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제1권
대반열반경_1. 수명품(壽命品)①
세존께서 곧 열반에 드실 것을 말씀하시다/
중생/ 큰 제자/ 비구/ 비구니/ 우바세/ 우바이/ 여러 족속과 염부제의 왕/ 대신과 장자/ 왕과 후궁/ 천녀/ 용왕/ 귀신/ 축생/ 신선/ 천신/ 사천왕과 석제환인/ 마왕 파순/ 대자재천왕/
[세존께서 곧 열반에 드실 것을 말씀하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구시나국(拘尸那國) 기운 센 장사들이 난 곳, 아리라발제(阿利羅跋提) 강가에 있는 사라쌍수(娑羅雙樹) 사이에 계셨다.
세존(世尊)께서는 앞뒤로 둘러싼 큰 비구 80억 백천 인과 함께하셨는데,
2월 15일 열반에 드실 때였다.
부처님께서 신통한 힘으로 큰 소리를 내시니,
그 소리가 유정천(有頂天)에까지 두루 가득 차고,
중생들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음성으로 널리 외치셨다.
“오늘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이신,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중생을 감싸고 도우시며,
중생을 외아들 라후라(羅睺羅)처럼 평등하게 보시고,
중생을 위하여 귀의할 곳이 되어 주며 집이 되어 오신,
대각(大覺) 세존께서 곧 열반에 들려 하신다.
모든 중생들은 의심나는 데가 있거든 지금 모두 물어라.
이번이 마지막 물음이 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 이른 새벽녘에 입으로부터 가지가지 광명을 놓으시니,
그 밝은 빛은 여러 빛깔로 푸르고 붉고 흰 빛과 파리(頗璃)빛, 마노(馬瑙)빛이었다.
그 광명은 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비추며 나아가 시방세계도 이와 같았는데,
그 속에 있는 여섯 갈래의 중생으로서 이 광명을 만난 이는 죄업과 번뇌가 모두 사라졌다.
[중생]
모든 중생들이 이것을 보고 듣고 크게 걱정하고 근심하여 한꺼번에 소리를 높여 슬피 울부짖으며,
“아아, 자애로우신 아버지시여, 애통하고 안타깝습니다” 하면서,
손을 들어 머리를 쥐어박기도 하고 가슴을 치며 크게 외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온몸을 떨며 눈물짓고 흐느끼기도 하였다.
그때 땅과 산과 바다가 모두 진동하였는데, 중생들은 서로서로 말하였다.
“너무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고 어서 빨리 구시성 기운 센 장사들이 난 곳으로 함께 가서 부처님께 머리 숙여 예배하고, 열반에 드시지 말고 한 겁 동안이나, 아니면 한 겁이 조금 모자라는 동안만이라도 이 세상에 좀 더 머물러 주시기를 청해 봅시다.”
그리고 서로 손을 잡고 이런 말도 하였다.
“세상이 텅 비고 중생들의 복이 다하여 착하지 못한 많은 업이 더욱 자라 세상에 나타날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어서 갑시다. 여래께서 오래잖아 열반에 드실 모양이오.”
다시 또 이런 말도 하였다.
“세상이 텅 비었소. 세상이 텅 비었소. 이제는 우리들을 구호(救護)해 줄 이도 없고 우러러 받들 어른도 없으니 빈궁하고 외로울 것이오.
만일 부처님께서 멀리 떠나시면 설령 의심나는 데가 있다 한들 다시 누구에게 묻겠소?”
[큰 제자]
그때 셀 수 없이 많은 큰 제자들이 있었으니 존자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ㆍ존자 박구라(薄俱羅)ㆍ존자 우파난타(優波難陀)였다.
이 같은 여러 큰 비구들로서 부처님 광명을 만난 이는 그 몸이 떨리다가 크게 흔들리며, 스스로 걷잡지 못하고 마음이 답답하여 소리를 내어 부르짖는 등 이런 여러 가지 고민을 일으키기도 했다.
[비구]
거기 또 80백천(百千) 비구들이 있었는데, 모두 아라한(阿羅漢)으로서 마음이 자재해고 할일을 이미 마쳤으며, 모든 번뇌를 다 여의고 모든 근(根)을 조복(調伏)하였으며, 큰 용왕처럼 엄청난 위덕(威德)이 있었다.
또 공한 이치를 아는 지혜를 이룩하여 저절로 이익을 얻었으므로, 전단나무 숲에 전단이 둘러선 듯이, 사자왕을 사자들이 둘러 있듯이 이렇게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으므로 그들은 모두 다 부처님의 진정한 아들들이었다.
그들은 이른 아침 해가 뜰 무렵 제각기 자신들이 있는 곳을 떠나서 양치질을 하려다가 부처님의 광명을 만나 서로 말하였다.
“여러분, 세수를 빨리 합시다.”
그렇게 말을 하자마자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전신에 피가 번져 파라사(波羅奢)꽃과 같았다.
또한 눈물이 눈에 넘쳐 큰 고통을 일으키면서도, 중생들을 이익되고 편안케 하기 위하여 대승(大乘)의 제일가는 공한 행[第一空行]을 성취하고, 여래의 방편(方便)인 비밀스런 가르침[密敎]을 드러내어 가지가지 설법을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또 모든 중생을 위하여 조복하려는 인연으로 부처님 계신 데 빨리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비구니]
그때 또 구타라(狗陀羅) 여인과 선현(善賢) 비구니와 우파난타(優波難陀) 비구니와 해의(海意) 비구니가 60억 비구니들과 함께 있었다.
그들도 모두 큰 아라한들로서 모든 누(漏)가 이미 다하여 마음이 자재해지고 할 일을 이미 마쳤으며 모든 번뇌를 다 여의고 모든 근(根)을 조복하였으며, 큰 용왕처럼 엄청난 위덕이 있고, 공한 이치를 아는 지혜를 이룩한 이들이었다.
그들도 역시 이른 아침 해가 뜨려 할 무렵에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전신에 피가 번져 파라사꽃과 같았다.
