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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비로자나성불신변가지경 제1권
1. 입진언문주심품(入眞言門住心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박가범께서는, 여래께서 가지(加持)하시는 넓고 큰 금강법계궁(金剛法界宮)에 머무셨다. 여래께서 신해(信解)로써 유희하시며 신통으로 변화[遊戱神變]하여 만든 크나큰 보배 누각[大樓閣寶王]은 높아서 중앙과 끝이 없었고, 온갖 크고도 묘한 보배로써 사이사이를 장식하였으며, 보살의 몸이 사자좌(師子座)가 되었다.
모든 지금강자(持金剛者)들이 모두 모인 곳이며, 그 금강자들의 이름은, 허공무구집금강(虛空無垢執金剛), 허공유보집금강(虛空遊步執金剛), 허공생집금강(虛空生執金剛), 피잡색의집금강(被雜色衣執金剛), 선행보집금강(善行步執金剛), 주일체법평등집금강(住一切法平等執金剛), 애민무량중생계집금강(哀愍無量衆生界執金剛), 나라연력집금강(那羅延力執金剛), 대나라연력집금강(大那羅延力執金剛), 묘집금강(妙執金剛), 승신집금강(勝迅執金剛), 무구집금강(無垢執金剛), 도신집금강(刃迅執金剛), 여래갑집금강(如來甲執金剛), 여래구생집금강(如來句生執金剛), 주무희론집금강(住無戱論執金剛), 여래십력생집금강(如來十力生執金剛), 무구안집금강(無垢眼執金剛), 금강수비밀주(金剛手秘密主)라 한다.
이와 같은 분들이 상수(上首)가 되었으며, 무한한 불국토의 티끌처럼 많은 수의 지금강들과 더불어 계셨다.
또한 보현보살(普賢菩薩)ㆍ자씨(慈氏)보살ㆍ묘길상(妙吉祥)보살ㆍ제일체개장(除一切蓋障)보살 등의 모든 대보살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법을 연설하신다.
그 법문은 이른바 3시(時)을 초월한 여래의 태양이 가지하셨기에 몸과 말과 뜻이 평등한 법문이었다.
그 때 그 보살들은 보현보살이 상수가 되었으며, 모든 집금강에게는 비밀주가 상수가 되었으니, 비로자나여래께서는 가지력으로써 몸[身]의 무진장엄장(無盡莊嚴藏)을 빠르게 시현하셨다.
이와 같이 말[語]과 뜻[意]에서도 평등한 무진장엄장을 빠르게 시현하셨다.
이는 비로자나부처님의 몸이나 말이나 뜻을 쫓아서 생하는 것이 아니니, 온갖 곳의 생기고 없어짐이 그 끝을 얻을 수 없으므로 비로자나께서 모든 몸의 업과 모든 언어의 업과 모든 뜻의 업으로 모든 장소와 모든 때에 유정 세계에서 진언의 도를 설한 법문을 널리 설하시는 것이다.
또한 집금강(執金剛)과 보현보살과 연화수보살(蓮華手菩薩) 등의 모습을 두루 시방(十方)에 나타내어 진언도의 청정한 법문[眞言道淸淨句法]을 설하신다.
이른바 이 법문은 초발심에서부터 10지(地)에 이르기까지 차례로 이 생(生)에서 만족하게 하며, 인연과 업이 만들어 더욱 키우는 유정들의 업과 목숨[業壽]의 종자를 제거하고, 다시 보리의 싹과 종자를 생겨나게 하신다.
이 때 대중의 모임 가운데에 앉아 있던 집금강비밀주가 세존께 아뢰어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께서 일체지지(一切智智)를 얻으셨다고 합니까?
그 일체지지를 lf얻어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위해 널리 펴서 연설하시니, 온갖 중생의 갈래와 갖가지 중생이 바라는 바에 따라 온갖 종류의 방편도로써 일체지지를 설하십니다.
혹은 성문승(聲聞乘)의 도(道)와 혹은 연각승(緣覺乘)의 도와, 혹은 대승(大乘)의 도, 혹은 5통지(通智)의 도를 설하시며, 혹은 하늘 세계에 태어나거나 혹은 사람 가운데 내지 용(龍)과 야차(夜叉)과 건달바(乾闥婆)으로 태어나거나 내지 마후라가(摩睺羅伽)으로 태어날 수 있는 법을 설하십니다.
