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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3일 18시 56분 21초
드디어 내 버킷리스트인 철인3종경기 킹코스를 마무리하였다.
비로소 철인 3종 경기 동호인들이 철인이라고 불러줄수 있는 진정한 철인이 된것이다.
기억은 기록을 이길수 없기에 내게 역사적 순간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수면 및 식사>
큰 대회를 앞두고 비교적 잘 잤다. 대회를 앞두고는 며칠전부터 잠을 설치고는 했는데 대회관록이 쌓여서 그런지 생각보다 잘잤다. 형님 두 분과 한 방을 써서 나는 모텔 바닥에서 이불을 깔고 잤는데 넓게 자서 좋았다. 점점 추워지는것 같아서 상하의를 긴팔로 갈아입고잤다. 11시에 자서 5시 26분에 일어났다. 쭉 잘자다가 3시쯤 한번깨고 5시정도부터는 눈만 감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개운한 느낌을 받았다.
3일전부터 의식적으로 물을 많이 마시고 탄수화물과 당류를 먹기싫어도 계속해서 먹었다. 전전날은 발령동기모임에서 대광어를 먹었는데 맛있었다. 전날 아침은 아내가 차려준 계란말이+밑반찬으로 먹고 점심은 짜파게티2개와 한섬만두 5개를 먹었다. 저녁은 현지에서 먹었는데 자전거 di2가 작동을 하지않아 신경쓰이고 낙지볶음의 양도 적고 맛도 그닥이라 1공기만 바드시 먹고 자봉이 구워주는 돼지고기 10조각과 컵라면1개 스윙칩 작은것 1봉지,바나나 2개, 콜라 뚱캔 1개를 먹었다. 충분한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도 일단 입에 넣었다. 경기 날 아침에는 김치찌개와 밑반찬으로 2공기를 먹었다. 숙소에 가서 바나나를 하나 더 먹었다. 배고파서 퍼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머피의 법칙... 철인은 하나다>
전날 밥을 먹으러 자전거를 탔는데 유바에 달린 Di2하나가 작동하지 않았다. 선의 문제인것으로 생각하고 선을 다시 꼈다뺐다해봤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멘붕이었다. 김성호바이크에 전화하였더니 배터리가 나갈때 일어나는 문제일수도 있다고 Di2충전기를 빌려서 쓰라고 했다. 밥맛이 뚝떨어진 상태에서 형님들께 Di2 충전기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내게만 이런일이 생긴다고 생각이 들었다. KTS에 Di2를 빌려달라는 글을 올리고 밥을 대충먹고 나가며 뒷테이블에 계신 분들도 철인같길래 혹시 있는지 하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빌려주신다고 한 분이 있었다. 마산철인 소속인 그분께 감사한다. 그분이 1시간뒤에 숙소에 간다고 하셔서 일단 우리 숙소로 갔다. 그분의 숙소와 우리 숙소와는 거리가 조금 있었는데 가로등이 하나도 없어서 굉장히 위험했다. 그래서 검차를 해주셨던 CEEPO에 부스에 가서 혹시 Di2충전기를 빌릴 수 있느냐 물었더니 판매용밖에 없다고 했다. 발걸음을 돌리려던 찰나 거기에서 검차해주시던 분이 '회장님 충전기 있으시지 않으세요?'라며 회장님의 차에서 di2 충전기를 찾아주셨다. 알고보니 철인1세대이신 방랑철인 최경수 철인님이었다. 최경수철인님께서 흔쾌히 빌려주셔서 충전을 시켰다. 충전은 됐지만 Di2는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의를 베풀어주신 분들 덕에 스트레스가 많이 풀렸다.
<대회 전 준비>
밥을 먹고왔는데 시간이 1시간 30분인가 남았다. 바꿈터의 위치를 보니 주로와 인접한 가장자리였다. 가장 깊숙한 선수와는 1분 넘게 차이 날수 있는 좋은 위치였다. 자전거를 거치하고 짐을 챙겨서 가져다놓고 배열하려했는데 머리속에서 정리가 잘 안됐다. 언제쯤이면 익숙해질까.. 그 전날 최경수철인님께 빌린 di2충전기를 돌려드리려 결승점에 갔다오려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추울것 같아서 CEEPO사장님이 그분을 잘 안다고 하셔서 대신 전해주신다고 하여 드렸다.
