․鶻巖, 而不及其他者, 非固去此而取彼, 蓋公之所見得於逆旅之暇, 其不能徧及, 宜也.
이를 지나서 단구협(丹丘峽)으로 들어가니, 단구협의 절승(絶勝)은 탁영공의 「이요루(二樂樓) 기문(記文)」24)에 다 기록되어 있으므로, 나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아! 탁영공이 일을 좋아하고 특이함을 좋아하여 다만 단구(丹丘) ・ 골암(鶻巖)에만 관심을 쏟고 다른 데에 미치지 않은 것은, 진실로 이것은 버리고 저것만 취한 것이 아니라, 대개 공이 객지살이하는 여가에 본 것이니 그 두루 미칠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하다.
*拳[주먹 권], 拳拳(권권):매우 정성스러운 모양. 끔찍이 사랑하는 모양. 逆[거스를 역]:맞이하다. 逆旅(역려):여관. 객사(客舍). 객지살이를 함.見得(견득):앎. 봄. 터득. 徧[두루 편]
至於林侯爲守於此, 而記山水之可遊者, 則宜若盡得, 而於仙巖則誤記, 於龜潭則不及焉, 何哉? 考之≪勝覽≫, 涓流蟻垤, 亦或采錄, 而龜潭則僅書其名而已. 獨於島潭, 稱之不容口, 此余所以爲恨也.
임후[임제광(林霽光)]는 이곳의 수령(守令)이 되어 놀만한 산수는 마땅히 모두 다 보았을 것인데, 선암(仙巖)은 잘못 기록하고 구담(龜潭)은 미치지 못했으니 어째서인가? ≪승람(勝覽)≫을 고찰(考察)해보면, 실개천과 개밋둑이라도 다 채집하여 기록하였는데, 구담에 대해서는 겨우 그 이름만 기록하였고, 도담(島潭)에 대해서는 입에 침이 마르도록 언급(言及)하였으니 이것이 내가 한스럽게 여기는 바이다.
*涓[시내 연], 涓流(연류):졸졸 흐르는 물. 아주 작거나 보잘것없는 사물을 비유한다. 蟻[개미 의], 垤[개밋둑 질], 蟻垤(의질):개밋둑. 의봉(蟻封). 不容口(불용구):칭찬 따위가 입에서 끊어지지 아니함.
雖然, 山水之好, 好其淸高耳. 淸者自淸, 高者自高, 其於人之知不知, 何預哉. 山與水不自以爲恨, 而余恨之, 余則癡矣.
비록 그렇긴 하지만 산수(山水)를 좋아하는 것은 그 맑고 고상함을 좋아하는 것이다. 맑은 것은 스스로 맑고 고상한 것은 스스로 고상하니, 사람이 알아주고 알아주지 못하는 것이 무슨 상관이25) 있겠는가? 산과 물은 스스로 한탄하지 않는데, 나는 한탄하니, 이것은 내가 어리석은 것이다.
*癡[어리석을 치]
然余之所恨, 非恨其不見知於人人, 恨其不見知於濯纓公也. 然而濯纓公之≪記≫有曰 「立馬丹丘而望可隱, 依俙然有爛柯之想云爾」 則是雖不見龜潭, 而龜潭之勝, 固已獨得於胷中矣. 余亦何恨之有哉.
그러나 내가 한탄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것이 아니라 탁영공에게 알려지지 못한 것을 한탄하는 것이다. 그러나 탁영공의 기문에, “말을 단구에 세우고 가은(可隱)을 바라보니, 어렴풋이 난가(爛柯)26)의 생각이 있다”라고27) 하였으니, 이는 비록 구담을 보지는 못하였으나 구담의 절승은 진실로 이미 홀로 가슴 가운데 얻은 것이니, 내가 또한 무슨 한탄함이 있겠는가?
