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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말고 “그냥 해” 하세요…30년 육아고수의 반전 훈육
“제가 일을 시작하던 1997년만 해도 체벌이 문제였어요. ‘제발 아이 좀 때리지 말라’고 하소연할 정도였죠. 30년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습니다. 양육자의 과도한 ‘마음읽기’가 떼쓰고 말 안 듣는 아이를 만들고 있어요.”
“병원을 찾는 양육자들의 가장 큰 고민이 뭐냐”는 질문에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조 교수는 30년 가까이 아이와 양육자를 직접 만나 상담해 온 현장 전문가다. ‘60분 부모’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와 같은 방송에도 참여했고, 『영혼이 강한 아이로 키워라』『나는 오늘도 아이를 혼냈다』『현실 육아상담소』등 책도 여러 권 출간했다.
그는 “감정코칭이란 개념이 알려지면서 양육자가 아이에게 과하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흐름이 생겼다”면서 “결국 양육자가 말 안 듣고 떼쓰는 아이로 키운 셈”이라고 지적했다.
아이의 상황과 마음에 공감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공감은 하되 행동은 통제해야 하는데, 마음읽기만 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떼쓰고 말 안 듣는 아이, 어떻게 훈육하면 좋을까?
지난달 28일 조 교수를 직접 만나 물었다.
조선미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실 교수는 “양육자의 과도한 ‘마음 읽기’가 떼쓰고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김종호 기자
과도한 마음읽기, 약이 아니라 독
존 가트먼 워싱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가 체계화한 감정코칭 이론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건 2005년이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받으며 자란 아이가 자존감과 회복탄력성(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이 높다고 알려지면서 양육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조 교수는 “감정코칭이 국내에 오면서 반쪽짜리가 돼버렸다”며 “공감과 위로만큼 중요한 게 통제”라고 강조했다.
Q: 아이 마음을 알아주고 공감하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A: 마음읽기 자체는 문제가 없어요. 공감‧위로를 넘어 아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게 문제죠. 특히 훈육할 때는 감정을 읽어주되 행동은 철저히 통제해야 합니다.
요즘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는 양육자가 많습니다. 마음읽기를 잘못하면 ‘친구 같은 부모’가 아니라 친구 취급을 당하게 돼요. 아이의 문제행동을 바로잡으려고 해도 “엄마가 뭔데 그러냐”는 얘기를 듣는 거죠.
Q: 마음읽기와 행동통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요?
A: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집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 볼게요.
양육자가 “그만 놀고 집에 가서 밥 먹자”고 할 때 아이는 “더 놀겠다”고 할 겁니다.
양육자가 아이를 억지로 집에 데리고 간다면 “가기 싫다”고 하겠죠.
이때 제대로 된 마음읽기는 아이를 데리고 가면서 “더 놀고 싶구나. 속상하겠네”라고 하는 거예요. ‘아이를 집에 데려가는’ 행동 통제를 하면서 ‘속상한’ 아이 마음에 공감해 주는 거죠.
딱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합니다. 이런 일도 하루에 두 번, 3분씩이면 됩니다.
Q: 거기서 더 하면 과도한 마음읽기가 되나요?
A: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는 걸 넘어 아이에게 자율권을 주는 건 위험해요. 한두 번은 아이 스스로 집에 갈 마음이 들 때까지 놀이터에서 놀게 내버려 둘 수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양육자라도 아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줄 수는 없습니다. 아이가 원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닫게 해야 해요.
3~4살까지 아이 요구를 무조건 허용하다 5~6살 때 아이 행동을 통제하려고 하면 그게 될까요? 일찍부터 좌절내구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죠.
Q: 좌절내구력요?
A: 훈육의 본질이 좌절내구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작은 좌절을 겪고 이를 견디면서 자아의 힘을 키우는 과정이죠.
과자 4개를 먹고 더 먹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에게 양육자가 ‘내일 먹자’고 하는 겁니다. 당장 과자가 먹고 싶은 아이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당했을 때 기분이 나빠져 떼를 쓰겠죠. 이때 양육자가 아이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면 이 과정에서 아이는 인내심을 배우면서 성장하게 됩니다.
아이가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는 게 아이에게 상처가 될까 봐 걱정하는 양육자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놀이터에서 놀고 싶지만 놀지 못하고, 과자를 먹고 싶지만 먹지 못하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사소한 좌절을 겪으면서 키운 감정의 맷집이 더 큰 좌절을 견디는 힘이 되거든요. 쉽게 말해 회복탄력성의 기초가 되는 힘이 좌절내구력인 셈이죠.
Q: 몇 살부터 좌절을 경험하게 해야 할까요?
A: 18개월부터 훈육을 시작해야 해요. 양육자 사이에 ‘마(魔)의 18개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힘든 시기죠. 이때부터 행동의 경계를 정하고, 좋은 습관을 기를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식사 후에 양치하기’ ‘과자는 하루에 4개만 먹기’ ‘친구 때리지 않기’처럼 아이가 지켜야 할 규칙을 만드는 거죠.