대회 전 나는 뭘 어찌할지를 잘 모른다. 설레임인지 두려움인지에 우왕좌왕한다. 다만 경기중에 화장실을 가지 않으려 부단히 경기전에 화장실을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다른 선수들이 사진찍고 얘기를 할때 나는 해안도로를 3분정도 달리며 몸을 풀고 화장실을 1번가고 노상방뇨를 2번이나 했다.
<수영-1:27:57>
수영은 목표가 1시간 30분이었다. 형님들은 1시간 20분정도만 나온다고 하시지만 나는 가장 자신감이 없는 종목이 수영인지라 1시간 30분 안에만 나왔으면 하고 높게 잡은 기록이다. 수온은 21도정도로 자운대 수영장과 비슷했다. 물속에서 30~50cm정도만 보일만큼 물속은 탁하였다. 바닷물이라 엄청 짰다.
가장 많은 이미지트레이닝을 한 수영은 들어가자마자 바로 폼이 무너진게 느껴졌다. 팔이 안보이니 물을 잡아 밑으로 쭉내리지 못하고 물을 다흘리며 옆으로 뺐다. 또 45도 각도로 살짝 호흡하려했지만 파도가 넘실거려 고개를 팍팍 돌리지않으면 호흡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깨를 앞으로 밀려고 했지만 앞에 다른 선수가 있어서 할 수 없었다. 또 고개를 살짝 돌리면 옆에 있는 선수가 내 얼굴을 쳐서 물을 먹는 경우도 있었다. 또 흙탕물인 바닷물을 10번은 넘게 마신것 같다. 다른 선수가 계속 내 물안경을 쳐서 눈이 너무 아팠다. 당황했지만 방향을 최대한 직선으로 가려고 노력했다.
큰맘먹고 산 로카물안경은 들어가자마자 바닷물이 조금 들어왔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수영을 하다보니 내 눈안으로 다 들어갔는지 없어졌다. 그 이후로도 다른 선수들이 칠때나 고개를 획돌릴때 물안경에 물이 들어왔다.
수영이 어려웠으나 그나마 다행인것은 승준이형이 빌려주신 민소매 수트가 편했고 생각보다 거리가 금방 짧아진것이었다.
3600m지점에서 허벅지 뒤에 쥐가 났다. 당황했지만 바로 줄에 붙어서 쥐를 푼 뒤 다리에 힘을 최대한 빼고 수영을 했더니 괜찮아졌다.
몸상태와 페이스가 생각보다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 전날 미진누나가 굴에 긁혀 발바닥과 손바닥 치료를 받았기에 나오면서 최대한 끝까지 수영하여 찔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바꿈터1-6:47>
중위권으로 나왔다고 생각을 했는데 세종철인에서 2~3등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바다에 노상방뇨를 하며 크림단팥빵을 먹고 커피를 마셨다. 그후 보급을 뒷주머니에 잔뜩 넣어놓은 경기복을 입었다. 보급을 넣어놓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안넣어놨더라면 30초는 더 흘렀으리라..
미리 계획한대로 수트를 벗고 수건으로 물을 닦았는데 물이 빨리 안닦여서 양말과 신발을 늦게 신었다. 바닷물을 10모금이나 마셔서 속이 안좋았지만 아미노바이탈을 먹었다. 약으로 버틴 대회였다. 팔토시까지 하니 6분이 넘게 지났다. 심지어 용일이형이 3분안에 나가야한다고 했는데 2배가 지났다. 조금 조급해졌다. 자전거 장갑과 마스크는 채 하지도 못한채 나갈수 밖에 없었다.
<자전거-5:38:27>
Di2 U바가 고장이 나서 힘든 경기를 예상하였는데 역시나 불편한 경기를 하였다. 신속한 기어변동을 하지못하여 코스와 앞사람의 움직임을 예상하고 케이던스를 올리는 것으로 대체하였다.
강연이형님에게 자전거를 잠시 잡아달라고 부탁하고 최대한 빨리 나가려했다. 하지만 출발지점에서 다리가 풀렸는지 클릿이 안껴져서 10초정도 애먹었다. 자전거를 타며 보니 내 앞에는 용일,비룡형님이 자전거를 타고있었다. 반바퀴정도 차이나는것같아서 두 형님만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편안하게 타자. 시속 32정도로만 타자라고 계속 되내었다. 드래프팅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질러가길 여러번 했다.