만약 중생들 가운데 부처님의 몸으로 건질 자가 있으면 즉시 부처님의 몸을 나투시고, 혹은 성문의 몸이나 연각의 몸이나 보살의 몸이나 범천(梵天)의 몸이나 나라연(那羅延)과 비사문(毘沙門)의 몸 내지 마후라가의 몸이나 혹은 인비인(人非人) 등의 몸을 나투셔서 각각 그들의 언어와 소리에 동일하게 하며 온갖 위의(威儀)를 시현하십니다. 이런 일체지지의 도는 한 가지 맛[一味]이니, 바로 여래의 해탈미입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허공[虛空界]이 온갖 분별을 떠나서 분별할 것도 없고 분별하지 않을 것도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일체지지도 온갖 분별을 떠나 분별할 것도 없고 분별하지 않을 것도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대지가 모든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는 것처럼, 일체지지도 천과 사람과 아수라의 의지처가 됩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불[火界]이 장작을 태움에 있어 만족함이 없듯이, 일체지지도 모든 무지의 장작을 태우는 데 만족함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바람[風界]이 모든 먼지를 제거하듯이, 일체지지도 모든 번뇌의 찌꺼기를 제거합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자면 물[水界]이 모든 중생들의 의지처가 되고 기쁨이 되듯이, 일체지지도 모든 천과 세상 사람들의 이익과 즐거움이 됩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지혜는 무엇이 원인[因]이 되며, 무엇이 근본[根]이 되며, 무엇이 그 구경(究竟)이 됩니까?”
이와 같이 여쭙고 나자 비로자나부처님께서는 지금강비밀주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훌륭하구나, 집금강이여. 훌륭하구나, 금강수여. 그대는 나에게 이와 같은 뜻을 묻는구나. 그대는 마땅히 잘 듣고 그 뜻을 잘 익혀야 한다. 나는 지금 이를 설하리라.”
그러자 금강수가 이와 같이 말씀드렸다.
“그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리심(菩提心)이 원인[因]이 되고, 대비(大悲)가 근본이 되며, 방편(方便)이 구경(究竟)이 된다.
비밀주여, 보리란 무엇인가?
곧 실다웁게 자기의 마음[自心]을 아는 것이다. 비밀주여,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와 그 법은 조금이라도 얻을 것이 없다.
어찌된 까닭인가?
허공의 모습이 보리이니, 알고 이해하는 자도 없고, 또한 열어 보일 것도 없다. 왜냐 하면 보리는 모습이 없기 때문이다. 비밀주여, 모든 법은 모습이 없으므로 허공의 모습이라 한다.”
이 때 금강수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일체지를 찾아 구할 수 있습니까?
어떻게 보리에 의해 정각을 이룰 수 있는 것입니까? 어떻게 그 일체지지를 내어 일으킬 수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밀주여, 스스로의 마음에서 보리와 일체지지를 찾아 구해야 한다. 왜 그런가 하면, 성품은 본래 청정하기 때문이다.
마음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며, 밖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중간에서도 얻을 수 없다.
비밀주여,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은 푸르지도 않고 누르지도 않으며, 붉지도 않고 희지도 않으며, 홍자(紅紫)빛도 아니며 수정빛도 아니다.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둥글지도 않고 모나지도 않다. 밝은 것도 아니고 어두운 것도 아니며,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니며, 남성과 여성이 아닌 것도 아니다.
비밀주여, 마음은 욕계(欲界)과 동일한 성품이 아니며, 색계(色界)와 같은 성품이 아니고, 무색계(無色界)와 같은 성품이 아니며, 천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인비인의 것들과도 같은 성품이 아니다.
비밀주여, 마음은 눈의 경계[眼界]에 머무는 것도 아니며, 귀[耳]ㆍ코[鼻]ㆍ혀[舌]ㆍ몸[身]ㆍ뜻[意]의 경계에 머무는 것도 아니다.
보는 것도 아니며, 현현하는 것도 아니니, 무엇 때문인가?
허공상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허공상의 마음이란 것은 모든 분별과 무분별을 떠났으니, 성품은 허공과 동일하니 곧 마음과 같은 것이고, 성품이 마음과 동일하다면 곧 보리와 같은 것이다.
비밀주여, 이와 같이 마음과 허공계과 보리의 세 가지는 서로 다름없으니, 이것은 대비를 근본으로 하며 방편바라밀로 만족하게 된다.
그러므로 비밀주여, 내가 말한 모든 법은 이와 같나니, 모든 보살들로 하여금 보리의 마음을 청정하게 하여 그 마음을 알게 하려 함이다.
