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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견율비바사 제1권[1]
1) 서품(序品)
모든 부처님께 귀명합니다.
어떤 이가 백억 겁의
헤아릴 수 없는 때에
온갖 중생을 위하여
피곤한 곳에 감은
바로 세간 때문이니
큰 자비에 귀명합니다.
법은 알기 어려우므로
세간에 날 적마다
심히 깊고 미묘한 법에
머리 조아려 예배함은
무명 번뇌의 그물을
찢고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계율이나 선정이나 지혜나
해탈이나 구족한 행으로
공덕을 부지런히 닦는 뭇 상가는
좋은 복밭[福田]이니
나는 지금 일심으로 귀명하여
땅에 엎드려 머리 조아립니다.
삼보에 귀명을 마치고
비니(毘尼)의 이치 연설함에
정법(正法)이 오래 머물게 하여
이익으로 중생을 넉넉히 하오리다.
이러한 공덕으로
모든 나쁜 환난을 없애주며
만약 계율 지니기 좋아하는 이면
계율 지님으로써 뭇 고통 여의어지이다.
말하였다.
율본(律本)의 처음에,
“그때 부처님이 비란야(毘蘭若)에 계시면서 우파리(優波離)를 계를 말하는 데에 우두머리로 삼았다”고 하였다.
그때 5백의 큰 비구 대중들이 모였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처음 도를 이루어 녹야원(鹿野苑)에서 4제(諦)의 법바퀴를 굴리고 맨 나중의 설법으로 수발타라(須跋陀羅)를 제도하는 해야 할 일을 다 마치시고 구시나말라(俱尸那末羅) 왕의 숲인 사라쌍수(沙羅雙樹)의 사이에서 2월 15일 동이 틀 때에 무여(無餘) 열반에 드셨기 때문이었다.
[가섭]
이레 뒤에 가섭은 섭파국(葉波國)에서 5백 비구승들과 함께 구시나국에 세존께 문안드리러 가다가 길에서 한 도사(道士)를 만났다.
가섭이 물었다.
“우리의 스승을 뵈었습니까?”
도사가 대답하였다.
“그대의 스승 구담(瞿曇) 사문은 돌아가신지 벌써 이레가 지났습니다. 구담께서 열반하시자 사람과 하늘들이 공양하였는데, 나는 거기에서 이 하늘 만타라(曼陀羅) 꽃을 얻었습니다.”
가섭은 큰 비구들과 함께 부처님이 이미 열반하셨음을 듣고는 몸을 구부리고 울며 통곡하다가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그때 수발타라마하라(須跋陀羅摩訶羅)고 하는 비구가 있었다.
그가 말하였다.
“그치시오, 그치시오. 통곡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큰 사문께서 계실 적에,
‘이것은 청정하고 이것은 청정하지 않다. 이것은 해야 하고 이것은 해서는 안 된다’라고 하셨지만,
지금은 우리들의 뜻대로 하고 싶으면 할 것이요, 하기 싫으면 그만둘 수 있습니다.”
그때 가섭은 잠자코 이 말을 기억하면서 생각하였다.
‘나쁜 법이 일어나기 전에 법장(法藏)을 결집(結集)하여야겠구나. 만약 정법이 세상에 머무르면 중생을 이롭게 하리라.’
가섭은 또 생각하였다.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아난에게 ≺내가 열반한 뒤에는 법과 계율을 말한 것이 곧 너희들의 큰 스승이다. 그 때문에 내가 지금 이 법을 연설한다≻라고 하셨다.’
가섭은 또 생각하였다.
‘여래가 세상에 계실 때에 가사납의(袈裟衲衣)를 나에게 주셨다.’
또 생각했다.
‘옛날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내가 제1 선정에 들면 가섭도 정에 든다≻라고 하셨으며,
여래는 ≺거룩한 이익이 만족하여 부처님과 다름이 없다≻라고 이와 같이 나를 칭찬하셨다.
이는 여래의 위덕이 나에게 가피(加被)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대왕이 몸의 갑옷을 벗어 그 아들에게 주어 그 종족의 성바지를 보호함과 같다.
여래는 당신이 멸도하신 뒤에는 내가 정법을 보호할 줄 아셨으므로 여래는 옷을 베풀어 나에게 주셨다.’
[경전 결집의 뜻을 모으다, 5백 아라한]
가섭은 곧 비구승들을 모아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어느 때에 수발타라마하라가 ‘큰 사문께서 계실 적에 ≺이것은 청정하고 이것은 청정하지 않으며, 이것은 해야 하고 이것은 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지만 지금은 우리들의 뜻대로 하고 싶으면 할 것이요, 하기 싫으면 그만둘 수 있다’라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장로들이여, 우리들은 법장과 비니장(毘尼藏)을 내어야 하겠습니다.”
비구들이 대덕 가섭에게 아뢰었다.
“대덕이여, 비구들을 선택하셔야 합니다.
대덕 가섭이여, 불법 구관[九關:구분경(九分經)과 같다]의 온갖 것을 다 통달한 일체의 배우는 사람[學人]으로서 수다원ㆍ사다함과 애욕이 다한 비구[愛盡比丘]는 1백 명도 아니고 1천 명도 아닙니다.”