*依俙(의희) : 비슷함. 어렴풋함. 依約. 依希. 방불(髣髴). 爛[문드러질 란{난}]:㱫, 柯[자루 가]
特一邑之內, 靈眞之境如赤城山之類, 吾之遊屐, 尙未及焉. 則又安知復有勝於龜潭者哉. 而吾之所得, 其無窮也已. 是歲六月日, 眞城李滉, 記.
〖退溪先生文集卷之四十二〗
특히 같은 고을 안의 득도(得道)한 진인(眞人)의 지경(地境)인 적성산(赤城山)28) 같은 곳은 나의 유람29)이 아직 미치지 못하였으니, 그렇다면 또다시 구담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 줄을 어찌 알겠는가? 그러니 내가 얻을 것은 끝이 없을 것이다. 이해[1548] 6월 모일에 진성 이모(李某) 쓰다.
*靈眞(영진): 진리를 닦아 득도함을 이르는 말. 또는 득도한 진인(眞人). 屐[나막신 극]
초역: 한국고전번역원[권오돈 권태익 김용국 김익현 남만성 성낙훈 안병주 이동환 이식 이재호 이지형 하성재] 1968
부록: 「이요루기(二樂樓記)」 - 김일손(金馹孫)
自中原東行。向竹嶺。其間山水之可樂者不一。過黃江壽山兩驛。行盡淸風境。踰一岾入丹陽界。得長會院。按轡其下。漸入佳境。忽見積石斗起。攢峯疊翠。迷左右眩東西。雖巧曆莫能較也。岸開峽坼。一江中注。溶漾藍碧。江北岸側之絶險。上數百步。有城可隱。舊名可隱巖。余立馬其前。煙霧路迷。依俙然有㱫柯之想。惜絶境之無稱。肇名之曰丹兵峽。由峽而東。山益奇水益淸。行十里峽盡。廻首如別佳人。十步九顧。直東而望。赤城無咫尺。臨江有步。小艇橫渡。卽下津也。泝津而上十里許。又有官渡。卽上津也。鐵壁千尋。壓峙津流。悸余魂。莫可攀也。創名之曰棲鶻巖。津之源。出江陵府之五臺。縈廻壑谷。西走遙遙五六百里。雖輕舟。莫得窮其派也。返而順流。未及下津。有泉自南 而來。舊名南川。川之左岸。有樓翼然。日已暝黑不可登。遂投郡館。翌日。郡守黃侯璘請登。遂與攀檻而眺。則燕飛而鷄啄。鵲噪而客至。嶺雲連於上岳。秋光抹於錦繡。層巒疊嶂。環擁乎一樓。而南川之流。汩㶁於欄楯之下。上津之波。合沓於林樾之際。昨日所役於鞍馬舟楫之上者。皆在於杯觴几席之間。蓋兩眼所收。有加於兩脛之所得矣。視壁間匪懈堂所扁二樂樓三大字。爛然如明月夜光。彩不可挹。溪山含輝。余欣然樂不自支。顧謂黃曰。惟仁者。然後能樂山。惟智者。然後能樂水。三月不違者。殆庶幾於仁。百世可知。 可謂智未及於此。而徒馳情於山水。不幾於自誣乎。夫人莫不具仁智之性。而鮮能充仁智之端。能充其仁智。非吾分外之物。體山之靜而不遷。體水之動而無滯。安一心之德。周萬物之變。則二者之眞樂。吾得而兼之矣。侯以安詳之資。且達於理。便養乞郡。旣能仁於其親。而敎其孝以治一境。役鮮少之民。賦磽瘠之土。措置得宜。能應簿書而供賦征。又用餘力於樓臺。葺其頹碎而無廢舊貫。侯之仁且智可見。侯能於此致曲。學至於天理流行之極。而行其所無事。則高山流水。乃吾仁智之一體矣。侯其勉之哉。若弄杯酌 醉絃管。登眺以爲樂。但觀其隱然峙者山。杳然逝者水。喜其秀且淸而已。則又將有理屐窮山如康樂。投金廢務如東野。而有忝於二樂之義矣。凡我同登者。盍相與勉之。同登者誰。花山權君景裕,沙熱金君世英竝侯弟瑋・㻶。皆學孔子者也。遂以相勉。而又勉繼登者於無窮云。