굉장히 예쁜 해안도로였다. 호선형으로 생긴 전형적인 해안가였다. 거기에 일부 구간에서는 파도가 거세어 도로까지 넘어와 다른 선수에게 물을 튀겨서 굉장히 낭만적이었다. 4바퀴정도는 경치를 감상하면서 여유있게 갔다.
바람이 정말 세게 불었다. 방향이 10초단위로 계속 바뀌는 측풍때문에 유바를 잡을수가 없었다. 그런 바람에 타는건 처음인지라 굉장히 어려웠다. 바퀴가 밀리고 몸이 밀려서 중심을 잃고 기우뚱기우뚱하였다. 내 앞에 있는 다른 선수들도 사정이 같아보였다. 12바퀴중 첫 바퀴는 최대한 안전하게 타기위해 노력하였다.
2바퀴째 23.46키로지점에서 나는 낙차했다. 원인을 복기해보면 1. 앞에 쭉 직선주로였기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2. 약 커브여서 U바를 잡고있었다. 3. 갑자기 돌풍이 불어 휘청거리다 넘어졌다. 그간 돌풍은 내 몸을 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 바람은 바퀴를 누군가 발로 차듯 혹은 반대에서 바퀴를 끌어당기듯 바람이 거셌다. 넘어질때 다행히도 내 뒤와 맞은 편에 사람이 없어서 2차사고는 나지않았다. 지나가는 선수들이 괜찮냐고 물어보며 지나갔고 나도 바로 괜찮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아픈 곳이 없었다. 한 10초쯤 앉아있다가 바로 일어나서 보니 자전거는 반대편주로에 가있고 물통은 2개가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바로 챙겨서 자전거를 타며 그제서야 몸을 보았다. 무릎 밑에 까졌고 왼쪽 엄지손톱이 마모가 되어 갈렸다. 또 어깨부분 경기복이 찢어지고 손도 까졌다. 바로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출발했다.
그나마 그정도라고 생각하며 타고있는데 피가 흐르는지 조금 쓰라리다가 별생각이 없어졌다. 부상보다 바람이 굉장히 거슬렸다.
그후로 아는 사람을 만날때마다 나의 낙차사실을 알리며 조심히 타라고 했다. 3바퀴정도 탔는데 내 앞에 있던 비룡이형이 멈춰있었다. 문제가 생긴듯해서 여쭈어봤는데 바람소리에 안들려서 세종철인자봉에게 비룡이형 문제생겼다고 외쳐주고 계속 경기를 했다. 인지상정으로 같이 해결해줬어야 했는데 나의 욕심으로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다행히 대식,강연형님이 나서 해결된듯 했다.
자전거를 타며 먹고 또 먹었다. 매 30키로마다 켈로그 라이스 크리스피바 초코맛, 포스트 밀크바, 코오롱 파워젤을 계속 먹었다. 입에 수분이 다 말라붙어 힘들었지만 달리기할때 퍼질것같아서 입에 넣었다. 또 매 60키로마다 아미노바이탈을 먹었다. 60키로 지점에서 아미노바이탈을 먹는데 작은아빠가 하나 달라고하셔서 하나 드렸는데 나중에 그 하나를 안먹어서 퍼질까봐 걱정됐다.
바와 젤은 먹기가 편했는데 아미노바이탈은 달리는 와중에 먹기가 너무 힘들었다. 사실 내려서 먹고 가는게 안전하지만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물은 젤,바를 먹고 나서 입가심으로만 먹었다. 물통을 3개 준비했는데 중간에 약내리막에 도로보수를 해놓은데를 지나가며 하나가 빠져버렸다. 엎어졌을때도 주워온 물통이었는데...라고 생각하며 엎어졌을때만큼이나 아쉬웠다. 물통이 날아갔을때도 물을 먹는 속도로 봤을때 물이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3바퀴를 남기고부터 물이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바퀴를 남기고 바꿈터 맞은 편에 있는 자봉이 주는 500ml 생수를 받아서 두번에 다 마셨다.