삼장(三藏)에 통달한 이로써 네 가지 변재를 얻었고 큰 신력이 있는 이로써 3달지(達智)를 얻었으며 부처님이 찬탄하는 이이고 또한 애욕이 다한 비구는 5백에서 한 분이 모자랐다.
대덕 마하가섭이 5백 명에서 한 분이 모자라게 선택한 이유는 장로 아난 때문이었다. 아난이 없으면 법을 낼 사람이 없지만 아난이 들어가지 못한 까닭은 바로 배우는 자리[學地]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덕 가섭은 여러 비방을 없애려고 아난을 취하지 아니하였다.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난이 배우는 자리에 있다 하더라도 친히 부처님 앞에서 수다라(修多羅)와 기야(祇夜)를 받았으므로 법에 은혜가 있습니다. 또 장로요, 석가 종족으로서 여래의 친숙부의 아들입니다. 또한 삼독(三毒)에 빠짐이 없습니다.
대덕 가섭이여, 아난을 선택하여 5백수를 채워야 합니다. 이는 뭇 성인들의 뜻입니다.”
대덕 비구들은 생각하였다.
‘어디에서 법장을 결집할까? 왕사성(王舍城)만이 여러 가지 일들이 두루 갖추어져 있다. 우리들은 왕사성에 가서 석 달을 안거(安居)하며 비니장을 내어야겠다. 다른 비구들은 여기에 있으면서 안거할 수 없게 하리라. 왜냐하면 다른 비구들은 순종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내보내리라.’
이에 대덕 가섭은 아뢰고[白] 한 차례의 갈마(羯磨)를 하였다.
승기품(僧耆品)에서 자세히 밝힌다.
이에 여래가 열반하신 뒤 이레에 큰 모임을 가지고 다시 이레 동안에 사리(舍利)에게 공양하여 반 달이 지나자 남아 있는 여름은 한 달 반이었으므로 가섭은 안거가 벌써 다가옴을 알았다.
가섭이 장로들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떠나가야 할 때가 벌써 되었으니, 왕사성으로 가십시다.”
대덕 가섭은 2백 50명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한 길로 떠나가고 대덕 아누루타(阿㝹樓馱)도 2백 50명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한 길로 떠나갔다.
[아난]
어진이 아난은 여래의 가사를 가지고 비구승들에게 둘러싸여 사위국(舍衛國)의 여래가 전에 계시던 곳에 가서 닿았다.
사위성 사람들은 아난을 보자마자 원통하게 여기고 괴로워하면서 슬피 울며 아난에게 물었다.
“여래는 지금 어디에 계시고 혼자만 오십니까?”
사람들은 여래께서 처음 열반에 드실 때처럼 울부짖었다.
어진이 아난은 무상(無常)의 법으로 여러 사람들을 교화하였다. 교화를 마치고는 기수원에 들어가 곧 부처님의 방을 열고, 부처님의 평상을 가져다 밖으로 내서 털고, 방에 들어가서 물을 뿌리고 쓸고, 소제한 뒤에는 방안에 있는 예전에 공양했던 꽃을 가지고 밖에 나와서 버리고, 다시 평상을 가져다가 본래대로 놓았다. 어진이 아난은 여러 가지로 공양하기를 부처님 계실 때처럼 다름없이 하였다.
이에 아난은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로 앉아 기대기만을 오래했기에 4대(大)가 무지근하였으므로 스스로 치료하려고, 하루에서 사흘 동안을 우유를 먹고 편안하게 절에 앉아 있었다.
그때에 수바나(修婆那)라는 바라문이 와서 아난을 청하였다.
아난이 대답하였다.
“오늘은 약을 먹어 명에 응할 수 없으니 내일 가겠습니다.”
그날이 되어 한 장로 비구를 거느리고 수바나의 집에 도착하였다.
수바나는 곧 수다라의 이치를 물었으므로 『아함(阿含)』 제10품(品) 중에 「수바나수다라경(修婆那修多羅經)」이라 하였다.
이에 아난은 기수원에서 여러 가지로 수리 보호하고는 안거에 들으려고 왕사성으로 향하였다.
[왕사성, 아사세왕]
대덕 가섭과 아니루타와 일체 비구들은 왕사성에 이르렀다.
그때에 열여덟의 큰 절들이 한꺼번에 무너져버렸다. 여래께서 열반하신 뒤에 여러 비구들이 옷 거는 나무[衣笐]와 물건들을 여기저기에 흩어서 버리고 떠났기 때문에 낭자하였다.
5백의 대덕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라 방사(房舍)를 수리 보호하여야 했다. 만약 수리 보호하지 않으면 의도들은 ‘구담 사문이 세상에 계실 때에는 방사를 수리하고 다스리더니, 열반하신 뒤라 버려버리고 떠나가는 구나’라고 하는 말을 할 것이므로 이 비방과 혐의를 그치게 하기 위하여서도 수리하여야 했다.
가섭이 말하였다.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는 안거에 앞서 하는 일을 찬탄하셨습니다.”
방사를 수리 보호할 계획을 작성한 뒤에 아사세(阿闍世)왕에게 나아가 아뢰면서 필요한 것을 구하였다.
왕은 비구를 보고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물었다.
“대덕들은 무엇이 필요하기에 구하십니까?”
가섭이 대답하였다.
“열여덟의 큰 절들이 무너졌습니다. 지금 수리 보호하려고 하니, 왕은 돌봐주십시오.”