비밀주여, 훌륭한 가문의 남자와 여자가 보리심을 알고자 한다면 당연히 이같이 자기의 마음[自心]을 알아야 한다.
비밀주여, 어떤 것이 자기의 마음을 아는 것인가?
이른바 인연으로 생겨난 법[分段], 곧 나타난 빛[顯色]이나 모습[形色]이나 경계(境界)나 색(色)이나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나 혹은 나[我]이거나 내 것[我所]이거나 혹은 능집(能執)이나 소집(所執)이나 혹은 청정(淸淨)이나 18계[界]나 12처[處] 등 온갖 생겨난 법 가운데 구하여도 얻을 수가 없는 것을 말한다.
비밀주여, 이것이 보살의 청정한 보리심의 문(門)이며, 이것을 이름하여 초법명도(初法明道)이라 이름한다.
보살이 여기에 머물러 수학하면 오래도록 부지런히 애쓰지 않아도 제일체개장삼매(除一切蓋障三昧)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이러한 삼매를 얻는다면 모든 불보살들과 더불어 평등하게 함께 머물러 마땅히 다섯 가지 신통[五神通]을 내고,
한량없는 말과 소리의 다라니[無量語言音陀羅尼]를 획득하게 되어 중생의 마음가는 것을 알게 되며,
모든 부처님의 호지를 받게 되어 비록 생사에 처해도 물들지 않으며,
법계의 중생을 위하여 피곤함을 사양하지 않고,
무위계(無爲戒)에 머물러 삿된 견해를 떠나서 바른 견해에 통달할 수 있다.
거듭 다시 비밀주여, 여기에 머물러 모든 번뇌의 장애를 없앤 보살은 신해력으로 오래도록 부지런히 닦지 않더라도 모든 부처님의 법을 완전히 구족한다.
비밀주여, 요점만 다시 말하자면 이 선남자와 선여인은 무량의 공덕을 모두 성취한 것이다.”
이 때 집금강비밀주가 다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하여야
마음에 보리를 생할 수 있습니까?
또한 어떠한 모습으로 보리심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까?
원컨대 식심(識心)과 마음이 뛰어난
자연지(自然智)께서는 그 생기는 것을 설하여 주십시오.
대근용(大勤勇)이시여.
어느 정도의 차례를 거쳐 마음이 계속 생기는 것인지
마음의 온갖 모습과 때은 어떠한지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널리 설하여 주십시오.
공덕취도 또한 마찬가지로 설해 주십시오.
그리고 그 행을 수행하는 것과
마음과 마음에는 어떠한 차별이 있는지
대모니(大牟尼)여, 설하여 주십시오.
이와 같이 여쭙자, 마하비로자나세존께서 금강수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부처의 참된 제자여
광대한 마음으로 이익을 주려 하는구나.
가장 뛰어난 대승의 구절인
마음이 계속하여 생기는 모습은
모든 부처의 큰 비밀이어서
외도이 능히 알 수 없는 것이니라.
이제 내가 모두 보이리니
일심으로 마땅히 잘 들을지어다.
160심(心)을 초월하여
광대한 공덕이 생기는데
그 성품은 항상 견고하니라.
그와 같은 모습을 알면 보리가 생기는 것이니라.
무량하기는 허공과 같고
더러운 것에 물들지 않고 항상 머무느니라.
모든 법도 능히 움직일 수가 없고
본래부터 고요하여 모습 없도다.
한량없는 지혜를 능히 이루면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 드러나리니
공양행(供養行)을 수행하면
이로부터 초발심의 보살이니라.
“비밀주여, 시작도 없는 때로부터 나고 죽는 것을 거듭하는 어리석은 범부들은 나[我]라고 이름하는 것과 내가 있다는 것에 집착하여 한량없이 나라는 것에 대해 분별한다.
비밀주여, 그들은 나[我]의 자성을 관하지 못하여 곧 나[我]와 나의 것[我所]이 생기는 것이다.
그 외에 시(時)과 지(地)들의 변화과 유가(瑜伽)의 아(我)과 건립(建立)을 깨끗하다 하며,
건립하지 않는 것을 깨끗하지 않다 하고,
자재천(自在天)과 유출(流出)과 시(時)이 있다 하고,
존귀(尊貴)하다 하며, 자연(自然)히 이루는 것이라고도 하며,
내아(內我)과 인량(人量)과 편엄(遍嚴)과,
수명[壽者]이라는 생각과 보특가라(補特伽羅)라는 생각과,
식(識)과 아뢰야(阿賴耶)과 아는 것[知者]과 보는 것[見者]과,
능집(能執)과 소집(所執)과 내지(內知), 외지(外知),
사달범(社怛梵)과 의생(意生)과 유동(儒童)과 상정생(常定生)과 성(聲)과 비성(非聲) 등에 실체가 있다는 견해들이 있다.
