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설아유월치차경 상권
1. 불퇴전법륜품(不退轉法輪品)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사위성(舍衛城)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유행하셨는데, 큰 비구 대중 일천이백오십 명과 함께 하셨다.
그때 세존께서 늦은 밤에 이구광(離坵光)이라고 하는 삼매정수(三昧正受)를 일으키셨고, 문수사리(文殊師利) 동자보살도 보명삼매(普明三昧)를 일으켰고 미륵보살(彌勒菩薩) 도중대사(導衆大士)는 보현삼매(普顯三昧)를 일으켰다.
그때 현자 사리불(舍利弗)이 늦은 밤에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방에서 나와 마음을 내어 문수사리를 찾아가 뵈려고 하였다.
그의 방에 들어가려고 방문 앞에 이르렀을 즈음에 문득 부처님의 신실(神室)을 보고 그 앞에 이르니,
거기에는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연꽃이 부처님께서 계신 방을 둘러싸고 있었고, 또 멀리서 큰 음악 소리와 약간의 음향이 섞여 들려왔다.
그 큰 연꽃에서는 저절로 광채가 뻗쳐 기수급고독 동산을 두루 비추었고 사위국도 두루 비추어 그 빛이 나타나지 않는 곳이 없었으며, 삼천대천 부처님의 경계에까지 찬란하게 빛났다.
그때 사리불은 우뚝 선 채 더 이상 가지 못하여 문수사리를 뵙지 못했는데,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 방에 처하여 문수사리의 앞에 머물면서 그가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담담하게 선정에 들어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사리불은 곧 손가락을 튕겨 보았지만 문수사리를 깨어나기 할 수 없었고,
이어서 큰 소리도 내어 보았지만 역시 일어나게 할 수 없었다.
또 일심(一心)으로 문수사리가 이와 같은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보았고 제 자신은 큰 바다 위에 있는 것을 관하고는 크게 놀라서 뛰쳐나오려고 하였지만
문수사리가 삼매에 들어 있는 그 방에서 도저히 물러나올 수가 없었고,
신통력으로써 허공에 솟아올라 보려고도 하였으나 또한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이렇듯 신통력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벗어날 수 없었으며,
게다가 자기 자신이 문수사리와 함께 그 방에 머문 채로 저절로 동쪽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 사리불은 문수사리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때 동쪽으로 항하강 모래알처럼 수많은 부처님의 세계를 지나왔는데, 이곳 세계의 이름은 불퇴전음(不退轉音)이었고 부처님의 칭호는 최선광명연화개부(最選光明蓮花開剖)였다.
현자(賢者) 사리불이 문수사리를 따라서 저 거룩하신 부처님을 뵈니 온갖 털구멍마다 모두 연꽃이 나왔고, 또 그 연꽃은 각각 둘레가 사십만 리나 되었는데 모두 삼천대천의 부처님 국토를 비추고 있었다.
저 모든 연꽃들마다 십만 수효의 절묘한 보배로 줄기가 만들어졌고, 또한 금강(金剛)ㆍ자마(紫磨)ㆍ황금(黃金)으로 만들어진 사자좌(師子座) 위에는 모든 보살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위없는 정진(正眞)의 도에서 물러남이 없고 총지(摠持:陀羅尼)로써 다섯 가지 신통을 증득하여 스스로 즐기고 또한 법인(法忍)을 성취하였으며 32상(相)으로 그들의 몸을 장엄하고 있었다.
최선광명연화개부(最選光明蓮花開部)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의 배꼽에서 연꽃이 나왔는데 티없이 깨끗하였고 그 빛깔도 백천 가지로서 그 수효를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었으며, 푸른 유리(琉璃)의 줄기가 아름답고 미묘하게 서로 얽혔는데, 그 위에다 가장 좋은 전단(栴檀)과 진귀한 보배로 자리를 깔았고 특수하고도 기이한 구슬방울이 사방에 드리워져 있었다.
이 자리만이 홀로 공중에 떠 있었는데 문수사리(文殊師利)가 그 위에 앉자 그 연꽃으로 된 사자좌(師子座)와 함께 공중으로 솟아오르더니 마침내 삼십삼천에 이르렀다.
잠시 후에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 숙여 예를 올리고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나서 연꽃 위로 되돌아가 앉았으며, 그 세존 앞에서 합장하고 스스로 귀의하였다.
그때에 최선광명연화개부 여래ㆍ등정각께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에서 이 땅으로 왔느냐?”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예, 세존이시여. 저는 인계(忍界:娑婆) 세계(世界)에서 왔습니다.”
이때에 그 부처님을 시봉하는 유음(柔音)과 연향(軟響)이라는 보살이 있었다.
이들은 이미 으뜸가는 정진(正眞)의 도에 뜻을 두고 있었으며 불퇴전(不退轉)의 경지에 머무르고 있었다.
두 보살은 연꽃 위에서 의복을 고쳐 입고 무릎을 꿇어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인토(忍土:娑婆世界)는 여기서부터 얼마나 멉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기서부터 서쪽으로 항하의 모래수만큼 많은 국토를 지나면 거기에 인세계가 있는데 지금 여기 있는 이 문수사리는 그곳에서 왔느니라.”
유음과 연향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인세계에 계시는 부처님의 명호는 무엇이며, 지금도 그곳에 계신지 알고 싶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 부처님의 명호는 능인(能人)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신데 지금 그곳에서 법을 강설하고 계시느니라.”
또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부처님께서는 어떤 법을 드러내어 말씀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3도(道:三乘)의 교리를 열어 보이시느니라.”