왕이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곧 작업할 사람을 드리겠습니다.”
여름의 처음 한 달 동안에 가섭 등은 수리하였다.
절 안을 수리하기를 마치고 다시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수리 보호할 절은 이제 다 끝났으니, 저희들은 이번에 곧 법장과 비나야장을 펴내어야겠습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원한 바를 이룩하십시오.”
왕이 다시 말하였다.
“나는 이제 왕 위력의 법바퀴를 굴릴 터이니, 여러 대덕께서는 위없는 법바퀴를 펴십시오.”
왕이 대중 스님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여러 대덕들이 시키실 일을 듣기로 하겠습니다.”
스님들이 대답하였다.
“먼저 강당을 세우십시오.”
왕이 물었다.
“어느 곳에 세우면 됩니까?”
“선저반나(先底槃那) 파라산(波羅山) 변두리 선실문(禪室門)가에 지을만합니다. 이 안은 한가하고 고요합니다.”
왕은 “매우 좋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아난]
이에 아사세왕의 위력은 제2 도리천 비사(毘舍)의 기교와 같아서 잠깐 동안에 세웠다. 마룻대, 들보, 서까래, 기둥, 장벽과 계단도 이룩되었으며, 모든 조각도 기이하고 미묘하였다.
강당 위에는 진귀한 완구와 묘한 보배로 장엄하고, 여러 가지 꽃을 달아 찬란하게 매어 나열하였다. 지하(地下)도 그와 같이 하여 갖가지로 묘함이 범천의 궁전과 다름이 없었다. 담요와 요며 깔개 5백을 평상 위에 펴 놓고 다 북쪽을 향하여 앉히고, 또한 높은 좌석은 여러 보배로 장식하였으며, 높은 좌석 중에서 가장 정묘한 것을 선택하여 설법할 높은 좌석으로 하려 하여 동쪽으로 향하게 하였다.
대중 스님들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내일 대중들을 모아 비니장을 낼 터인데, 그대는 아직도 수다원의 도이므로 어떻게 들어올 수 있겠습니까? 그대는 게을리 하지 마십시오.”
이에 아난은 생각하였다.
‘내일은 여러 성인들이 법을 결집하는데 나는 어떻게 처음 배우는 자리로 그 가운데 들어가겠는가.’
아난은 초야(初夜)부터 몸을 관하여 마치고 중야(中夜)를 지났어도 아직 얻은 바가 없었다.
아난은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옛날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너는 이미 공덕을 닦았으므로 만약 선정에 들면 빨리 아라한을 얻으리라.≻
부처님 말씀은 거짓이 없다. 내 마음으로 말미암아 정성스럽고 부지런함이 너무 지나쳤으리라. 이제는 헤아려서 그 중도[中適]를 취하리라.’
이에 아난은 거니는 곳[經行處]에서 내려가 다리 씻는 곳에 이르렀다. 다리를 씻고는 방에 들어가서 평상에 물러나 앉아 잠깐 동안 쉬려 하였다. 몸을 기대어 누우려고 하여 다리를 땅에 떨어트렸지만 머리는 아직 베개에 닿지를 않았는데, 그 중간에서 문득 아라한을 얻었다.
만약 어떤 이가 부처님 법에서 행(行)ㆍ주(住)ㆍ좌(坐)ㆍ와(臥)를 떠나서 도를 얻은 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아난이라고 하리라.
이에 대덕 가섭은 중월(中月) 2일[6월 17일]이 되자 중식(中食)을 마치고 옷과 발우를 정돈하고, 모여서 법당에 들어갔다.
어진이 아난은 현재 증득하여 얻은 바를 대중에게 알리려 하여 대중 스님을 따라 들어가지 아니하였다. 대중 스님은 들어가서 차례로 앉으며 아난이 앉을 곳만을 남겨 두었다.
아랫자리 스님들은 위로부터 머리를 조아리다가 다음 빈곳에 미치자 물었다.
“누구를 생각하고 이곳을 남겨 두셨습니까?”
대답하였다.
“아난을 생각한 것입니다.”
또 물었다.
“아난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아난이 대중의 마음을 알고는 신족을 나타내어 일부러 이곳에 사라져 앉을 자리에 솟구쳐 몸을 나타내었다.
[비니장 결집, 우파리]
이에 대중 스님들이 앉기를 마치자 대덕 가섭은 장로들에게 말하였다.
“처음에 말씀할 것은 법장입니까, 비니장입니까?”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비니장은 부처님 법의 수명입니다. 비니장이 머무르면 부처님 법도 머무르니, 그러므로 우리들은 먼저 비니장을 내십시다.”
“누구를 법사로 삼습니까?”
“장로 우파리입니다.”
대중 가운데서 질문이 있었다.
“아난은 법사가 될 수 없습니까?”
대답하였다.
“법사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에 늘,
‘나의 성문 제자 중에서 계율 지님에 으뜸은 우파리이다’라고 칭찬하셨기 때문입니다.”
대중이 말하였다.
“지금이야말로 바로 우파리에게 물어서 비니장을 내어야겠습니다.”
이에 마하가섭이 아뢰고 갈마를 하고는 우파리에게 물었다.
“장로 스님이여, 들으시오. 스님들이여, 때가 이르렀다고 여기시거든 잠자코 들으시오. 나는 우파리에게 비니법에 대해 묻겠습니다. 이렇게 아룁니다.”