눈에 눈물이 넘쳐 큰 고통을 일으키면서도 중생들을 이익 되고 편안케 하기 위하여 대승의 제일가는 공한 행을 성취하고 여래의 방편인 비밀스런 가르침을 드러내었다. 가지가지 설법을 끊어지지 않게 하고 모든 중생을 조복하려는 인연으로 부처님 계신 데 빨리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비구니 대중 가운데 다시 또 많은 비구니들이 있었으니, 모두 보살로서 사람들 중에 용(龍)이었다.
지위는 10지(地)에 이르고 편안히 있어 움직이지 않으면서도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여자 몸으로 태어나 항상 4무량심(無量心)을 닦아 모으니 자재한 힘을 얻어 부처님으로 화현할 수 있었다.
[보살마하살]
그때 또 1항하(恒河)의 모래처럼 많은 보살마하살이 있었는데 사람들 중의 용이었다. 지위는 10지(地)에 이르렀고 흔들림 없는 데 편안히 머물렀지만 방편으로 몸을 나타낸 이들이었다.
그 이름은 해덕(海德)보살ㆍ무진의(無盡意)보살들인데, 이런 보살마하살들이 우두머리였다.
그들은 모두 마음으로 대승을 존중하며 대승에 편안히 머물며 대승을 깊이 이해하며 대승을 좋아하며 대승을 잘 수호하며 온갖 세간을 잘 따르면서 늘 이런 서원을 세워 말했다.
“모든 제도를 얻지 못한 이들은 마땅히 제도를 얻게 하겠다.”
그들은 지나간 세상 무수한 겁 동안에 깨끗한 계법(戒法)을 닦고 행할 바를 잘 지켰으며 이해하지 못한 이를 이해하게 하고, 삼보의 씨를 계속하여 끊이지 않게 하였다.
또한 오는 세상에서 항상 법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큰 장엄으로써 스스로 장엄하여 이렇게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으며 중생들을 평등하게 보기를 외아들과 같이 하는 이들이었다.
그들도 역시 이른 새벽 해가 뜰 무렵 부처님의 광명을 만나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전신에 피가 번져 마치 파라사꽃과 같았다.
또한 눈에 눈물이 넘쳐 큰 고통을 느끼면서도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고 편안케 하기 위하여 대승의 제일가는 공한 행을 성취하고 여래의 방편인비밀스런 가르침을 드러내며, 가지가지 설법을 끊어지지 않게 하고 모든 중생을 조복하려는 인연으로 부처님 계신 데 빨리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며 백천 바퀴를 돌고서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우바세]
그때 또 2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우바새(優婆塞)들이 있었으니 5계를 받아 지니고 위의를 갖추었는데, 그 이름은 위덕무구칭왕(威德無垢稱王) 우바새ㆍ선덕(善德) 우바새들로서 그런 이들이 우두머리였다.
그들은 모든 대치(對治)하는 문을 관찰하기를 무척 즐겼다. 이른바 괴롭고 즐거운 것, 항상하고 무상한 것, 깨끗하고 더러운 것, 나란 것과 나 없는 것, 참되고 참되지 못한 것, 돌아가 의지할 데와 돌아가 의지할 데 아닌 것, 중생과 중생 아닌 것, 늘 있고 늘 있지 않은 것, 편안하고 편안하지 않은 것, 함이 있는 것과 함이 없는 것, 끊어지고 끊어지지 않는 것, 열반과 열반 아닌 것, 느는 것과 늘지 않는 것 등 언제나 이런 상대되는 법문을 살펴보기를 즐겨하였다.
또한 위없는 대승을 즐겨 들으려 하고 자기가 들은 것을 모두 남들에게 말하여 주며, 깨끗한 계행을 잘 가지고 대승을 목마른 듯 사모하여 스스로 만족하고 다시 다른 사모하는 이들을 만족시켜 주며, 위없는 지혜를 잘 거두어 가지고 대승을 사랑하며 대승을 수호하였다.
온갖 세간 사람을 잘 따르며,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하고 이해하지 못한 이를 이해시켜, 삼보의 종자를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며, 오는 세상에서 법의 수레를 운전하여 큰 장엄으로 자신을 장엄하였다.
마음으로는 항상 깨끗한 계행을 매우 좋아하여 이러한 공덕을 모두 성취하였고, 모든 중생들에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내어 평등하게 외아들같이 보는 이들이었다.
그들도 역시 이른 새벽 해가 뜰 무렵에 부처님의 몸을 화장(火葬)하기 위하여 사람마다 향나무 1만 속(束)을 가지고 왔으니, 전단과 침수향(沈水香)과 우두전단(牛頭栴檀)과 천목향(天木香) 등이었다.
이 나무들의 나뭇결과 붙어 있는 것들에는 모두 7보의 아름다운 광명이 있어 마치 여러 가지 채색으로 그린 듯 하였으며 부처님의 신력으로 이렇게 아름다운 푸른빛ㆍ누른빛ㆍ붉은빛ㆍ흰빛들이 있었는데 중생들이 보고 좋아하였다.
이러한 나무에 가지가지 향을 발랐으니 울금향(鬱金香)ㆍ침수향ㆍ교향(膠香) 등이었다.
또한 여러 가지 꽃을 흩어서 장엄하게 했으니 청련화ㆍ황련화ㆍ홍련화ㆍ백련화 등이었다. 모든 향나무 위에는 5색 깃발[幡]을 달았으니 보드랍고 미묘함이 마치 하늘사람의 옷ㆍ교사야(憍奢耶) 옷ㆍ추마증채(蒭摩繒綵)들과 같았다.
이 향나무들을 보배 수레에 실었는데 그 보배 수레들에서는 청ㆍ황ㆍ적ㆍ백 여러 가지 빛이 찬란하게 빛났다.
수레바퀴나 수레 채들은 모두 7보로 만들어졌고 수레마다 네 필의 말을 메웠는데, 그 말들은 바람같이 빨리 달렸다.