비밀주여, 이와 같이 나라고 하는 설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분별과 상응한 것으로 순리대로 해탈을 희구한다고 한다.
비밀주여, 어리석은 범부 등은 수컷 양과 같으나 언젠가는 하나의 진리에 대해 생각하기도 한다.
이른바 제를 지킴[持齋]이 그것이니, 그가 이것의 적은 부분을 사유하고 기쁜 마음을 내어 자주자주 닦아 익힌다면, 비밀주여, 이것이 최초로 선업의 종자가 발생하는 것이다.
다시 이것을 원인으로 하여 6재일(齋日)에 부모와 아들딸과 친척에게 시여한다. 이것이 두 번째로 종자가 싹트는 것[牙種]이다.
다시 이것을 가지고 친한 사이가 아닌 자들에게도 시여한다. 이것이 세 번째로 줄기가 생김[疱種]이다.
또 이것을 가지고 그릇이 크고 덕이 높은 자를 찾아 시여한다. 이것이 네 번째로 잎이 나는 것[葉種]이다.
또 이것을 가지고 기꺼이 기악인(伎樂人) 등에게 즐거이 시여하며, 높은 어른들에게 드린다. 이것이 다섯 번째로 꽃이 피어남[敷華]이다.
또 이것을 시여하는데 친애하는 마음으로 공양한다. 이것이 여섯 번째 열매가 맺는 것[成果]이다.
또다시 비밀주여, 그가 계율을 호지하면 천(天)에 태어나나니, 이것이 일곱째로 선업의 종자를 받아쓰는 것[受用種子]이다.
또다시 비밀주여, 그가 이러한 마음으로써 생사유전하면서 착한 벗으로부터 이와 같은 말을 듣게 된다.
‘이들 천과 대천(大天)은 온갖 즐거움을 준다. 만약 경건하게 정성껏 공양하면 온갖 소원을 모두 성취할 수 있으리라.
그 천들은 말하자면, 자재천(自在天)ㆍ범천(梵天)ㆍ나라연천(那羅延天)ㆍ상갈라천(商羯羅天)ㆍ흑천(黑天)ㆍ자재천(自在天)ㆍ일천(日天)ㆍ월천(月天)ㆍ용존(龍尊) 등과 구폐람(俱吠濫)ㆍ비사문(毘沙門)ㆍ석가(釋迦)ㆍ비루박차(毘樓博叉)과 비수갈마천(毘首羯磨天)ㆍ염마(閻魔)ㆍ염마후(閻魔后)ㆍ범천후(梵天后)ㆍ세간에서 섬겨 받드는 화천(火天)ㆍ가루라자천(迦樓羅子天)ㆍ자재천후(自在天后)ㆍ파두마(波頭摩:용왕)ㆍ덕차가용(德叉迦龍)ㆍ화수길(和修吉)ㆍ상카(商佉:용왕)ㆍ갈구탁검(羯句啅劍)ㆍ대련(大蓮:용왕)ㆍ구리검(俱里劍)ㆍ마하반니(摩訶泮尼:야차)ㆍ아지제바(阿地提婆:神)ㆍ살타난타(薩陀難陀:용왕) 등의 용(龍)과 또는 천선(天仙)과 대위타론사(大圍陀論師)들로 각각에 마땅히 훌륭한 공양을 해야 한다.’
그는 이러한 말을 듣고 마음이 기쁘고 즐거워 은근하고 정중하게 공경하고 수순하여 수행한다.
비밀주여, 이것을 어리석은 중생[愚童異生]이 나고 죽음에 유전하면서 얻는 두려움 없는 의지처라 하나니, 이것이 제8 어린애 같은 마음[嬰童心]이다.
비밀주여, 다시 이보다 뛰어난 행은 앞에 설한 것에 따라 훌륭한 것에 머물러 해탈과 지혜를 구하는 것이니, 이른바 영원하다거나 덧없다거나 공하다는 등 이와 같은 말씀에 따르는 것이다.
