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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담 시집『성자의 메타포』
해가시선 23 성자의 메타포
인쇄 | 2018. 5. 13. 발행 | 2018. 5. 20.
지은이 | 행 담 펴낸이 | 정연휘|
펴낸곳 | 도서출판 해가 245-943 강원도 삼척시 오십천로 301-30. 101-1503 전화 033-573-4613 ․ 010-3341-3327 e-mail: haika@hanmail.net
출판등록 | 제99-10-3호 1999. 7. 7. 인쇄처 | 문왕사 033-648-3670
ISBN 978-89-93138-33-7(03800)
값 9,000원
ⓒ2018 행담 저자와의 협의에 의해 인지를 생략합니다. 잘못된 책은 바꾸어 드립니다. 날마다 좋은날 되십시오.
해가시선 행담 行湛 제2시집
preface 머리말
어찌할꼬? 쯧 쯧 쯧 ……… ………
영은사에서 행담 합장
Contents 성자의 메타포
시인의 말 | 11
제1부 새벽 닭 소리 새벽 닭 소리 | 18 그림자影 | 19 도량석 | 20 해우소 | 21 사대四大 | 22 수심修心2 | 23 텅 빈 궁전 | 24 무상無相 | 25 날이 가고 달이 가고 | 26 천당과 지옥 | 27 겨울 바다 | 28 꿈속 | 29 사랑도 성냄도 버려라 | 30 지상낙원地上樂園 | 31 제2부 당신의 이름 34 | 봄 소식 35 | 당신의 이름 36 | 참 좋은 걸 37 | 인시寅時의 달빛 38 | 낙엽 되어 본다 39 | 빈 산 속 40 | 낮달이 떠 있네 41 | 심心 42 | 산사람山人 43 | 수심修心1 44 | 홀로 있는 나我 45 | 새벽 빛 46 | 별 자리 47 | 해가 뜨면 48 | 천지天地 49 | 염불 하다가 제3부 그 자리 지난 추억 | 52 누구의 달月 | 53 사랑과 슬픔 | 54 가을이 가면 | 55 그 자리 | 56 봄비가 | 57 봄 노래 | 58 먼 훗날 | 59 당당하게 | 60 노을 빛 하늘 | 61 망양望陽 | 62 꽃들이 춤을 추네 | 64 봄노래 | 65 내 고향 | 66 친구 생각 | 67 헤어짐은 아픔인 거야 | 68 세상이 즐거워라 | 69 제4부 통 채로 버려라 72 | 통 채로 버려라 73 | 중도中道의 길 74 | 아름다움이란 75 | 먼지 세상 76 | 소인배 77 | 해탈解脫 78 | 광명光明 79 | 돌 같이 보라 80 | 반야심경般若心經 81 | 탄생誕生 82 | 백의白衣 관세음 83 | 육바라밀六波羅密 85 | 낙산 관음 86 | 산다는 것 87 | 심우도 88 | 좋은 날이 올 거야 제5부 영원의 길 너 때문이야 | 90 지진地震 | 92 모두가 똑 같다 | 93 21세기 | 94 할 일이 있어 | 95 저절로 가네 | 96 영원의 길 | 97 빈 가슴 | 98 호상好喪 | 99 저승길 | 100 수호신 | 101 미美1 | 102 옛 절터 | 103 감옥監獄 | 104 노인老人 | 105 나는 | 106
원각 행담의 시세계 | 김진광⋅108 불가적 명상을 통한 여여한 초탈의 세계 제1부 새벽 닭 소리
새벽 닭 소리
높은 산 넘고 넘어 긴 강江 길 따라 당도하니
동쪽에서 왔건만은 서쪽 아닌 동쪽이네
도화 꽃 십리十里나 피어 있고 신선神仙이 머무는 흥령사에서
여정이 피곤해서인지 저 달이 기울도록 잠이 들었네
꼬끼오 늙은 닭 울음소리 오늘 하루 늦게 시작하네 아침 해 뜨니 조공 드시라고 저 멀리 목탁소리 들려오네
그림자影
봄 햇살 받으며 툇마루에 앉아 저기 오는 고양이의 검은 그림자를 보네
내게도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왜 잊고 있었을까
내 주변을 찾아 보니 그림자도 두리번거린다
일어나 걸으면 소리없이 뒤따라 오고 옆으로 걷기도 하고 앞서서 걷기도 하네
노랑나비가 날아와도 검은 나비가 되어 날아 오고 까치가 날아 가면 까마귀가 되어 날아 가네
영은도량靈隱道量 소망所望의 탑塔 탑돌이 하던 그림자 지는 해 따라 가고
방 안까지 따라온 내 그림자 이부자리에 누워 불燈을 끄면
내 몸은 점점 검은 그림자와 하나 되어 고요 속으로……
도량석
깊은 잠 와선臥禪에서 시계보다 먼저 깨어나
법당에 촛불 켜고 천리향 올리니
고요한 적막은 사라지고
언제나 환한 얼굴 한결같은 밝은 미소
즐거운 마음으로 목탁 들고 문밖을 나서는데
또르르 또르르…… 어 허허 고녀석 딱따구리가 내가 도량석 하기 전에 네가 먼저 하는구나
해우소
먼 골짜기에서 고라니가 괴롭게 울어대고
저 아래 집에서 개가 사납게 짖어대네
먼 곳이 요란해도 저 곳이 소란해도
해우소에 앉아서 근심 걱정 풀고 있네
사대四大
건강한 몸身(四大)이 무너지네
그대 영혼靈魂은 어디에 있는가
빈 집貧家은 다른 사람이 살 수도 있지만
죽死은 육체身에는 다른 영혼이 못산다네
------------------------------ 지수화풍
수심修心 2
다섯……
넷, 점점 더 깊은 고요 속으로
셋, 점점 편안하고 깊은 휴식 속으로
둘, 너와 나 모든 경계境界가 끊어진 곳
하나……
텅 빈 궁전
깊고 깊은 계곡 물 높고 높은 푸른 산 오르고 오르네.
용의 눈물1) 시원하게 마시며 한숨 쉬고 올라가네 한 발 두 발 오르다 보니
고요하고 고요함마저 멸하고 멸한 곳에 당도하네 닫혀 있는 문빗장 활짝 여니
불보살도 없는 텅 빈 궁전宮殿 순간 숨이 막혀 돌아서니 구름을 지고 조용히 지나가는 바람 한 호흡 삼키며 기氣를 빼네
한 무리 뒤따라 온 사람들 목탁 치며 염불정진念佛精進 하네
아무리 소리쳐 불러봐라 집나간 부처가 들어오나
------------------------------ 용안수(약수터)
무상無相
가지마라 가지마라 해도 젊음靑春은 가고
오지마라 오지마라 해도 늙음老은 찾아오네.
인생人生이 살면 얼마나 사는가 칠팔십七八十을 산다해도
잠睡眠든 날 병病든 날 아프고 괴로웠던 시간을 제하면 삼사십三四十도 못산 인생
무엇을 위하여 그리도 욕심貪을 내며 악착 같이 사는지
부귀영화富貴榮華 부질없어 모든 게 허망虛妄하네
다 놓아 놓고 마음心자리 어서 찾아보게나
가지마라 가지마라 해도 육도윤회六道輪廻에 빠져버리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뜨면 날日이 가고 달이 지면 달月이 가고
어제는 청춘이요 오늘은 백발이라
뜨는 해를 막을 수 없고 지는 달을 잡을 수 없네
흐르는 시간 속에 늙고 죽음이……
어디에서 옴도 없고 어디로 감도 없네
물질物質은 텅 비어 있고. 텅빈虛空 속에 물질이 들어 있어라
그저,
날이 가고 달이 갈 뿐
천당과 지옥
땅 위에 저 하늘 높고 높은데
손오공처럼 구름 타고 날지는 못하여도
기내 창문으로 내다 보니 하늘 아래 뭉게구름 사이
저 아래 아득히 보이는 산과 마을 집들
천당과 지옥이 있다는데 어느 곳에 있는 고.