우파리는 아뢰고 갈마를 하였다.
“대덕 스님이여, 들으시오. 스님들이여, 때가 이르렀다고 여기시거든 잠자코 들으시오. 나는 이제 대덕 가섭에게 비니법을 대답하겠습니다. 이렇게 아룁니다.”
이와 같이 우파리는 아뢰고 갈마를 마치자 몸의 의복을 정돈하고, 대덕 비구들을 향하여 땅에 엎드려 예배하였다. 예배하고는 높은 자리에 올라가 앉으며 상아로 장식한 부채를 잡았다.
가섭은 자리로 돌아간 뒤에 우파리에게 물었다.
“장로여, 제1 바라이(波羅夷)는 어디서 말씀하였으며, 누구로 말미암아 일어났습니까?”
“비사리(毘舍離)에서 맺었으며, 가란타자수제나(迦蘭陀子須提那)로 말미암아 일어났습니다.”
“무슨 죄를 범했습니까?”
“부정(不淨)한 죄를 범했습니다.”
가섭은 우파리에게 죄ㆍ인연ㆍ사람[人身]ㆍ결계(結戒)ㆍ수결계(隨結戒)를 물었으며 유죄도 물었고 무죄도 물었다.
제1 바라이처럼 이렇게 제2ㆍ제3ㆍ제4의 인연과 생긴 근본을 대가섭이 다 물었으므로 우파리는 질문에 따라 모두 대답하였다.
그러므로 네 가지 바라이품(波羅夷品)이라 한다.
다음에는 승가바시사(僧伽婆尸沙)를 물었고,
다음에는 두 가지 결정치 않음[不定]을 물었고,
다음에는 서른 가지 니살기바야제(尼薩耆波夜提)를 물었고,
다음에는 아흔 두 가지 바야제(波夜提)를 물었고,
다음에는 네 가지 바라제제니사(波羅提提舍尼)를 물었고,
다음에는 일흔 다섯 가지 중학(衆學)을 물었으며,
다음에는 일곱 가지 다툼 없애는 법[滅諍法]을 물었다.
이와 같이 큰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를 다 지었다.
다음에는 비구니의 여덟 가지 바라이를 물었으므로 바라이품(品)이라 한다.
다시 다음에는 열일곱 가지 승가바시사를 물었고,
다음에는 서른 가지 니살기바일제를 물었고,
다음에는 예순 여섯 가지 바야제를 물었고,
다음에는 여덟 가지 바라제제니사를 물었고,
다음에는 일흔 다섯 가지의 중학을 물었으며,
다음에는 일곱 가지 다툼 없애는 법을 물었다.
이와 같이 하여 비구니의 바라제목차를 다 지었다.
다음에는 건타[蹇陀:한(漢)에서는 잡사(雜事)라고 한다]를 물었고,
다음에는 바리바라[波利婆羅:한(漢)에서는 삼빈사갈마(三擯四羯磨)라고 한다]를 물었다.
이와 같이 하여 율장을 다 지었다.
대덕 가섭은 일체를 우파리에게 물었고, 우파리는 다 대답하였다.
그러므로 “5백 아라한이 율장을 결집하여 끝냈다”고 한다.
이에 장로 우파리는 부채를 놓고 높은 자리에서 내려와 대덕 비구들을 향하여 예배하고 예배가 끝나자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법장 결집, 아난]
마하가섭이 말하였다.
“비니의 결집은 마쳤으니, 법장을 묻겠습니다. 누가 법사가 되어 법장을 내어야겠습니까?”
여러 비구들이 말하였다.
“장로 아난입니다.”
이에 대덕 가섭은 아뢰고 갈마를 하였다.
“장로 스님이여, 들으시오. 스님들이여, 때가 이르렀다고 여기시거든 잠자코 들으시오. 나는 장로 아난에게 법장을 묻겠습니다. 이렇게 아룁니다.”
아난이 다시 아뢰고 갈마를 하였다.
“대덕 스님이여, 들으시오. 스님들이여, 때가 이르렀다고 여기시거든 잠자코 들으시오. 내가 이제 대덕 가섭에게 법장을 대답하겠습니다. 이렇게 아룁니다.”
이에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대덕 스님들에게 예배한 뒤에 곧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 높은 자리에 오르자마자 손에 상아로 장식한 부채를 잡았다.
대덕 가섭이 아난에게 물었다.
“법장에서 『범망경(梵網經)』은 어디서 말씀하셨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왕사성과 나란타의 두 나라 중간인 왕암라치(王菴羅絺)의 집안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로 인하여 일어났습니까?”
“수비야바리바사가(修悲夜波利婆闍迦)와 바라문 건다(揵多)라는 두 사람으로 인하여 일어났습니다.”
대덕 가섭은 아난에게 『범망경』의 인연과 일어난 근본을 물었다.
다음에 물었다.
“『사문과경(沙門果經)』은 어디서 말씀하셨습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왕사성 기바(耆婆)의 숲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말씀하셨습니까?”
“아사세왕과 범기자(梵棄子) 등을 위한 것입니다.”
『사문과경』의 인연과 일어난 근본처럼 그런 방편으로 5부경(部經)을 물었다.
“무엇을 5부라 합니까?”
