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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관불삼매해경 제1권
1. 육비품(六譬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가비라성(迦毘羅城) 니구루타(尼拘樓陀)정사에 계셨다. 그때 석마남(釋摩男)은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석 달 동안 공양(供養)하였고, 7월 15일에 스님들의 자자(自恣)를 마쳤다.
그때에 부왕(父王)이신 열두단(閱頭檀)과 부처님의 이모이신 교담미(憍曇彌)께서는 승방(僧房)에 와서 여러 스님에게 공양과 예배를 마치고, 양지(楊枝: 치아를 닦는 버드나무 가지)와 조두(澡豆: 가루비누)를 받들어 올리고 아난을 불러서 말씀하셨다.
“지금 세존의 처소에 가고자 하는데 갈 수 있겠습니까?”
이에 아난은 곧 말씀대로 세존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부왕께서 오시면 반드시 묘한 법을 물으실 것이니, 너는 나가서 두루 여러 비구 스님들에게 알리고, 또 숲속에 가서 마하가섭(摩訶迦葉)ㆍ사리불(舍利佛)ㆍ목건련(目揵連)ㆍ가전연(迦栴延)ㆍ아나율(阿那律) 등과 미륵보살ㆍ발타바라(跋陁婆羅)인 16현사(賢士)에게 모두 와서 모이라고 명하라.”
이와 같은 음성이 두루 여러 곳에 이르렀다.
이에 천주(天主)ㆍ야차주(夜叉主)ㆍ건달바주(乾闥婆主)ㆍ아수라주(阿修羅主)ㆍ가루라주(迦樓羅主)ㆍ긴나라주(緊那羅主)ㆍ마후라가주(摩候羅伽主)ㆍ용주(龍主)들과 그 모든 권속이 다 모였다.
그때에 부왕과 석마남과 3억의 여러 석씨 종족이 부처님 정사에 들어왔는데, 들어올 때 보니 부처님의 정사가 파리산(頗梨山)과 같았다.
부처님께 예배하고 머리도 채 들지 않은 순간, 부처님 앞에 큰 연꽃이 보였는데 많은 보배로 이루어졌으며, 연꽃 위에는 큰 광대(光臺)가 있었다.
부왕이 이를 보고 나서 마음에 전에 없던 기쁨이 생겨 이를 찬탄하였으며,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곧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의 몸을 보는 것]
이때에 부왕께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셔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은 나의 아들이요, 나는 부처님의 아버지입니다.
지금 저는 세속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색신(色身)을 보았으나, 다만 그 외형만을 보았을 뿐 그 안을 보지 못하였나이다.
실달(悉達) 태자로 궁중에 계셨을 적에 관상가들이 모두 32상(相)을 보았습니다만, 성불하신 지금엔 광명이 더욱 나타나서 옛날보다 백천만 배나 훌륭하시나이다.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 후세 중생은 어찌 하여야 부처님 몸의 색상(色相)을 볼 수 있으며, 부처님의 광명과 항상 행하시는 척도(尺度)를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와 후세의 중생을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해 주십시오.”
그때에 세존께서는 색신이 두루 청정한 삼매[遍淨色身三昧]에 드셨었는데, 삼매로부터 일어나시자 문득 미소를 지으셨다.
모든 부처님들께서 미소를 지으실 때는 오색의 광명이 있는지라, 그때 오색 광명이 5백 색깔의 빛으로 변하여 부처님의 입에서 나와 부왕의 정수리[頂]를 비추고, 부왕의 정수리에서 광명대(光明臺)를 비추었으며, 광명대에서 정사를 비추어 사바(娑婆)세계에 두루 하다가 다시 부처님의 정수리로 들어갔다.
그때에 세존께서 부왕께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하십시오. 여래는 마땅히 내세(來世)의 중생이 불법을 증득하여 알 수 있도록 말하겠습니다.”
부왕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듣기를 원하옵니다.”
[사자의 왕과 새끼의 비유]
부처님께서 부왕께 말씀하셨다.
“염부제(閻浮提) 가운데에 사자의 왕이 있는데, 이름은 비마라(毘摩羅)입니다.