수레의 앞에는 50개의 7보로 된 묘한 당기[幢]를 세웠고 순금으로 만든 그물로 그 위를 덮었다.
보배 수레마다 또 50가지의 아름다운 일산이 있었고, 수레 위마다 모두 청련화ㆍ황련화ㆍ홍련화ㆍ백련화 등 화만(華鬘)을 드리웠는데, 그 꽃들은 잎이 순금으로 되었고 꽃받침이 금강으로 되었으며, 꽃받침 속에는 검은 벌들이 많이 모여들어 즐겁게 노닐었다.
또 묘한 소리가 났는데 이른바 무상(無常)하고 괴롭고 공(空)하고 내가 없다[無我]는 것이었으며, 이 소리 가운데서는 다시 보살들의 본래 행하던 도를 말하는 소리도 울려 나왔다.
또 여러 가지 노래와 춤과 쟁(箏)ㆍ피리ㆍ공후(箜篌)ㆍ퉁소ㆍ비파ㆍ북소리 등이 울렸는데, 그 음악 소리 속에서,
“괴로워라, 괴로워라. 온 세상이 텅 비었구나” 하는 소리가 났다.
모든 수레 앞에는 우바새들이 있어 네 개의 소반을 받들었는데, 그 소반들 위에는 청련화ㆍ황련화ㆍ홍련화ㆍ백련화 등 가지각색 꽃이 있었고, 울금향과 여러 가지 향과 그 밖에 훈향이 있었는데 가장 미묘하였다.
모든 우바새들이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하여 여러 가지 음식을 마련했는데, 모두 다 공덕수를 붓고 전단향ㆍ침수향 나무로 불을 때서 익혀냈다.
그 음식은 여섯 가지 맛을 갖추었으니 쓴맛ㆍ신맛ㆍ단맛ㆍ매운 맛ㆍ짠맛ㆍ싱거운 맛 등이며, 또 세 가지 덕이 있었으니 첫째는 보드랍고, 둘째는 깨끗하고, 셋째는 법다운 것이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장엄하게 하여 가지고 기운 센 장사들이 태어난 곳에 있는 사라쌍수 사이에 이르렀다.
그리고 금모래를 땅에 깔고, 또 가릉가(迦陵伽) 옷과 흠바라(欽婆羅) 옷과 비단 옷들을 금모래 위에 깔아 펴니 그 둘레가 12유순(由旬)에 가득 찼다.
또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하여 7보로 만든 사자좌를 둘러놓으니 높기가 수미산 같았으며, 이 모든 좌석 위에는 훌륭한 휘장을 두르고 여러 가지 영락을 드리웠으며, 모든 사라나무에는 가지가지 아름다운 깃발과 일산을 달았고 가지가지 좋은 향을 나무에 바르고 온갖 유명한 꽃을 나무 사이에 흩뿌렸다.
그리고 우바새들은 모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모든 중생들에게 부족한 것이 있으면, 즉 음식이 필요하면 음식을 주고, 마실 것이 필요하면 마실 것을 주고, 머리가 필요하면 머리를 주고, 눈이 필요하면 눈을 주고 중생들이 달라는 대로 모두 공급해 주겠다.
그리고 이렇게 보시할 때에는 욕심이나 성내는 마음이나 더럽고 흐리고 악독한 마음은 모두 버리고 세간의 복락을 구하려는 마음조차 없이 오직 위없는 청정한 보리를 구하겠다.’
이 우바새들은 모두 보살의 도에 편안히 머물러 있는 이들로서 이러한 생각도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지금 우리들의 공양을 받으시고는 열반에 드실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자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전신에 피가 번져 파라사꽃과 같았다.
눈에는 눈물이 넘쳐 큰 고통을 일으키면서 제각기 마련한 공양거리인 향목ㆍ당기ㆍ번기ㆍ보배 일산ㆍ음식을 수레에 싣고 부처님 계신 데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가지고 간 공양거리를 부처님께 올리면서 백천 바퀴를 돌고 소리를 높여 울부짖으며 애통해 하니 그 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가슴을 두드리면서 크게 외치니 눈물이 비 오듯 하였다.
그리고 서로 말하였다.
“여러분, 괴로운 일입니다. 세상이 텅 비었습니다. 세상이 텅 비었습니다.”
그리고 온몸을 던져 부처님 앞에 엎드려 말씀드렸다.
“바라건대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의 마지막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셨다.
이렇게 세 번 청했으나 모두 허락하지 않으시므로 여러 우바새들은 소원을 이루지 못하여 마음에 슬픈 번뇌를 품은 채 잠자코 있었다.
그것은 마치 외아들만을 둔 자애로운 아버지가 외아들이 졸지에 병들어 죽어 그 유해를 무덤에 장사하고 돌아와 크게 애통해 하고 근심하며 고뇌하는 것과 같았다.
모든 우바새들은 슬피 울고 걱정하기를 이같이 하면서 가지고 갔던 공양거리를 한곳에 두고 한쪽에 물러가서 잠자코 앉았다.
[우바이]
그때 또 3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우바이들로 5계를 받고 위의를 갖춘 이들이 있었는데, 이름은 수덕(壽德) 우바이ㆍ덕만(德鬘) 우바이ㆍ비사거(毘舍佉) 우바이 등 8만 4천 명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들은 모두 부처님의 바른 법을 지키고 유지할 만하며, 한량없는 백천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일부러 여인(女人)의 몸을 나타내어 집안의 법도를 꾸짖고 책임졌다.
그들은 또 자기 몸 보기를 네 마리 독사와 같이 하였다.
이 몸이란 항상 셀 수없이 많은 벌레에게 쪼아 먹힐 것이며, 이 몸이란 더러운 탐욕으로 얽매였으며, 이 몸이란 추하기가 죽은 개와 같으며, 이 몸이란 부정하여 아홉 구멍으로 항상 더러운 것이 흐른다.
이 몸이란 성(城)과 같아 피와 살과 뼈와 가죽으로 그 위를 덮었고, 손과 발은 적을 물리치는 망루가 되고 눈은 성곽의 총구가 되고 머리는 전당(殿堂)이 되어 마음의 왕이 거처하는 곳이다.