동호인 철인3종경기대회는 드래프팅을 금지한다. 부끄럽게도 난 드래프팅을 했다. 처음 3바퀴는 독주를 했다. 진정한 철인이 되기위해서는 독주를 해야한다고 생각을 했기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붙어서 가는게 속도도 더 나고 편한것도 알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독주를 하는 선수들은 10%도 되지않았고 오토바이가 지나가면서도 제지하지않았다. 그러고 나니 나도 드래프팅을 했다. 여기저기 붙어가며 속도를 맞는 그룹을 찾아 2번정도 길게 드래프팅했다. 초반에 강했던 돌풍도 조금은 가라앉아 예측할수 있는 수준이어서 드래프팅하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 유투브에서 자전거 선수들이 선두를 돌아가며 서며 팩을 형성하듯 3~10명이 팩을 형성했다. 그중에 끄는 사람은 나포함 3명정도여서 2~3바퀴남기고서는 2km도 채 못채우고 선두를 바꿔야 했다. 팩에서 탈출하고싶어서 치고나가시는 분들이 많았고 계속 따라나섰으나 반환점이나 급커브 구간에서 병목현상을 일으켜서 결국 기차가 되고야 말았다.
왜 산에 오르십니까?라는 물음에 엄홍길대장이 한 말 : 산이 거기있어 오른다.
나도 길이 있어서 달린다는 생각으로 속도계와 코스만 보고 달렸던 것 같다. 즈위프트를 타며 항상 몇키로나 남았는지 시간은 얼마나 남았는지 버티듯 운동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재밌게 자전거를 탔다. 강도가 약해서 그런지 힘들다는 생각을 평소보다 덜 했다.
타다보니 120~150키로구간이 정신적으로 제일 힘들었던것 같다. 내가 이걸 왜 하고있나 싶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끝이 보여서 힘을 냈다.
자봉을 보며 2바퀴 남았어요 1바퀴 남았어요 하는게 낙이었다. 자전거를 타며 상위권이 된듯하여 마지막 바퀴에는 주자가 있는지 보며 뛰었다. 자전거가 3~4키로 남은 지점에서 1등선수가 달리고 있었다. 고관절이 아팠지만 끝까지 타고 들어왔다.
<바꿈터2-5:43>
자전거를 타고들어오며 세어보니 뛰는 주자가 7명정도 되는것 같길래 목표를 수정했다. 기존에 12under, 등수는 상관없다에서 12under는 할것같은데.. 등수를 조금만 앞당겨볼까?로 바꿨다. 들어오자마자 방뇨를 하며 어떤 신발과 옷차림을 해야할지 생각했다. 주변 형님들께 쿠션화를 신어야하는지 레이싱화를 신어야하는지 물어봤을때 처음에 쿠션화를 신고 뛰다가 나중에 레이싱화로 바꿔 신으라고 하셔서 모두 준비했는데 과감히 레이싱화를 선택했다.서서 신발을 신으려 하는데 쥐가 났다. 놀라서 앉아서 신었다. 신발을 다 신었는데 철인복을 그대로 입고 하면 풀마를 뛰는데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신발을 다시 벗고 상하의를 다 갈아입고 나갔다. 보급을 원래 들고뛸 계획이었는데 상의를 SRT싱글렛,하의를 아식스 바지로 갈아입어서 넣을곳이 없어서 자봉에게 주고 받아먹으면서 뛰어야겠다고 판단했다. 러닝나가는 곳이 자전거 나가는곳 반대편이라 짧은 거리지만 자전거거치대 사이로 뚫고 갔다.
<달리기-3:37:12>
결승점쪽에 있는 반환점(이하 1반환점)으로 달려가는데 아내가 걸어오고 있었다. 힘이 났다.
근전환이 잘되었는지 10키로까지 4분50초~5분/1km 페이스로 뛰었다. 3키로까지는 호흡이 가빠져서 숨을 깊게 쉬려고 노력했다. SRT에서 훈련할때도 초반에 숨이 쉽게 가빠지다 괜찮아져서 두렵진 않았다. 최대한 편안히 뛰려고 했는데 속도가 높아서 스스로도 의아했다. 힘을 들여서 뛰지 않는데 이렇게 속도가 빠르다니... SRT에서 빡세게 훈련한것이 효과가 있는듯하여 뿌듯하면서도 끝까지 퍼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또 레이싱화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였다. 첫번째 바퀴 반환점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셌다. 그사람들을 세면 내가 몇등인지 대충 알수 있겠다 싶었다. 내가 판단하기로는 시작할때는 15등정도였고 반환점을 돌때는 10등정도였다.
도로가 구불구불하고 산이 있어서 그늘진 곳이 있었다.