마음이 편하면 극락이요 괴로우면 지옥이지
편하다는 마음 괴롭다는 마음 허공처럼 텅 비어 본래 없어라 어찌할꼬, 쯧 쯧 쯧
겨울 바다
찬바람 불어 파도도 얼어붙은 겨울 바다
누구나 바다에 추억이 있으리
수 많은 추억을 만드는 겨울 바다
아름다운 사람에겐 아름다운 바다
괴로워하는 사람에겐 고해의 바다
모든 것을 받아주는 어머니의 품 같은 겨울 바다
다시 돌아온 바닷가에 슬픈 추억 다 묻고
큰 소리로 불러 본다, 기쁨으로 가득 찬 겨울 바다
저 편에서 하얀 미소 달려오네, 내게로 달려오네 어머니, 사랑할 수 있다면
아, 당신의 하얀 미소 천년 만년 사랑하리라
기쁨의 겨울 바다, 슬픔의 겨울 바다
나에겐 엄마 품 같은 겨울 바다여
꿈속
세상은 먼지 육체는 티끌
세상은 아집 육체는 고집
세상은 환상 육체는 몽환
세상은 무상 육체는 허공
세상은 지진 육체는 불꽃
세상은 해일 육체는 풍랑
세상은 신기루 육체는 오아시스
아 아, 하루살이 보다 짧은 인생 한줌의 재가 되어 사라질 뿐
사랑도 성냄도 버려라
집 지키는 개는 너무 사나워서 사랑하기 어렵고 산에 사는 사슴은 도망가서 사랑하기 어려워라
성내는 마음을 버리기 어려움은 집 지키는 개와 같고 사슴 같아서 조복하기 어려워라
성내는 마음은 돌에 새긴 글씨처럼 지우기 어렵고 사랑하는 마음은 물 위에 쓴 글씨처럼 흔적없이 사라지네
성내는 마음음 뜨거운 불덩이와 같고 사랑하는 마음은 번갯불처럼 스쳐 지나가네 성내는 마음은 독사와 같아서 사랑하기 어렵고 사랑하는 마음은 태워버린 재와 같아서 흔적이 없어라
어찌할꼬, 쯧 쯧 쯧
지상낙원地上樂園
어둠 속 빛 보살1)의 미소 살짝 보이네
말없이 온 도량에 가득 설법은 차고 들은 바 없어도 다 아는 나그네2)여
지옥地獄이네 극락極樂이네 허공虛空처럼 본래 없는 것本來無一物
너와 나, 분별심分別心 사라진 그 자리 그 곳이 지상낙원
------------------------------ 관음, 지장 마음자리
제2부 당신의 이름
봄 소식
깊은 산중 홀로 있으니 찾아오는 이 없어라
세상 일에 흥이 없으니 빈 낚싯대로 허송세월 건져보네
홀연 광풍光風이 휘몰아치니 먹구름 저 멀리 사라지고
푸른 하늘 열리어 따뜻한 햇살 메마른 고목古木에 푸른 잎 봄 소식을 전하네
당신의 이름
당신의 미소 띤 얼굴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살며시 웃음 지어요
당신은 늘 모정의 자비로 비를 내리죠. 대지의 초목처럼 촉촉이 사랑에 젖지요
그 땐 몰랐죠 당신의 사랑이 크다는 것을
붉은 입술 미소 띤 얼굴 나만이 간직할 사랑
당신이 해와 달이라면 나는 해바라기 달을 닮은 큰 박珀이어요
당신 때문에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꿈속에서도 부르는 당신의 이름
참 좋은 걸
연꽃과 수련이 함께 피어 있는 작은 연못에 아홉 마리 금붕어가 살고 있네
산들바람이 꽃향기를 싣고와 내 얼굴을 스쳐 가면 꽃 향기가 참 좋은 걸, 누가 이 기분 알리요
우아하게 피어있는 꽃송이들 그 모습 아름답다 말로 표현할 수 없어 가슴 속 벅찬 이 기쁨 참 좋은 걸
아홉 마리 금붕어가 재롱떠니 오가는 사람들이 흥겨워 하네 내게 들려오는 흐뭇한 이야기들 참 좋은 걸 언제까지 간직하고 싶은 이 기쁨.
밤은 어느 새 작은 연못을 덮고 외등 아래 금붕어 홀로 잠 못 드네
인시寅時의 달빛
높은 산줄기 휘돌아 깊은 계곡 따라 흐르는 장강長江의 물길은 어디로 흐르는가
인경人憬의 울림 따라 하늘 바람 흔들며 소리내는 풍경소리 눈 감은 물고기
탑 가에 앉아 선잠 깨우고 연못에 한가로이 뜬 달 영겁의 삶과 죽음을 위해
달빛이 오네 달빛이…… 달빛이 소멸되어 지네
낙엽 되어 본다
활 활 타다가 떨어진 빛바랜 낙엽
그 자리 그 곳에
아,
백골白骨만이 고요한데 그대 재가 되어 천년千年의 꿈을 꾸는가
빈 산 속
바람 부니 낙엽이 떨어지고
음침한 가랑비 자욱이 내리네
빈 산 속 달빛 흐린 밤에
염불念佛로 세월歲月 다 가는구나
낮달이 떠 있네
여름 지난 바닷가
별을 닮은 불가사리
무심코 빈 하늘 바라보네
마주치는 그림자는 하얀 꿈이련가
아상은 허상이라고 창공에 맴돌고
낮과 밤은 이별이라 했던가
저 멀리 수평선 너머 낮달이 떠 있네
심心
나我를 속이는 마음心 때문에
어리석은愚癡 멍애에 몸身이 매여서
세상의 병고病苦를 받는구나
아…… 괴롭다.
그 누가 이 고통을 대신해 주리오
산사람山人
돌돌咄 흐르는 시냇물
그밖에 작은 하늘
날마다 벗할 이는 산이요
산은 사계절 변함 없고
이 몸身 말없이 늙어져도
관세음 품처럼 다정한
청산이 좋아서
산사람이 되었네.
수심修心 1
깊이 들어갈수록 어두운 곳 들어갈수록 캄캄한 곳 어두운 곳 캄캄한 곳 그 곳
볼 수가 없어 찾을 수가 없어 아무것도 없어
그저 적적寂寂할 뿐
홀로 있는 나我
투두둑 투두둑 소리에 비가 오네, 비가 와
창밖은 어두운데 마지막 겨울비가 오네
찬바람 소리 없이 피부에 파고들어 싸늘하다
이젠 가야지 일어서야지 빗길을 가네
뒷모습들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빈 방에는 지난 이야기들 흔적이 없네
홀로 있는 나我 적막寂寞하고 고요孤寥하여라
새벽 빛
휘파람새가 휘위이 휘위이 휘파람 불면 어두운 저 숲속에 여명이 찾아오네
깊은 잠에서 깨어난 딱따구리 목탁을 치면 뭇 새들의 노랫소리 새벽을 연다
가로등 불빛에 만개한 벚꽃 바람에 흔들려 그 빛이 더욱 더 화려하다 새벽빛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아름다워라
별 자리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수 많은 별들이 있기 때문이다
밤하늘엔 별의 별 이야기가 책처럼 펼쳐진다
7월 7석 오작교에서 견우직녀의 애절한 사랑이
북두칠성이 된 일곱 형제의 전설
밤의 등불 길 안내자 북극성
황소자리 처녀자리 끝없이 이어진다
새벽의 별들이 하나 둘 사라지네
그 짧은 시간에 수많은 이야기가 사라진 밤하늘
밤하늘이 아름다운 것은 수많은 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해가 뜨면
새벽 예불 모시고 경전 읽고 나서 해가 뜨면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먹고 차 마시고 시간 지나
사시 불공 올리고 나서 점심 먹고 길손 오면 차 마시고 시간 지나
저녁 예불 모시고 나서 저녁 먹고 문 단속 하고 들어가 자네 그렇게 꿈속을 헤매이다가
해가 뜨면 부처님도 늘 그 자리에 있네
천지天地
하늘에 저 파란 하늘에 먹구름 흰구름 비가 되어 내리네
산아 높은 산아 비를 맞아 푸른 산아 푸른빛 흘러 어디로 가니
바다야 푸른 빛 바다야 범고래가 뛰어 노는 바다야 용오름 하늘로 올라가네
하늘을 나는 새들 부러워 마라 땅地에 내려와 먹고 쉬는 것을
염불 하다가
비가 내린다. 아침부터 내린 비는 온 도량을 축축히 적셔 놓는다.
삼경 종소리보다 더욱 커진 빗소리는 목탁소리 되어 마음 속 깊이 잠든 관세음을 깨운다.
빗방울 소리 따라 염불하다가 염불하다가 조공朝貢 종소리에 깨어보니
비는 어디가고 소리 또한 사라졌네
아침햇살이 내 얼굴을 반기는구나
제3부 그 자리
지난 추억
소리 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혼자 있는 밤이 오면
가로등 아래 밤이 싫어 몸부림치는 불나방 하나, 둘 지쳐 떨어지네
저 달은 연못에 그림자 남겨놓고 서산으로 가는데
비가 오네, 밤비가 내리네 지난 추억이 떠오르네
지난 일들 잊으려고 비를 맞아보아도
지워지지 않네 잊혀지지 않네
혼자 울고 있는 밤이 지나가네 지워지지 않는 추억이 지나가네
누구의 달月
밤이 깊을수록 외로움에 먼 산의 달을 보네.
바닷가 그 누구도 저 달을 보는지 손길이 느껴지네.
수 없이 많은 별들처럼 밤 또한 무수히 지나갔지
이젠 외로움에 울지 않아
내 마음이 저 달에 있고 그 누구의 가슴에 향해 있기에
그 누구인가 보고 싶은 밤이면 저 달을 보네
내 가슴 속에 떠 있는 저 달을
사랑과 슬픔
해가 지고 달도 없는 이 밤 아픈 마음으로 지새우네
새들 우는 소리에 아침이 오고 눈 뜨면 또 다시 일상 속에 있네
지금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작은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 눈물 같아 슬퍼지네
지난 세월 나의 꿈들은 어쩔 수 없이 가고
내게 남은 짧은 시간들 이제는 후회 없이 지내리
지난 날들은 어두웠지만 밝은 내일을 위하여 소리쳐 부른다
마음 안에 사랑도 슬픔도 모두 영원토록 큰 기쁨으로 가득 차리고
사랑과 슬픔은 그림자처럼 항상 붙어 다니네 사랑과 슬픔은 이별할 수 없다네
가을이 가면
해가 지는 저녁 무렵 가을 바람에 낙엽이 지네
앙상한 나무를 보면 늙어가는 내 모습
한숨만 나오고 허전한 미소 초라하여라.