이러한 몸의 성을 부처님 세존께서는 내버리는 것이지만 어리석은 범부들은 언제나 맛을 들여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나찰(羅刹)들이 그 속에 살고 있다.
그리고 이 몸이 든든하지 못하기는 갈대ㆍ이란(伊蘭)ㆍ물거품ㆍ파초와 같으며, 이 몸이 무상하여 잠깐도 머물러 있지 못하기는 번갯불ㆍ폭포수ㆍ아지랑이와 같고 물을 베는 것 같아서 베는 대로 곧 합해지고 만다.
이 몸이 무너지기 쉬운 것은 강가 절벽에 선 큰 나무와 같으며, 이 몸은 오래지 않아 여우ㆍ이리ㆍ수리ㆍ올빼미ㆍ매ㆍ까마귀ㆍ까치 주린 개 따위에게 뜯어 먹힐 것이니, 지혜 있는 이라면 누가 이 몸을 좋아하겠는가?
차라리 소 발자국에 바닷물을 담을지언정, 이 몸의 무상하고 부정하고 더러운 것을 이루 다 말할 수는 없다.
또 차라리 땅덩이를 둥글게 빚어서 대추만큼 만들고 점점 더 작게 하여 겨자씨같이 만들고 나중엔 티끌만큼 만든다 할지언정, 이 몸의 허물과 걱정을 이루 다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몸 버리기를 침 뱉듯이 한 이들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모든 우바이들이 공(空)하고 모양 없고[無相] 소원이 없는[無願] 법으로 언제나 마음을 닦고, 대승 경전을 즐겨 배우고, 그것을 듣고 남들을 위하여 연설하며, 본래의 서원을 호지(護持)하였다.
또 여인의 몸을 꾸짖으며 그 성품이 견고하지 못한 것을 매우 걱정하고 싫어하였다. 마음으로 항상 올바른 관찰을 닦아 생사에서 끝없이 헤매던 것을 깨뜨리고, 대승법을 우러러 스스로 만족하고 다른 우러르는 이들까지 만족하게 하며, 대승을 좋아하고 대승을 수호하며, 비록 여인의 몸을 가졌으나 실상은 보살이어서 온갖 세간에 잘 순응하였다.
또한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하고, 이해하지 못한 이를 이해시키며, 삼보의 씨를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며, 오는 세상에서 법의 수레를 운전하여 큰 장엄으로 자신을 장엄하고, 깨끗한 계행을 굳게 지녀 이러한 공덕을 모두 성취하였다.
모든 중생에게 자비한 마음을 일으켜 평등하기 외아들같이 보는 이들이었는데, 그들도 역시 이른 새벽 해가 뜰 무렵에 서로 보고 말하였다.
“오늘 우리들은 사라쌍수 숲으로 가야 한다.”
여러 우바이들이 마련한 공양거리는 앞의 사람들 것보다 더 훌륭했는데, 그들은 그것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오늘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하기 위하여 공양거리를 마련하였으니, 바라건대 저희들을 불쌍히 여겨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지 않으시니, 우바이들은 소원을 이루지 못하여 슬픈 마음을 품고 한쪽에 물러가 앉아 있었다.
[여러 족속과 염부제의 왕]
그때 또 4항하의 모래 수만큼 비사리성(毘舍離城)에 사는 이차(離車) 족속의 남녀노소ㆍ처자 권속들과, 또 염부제(閻浮提)에 있는 여러 왕과 권속들이 있었다.
그들은 법을 구하기 위하여 계행을 닦으며 위의를 갖추었고 바른 법을 파괴하는 외도를 항복받는 이들이었는데, 서로들 말하였다.
“우리들은 마땅히 금과 은이 들어 있는 창고가 감로(甘露) 같은 한량없는 바른 법을 쌓아 놓은 깊은 곳간이 되게 하여 세상에 오래 있도록 하겠으니 이제 우리들로 하여금 언제나 이 법을 배울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일 부처님의 바른 법을 훼방하는 이가 있다면 반드시 그 혀를 끊어 버리겠습니다.”
그리고 또 원을 세워 말하였다.
“만일 출가한 사람으로서 계행을 깨뜨리는 이가 있으면 우리들은 반드시 그를 파하여 환속(還俗)시켜 채찍으로 부려먹을 것이며, 바른 법을 좋아하여 지켜내면 우리들은 반드시 그를 부모와 같이 공경하여 섬길 것입니다.
또 만일 스님으로서 능히 바른 법을 잘 닦는 이가 있다면 우리들은 반드시 따라서 기뻐하며 세력을 얻게 할 것입니다.”
이들은 항상 대승 경전을 듣기를 좋아하고, 듣고는 다른 이를 위하여 연설하여 모두들 이런 공덕을 성취하였는데, 그들의 이름은 정무구장리차자(淨無垢藏離車子)ㆍ정불방일(淨不放逸)리차자ㆍ항수무구정덕(恒水無垢淨德)리차자였다.
이러한 이들이 서로 말하였다.
“여러분, 지금 부처님 계신 데로 빨리 갑시다. 마련해야 할 온갖 공양거리가 모두 갖추어졌습니다.”
리차 족속들은 각각 8만 4천 큰 코끼리, 8만 4천 말이 끄는 보배 수레, 8만 4천 명월주(明月珠)를 장엄하게 갖추고, 천목향ㆍ전단향ㆍ침수향의 장작 묶음 각각 8만 4천을 지녔다.
8만 4천의 각각의 코끼리 앞에 보배 당기와 깃발과 일산이 있었는데, 그 덮개는 작은 것은 너비와 길이가 1유순이며, 깃발은 가장 짧은 것이 33유순이고, 보배 당기는 낮은 것의 높이가 1백 유순이었다.
이러한 공양거리를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제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하여 공양거리를 마련하였으니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이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지 않으셨다.