중원(中原)으로부터 동으로 출발하여 죽령(竹嶺)을 향하노라면 그 사이에 즐길 만한 산수(山水)가 하나가 아니었다. 황강(黃江)과 수산(壽山) 두 곳을 지나 청풍(淸風)의 경계를 다 가서 한 고개를 넘어 단양(丹陽) 경계를 들면 장회원(長會院)에 이르는데, 그 밑에서 말고삐를 잡으면 점차 아름다운 경지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별안간 쌓인 바위가 우뚝히 일어 높은 봉우리와 푸른 아지랑이가 좌우 동서를 아득하게 함은 비록 교묘한 기상가(氣象家)라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벼랑이 열리고 산협이 터지자 한 강물이 가운데로 흐르는데, 쪽빛 푸른빛이 잠겨 있고 강 북쪽 기울어진 아주 험한 언덕 위 수백 보에 성(城)이 있어 가히 숨을 수 있으니, 옛 이름은 가은암(可隱巖)이었다. 내 그 앞에서 말을 멈추었을 때, 내와 안개에 길이 아득하여 희연히 도끼자루를 썩일듯한 생각이 떠오르곤 하였다. 이러한 절경(絶境)으로서 아무런 이름이 없음을 애석하게 여겨서 비로소 단구협(丹丘峽)이라 이름하였다. 단구협으로부터 동을 향하면 메는 더욱 기이하고 물은 더욱 맑았다. 10리를 가면 산협이 끝나는데, 마치 아름다운 아가씨와 헤어지는 듯이 열 걸음에 아홉 차례나 돌아보곤 하였다. 거기서 동으로는 적성(赤城)이 지척으로 바라보이고, 강을 임하여 나루터가 있는데, 작은 배로 가로질러 가면 이것이 곧 하진(下津)이었다. 그 나루를 따라 올라 10여 리에 또 관도(官渡)가 있었으니, 이것이 곧 상진(上津)이었다. 철벽(鐵壁) 천 길이 나루 흐름에 높이 위압하고 나의 신혼을 위협하여 더위잡을 수가 없었다. 비로소 서골암(棲鶻巖)이라 이름하였다. 이 상진(上津)의 근원은 강릉부(江陵府)오대산(五臺山)에서 나와서 여러 구비를 돌아 서로 5ㆍ6백 리나 멀리 박차고 흘렀으므로 비록 가벼운 배라도 그 파류를 끝까지 찾기에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다가 돌면서 순하게 흘러 하진에 미치지 못하여 폭포가 남으로부터 이르니, 옛 이름은 남천(南天)이었다. 남천 왼편 언덕에 누(樓)가 나는 듯이 섰지만, 날이 이미 어두웠으므로 오르지 못하고 드디어 군의 관사에 투숙하였다. 그 이튿날이었다. 군수 황후(黃侯) 인(璘)이 누에 오르기를 청하므로, 드디어 함께 헌함을 더위잡고 바라보니, 제비는 나르고, 닭은 벌레를 쪼며, 까치는 울고, 손님은 이르렀는데 봉우리에 떠 있는 구름은 멧부리에 잇따랐고, 가을빛은 금수를 펼친 듯하였다. 그리고 층층한 멧부리가 첩첩히 싸인 병풍이 한 누를 둘렀고, 남천 물이 난간 밑에 소리내어 우는데, 상진(上津)의 물이 숲속에 모여 들어, 어제 말과 배 위에서 보던 것이 모두 술잔과 궤석(几席) 사이에 벌어져 있으니, 대개 두 눈으로 거둔 것이 두 정강이로 얻은 것보다 많았다. 바람벽 사이를 보니, 비해당(匪懈堂)30)이 쓴 이요루(二樂樓)라는 커다란 세 글자가 찬란히 밝은 야광 명월(明月)과 같아서, 그 광채를 움켜잡을 수가 없는데 계산(溪山)이 빛을 머금었다. 