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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식으로 만들어져 공개되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일약 차세대 한국영화를 이끌어갈 기대주로 떠오른 류승완 감독의 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가 9월 17일 그 촬영 현장을 공개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문 여성 버디 무비로 매작품마다 완벽한 연기 변신을 선보이고 있는 전도연과 7년만에 다시 스크린에 돌아온 이혜영 콤비로 더욱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택시운전을 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전직 금고털이 경선과 라운드 걸 출신으로 가수 지망생인 수진. 이 두 여성이 서로를 알게 되면서 투견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음모를 다루는 <피도 눈물도 없이>는 마초들의 세상에 둘러싸인 두 여성의 고생을 담게 되고,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를 가리켜 펄프느와르하고 명명하며 야심차게 자신의 첫 주류영화 진입을 준비 중이다. 지난 7월 3일 촬영에 들어가 이미 70% 가까이 촬영을 마친 <피도 눈물도 없이>는 양수리 제 1스튜디오에 마련된 세트장에서 후반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공개된 세트는 이 영화의 핵심 배경인 투견장과 사무실. 폐선내부의 공간으로 영화 제목 <피도 눈물도 없이>에 걸맞게 차갑고 음습한 느낌의 근사한 세트장이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 주말 투견장면을 찍은 후에 이후 투견장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들의 촬영이 이어지고 있었다. 평소 농담과 웃기는 이야기를 잘 하던 류승완 감독은 일사분란하게 촬영장을 진행하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시 액션 영화의 열혈매니아답게 이소룡 티셔츠를 입고 현장을 지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촬영을 맡은 최영환 감독은 이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부터 류승완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사이로 인터넷 영화 <다찌마와 LEE>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공동작업이다. 그덕분인지 촬영현장에서 두 사람은 별다른 이야기없이 눈빛만으로 모든 것이 통하는 사이처럼 보였고, 짧은 컷의 촬영이 계속 이어져 조명과 카메라 세팅이 계속해서 변하는 와중에서도 속도감있게 한 컷 한 컷을 마치며 빠른 작업 진행 상황을 보여주었다. 선글라스라는 별명으로 통하는 수진 역의 전도연은 색다른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몸에 딱 붙은 가죽의상과 독특한 헤어 스타일, 거기에 별명에 걸맞는 검은색 선글라스로 무장한 전도연은 지난 주말 촬영 때 날카로운 투견장의 철망에 손가락을 다쳐 7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예의 활달한 모습으로 스탭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촬영장 분위기를 이끌고 있었고, 7년만에 영화로 돌아온 이혜영 역시 예전의 카리스마를 그대로 간직한 채였다. 두 사람과 더불어 투견장의 보스 독불 역의 정재영 역시 진지한 자세로 촬영에 임했다. 일반 영화의 두 배가 넘는 2천여컷으로 이루어지는 영화답게 아침부터 제작진들은 분주히 촬영에 임했다. 투견장을 구경하는 구경꾼들, 일명 흥분남과 광분녀들의 모습을 담기 위해 100여명에 달하는 보조출연자들이 동원되었고 이들의 모습과 더불어 투견장의 돈가방을 둘러싸고 두 주인공, 수진과 경선의 모습을 담기 위한 촬영이 진행되었다. 특히 수진과 경선이 서로 돈가방을 맨 채 엇갈려 지나는 장면이 이날 촬영의 하이라이트로 서로 다른 다양한 각도에서 초당 48프레임의 고속 촬영으로 이 장면의 촬영으로만 두 시간이 넘게 계속되었다. 류승완 감독의 첫 충무로 입성작이 될 <피도 눈물도 없이>는 좋은영화가 제작을 맡아 순제작비 총 20억 8천만원의 예산으로(6천5백만원이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약 30배에 달하는 예산!) 다음 달까지 촬영을 끝마친후 후반 작업을 거쳐 12월말 개봉, 올해 한국영화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