시자(侍者)가 또 아뢰었다.
“어떤 것을 3도의 교리라고 합니까?”
“성문(聲聞)과 연각(緣覺), 그리고 큰 부처님의 도가 3도(道:三乘)의 교리이며 석가문(釋迦文)부처님께서 이와 같은 법을 설하시는데 이것이 3도의 교리이니라.”
시자가 또 아뢰었다.
“여러 불(佛) 세존(世尊)께서 경을 설하여 개화(開化)하는 것은 같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의 설법은 다 같느니라.”
유음(柔音)과 연향(軟響)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같다고 말씀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불퇴전법(不退轉法)을 강설하시니, 이 때문에 평등하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또 아뢰었다.
“능인(能人)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는 왜 3도(道:三乘)의 교리를 설하십니까?”
그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국토의 중생들은 억세고 강하여 교화시키기 어려우며,
마음이 열악하고 의지마저 허약하므로 1승(乘)법만을 가지고는 구원하고 교화하여 제도할 수 없나니,
그러한 까닭에 그 불ㆍ세존께서는 훌륭한 임시방편으로써 설법하시는 것이다.
능인여래께서는 5탁악세(濁惡世)의 중생들은 발심시키고 이 훌륭한 방편으로써 이치를 따르게 하여 제도하시려는 것이니라.”
또다시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 인세계(忍世界:娑婆世界)의 중생들에게 법을 설하여 교화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어렵겠습니다.”
“실로 그러하니라. 매우 수고롭고 위태로우며 걱정스러우니라.”
시자가 다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유쾌하게도 훌륭한 이익을 얻어 그러한 국토에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멈추어라, 너희들은 그런 말을 하지 말라.
마땅히 그런 말은 그만두고 스스로의 잘못을 고치고 반성하도록 하라.”
또 여쭈었다.
“무엇 때문에 이미 해버린 말을 고치고 반성하라 하십니까?
인세계에서는 법을 강론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국토를 원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여러 어진 이들이여, 거듭 그런 말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
마땅히 스스로의 잘못을 고쳐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이 부처님의 국토에서 이십억 나술(那術:那由陀) 백천 겁 동안 많은 덕을 닦는다 할지라도
저 인(忍)세계에서 날이 밝아서부터 밥 먹는 시간에 이르기까지의 짧은 기간에 사람들을 위해 도무극(度無極:波羅蜜)의 법을 설하고 어리석고 몽매한 사람을 인도하고 교화하여 삼보(三寶)에 귀명(歸命)케 하거나
그 중생들로 하여금 5계(戒)를 받아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의 도를 놓아버리게 하는 것만 못하니,
이것이 보살로서 그 국토에서 법을 설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거늘
더구나 그들을 가르쳐서 그들로 하여금 사문(沙門)이 되게 하고,
속세와 비근(卑近)한 도를 버리고 올바른 법을 보호하게 하며,
권유하고 도와서 훌륭한 법의 이치에 들게 하며,
간혹 다시금 큰 도를 건립하여 드러나게 하는 일이야 두말할 필요가 있겠느냐?
이것이 곧 보살로서 그곳 중생을 가르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하는 것이니라.
왜냐하면 그 인세계는 환난(患難)이 많기 때문이니라.”
또 아뢰었다.
“어째서 그곳은 그렇게도 환난이 많습니까?”
세존께서 유음(柔音)과 연향(緣響) 두 보살에게 대답하셨다.
“어진 이들로 하여금 수명이 다하도록 나술(那術:那由陀)억 백천 겁 동안 그 설법을 듣게 하되 무수히 많은 여러 부처님 국토만큼 매우 긴 수명을 받아 그 목숨이 다할 때까지 말한다 하더라도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며,
인세계 중생들이 품고 있는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의 한량없는 악한 법을 설명하더라도 또한 다 말하지 못할 것이니,
이제 내 입으로 저 중생들의 죄복(罪福)과 인연을 설할 것이요,
또한 부처님의 지혜로써 저 인(忍)세계의 수없이 많은 더러운 때를 낱낱이 분별할 것이니라.”
그때에 유음과 연향보살이 세 번이나 되풀이하여 소리 높여 찬탄하고 칭송하였다.
“미묘합니다, 능인(能仁) 여래시여. 가장 자비하신 사자(師子)시여, 사람의 왕이시여. 도덕(道德)이 높고 우뚝하여 걸림이 없으십니다.”
이렇게 세존을 염(念)하여 찬탄하는 엄숙한 마음으로 공경하였다.
“본래의 공덕과 마음 속의 소원으로 인하여 중생들을 위해 수고로움을 참고 견디시면서
도(道)의 이치를 강설하시어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한량없는 치우친 법[蹇法:偏法]을 없애주시고
성문과 연각의 마음을 계발(啓發)하여 점차로 열어 교화하시어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경지에 이르게 하십니다.
드러난 도와 깊은 지혜로써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많은 덕의 근본에 노닐게 하고 그들의 마음에 영화나 바람이 없게 하십니다.”
여러 보살들이 칠보(七寶)의 꽃을 가지고 있었는데 무수히 많은 백천 가지 빛깔이 찬란하였으며 청정하여 티가 없었고, 또 한량없이 많은 잎이 금강(金剛)의 줄기에 나 있었으며, 그 연꽃 위에는 이슬이 영롱하게 얽혀져 마치 미묘한 전단(栴檀)과 갖가지 보배로 합성(合成)된 듯하였다.