“『장아함경(長阿含經)』ㆍ『중아함경(中阿含經)』ㆍ『승술다경(僧述多經)』ㆍ『앙굴다라경(殃堀多羅經)』ㆍ『굴타가경(屈陀迦經)』입니다.”
“무엇을 『굴타가경』이라 합니까?”
“4아함을 제외한 나머지 온갖 부처님 법을 다 『굴타가경』이라 합니다.
4아함 중의 일체 여러 가지 경전은 아난이 낸 것이지만 율장만은 제외됩니다.
부처님 말씀은 한 가지 맛[一味]이고, 분별하면 두 가지 용(用)이 있으며, 처음 말씀ㆍ중간 말씀ㆍ나중 말씀에는 그 맛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삼장(三藏)도 그와 같아서 계ㆍ정ㆍ혜의 장입니다.
만약 이를 부(部)로 하면 5부경에 들것이고,
만약 하나 둘로 분별하면 9부경(部經)이 있으니,
이렇게 쌓이고 모여 8만 법장이 있습니다.”
“무엇을 한 가지 맛[一味]이라 합니까?”
“세존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고 이에 열반에 이르실 때까지의 한 중간 45년 동안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과 사람 아닌 것 등을 위하셨으니, 이것이 한 가지 맛입니다.
혹은 한결같이 해탈하는 성품[解脫性]도 한 가지 맛입니다.”
“무엇이 두 가지가 됩니까?”
“법장과 비니장입니다.”
“무엇이 처음 말씀ㆍ중간 말씀ㆍ나중 말씀입니까?”
“부처님의 처음 말씀ㆍ중간 말씀ㆍ나중 말씀을 세 가지라 하는데, 게송으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돌고 돎이 한 생(生)이 아니기에
달려 다니며 만족함이 없었거니
바로 살아가는 집을 구하여
다시 나고 나서 괴로움을 당하네.
이젠 이미 그대 집을 보았으니
다시는 집을 짓지 않아야 하리
일체의 척골(脊骨)과 늑골(肋骨)은
부스러지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하리니
마음이 이미 번뇌 여의면
애욕이 다하여 열반에 이르리라.
또 어떤 법사는 우다나(優陀那) 게송을 풀이하며 ‘이것은 여래의 처음 말씀인데 달이 난 지 사흘에 일체의 지혜를 얻고 기뻐서 뛰며 인연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그때 법이 생하여 성취하였다≻고 하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건타가(蹇陀迦)에서 ‘여래께서 열반하시려 할 때에 비구들에게 ≺너희들은 나의 법에서 부디 게으르지 말라≻고 당부하셨다’고 한 것은 맨 나중의 말씀입니다. 이 두 중간의 것을 중간 말씀이라 합니다.”
“무엇을 삼장이라 합니까?”
“비니장(毘尼藏)ㆍ수다라장(修多羅藏)ㆍ아비담장(阿毘曇藏)을 삼장이라고 합니다.”
“무엇을 비니장이라 합니까?”
“두 가지 바라제목차ㆍ스물세 가지 건타ㆍ바리바라를 비니장이라고 합니다.”
“무엇을 수다라장이라 합니까?”
“「범망경」을 처음으로 하여 44 가지 수다라는 다 『장아함』에 들고,
「근모라바리야(根牟羅波利耶)」를 처음으로 하여 2백 52 가지 수다라는 다 『중아함』에 들고,
「오가다라아바타나(烏伽多羅阿婆陀那)」를 처음으로 하여 7천 7백 62 가지 수다라는 다 『승술다』에 들며,
「절다바리야타나수다라(折多波利耶陀那修多羅)」를 처음으로 하여 9천 5백 57 가지 수다라는 다 『앙굴다라』에 들며, 「법구유(法句喩)」ㆍ「구타나(軀陀那)」ㆍ「이체불다가(伊諦佛多伽)」ㆍ「니바다(尼波多)」ㆍ「비마나(毘摩那)」ㆍ「비다(卑多)」ㆍ「체라체리가타(涕羅涕利伽陀)」ㆍ「본생(本生)」ㆍ「니체바(尼涕婆)」ㆍ「바치삼비타(波致參毘陀)」ㆍ「불종성경(佛種性經)」ㆍ「약용장(若用藏)」 등 쪼개어 열네 가지로 나누며 다 『굴타가』에 들어갑니다.
이것을 수다라장이라 합니다.”
“무엇을 아비담장이라 합니까?”
“『법승가(法僧伽)』ㆍ『비붕가(毘崩伽)』ㆍ『타도가타(陀兜迦他)』ㆍ『야마가(耶摩迦)』ㆍ『발차(鉢叉)』ㆍ『핍가라분나지가(逼伽羅坋那祗迦)』ㆍ『가타발투(迦他跋偸)』이니, 이것이 아비담장입니다.”
“무엇을 비니의 뜻이라 합니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지키고 좋아할 것 한 가지 아니요
몸과 입의 업을 조복함이니
조복[毘尼]의 뜻을 아는 것을
비니의 뜻이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여러 가지[種種]라 합니까?”
“다섯 편(篇)의 바라제목차로서 바라이를 처음으로 하여 다섯 편과 일곱 가지 무더기 죄[七聚罪]이니, 이는 여러 가지 계율의 어머니[戒母]가 되며, 견고한 행(行)과 너그러운 방편을 가져서 이룩됩니다. 수결(隨結)은 몸과 입의 좋지 못한 지음을 좇는데, 이는 몸과 입의 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니야(毘尼耶)라고 합니다.”