아, 이 바람이 지나가면 겨울이 오겠지
아, 내 머리카락에도 흰 눈 내리겠지
그 자리
음악이 흐르고 커피 향 가득한 곳 어제처럼 오늘도
그 자리
산 너머 황홀한 노을빛 붉은 소나무 풍경을 본다
어쩌다 바람이 그대 향기 전해주면 가끔은 창밖을 내다보네.
가로등불 아래 그대 모습 보이지 않고
흐르는 시간 속 지나가는 나그네 어두움 속으로 들어가네
봄비가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앞산 진달래
화려하게 피었네
소나무는 늘 푸른데
지나간 내 청춘
세월이 가고
세월이 가고
봄 노래
동장군이 물러간 작은 연못 개구리들이 먼저 봄노래 부른다
겨우내 앙상한 가지마다 풋내기 잎을 피우고
햇살에 빛나는 유채꽃 벚꽃 보다 화려한 황혼의 아낙네들
갓 피어나 엄마엄마하며 손짓하는 고사리를 꺾으며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봄 처녀 노래 부르네
먼 훗날
창밖에 낙엽이 지네 세월이 흐르네
가을에 떠난 그대 생각이 나네
저 만큼에서 올 것만 같아 자꾸만 쳐다 보네
저기 잎 떨어진 나무처럼 쓸쓸한 내 모습
마음이 슬퍼지네 그대 떠날 때는 몰랐어
지금 마음만 아픈 것은 먼 훗날 그대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도 모르게 울고 말겠지
당당하게
휘청거리는 밤거리 내 눈에 흐르는 건 빗물이 아니라
지난 날들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흘러내리네
비 오는 외등 아래 초라한 모습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아픈 기억들 이젠 잊어야지 지난 추억들 이젠 잊어야지
순수했던 모든 것들 사랑했었다
누에고치에서 탈바꿈 한 화려한 나비처럼 변하고 변하리라
세월이 흘러 어느 날
쾌활하게 서 있으리 당당하게 서 있으리
노을 빛 하늘
서산 하늘 노을빛에 붉게 물들고 지는 해 잡지 못해 옛 추억도 넘어가네
어린 시절 그리워 하지만 말 못할 비밀을 가슴 속 깊이 묻고 살아 왔네
앞만 보고 달려온 길 노을빛 하늘 보며 뒤돌아 보네
더욱더 소중한 것을 잊으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해 뜨는 하늘에 새로이 써보네 비밀 없는 내일 이야기를
저 하늘 날아가는 외로운 기러기처럼 내 영혼도 노을빛 하늘 홀로 날아가겠지
망양望陽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바다는 보라빛 바다
태양을 잊은 저 하늘 밤처럼 캄캄하네
빗소리는 더욱 커지고……
검은 구름아 숨겨 놓은 태양을 내놓거라
해야해야 구름 뒤에 숨지 말고 밝은 네 모습 보여다오
낮을 잊어버린 해야 나오거라 밝은 해야
더욱 거세진 빗줄기 내 마음도 젖는다
흐르는 시간 속에 내 마음도 비가 되어 바다로 들어가네
어둠 속에 저 등대는 이리 오라 손짓하고
이젠 비를 맞으며 가리라 비를 맞으며 가리라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꽃들이 춤을 추네
긴 밤이 지나고 태양이 떠오르면 바람 따라 꽃들이 춤을 추네
태양을 닮은 우리의 꿈도 해바라기 되어 춤을 추네
어두운 밤에 달이 떠오르면 구름 따라 달빛에 꽃들이 춤을 추네
달을 닮은 우리의 희망도 달맞이꽃 되어 춤을 추네
행복의 꽃 즐거움의 꽃 이 마음 속에 가득히 피어나네
봄노래
창 밖은 짙은 어둠 속 너의 그리움으로 가득 차고
갑갑한 가슴 속 너의 사랑으로 가득 차네
캄캄한 곳 비가 내리면 우리의 추억이 지워질 것만 같아
비에 젖은 목소리로 너의 이름 불러본다
봄이야, 봄이야
이 밤이 너무 외로워 이 밤이 너무 슬퍼
내 고향
어릴 적 뛰어 놀던 곳 게 잡고 조개 줍던 그 시절
머나 먼 내 고향 그리워라 지금은 모두 떠나고 없네
그 누가 이 몸을 반겨 준다면 천 만리 길 멀다 않고 달려 갈텐데
까치가 둥지를 떠나 독립하듯이 모두들 어디로 갔는지
보고 싶고 보고 싶다 내 동무들
그리워라 그리워라 내 고향
친구 생각
바쁜 일 멈추고 차 한 잔 마시며
문득 헤어진 친구 생각하네
동해바다에서 즐겁게 취하던 일
지금은 중국땅에서 외로움을 벗할
나의 벗이여
헤어짐은 아픔인 거야
꽃피는 봄에 온다고 흰 눈 내리던 날 내 손 놓고 돌아서서 가는 도반道伴1)아 가슴 속 깊이 아픔이 밀려오네 헤어짐은 아픔인 거야
기다리던 봄이 오네, 꽃피는 봄이 와 반가운 도반이 오겠지 그리운 도반이 오겠지 버스 정류장 빈 차만 돌아가네 헤어짐은 아픔인 거야
꽃잎이 지고 낙엽이 휘날리는 계절이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면 어느 새 봄이 돌아오네 한번 떠난 도반은 영영 소식이 없어라 헤어짐은 아픔인 거야
------------------------------ 친구, 학우
세상이 즐거워라
나의 시름 덜어주는 아름다운 작은 연못1)
하얀 빨강 노랑
눈부신 꽃빛깔 그 고운 빛깔
아, 온갖 새들의 소리
장삼자락 나비춤 추듯 선녀들이 춤을 추네
꽃향기 새소리 즐거워라 온 세상이 즐거워라
------------------------------ 영은사
제4부 통 채로 버려라
통 채로 버려라
빈 통 하나 그 빈 통에 쌀을 넣으면 쌀통 김치를 넣으면 김치통 물을 담으면 물통 꿀을 담으면 꿀통 쓰레기를 채우면
그대들은 빈 통에 그 무엇을 넣으려는가 그 무엇을 채우려는가 어찌할꼬 쯧 쯧 쯧 넣지도 채우지도 말고 통 채로 버려라
중도中道의 길
선善의 길로 가지마라 악惡의 길로 가지마라 중도中道의 길道로 나아가라
선도 행行하지 마라 악도 행行하지 마라 중도의 길로 나아가라
선도 업業이요 악도 업業이니라 중도의 길로 나아가라
열차가 종착역終着驛에 도착到着하듯이 걸림은 중도의 길로 나아가면 마침내 대자유의 역에 도착하네
인생이란 본래 오고 감이 없어라 세상사 어찌할꼬, 쯧 쯧 쯧
아름다움이란
눈으로 색色을 탐貪내지 않고 귀耳로 추한 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코로는 좋은 향기만을 좇지 말고 입으로는 맛있는 음식만 탐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손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탐내지 말고 입으로 다른 사람의 악담을 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몸의 아름다운 것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 속에 악惡한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가난한 이웃을 돕거나 삼보三寶1) 전에 보시普施2)를 행하여 복福을 얻는 것이 큰 아름다움이다
------------------------------ 불, 법, 승 베푸는 마음(행위)
먼지 세상
먼지로 이루어진 세상 티끌로 만들어진 태산
저 억새풀 보다 더 모질게도 이어온 목숨들
하루살이 보다 짧은 인생 한줌의 재가 되어 사라질 뿐
세상은 먼지 육체는 티끌
세상도 버리고 육체도 버려라
소인배
착한 일은 힘써 행하고
나쁜 짓은 절대 하지마라
“세 살 먹은 아이도 알고 있소”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네
소인배는 고개를 젓는다
어찌할꼬, 쯧 쯧 쯧 우물 안 개구리 저 홀로 노래하네
해탈解脫
살아 있을 때는 멋도 부리고 예쁘게 화장도 하지만
늙어老 죽으면死 옛적 모습 어디로 갔는가
오온五蘊1)과 육근六根2)을 벗어났네
훨훨, 자유로이 날아가는 영혼靈魂이어라
업 따라 사는 중생들이여 어찌할꼬, 쯧 쯧 쯧
------------------------------ 색 수 상 행 식 안 이 비 설 신 의
광명光明
바람결에 춤추는 버들강아지
쓸쓸이 앉아 흘러가는 시냇물 바라보며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묻네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
휘청거리며 꺼질 듯 타오르는 등불이여
품에 안고서 어두운 밤 등불이 되리
저 멀리서 여명이 밝아 오네
큰 광명이 천지를 비추네
온 누리에 자비 광명이
낮에 횃불 들고 다니는 어리석은 자여 어찌할꼬, 쯧 쯧 쯧
돌 같이 보라
돈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면. 더욱더 소중한 걸 잃을 거야
돈으로 사랑놀이도 하겠지 거짓이지 진정한 사랑은 없는 거야
기쁨과 즐거움이 잠시 있겠지만 슬픔과 괴로움이 더욱 커지네
어떻게 살 것인가 그 한 생각이 중요해
돈은 생활하는데 조금 필요하지 돈이 많으면 근심걱정이 커지네
가난한 집淸貧에는 좋은 벗이 찾아오고 부자집은 도둑만이 들끓는다네
세상 사람들아 “황금덩어리를 돌 같이 보라.”