그리하여 리차들은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수심을 품은 채 부처님의 신력으로 땅에서 일곱 다라(多羅)나무 높이나 떨어진 허공에 잠자코 머물러 있게 되었다.
[대신과 장자]
그때 또 5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대신과 장자들도 대승을 존중하여, 만일 바른 법을 비방하는 외도가 있으면 이 여러 사람들이 힘으로 능히
그것을 꺾어 버리기를 마치 우박이 풀과 나무들을 꺾어 버리듯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이름은 일광 장자(日光長者)ㆍ호세(護世) 장자ㆍ호법(護法) 장자 등이었다.
그런 이들이 우두머리가 되어 마련한 공양거리는 앞에 것들보다 5배나 되었는데, 그것들을 받들고 사라쌍수 사이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하여 공양거리를 마련하였으니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이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 잠자코 받지 않으시니, 모든 장자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에 수심을 품은 채 부처님의 신력으로 땅에서 일곱 다라나무 높이나 떨어진 허공에 잠자코 머물러 있게 되었다.
[왕과 후궁]
그때 또 [마땅히 6항하사라는 말이 있어야 한다] 비사리왕과 그 후궁과 권속들과 염부제 안에 있는 여러 임금들이 모였다. 다만 아사세왕(阿闍世王)과 그의 도성 촌락의 백성들을 빼고는 모두 모이니, 그 이름은 월무구왕(月無垢王) 등이었다.
그들도 제각기 네 가지 군대를 장엄하고 부처님 계신 데로 가려고 했다. 그 모든 임금들은 각각 1백80만억 백성 권속이 있고, 여러 수레에는 코끼리와 말을 맸는데, 코끼리는 어금니가 여섯이고 말은 바람같이 달렸다.
이렇게 장엄한 공양거리가 앞에 것보다 여섯 곱절이었고, 보배 일산은 가장 작은 것의 둘레와 길이, 너비가 8유순을 둘렀고, 깃발은 아주 짧은 것이 16유순이고, 보배 당기는 가장 낮은 것이 36유순이었다.
이 임금들은 모두 바른 법에 머물러 있으면서 사특한 법을 미워하고 대승을 존중하고 아주 좋아하였으며, 중생 사랑하기를 외아들같이 하였다.
마련한 음식에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4유순까지나 풍겨 가득 찼다.
그들도 또한 이른 아침 해가 뜨려 할 무렵에 가지가지 훌륭한 음식들을 받들고 사라쌍수 사이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위하여 공양을 마련하였으니,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셔서 저희들의 마지막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허락하지 않으시니, 여러 임금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한 채 수심을 머금고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그때 또 7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여러 왕들의 부인이 있어 아세사왕의 부인만 제외하고 모두 모였는데, 그들은 다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여인의 몸을 받았으며, 항상 몸과 행을 살피면서 공하고 모양 없고 소원 없는 법으로 그 마음을 향기롭게 닦는 이들이었다. 그 이름은 삼계묘(三界妙) 부인ㆍ애덕(愛德) 부인 등이었다.
이러한 여러 왕의 부인들은 모두 바른 법에 머물러 있으면서 계행을 잘 지녀 위의를 갖추고 중생들 사랑하기를 외아들처럼 하였다. 그들도 서로 말하였다.
“지금 곧 가서 부처님을 찾아뵈어야겠습니다.”
이 여러 왕의 부인들이 마련한 공양거리는 앞에 것보다 일곱 곱절 되는 향과 꽃과 보배 당기와 비단 깃발과 일산과 훌륭한 음식들이었다.
일산은 작은 것이 둘레와 길이, 너비가 16유순이고, 깃발은 가장 짧은 것이 36유순이며, 보배 당기는 낮은 것이 68유순이며, 음식 향기가 두루 퍼져 8유순에 가득 찼다.
이러한 공양거리를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부처님과 비구승들을 위하여 이 공양거리를 마련하였으니,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저희들의 마지막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시니, 여러 부인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애가 타서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가슴을 치며 통곡하기를 마치 어머니가 사랑하는 아들의 초상을 만난 듯이 하면서 한쪽에 물러가 잠자코 앉았다.
[천녀]
그때 또 8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여러 천녀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광목(廣目)인 천녀가 우두머리가 되어 말하였다.
“여러 언니들, 자세히 보시오. 자세히 보시오. 저 여러 사람들이 가지가지 훌륭한 공양거리를 마련하여 부처님과 비구승에 공양하려 하니, 우리들도 그들과 같이 좋은 공양거리를 차려 가지고 부처님께 공양합시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받으시고는 열반에 드실 것입니다.
여러 언니들, 모든 부처님들이 세상에 나시기란 어려운 일이며, 또 마지막 공양을 받들기는 더욱 어려운 일입니다.
만일 부처님께서 열반하신다면 세간은 텅 빌 것입니다.”
이 천녀들은 대승을 좋아하여 대승을 들으려 하였고, 듣고는 남을 위하여 널리 설하여 주고 대승을 목마른 듯 우러러 스스로 만족하고는 법을 우러르는 다른 이에게까지 만족스럽게 해주었다.
대승을 수호하되 만일 대승을 미워하고 질투하는 외도가 있으면 마치 우박이 초목을 부러뜨리듯이 꺾어 버렸다.
계행을 보호하여 지니며 위의를 갖추어 온갖 세간 사람들을 잘 따르면서 제도되지 못한 이를 제도하고 이해하지 못한 이를 이해시키며, 오는 세상에서 법륜을 운전하여 삼보의 씨를 이어 끊어지지 않게 하였다.
대승을 배우고 큰 장엄으로 자신을 장엄하여 이렇게 한량없는 공덕을 성취하였으며, 중생들을 평등하게 사랑하기를 외아들처럼 하였다.
