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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방등반니원경 상권
1. 애읍품(哀泣品)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인 구이나갈국(鳩夷那竭國)의 쌍수(雙樹) 사이로 가셨다. 이때 부처님께서 반니원(般泥洹:완전한 涅槃)에 드시고자 하시어 현자(賢者)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다타갈(多陀竭)이 산간(山間)에서 나와 반니원에 들 때의 상서[本瑞]가 어떠한가?
오늘 같은 날 어찌 우거진 나무 사이에서 있을 일의 감응(感應)을 보고 듣지 않았겠느냐? 내 물음에 대답하여라.”
이때 아난이 게송으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제가 꾼 꿈을 들으소서.
그 모습이 괴이합니다.
지난밤에 본 것 생각하면
마음이 두렵습니다.
꿈에 이 염부제(閻浮提)에
어떤 나무 생겨나니 매우 기이하였습니다.
7보가 섞여 이루어져
꽃과 열매가 항상 풍성하고 무성하며
불세계(佛世界)를 덮어
그 그늘 맑고 시원하며
뛸 듯이 기쁜 마음 일으켜
숱한 근심의 병 없애 주었습니다.
위로 끝없이 높게 치솟은
그 모습 좋고 또한 무수(無數)하여
보는 이의 눈 맑게 하고
듣는 이의 귀 밝게 합니다.
나무에서 무량음(無量音) 내니
청정한 법음(法音)이었으며
공적멸(空寂滅) 구족하여
모두 편안케 하였습니다.
그 나무가 큰 빛 떨쳐
동방의 국토 두루 비추니
그 수는 항하의 모래 같아
모두 부처님의 국토이오며
다시 시방(十方)을 비추어
꿈틀거리는 벌레까지도 구호하니
빛을 받은 모든 자
안온하기 그지없사옵니다.
나무에서 많은 향기 나오니
근기는 여러 가지로 다름 있으나
향기를 맡기만 하면
끝내 악도에 돌아가지 않습니다.
지옥과 축생과
아귀에 이르기까지
이 향기 맡은 자
속히 좋은 곳에 태어나며
큰 나무의 덕이 이와 같이
중생을 감싸 윤택하게 하더니
홀연히 나무 사이에서
역사의 땅 밑으로 사라졌습니다.
이때 수없이 많아
헤아릴 수없는 어린 싹들
모두 슬피 울며 그리워하여
마치 그 눈을 잃은 듯하였으며
다시는 그 소리 들을 수 없고
또한 나무 모습도 볼 수 없고
그 향기 역시 맡을 수 없어
허전하고 초라하기 굶주린 사람 같아
무서워 살갗의 털 곤두서니
두려움으로 그리 되었습니다.
지난 밤 꿈이 이와 같으니
세존이시여, 풀이하여 주소서.
이때 정거천자(淨居天子)ㆍ제석(帝釋)ㆍ범천(梵天)ㆍ사천왕(四天王)ㆍ마자(魔子)ㆍ도사(導師)가 각각 80나술(那術:那由他)의 대중과 함께 모두 역사가 태어난 곳의 우거진 숲 속에 이르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머리 숙여 예배하고 물러나 한곳에 머물렀다.
그리고 동시에 소리 높여 현자 아난을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존천(尊天)께서 이제 멸도하실 줄
아난이여, 어찌 알았으리.
오, 사모하는 정 깊도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겠네.
커다란 등불 꺼져 밝음 없으리.
부처님 이제 멸도하시려 하네.
세존께서 열반에 드시면
보호 받을 길 없어라.
이때 부처님께서 모든 천자ㆍ제석ㆍ범천ㆍ사천왕ㆍ마자(魔子)ㆍ도사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희는 근심 말라.
꿈과 같이
내가 쌍수 사이에서
이제 열반에 들리라.
나무 가운데 가장 훌륭한 나무로
기묘(奇妙)함이 측량할 길 없고
빛과 향기 성하였으나
우거진 숲 밑으로 사라지리라.
세존을 큰 나무에 비유하면
다시 우거진 숲 속에 있을 것이나
잠든 곳 아는 이 없으리니
불이 물을 만나 꺼지는 것 같도다.
만물은 모두 무상(無常)하며
법(法)은 일어나면 없어짐이 있는 것,
부처님[世雄]이 명료히 아는 바이니
그러므로 사람들을 위하여 말하였다.
아난아, 아느냐.
불세존께서는 열반[泥曰]에 드시어
승복 입은 비구를
지혜 통달하여 피안에 이르게 하리라.
아난아, 너는 지금 가서
석수단(釋須檀)에 고하라.