내 그제서야 흔연히 기쁨을 스스로 견디지 못하여 황후(黃侯)를 돌아보면서, “오직 어진 자인 연후에 능히 산을 즐기고, 오직 슬기로운 자라야 능히 물을 즐긴다” 하였는데 석 달 동안을 어김이 없는 자라야 거의 인(仁)에 미친다는 것은 백세의 일을 보아 가히 알 수 있는 만큼 슬기도 이에 미치지 못함을 알면서도 한갓 산수(山水)에 마음을 달리는 것은 거의 자신을 속이는 것이나 아닐까. 대체 사람으로서 인(仁)과 지(智)의 천성을 갖추지 못한 이는 없었겠지마는, 인과 지의 단서를 능히 충실히 하는 이가 드무니, 만일에 능히 인과 지를 충실히 한다면, 이는 나에게 분수 밖의 물건이 아닐 것이다. 산의 고요함을 체득하여 옮기지 않고 물의 움직임을 체득하여 침체함이 없이 한 마음의 덕(德)을 편안히 하고, 만물의 변화를 두루 살핀다면, 이 두 가지의 참된 즐거움을 내가 겸해 둘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황후는 안상(安詳)한 자질로서 이치에 통달하여 어버이 모시기에 편리하게 이 고을을 맡았으니, 이는 이미 그 어버이에게 인(仁)을 하여 그 효도로 백성을 가르쳐서 한 경계를 다스리고, 얼마 되지 않은 백성을 부리며, 척박한 토지에 세금을 거두되, 그 조치가 알맞게 하여 능히 문서를 꾸며 부세에 이바지하고, 또 그 남은 힘을 누대(樓臺)에까지 써서 그 퇴폐함을 수리하여 옛 모습을 유지하였으니, 황후의 인과 지는 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황후가 능히 이에 마음을 지녀 그 학문이 이치의 유행하는 극치에 이르러서 무사(無事)하게 행한다면, 높은 산과 흐르는 물이 모두 나의 인과 지와 일체가 될 것이니, 황후는 힘쓸지어다. 만일에 술잔을 들고 관현악을 지어 이곳에 올라 바라봄으로써 낙을 삼을 제는, 다만 그 은연히 솟은 것은 산이요 묘연히 흐르는 것은 물인 줄만 알아서, 그 빼어나고 맑다는 것만을 기뻐할 뿐이며, 또 장차 나막신을 신고 산을 깊이 찾기를 사강락(謝康樂)과 같이하고, 금(金)을 던지고 공무를 폐기함을 맹동야(孟東野)와 같이 한다면, 두 가지 즐거움의 뜻에 도리어 누(累)가 될 것이니, 무릇 함께 오른 우리들은 어찌 서로 힘쓰지 않으리오” 하였으니, 함께 오른 자는 누구뇨. 화산(化山) 권경유(權景裕)군, 사열(沙熱) 김세영(金世英)군과 아울러 황후의 아우 위(瑋)와 필(㻶)이었으니, 모두 공자를 배우는 이이다. 드디어 이로서 서로 권면하고, 또 뒤를 이어서 무한히 이 누에 오르는 자에게 권면하노라. ⓒ 한국고전번역원 ┃ 이가원 (역) ┃ 1969
1) 여지(輿地) : 대지(大地). 지리(地理). 만물을 싣는 수레와 같다 하여 이른다.
2) 사출(瀉出) : 쏟아져 나옴. 흘러나옴. 歐陽脩의 「醉翁亭記」에 “山行六七里, 漸聞水聲潺潺, 而瀉出于兩峯之間者, 讓泉也”
3) 편맹(編氓) : 호적에 편입된 평민. 編甿. 編民. 編人.
