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六度集經) 제1권
육도집경_1. 보시도무극장(布施度無極章)
이와 같이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요산(鷂山)에 계셨는데, 그때 5백 명의 응진(應眞: 아라한)과 천 명의 보살이 자리를 같이하였다.
그 가운데 아니찰(阿泥察)이라는 보살은 부처님께서 경을 설하시면 항상 마음을 차분히 하고 정성껏 들었으며, 적연(寂然)히 딴 생각이 없고 오로지 경에만 뜻이 있었다.
부처님[衆祏]께서 아시고, 미치기 어려운 높은 수행인 보살의 6도무극[度無極]을 말씀하시어 빨리 부처가 되게 하셨다.
무엇이 6도무극인가?
첫째는 보시(布施)요, 둘째는 지계(持戒)요, 셋째는 인욕(忍辱)이요, 넷째는 정진(精進)이요, 다섯째는 선정(禪定)이요, 여섯째는 지혜[明度無極高行]이다.
보시도무극(布施度無極)이란 어떠한 것인가?
대자(大慈)의 마음으로 사람을 기르고, 삿된 무리를 불쌍히 여기며,
어진 자를 기뻐하여 제도[度]를 이루게 하며,
중생을 보호하여 건져 주며,
천지(天地)의 한계를 받지 않고 혜택이 널리 강과 바다에까지 미친다.
중생에게 보시하되, 굶주린 자를 먹이고, 목마른 자를 마시게 하고,
추위에 옷을 주고 더위에는 시원하게 하여 주며,
앓는 자에게 약을 주어 낫게 하고,
수레 ㆍ말ㆍ배ㆍ 가마ㆍ진귀한 보배ㆍ처자ㆍ국토를 찾는 대로 주되,
마치 태자(太子) 수대나(須大拏)가 가난한 이에게 보시하기를,
어버이가 자식을 기르듯 하여 부왕(父王)이 가두고 쫓아냈어도 딱하게만 여기고 원망하지 아니함과 같이 하는 것이니라.
육도집경_보시_1. 천제석이 지옥을 만들어 보살을 시험하다
예전에 보살이 그 마음이 진리에 통달하였다.
세상이 무상하여 영화와 목숨을 보전하기 어려움을 알아 재물을 다 보시하였다.
천제석(天帝釋)이, 보살이 중생을 자비심으로 기르며 보시로 무리를 구제하는 데 공훈이 높고 높으며, 덕이 시방보다 무거운 것을 보고서 자기의 지위를 빼앗길까 두려워하여 변화로 지옥을 만들어서 그 앞에 나타나게 하였다.
그리고 말하였다.
“보시하여 중생을 구제하면 죽어서 혼령이 태산(太山)지옥에 들어가 태우고 지지며 여러 가지 독을 주어 해함을 받느니라. 그래도 네가 이것을 하겠느냐?”
보살이 말하였다.
“어찌 덕을 베푸는데 태산지옥에 들어간다고 하느냐?”
제석이 말하였다.
“네가 믿지 않는구나. 죄인에게 물어 보는 것이 좋으리라.”
보살이 물었다.
“너는 어떠한 인연으로 지옥에 있게 되었느냐?”
죄인이 말하였다.
“저는 예전에 세상에서 집을 비워서 궁한 이를 구제하고 여러 가지 액난을 건져 주었는데, 그랬더니 이제 무거운 죄를 받아서 태산지옥에 있게 되었습니다.”
보살이 물었다.
“인자한 은혜를 베푸는 자가 재앙을 얻는다면, 보시를 받는 자는 어떠한가?”
제석이 말하였다.
“은혜를 받는 자는 죽어서 천상에 오르느니라.”
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구제하고자 는 것은 오직 중생이니, 그대의 말과 같다면 진실로 내가 원하는 것이다. 은혜를 베풀어서 죄를 받는다면 내가 반드시 해야 하리라. 자기를 희생하여 중생을 건짐은 보살의 높은 뜻이 아닌가.”
제석이 말하였다.
“그대는 무엇에 뜻을 두고 원하기에 이러한 높은 행을 숭상하는 것인가?”
“나는 부처를 구하여 중생을 구제해서 니원[泥洹: 열반]을 얻게 하여 생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함이로다.”
제석이 거룩한 뜻을 듣고 물러나 머리를 조아리며 말하였다.
“실로 보시로 중생을 사랑하여 구제했는데 복은 멀어지고 화를 받게 되어 태산지옥에 들어가는 경우는 없습니다.
당신의 덕이 하늘과 땅을 움직여 나의 지위를 빼앗을까 두려웠으므로 짐짓 지옥을 만들어 보여서 당신의 뜻을 현혹했던 것입니다.
어리석게 성인을 기만하였으니 그 무거운 허물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뉘우쳐서 사과하고는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보살은 자비로운 은혜로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慈惠度無極], 보시를 행함이 이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