영락(瓔珞)을 골고루 깔아 장엄하였는데 마음의 밝은 눈으로 오래된 본래의 덕을 통달하고 교화를 일으켜 맑고 거룩한 행동을 나타냄이 마치 환화(幻化)와 같았다.
마음 속으로 매우 기뻐하여 허공으로 솟구쳐 올라 손으로 이 꽃을 움켜잡고 멀리 석가문(釋迦文)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계신 곳으로 향하였다.
저 인계(忍界:娑婆世界)를 돌아보며 일심으로 꽃을 뿌리니 마치 보배 일산과 비단 당기와 번기가 비가 오듯 쏟아졌다.
정성스런 마음으로 능인(能仁)여래에게 공양하고 나서 갖가지 향을 뿌리고 전단향(栴檀香)과 잡향(雜香)ㆍ가루향[擣香]을 사르고 스스로 그 국토에서 오체[五心]를 땅에 던지고 서쪽을 향하여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찬탄하며 말하였다.
“능인불ㆍ등정각과 이 인계(忍界)의 보살대사(菩薩大士)께 귀의합니다.
이 사바세계의 보살마하살은 다함이 없는 덕의 갑옷을 입고 정진(精進)에 뜻을 두고 생각이 교만하거나 방자하지 않으며,
덕을 갖춤이 높디 높으며 그 마음이 최후의 경지에 이르러 지극히 존귀하고 거룩하시며 절묘합니다.
바른 법을 받들어서 그 법이 힘이 되어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큰 광명을 뿜어내어 1승(乘)의 경지를 익히셨습니다.”
그들은 또 이구동음(異口同音)으로 함께 찬탄하여 말하였다.
“바라건대 저희들은 응인여래ㆍ지진ㆍ등정각과 여러 보살을 받들어 뵈옵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훈계를 영원히 끊어지지 않게 하고자 합니다.”
그때에 최선광명연화개부(最選光明蓮花開部)여래께서 여러 보살들이 이렇게 칭송하는 말을 듣고 그들의 마음을 관찰하신 뒤에
여러 보살대사들을 위하여 부처님의 법을 말씀해 주시고 긴요한 이치를 분별하여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시고는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족성자(族姓子)들이여, 너희들은 능인(能仁) 무착(無着) 정각과 인(忍)세계의 여러 보살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뵙고 그 백성들의 처소에서 배우도록 하라.
그 부처님의 가르침을 닦아 중생들을 순화(順和)시키고 위급한 지경에서 제도하려는 마음을 내며,
마음 속에는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품고,
깊고 오묘한 법에 대하여 일찍이 두려워하지 말며,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비방하지 말며 많은 덕의 근본을 심도록 하라.
마음에 집착하지 말고 보답이 있기를 희망하거나 생각하지 말 것이며,
여섯 가지 도무극(度無極:波羅蜜)행을 받들어 행해야 하느니라.
보살대사들은 인(忍)세계에 태어나서 능인여래를 숭상하는 것은 그들이 숙세에 발심한 본원력(本願力)때문이니 바른 법을 따르고 받들어서 그 도로써 힘을 삼아 여러 부처님의 행(行)을 깨닫도록 하라.”
보살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거룩하신 뜻을 받들어 모두 다 그곳에 가서 태어날 것이며,
또한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자비하신 은혜에 대해서 영원히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최선광명연화개부여래ㆍ등정각께서 유음(柔音)과 연향(軟響) 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문수사리와 함께 인(忍)세계에 가서 가르침을 잘 받들어 수행하고 마음을 밝히도록 하라.”
유음과 연향보살이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이 능인여래께 나아가 인세계를 관찰하고자 하오니 어질고 거룩한 지혜를 베풀어 저희들로 하여금 과(果)를 얻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문수사리가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같이 가도록 합시다. 여러 족성자(族姓子)들이시여, 모든 세존은 뵙기도 어렵고 만나기도 어렵습니다.
왜냐 하면 억 세가 지나야 한 분쯤 태어나기 때문이니, 그대들은 마땅히 함께 공양을 올리고 받들어 섬겨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시방 세계에 출현해서 그곳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 그들을 교화하여 대도(大道)에 들게 하며, 그들로 하여금 깨달음의 지혜를 체득하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땅히 모든 기행(蚑行)이나 천식(喘息) 등 인물(人物)들을 위하여 공손하고 순종하여 불ㆍ세존께 예를 올리고 경전(經典)을 물어서 시방의 중생들로 하여금 최상의 경사스러움을 증득하고 성취하게 해야 합니다.”
보살들이 대답하였다.
“저희들로 하여금 존자와 함께 여러 부처님을 받들어 뵙고 귀명(歸命)하여, 가르침을 받아서 성스러운 지혜를 익히고 배워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고 교화할 수 있게 해 주십시요.”
그때에 문수사리가 저 최선광명연화개부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 머리 숙여 예를 올리고 그 부처님의 주위를 세 바퀴 돌고는 여러 보살들과 함께 공손하고 엄숙하게 경의를 표하였다.
그리고는 사리불과 함께 부처님의 설법을 들여 가르침을 받고서 하염없이 부처님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다섯 가지 일이 허깨비와 같음을 관찰한 뒤 각각 꽃ㆍ향ㆍ전단향ㆍ잡향(雜香)ㆍ가루향ㆍ비단 당기와 번기로써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니 이들은 모두 부처님 본덕(本德)의 힘을 입은 것이었으며,
마음과 의지가 견고하여 삼보를 따르고 받드니 그것은 중생들을 제도하여 부처님을 받들어 모시게 하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끝나자 팔을 한 번 굽혔다 펴는 짧은 시간에 홀연히 나타나 보이지 않더니,
곧 동방으로 항하강 모래 수처럼 많은 국토를 지나 부처님 앞에 이르러 여러 부처님께 대승경전을 설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청하자
부처님께서 불퇴전(不退轉)의 방등(方等)과 때없이 청정한 밝은 법을 강설하셨다.