아나율(阿那律) 존자가
도무극(度無極)을 꿰뚫어 보리라.
아난아, 가서 고하라.
구치(拘絺)와 가전연(迦旃延)과
분욕문타불(分褥文陁弗)과
보리(菩提)와 마이(魔夷)와
수보리(須菩提)와 면왕(面王)과
선래각(善來覺)과 박구(薄拘)와
난타(難陁)와 라운정(羅雲停)과
도지제(度知際)와 마사(馬師)와
모든 비구들
두려움을 없애려는 이에게
속히 가서 고하여
나의 열반을 알리거라.
이때 아난이 게송으로 세존께 대답하였다.
제 몸이 이미 몹시 피곤하여
굶주려 힘없는 사람 같고
부처님께서 열반하신다는 것을 듣고
근심하고 참담하여 어찌할 줄 몰라
몸에 힘이 없고
입으로 말할 수 없으며
의지는 겁약하니
세안(世眼)이시여, 어찌 가리까.
존자(尊者)께 고할 수 없으며
이승에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뵙다가 문득 나타나지 않으시면
영원히 옹호(雍護)하심을 잃으리.
옹호하심 없다면 매우 고생스러우리니
어찌 차마 가서 말하며
존로(尊老)가 듣고 물으면
어찌 슬프고 당혹함을 감당하리까.
세상의 대광명이
어찌 이리 빨리 꺼지며
세상 버리심이 또한 어찌 이리 빠른가.
액난(厄難)에 눈멀어 어두우리니,
장로에게
이렇게 괴로운 일 말할 수 없습니다.
정각(正覺)이시여, 다시
슬픔 없는 사람 보내소서.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아난아, 수많은 중생이
슬퍼하고 울며
궁전과 오두막이
텅 비어 사람도 천(天)도 없으리라.
모든 비구에게 전하는 것
시자(侍者)의 할 일이니,
열반 후에 오면
무익(無益)하여 슬픔이 더하리라.
이때 현자 아나율(阿那律)이 수미산(須彌山) 꼭대기에서 도리천(忉利天)의 모든 천들을 위해서 법어(法語)를 널리 강(講)하다가 모든 존귀하고 신묘(神妙)한 천자(天子)가 각기 궁전에서 당황하며 불안(不安)해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나율이 마음속으로 말하기를,
‘이 모든 천자가 어찌하여 천기(天妓)의 오락을 버리고 우왕좌왕 위아래로 날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권속들이 흩어지는가’라고 하였다.
그곳이 텅 비고 갑자기 다시 나타나지 않자, 아나율이 수미산 꼭대기에서 멀리 보적산(寶積山) 아래의 땅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수미산 꼭대기에 서서 소리 높여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뭇 중생 인도하여 이롭게 하시고
세상에 편안함을 주시는
정각(正覺)께서 중생을 도우시더니
어찌하여 갑자기 열반하시는가.
아, 세존께서는 부모 같으시며
세상의 눈 되시어 모든 어두움 없애시고
세상의 훌륭한 의사 되시어 많은 병 고치시더니
이제 세존께서 갑자기 열반하시네.
음란하고 성내는 사람과 방일(放逸)한 사람 보시면
어리석음 깨우쳐 생사(生死) 끊게 하시고
법을 높이어 간탐(慳貪) 덜게 하시고
성내고 다툼 여의어 대도(大道)에 서게 하시며
천중천존(天中天尊)께서 금빛 오른팔로
낱낱이 모두 깨끗이 닦아 정계(正戒) 주시고
부처님께서 이 나라를 여섯 가지로 진동시키시니
주변 세계 큰소리 들었네.
커다란 돌산 하루아침에 무너지듯
그 소리 널리 퍼져 듣는 이 두려워하더니
세웅(世雄)께서 이제 열반하시니
멀리서 소리 듣고 두려워하네.
악마의 병사 악으로 많은 변 일으키고
금강 같은 기계(器械) 셀 수 없이 많으며
혹 큰 산을 이거나 불을 지녔어도
세웅의 위광 털끝만큼도 동요시키지 못하니
성내고 해치는 악마 관속(官屬) 항복시키시고
감로의 자취 얻어 근심과 두려움 없게 하시며
곧 법륜 굴려 4제(諦) 해설하시더니
오늘 존웅(尊雄)께서 문득 열반하시네.
세존께서 무수한 종자 교화하시니
삼천세계 한 터럭[毛]같이
중생에게 손해 없게 하시더니
오늘 존웅께서 문득 열반하시네.
오늘 천중천(天中天)께서
역사 태어난 곳 오시니
5백 권속(眷屬) 부처님 에워싸고
쌍수 사이에서 문득 열반하시네.