“무엇을 수다라라 합니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갖가지의 뜻 있으니, 열어 드러냄[開發]과
좋은 말씀[善語]이요, 패 나옴[秀出] 같은 것이며
날과 씨[經緯]와 솟아 나오는 샘[涌泉]이요
먹줄[繩墨]이요, 줄[綎]로 꿰뚫는 것이니
이를 수다라라 말하며
심히 깊고 미묘한 이치입니다.”
“무엇을 열어 드러냄의 뜻이라 합니까?”
“자기도 열어 드러내고 남도 열어 드러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무엇을 좋은 말씀이라 합니까?”
“먼저 사람의 마음을 자세히 살핀 연후에 좋게 말씀하는 것입니다.”
“무엇을 패 나옴이라 합니까?”
“마치 벼가 패 나와 열매를 맺음과 같습니다.”
“무엇을 날과 씨라 합니까?”
“실로써 짜 이루는 것입니다.”
“무엇을 솟아 나오는 샘이라 합니까?”
“샘과 같이 긷는 이가 많되 마름이 없는 것입니다.”
“무엇을 먹줄이라 합니까?”
“곧은 줄은 굽은 나무를 깎아 내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을 줄[綎]이라 합니까?”
“마치 흩어진 꽃을 줄로 꿰뚫었으므로 바람이 불어도 흩어지지 않는 것처럼 수다라도 그와 같아서 모든 법의 모양[法相]을 꿰었으므로 분산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아비담이라 합니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사람의 의(意)와 식(識)의 법이요
찬탄(讚歎)과 끊음[斷截]이라 말하며
길이[長]의 법이어서 이 때문에 말하나니
이것이 아비달마입니다.
이것이 아비의 게송이니, 의와 식과 찬탄과 끊음과 길이[長]는 아비(阿毘)에 들어가는 뜻입니다.”
“무엇을 의(意)라고 합니까?”
“수다라 글귀[句]에 ‘어떤 사람이 ≺아주 심한[極劇] 뜻은 무엇인가?≻라고 하였다’고 하는데, 이것이 아비의 의(意)의 뜻입니다.”
“무엇을 식(識)이라 합니까?”
“수다라 글귀에 ‘밤낮으로 아비한다’고 하는데, 이것이 아비의 식(識)의 뜻입니다.”
“무엇을 찬탄이라 합니까?”
“‘왕의 아비왕(阿毘王)’이라 하는데, 이것이 아비의 찬탄의 뜻입니다.”
“무엇이 끊음이라 합니까?”
“‘힘이 넉넉한 아비’라 하는데, 이것이 아비의 끊음의 뜻입니다.”
“무엇을 길이라 합니까?”
“‘아비간다[阿毘干多:한에서는 장(長)이라고 한다]’가 아비의 길이의 뜻입니다.”
또 말하였다.
“형상 세계[色界]의 인자한 마음을 내어 두루 한 쪽[一方]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 비가라[毘呵羅:한에서는 의(意)라고 한다]입니다.
식이란 빛ㆍ소리 나아가 접촉이니, 이것이 식의 뜻입니다.
찬탄이란 배우는 법[學法]ㆍ배울 것 없는 법[無學法]ㆍ세간에 더할 나위 없는 법[世間無上法]이니, 이것이 찬탄의 뜻입니다.
끊음이란 접촉의 법[觸法]의 배움을 이루는 것이니, 이것이 끊음의 뜻입니다.
길이란 큰 법은 헤아릴 수 없으니 아뇩다라의 법이라 하는 이것이 길이의 뜻입니다.
이 이치를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또 말하였다.
“달마[曇]란 법(法)입니다.”
“무엇을 장(藏)이라 합니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지장(智藏)의 장(藏)의 의미는
뜻을 따르면 학(學)과 그릇[器]이 되니
나는 이제 하나로 합쳐 말합니다.
장(藏)의 뜻은 그대 스스로 알지니
이것이 바로 장의 뜻입니다.”
“무엇을 장이라 합니까?”
“장이란 학(學)이니, 이는 법장입니다. 또 수다라 글귀에 ‘사람이 바구니와 가래ㆍ도끼를 잡고 오는 것과 같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그릇의 뜻입니다.
이제 이미 삼장을 총체적으로 설명하였으니, 이 두 가지의 뜻을 알아야 합니다.
이미 간략히 비니장을 말하였고 지장(智藏)도 의기(義器)라고 말하였고 수다라도 그와 같습니다.”
또 말하였다.
“아비담이란 바로 장(藏)입니다. 이렇게 이미 안 뒤에 다시 삼장 중에 여러 가지의 인연으로 부처님 법을 지시하는 ‘말과 분별과 곳에 따라 얽매임과 배워서 없앰과 심히 깊은 모양[相]과 배워서 깨뜨림과 합하고 여읨이니라’하는 것의 점차의 문구는 뜻을 따라 저절로 나옵니다.
이제 차례로 이 삼장을 나타내겠습니다.