10월의 낮은 더워서 그늘을 최대한 이용하여 뛰려고 했다. 또 코스에 곡선이 많아 최단거리로 가려고 노력을 했다.
보급을 원래 내가 하려고 했으나 계획이 바뀌어서 사전에 협의없이 자봉에게 던져주며 꺼내달라고 하였다.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욕심에 눈이 돌아간 상태였다... 죄송합니다. 세종철인자봉선배님들... 보급을 던져주고 물,아미노바이탈,바를 달라고 했다. 하지만 사전협의도 없었고 북을 치며 응원을 하고 계셨기에 1전환점에 갔다왔을때 화이팅만 외쳐주셨다. 멘탈이 나갔지만 2반환점을 돌아오며 받으면된다고 생각하고 갔다오면 물,아미노바이탈,바 주세요 하고 열심히 달려갔다왔다. 그런데 또 화이팅만 외쳐주시는게 아닌가... 그래서 더 언성을 높여 물,아미노바이탈,젤 주세요 하고 이야기했다. 자봉분들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상황을 설명할 힘과 여유가 없었다. 13키로정도 뛰었을때 처음 보급을 받았다. 태욱이형만 뛰면서 먹으라고 하시고 자봉분들이 먹고가~이러셨는데 욕심이 앞서서 뛰면서 먹었다. 아미노바이탈이 제대로 안까져서 조금씩 구멍을 내어서 먹었다. 먹고갈걸...생각이 들었다. 그이후에는 배가 고프지않아서 씹어야하는 바를 포기하고 1바퀴마다 젤과 아미노 바이탈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내내 500ml 물을 4번쯤 받아마셨다. 화장실을 가야할까 걱정했지만 일단 목을 축이는게 필요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엄청나게 먹어놓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16~20키로지점에서 허벅지뒷근육이 간질간질하고 뻣뻣해지는게 느껴졌다. 힘은 계속 드는데 속도가 계속 떨어졌다. 2바퀴를 거의 다 돌았을쯤 쉬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걸었다뛰어도 12언더하지않을까?하며 스스로 합리화를 시작했다. 중간에 걸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걸어서 망친 대회경험이 있었기에 차라리 쉬었다가 다시 뛰기로 했다. 걸으면 스스로 너무 후회가 남을것 같았다.
아무도 없는데서 쉬느니 자봉까지 가서 스트레칭하면서 보급도 먹고 파스를 뿌리고 쉬고 싶었다. 버티고 자봉에게 가서 다리스트레칭을 하며 젤과 아미노바이탈을 먹었다. 스트레칭을 하는 다리에 대식형님이 파스를 뿌려주셨다. 강연형님이 진통제줄까?라고 해서 계획에 없던 진통제를 먹었다. 한 3분30초정도 케어받고 다시 뛰었다. 포기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해놓은게 아까워 일단 뛰었다. 뛰다보니 또 괜찮았다. 스트레칭+파스로 단기적인 효과를 보고 진통제로 장기적인 효과를 본 것 같았다. 2반환점을 돌고오는데 또 속도가 괜찮아져서 남은 레이스 페이스를 계획했다. 15~10키로 남을부분에 5분15초,10~5키로 남은 부분에 5분10초, 5~0키로 남은 부분에 5분 5초에 들어오자고 생각했다. 3회전을 다 돌고 넘어갈때 지은누나가 이번엔 뭐줄까?라고 물으셔서 이번엔 괜찮아요라고 하자마자 배가 고팠다. 또 허벅지가 아프기시작했다. 단 한바퀴만 참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못참겠어서 1전환점에서 물을 받아들고 뛰고싶지않아서 화장실에 들어갔다. 다시 케어를 받으러 자봉을 향해가고있었는데 아내가 결승선방향을 향해 가고있었다. 그래서 결승선에서 날 기다리는 아내를 위해 더 빨리들어와야겠더고 생각했다. 자봉에게 파스와 진통제를 더 달라고하고 젤을 하나먹었다.
시간이 이상하게 금방 지나 석양을 볼수 있었다. 간조가 되어 물이 빠졌던 해안에도 물이 다시 차고있었다. 거의 다 끝났다. 어떤 철인클럽에서는 고기를 구워 고기드시고 가시라며 응원했지만 난 먹을 수 없었다. 따뜻한 국물 먹고가라는 클럽도 들릴수 없었다. 빨리 끝내고 편안하게 먹고싶었다. 마지막 힘을 짜내고 싶어서 천안호서철인을 지나며 포도당캔디를 하나 얻어먹었다. 미리 말한 것이 아니라 반환점을 돌아오며 먹으려 했는데 뛰어서 붙어주셔서 바로 먹을수 있었다. 반환점에서 물을 얻어 반이상 마셨다.