우리들의 탐욕을 어찌할꼬, 쯧 쯧 쯧
반야심경般若心經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明명 亦역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탄생誕生
봄 햇살 가득 찬 룸비니동산1) 만개滿開한 싸리나무 꽃 빛은 무지개를 띠우고
일곱 걸음마다 갓 피어난 연꽃처럼 단아한 그 모습
삼천년三千年만에 핀다는 우담바라
살아생전에 피었으면 그 얼마나 행복할까
오탁악세五濁惡世야 세상이 맑아야지 어찌할꼬, 쯧 쯧 쯧
------------------------------ 석존탄생지 중인도 카필라성 동쪽 꽃동산
백의白衣 관세음
별처럼 반짝이는 아름다운 눈동자
무지개 빛 웃음 머금은 보살의 미소
눈처럼 하얀 백의白衣 바람에 살며시 날리네
천상의 비파 소리 잔잔히 흐르고 숲속의 동자 동녀들이 춤을 추네
중생들의 자모이신 백의 관세음이시여
끝없는 중생을 보살피고 자비로서 구원 하시네
육바라밀六波羅密
추하고 천하구나 내 모습이여 물건에 집착하고 인색하여 베풀지 않으니 어느 누구도 온정의 손길 주지 않네 베풀고 베푸는 공덕 한량없어 무상보시를 행하라 아, 보시布施 바라밀이여
십악十惡을 멀리하고 십선十善을 힘써 행하라 오계五戒와 십계十戒를 받아 지녀서 몸身과 마음心을 청정淸淨하게 하여라 한 몸이 청정하니 온 세상世上이 청정하네 아, 지계持戒바라밀이여
가리왕歌利王이 인욕선인忍辱仙人의 몸身을 갈기갈기 찢어도 사상四相1)이 텅 비어서 원한이 없어라 온갖 고난苦難 참으며 인욕수행하여 성불成佛하시었네 아, 인욕忍辱바라밀이여
바다 속의 물고기가 밤낮으로 눈을 뜨듯이 잠을 적게 자며 부지런히 정진수행하여라 게으름을 피지마라 게으름은 최고의 악惡이니라 아, 정진精進바라밀이여
조용한 방이나 나무그늘 아래 홀로 앉아 생각하라 지금 나의 몸은 거짓으로 화합하여 허망하다고 고하라 정신을 집중하여 산란하지 않도록 깊고 고요한 선정에 드네 아, 선정禪定바라밀이여
타고 있는 불火, 물水이 꺼버리듯 번뇌의 불꽃을 지혜로 끄니 모든 번뇌가 소멸되네 마음의 밝은 빛 최상의 안락이어라 아, 지혜智慧바라밀이여
나는 알았노라 육바라밀 행을 닦으면 상락아정常樂雅亭 무위도無爲道를 이룬다는 것을
------------------------------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
낙산 관음
당신은 말없이 미소 짓네요 난 그저 바라만 보면서 지워지지 않는 사진처럼 두 눈 가득히 당신 모습 담아 영원히 기억 할래요 당신이 멀리멀리 떠난다 해도 저 허공과 저 바다에도 당신 모습 그릴 수 있어요 눈을 감아도 당신 모습 떠올라 영원히 지워지지 않아요
오늘 따라 슬퍼 보여요 그런 슬픈 미소 짓지 말아요 비가 오네요. 비가 내려요 마른 땅 메마른 초목에도 저 바다도 비에 젖네요 저 멀리 햇빛이 오네요 햇살에 춤을 추는 산천초목들 나의 즐거움이 당신에게도 기쁨인가요 당신은 말없이 미소만 짓네요 눈을 감아도 당신 모습 떠올라 영원히 지워지지 않아요
산다는 것
삶이란 무엇인지 때론 잊고 살지만 시시때때 생각해 본다
조금만 기분 좋으면 하늘을 날 듯이 기뻐하고 조금만 우울하고 괴로우면 세상을 다 잃은 듯이 몸부림 친다
한 몸에서 두 마음이 일어나네 좋은 것, 나쁜 것 이 두 마음이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생각하지 마라 한 생각도 하지 마라 어찌할꼬, 쯧 쯧 쯧
심우도
바람 높은 산 위에서 사방을 살펴본다
첩첩산중 그 어디에도 소牛는 보이지 않네
강과 들에도 소는 찾을 수가 없어라
무릉도원 노인께 여쭈어 보아도 소는 못 보았다 하네
지친 몸 끌고 토굴로 돌아와 주린 배 채우려고 밥 한술 뜨다가
소를 타고서 소를 찾았구나 어찌할꼬, 쯧 쯧 쯧
좋은 날이 올 거야
세상살이에 근심걱정이 없을 수 있나 괴로움과 어려움을 이기며 세상을 살아 가야지 한 평생을 살아 가면서 몸에 병이 없을 수 있나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지 모든 일은 쉽게 되는 일이 없어 어려움 속에서 보람을 찾아야지 궂은 날이 지나가면 좋은 날이 올거야 우리 모두 행복할거야 근심 걱정 털어버리고 크게 한 번 웃어봐 아 하 하 하 하 오 호 호 호 호
세상살이에 억울함이 없을 수 있나 그 억울함을 참고 참으며 세상을 살아 가야지 한 평생을 살아 가면서 이익을 분에 넘치게 하지 말아야지 큰 욕심을 버리고 작은 이익에서 행복을 찾아야지 고생 끝에 낙이 오네 좋은 날이 올 거야 우리 모두 즐거울 거야 근심 걱정 털어버리고 크게 한번 웃어봐 아 하 하 하 하 오 호 호 호 호
제5부 영원의 길
너 때문이야
잘 되면 내 탓이요 안 되면 남을 탓하고 심지어는 조상님까지 들먹인다
이 일 하다가 안 되면 “너 때문이야” 저 일 하다가 안 되면 “너 때문이야” 남을 탓하네
남이 조금 잘 못 하면 노발대발 화를 내고 자기 잘 못은 남에게로 미루며 이 날 저 날 피하고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여당 야당 만들어 놓고 서로가 서로를 탓을 하며 “너 때문이야” 옥신각신 싸움만 하네 경로당敬老堂 보다 못한 것들 어찌할꼬, 쯧 쯧 쯧
지진地震
천년고도 반월성에 아름다운 신라여왕처럼 우아하게 서 있는 첨성대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 속에서 365개의 별이 내려와 24절기로 나누어 앉아
달빛은 한가로이 거닐 때 어느 날 갑자기 땅이 요동친다
인간의 자만인가 오만인가 자연재앙에 나약한 인간들이여 잊지마라 5.6의 지진을
이것은 경고이다 망각의 인간들이여
밤하늘 별들을 이야기하며 천년을 버티어온 첨성대 허리가 휘었다
모두가 똑같다
백인이다 황인이다 흑인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문화가 달라도 남녀의 결혼과 가정생활 잘 먹고 잘 살기를 위하여 자녀들 교육시키고 직장 다니고 장사하는 것 모두가 똑같다
백인이다 황인이다 흑인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우리들의 공통점은 하나. 둘. 셋. 넷. 이. 알. 싼. 쓰 원. 투. 뜨리. 포. 1. 2. 3. 4.는 모두가 똑같다.