아비(阿毘)를 말하자면, 아비라 함은 의(意)라는 뜻ㆍ식(識)이라는 뜻ㆍ찬탄한다[讚歎]는 뜻ㆍ끊는다[斷裁]는 뜻ㆍ뛰어나다[出過]는 뜻ㆍ넓다[廣]는 뜻ㆍ크다[大]는 뜻ㆍ더할 나위 없다[無上]는 뜻입니다.
무엇을 의(意)라고 합니까?
기억하여 지님[憶持]입니다. 식이란 분별이고,
찬탄한다 함은 항상 성인이 찬탄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고,
끊는다고 함은 분별게(分別偈)이고,
뛰어나다고 함은 다른 법보다 뛰어나다는 것이고,
넓다고 함은 모든 법 가운데서 가장 넓은 것이고,
크다고 함은 모든 법에서 가장 큰 것이고,
더할 나위 없다고 함은 모든 법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달마[曇]란 든다[擧]는 뜻ㆍ받든다[承]는 뜻ㆍ지킨다[護]는 뜻입니다.
무엇을 든다고 합니까?
든다고 함은 중생들을 들어 착한 길[善道]에 놓는 것입니다.
받든다고 함은 중생을 받아들여 세 가지 나쁜 길[三惡道]에 들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지킨다고 함은 중생을 부축하고 보호하여 갖가지의 쾌락을 얻게 하는 것입니다.
장(藏)이란 그릇[器]입니다.
무엇을 그릇이라 합니까?
그릇이란 여러 가지를 모아들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장(藏)은 아비담과 같습니까, 다릅니까?’
“같습니다.”
또 물었다.
“만약 같다면 아비담만을 말하여도 스스로 충분한데, 어찌 또 장을 말할 필요가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성인의 설법은 문구를 완전히 갖추려 하기 때문에 다시 장이라는 글자를 놓은 것입니다. 이와 같이 삼장의 뜻도 그러합니다.
또 지시하기 위하여, 가르치기 위하여, 분별하기 위하여, 계(繫)를 위하여, 사(捨)를 위하여, 심히 깊은 모양을 위하여, 여읨과 합함[離合]을 위하여, 비구는 이르는 곳마다 이와 같은 온갖 뜻을 나타냅니다.
이것이 삼장이요, 이와 같이 차례로 위덕(威德)과 현현(顯現)과 정의(正義)가 되고, 허물에 따르고 가르침의 법에 따르고 부(覆)ㆍ견(見)ㆍ전(纏)ㆍ명색(名色)의 차별에 따릅니다.
만약 사람이 비니에 의지하여 행을 하면 정(定)에 들게 되고, 정을 얻으면 3달지를 구족하니, 이것은 계율이 행의 근본이 되는 것입니다. 삼매(三昧)로 인하여 곧 여섯 가지 신통[通]을 갖추는 것입니다.
만약 사람이 아비담을 닦아 배우면 참다운 지혜가 날 수 있고, 참다운 지혜가 나면 곧 네 가지 변재를 갖춥니다.
만약 사람이 계율의 말씀을 따르면 세간의 즐거움[世間樂]을 얻습니다.
무엇을 세간의 즐거움이라 합니까?
계율이 청정한 사람은 사람과 하늘이 잘한다고 칭찬하고, 항상 세간에서 네 가지 일[四事]로 공양 받는 것입니다.
이 세간의 즐거움에는 욕락(欲樂)이 제외되니, 수다라에서 부처님께서 ‘집에 있으면서는 마땅하지 못하며, 집을 떠나서 도를 배워야 도의 결과[道果]를 얻는다’고 하신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도의 결과를 얻는다 함은 계ㆍ정ㆍ혜의 힘입니다.
악을 쫓는 이는 모두 무지(無智)한 탓이니, 무지하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망령되이 이해하고, 망령되이 이해하기 때문에 여래를 비방하며, 여러 악한 업을 짓고, 스스로 그 몸을 파괴하며, 이 인연에 의하여 널리 삿된 견해를 냅니다.
아비담을 편벽되게 배우는 이는 마음을 잡되 지나치게 급하므로 곧 마음은 으레 생각해서는 안 될 곳으로 달아나니, 수다라에서 비구들에게,
‘네 가지 법이 있으니, 생각지 말아야 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은 곧 미친다’고 하신 것과 같습니다.”
법사가 말하였다.
“이렇게 차례로 파계(破戒)와 삿된 견해와 어지러운 마음의 좋고 나쁨을 다 말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두루 갖춤과 두루 못 갖춤은
행을 따라서 얻는 것이니
비구로서 배움을 즐기는 이는
이 법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한다.
“이와 같이 장(藏)의 뜻은 일체가 부처님 말씀인 줄 알고, 알아야 합니다.”
“무엇을 아함이라 합니까?”
법사가 말하였다.
“다섯 가지 아함이 있습니다.
무엇을 다섯이라 합니까?
첫째는 『장아함』이요, 둘째는 『중아함』이요, 셋째는 『승육다아함』이요, 넷째는 『앙굴다라아함』이요, 다섯째는 『굴타가아함』입니다.”
“무엇을 『장아함』이라 합니까?”
“삼품(三品) 중 「범망경」을 처음으로 하여 44수다라가 다 삼품 중에 드니, 이것을 『장아함』이라 합니다.”
법사가 물었다.
“어째서 장(長)이라 합니까?”
“뭇 법의 모임이 가장 많으므로 장이라 합니다.”
또 물었다.