비밀주여, 그들은 공(空)을 알지 못하여 공이 끊어짐도 아니고 항상함도 아니며, 존재도 아니고 비존재도 아니라는 것도 알지 못하고, 분별과 무분별을 함께 갖춘 것도 알지 못하니, 어떻게 공을 분별할 수 있겠는가?
모든 공을 알지 못하므로 능히 열반도 알 수가 없느니라. 마땅히 공을 바르게 알아 단견과 상견을 떠나야 한다.”
이 때에 금강수가 부처님께 청하여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그 마음의 차별에 대하여 설하여 주십시오.”
이같이 여쭈었을 때 부처님께서 금강수에게 말씀하셨다.
“비밀주여, 잘 듣거라. 마음의 모습은 다음과 같다.
탐내는 마음[貪心]ㆍ탐욕을 떠난 마음[無貪心]ㆍ성내는 마음[瞋心]ㆍ자애로운 마음[慈心]ㆍ어리석은 마음[癡心]ㆍ지혜로운 마음[智心]ㆍ결정된 마음[決定心]ㆍ의심하는 마음[疑心]ㆍ어두운 마음[暗心]ㆍ밝은 마음[明心]ㆍ쌓아 모으는 마음[積聚心]ㆍ싸우는 마음[鬪心]ㆍ다투는 마음[諍心]ㆍ다툼이 없는 마음[無諍心]ㆍ천의 마음[天心]ㆍ아수라의 마음[阿修羅心]ㆍ용의 마음[龍心]ㆍ사람의 마음[人心]ㆍ여자의 마음[女心]ㆍ자재하려는 마음[自在心]ㆍ상인의 마음[商人心]ㆍ농부의 마음[農夫心]ㆍ하천의 마음[河心]ㆍ방죽의 마음[陂池心]ㆍ우물의 마음[井心]ㆍ수호하는 마음[守護心]ㆍ인색한 마음[慳心]ㆍ개의 마음[狗心]ㆍ살쾡이의 마음[狸心]ㆍ가루라의 마음[迦樓羅心]ㆍ쥐의 마음[鼠心]ㆍ노래하는 마음[歌詠心]ㆍ춤추는 마음[舞心]ㆍ북치는 마음[擊鼓心]ㆍ집의 마음[室宅心]ㆍ사자의 마음[師子心]ㆍ올빼미의 마음[鵂鶹心]ㆍ까마귀의 마음[烏心]ㆍ나찰의 마음[羅刹心]ㆍ가시의 마음[刺心]ㆍ굴의 마음[屈心]ㆍ바람의 마음[風心]ㆍ물의 마음[水心]ㆍ불의 마음[火心]ㆍ진흙의 마음[泥心]ㆍ드러나는 마음[顯色心]ㆍ널빤지의 마음[板心]ㆍ미혹한 마음[迷心]ㆍ독약의 마음[毒藥心]ㆍ그물의 마음[羂索心]ㆍ도구의 마음[械心]ㆍ구름의 마음[雲心]ㆍ밭의 마음[田心]ㆍ소금의 마음[鹽心]ㆍ칼의 마음[剃刀心]ㆍ수미산 같은 마음[須彌等心]ㆍ바다와 같은 마음[海等心]ㆍ구멍과 같은 마음[穴等心]ㆍ태어남을 받는 마음[受生心]이다.
비밀주여, 무엇을 탐내는 마음이라 하는가? 물든 법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탐냄이 없는 마음이라 하는가? 물듦 없는 법을 따라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성내는 마음이라 하는가? 분노의 법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자애로운 마음이라 하는가? 자애로운 법을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어리석은 마음이라 하는가? 법을 관찰하지 않고 따라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지혜로운 마음이라 하는가? 세간의 분별로써 수승하고 더욱 높은 법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결정된 마음이라 하는가? 세존의 가르침을 말씀대로 받들어 행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의심하는 마음이라 하는가? 항상 어떤 일에 정해지지 않는 마음을 거두어 지니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어두운 마음이라 하는가? 의심할 바 없는 법에 대해 새로이 의심하는 생각을 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밝은 마음이라 하는가? 의심할 것 없는 법에서 의심 없이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쌓아 모으는 마음이라 하는가? 무량한 것을 하나라고 고집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싸우는 마음이라 하는가? 서로 간에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을 성품으로 삼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다투는 마음이라 하는가? 자기 안에서 옳고 그름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다툼이 없는 마음이라 하는가? 옳고 그름을 다 버리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천의 마음이라 하는가? 염원에 따라 성취되기 바라는 마음을 말한다.