백인이다 황인이다 흑인이다 피부색은 달라도 남녀의 웃음소리도 똑같고 남녀의 울음소리도 똑같다 무엇 때문에 서로 싸우고 반목하는가 세계의 모든 나라는 군사무기를 버리고 자비慈悲로 사랑하며 살아가자 세계는 하나 우리도 하나 우리 모두 다 같이 평화로운 세상 만들자
21세기
2018년 도시는 택배기사가 아파트 공장사무실 어느 곳이든 가져다 준다
2018년 시골은 택배기사가 전화해서 물건이 왔으니 어느 곳이든 다 찾아가란다
발 빠른 젊은이들은 모두 다 도시로 가고
발 느린 노인들 뿐 그래서 시골은 느리고 느리다
아직도 시골은 1980년대다 어찌할꼬, 쯧 쯧 쯧
할 일이 있어
할 일이 있어서 이 세상에 태어 난 거야
홀로 오고, 홀로 가지만
올 때에는 기쁨 속에 오고 갈 때에는 슬픈 곳에 가네
살아가면서 즐거운 일도 괴로운 일도 다 겪으면서
그렇게 세월은 가는 거야
우리 가슴속 뜨거운 열정이 있잖아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는 거야
포기하지 마
할 일이 있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거야
저절로 가네
흐르는 물 따라 시간은 저절로 흐르고
동지 지나 봄이 오니 꽃들은 저절로 피어나네
해가 뜨고 달이 지니 세월은 저절로 가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니 늙음도 저절로 가는 구나
영원의 길
내 곁에 있어 달라고 애원하며 붙잡아도 냉정하게 돌아서 가네
할 말이 없어 잡지 못하고 보내야 하는 이 심정 안타까워 눈물짓네
이별이 이렇게 아픈 거라면 차라리 만나지 말 것을 이제 와서 괴로움에 후회하네
아직도 사랑하고 있어 미워할까 봐, 두려워라
미움은 버리고 사랑만 간직한 채 긴 여행 떠나자 영원의 길로
빈 가슴
휘청거리는 도시의 밤 거리 채워지지 않는 욕망 술酒로써 달래네
혼자 세상 고민 다 하고 혼자 세상 잃은 듯 괴로워 하고 혼자 잘난 척하며 허풍 떠네
저마다 무슨 사연 그리도 많은지 아무리 해봐도
빈 가슴에 무엇을 담으며 저 허공에 무엇을 그릴 수 있나
세상은 뜬구름이요 물거품인 것을 무엇을 이루었고, 무엇을 잃었다 하리
세상은 고해바다, 피안의 언덕 올라가야지
세월은 허무해 빈 가슴 보게나 세상은 무상해 빈 가슴 보게나
호상好喪
육십 세에 저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
육천세六千歲까지 살다가 육백년까지 혼자 응얼거려 본다
나에게로 달려오는 파도 모래 끝자락에서 사라지네
욕심없는 세상 언제 가도 호상好喪이다
저승길
산길 강길 따라 먼 길 달려왔네
목천 노인 요양원 의식은 미약하고
육체는 마른 북어처럼 움직임이 없어라
들숨날숨 힘겹게 구천고개 넘어가네
문 앞에 저승사자 어서 가자 재촉하고
저승길이 멀다더니 대문 앞이 저승일세
인생이란 허무한 것을
동쪽으로 오는 길 저 해는 자꾸만 서쪽으로 가는구나
수호신
뛰는 가슴 달래며 설레이는 마음으로 당신 곁으로 달려가네 말없이 먼 바다 바라보는 당신의 두 눈에서 차가운 눈물만 흐르네 기나긴 세월 깊고깊은 캄캄한 바다 속 용을 타고 나온 따스한 미소 우아한 모습 밤에는 별빛이 지켜주고 낮에는 거북이가 노래 부르네 잊으려고 돌아섰지만 그리워서 돌아서지 못하네 멀리 있다고 눈물 흘리지 말아요 멀리 있다고 슬퍼하지 말아요 아! 당신은 남화산 수호신 당신은 바다의 수호신 당신은 용수보살입니다 비바람에 위태로운 촛불 하나 밝힙니다
미美 1
용모가 아름다운 것을 미라고 하지 않는다
의복을 화려하게 입은 것을 미라고 하지 않는다
육체가 보기 좋다고 미는 아니다
말을 잘 한다고 미는 아니다
재주와 지식이 있다고 미라 하지 않는다
정신이 올바른 것을 가지고 미라고 말하는 것이다
옛 절터
관음리1) 옛 절터 폐허 속 3층 석탑
자비로운 미소 그 손길 땅 속에 묻은 지 오랜 세월
내 작은 원력과 힘으로는 큰 불사를 일으켜 세울 수 없어라
눈물이 흐르고 흐르네 마음이 아프고 아프네
미련 남아 뒤돌아 보면 왜 이리도 마음속 허전할까
허. 허. 허. 텅 빈 가슴 속에 눈물만 가득 담아 가는구나
------------------------------ 강릉시
감옥監獄
지금, 슬픈 내 모습 눈물 참으며 바라보네
작은 의자에 반가사유보살 불편하게 앉아 있네
합장하고 바라보며 나의 길 묻고, 나와 갈길 묻네
반가사유보살 나를 알기에 슬픔이 더욱 크네 흐르는 눈물 뒤로 하고 돌아서 보네
박 물 관 반가사유보살님 천년 감옥에 갖혀 있네
노인老人
동자야 동자야 창량산 동자야
가마솥에 누룽지 가져가는 노인네 못 보았니
힐끔 보며 손짓하네 말없이 따라 오르니
언덕 위에 작은집 아무도 없는 텅 빈집1)
해는 지는데 언제 오시려나
동자는 빈솥 아궁이에 불을 지피네.
------------------------------ 적멸보궁
나는
저 하늘 떠도는 외로운 구름, 끝없는 바다 방황하는 배船이어라
깊은 밤 고독한 등대燈臺, 홀로 반짝이는 샛별星이어라
가까이 하고 싶지만 아직도 너무 멀리 있어 내 마음 아프게 하여라
자비의 품속에 안기지 못해도 님의 모습 그냥 바라 보면
둥지 속 어미품에 안긴 새처럼 끝없는 행복 속에 나는 잠이 들어라
슬프고 괴로워도 님의 모습 그냥 바라 보면 영원한 즐거움에 나는 깊은 잠이 들어라 원각 행담의 시세계
불가적 명상을 통한 여여한 초탈의 세계 ― 무명에 빛을 비추어주는 선이 굵은 힐링의 선시禪詩
김 진 광 시인, 문학평론가
1. 들어가기
원각행담 시인을 만난 것은 여러 해 전, 삼척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두타문학회(두타시낭송은 2018년 4월 현재 343회로 우리나라 최장수 시낭송회의 하나)에 그가 들어오면서부터이다. 이따금 그가 머무는 삼척 궁촌 영은사에 시인들을 초대해서 두타시낭송회를 개최했다. 절의 인근에 있는, 예전에 우리나라 큰 스님의 한 분인 탄허 스님이 토굴에서 머물던 곳에 행담 주지스님이 산불로 소실된 것을 복원한 일소굴一笑窟을 구경하였다. 행담 시인이 탄허 큰 스님을 기리며 명상과 서예와 선화, 시를 통해 수행하는 한적한 곳이었다. 행담 시인은 성품이 활달하고 시원시원하였는데, 그의 시도 성품처럼 복잡하고 기교적이기 보다 투박하고 담백하며 직관적直觀的이고 선이 굵은 불교적 사유를 통한 고요, 묵언, 사회정화의 선시禪詩를 주로 빚어내고 있다. 그의 대표적 선시禪詩의 하나인 「一笑窟」은 첫시집 『소리없는 소리』에 실린 시다. ‘연꽃이 작은 절 받드는, 인법의 이치를 깨닫는, 인법당 계곡물이 부처님 마음처럼 모든 강을 받아주는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고요한 산사에서 탄허 큰 스님의 길을 따라 수행하고자 하는 불심이 담긴 화엄의 세계를 잘 표현한 좋은 시이다.
소나무 길 얼마나 올랐던가 연꽃 봉오리 작은 절 받들고 계곡 물 흘러 먼 바다로 들어간다네 인법당에 앉아 정에 들면 하늘 문 열려 무지개 다리 놓네 ― 「일소굴」 전문
행담 시인은 성품이 활달하고 활동적이라서 사회활동에도 앞장서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삼척경찰서 경승단장(실장), 삼척불교사암연합회 회장, 삼척이사부장군 위령제 집행위원장, 삼척시 불우이웃돕기 참여 등에서 매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시평이나 시집평은 많이 쓴 편이지만, 행담 시인의 시집 해설을 쓴다는 것은 부담이 된다. 불교적 사유를 통한 선시들 속에 녹아 있는 경전經典을 이해하여야 작품 또한 제대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이 근래에 찬불동요, 찬불가, 찬불합창 노랫말 창작을 부탁받고 작업을 하느라 불교 경전 요약, 불교용어, 불교 이야기를 접하게 된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된다. 그래도 행담 시인에 비하면 발끝에 겨우 가 닿을 것이다. 이번 제2시집에 실린 시 내용은 명상을 통한 묵언과 고요의 세계, 불가적 사유를 통한 깨달음과 치유의 시, 부처와 보살 찬양과 경전 내용의 시, 자연과 가족과 친구와 당신(임, 어머니, 부처)를 서정적으로 노래한 시 등이다. 함께 살펴볼 본 글의 주제는 「불가적佛家的 명상冥想을 통한 여여餘餘한 초탈超脫의 세계」로, 명상을 통한 묵언黙言과 고요의 세계, 불가적 사유을 통한 깨달음과 치유의 시세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되도록 필자의 시 이론이나 시 해설은 간략히 줄이고, 그의 작품이 꽃피어 있는 선시禪詩의 정원庭園을 독자들과 함께 거닐며 소개하고 안내하고자 한다.
2. 명상冥想을 통한 묵언黙言과 고요의 세계
명상冥想이란?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을 뜻한다. ‘비파사나’는 고타마 붓다께서 깨달음으로 가는 수많은 수행법의 근본을 일컬은 명상법이다. 그 방법은 스스로의 내면을 무심하게 바라보는 것이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본다'의 개념과는 다르다. 집중해서 바라보며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듯 아무 생각 없이 지켜보기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명상법의 기본이자 핵심이며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고 한다. 또한 이것은 여러 가지 현상을 관찰하는 직관명상법을 말한다. 산스크리트 비파샤나Vipasyana를 음역한 말로, 의역하여 관觀·능견能見·정견正見·관찰觀察이라고도 한다. 마음을 한 가지 대상에 집중하여 평화를 얻기보다는 여러 현상들을 관조함으로써 통찰력을 얻는 수행법을 말한다. 묵언默言이란? 말없이 잠자코 있음을 뜻한다. 묵언수행默言修行이란? 불교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하는 참선. 말을 함으로써 짓는 온갖 죄업을 짓지 않고 스스로의 마음을 정화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 묵언 수행은 말은 적게 하되 신중하게 하고, 들을 때는 진심으로 두 배는 더 듣는 수행을 말한다. 묵언 수행은 쓸데없는 말을 줄이고, 자기 내면의 세계를 보기 위함이고, 이를 통해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다. 행담 시인이 명상을 통해 얻은 불교적 철학이 내재된 묵언의 시세계와 고요의 시세계를 찾아 감상해 보고자 한다.
