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망경서(梵網經序)
무릇 불법이 전하는 가르침의 근본[宗本]은 너무나 밝고 분명하여 그 이치를 변경시킬 수 없으니, 이 때문에 불법의 아득한 근원까지 철저히 탐구되었고, 깊은 믿음의 터전에서 모든 수행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런 까닭으로 인도[天竺]의 구마라즙(鳩摩羅什) 법사(法師)는 이 품(品)을 외우고 지켜서 마음을 지키는 최고의 계율로 삼은 것이다.
이 경(經)은 본래 112권(卷) 61품(品)이었다.
구마라즙은 젊어서 세상의 이름난 대가들[大方]에게 두루 배웠고, 가이국(迦夷國)에서 다른 학문[異學]도 섭렵하였다. 홍시(弘始) 3년(401년)에 불법의 선량하고 진실한 기풍이 동쪽으로 불게 되자, 후진(後秦)의 황제 요흥(姚興)이 불도로 모든 왕들[百王]과 교분을 맺게 되고, 불법의 큰 가르침[大法]이 그의 마음에 깊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에 구마라즙은 초당(草堂)에서 3천 명의 학사(學士)들과 함께 대승과 소승의 경전 50여 부(部)를 자세히 살펴보고 그 내용을 확정하였는데, 이 『범망경(梵網經)』은 가장 뒤에 송출(誦出) 되었다. 당시 도융[融]과 담영[影]을 비롯한 300인 등이 한꺼번에 보살십계(菩薩十戒)를 받았으니, 어찌 그 당시에만 도움이 되었겠는가? 여러 겁(劫)의 시간 동안 피안(彼岸)으로 인도해주는 나루터도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도융(道融)과 함께 범망경 중에서 이것을 별도로 필사하여, 심지계[心地] 한 품(品)으로 만들어서, 당시 300여 인이 이 한 품(品)을 외우게 되었다.
그러므로 곧 이 심지계품(品) 81부(部)를 필사하여 만든 것은, 이 계율이 후대(後代)까지 전해져서 불제자들이 이 계율을 지키고 외워서 서로 이어받도록 한 것이다. 이에 여러 후학(後學)과 불도(道)를 사랑하는 군자(君子)들에게 부탁하노니, 다가올 겁 동안에도 이 계율이 사라지지 않아서 다 함께 용화(龍華)의 법회에서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