무엇을 아수라의 마음이라 하는가? 즐겨 생사에 처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용의 마음이라 하는가? 광대한 자재(資財)를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사람의 마음이라 하는가?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사념하는 것이다.
무엇을 여자의 마음이라 하는가? 애욕의 법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자재하려는 마음이라 하는가?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기를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상인의 마음이라 하는가? 처음에는 거두어 모으고 뒤에 계산하고 나누는 법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농부의 마음이라 하는가? 먼저 널리 듣고 따라하며 나중에 법을 구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하천한 마음이라 하는가? 두 가지 치우친 법을 의지하여 따라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방죽의 마음[陂池心]이라 하는가? 목말라 싫어함도 만족함도 없는 법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우물의 마음이라 하는가? 이같이 깊이 사유하고서 다시 그 깊이를 더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수호하는 마음이라 하는가? 오직 이 마음만이 진실하며 그 외의 마음은 진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인색한 마음이라 하는가? 자신만을 위할 뿐, 남을 위해 베풀지 않는 법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살쾡이의 마음이라 하는가? 서서히 나아가는 법에 따라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개의 마음이라 하는가? 작은 것을 얻고서 기뻐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가루라의 마음이라 하는가? 함께 무리 짓는 법에 따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쥐의 마음이라 하는가? 모든 얽매임을 끊으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노래하는 마음이라 하는가? 무엇을 춤추는 마음이라 하는가? 이와 같은 법을 잘 수행하여 더욱 향상함으로써 갖가지의 신변을 행하려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북치는 마음이라 하는가? 스스로 법고를 치려는 마음으로 이 법에 잘 따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집의 마음이라 하는가? 스스로 몸을 보호하는 법을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사자의 마음이라 하는가? 모든 두려움 없고 약함이 없는 법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올빼미의 마음이라 하는가? 항상 어두운 밤에 사념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까마귀의 마음이라 하는가? 어느 곳이나 무서워하는 생각이 있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나찰의 마음이라 하는가? 착한 것 가운데서 착하지 않은 것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가시의 마음이라 하는가? 어느 곳에서나 악한 짓을 일어나게 하는 성품을 말한다.
무엇을 굴의 마음이라 하는가? 굴에 들어가 법을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바람의 마음이라 하는가? 모든 곳에 두루하여 생기는 성품을 말한다.
무엇을 물의 마음이라 하는가? 모든 착하지 못한 것을 제거하는 법을 잘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불의 마음이라 하는가?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거운 성품을 말한다.
무엇을 진흙의 마음이라 하는가? 무엇을 드러나는 마음이라 하는가? 그와 비슷한 것을 성품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널빤지의 마음이라 하는가? 깜냥에 맞는 법만 따르고, 나머지 착한 일을 버리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미혹한 마음이라 하는가? 집착하는 것이 진실과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른 것을 말한다.
무엇을 독약의 마음이라 하는가? 분별이 끊어진 법에 집착하여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그물의 마음이라 하는가? 모든 곳에서 나를 계박하는 것에 머무는 성품을 말한다.
무엇을 도구의 마음이라 하는가? 두 발이 그친 것처럼 머무는 것을 성품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구름의 마음이라 하는가? 언제나 비 내리려고 사념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밭의 마음이라 하는가? 항시 이와 같이 자기 몸만 닦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소금의 마음이라 하는가? 생각에 다시 생각을 보태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칼의 마음이라 하는가? 잘라 없애는 법에만 의지하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수미산과 같은 마음이라 하는가? 항상 생각하여 마음을 높고 거만하게 하는 성품을 말한다.
무엇을 바다와 같은 마음이라 하는가? 항상 이같이 자신을 받아들여 머무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구멍과 같은 마음이라 하는가? 먼저 결정한 것을 나중에 다시 바꾸는 것을 성품으로 함을 말한다.
무엇을 태어남을 받는 마음이라 하는가? 모든 존재의 상태에서 그 생의 행업을 수습하는 것을 말한다. 마음은 이와 같은 성품이 있다.
비밀주여, 하나, 둘, 셋, 넷, 다섯 거듭 헤아리면 무릇 160심(心)이다.
세간의 세 가지 망집(妄執)을 뛰어넘어 출세간의 마음이 생긴다.
이와 같이 5온(蘊)이 무아(無我)일 뿐임을 알고, 6근(根)과 6경(境)과 6식(識) 등이 머물러 지체하는 것을 벗어나고자 수행하며, 업번뇌(業煩惱)의 줄기와 무명(無明)의 종자를 없앤다.