그 여러 불국토에는 여인(女人)이 전혀 없었고 또한 성문이나 연각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도 없었다.
모든 부처님 국토의 덕의(德義)와 다름이 없는 깨끗하고도 청결한 모습들이 마치 최선광명연화개부 여래의 불국토와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보살의 도량(道場)이 불국토를 가득 채웠고, 그 모든 세존의 배꼽에서는 모두 연꽃이 나왔다.
그 연꽃 위마다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에는 문수보살이 있어 감동을 주는 변화를 일으켰고 위의(威儀) 또한 한결같았으며 모든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동쪽ㆍ남쪽ㆍ서쪽ㆍ북쪽과 동남ㆍ서남ㆍ서북ㆍ동북ㆍ위ㆍ아래와 시방 세계의 항하강 모래알처럼 많고 많은 국토마다 문수사리가 그 앞에 나타나서 두루하지 않음이 없었다.
저 모든 여래께서는 이 불퇴전법륜의 방등과 티없는 법을 모두 강설하시니,
일체의 시자(侍者)들이 엄숙한 마음으로 공경하였으며, 그 의지는 대도(大道)에 둔 채 연꽃 위에서 무릎 꿇어 합장하며 그곳 부처님께 아뢰었다.
“능인(能仁)여래께서는 무엇 때문에 이러한 3도(道:三乘)의 교리를 말씀하십니까?
모두들 능인여래가 계신 곳으로 가서 법화(法化)에 대하여 여쭙고자합니다.
저희들은 문수사리를 따라 가서 은혜를 구하고 제도를 받고 싶습니다.”
시방의 여러 부처님께서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문수사리를 모시고 호위하여 다 같이 능인여래의 불토로 가도록 하라.”
그때 인(忍:娑婆)세계 염부제(閻浮提)는 밤이 깊어 아직 밝지 않았었는데 현자(賢者) 아난(阿難)은 때마침 광명이 창틈으로 비치는 것을 보고 곧 침상에서 일어나 정사(精舍)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다 기원(祇洹) 정사를 대낮같이 밝게 비추는 광명을 보고 허공을 쳐다보았으나 달은 보이지 않았다.
기원정사를 두루 살펴보니 다만 구슬처럼 유연하고도 맑게 흐르는 푸르디 푸른 물만 보였으며, 수목(樹木)과 방실(房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난은 마음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아침에 마땅히 크고도 심오한 법을 강설하시고자 하기 때문에 먼저 이러한 상서로운 감응이 나타났을 것이다.’
그때에 아난이 걸어서 물에 들어갔지만 물은 발을 적시지 않았고 몸도 물에 빠지지 않으므로 크게 기뻐하면서 신실(神室)로 나아가 세존을 뵙고자 했다.
그곳에 나아가 보니 천만 개의 연꽃이 부처님 계신 신실을 에워싸고 있었고, 또 커다란 소리로 약간의 음악이 들려왔는데
연꽃에서는 광명이 나와서 기원정사와 사위성(舍衛城)을 밝게 비추었으며 삼천대천세계의 어느 곳 하나 밝게 비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마음이 너무 기뻐 오른쪽 어깨를 벗고 꿇어앉아 합장한 채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귀의하였다.
그때 먼동이 트고 밝은 해가 떠오르니 부처님 계신 신실을 에워싼 커다란 연꽃 가운데 가장 큰 연꽃이 기원정사의 가운데에 머물러 있었으므로
아난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나는 마땅히 저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펴야겠다.
이것은 아마도 설법을 하기에 앞서 생기는 상서로운 감응일 것이리라.’
그가 곧 자리를 펴니 때마침 삼천대천세계가 여섯 번 반복하여 진동하였고, 열 항하강의 모래알처럼 많은 시방의 불국토도 또한 이와 같았으니, 큰 생각[大意]이 다 함께 사무쳐 놀라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다.
푸른 연꽃ㆍ붉은 연꽃ㆍ누런 연꽃ㆍ흰 연꽃이 널리 부처님 국토에 두루하였고 저절로 나무가 생겨났는데 가지와 잎새, 꽃과 열매도 모두 무성했다.
여러 비구들이 집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큰 물을 보고는 두려워서 나가지 못했다.
기수원(祇樹園)을 보니 매우 맑고 깨끗한 물이 이미 가득하였고, 머무르고 있는 정자는 보이질 않았으며 오직 큰 광명만 보일 뿐이었다.
그러자 마음 속으로 각각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 마땅히 크고도 미묘한 법을 강설하시고자 하기 때문에 먼저 이러한 변화의 감응이 나타난 것이리라.’
그때에 세존이신 능인(能仁) 큰 성인께서 삼매(三昧)에서 깨어나 신실(神室)을 나와서 사자좌에 올라 자리하고 앉으시니,
그 때를 맞추어 시방의 모든 세계에 계신 여러 불ㆍ세존께서 몸을 솟구쳐 큰 광명을 놓으셨는데 각각 색깔이 달라서 이루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러한 모습을 저 모든 백성들이 어느 누구라고 보지 못하는 이가 없었다.
그때에 문수사리는 시방 세계에 두루한 많은 보살들과 함께 여러 부처님의 국노를 돌아다니면서 빠짐없이 골고루 공양했다.