시간을 대충 보아하니 11언더도 가능해보였다. 그때부터 욕심내기 시작했다. 가민시계상 11시간 3분~5분이 나올것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민GPS가 부정확하긴 하니까 끝까지 뛰어본다면 11언더를 할 수도 있다는 희망감에 뛰었다. 날이 점점 더 어두워져 헤드랜턴을 끼고 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눈뽕되어 더 안보여지는 시점에서는 바로 앞사람들도 분간을 할 수 없었다. 이번 코너만 돌면 될까? 저기까지인가? 생각이 들었다. 지친것이다. 바꿈터 앞에 있는 섬이 나오길 기다리며 계속 뛰었다. 속도는 왔다갔다했다. 다리가 아프진않았지만 빨리 속도를 낼수 없었다. 자봉위치를 지나며 속도를 더욱 올리며 시계를 봤는데 거리는 42.195와 차이가 많이 났다. 거리가 짧구나 싶어 11언더를 할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아내가 자봉위치에 있었다. 결승선에 있을줄 알았는데.. 당황스러웠다. 나를 따라 뛰다 아내는 결국 못따라오고 혼자 결승점을 향해 들어갔다. 성해형이 했던 말중 결승선에 조금 늦게 들어가도 사진에 잘나와야한다고 옷매무새를 다듬고 가야한다는 말이 생각나서 나름 관리를 하고 들어갔다.
<시상식>
결승점을 통과한 후 내가 2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포디엄에 올라야한다고 조금 기다리라고 했다.
태어나서 운동으로 상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특히나 어렸을때부터 운동을 잘못했던 나로써는 신기한 경험이다. 20대부가 나밖에 신청하지 않아서 완주만 하면 20대부 1위로 포디엄에 오를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전체 3등으로 포디엄에 올라가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본부장님이 연대별 시상은 안한다고 해서 전체 3등 못했으면 포디엄에 못 올라갈 뻔 했다.
10분 넘게 기다렸는데 3위가 들어오지 않아서 운영진측에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포디움에 올라야하는 사람이 씻고 밥먹으러 갔다는게 아닌가.. 황당했다. 그러면서 나보고도 씻고 오라고했다. 젖산이 조금만 쌓여서 몸을 움직일수는 있었지만 빨리 시상식을 하고 쉬고싶었다. 급한 마음에 아내를 걸어오게하고 나는 자전거를 타고가서 물품을 다 챙기고 빨리 씻고 컵라면과 닭죽으로 대충 때우고 결승점으로 다시 갔다. 박기섭 본부장님께 도착했다고 알렸는데 1,3위가 안왔다고 했다. 본부장님이 최종기록 1~3등을 들고 있길래 사진을 찍으려 보여달라고 했는데 내가 2위가 아닌 3위가 되어있었다. 결승선에 들어오면서 1위로 왔던 사람이 센서상 1바퀴를 덜돌아서 다시 돌러가서 내가 2위라고 들었는데 1위가 휴대폰을 들고와 뛴 거리를 보여주어 인정해주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어찌됐든 센서로 판단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었는데 1위분의 입장과 개인적으로 대회를 열어주신 본부장님의 입장을 생각하여 말하지 않았다.
빨리 시상식을 했으면 좋겠을 뿐이었다. 그러나 수상자들이 오지를 않아 계속 기다렸다. 세종철인들이 하나둘 결승선을 넘었고 계속 사진을 찍어주며 시간을 보냈다. 2위가 된 철인분이 본부장에게 항의하며 숙소에 갔다온다고 하여 그럼 또 기다려야한다고 내가 말리는 와중에 1위분이 왔고 시상식이 열렸다. 결국 시상식은 결승선을 넘은 후 2시간 30분 뒤에나 열렸다. 땀에 절여진 개인이 하는 대회여서 인원부족으로 체계적이지 못했던게 아쉽다.