그 사자는 본래 40년이 지나야만 암컷과 수컷이 교미하는데, 한 번 교미하고 나면 뛰면서 울며 뒹굴고 스스로 때릴지라도 그 몸은 손상함이 없으니, 그렇게 얻은 그 사자 새끼는 태중(胎中)에 있을 때라도 아비인 맹수의 왕과 같아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태중에 있는 새끼로 하여금 바로 능히 울부짖고 날아올랐다 떨어지며 달리고 엎드리게 하게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부왕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자의 새끼가 어미 태중에 있을 때라도 머리ㆍ눈ㆍ어금니와 발톱은 아버지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대왕께 말씀하셨다.
“아버지와 그 모습은 다름이 없지만, 다만 그 힘과 능력은 그 아버지의 백천만 배나 미치지 못하나이다.”
부처님께서 부왕께 말씀하셨다.
“이와 같고 이와 같습니다. 미래세(未來世) 가운데에 모든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 등이 새끼 사자와 같이 힘은 부족하지만,
만일 능히 지극한 마음으로 생각을 묶어 안에 두고 단정히 앉아 선정[正受]에서 부처님의 색신(色身)을 관찰한다면,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 사람은 마음이 부처 마음과 같아서 부처님과 다름이 없으니, 비록 번뇌에 있더라도 모든 악(惡)에 덮이거나 가리게 되지 아니하여 미래 세상에 큰 법비[法雨]를 내릴 것입니다.
[우두전단의 비유]
대왕이시여, 비유하면 이란(伊蘭)이 전단(栴檀)과 함께 말리산(末利山)에 나는데, 우두전단(牛頭栴檀)은 이란의 떨기 중에서 생겨나기도 합니다.
그것은 자라서 크지 못하고 땅 밑에 있을 때는 싹과 줄기와 가지와 잎이 염부제의 죽순(竹筍)과 같기에 뭇 사람은 이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이 산중에는 순전히 이란뿐이요, 전단은 없다고 여깁니다.
이란의 악취는 부어오른 썩은 시체와 같아서 40유순(由旬)까지 풍기는데, 그 잎은 붉은 빛이라 매우 사랑스럽고 좋으나 만일 먹는 자가 있다면 발광(發狂)하여 죽습니다.
우두전단은 비록 이 숲에 나서 미처 자라지 못하여 능히 향기를 발하지 못하지만, 중추(仲秋)에 달이 차오르면 갑자기 땅으로부터 솟아나서 전단나무가 되니, 많은 사람들이 모두 우두전단의 빼어나게 좋은 향기를 맡게 될 것이고, 이에 이란의 나쁜 냄새의 기운은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부왕께 말씀하셨다.
“염불하는 마음도 역시 이와 같으니, 이 마음으로 인해 능히 세 가지 보리(菩提)의 근본을 얻습니다.
[금시조의 비유]
또 부왕이시여, 염부제와 4천하에 금시조(金翅鳥)가 있는데, 그 이름은 바로 가루라왕(迦樓羅王)입니다.
모든 새 가운데에서 월등히 자재(自在)함을 얻었으나, 이 새의 업보(業報)는 마땅히 용(龍)을 먹어야 하기에 염부제에서 하루에 한 용왕과 5백의 작은 용을 먹으며, 다음날에는 또한 불바제(弗婆提)에서 한 용왕과 5백의 작은 용을 먹으며, 셋째 날에는 또한 구야니(瞿耶尼)에서 한 용왕과 5백의 작은 용을 먹으며, 넷째 날에는 또한 울단월(鬱單越)에서 한 용왕과 5백의 작은 용을 먹나니, 이와 같이 하기를 한 차례씩 하고 나서 다시 시작하여 8천 세(歲)를 경과하면 이 새는 그때서야 죽음의 상이 나타납니다.
그 즈음 모든 용들은 독(毒)을 토하기에 먹을 수 없고, 그 새는 굶주림에 시달려 허둥지둥 먹을 것을 구하지만 마침내 얻지 못하고 여러 산으로 돌아다니지만 결국 편안함을 얻지 못합니다.
금강산(金剛山)에 이른 후에 잠깐 머물다가 금강산에서 곧장 내려가서 큰 물가에 이르며, 큰 물가에서 풍륜의 경계[風輪際]에 이르러 바람에 몰려 도로 금강산에 이릅니다. 이와 같이 일곱 번 반복한 후에는 목숨을 마치나이다.
