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규 교수와 「해동신곡」
강해(腔海) 이상규 교수의 정년퇴임 출판을 축하하는 자리에 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평소에 제가 본 이상규 교수는 항시 오선지를 들고 다니는 모습이어서 이는 언제 어디서라도 금방 작곡을 할 수 있는 태세가 열정(passion)으로 보였습니다. 오늘 프로그램에 기록된 이상규교수의 활동은 아마 그가 타고난 열정의 일부분일 것입니다.
이상규 교수의 젓대 솜씨와 탁월한 작품에 관해서는 그의 회갑행사를 축하하는 출판물에 글로 남긴 바 있고 오늘 이 자리에서는 강해의 지휘와 저의 작품에 관해서 말하겠습니다.
이상규 교수와 저의 만남은 주로 작품을 통해서였습니다. 저의 「해동신곡」은 1979년 작품인데 이 작품을 1980년 제5회 대한민국음악제에서 공개초연한 지휘자가 바로 이상규 교수입니다. 당시의 저명한 평론가 이상만님은 “동료작곡가인 이상규의 작품해석에 있어서의 정성어린 자세는 재현의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고 [문예진흥](서울: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80년 11월호에 썼습니다. 여기서 “동료작곡가”라 함은 방금 사회자(김영운 교수)가 저를 동업자라고 소개함과 같음인데, 이 평문은 지휘자로서의 이상규 교수가 작품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단적으로 말해줍니다.
이상규 교수는 단지 지휘자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매사를 정성으로 대하는 이상규 교수를 보아왔습니다. 아마 열정의 다른 면인 정성은 강해의 인생관인 듯싶습니다. 정성은 주도면밀함이고 가슴 따뜻함입니다. 저는 이러한 이상규 교수의 지극한 정성을 2006년 국립국악관현악단 제40회 정기연주회 지휘에서 보았습니다. 이 연주회에서 이상규 교수의 「해동신곡」 지휘는 참으로 전무후무였습니다. 이처럼 이상규 교수는 한국음악사에 극명한 <이상규 사조>와 연주의 지평이 무엇인가를 남긴 한국의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이고도 충분합니다.
비록 이상규 교수가 제도적인 정년을 맞이하지만 그의 빛나는 음악사조와 지휘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의 바램은 부디 이상규 교수가 오래도록 건강하여 우리 나라 음악사에서 진취적인 한 축을 기록하는 일입니다. 오늘 강해 교수의 출판기념회를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이해식
2010. 3. 12. 한양대학교 H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