봄 햇살 받으며 툇마루에 앉아 저기 오는 고양이의 검은 그림자를 보네 내게도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왜 잊고 있었을까 내 주변을 찾아보니 그림자도 두리번 거린다 일어나 걸으면 소리없이 뒤따라오고 옆으로 걷기도 하고 앞서서 걷기도 하네 노랑나비가 날아와도 검은 나비가 되어 날아오고 까치가 날아가면 까마귀가 되어 날아가네 영은도량靈隱道量 소망所望의 탑塔 탑돌이 하는 그림자 지는 해 따라가고 방안까지 따라온 내 그림자 이부자리에 누워 불燈을 끄면 내 몸은 점점 그림자와 하나 되어 고요 속으로…… ― 「그림자」 전문
나의 시름 덜어주는/ 이 아름다운 연못 하얀, 빨강, 노랑 눈부신 꽃빛깔/ 그 고운 빛깔 아, 온갖 새들의 소리 장삼자락 나비춤 추듯/ 선녀들이 춤을 추네. 꽃향기 새소리 즐거워라/ 온 세상이 즐거워라 ― 「세상이 즐거워라」 전문
먼 골짜기에서 고라니가/ 괴롭게 울어대고// 저 아래 집에서/ 개가 사납게 짖어대네./ 먼 곳이 요란해도// 해우소에 앉아서/ 근심 걱정 풀고 있네 ― 「해우소」 전문
위에서 소개한 3편의 시는 행담 시인이 현재 주지로 머물고 있는 삼척 영은사靈隱寺를 배경으로 쓴 지역성locality 관련 시로, 명상을 통한 묵언과 고요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림자」는 그림자의 실체를 정견正見하고 그림자와 내가 합일合一 하는 그의 대표 시의 하나이다. 시인은 봄 햇살을 받으며 툇마루에 앉아 명상을 하다가, 고양이의 그림자를 보고 내게도 살아온 그림자가 있다는 걸 떠 올린다. 나를 따라 그림자가 움직이고, 소리없이 따라오고, 앞서 걷기도 한다. 그리고 명상 속에서 ‘노랑나비가 날아와도 검은 나비가 되어 날아오고/ 까치가 날아가면 까마귀가 되어 날아가네’라는 보석을 캐낸다. 탑돌이 하던 중생의 그림자들 지는 해 따라가고, 이불 덮고 누워 불을 끄면 내 몸은 점점 검은 그림자와 하나 되어 고요 속으로 들어간다. 봄 햇살, 고양이, 나비, 까치, 그림자가 상징어symbol로 등장하는 절간의 고요 속에 얻은 그의 수행의 철학이 내재된 좋은 선시이다. 삶에서 통속적으로 즐거운 것은 경제적인, 돈을 통한 먹고 입고 놀고 하는 행위이다. 그런데 위의 시 「세상이 즐거워라」에서 시인은 영은사에 있는 작은 연못과 연못가에 피어난 꽃들과 새들을 보고 즐거워하고 있다. 그리고 꽃과 어울려 날아다니는 나비를 ‘장삼자락 나비춤 추듯/ 선녀들이 춤을 추네’로 환치시키고 있다. 나비를 선녀로 보니, 세상이 선녀가 춤추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이 우리들 마음속에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닌가? 그래 그가 살아가는 세상을 즐거움으로, 온 세상을 즐거움의 세상으로 바라본다. 자연과 합일合一, 물아일체物我一體, 물심일여物心一如의경지가 아닌가. 이와 같은 맥락의 시로 휘파람새와 딱따구리소리, 벚꽃 만개한 산사의 주변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하이고 쯧. 쯧. 쯧/ 그 누가 이 맛을 알겠는가? (「새벽 빛」)끝부분’ 시도 있다. 시인이 머무는 영은사 우측 구석에 옛날식 해우소가 하나 있다. 필자도 그곳에서 볼 일을 보고, 시를 한 편 쓴 기억이 있다. 아마도 ‘볼 일을 보고 집에 와서 누우니, 툭 하고 내가 세상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는 내용의 시였던 것 같다. 시 「해우소」는 해우소에 앉으니, ‘먼 골짜기에서 고라니가/ 괴롭게 울어대고// 저 아래 집에서/ 개가 사납게 짖어대네// 먼 곳이 요란해도’ 행담은 편안하게 앉아서 볼일을 보며, 몸에 든 잡념과 고통과 번뇌를 풀고 있다. 이 시는 멀리 들리는 중생의 세계 시끄러움 속에서도 절 속의 고요, 수행이 먹고 배설하는 일에도 이루어지는 것을 보여주는 간결하면서도 대조의 의미가 담긴 잠언시箴言詩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시로 가축이나 산새들 소리가 있는 산사의 고요한 서경을 노래한 시 두어 편을 감상해보자.
높은 산 넘고 넘어 긴 강江 길途 따라 당도하니 동쪽에서 왔건만은 서쪽 아닌 동쪽이네 도화桃花꽃 십리十里나 피어 있고 신선神仙이 머무는 흥령사에서 여정이 피곤해서인지 저 달이 기울도록 잠이 들었네. 꼬끼오, 늙은 닭 울음소리 오늘 하루 늦게 시작하네. 아침 해 뜨니 조공 드시라고 저 멀리 목탁소리 들려오네 ― 「새벽 닭소리」 전문
「새벽 닭소리」는 행담 시인이 이번에 내는 시집 제목으로 생각하고 있는 시의 하나로, 고요 속에 잠자는 고요를 깨우는, 산사의 서정시 한 폭을 보는 듯한, 의미와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진 공감각적 이미지image가 돋보이는 그의 대표작의 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산 넘고 장강長江 건너 당도한 흥령사는 복숭아꽃이 십리에 걸쳐 피어 있고, 그래 신선이 머물만 한 곳이다. 동쪽에서 먼길 왔지만 아직 동쪽이다. 불자의 수행길은 멀고 끝없음을 암시한다. 걸어온 길이 멀고 피곤해 달이 기울도록 잠이 들었는데, 어디서 하루 시작을 알리는 늙은 닭울음소리가 난다. 시 「도량석」도 시적자아가 도량석 하러 가는 길에 먼저 도량석 하는 딲다구리와 일체감을 주는 동화identity 현상을 볼 수 있다. ‘딱, 딱, 딱,/ 또르르 또르르’ 딱따구리소리를 목탁소리로 보고 의인화한 시적 발상이 신선하다. 시를 감상해 보자. ‘깊은 잠 와선臥禪에서/ 시계보다 먼저 깨어나// 법당에 촛불 켜고/ 천리향 올리니// 고요한 적막은 사라지고// 언제나 환한 얼굴/ 한결같은 밝은 미소// 즐거운 마음으로/ 목탁 들고 문밖을 나서는데// 딱, 딱, 딱,/ 또르르 또르르// 허허, 고 녀석 딱따구리/ 내가 도량석 하기 전에/ 네가 먼저 하는구나(「도량석」)전문’ 그 외에도 ‘빗소리를 배경’으로 한, 빗소리를 목탁소리로 본 고요의 시로는 ‘삼경 종소리보다/ 더욱 커진 빗소리는/ 목탁소리 되어/ 마음 속 깊이 잠든/ 관세음을 깨운다.(「염불 하다가」)일부’ 등의 시가 있다.
높은 산줄기 휘돌아/ 깊은 계곡 따라 흐르는/ 장강長江의 물길은/ 어디로 흐르는가// 인경人憬의 울림 따라/ 하늘 바람 흔들며/ 소리 내는 풍경소리/ 눈감은 물고기// 탑가에 앉아 선잠 깨우고/ 연못에 한가로이 뜬 달은/ 영겁의 삶과 죽음을 위해// 달빛이 오네 / 달빛이……/ 달빛이 소멸되어 지네 ― 「인시寅時의 달빛」
활 활 타다가 떨어진 빛 바랜 낙엽 그 자리 그 곳에 아……! 백골白骨 만이 고요한데 그대! 천년千年의 꿈 꾸는가? ― 「낙엽이 되어 본다」 전문
다섯 …….
넷, 점점 더 깊은 고요 속으로
셋, 점점 편안하고 깊은 휴식 속으로
둘, 너와 나 모든 경계境界가 끊어진 곳
하나 ……. ― 「수심修心·2」 전문
위에 소개한 3편의 시들은 자연인 달빛과 낙엽, 사람의 마음 닦기를 소재로 하여 시로 형상화 한 고요와 관련된 작품이다. 인시寅時는 십이 시의 셋째 시로 오전 3시부터 5시까지를 말하며, 이십사 시로는 다섯째 시 오전 3시 반부터 4시 반까지에 해당된다. 위에 소개한 「인시寅時의 달빛」은 동이 터기 전에 달빛을 소재로 한 시로, ‘장강長江의 물길은/ 어디로 흐르는가’는 우리의 긴 삶이 더 넓은 세상, 하늘로 이어짐을 뜻하지 않겠는가. 산사의 처마끝 풍경소리 들으며 눈 감은 물고기는 불교이야기에 나오는 고기인가, 극히 긴 세월과 영원한 세월을 뜻하는 영겁의 삶과 죽음을 위해 오던 달빛도 새벽에 밀리어 소멸되는, 새벽이 오기 전의 산사山寺의 고요와 사념이 없이 맑은 마음 정화淨化를 형상화한 시다. 「낙엽이 되어 본다」는 낙엽을 인생에 비유한 시로, 활활 뜨거운 삶을 살다가, 나이 들어 힘도 권력도 명예도 돈도 모두 내려놓은 그 자리, 백골(죽음)로 고요한데, 그대는 미래의 천년의 어떤 꿈을 꾸는가를 묻는다. 시인이 자연인 낙엽이 되어 명상과 묵언수행으로 삶을 바라보는 고요와 정화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다. 「수심修心·2」는 그가 쓰는 기존의 시의 형태들과 다르다. 명상이나 묵언으로 몸을 닦는 수행의 세계를, 카운터 다운을 하듯 수사를 앞에 넣어, 더 깊은 경지의 세계로 들어간다. 점점 더 깊은 고요 속으로 → 점점 편안하고 깊은 휴식 속으로 → 너와 나 모든 경계境界가 끊어진 곳(너와 나의 합일, 물아일체)의 경지에 닿는 선시禪詩이다. 외에도 고요 관련 작품은 「빈 산 속」, 「수심·1」, 「봄 소식」, 「산사람」, 「낮달이 떠 있네」 등이다.