그들도 역시 이른 아침 해가 뜰 무렵 저마다 가지가지 천목향들을 가졌는데, 인간들이 가진 향목보다는 갑절이나 많았으며, 그 나무의 향기는 사람들의 온갖 더러운 냄새를 소멸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또 흰 수레에 흰 일산을 받고 흰 말 네 필을 맸으며, 수레 위마다 흰 휘장을 두르고 휘장의 사방에는 금방울을 많이 달았고, 가지가지 향과 꽃과 보배 당기와 깃발과 일산과 미묘하고 감미로운 음식과 여러 가지 풍류를 갖추었다.
또 사자좌를 펼쳤는데 그 좌석의 네 다리는 짙푸른 유리로 만들었고, 사자좌 뒤에는 각각 7보로 만든 안석이 있고, 앞에는 금으로 만든 발받침이 있으며, 또 7보로 등불을 켜는 나무를 만들고 온갖 보배 구슬로 등불을 삼았으며, 땅에는 아름다운 하늘 꽃으로 펴 깔았다.
이 여러 천녀들이 이런 공양거리를 마련하고 슬픈 감회에 잠겨 눈물을 흘리면서 큰 고뇌를 일으켰다.
그들 역시 중생들을 이익되고 안락하게 하기 위하여 대승의 제일가는 공한 행[第一空行]을 이룩하고 부처님의 방편인 비밀스런 가르침을 드러내며,
또 가지가지 설법을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저희들의 마지막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시니, 천녀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근심을 품은 채 한쪽에 물러가 잠자코 앉았다.
[용왕]
그때 또 아홉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여러 용왕들이 사방에 살았는데, 그 이름은 화수길(和修吉)용왕ㆍ난타(難陀)용왕ㆍ바난타(婆難陀)용왕으로서 그들이 우두머리였다.
이 여러 용왕들도 역시 이른 아침 해가 뜰 무렵에 많은 공양거리를 인간들과 천녀 것들보다 갑절이나 더 차려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이 마지막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시니, 여러 용왕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수심을 품고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귀신]
그때 또 10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여러 귀신왕들이 있었는데 비사문(毘沙門)왕이 우두머리였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여러분, 지금 빨리 부처님 계신 데로 가야 합니다.”
그들은 용왕들보다 더 훌륭한 공양거리를 차려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로 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백천 바퀴를 돌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우리를 불쌍히 여기셔서 이 마지막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허락하지 않으시니, 귀신왕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수심을 품고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그때 또 20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금시조왕(金翅鳥王)이 있었는데, 항원왕(降怨王)이 우두머리였다.
또 30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건달바왕(乾闥婆王)이 있었는데 나라달왕(那羅達王)이 우두머리였다.
또 40항하의 모래 수 같은 긴나라왕(緊那羅王)이 있었는데 선견왕(善見王)이 우두머리였다.
또 50항하의 모래 수 같은 마후라가왕(摩睺羅伽王)이 있었는데, 대선견왕(大善見王)이 우두머리였다.
또 60항하의 모래 수 같은 아수라왕이 있었는데, 섬바리왕(睒婆利王)이 우두머리였다.
또 70항하의 모래 수 같은 타나바왕(陀那婆王)이 있었는데, 무구하수왕(無垢河水王)과 발제달다왕(跋提達多王) 등이 우두머리였다.
또 80항하의 모래 수 같은 나찰왕이 있었는데, 가외왕(可畏王)이 우두머리였다.
그들은 악한 마음을 다 버리고 다시는 사람을 잡아먹지 않으며 원수에게도 자비한 마음을 일으켰으므로 모양이 매우 흉악하던 것이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단정해졌다.
또 90항하의 모래 수와 같은 수림신왕(樹林神王)이 있었는데, 낙향왕(樂香王)이 우두머리였다.
또 1천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지주왕(持呪王)이 있었는데, 대환(大幻) 지주왕이 우두머리였다.
또 1억 항하의 모래 수 같은 탐색(貪色) 도깨비가 있었는데, 선견왕(善見王)이 우두머리였다.
또 백억 항하의 모래 수 같은 하늘의 여러 채녀(婇女)들이 있었는데, 람바녀(藍婆女)ㆍ울바시녀(鬱婆尸女)ㆍ제로첨녀(帝路沾女)ㆍ비사거녀(毘舍佉女) 등이 우두머리였다.
또 천억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여러 귀왕(鬼王)들이 있었는데 백습왕(白濕王)이 우두머리였다.
또 십만억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여러 천자와 여러 천왕들과 사천왕들이 있었고,
또 10만억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사방의 풍신(風神)들이 있어서 모든 나무에 불어와 제철 꽃과 제철 아닌 꽃들을 날려서 사라쌍수 사이에 흩었다.
또 10만억 항하의 모래 수 같은 구름과 비를 맡은 신이 있었는데, 모두 이렇게 생각했다.
‘여래께서 열반하시어 화장할 때에는 우리는 꼭 비를 내려 불을 꺼서 대중의 애타는 고민을 서늘하게 할 것이다.’
[축생]
또 20항하의 모래 수 같은 코끼리왕이 있었는데, 대향(大香) 코끼리왕ㆍ라후(羅睺) 코끼리왕ㆍ금색[金色] 코끼리왕ㆍ감미[甘味] 코끼리왕ㆍ감안(紺眼) 코끼리왕ㆍ욕향(欲香) 코끼리왕 등이 우두머리였다.
그들은 대승을 공경하고 대승을 좋아하였는데, 부처님께서 오래잖아 열반에 드실 줄 알고 제각기 한량없고 그지없는 여러 아름다운 꽃들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또 20항하의 모래 수 같은 사자수왕(獅子獸王)이 있었는데 사자후왕(獅子吼王)이 우두머리가 되어 모든 중생에게 두려움 없는 자신감을 보시하고, 온갖 꽃과 과일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또 20항하의 모래 수 같은 모든 날짐승 왕이 있었는데 오리ㆍ기러기ㆍ원앙ㆍ공작 등 여러 새와 건달바새ㆍ가란타새ㆍ구욕새[鴝鵒鳥]ㆍ앵무새ㆍ구시라새[俱翅羅鳥]ㆍ바희가새[婆嘻伽鳥]ㆍ가릉빈가새[迦陵頻伽鳥]ㆍ기바기바새[耆婆耆婆鳥],
이 같은 여러 새들이 많은 꽃과 과일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또 20항하의 모래 수 같은 물소와 소와 양들이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미묘하고 향기로운 젖을 흘려내니 그 젖이 구시나성에 있는 도랑과 웅덩이에 가득 찼는데, 빛과 향기와 훌륭한 맛을 모두 갖추었다.