4) 가석(可惜) : 애석하게 여김. 안타까워함. 顏之推의 ≪顏氏家訓, 勉學≫에 “光陰可惜, 譬諸逝水”
5) 사인암(舍人巖) : 충청북도 단양군의 남쪽 대강면의 남조천에 면해 있는 기암절벽으로, 단양8경 중 제4경이다. 사인암이라는 지명은 고려 말 우탁(禹倬)이 사인(舍人) 벼슬에 있을 때 이곳에서 자주 노닐었다는 사연에 따라 조선 성종 때 단양 군수 임제광이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6) 임제광(林霽光) : 김천시 감문면 광덕리(탄동마을) 입향조인 임달(林達)이 조부이며 부친은 1468년(세조14)무자 식년시에 문과 합격한 임건(林乾)이다. 본관은 개령(開寧)이며 1498년(연산군4) 무오 별시에 문과 합격하여 부정과 단양군수 등을 역임하였다.
7) 벽담(碧潭) : 푸른빛이 감도는 깊은 못. 벽계(碧溪):푸른빛이 도는 시내.
8) 도영(倒影) : 물체가 물속에 거꾸로 비침. 물속에 거꾸로 선 그림자.
9) 김일손(金馹孫) : 1464∼1498. 청도 출신 중에서 후대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 중 하나이다. 1498년 스승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弔義帝文)」을 사초(史草)에 실은 것이 발단이 되어 일어난 무오사화(戊午士禍)로 인해 사형을 당하였다. 김일손의 죽음은 김해 김씨 일족뿐만 아니라 지역 인사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 청도 지역에 16세기 이후 은거의 풍토가 유행하는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
10) 반박(盤礡) : 광대함. 나무의 뿌리가 구불구불 단단하게 서려 있는 모양. 길게 뻗어나감.
11) 영회(縈廻) : 영회(縈回). 휩싸여 빙빙 돌아감. 굽이굽이 둘러쌈. 縈盤. 縈旋. 縈宛.
12) 골획(汨㶁) : 汨汨은 의성어로서, 물 따위의 액체가 흐르는 소리. 㶁㶁(획획)은 물이 흐르는 소리.
13) 駃[버새 결] : 암나귀와 수말 사이에 난 트기, 준마(駿馬)의 이름, 달리다, 질주하다.
14) 응청각(凝淸閣) : 한벽루 좌측에 위치한 조선시대 청풍현 관아건물의 하나이다. 원래 청풍면 읍리에 있었는데 충주댐 건설로 수몰, 1983년 청풍면 물태리 문화재단지로 이건되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목조기와 팔작지붕건물.
15) 소류(泝流) : 물을 거슬러 올라감. 泝는 향할 소, 거슬러 올라갈 소. 泝=遡=溯.
16) 여신(如新) : 오랫동안 사귀었는데도 새 친구처럼 서먹함. 여신(如新)은 백두여신(白頭如新)의 준말이다. ≪사기(史記)≫ 권83「추양열전(鄒陽列傳)」에 “흰머리가 되도록 오래 사귀었어도 처음 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수레 덮개를 기울이고 잠깐 이야기했지만 오랜 벗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白頭如新 傾蓋如故]”라는 말이 나온다.
17) 청연(淸姸) : 아름다움. 韓愈의 詩 「月池」 “寒池月下明,新月池邊曲,若不妬淸姸,却成相映燭.”
18) ≪古今注‧鳥獸≫: “鶴千歲則變蒼,又二千歲變黑,所謂玄鶴也.”
19) 영풍(泠風) : 산들바람. 부드러운 바람. ≪莊子‧齊物論≫: “泠風則小和, 飄風則大和.” 成玄英 疏: “泠, 小風也.”
20) 한만(汗漫) : 멀리 만유(漫游)함을 형용한다. 드넓어 끝이 없음. 아득하여 알 수 없음. 신선의 이름으로도 쓰인다. 汗漫遊는 세속을 벗어나 자유롭게 노니는 것을 형용하는 말이다. 唐 陳陶 ≪謫仙吟贈趙道士≫: “汗漫東遊黃鶴雛, 縉雲仙子住清都”
21) 운문(雲門) : 곡구(谷口)를 가리킨다. 晉 惠遠 「廬山東林雜詩」: “有客獨冥遊, 徑然忘所適. 揮手撫雲門,靈關安足闢.” 唐 馬戴 「早發故山作」詩: “雲門夾峭石, 石路蔭長松.”