3. 불가적佛家的 사유思惟를 통한 치유healing의 세계
불가적佛家的이란? 어떤 일을 불교의 가치관으로 생각하거나,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사유思惟란?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또는 개념·구성·판단·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적인 작용. 즉 사고思考를 말한다. 여기서는 불교적인 사유를 통해 쓴 작품 중에, ‘깨달음의 시’, ‘독자들 마음의 치유healing에 도움이 되는 선시’들을 나주어서 살펴보며 감상해 보고자 한다. 먼저 깨달음의 선시禪詩를 살펴보자.
건강한 몸身(四大)이 무너지네
그대 영혼靈魂은 어디에 있는가
빈 집貧家은 다른 사람이 살 수도 있지만
죽死은 육체身에는 다른 영혼이 못 산다네 ― 「사대四大」 전문
성내는 마음은 돌에 새긴/ 글씨처럼 지우기 어렵고// 사랑하는 마음은 물 위에 쓴/ 글씨처럼 흔적없이 사라지네// 어찌할꼬, 쯧 쯧 쯧 ― 「사랑도 성냄도 버려라」 일부
무엇을 위하여 그리도/ 욕심貪을 내며 악착齷齪 같이 사는지// 부귀영화富貴榮華 부질없어/ 모든 게 허망虛妄하네// 다 놓아 놓고/ 마음心 자리 어서 찾아보게나// 가지마라, 가지마라 해도/ 육도윤회六道輪廻에 빠져버리네 ― 「무상無常」 일부
세상은 먼지/ 육체는 티끌// 세상은 아집/ 육체는 고집// 세상은 환상/ 육체는 몽환// 세상은 무상/ 육체는 허공// 세상은 지진/ 육체는 불꽃// 세상은 해일/ 육체는 풍랑// 세상은 신기루/ 육체는 오아시스//
아아,/ 하루살이 보다 짧은 인생/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질 뿐 ― 「꿈속」 전문
어둠 속 빛/ 살짝 보이는/ 보살의 미소
말없이/ 온 도량에 설법은 가득 차고
들은 바 없어도/ 다 보고 다 아는/ 나그네여
지옥地獄이네/ 극락極樂이네
허공虛空처럼/ 본래 없는 것本來無一物
너와 나/ 분별심分別心이 사라진 그 자리
그 곳이 지상낙원이네 ― 「지상낙원地上樂園」 전문
위의 시 「사대四大」에서 사대四大는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땅·물·불·바람 네 가지 요소로 사람의 몸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이르는 말이며, 몸에 병들면 부귀도 영화도 모두 허사다. 육체가 죽으면 마음인 영혼靈魂도 사라진다. 그래 빈집은 다른 사람이 들어가 살아도, 죽은 육체에는 다른 영혼이 못 산다는 깨달음의 잠언시箴言詩이다. 「사랑도 성냄도 버려라」에서 시인은 집지키는 개는 너무 사나워서 사랑하기 어렵고, 산에 사는 사슴은 도망가서 사랑하기 어렵다고 한다. 또한 성내는 마음은 뜨거운 불덩이와 독사와 같고, 사랑하는 마음은 번갯불처럼 지나가고 태워버린 재와 같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도 성냄도 버리고 살라고 한다.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리라. 그런 것을 못 버리고 사는 중생들을 보고 그는 ‘하이고, 쯧. 쯧. 쯧’하고 안타까워 한다. 「무상無常」에서 가지마라 해도 젊음靑春은 가고, 오지마라 해도 늙음老은 오고, 인생 칠팔십이라도 잠과 병든 날, 아프고 괴로웠던 날을 제하면 삼사십도 못산 인생인데, 왜 그렇게 용심과 악착같이 사는가? ‘다 놓아 놓고/ 마음心 자리 어서 찾아보게나’ 한다. 「꿈속」에서는 사람이 사는 세상과 그 속에서 사는 육체를 은유metaphor와 대조법을 통하여 시의 행태를 나열하여 간결하게 의미를 이미지화한 시이다. 세상과 육체는 모두 꿈속과 같다는 잠언시箴言詩라고 볼 수 있겠다. 시인은 말한다. ‘아아,/ 하루살이 보다 짧은 인생/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질 뿐’이라고. 장자는 자신이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꿈이 현실인가, 아니면 현실이 꿈인가, 결국 어느 쪽에든 현실은 하나의 꿈에 지나지 않는구나! 라는 장자의 깨달음에 비교되는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지상낙원地上樂園」에서는 인간사 어둠 속에서 살짝 관음과 지장보살의 미소가 보이고, 그들은 말이 없이도 온 도량에 설법은 가득 차고, 들은 바 없어도 다 보고 다 아는 나그네(마음자리)다. ‘지옥과 극락은/ 허공처럼 본래 없는 것本來無一物’이 아닌가, 지상낙원이란? ‘너와 나,/ 분별심分別心이 사라진 그 자리// 그 곳이 지상낙원 이네’라고 말하는 명상과 묵언 수행을 통한 깨달음의 시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작품 「천당과 지옥」은, 비행기를 타고 손오공처럼 날며 천당과 지옥은 어느 곳에 있는가, ‘마음이 편하면 극락이요/ 괴로우면 지옥이지// 어찌할꼬, 쯧 쯧 쯧/ 편하다는 마음/ 괴롭다는 마음/ 허공처럼 텅 비어 본래 없어라’라고 역설적paradox 깨달음 시로 형상화 하였다.
빈 통 하나/ 그 빈 통에/ 쌀을 넣으면/ 쌀통/ 김치를 넣으면/ 김치통/ 물을 넣으면/ 물통/ 꿀을 넣으면/ 꿀통/ 쓰레기를 채우면……// 그대들은/ 빈 통에/ 그 무엇을 넣으려는가/ 그 무엇을 채우려는가// 넣지도 채우지도 말고/ 통 채로 버려라 ― 「통 채로 버려라」 전문
선도 행行하지 마라/ 악도 행行하지 마라/ 중도中道의 길로 나아가라//
선도 업業이요/ 악도 업業이니라/ 중도中道의 길로 나아가라//
열차가 종착역終着驛에 도착 하듯이 걸림없는 중도의 길로 나아가면 마침내 대大 자유自由의 역에 도착하네 어찌할꼬, 쯧 쯧 쯧 본래 오고 감이 없어라 ― 「중도中道의 길」 일부
한 몸에서 두 마음이 일어나네 좋은 것, 나쁜 것 이 두 마음이 어디에서 일어나는가
생각하지 마라 한 생각도 일으키지 마라 ― 「산다는 것」 일부
눈으로 색色을 탐하지 않고/ 귀耳로 추한소리를 듣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코로는 좋은 향기만을 좇지 말고/ 입으로는 맛있는 음식만 탐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손으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탐내지 말고/ 입으로 다른 사람의 악담을/ 하지 않는 것이 아름아움이다// 몸의 아름다운 것에 집착하지 말고/ 마음속에 악惡한 일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아름다움이다// 가난한 이웃을 돕거나/ 삼보三寶 전에 보시普施를 행하여/ 복福을 얻는 것이/ 큰 아름다움이다 ― 「아름다움이란」 전문
위에서 소개한 4편의 시는 불가적 사유를 통한 독자와 중생을 위한 치유healing의 시이다. 「통 채로 버려라」에서는 빈 통 하나에 어떤 사물을 넣으면 그 사물의 이름을 앞에 붙인 통이 된다는 걸 깨닫게 한다. ‘그대들은/ 빈 통에/ 그 무엇을 넣으려는가/ 그 무엇을 채우려는가’하고 욕망을 묻는다. 그리고 ‘넣지도 채우지도 말고/ 통 채로 버려라’라고 한다. 욕심을 담는 빈 통 자체를 버리라고 한다. 그러면, 그대의 마음이 힐링되어 편안하고 행복하리라. 시 「중도中道의 길」에서 중도中道란? 유有나 공空에 치우치지 않는 절대 진실의 도리, 고락의 양편을 떠난 올바른 행법行法을 말한다. 시인은 중도가 아닌 선악의 길도 가지마라 한다. 걸림이 없는 중도의 길로 나아가면 마침내 대 자유의 역에 도착한단다. 그리고는 ‘어찌할꼬, 쯧 쯧 쯧’ 본래 오고 감도 없다‘는 역설적 표현으로 끝맺는다. 그렇게 사는 게 불자들은 마음에 치유healing가 되고, 시적자아 자신도 그렇게 살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현실은 어떤가? 새가 두 날개가 있어야 하늘을 잘 날아갈 수 있는데, 서로 한 쪽만 고집하니,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잘 날아 가겠는가, 그런 바램도 담긴 시라고 할 수 있다. 「산다는 것」에서는 삶이란 무엇인지, 조금 기분이 좋으면 하늘을 날 듯 기쁘고, 조금 우울하고 괴로우면 세상을 다 잃은 듯 몸부림 치는데, 우리들 한 몸에서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일어나는 것이 아닌가. 따라서 ‘생각하지 마라, 한 생각도 일으키지 마라’고 한다. 모든 오욕 칠정은 마음에서 일어난다. 마음에 얽매여 살지 말고 자유롭게 살라는 치유healing의 시이다. 「아름다움이란」에서는 불교세계에서의 아름다움을 열거하였다. 눈으로, 귀로, 입으로, 손으로, 몸에서, 마음속에서 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법을 깨닫게 해주고, 실행하도록 권유하는 힐링의 시이다. 끝연에서 ‘가난한 이웃을 돕거나/ 삼보三寶 전에 보시普施를 행하여/ 복福을 얻는 것이’ 큰 아름다움이라고 마음을 아름답게 치유하는 법을 시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행담 시인의 시에 「좋은 날이 올거야」가 있다. 이 시는 세상살이 하다보면 근심걱정, 몸에 병듬, 궂은 날, 억울함, 욕심, 고생이 없을 수 있나 잘 이겨내면 즐거움과 행복이 온다는 내용의 불가적 휠링healing 시이다.