그들은 이런 일을 이루고는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신선]
또 20항하의 모래 수 같은 4천하의 여러 신선들이 있었는데, 인욕선인(忍辱仙人) 등이 우두머리가 되어 여러 향과 꽃과 여러 가지 맛좋은 과일들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셔서 이 마지막 공양을 받아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허락하시지 않으시니, 신선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여 수심을 품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염부제에 있는 모든 벌[蜂]의 왕 가운데에 묘음봉왕(妙音蜂王)이 우두머리가 되어 가지각색 꽃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로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 바퀴를 돌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그때 염부제 가운데에 있는 비구ㆍ비구니들이 모두 모였는데, 오직 존자 마하가섭(摩訶迦葉)과 아난(阿難)의 두 대중만이 빠지고 없었다.
또 한량없는 아승기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세계와 그 중간과 염부제에 있는 모든 산은 수미산왕이 우두머리인데, 그 산은 장엄하여 숲과 떨기가 우거지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여 햇빛을 어둡게 가렸으며, 온갖 아름다운 꽃들이 두루 퍼져 장식되었고, 맑은 샘과 흐르는 물은 향기롭고 깨끗하였다.
그리고 모든 하늘과 용과 신과 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신선과 주술(呪術)하는 이들이 풍류와 놀이를 하며 이런 무리들이 그 속에 가득 찼다.
이런 여러 산신들도 역시 부처님 계신 데로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또 아승기 항하의 모래 수 같은 4대해(大海)를 맡은 신들과 강을 맡은 여러 신들이 있어, 큰 위덕을 갖추고 신통력을 가졌는데 그들이 마련한 공양거리는 앞에 것보다 갑절이나 더 훌륭하였다.
여러 신들의 몸에서 솟는 빛과 풍류의 등불 빛이 해와 달을 가려 다시 나타나지 못하게 하며, 점바(占婆)꽃을 희련하(熙連河)에 흩으면서 부처님 계신 데로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천신]
그때 구시나 성의 사라숲에서는 나무들이 모두 희게 변해서 마치 흰 학과 같았다.
허공 가운데에는 7보로 된 강당이 저절로 생겼는데, 아로새긴 무늬와 조각이 아름답고 분명하며, 둘러 있는 난간은 여러 가지 보배로 장식되었다.
강당 아래는 흐르는 샘과 목욕하는 못이 있었는데, 훌륭한 연꽃이 그 속에 가득 찼으니 마치 북방에 있는 울단월(鬱單越)과도 같고 도리천(忉利天)의 환희원(歡喜園)과도 같았다.
그때 사라숲 사이에서도 가지가지 장엄이 매우 좋아하고 즐거워할 만하기가 역시 그와 같았다.
그러나 이 천상 사람들과 아수라들은 다 함께 부처님의 열반하시는 모양을 보고 모두 슬퍼하며 근심 걱정하느라 즐거워하지 못했다.
[사천왕과 석제환인]
그때 사천왕과 석제환인(釋提桓因)이 서로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 천상 사람, 세간 사람과 아수라들이 공양을 많이 차려 가지고 부처님께 마지막 공양을 드리려는 것을 보았는가?
우리들도 역시 그와 같이 공양해야 할 것이다.
만일 우리들이 마지막 공양을 올린다면 보시바라밀[檀波羅蜜]을 만족스럽게 성취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때 사천왕들이 마련한 공양거리는 앞에 것들보다 갑절이나 훌륭했으니, 만다라화(曼陀羅花)ㆍ마하(摩訶)만다라화ㆍ가지루가화(迦枳樓伽花)ㆍ마하가지루가화ㆍ만수사화(曼殊沙花)ㆍ마하만수사화ㆍ산다니가화(散多尼迦花)ㆍ마하산다니가화ㆍ애락화(愛樂花)ㆍ대(大)애락화ㆍ보현화(普賢花)ㆍ대보현화ㆍ시화(時花)ㆍ대시화ㆍ향성화(香城花)ㆍ대향성화ㆍ환희화(歡喜花)ㆍ대환희화ㆍ발욕화(發欲花)ㆍ대발욕화ㆍ향취화(香醉花)ㆍ대향취화ㆍ보향화(普香花)ㆍ대보향화ㆍ천금엽화(天金葉花)ㆍ용화(龍花)ㆍ파리질다수화(波利質多樹花)ㆍ구비라수화(拘毘羅樹花)와 또 가지각색 아름답고 훌륭한 음식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했다.
이 모든 천상 사람들이 가진 광명은 능히 해와 달을 가려 나타나지 못하게 했으며, 이러한 공양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하려 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시니, 그 천인(天人)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한쪽에 물러가 앉았다.
그때 석제환인과 삼십삼천의 천신들이 여러 가지 공양거리를 마련했는데 역시 앞에 것들보다 곱절이나 훌륭하고, 가지고 온 꽃들도 미묘한 향기가 대단히 좋았고, 득승당(得勝堂)과 모든 작은 강당들을 받들고 부처님 계신 데로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대승을 좋아하고 애호합니다. 바라건대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의 공양을 기쁘게 받으십시오.”
그러나 여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시니, 여러 석제환인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여 수심을 품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또 제6천이 베푼 공양은 앞에 것들보다 더 훌륭했으니 보배 깃발과 덮개들을 보면, 보배 덮개는 작은 것이 4천하를 덮었고, 당기는 가장 짧은 것도 사방 바다를 둘렀으며, 번기는 가장 낮은 것이 자재천(自在天)까지 이르러서 실바람만 불어도 깃발에서 아름다운 음성을 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훌륭한 음식들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로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저희들의 마지막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시니 여러 하늘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가슴에 수심을 품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위로 유정천(有頂天)과 그 밖의 모든 범천 대중들에 이르기까지 모여 왔는데, 그때 대범천왕과 다른 범천 대중들이 몸으로 광명을 놓아 사방 천하에 두루 퍼져 욕계(欲界)의 천상ㆍ인간의 해와 달빛은 다시 나타나지 못하였다.