22) ≪시경≫ 「고반(考槃)」에 “은거하는 곳이 시냇가에 있으니, 큰 사람의 마음이 넉넉하도다. 홀로 자고 깨어 말하나, 길이 잊지 않기로 맹세하도다[考槃在㵎, 碩人之寛. 獨寐寤言, 永矢不諼]”라고 하였다.
23) 「진주잡영(秦州雜詩) 그 열네 번째(其十四)」 - 두보(杜甫)
萬古仇池穴 萬古의 구지혈(仇池穴)은
潛通小有天 땅속으로 小有天에 통하네.
神魚人不見 神魚 본 사람 없어도
福地語眞傳 복된 땅이라는 말은 정말 전하네.
近接西南境 가까이 서남쪽 땅에 붙어있어
常懷十九泉 늘 十九泉을 생각했으니
何時一茅屋 어느 때나 초가집 하나 짓고,
送老白雲邊 흰 구름 가에서 여생을 보낼까?
* 중국 강소성 진강시 모산풍경명승구(江蘇省鎭江市茅山風景名勝區)의 산 위에 명소가 많은바 구봉(九峰)、십구천(十九泉)、이십육동(二十六洞)、이십팔지(二十八池)가 있다.
* 소유천(小有天) : 道家에 전해지고 있는 洞府의 이름인데 河南省 濟源縣 西 王屋山에 있다.
24) 부록 참조
25) 하예(何豫) :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豫[미리 예]: 與와 통용되어, ‘참여하다, 관계하다, 관련되다’의 뜻이 있다.
26) 난가(爛柯) : 옛날 왕질(王質)이란 사람이 나무하러 산에 가서 신선(神仙)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고 있다가, 배가 고프매 신선이 먹을 것을 주므로 받아먹고 바둑이 파하자 일어나 보니, 처음에 옆에 두었던 도끼자루[柯]가 벌써 썩어 있고, 집에 돌아오니 벌써 수백 년이 되었다고 한다.
27) 원문은 “余立馬其前。煙煙霧路迷。依俙然有㱫柯之想[내 그 앞에서 말을 멈추었을 때, 반짝반짝 안개에 길이 아득하여 어렴풋이 도끼자루 썩힐 듯 한 생각이 있었다]”으로 되어있다.
28) 적성산(赤城山) : 도교(道敎)에서 말하는 적성산동(赤城山洞)으로, 선경(仙境)의 하나이다.
29) 유극(遊屐) : 산수를 유람함을 이르는 말. 남조 송(南朝宋)의 사영운(謝靈運)이 나막신을 신고 산을 오른 데서 유래하였다.
30) 비해당(匪懈堂) : 안평대군의 호이다. 이름은 용(瑢), 자는 청지(淸之), 호는 비해당(匪懈堂)·낭간거사(琅玕居士)·매죽헌(梅竹軒). 세종의 셋째 아들이다. 그의 진적으로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발문이 대표적이며 법첩에 실린 것과 각첩(刻帖)으로 전하는 것이 적지 않다. 또한 동활자에서 1450년 주조한 경오자가 그의 글씨를 바탕으로 하였으나, 그가 사사(賜死)된 뒤 바로 녹여 을해자를 주조하였기 때문에 전해지는 예가 극히 드물다. 금석문으로는 경기도 여주영릉(英陵)에 있다가 현재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청량리동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 있는 「세종대왕영릉신도비」, 용인의 「청천부원군심온묘표(靑川府院君沈溫墓表)」, 과천의 「임영대군묘표(臨瀛大君墓表)」가 있다. 시호는 장소(章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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