4. 나가면서
「불가적佛家的 명상冥想을 통한 여여餘餘한 초탈超脫의 세계」라는 테마로, 명상을 통한 묵언黙言 과 고요의 세계, 불가적 사유를 통한 깨달음과 치유healing의 시세계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번 제2시집에 실린 시 내용은 명상을 통한 묵언과 고요의 세계, 불가적 사유를 통한 깨달음과 치유의 시, 부처와 보살 찬양과 경전 내용의 시, 자연과 가족과 친구와 당신(임, 어머니, 부처)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시 등이다. 행담 시인의 시세계를 좀 더 알기 위에서는 앞에서 소주제를 달고 언급한 시 외의 시를 주제나 소재 별로 약간 언급해 보기로 한다. ‘시적자아와 서정의 세계를 표현한’ 많은 시가 있는데, 여기서는 먼저 당신(임, 어머니, 부처)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시를 살펴보기로 한다
당신의 미소 띤 얼굴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살며시 웃음 지어요
당신은 늘 모정의 자비로 비를 내리죠 대지의 초목처럼 촉촉이 사랑에 젖지요 그 땐 몰랐죠 당신의 사랑이 크다는 것을
붉은 입술 미소 띤 얼굴 나만이 간직할 사랑
당신이 해와 달이라면 나는 해바라기 달을 닮은 큰 박珀이어요 당신 때문에 나는 사랑에 빠졌어요 꿈속에서도 부르는 당신의 이름 ― 「당신의 이름」 전문
위에 소개한 「당신의 이름」은 이 시집에 실린 시 중에 당신(임, 어머니, 부처)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시의 대표적인 좋은 작품이다. 다른 시들과는 달리 임을 향한 시어의 서술어 어미 사용(~지어요, ~죠, ~이어요))이 부드럽고, 시의 분위기가 다른 시이다. 애인(어머니, 부처)의 미소 띤 얼굴 바라보면 나도 그렇고, 자비의 비로 나도 촉촉이 젖고, 당신이 해와 달이라면 나는 해바라기 달을 닮은 큰 박珀이 된다. 그래 그래서 당신을 향한 사랑에 시적자아는 빠지고 만다. 이와 맥락이 같은 ‘당신’을 소재로 한 시들이 몇 편 더 있다. 너무나 큰 당신이시여 나를 향해 슬픈 표정을 짓지 말아달라는 「슬픈 표정」, 기쁨과 슬픔의 추억이 있는 어머니 품 같은 「겨울 바다」, 어머니와 비슷한 이미지로 고향의 그리움을 노래한 「내 고향」, 헤어진 친구를 그리워 한 「친구 생각」, 헤어진 도반道伴에 대한 그리움을 시로 형상화 한 「헤어짐은 아픔인거야」 등이 임과 어머니와 부처와 그리고 고향 이미지를 표현한 시들이다. 불가적 이미지와 관련이 적은 시로, 늘 이편저편 갈라서 싸우는 정치인들과 사람들을 향해 쓴 소리로 꾸짖는 시도 몇 편 있다.
잘 되면 내 탓이요/ 안 되면 남을 탓하고/ 심지어는/ 조상님까지 들먹거린다./ 이 일하다가/ 안 되면/ “너 때문이야”/ 저 일하다가/ 안 되면/ “너 때문이야”/ 남을 탓하네./ 남이 조금 잘못하면/ 노발대발 화를 내고/ 자기 잘못은/ 남에게 미루며/ 이 날 저 날 회피하네./ 핑계 없는 무덤 없다지만/ 여당 야당 만들어 놓고/ 서로가 서로를 남의 탓을 하며/ “너 때문이야”/ 옥신각신 싸움만 하네/ 에라이, 경로당敬老堂 보다 못한 것들. ― 「너 때문이야」 전문
근래의 정치를 보면 백성과 나라를 위한 정치는 실종되고, 보수와 진보, 그에 따른 이권을 가진 이들, 지역 이기주의, 사회단체들이, 서로 너 때문이라고 싸움을 하고 있다. 그래서 승려 시인이 사회를 향해 시쳇말로 꾸짖는 통쾌하고 재미난 시이다. ‘에라이, 경로당敬老堂 보다 못한 것들’이라고. 외에 비슷한 맥락의 시들을 보면, 백인 황인 흑인 모두 같이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인데 무엇 때문에 서로 싸우고 반목하는가? 모두 자비慈悲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는 「모두가 똑같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인간의 자만과 오만으로 인해 일어난 경고라는 「지진地震」 등의 작품이 행담 시인이 사회를 향한 쓴 소리와 꾸짖는 시에 해당된다.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明명 亦역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無무 ― 「般若心經반야심경」 전문
위의 시 「般若心經반야심경」에서 ‘반야심경’은 아미타불의 왼쪽에서 불자들의 교화를 돕는 관세음보살이 나타나는 법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경전이다. 이 시를 읽노라니 목탁을 치며 독경을 외는 스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無무’라는 시각적으로 설치된 글자를 보며, 이 세상은 너와 나 사이에도 경계가 없고, 극락과 지옥도 허공처럼 없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도 없고, 어둠과 밝음이 있지만, 역시 없고, 모든 것이 무상하고 없다는 내 나름대로의 느낌으로 그냥 경전과 상관없이 시를 해석을 해본다. 경전, 부처님과 보살을 내용으로 하거나 찬양한 시들로, 부처님의 탄생을 찬양한 「탄생誕生」, 「백의白衣 관세음」, 「육바라밀」, 「낙산 관음」, 박물관 반가유보살상을 노래한 「감옥監獄」, 불교 이야기를 시로 형상화 한 「노인老人」 등의 시가 있다. 서두에 언급한 바와 같이 영은사 주지 스님 행담 시인은 절의 인근에 있는 큰 스님이신 탄허 스님이 토굴에서 머물던 곳에 산불로 소실된 것을 복원한 일소굴一笑窟에서 명상과 서예와 선화, 시를 통해 수행을 하고 있다. 행담 시인은 성품이 활달하고 시원시원한데, 그의 시도 성품처럼 복잡하고 기교적이기 보다 투박하고 담백하며 직관적直觀的이고 선이 굵은 불교적 사유를 통한 고요, 묵언, 사회 정화의 선시를 주로 빚어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성격을 담은 시가 불가적佛家的 선시禪詩로 이 땅에 우뚝 서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행담 시인의 이러한 시적 에스프리esprit가 불가와 중생을 치유healing하고 사랑하는데, 자연을 사랑하는데, 지역 봉사하는데, 변치 않는 동일성identity의 시도는 아마도 첫 시집과 제2시집에 이어 앞으로도 보석을 캐내듯 광맥을 찾아 더 깊숙이 파 들어가리라 예상을 해본다. 두 번째 시집 발간을 축하드리며, 끝으로 불교계에 빛나는 시인 한용운의 시를 생각나게 하는, 애인이기도 하고, 어머니이기도 하고, 부처님이기도 한 ‘임’을 노래한 시 「나는」을 함께 감상하며, 행담 시인의 작품집 시 여행을 마친다.
저 하늘 떠도는 외로운 구름雲, 끝없는 바다 방황하는 배船이어라.
깊은 밤 고독한 등대燈臺, 홀로 반짝이는 샛별星이어라.
가까이 하고 싶지만 아직 너무 멀리 있어 내 마음 아프게 하여라.
외롭고 고독하여도 자비의 품속 안길 수 없어 임의 모습 그냥 바라보면
둥지 속 어미 품에 안긴 새처럼 끝없는 행복 속에 나는 잠이 들어라
아직 슬프고 괴로워도 임의 모습 그냥 바라보면
영원한 즐거움의 세상에 나는 깊은 잠이 들어라 |
첫댓글 행담 스님, 두번째 시집 "성자의 메타포" 상재하심을 축원 드립니다..
바꾼 시집 제목 <<성자의 메타포>>도 좋아요. 제 2시집 발간을 다시 한 번^^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