이 큰 보살은 중생을 인도하는 여러 보살들과 함께 신통력으로 나타내 보임이 불가사의(不可思議)하므로
중생들을 구제하여 이롭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법을 지니고 따르게 하며,
그들을 교화하여 해탈케 하기 위하여 중생들이 좋아하는 바를 따라서 그들을 인도하였고
시방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각각 설법하여 마쳤다.
문수사리는 능인(能仁)여래께서 사자좌에 앉아 계신 것을 보고 여러 보살들과 함께 기수원(祇樹園)의 땅에서 솟아올라 무앙수(無央數) 억억(億億) 백천 나술(那術:那由陀) 조해(兆姟) 만큼 많은 모든 보살들이 불ㆍ세존의 주위를 한량없이 돌고 돌았다.
그들은 각각 한량없이 많은 연꽃을 변화로 만들어 냈는데 십만여 개의 꽃잎은 그 색깔이 각각 달랐다. 이러한 꽃으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부처님 위에 뿌리니 허공이 빈틈이 없었다.
또 이 보살이 전단향(栴檀香)과 잡향(雜香)ㆍ가루향[擣香]등 미묘한 향을 뿌리니, 그 향기가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퍼져서 아름다운 향과 보시(布施)ㆍ준계(遵戒: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일심(一心:禪定)ㆍ지혜(智慧:般若)와 훌륭한 방편ㆍ신통의 향과 분류법향(分流法香)과 여섯 가지 바라밀, 보살의 미묘한 도혜(道慧)의 향, 경의 이치[經義]를 원만하게 갖춘 수행의 향 등 여러 종류의 많은 향기를 일으켜 모두 큰 광명을 뿜어내니 그 광명이 시방 세계 부처님 앞에 두루하였다.
그리고 용맹하고 강한 의지로 부처님의 위엄과 교화를 잘 받들어 능인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 공양하고 큰 정진을 행하고 바른 도를 부지런히 닦아 그 마음이 견고해져서 뛰어넘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른 이들이 여래에게 귀명(歸命)했다.
그때 문수사리가 여러 보살과 모든 중생들과 함께 여의주(如意珠)와 마니주(摩尼珠)로 장엄하였고 갖가지 보배나무를 여덟 품으로 나누어 줄줄이 심어놓고 그 보배 나무 위에는 번기를 달고 그 사이사이에 구슬 휘장과 자마황금(紫磨黃金)을 섞어 장식했으며, 명월주(明月珠)로 땅을 덮고 변화로 집과 강당ㆍ누각을 짓고 창문[天窓]과 난간ㆍ대문도 아름답게 조각해 놓았다.
솟아나는 섬의 원천과 못, 강ㆍ하천의 흐름 그리고 동산에 흐르고 있는 물 위에는 연꽃이 피였는데 푸르고 붉고 노랗고 흰 색깔의 꽃잎이 모두 투명한 구슬과 같았으며 곳곳을 뒤덮지 않은 곳이 없었다.
땅 속에서는 감로(甘露)가 솟아났는데 그 물은 여덟 가지 맛이 있었으니, 이는 중생들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큰 도를 나타내 보인 것으로 그 중생들로 하여금 보살의(菩薩意)의 마땅히 해야 할 수행에 대한 발심을 일으키게 하려고 한 것이었다.
그래서 모든 자애를 베풀고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문수사리는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 자기의 도력으로써 능인 여래가 본래 원하는 바를 따르게 하려는 까닭에 이러한 변화로써 중생들을 개화(開化)한 것이었다.
유음과 연향 두 보살 등이 다 함께 권유하고 도왔으며 불가사의한 무심(無心)과 불심(佛心), 그리고 착한 심사(心思)로 인도하고 큰 덕의 갑옷을 입고서 정진(精進)을 행하였으며 몸소 높은 덕을 행하였다.
예전에 마음먹고 뜻했던 바대로 허공을 장엄하는 일을 마치고 모두 부처님 앞에 머물러 있었다.
그때에 세존께서 도의 가르침을 베풀고 법의 광명을 놓아 문수사리와 여러 보살들에게 비추어 그들로 하여금 자리에 앉게 하니,
그때에 십만 송이의 연꽃이 부처님의 몸에서 저절로 나왔는데 헤아릴 수 없고 한량없는 색깔을 지녔으며 백천 광명을 나타내어 홀로 비추었으며, 줄기는 보배로 되어 있고 꽃잎 둘레는 진보(珍寶)로 된 구슬이 두루 늘어져 있는데 사이사이로 마니주가 섞여 있었으며,
전단향과 잡향(雜香)으로 사자 모양의 자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그 보살의 무리들이 모두 그 위에 앉은 채 허공에 떠 있었다.
그때에 능인(能仁:석가모니)부처님께서 배꼽으로 광명을 뿜어내시니 그 광명의 이름은 금강(金剛)이요, 또한 중생(衆生)을 구제하려고 그러한 광명을 뿜어냈는데 백천 연화(蓮花)의 광명이 각각 달랐다.
헤아릴 수 없이 많고 많은 연화의 광명은 청정하고 미묘했으며 마치 자마금(紫磨金)빛 같았고, 뒤섞여 드러난 휘장은 매우 향기롭고 깨끗하여 시방 세계를 밝게 비추었는데 조금도 걸림이 없었다.