아이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영역에서 기준과 원칙을 정해놓으면 훈육하기 수월합니다. 이때 규칙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자세히 정하는 게 좋아요.
조선미 교수는 “‘양치하기’처럼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설명이나 설득보다 지시나 명령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호 기자
설명‧설득 말고 지시해야
과도한 감정읽기의 문제는 또 있다. 양육자들이 아이를 훈육할 때 설명‧설득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지시‧명령보다는 설명‧설득이 아이를 존중하는 행동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쇼핑몰 같은 곳에서 아이를 붙잡고 ‘공공장소에서 왜 뛰면 안 되는지’를 설명하는 양육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열 살까지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을 배우고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설명과 설득으로는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Q: 설명하면 안 되는 이유는 뭔가요?
A: 양치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 볼게요.
양치하라고 할 때 아이가 “왜 이를 닦아야 하느냐”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설명하는 방식은 이때 “이를 안 닦으면 충치가 생겨서 치과에 가야 해”라고 말하는 거죠.
하지만 이때 양육자가 원하는 건 아이에게 양치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는 게 아니에요. 아이가 양치하는 거죠.
이런 질문에 일일이 답해 주다 보면 아이는 매일 ‘왜 이를 닦아야 하는지’ 물어볼 겁니다. 양치하기 싫으니 시간을 지연시키기 위해서죠.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설명하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설득한다는 건 아이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의미예요. 아이 자신이 갑이 됐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Q: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양치처럼 꼭 해야 할 일을 가르칠 때는 설명하고 설득해선 안 됩니다.
“화장실 가서 이 닦아”라고 지시하세요. 설명은 딱 세 번만 해주세요.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 후에도 또 물어보면 “그냥 해”라고 말하세요.
그래도 안 되면 조금 더 무서운 표정과 말투로 명령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아이가 울어도 물러서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Q: 아이가 양육자를 무서워하진 않을까요?
A: 기억하세요. 권위적일 필요는 없지만, 권위를 잃어서는 안 됩니다. 양치는 물론, 유치원이나 학교에 가는 건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죠.
아이에게 양치해야 하는 이유를 일일이 설명하다 보면 유치원에 가는 일, 학교에 가는 일도 계속 설명하고 설득해야 해요. 결국 아이 행동을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겠죠.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민주적인 게 아닙니다.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선택권을 주는 건 방임이에요.
Q: 지시를 잘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A: 다섯 가지를 지키면 됩니다.
첫 번째는 어떤 지시를 할지 명확히 정하는 겁니다. “숙제 빨리해”라고 했다가 “밥부터 먹어”라는 식으로 지시가 시시때때로 바뀌면 효과가 떨어집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지시를 들어도 되고 안 들어도 된다고 느끼죠.
또 아이가 지시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양치를 시켰다면 아이가 제대로 마무리까지 하는지 살펴봐야 해요.
한 번에 하나씩 시키고,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시를 따를 때는 칭찬해야 합니다. 양육자의 지시를 긍정적인 상호작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니까요.
조선미 교수는 “타임아웃과 스티커제도를 활용하면 훈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타임아웃‧스티커제도 쓰면 훈육 효과 높아진다
아이는 미성숙한 존재이기 때문에 양육자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게 당연하다. 양육자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처음엔 말로 타이르려고 한다. 하지만 양육자도 사람이다. 아이가 계속해 떼를 쓰면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도깨비가 잡아간다’는 식으로 겁을 주기도 한다.
조 교수는 “아이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는 건 행동교정에 도움이 안 된다”며 “타임아웃과 스티커제도를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Q: 타임아웃이 뭔가요?
A: 아이가 하면 안 되는 행동을 할 때 벌을 주는 겁니다. 운동경기할 때 선수 부상 등의 상황에서 경기를 잠시 중단하는 것처럼 아이의 행동을 일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겁니다.
핵심은 아이에게 불안이나 공포를 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습니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일정 시간 못 놀게 된다는 걸 깨닫게 하는 거죠. 그럼 그 행동을 하지 않거든요.
타임아웃을 할 때는 아이를 의자에 앉혀 두거나 장난감이 없는 방에 혼자 두면 됩니다. 초반에는 아이가 심하게 울면서 거부할 수 있으니 상태를 잘 살펴야 하고요.
Q: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될까요?
A: 다섯 살짜리 아이가 물건을 집어던지는 상황을 예로 들어 볼게요.
처음 이런 행동을 할 때는 우선 아이와 눈을 맞추고 단호하게 “안 돼”라고 얘기합니다. 손으로 ‘엑스(X)’자를 그리면서 말하는 것도 좋습니다.
행동이 두세 번 반복될 때까지는 말로 경고하고, 세 번 이상부터는 행동에 제재를 가해야 합니다.
“말을 안 들으니 여기 앉아야겠다”고 한 뒤 의자에 앉힙니다.
보통 아이 나이만큼 의자에 앉혀 놓으면 됩니다. 5세는 5분 정도요.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타임아웃을 끝내세요.