그 목숨은 마쳤어도 그 독기 때문에 십보산(十寶山)에 한꺼번에 불이 일어납니다.
그때에 난타(難陀)용왕은 이 산이 다 타버릴까 두려워하여 곧 크게 비를 쏟아 붓는데, 그 빗줄기가 마치 수레의 굴대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 새의 살[肉]이 흩어지고 다 없어지더라도 오직 심장만은 남아 있으며, 그 심장은 바로 내려가서 전과 같이 일곱 번 반복한 후에야 도로 금강산 꼭대기에 머뭅니다.
그러면 난타용왕은 이 새의 심장을 취하여 명주(明珠)를 만들고, 전륜왕(轉輪王)은 이것을 얻어서 여의주(如意珠)를 만듭니다.”
부처님께서 부왕께 말씀하셨다.
“선남자와 선여인들이 만약 염불한다면 그들의 마음도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앙가타 나무의 비유]
대왕이시여, 설산(雪山)에 앙가타(殃伽陀)라는 나무가 있는데, 그 열매는 매우 크고 그 씨는 매우 작습니다. 그 본말(本末)을 추구해 본다면 향산(香山)으로부터 온 것인데, 바람에 실려 설산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초겨울 몹시 추울 때 나찰(羅刹)과 야차(夜叉)는 산골짜기 외진 곳에 있었는데, 똥과 더러운 것들이 땅에 가득 차 흐르고 모진 바람과 눈보라가 불어 그 위를 덮었는데, 점차 구덩이를 이루더니 50유순이나 되었습니다.
그 똥으로 된 퇴비(堆肥)의 힘으로 인하여 이 과일이 생기게 되고, 뿌리ㆍ줄기ㆍ가지 및ㆍ꽃과 열매가 자라 무성하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봄 3월에는 팔방에서 동시에 모두 바람이 일어나서 얼음과 눈을 녹여 오직 과일 나무만 있게 되었습니다. 그 과일의 형색은 염부제의 과일로써는 비유할 수 없으며, 그 형체는 둥글어서 반(半) 유순에 가득 찼습니다.
바라문(婆羅門)이 그것을 먹으면 곧 선도(仙道)를 얻어서 5신통(神通)을 두루 갖추고, 수명은 한 겁(劫)에 이르도록 늙거나 죽지도 않으며, 범부가 그것을 먹으면 수다원(須陀洹)을 향하고, 아나함(阿那含)이 먹으면 아라한(阿羅漢)을 이루어서 3명(明)과 6통(通)을 모두 구비하지 아니함이 없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 종자를 가지고 염부제의 기름진[糞壤] 땅에 심어서 자라나면 높이가 1다라수(多羅樹)이며, 나무 이름은 구율타(拘律陀)요, 과일 이름은 다륵(多勒)으로서, 그 크기가 다섯 말[斗] 되는 병만 한데, 염부제 사람이 먹으면 능히 열병(熱病)을 없앨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께 말씀하셨다.
“선남자와 선여인이 바른 생각으로 부처님의 경계를 사유(思惟)함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제석의 나무의 비유]
또한 대왕이시여, 제석(帝釋)의 나무가 환희원(歡喜園)에 나는데, 이름은 바리질다라(波利質多羅)입니다.
하늘 여인이 그것을 보면 몸과 마음이 기뻐서 스스로 어찌한 줄을 모르고, 제석이 그것을 보면 곧 음욕의 생각이 나며, 8만 4천 채녀(婇女)들은 곧 쾌락을 얻게 됩니다.
이 나무는 생겨날 때 굽은 가지가 땅에 드리워지면 곧 땅 밑에서 꽃이 피고 과일이 열립니다.
그 과일은 금빛 광명이 찬란하며, 또한 그 꽃과 잎들은 끝내 시들거나 떨어지지 않고 열 가지 색깔을 두루 갖추었으며, 이에서 광명을 내고 갖가지 음악소리를 냅니다.
가을철 8월에 이르면 땅에서 솟아나오는데, 높이는 345만 유순이요, 모든 하늘이 그 나무를 보면 갖가지 기쁨과 즐거움을 일으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께 말씀하셨다.