이 연꽃 가운데에서 저절로 억천 개의 연꽃이 변화로 만들어져 나왔는데 모든 부처님께서 다 받으셨던 것으로서 법계가 평등한 한 종류였으니,
이것은 중생을 가르치는 해탈문이요,
또한 언교(言敎)의 소리로서 고정관념도 없고 원할 것도 없는 법이요,
삿된 행도 없으며, 생겨나지도 않고 소멸하지도 않는 삼세는 허공과 같으니,
눈의 경계가 청정한 자연(自然) 그대로의 궤적(軌跡)이었다.
거기에서 억천 가지 이름의 보배 연꽃이 변화로 생겨났다.
문수사리는 그 위에서 편안한 발걸음으로 나아가 적연(寂然)한 마음으로 앉아서 부처님의 몸에 대하여 집착하지 않고 부처님의 몸은 아무런 형상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세존에 대해 생각하여 일체를 또렷이 깨달았으니, 그가 깨달은 삼매(三昧)의 이름은 금강(金剛)이었다.
그는 또 능인여래ㆍ지진ㆍ등정각의 법을 배우고, 공하여 아무것도 없는 법을 수행하여 불모삼매(不慕三昧)에 들어갔다.
그때 세존께서 문수사리와 시방 세계 부처님 국토에 있는 모든 보살들이 좌정하고 앉아 선정에 들어가 여러 부처님의 법을 닦고 과거의 수없이 많은 큰 성인들께 공양함을 보았다.
문수사리가 거두어 보호하고 마음 또한 비겁하거나 나약함 없이 부처님의 도를 따라 수행하고 사자좌(師子座)에 앉는 것을 보았다.
부처님께서 현자(賢者) 아난(阿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서 가서 사위성(舍衛城) 기수원(祇樹園) 안팎에 있는 비구와 비구니, 청신사(淸信士)와 청신녀(淸信女)들에게 두루 알려라.
진실로 삼보인 부처님과 법(法)과 승가를 즐거워하고 모든 덕의 근본을 심기 위하여 이 성에 오고 싶은 이는 모두 이 법회에 모이게 하라.
내가 이제 마땅히 설법을 하리라.”
아난이 가르침을 받아 가지고 그곳에 가 부처님의 명을 선포하였다. 그러자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저희들이 지난 밤에 크게 상서로운 조짐을 보고는 곧바로 그곳에 가서 마땅히 큰 법인 대승의 심오하고 중요한 일에 대해 강설하시는 것을 관찰하고 알기 위하여 그 모임에 가려고 하였으나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에 아난이 물었다.
“어떤 것들이 그 법회의 장소로 가는 데 방해되고 장애가 되었습니까?”
모두들 대합하였다.
“지금 기수원[祇樹]을 보니 큰 물이 가득한데 그 물빛이 너무도 푸르러 마치 구슬과도 같고,
유연(柔軟)하면서도 맑지만 수목(樹木)은 보이질 않았으며
가옥이 모두 침몰되어 있었고 오직 큰 광명만 보일 뿐이었으니,
그런 까닭에 스스로 뜻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아난이 이 사실을 모두 갖추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비구들이 가로막힌 장애를 해소하지 못한 것은 전혀 물이 없는 것을 가지고 부질없이 물이란 생각을 냈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구들은 물이 있다는 생각을 내지 말았어야 했거늘, 다만 이 모든 것은 마음이 열리지 못하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물질적 존재[色], 아프고 가려운 느낌[痛痒:受], 고정관념[思想:想], 나고 죽는 행업[生死:行], 인식작용[識]에 대하여 오히려 있는 것이라 말하고 집착하면서
믿지 않아야 할 것을 집착하고, 받들어야 할 법이 아닌 것을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여덟 가지 평등한 마음을 생각하여 깨달음을 획득하지 못하였구나.
도의 자취는 가고 옴을 반복하지 않나니, 도에 집착할 게 없는 것도 또한 이와 같으니,
성문(聲聞)을 이룩하겠다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하는데 성문을 이루려 하고
연각을 성취하겠다는 생각도 내지 말아야 하는 데도 연각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구나.
너는 다시 가서 이 법회에 오라고 거듭 일러라.”
아난이 칙명을 받아가지고 가서 세존의 가르침대로 하나하나 빠짐없이 그들에게 말해주고 되돌아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사부대중들이 모두 와서 법회 장소에 모여 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현자 목련(目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삼천대천세계에 가서 깊이 배운 보살대사(菩薩大士)와 무극의 갑옷[無極鎧]을 입고 성심으로 대승(大乘)을 구하는 이와 비구(比丘)ㆍ비구니(比丘尼)ㆍ청신사(淸信士)ㆍ청신녀(淸信女)와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健沓惒:乾達婆)ㆍ아수륜(阿須倫:阿修羅)ㆍ가유라(迦由羅:迦樓羅)ㆍ진다라(眞陀羅:緊那羅)ㆍ마후륵(摩睺勒:摩睺羅伽)ㆍ인비인(人非人)을 모두 불러서 그들로 하여금 오늘 큰 법회가 있음을 알게 하여 아직껏 듣지 못했던 법을 듣게 하라.
사부 제자와 인비인(人非人)들로서 혹 천성(天上)에 있든지 세간(世間)에 있든지 간에 그들은 모두 과거 세상에 여러 부처님을 받들어 공경하였고,
대승에 뜻을 두고 한 가지 도에 머물러 배우면서 마음 속으로 큰 지혜를 지닌 묘존(妙尊)으로서 가장 높고 당당하며 다함이 없는 이를 사모하는 이와,
보살대사로서 큰 덕의 갑옷을 입은 이와,
이로운 법의 이치를 구하고 정진을 중단하지 않은 이가 있으면,
모두 이 법회에 오게 하여 심오하고 미묘한 법을 듣게 하라.”