부처님께서는 천중천이시니 백 세(世) 이래로
4선(禪) 봉행하여 사람들 개도하시고
수행하신 도(道)로써 감로(甘露)를 여시더니
나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오고가며 다니신 곳 생사 없으시고
그 은혜로운 보시 후회 없으시더니
정계(正戒)를 받들어 아첨 없으시더니
나 마지막으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억 겁 중에 나술(那術)만큼
정진하셨으니 더 넘는 자 없고
인욕의 무량함 땅과 같으시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부처님께서는 하늘 중에 가장 존귀한 이이시니 태어나신 곳마다
억 나술(那術)의 모든 각(覺)에 공양하시고
감로에 이르신 자취 뜻은 오직 하나이시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부처님께서는 하늘 중에 가장 존귀한 이이시니, 태어나신 곳마다
지혜 제일이며 3달(達) 밝게 아시고
시방의 세웅(世雄)으로 걸림 없으시더니
이제 내가 후에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큰 힘 열 가지로 일체(一切)와 같으시고
통달함 비할 데 없어 금강(金剛)같이 서시어
비교하려 하나 비교할 수 없고 더 뛰어난 이 없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10력(力) 세웅(世雄) 엄하신 모습이여
거동하시는 곳마다 광명 찬란하고
가고 멈추신 자취마다 금으로 본뜬 듯하시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억 나술 교화하시어 도를 증득케 하시고
모든 욕심 없애어 번뇌 없게 하시며
사람을 생사에서 건지시어 수고로움 없애 주시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천억(千億) 나술 동안 허공에서
온갖 색의 구문화(拘文華) 내리시고
여러 명향(名香) 내리시어 하늘 향기롭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부처님께서는 사람 중에 가장 존귀한 이이시니 가고 머물고 서시며
도읍에 들어가 문지방 밟으실 때
눈먼 사람 눈 떠 모든 것 보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부처님께서는 사람 중에 가장 존귀한 이이시니 문지방 밟으실 때
병든 사람 병이 나아 기뻐 뛰며
모두 편안하여 수고로움 벗어나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부처님, 성(城)에 들어가실 때 얽매임 풀려
영원히 안온하여 스스로 기뻐하며
근심 고통 없어지고 지혜 최상 되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몸은 늙음 모르시고 죽음 걱정 없으시며
이미 뭇 장애 벗어나 지혜 견줄 이 없고
인간의 태조(泰祖)되시어 부처님보다 뛰어난 이 없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10력(力) 세존께서 도리천(忉利天) 올라가시어
어머니 마야부인 제도하여 묘한 도 세우시고
헤아릴 수 없는 나술의 천(天) 교화하시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제7 범천(梵天) 의심 많아
부처님 의심의 그물 찢고 진실한 도 주시니
저 왕 스스로 투항하여 머리 숙였도다.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흉포한 도적, 죄의 힘이 강하나
해치는 자에게 감로의 도 내리시고
수없이 많은 사술인(邪術人) 받아들이셨도다.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조달(調達)이 독을 품고 흉포함이 성하여
취한 코끼리 내달리게 하여 그 힘 당할 수 없더니
부처님께서 큰 성에서 조복시키셨도다.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부처님께서 많은 모임에서 법으로 인도하시고
능히 천지 움직이고 산과 언덕 진동시키시며
큰 바다 물결일어 물짐승 요동하더니
나 이제 부처님의 열반 보리라.
이때 아나율이 이 게송을 읊고 나자 즉시 부처님께서 위신(威神)을 놓으시어 염부제에 있는 비구로 하여금 대가섭(大迦葉)의 권속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와서 모이게 하셨다.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천(天)ㆍ용(龍)ㆍ귀신[神]ㆍ건답화(揵沓和)ㆍ아수륜(阿須倫)ㆍ가류라(迦留羅)ㆍ진다라(眞陁羅)ㆍ마후륵(摩睺勒)의 무리 등이 함께 역사(力士)가 태어난 땅에 도착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 머리 숙여 예배하였다.
모두 크게 소리 내어 울며 소리 높여 부처님을 부르니, 돌아가심[崩絶]을 사모하는 것이 마치 부모를 잃은 듯하였다.
각각 서로 끌고 함께 슬피 울기도 하며, 다시 서로 돌아보며 함께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혹은 손으로 서로 치고 정강이를 치고 머리를 치기도 하며, 혹 눈을 뜨기도 하고 눈을 감기도 하며, 모든 근(根)이 변하기도 하며 얼굴과 뺨이 초췌하고 살집이 쪼그라들기도 하며, 혹은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뒷걸음질 치기도 하며, 한탄하면서 눈을 문지르며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이렇게 슬피 부처님을 찬탄하며 모두 비통하게 말하였다.