<아내>
아내를 처음 만났을때 내 취미는 운동이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취미에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아내는 그런 나를 좋아했다. 하지만 1년쯤 지난후부터 나는 철인3종에 관심을 보였고 SRT에 가입하여 운동을 1주일에 3~6번씩은 했다. 아내는 당연스레 내게 불만을 가졌다. 출전대회를 1년에 2개로 제한하는 등 운동을 줄이라는 압박을 주었지만 나는 운동을 줄일수 없었다. 유일하게 다투는 소재가 운동양이었다. 아내에게 미안했다.
하지만 아내는 날 항상 응원해주었다. 대회전 날이나 대회 아침에는 맛있는 요리도 해주고 여건이 된다면 대회에도 따라오는등 나를 북돋아주었다. 내가 아내라면 내가 싫을텐데 결정적일때는 나를 지지해주는 모습이 예쁘다. 이번 대회에도 일부러 남해까지 와주고 날 조금이나마 더 재우려 운전을 해주는 아내 덕분에 큰 어려움없이 일상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아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싶다.
<자봉>
주인공은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다.이 글의 가장 마지막에 자봉을 적는 이유이다.
자봉은 대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대회에서도 그랬지만 킹코스에서는 빛이났다.
자봉분들은 정말 대단하다. 선수보다 더 대단한게 자봉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뛰지도 않으면서 철인3종에대한 열정과 팀원에 대한 따뜻한 마음으로 귀중한 주말을 반납하시고 봉사해주셨다. 운전,요리,사진,응원,팀닥터,보급 외에도 경기전,중,후에 관련한 모든 곳에서 활약해주셨다.
세종철인 단톡방에서 나온 표현을 인용하자면 세종철인 자봉은 '요리 사진 응원 팀닥터 등 세분화된 최고의 자봉팀'이었다.
거기에 '힘이 고갈 될 즈음 나타난 북소리'가 힘을 보태주었다.
'자봉팀에서 만들어주신 완주와 포디엄'이다. 특히 달리기에서 두 번 퍼졌을때 파스와 진통제가 없었으면 못 뛰었을 것이다. 4등과 7분 30초 차이니까 자봉이 없었으면 3등을 못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한바퀴 돌아올때 자봉에게 한바퀴씩 줄어드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 더 힘을 낼 수 있었다. 사회초년생에 속하는 나로서는 어디가서 뭐라도 해야하는 위치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철선배님들께서 넓은 아량으로 날 챙겨주셔서 더 열심히 하게 되었다.
다음에 대회에 자봉으로 따라가 은혜를 갚고 싶다.
첫댓글 변성현 철인 진심 축하축하~~^^
항상 열심히 훈련하고 생활하는 모습이 멋집니다. 지난번 세종대회때는 학생들과 함께 멋진 응원해줘서 감동이였는데..
이번에도 멋진 감동 후기로 훈훈하게 만드네요.
아내 사랑도 멋찌고...
나도 열심히 해서 내년엔 꼭 킹코스 도전할테니 많은 가르침 부탁해요 ㅎㅎ
성현철인 홧띵!
고생했다 11언더 부럽다ㅋㅋ
긴박했던 현장을 글에 잘 담느냐고 고생했어
내년에 남해대회 가고 싶어지는걸 ㅎ
포디엄에 올라가 멋지게 세종철인19호 된거 축하하고
빨리 회복해서 춘마 준비도 잘해^^
축하해요. 변쌤.
첫 킹코스 출전에 대단하네.
쭉 즐기면서 잘 하길 바라네,
성현아 후기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가는데 그동안 준비해온 과정과 대회당일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너무잘 보여서 내내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진심으로 축하해 믓찌다!!
후기도 멋지게 남겼네 막내!~ 뿌듯하다 내가 앞으로도 더더 발전하길~~
성현이 넘 멋지다^^. 열심히 훈련한 과정이 있었기에 훌륭한 결과가 나온 듯 하다. 후기도 참 세심하게 잘 썼다. 후기를 읽는 내내 다시 경기를 하는 듯한 묘한 감정이 들더구나. 운동도 아내사랑도 교편생활도 최고가 되어 늘 포디엄에서 지내길 빌어 본다. 성현아~~ 축하해^^
축하한다...그리고 기록 부럽다...회복 잘 하고 계속 행복해라 성현아~
첫 킹코스와 입상 두마리 토끼(?) 잡은 것 축하해! 하와이 가야지~^^
성현씨 첫킹코스에 입상까지 넘 축하해요~!!! 후기도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