목련은 가르침을 받고 부처님의 거룩한 뜻을 받아가지고 스스로의 도력(道力)으로써 팔을 한 번 굽혔다 펼 시간에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다니면서 부처님의 말씀을 알리기를
‘이와 같이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법을 마땅히 함께 와서 자세히 듣도록 하라’고 말하고는
조금 있다가 신통력으로써 부처님 앞에 되돌아와서 세존께 아뢰었다.
“이미 널리 부처님의 말씀을 알렸습니다.”
그때 사부 대중들이 사십만 리를 가득 둘러싸고 있었으며 여러 하늘ㆍ용신(龍神)들도 허공에 머물러 있어서 오십만 리의 허공이 빈 틈이 없었다.
그때 문수사리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사부 대중들이 모두 이 법회에 모였으며, 여러 하늘ㆍ용신(龍神)들도 허공을 가득 메운 채로 모두가 한마음으로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는 다 여래의 위엄 있고 신비한 변화로 광명이 찬란하여 통달하지 못한 곳이 없음을 보았습니다.
대중들이 자리에 좌정하고는 공경하고 엄숙한 마음으로 부처님께서 설법하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잠시 웃으시니 칠보(七寶)로 된 연꽃이 땅에서 솟아나왔는데 연꽃 잎새마다 무앙수(無央數) 백천의 휘장이 서로 엉겨 마치 크고 우뚝한 수레와 같았다.
이것이 천제(天帝)의 자리를 뛰어넘었고 명월주(明月珠)ㆍ적주(赤珠)ㆍ영락(瓔珞) 등 갖가지 구슬을 드리워 장식한 당기를 만들어 팔방(八方)을 향하였으니, 이것은 여덟 가지 어려운 일을 제거하려고 한 것이었다.
사부 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와 여러 곳에서 모인 하늘ㆍ용신ㆍ건답화 등과 인비인(人非人)이 그 위에 모두 앉아서 널리 존안(尊顔)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수사리를 따라온 보살대사 등과 좋은 상호를 원만하게 갖추어 우뚝하고 당당한 뜻을 같이 한 한 부류들도 연꽃 뒤에 앉아서 일심(一心)으로 합장한 채 원원(元元:佛)을 공경하고 부처님의 거룩한 덕을 살피고 있었다.
또한 무수사리와 마음 속으로 큰 도를 구하는 이들에게도 공경을 다하였다.
그때에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부 대중들과 여러 하늘ㆍ용신들이 모두 목마르게 우러러 보면서 부처님께서 불퇴전법륜인 번뇌[垢]를 여의는 법에 대해 찬탄하여 설해주시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 비구ㆍ비구니ㆍ청신사ㆍ청신녀와 여러 하늘ㆍ용신들 무앙수천(無央數千)이 믿음을 독실하게 가질 생각과 법을 받들 생각이 있으며,
여덟 가지 평등[等]의 생각과 도적(道迹:須陀洹)ㆍ왕래(往來:斯陀含)ㆍ불환(不還:阿那舍)ㆍ무착(無着:阿羅漢)ㆍ성문(聲聞)ㆍ연각(緣覺)등 각각에 대한 이런 생각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세존께서는 이런 생각을 떨쳐버리게 하셔야 할 터인데,
무슨 까닭에 믿음을 가진 이와 법을 받드는 이와 연각의 행[緣覺行]을 나타낸 사람들에게 광명을 비추십니까?”
그러나 세존께서는 묵묵히 아무런 응답도 없으셨다.
사리불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큰 성인이시여. 제가 새벽녘에 잠에서 깨어 방을 나와서 문수사리를 찾아가다가 세존께서 계신 방을 엿보고 그곳으로 나아가려고 하였더니
십만 개의 연꽃이 여래께서 계신 방을 둘러싸고 있었는데 거기에서 큰 광명이 나와 기수원(祇樹園)과 사위국성과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었고 큰 법음(法音)의 음악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이것이 무슨 감응(感應)이온지 해설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장차 이 불퇴전의 법륜[不退轉輪]을 강설하려 하였더니 문수사리가 이러한 상서로움을 모두 갖추어 분별하여 나타내었느니라.”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오늘 새벽녘에 큰 광명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잠에서 깨어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기원(祇洹)에 물이 가득하였는데 그 물은 부드럽고도 맑았으며,
수목(樹木)과 정사(精舍)는 보이질 않고 다만 커다란 광명만 보였으니,
이것은 무엇 때문에 생긴 감응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문수사리가 마땅히 심오한 법인 불퇴전법륜의 법을 설해 달하고 간청하였으므로 생겨난 상서로움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현자 아난을 위하여 게송을 설하셨다.
모든 부처님께선 나라는 것에 대한 집착이 없고
1승(乘)의 법 성취하신 가장 높은 분이시니
저 연음(軟音:文殊)보살이 용맹하고
인연이 있어 이런 질문을 하였느니라.
이 수레[乘]는 청정하여
위없는 불도를 이루나니
보연음(普軟音:文殊)이 용맹하기에
이제 이런 질문을 하였느니라.
이 수레는 고정관념이 없고
청정하여 희롱과 놀림을 여의었나니
보연음이 용맹하기에
이제 이런 질문을 하였느니라.
보연음이 질문한 것은
모든 승(乘)을 구제하기 위함이니
처소도 없고 성취할 것도 없으며
생겨나거나 소멸하지도 않는 법이니라.
자문(諮問)하고 찬탄하는 이 모든 일들
이것으로는 도과(道果)를 이룰 수 없다.