그리고 보배 당기와 비단 번기와 덮개를 가졌는데, 번기는 가장 짧은 것도 범천의 궁전에 닿고 사라숲까지 드리웠다.
그들은 부처님 계신 곳에 와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여래시여, 바라건대 저희를 불쌍히 여기셔서 이 마지막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러나 여래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시니, 범천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에 수심을 품은 채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그때 비마질다(毘摩質多) 아수라왕은 한량없는 아수라 권속들과 함께 있었는데 몸의 광명은 범천보다 더 훌륭하고, 보배 당기와 비단 번기와 덮개를 가졌는데 그 덮개는 작은 것이 천(千) 세계를 덮었다.
가장 훌륭한 음식을 받들고 부처님 계신 데로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바라건대 여래시여, 저희를 불쌍히 여기셔서 마지막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때를 아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시니, 아수라들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마음에 수심을 품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마왕 파순]
그때 욕계의 마왕 파순(波旬)이 그 권속과 하늘의 채녀(婇女)들과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 무리를 데리고 지옥문을 열어 놓고 서늘한 물을 뿌리면서 말하였다.
“너희들은 지금 할 만한 아무 일도 없다. 다만 여래ㆍ응공ㆍ정변지만을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따라 기뻐하는[隨喜] 공양을 세우라. 반드시 너희들로 하여금 길고 긴 밤중에서 편안함을 얻게 할 것입니다.”
그때 파순이 지옥 속에서 창과 칼의 한량없는 고초를 모두 소멸시키고, 이글이글 타는 불길도 비를 내려 없애고,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좋은 마음을 내어 모든 권속들로 하여금 칼ㆍ활ㆍ갑옷ㆍ병장기ㆍ창ㆍ갈퀴ㆍ철퇴ㆍ도끼ㆍ바퀴ㆍ오랏줄을 버리게 했다.
그리고 그들이 마련한 공양거리는 온갖 천상 인간에서 베푼 것보다 갑절이나 더 훌륭하여, 작은 덮개도 중천세계를 덮을 만하였다.
그런 것을 받들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지금 대승을 좋아하고 대승을 수호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이 공양하기 위하거나 두려움을 위하거나 다른 이를 속이기 위하거나 재물을 위하거나 다른 이를 따르기 위하여,
혹 참 마음이나 거짓 마음으로 대승을 받아 지닌다면,
저희들은 그때 그 사람들의 공포를 없애기 위하여 이러한 주문을 외우겠습니다.
타기 타타라타기 로가례 마하로가례 아라 자라 다라 사바하
타기 타타라타기 로가례 마하로가례 아라 자라 다라 사바하
이 주문은 모든 마음을 잃은 이, 두려워하는 이, 법문을 말하는 이, 바른 법을 끊어지지 않게 하려는 이들로 하여금 외도를 항복받게 하기 위하여,
또 자기의 몸을 보호하게 하기 위하여,
또 바른 법을 수호하게 하기 위하여,
또 대승을 수호하게 하기 위하여 외우는 것이다.
만일 이 주문을 받아 지니는 이는 사나운 코끼리도 두렵지 않고 거친 벌판과 빈 구렁과 험난한 곳에 가더라도 무서움을 일으키지 않으며, 또 물이나 불이나 사자나 호랑이나 도둑이나 국법의 어려움도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주문을 지니는 사람은 이러한 공포가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주문을 지니는 사람은 제가 그를 보호하기를, 거북이 여섯 군데를 감추듯 할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아첨하느라고 이런 일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주문을 가지는 이는 제가 지성으로 그 세력을 더하게 하겠으니,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를 가엾이 여기셔서 이 마지막 공양을 받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는 마왕 파순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너의 음식 공양은 받지 않겠으나 네가 말한 신기한 주문은 이미 받았다. 그것은 모든 중생과 사부대중을 편안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잠자코 받지 않으셨다. 그렇게 세 번이나 청했으나 모두 받지 않으시니, 마왕 파순도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수심을 품고 한쪽에 물러가 있었다.
[대자재천왕]
그때 대자재천왕(大自在天王)과 그 권속인 한량없는 하늘 무리들이 마련한 공양거리는 범천왕ㆍ제석천왕ㆍ사천왕과 인간 천상과 8부신중과 비인(非人)들이 마련한 공양보다 훨씬 훌륭하였으니,
범천왕ㆍ제석천왕이 마련한 것은, 마치 먹(墨) 덩이가 흰 옥 옆에 있는 듯 드러나지 못하였으며, 보배 덮개는 작은 것이 삼천대천세계를 덮을 만하였다.
이러한 공양거리를 가지고 부처님 계신 데 와서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받드는 보잘것없는 공양거리는 마치 모기가 우리에게 공양하는 듯하며,
어떤 사람이 한 움큼의 물을 바다에 던지는 듯하며,
조그만 등불 하나를 켜서 백천의 해를 돕는 듯하며,
봄ㆍ여름철에 온갖 꽃이 한창 필 때에 어디서 꽃 한 송이를 쥐고 와서 그 많은 꽃에 보태는 듯하며,
또 겨자씨로써 수미산에 더하는 듯하니,
어찌 큰 바다나 밝은 햇빛이나 많은 꽃이나 수미산에 보탬이 되겠습니까?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지금 받드는 변변치 못한 공양거리도 그와 같습니다.
설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한 향과 꽃과 음악과 깃발과 일산으로써 부처님께 공양한다 하여도 오히려 말할 것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위하여 항상 지옥ㆍ아귀ㆍ축생의 나쁜 갈래에서 많은 고통을 받으시는 까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셔서 이 마지막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