“부처님을 관찰하는 삼매가 번뇌의 땅에 있는 것도 역시 이와 같은데, 그 출생할 때에는 저 보배 나무가 장엄되어 나타남이 가히 볼 만합니다.
[제석과 아수라의 비유]
또한 대왕이시여, 겁(劫)의 처음 시기에는 1겁 동안 불이 생기고, 1겁 동안 비가 생기고, 1겁 동안 바람이 생기며, 1겁 동안 땅이 생깁니다.
땅의 겁이 이루어질 때에는 광음(光音)의 모든 하늘 사람이 세간에 날아다니면서 물에서 목욕합니다.
목욕하므로 4대(大)의 정기(精氣)가 곧 몸속에 들어가고, 몸은 촉감을 좋아하므로 정(精)이 흘러 물속에 들어가는데, 8풍(風)이 불어옴에 따라 진흙 속에 떨어져서 저절로 알[卵]이 되고,
8천 세(歲)를 지나서 그 알이 열리어 한 여인이 탄생합니다.
그 형체는 푸르고 검은 것이 마치 진흙과 같은데 999개의 머리가 있으며, 머리에는 천 개의 눈과 999개의 입이 있고, 한 입에는 네 개의 어금니가 있으며, 어금니 위에는 불이 일어나는데, 그 모양이 마치 벽력(霹靂)과 같습니다. 스물네 개의 손이 있는데 모든 손에는 각각 무기(武器)가 들려 있으며, 그 몸의 높이와 크기는 수미산(須彌山)과 같습니다.
큰 바다 속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며 스스로 즐기는데, 휘도는 세찬 바람이 큰 바다 물에서 일더니, 물의 정기가 몸에 들어가서 곧 문득 임신하여 8천 세(歲)가 지난 후에야 남자 아이를 낳습니다.
그 아이의 신체가 장대하여 어미보다 네 배나 뛰어나고, 아홉 개의 머리에는 천 개의 눈이 있으며, 입 속에서는 불이 나고, 999개의 손과 여덟 개의 다리가 있고, 바다 가운데에서 소리가 나니, 명호가 비마질다라아수라왕(毘摩質多羅阿修羅王)입니다.
이 귀신의 식사법은 오직 진흙과 연뿌리만을 먹습니다.
그 아이가 자라나 장대해져 모든 하늘 채녀들이 에워싸고 노는 것을 보고 곧 어머니에게 말하였습니다.
‘사람은 모두 다 짝이 있는데, 어찌 나만 홀로 없습니까?’
그 어머니가 대답하였습니다.
‘향산(香山)에 한 신(神)이 있으니 이름은 건달바이니라. 그 신에게 딸이 있는데, 용모와 자태가 아름답고 살결은 흰 옥보다 뛰어나고,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는 묘한 음성이 나와서, 나의 마음에 매우 드니, 지금 너를 그녀와 혼인케 하려고 한다. 너의 소원에 들어맞겠느냐?’
아수라가 말하였습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원컨대 어머니께서는 가셔서 구혼해 주십시오.’
그때에 그 어머니는 향산에 도달하여 저 악신(樂神)에게 말하였습니다.
‘나에게 아들 하나가 있는데 위력이 자재하여 4천하에서는 비할 이가 없소. 그대는 어진 딸을 두었으니 가히 나의 아들의 짝으로 적합할 것 같소.’
그의 딸이 듣고 나서 아수라에게 기꺼이 따라가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때에 아수라는 그 딸을 맞아들이고 마음과 뜻이 태연(泰然)하여 그 딸과 혼례를 치렀습니다.
오래지 않아 곧 임신하여 8천 세를 지나는 사이에 딸 하나를 낳았는데, 그 딸의 용모가 단정하고 뛰어나서 천상천하(天上天下)에는 그에 비할 이가 없었습니다.
색(色) 가운데에 가장 좋은 색으로써 스스로 장엄하니 얼굴에 아리따운 자태가 8만 4천이요, 왼쪽에도 8만 4천이요, 오른쪽에도 8만 4천이며, 앞에도 8만 4천이요, 뒤에도 또한 8만 4천이었습니다.
아수라는 보고서 그 특이함이 마치 달이 뭇 별 가운데에 있는 것 같아서 매우 기특하다고 여겼습니다.