세존도 본래 없는 것
이 가르침만이 진실을 이루리.
보연음이 용맹스러워
이제 이런 질문을 하였으니
여기에서 소리를 여읜 것은
모든 소리가 평등하기 때문이니라.
보연음이 질문한 것은
동(動)함으로 인하여 소리 있으나
그 소리는 얻을 수도 없고
법(法) 또한 소리나 글자가 없다네.
보연음이 질문한 것
법을 설한 음성은 바람과 같아
형체도 여의었고 의지할 데도 없으니
중생들을 소리로부터 제도하려 함이니라.
아난은 또 이 말 들으라.
보음(普音:文殊)이 질문한
정법(正法)과 시신(時身)에 대한 말과
여섯 가지 세계라는 생각도 또한 공(空)한 것이니라.
모든 부처님 등정각(等正覺)도
공적(空寂)하여 아무 모습 없으니
설하거나 설하지 않거나 간에
모든 법은 머무름이 없다네.
평등각(平等覺)은 형색이 없고
도적(道迹:須陀洹)이 나아갈 바는,
오는 것을 얻고는 다시는 되돌아가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부처님의 설법이니라.
형체도 여의고 모든 모습 멀리하여
허공과 같아 헤아릴 수 없으며
부처님의 도는 여여하여 집착의 대상이 아니니
이것이 보음(普音)이 질문한 것이니라.
과거와 미래의 부처님과
현재의 부처님도 또한 그러해서
도혜(道慧)의 뜻 나타내려 해도
일찍이 길이 있음을 보지 못했네.
법계(法界)는 볼 수 없는 것으로
다만 이름일 뿐이며
경전 분별하는 것도 본래의 없는 것
이 법이 곧 도(道)이니라.
보시도무극(度無極:波羅蜜)과
정계(淨戒:持戒)도무극도 또한 그러하고
인욕(忍辱)도무극도 그러하니
이를 설하며 부처님의 도를 나타내었네.
정진(精進)도무극과
일심(一心: 禪定)도무극도 모두 그러하고
지혜(知慧)도무극도 그러하므로
도(道)의 혜명(慧明)을 나타내었네.
부처님은 훌륭한 방편이 있어서
신통력으로 피안(彼岸)에 이르게 하고
소리를 빌어 부처님의 도 강설할 뿐
세속에 집착하는 것은 없느니라.
삼승의 교리 나타내 보이고
4과(果)를 설하여 선양(宣揚)하시니
도사(導師)께서 강설하시는 것은
본성(本性)을 살펴 따라준 것일 뿐이네.
나는 5탁(濁)세계의
지혜가 뒤떨어지고 게으르고 폐악한 사람들을 흥기시키기 위해
일부러 불승(佛乘)을 말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큰 성인이 되게 하였네.
내가 4과(果)의 음성을 나타내어
이미 무착(無着:阿羅漢)의 도를 성취하게 하였으니
음성으로 도 이루면 성문이라 하거니와
모든 법은 인연으로 모인 것이 아니니라.
이른 바 모든 인연이 모여
모든 것이 성립된 것임을 가르쳤네.
현재에도 인연(因緣)을 얻었으므로
눈 앞의 법을 설하는 것이니라.
나한(羅漢)을 성문이라 말하고
관법으로 인하여 연각 이루네.
영원히 생겨남 없는 법인(法忍)은
보살만이 볼 수 있는 것이라네.
공(空)은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이요.
평등(平等)과 선(禪)과 불원(不願),
이 세 가지 해탈문에 대하여
음성으로 설법하여 니원(泥洹:涅槃)에 들게 하였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현재에도 또한 그러하여서
시방에서 펼치신 것도
일으키지 않고 소유함도 없어라.
보음(普音)이 이제 질문한 것은
그 법이 심오하고 오묘하여 한량없으니
힘을 기울여 지극한 정성으로
과(果)를 이룩할 생각 그만두지 말라.
일승법에만 전력을 다하고
일체의 법 생각 않게 하기 위해
부처에게 이런 질문하여
덕과(德果)의 인연 알게 하였네.
삼세는 평등하고
공적(空寂)하여 모습 없으니
이미 일체의 음성에서 해탈하였고
부처님의 도에도 의지하거나 집착하지 않네.
스무 개 강수(江水)의
모래알처럼 많고도 많은
그러한 보살들을
모두 보음(普音)이 교화하였네.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듣고 배워서
보살의 행(行)을 닦아
3도(塗)를 평등하게 대하고
찬양하며 대승(大乘)으로 들어가네.
보음의 의지 용맹스러워
결정코 모든 의심의 그물과 집착 없애고
덕의 과업 생기게 하기 위하여
나에게 도혜(道惠)를 질문하였네.
이것은 부처님께서 건립하신 것으로
원력(願力) 닦음이 이와 같았고.
삼승에 대하여 두루 설법하여
근고(勤苦)와 걱정에서 구제하였네.
보음의 의지 용맹스러워
이런 일 만들어 내어
도사(導師)에게 법을 강설하게 하여
보살도의 수행법을 보였느니라.
억백천(億百千)의 모든 하늘이
허공에서 부처를 공양하면서
마음으로 덕의 과업 집착하는 까닭에
이러한 의혹 끊게 하려 함이니라.
저 사부 대중인 비구와
비구니와 거사는
덕의 과업에 집착하고 생각을 일으키므로
분별하여 깨닫도록 하기 위함이니라.
보유(普柔:文殊)의 이런 질문은
모든 의심의 그물을 뽑아 없애려는 것
이 모든 보살들 여기에 모여
이 법을 구하려 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