이와 같이 하면 12인연이 생겨 건립하지 않는 것이 올바르다는 등의 사견을 떠나게 된다.
이와 같은 고요한 마음은 모든 외도가 능히 알 수 없으니, 옛 부처님께서 이르시기를,
‘온갖 허물을 떠났느니라’고 하셨다.
비밀주여, 그 출세간심은 온(蘊) 가운데 머물면서 이와 같은 지혜가 따라 생기는 것이다.
만약 5온 등에서 집착을 여의고자 하면, 마땅히 5온이 물방울ㆍ거품ㆍ파초ㆍ아지랑이ㆍ허깨비와 같다고 관찰하면 해탈을 얻게 될 것이다.
곧 5온과 12처와 18계와 능집(能執)과 소집(所執) 모두가 법의 자성을 떠난 것이니, 이와 같이 본래 고요한 세계를 증득하면 이것을 출세간심이라 부른다.
비밀주여, 번뇌를 거슬러서 진리를 따르는 여덟 가지 마음과 상속되는 업번뇌의 그물을 떠나는 것을 1겁(劫)을 초월한 유기행(瑜祇行)이라 한다.
다시 비밀주여, 대승의 행은 무연승(無緣乘)의 마음을 내는 것이니, 법에는 나라고 할 만한 성품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옛날에 이와 같이 수행하는 이와 마찬가지로 5온(蘊)과 아뢰야(阿賴耶)의 자성이 허깨비 같고 그림자 같고 메아리 같고 돌아가는 불바퀴 같고 신기루와 같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비밀주여, 이와 같이 무아까지 버리면 심주(心主:心王)가 자재하게 되어서 자기 마음이 본래 생겨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어찌한 까닭인가? 비밀주여, 마음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 이와 같이 자기 마음의 성품을 아는 것이 2겁(劫)을 초월하는 유기행(瑜祇行)이다.
또다시 비밀주여, 진언문을 수행하는 보살은 모든 보살이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백천구지나유다겁(百千俱胝那庾多劫) 동안에 쌓아 모은 한량없는 공덕과 지혜를 모두 행하며, 모든 행을 갖추어 닦아서 한량없는 지혜와 방편을 모두 다 이룬다.
천(天)과 사람 세간들이 귀의하는 바이며, 모든 성문(聲聞)과 벽지불(辟支佛)의 경지를 초월하니, 석제환인(釋提桓因) 등이 가까이 모시고 우러러 예를 올린다.
이른바 공한 성품은 6근과 6경을 떠나 모습도 없고 경계도 없어서 모든 희론을 뛰어넘는다.
허공과 같아서 가없으니, 모든 부처님의 법도 이것에 의하여 상속해서 생긴다.
유위(有爲)와 무위(無爲)의 경계를 떠나며, 모든 만들어 지음을 떠나며, 눈ㆍ귀ㆍ코ㆍ혀ㆍ몸과 뜻을 떠나 극무자성심(極無自性心)을 생한다.
비밀주여, 이와 같은 초심(初心)은 성불의 원인이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업번뇌에서 해탈하고서도 또한 업과 번뇌에 그대로 의지하나니, 세간에서 항상 높이 받들어 공양한다.
또다시 비밀주여, 신해행지(信解行地)에서 세 가지 마음을 관찰하고 한량없는 바라밀다를 갖추어 지혜로써 4섭법(攝法)을 관하면, 신해지(信解地)에서 상대할 것이 없고 한량없는 부사의(不思議)을 얻으며, 열 가지 마음[十心]을 건립해서 가없는 지혜가 생긴다.
내가 모든 세계에서 설한 것은 모두 이것에 의해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이는 마땅히 이 일체지(一切智)의 신해지를 사유하면 다시 1겁을 초월해서 이 경지에 잘 머물게 되고, 이것의 4분의 1으로 신해지를 뛰어넘는다.”
이 때에 집금강비밀주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세간을 구하시는 분이시여, 원하오니 마음의 모습을 설하여 주십시오. 보살은 몇 종류의 무외처를 얻을 수 있습니까?”
이와 같이 말씀드리자, 마하비로자나세존께서 금강수에게 말씀하셨다.
“잘 듣고 아주 잘 생각하거라. 비밀주여, 저 어리석은 범부가 모든 선업을 닦고 불선업을 없애면 마땅히 선무외(善無畏)을 얻을 것이다.