교시가(憍尸迦)가 이에 대해 듣고 곧 사신을 보내어 아수라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서 그의 딸에게 구혼하니 아수라가 말하였습니다.
‘너는 하늘의 복덕이 있으니, 능히 나로 하여금 7보(寶) 궁전에 오르게 하면 딸을 너에게 시집보내리라.’
제석은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매우 기뻐하여 곧 보배 관을 벗어서 그것을 가지고 바다를 가늠하여 10선(善)의 과보로 아수라로 하여금 빼어난 궁전 위에 앉게 하였습니다.
이에 아수라는 기뻐 날뛰고 딸을 시집보냈습니다.
제석은 곧 여섯 가지 보대(寶臺)로써 가서 맞아들였는데, 궁궐 가운데에서 큰 보배 연꽃이 저절로 8만 4천의 묘하고 보배로운 여인을 만들어 내어 마치 장사(壯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순식간에 곧 제석의 선법당(善法堂)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때에 하늘의 궁전은 훌륭하기가 전보다 백천만 배나 더했습니다.
석제환인(釋提桓因)은 그를 위해 자호(字號)를 열의(悅意)라 이름하자, 모든 하늘은 그것을 보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동쪽을 보면 서쪽을 잊었고, 남쪽을 보면 북쪽을 잊었으며, 서른두 명의 보좌하는 신하들도 또한 그것을 보고 나서 몸과 마음이 즐거워 터럭까지도 모두 기뻐하고 즐거워하였습니다.
제석이 환희원(歡喜園)에 이르러서 모든 채녀(婇女)와 함께 연못에 들어가서 유희(遊戱)하니, 그때에 열의는 곧 질투하여 다섯 야차(夜叉)를 보내어 부왕인 아수라에게 일렀습니다.
‘이제 제석은 당신의 딸을 사랑하질 않고 채녀와 더불어 유희하나이다.’
그러자 그의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성이 나서 곧 사병(四兵)을 일으켜서 제석을 쳤는데, 그는 큰 바다 한가운데 발을 딛고 수미산 꼭대기에 걸터앉아 구백아흔아홉 개의 손으로 한꺼번에 희견성(喜見城)을 흔들어 대니, 수미산이 흔들리고 사대해(四大海)의 물이 일시에 물결쳤다.
석제환인이 놀라고 두려워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궁중에 어떤 신(神)이 천왕(天王)에게 아뢰었습니다.
‘너무 놀라거나 두려워 마십시오. 과거 부처님께서 반야바라밀을 설하셨으니, 왕께서 마땅히 외우고 지니시면 귀신의 병사[鬼兵]는 스스로 무너질 것입니다.’
이에 제석은 선법당(善法堂)에 앉아서 온갖 좋은 향을 태우고 큰 서원(誓願)을 발하였습니다.
‘반야바라밀은 곧 가장 밝은 주문[大明呪]이고 가장 높은 주문[無上呪]이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주문[無等等呪]이어서 진실하여 허망하지 않습니다.
나는 이 법을 지녀서 마땅히 불도(佛道)를 이루고, 아수라로 하여금 저절로 물러나 흩어지게 하리라.’
그러자 그때 허공에서 네 칼바퀴[刀輪]가 제석의 공덕으로 저절로 내려와서 아수라 위에 닿으니, 아수라는 귀ㆍ코ㆍ손ㆍ발이 일시에 다 잘려 떨어져서 큰 바닷물이 마치 진홍색 물감처럼 되었습니다.
그때 아수라는 즉시 놀라고 두려워서 달아나려 했으나 도망갈 곳이 없자 연뿌리의 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들의 탐욕과 성냄[瞋恚]과 우치(愚癡)와 귀신의 환술력도 오히려 능히 이와 같거늘, 하물며 불법의 불가사의함이야 어떠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대왕께 말씀하셨다.
“선남자와 선여인이 마음을 검속(檢束)하여서 부처님의 경계를 사유(思惟)하고 또한 능히 모든 삼매의 바다에 안주(安住)하면, 그 사람의 공덕은 가히 말하거나 헤아릴 수도 없으리니, 비유하면 모든 부처님들과 똑같아서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