만약 반항하거나 제대로 앉아 있지 않으면 시간을 늘리고요. 아이가 걷기 전의 영아라면 안아서 1분 정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도 효과가 있습니다.
Q: 아이가 심하게 반항하지 않을까요?
A: 처음에는 당연히 울고불고 난리를 칠 겁니다. 실제로 상담했던 아이 중에는 제대로 앉아 있기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린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가 변명하거나 불만을 표할 때 대꾸해선 안 됩니다. 그럼 행동을 제약한다는 본질이 흐려지고 실랑이를 하게 되거든요.
그때는 “지금부터 말하면 5분 늘어난다”는 식으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이 방법에 익숙해지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훈육할 수 있어요. 공공장소라면 화장실 앞이나 계단처럼 사람들이 없는 장소를 선택하면 됩니다.
Q: 타임아웃이 벌을 주는 제도라면, 스티커제도는 상을 주는 제도군요.
A: 스티커제도는 ‘해야 하지만 하지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방법입니다. 4단계로 해볼 수 있습니다.
1단계는 스티커와 달력을 준비하는 겁니다. 스티커는 동그라미나 네모 같은 심플한 모양을 선택해야 숫자를 세기가 수월합니다. 노란색 10점, 주황색 20점, 빨간색 30점처럼 색깔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하는 것도 좋죠.
2단계는 상의 목록을 정하는 겁니다. 장난감‧간식 같은 물질적 보상, 축구‧게임 같은 활동 보상, 상장받기 같은 사회적 보상이죠. 스티커를 10개 모으면 간식을 주거나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거죠.
3단계는 고치고 싶은 행동이나 할 일의 목록을 정하는 겁니다. 초반에는 ‘벗은 옷 빨래 바구니에 넣기’ ‘쓰레기 버리기’ ‘양치질할 때 바로 화장실 가기’처럼 쉬운 일로 시작해야 합니다.
마지막 단계는 아이가 하루에 몇 점을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겁니다.
3~4세 때는 이틀에 한 번,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3~4일에 한 번 상을 주는 게 좋습니다.
Q: 스티커제도를 할 때 주의할 점은 없나요?
A: 반드시 지시한 행동이 끝난 후에 스티커를 줘야 합니다.
양육자의 판단에 따라 목록에 없는 행동에 대해 보상해 줄 수는 있지만, 아이의 요구로 스티커를 주는 건 금물입니다. ‘나 이거 했으니 스티커 줘’라고 했을 때 이를 수용하면 스티커제도의 주도권이 아이한테로 넘어가거든요.
Q: 보상하는 건 우려스러운 점도 있어요. 보상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이가 될 수도 있잖아요.
A: 맞는 말입니다. 외부에서 주는 상이나 칭찬 같은 외적 동기가 아니라 자율성이나 자신감 같은 내적 동기가 더 중요하죠. 하지만 어떤 행동이 습관이 될 때까지는 외적 보상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해서 어떤 행동이 좋고 옳은지 모릅니다. 이때 보상을 통해 좋은 행동이 뭔지 알려주는 거죠.
또 칭찬 같은 외적 보상을 계속해 주면 내적 동기로 전환됩니다. 간식을 먹기 위해 책가방을 혼자 싸다 보면 어느 순간 성취감이나 뿌듯함을 느끼게 되거든요.
이렇게 특정한 행동을 시키지 않아도 잘하게 되면, 더는 보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조 교수는 인터뷰 내내 “훈육은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과 기술을 알려주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내 아이를 이렇게 키우고 싶다’는 감정을 넘어 아이가 사회로 나가 평생 살아가는 기술의 기초를 마련하는 일이라는 의미다.
훈육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같은 일을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하루하루가 쌓여 아이가 좋은 습관을 갖게 된다는 것 잊지 마세요.
조선미 교수는 “훈육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다”며 “인내심을 갖고 꾸준히 하다 보면 아이가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호 기자
바쁜 당신을 위한 세 줄 요약
① 과도한 마음읽기, 오히려 독입니다. 떼쓰고 말 안 듣는 아이 때문에 상담받는 양육자가 많습니다. 원인은 과도한 마음읽기입니다. 공감과 위로는 하루 두 번이면 충분합니다. 아이가 좌절을 경험하고 이를 견디면서 성장할 수 있게 해 주세요.
② 설명‧설득 말고 지시하세요. 열 살까지는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을 배우고 습관으로 만드는 시기입니다.
“양치를 왜 해야 해?” 하고 물으면, 세 번만 설명하고 이후엔 그냥 하라고 하세요. 과도하게 설명하다 보면 부모로서 권위를 잃고, 아이 행동을 통제하는 게 어려워집니다.
③ 타임아웃‧스티커제도 활용하세요. 양육자가 소리 지르거나 불안‧공포를 자극하는 건 행동 교정에 도움이 안 됩니다. 상벌을 활용하는 게 필요합니다.
아이가 떼쓸 때 방에 혼자 두거나 의자에 앉혀서 행동을 제재하고, 좋은 행동을 하면 스티커로 보상하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