만약 실답게 아(我)를 안다면 마땅히 신무외(身無畏)을 얻을 것이다. 만약 5온(蘊)이 모여서 이룬 내 몸에서 자기의 모습에 대해 집착을 버리고 관한다면 마땅히 무아무외(無我無畏)을 얻을 것이다.
만약 5온을 버리고서 법의 반연(攀緣)에 머문다면 마땅히 법무외(法無畏)을 얻을 것이다.
만약 법을 버리고서 무연(無緣)에 머문다면 마땅히 법무아무외(法無我無畏)을 얻을 것이다.
만일 다시 온갖 5온ㆍ18계ㆍ12처와 능집과 소집과 나[我]와 수명(壽命) 등과 법무연(法無緣)과 공(空)까지도 자성이 없어서 공지(空智)가 생기면 마땅히 일체법자성평등무외(一切法自性平等無畏)을 얻을 것이다.
비밀주여, 진언문에서 보살행을 닦는 모든 보살은 깊이 닦아서 10연생구(緣生句)를 관찰하고 마땅히 진언행을 통달하여 증득하여야 하느니라.
무엇을 열 가지라 하는가?
이른바 모든 법은 허깨비ㆍ아지랑이ㆍ꿈ㆍ그림자ㆍ신기루ㆍ메아리ㆍ물에 비친 달ㆍ물거품ㆍ허공 꽃ㆍ돌아가는 불바퀴와 같다는 것이다.
비밀주여, 저 진언문에서 보살행을 닦는 모든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한다.
무엇이 허깨비인가?
이른바 주술과 약물의 힘으로 만들거나 만들어진 여러 종류의 색상이 자기의 눈을 미혹하게 하기 때문에 이제까지 없었던 일들을 보는 것이다.
구르고 굴러서 서로 생겨나게 하여 시방에 오고 가더라도 그러나 그것은 가는 것이 아니며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무엇 때문인가?
본래의 성품이 청정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진언의 허깨비[眞言幻]를 지송하여 성취하면 능히 온갖 신통을 생겨나게 할 수 있다.
또다시 비밀주여, 아지랑이의 성품은 공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망상에 의해 성립하여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이처럼 진언의 모습도 오직 임시의 명칭일 뿐이다.
다시 비밀주여, 꿈속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하루 낮이나 모호율다(牟呼栗多)과 찰나(刹那) 동안에 함께 머물던 여러 종류의 중생들이 갖가지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받지만 깨고 나면 보던 바가 모두 없는 것이니, 이와 같이 진언의 행도 꿈 같은 줄을 알아야 한다.
또다시 비밀주여, 그림자의 비유를 가지고 진언이 능히 실지를 발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얼굴이 거울에 반연하여 그 모습이 나타나는 것처럼, 진언의 실지 또한 이와 같은 줄 알아야 한다.
또한 비밀주여, 건달바성(乾闥波城)의 비유로써 진언이 실지궁(悉地宮)을 성취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다시 비밀주여, 메아리의 비유로써 진언의 소리를 깨달아 아나니, 소리에 연하여 메아리가 있는 것처럼 저 진언도 마땅히 이같이 이해하여야 한다.
또다시 비밀주여, 달이 나옴으로 달 그림자가 맑은 물에 나타나듯이, 진언도 물에 비친 달의 비유와 같으니, 저 지명자(持明者)도 마땅히 이와 같다고 말할 것이다.
또다시 비밀주여,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거품이 생기는 것처럼, 진언 실지의 갖가지 변화도 그와 같다고 알아야 한다.
또다시 비밀주여, 허공 가운데에는 중생도 없고, 수명도 없고, 짓는 자도 있을 수 없다. 다만 마음이 미혹하고 산란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갖가지의 망령된 견해가 생기는 것이다.
또다시 비밀주여, 비유하면 불덩어리를 어떤 사람이 손에 집고 공중에 돌리면 바퀴의 모습이 생기는 것과 같다.
비밀주여, 마땅히 이와 같이 대승의 구절[大乘句], 마음의 구절[心句], 동등할 것이 없는 구절[無等等句], 반드시 정해진 구절[必定句], 바른 깨달음의 구절[正等覺句], 점차로 대승을 생하게 하는 구절[漸次大乘生句]을 잘 알아라.
마땅히 법재(法財)를 모두 갖추고 갖가지 공교한 큰 지혜를 내서 실답게 모든 마음의 모습을 두루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