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Z100의 후계기종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바이크는 혼다의 태국 공장에서 생산되어 전세계로 공급되는 월드 글로벌 모델이다. 몸집은 작아도 바라보는 시야는 지구 규모다.
겉으로 보기엔 수퍼커브 엔진이지만 배기량은 125cc 풀 스펙이다. 가벼운 차체와 탐스런 토크 덕분에 4단 메뉴얼 미션으로 경쾌하게 잘 달려준다.
혼다의 최근 행보에는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 있다. 예전과는 달리 스펙 지상주의, 라이더만을 위한 바이크가 아닌, 보다 일반인들이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놀이 도구로서의 탈것을 연이어 개발해서 시중에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바이크란 것이 취미성이 강한 도구이니만큼 스테이터스 심볼로서의 고성능 & 고급 이미지는 확고히 유지하되, 예를 들어 레이스 현장에서 얻은 기술력을 보다 실생활에 유용하도록 피드백시키는 ‘실용적인 사고방식’이 어느 때보다도 돋보이는 것이다.
바이크 인구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세계적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시켜 이쪽 세계로 끌어들이는, 말하자면 바이크 타는 인구를 늘이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는 것을 혼다는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나 보다. 그런 관점에서 MSX125는 ‘일반인’과 ‘라이더’ 사이를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스포츠 마인드는 거물급
빵빵한 12인치 타이어로 강아한 인상을 풍기는 전후 휠 & 타이어. 대형 스포츠 바이크에나 채용되는 Y자 디자인 알루미늄 휠을 장착하고 있다. 전후에 각각 220mm/ 190mm 디스크 브레이크를 채용해서 아담한 차체 사이즈이면서도 본격적인 달리기 성능을 뒷받침해준다.
이MSX125. 실물을 눈앞에 두고 보면 문득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앙증맞은 디자인이나 아담한 차체 크기 때문인지 여느 때 같으면 뉴 모델 시승에 앞서서 느끼기 마련인 긴장감 따위는 전혀 들지 않고, 왠지 매우 반가운 기분이 드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친숙함이고 건방지게 말하면 ‘만만한’ 것이다. 시트 위에 걸터앉고 사이드 스탠드를 걷으면 이런 느낌은 더욱 강해지는데 두 발바닥이 완전히 땅에 닿는 발착지성이 그렇고, 정지 상태에서 차체를 좌우로 크게 기울여도 넉넉히 버틸 수 있는 무게감이 그렇다.
다만 시동을 걸면 그 인상은 사뭇 달라진다. 수평으로 누운 공랭 당기통 엔진의 생김새는 여태껏 많이 보아오던 수퍼커브 스타일의 것인데도 머플러를 통해 나오는 배기음은 다소 묵직한 중저음이 가미된 125cc의 것이기 때문이리라. 클러치를 끊고 기어를 넣으면 매우 정교하게 다듬어진 금속 부품이 치밀하게 맞물리는 고급스런 감각도 그렇다. 이른바 ‘싼 티’가 나지 않는 것이다. 클러치를 이어가면서 출발하는 순간부터 헬멧 속에서 또 한번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아이들링 부근부터 나오는 토크감이 이미 풍부하고, 매뉴얼 클러치로 인한 즉각적인 반응이 참신하고, 무엇보다도 차체 무게가 가벼운 데에서 오는 순발력 있는 가속감 덕분에 지금까지 품고 있던 ‘만만한 인상’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당황스런 상황이 무척이나 즐겁기 때문이다. 1단 기어는 2인승차 등을 고려해서 감속비가 다소 크지만, 2단부터 톱기어 4단까지는 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쭉쭉 속도가 붙는다.
꽤나 본격적인 주행 성능
수평 레이아웃의 엔진에 따라 프레임은 철제 모노백본 방식을 채용한다. 프론트 서스펜션은 광폭 타이어에 맞춰 31mm 도립 포크, 리어에는 가볍고 심플한 모노 댐퍼를 장착하고 있다.
수동 리턴식 미션은 4단까지 밖에 없지만 힘이 좋고 가벼워서 시승 중에 불만을 느끼는 일은 없었다. 참고로 1단에서 레드존이 시작되는 8,000rpm 부근까지를 기준으로 가속하면 40km/h, 2단 60km/h, 3단이면 90km/h까지 커버하는 꾸준한 토크 특성이 좋다. 4단 기어로는 110km/h 정도가 나오는데 연비를 중시한 감속비 세팅이다. 시내에서는 2~3단만 있으면 거의 모든 상황에서 대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레드존까지 방방 돌려도 전혀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 반가운데, 잔 진동이 없는 엔진의 정숙성이나 깔끔하게 소음된 머플러 배기음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차체 강성이 상당히 높아서 엔진의 성능을 넉넉히 받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안심감이 크다. 휠베이스 1200mm에 앞뒤에는 12인치 소구경 휠을 장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km/h를 넘는 크루징 속도에서도 불안한 낌새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불안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안정감이 무척 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어설픈 17인치 풀사이즈 바이크 저리가라 수준이다.
액정 디지털로 표시되는 속도계를 중심으로 바 그래프 방식 회전계, 연료계, 주행거리, 시계 등 다양한 정보를 표시해 준다.
안심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전후의 서스펜션의 듬직한 작동감. 웬만한 하중을 걸어서는 꿈쩍도 안 하는 높은 강성이 좋다. 주행 중에 핸들을 난폭하게 조작하면 아무래도 차체가 민감하게 흔들리는 움직임이 나오지만, 그런 쓸데없는 장난을 쳐야 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기본적인 주법에만 집중하고 있으면 된다. 서초동 편집부에서 용인의 자택까지 왕복 60km를 출퇴근에 써보았지만, 라이딩 포지션이나 동력 성능을 포함해서 이런 미니 바이크에게 흔히 있을 법한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인상이 없다는 점도 좋았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전후 브레이크 성능이다. 타이어의 그립력, 서스펜션의 감쇠력, 차체 강성 등이 균형이 잘 잡혀 있는데다가 제동력 차체도 강력하고 다루기가 쉬워서 무척이나 안심이 된다. 125cc 엔진을 풀 스로틀로 방방 돌릴 수 있는 것도, 레드 존을 유지하며 고속으로 쏠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빵빵하고 강인한 인상을 더 해주는 컴바인드 프로젝터 헤드라이트. 푸르스름한 빛깔이 고급스럽다. 리어는 시인성과 디자인을 고려한 LED 테일 램프를 채용한다 .
이 앙증맞고도 당찬 녀석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면은 역시 혼잡한 도심의 도로 위다. 가볍고 아담한 차체 덕분에 막히는 차량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가 참으로 편리하다. 웬만한 틈새만 있으면 빠져 나갈 수가 있고, 다소의 단차가 있어서 아무 일 없다는 식으로 주파할 수 있다. 상체가 다소곳이 일어서 있는 자세라 시야도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도 언제 어디서든 부담 없이 선뜻 올라탈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반갑다.
겉보기에는 작지만 실제 주행 성능은 꽤나 알짜배기 부자인 MSX125. 매뉴얼 바이크 입문용으로는 물론 패션 아이템, 시내 커뮤터, 출퇴근 익스프레스, 익스트림 스포츠 도구 등 용도를 가리지 않는 넉넉한 수비범위 덕분에 선택은 언제나 우리들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