“오, 세웅(世雄)이시여. 오, 대의(大醫)시여.
오, 사자(師者)시여. 오, 법왕(法王)이시여.
오, 일월왕(日月王)이시여. 오, 각정각(覺正覺)이시여.
오, 대광명(大光明)이시여. 시감로(施甘露)시여, 무량적(無量蹟)이시여”라고 하며,
목 놓아 울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를 때리고 땅에 넘어지기도 하고 혹은 얼굴을 가리고 땅에 부딪치기도 하였다.
이때 아난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와서 두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 양손을 땅에 대고 부처님을 우러러보며 게송으로 아뢰었다.
사람들이 부르짖고 사모하며
모두 비통해 하고
각각 호곡하며 슬퍼하는 모습 보니
제가 더욱 괴롭습니다.
비유하면 상인이 길을 가다가
중도에 극악한 도적 만나
큰 불빛 보고
풀처럼 탈까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활활 타는 불 보기에
그 마음 두렵고
두려운 생각에
하늘에 절하며 애걸합니다.
저의 정은 끝이 없으니
우울함을 어찌 이기리까.
또 모든 사람들 보니
양팔 들고 슬피 울부짖습니다.
오직 과거 미래 생각하시어
부처님 한 겁 더 머무소서.
오늘 어찌 차마
거룩하신 분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 뵈오리까.
제가 항상 부처님 뵈려 하나
기원(祇洹)의 언덕이 텅 비어
하늘 중의 하늘 못 뵙고
다른 사람만 볼 것이며
만일 유야리(維耶離)에 들어가
호우(豪右)가 부처님
무상존(無上尊)께서 태어나실 곳 물으면
제가 무엇이라 답해야 하오리까.
셀 수 없이 많은 수천 명의 사람이
흐느껴 눈물이 얼굴에 흐릅니다.
위없는 석사자(釋師子)시여,
인자(仁者)시여, 어느 곳에 가려 하십니까.
모든 사람 슬피 소리 내어 울며
부처님 뵈옵기 생각하지 않는 이 없으니
어찌 대성(大城)에 들어가
사람 중에 가장 존귀한 이와 멀리 떨어지리까.
누구의 뒤에 서야 하며
누구를 위하여 발우를 들 것이며
누구를 위하여 옷을 펼 것이며
누가 몸소 저에게 권하리까.
누가 저를 위해 말해 주며
듣고 지니는 것 이것은 무엇을 말하며
누가 저의 의심을 풀어 주리까.
아난은 아는 것이 바다 같다 하나,
뉘에게서 정법 듣고
심오하고 난해한 글귀 들으며
제가 누구에게서
한량없이 미묘한 법 받으리까.
이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래를 위하여 쌍수(雙樹) 사이에 사자상(師子牀)을 펴거라.
왜냐하면 다라갈(多羅竭)이 밤중에 반니원에 들 것이기 때문이며, 본원(本願)과 합하는 까닭이니라.”
이때 아난이 울며 자리에서 일어나 역사(力士)의 땅에 있는 쌍수 아래에 사자상을 폈다.
북쪽을 머리로 하여 펴고 나서,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이제 대신통(大神通)을 위하여
최후로 이 상(牀)을 펴노라.
끝과 시작은 얻을 수 없으니
다시 청정한 자리에 안주하시도다.
내 어찌 차마 견디리.
이 쌍수 사이에서
광명(光明)께서 지금 멸도하려 하시니
지존(至尊)을 멀리 여의게 되리라.
이때 아나율이 아난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본래 말씀하시기를
만물(萬物)은 모두 무상(無常)하여
홀로 자재함을 얻을 수 없다 하셨거늘
이제 어찌 울리오.
이때 아난이 게송으로 아나율에게 답하였다.
어찌 그런 말씀 하시오.
인자(仁者)여, 곧 내 생각에 답하시오.
거룩하신 분께서 열반에 드시는 것 보고
인자는 어찌 근심이 없으시오.
그러자 아나율이 게송으로 아난에게 답하였다.
내가 사람들이 슬퍼하며
동요하고 근심 고뇌하는 것 보고
나 역시 눈에 눈물 가득 고이고
슬피 울어 눈물 하염없이 흐른다오.
나도 천안(天眼)으로 천과 사람들
슬피 우는 것 보고
나 역시 이러한 까닭에
슬피 울부짖어 고통이 더하다오.
소리 내어 울지 않으면
문득 얻는 바가 있으리니
그러므로 사람들을 힘써 타이르고
울지 말고 근심치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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