“무엇을 아함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받아 들여 모인다[容受聚集]는 뜻을 아함이라 하니, 수다라에서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나는 삼계(界) 안에서 하나의 아함도 보지 못하였다. 축생아함처럼 순전히 중생들이 모이는 곳을≻라고 하셨다’고 한 것과 같습니다.
이 이치로써 중아함도 알아야 하니,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므로 ‘중(中)’이라 하며, 15품(品)에 「근학수다라(根學修多羅)」를 처음으로 하여 1백 52수다라이니, 이것이 『중아함』입니다.”
7월의 어느 날에 법을 내어 마치니, 대덕 가섭은 10력(力)의 법을 정리하고 이룩하여 마쳤다.
이에 대지(大地)는 사람들이 기뻐하는 것처럼 감탄하면서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이에 황천까지 사무쳐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또 가지가지의 기이하고 미묘한 형상이 나타났다.
이것을 5백 대중 아라한의 처음 결집이라 한다.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간 가운데 5백의
아라한이 이 법을 낸지라
5백이 내었다 하니
어진이들은 다 함께 아십시오.
이때에 대중들이 말하였다.
“대덕 가섭은 우파리에게 ‘바라이는 어디서 맺었습니까?’라고 물었으니, ‘범한 곳’도 묻고, ‘인연’도 묻고, ‘사람’도 묻는 이러한 질문은 대덕 스스로가 아실 것입니다.”
대답하였다.
“때로 사람으로 인하여 계율을 제정하였으니, 그러므로 정한 계율의 일체의 차례를 내가 말하겠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비란야(毘蘭若)라는 곳에 계셨습니다.”
물었다.
“어느 때에 말씀하셨습니까?”
대답하였다.
“5백 대중들을 모아놓고 이와 같은 갖가지의 뜻을 다 말씀하셨습니다.”
물었다.
“어째서 우파리가 말하였습니까?”
대답하였다.
“대덕 가섭을 위해서입니다.”
물었다.
“이 계본(戒本)을 이미 실제로 지닌 이가 누구입니까? 지닌 이는 어디 있습니까?”
“나는 근본을 말하겠으며 이제 장구(章句)의 뜻을 말하겠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비란야에 계셨다’고 하는 것은 근본 율장의 처음에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장로 우파리가 부처님 앞에서 지녔으며, 부처님이 아직 열반하지 안하셨을 때에도 여섯 가지 신통 있는 아라한으로써 수없이 많은 천만(千萬)인이 우파리로부터 받았으며, 세존이 열반하신 후에는 대덕 가섭을 처음으로 하여 여러 대비(大悲) 대중이 염부리(閻浮利) 땅에 모였습니다. 누가 지녔겠습니까? 우파리를 처음으로 하여 여러 율사(律師)가 차례로 지녔으며, 나아가 제3 대중인 여러 대덕이 지녔습니다.
이제 차례로 율사의 이름을 말씀 드리면, 우파리ㆍ대상구(大象拘)ㆍ소나구(蘇那拘)ㆍ실가부(悉伽符)ㆍ목건련자제수(目揵連子帝須)의 다섯 사람인데, 번뇌를 이기고 차례로 염부리 땅에서 계율을 지니어 또한 끊이지 않았으며, 나아가 제3의 일체 율사들이 모두 우파리로부터 나왔으니, 이들이 우파리에 연속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우파리는 부처님 입[金口]에서 듣던 바를 마음속에 간직했다가 사람들에게 베풀어 주었고, 사람들이 알자 배우는 이[有學人]인 수다원ㆍ사다함ㆍ아나함이 셈할 수 없이 많고, 애욕이 다한 비구도 1천이었기 때문입니다.
대상구는 우파리의 제자인데, 우파리의 입에서 다 듣고, 스스로 지극히 깊은 이치를 이해하였으며, 배우는 이로서 처음 받은 이가 셈할 수 없이 많고 애욕이 다한 비구는 1천이었습니다.
소나구는 이 대상구의 제자인데, 소나구는 스승의 입에서 계율을 받아 가지고는 읽고 외워 성품이 저절로 계율을 알았으며, 배우는 이로서 처음 받는 이가 셈할 수 없이 많고 애욕이 다한 비구는 1천이었습니다.
실가부는 소나구의 제자인데, 스승의 입에서 계율을 받자 1천의 아라한 중에서 가장 훌륭했고 성품이 저절로 계율을 알았으며, 배우는 이로써 처음 받아 배우는 이가 셈할 수 없이 많고 애욕이 다한 비구도 백천(百千)인만이 아니어서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그때 염부리의 땅에 무수한 비구가 모였기에 목건련자제수는 신통력으로 제3의 대중에게 이와 같은 비니장을 나타내어 염부리의 땅에 여러 법사가 차례로 지니고 나아가 제3 대중이 지니게 하려고 하였음을 아셔야 합니다.”
물었다.
“무엇을 제3 대중이라 합니까?”
대답하였다.
“이것은 차례대로 벌써 내어서 마쳤습니다. 광명이 있는 묘법은 지혜 때문이니, 이를 찬탄하여 말하되,
지혜의 목숨이 세간에 머물러
5백의 지혜가 밝았습니다.
5백의 대덕들에서
가섭이 맨 처음이었으니
등잔 기름이 다한 것처럼
열반하여 집착한 곳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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