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영락본업경 상권
1. 집중품(集衆品)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한때 부처님께서는 병사왕의 나라에 있는 도량(道場)의 보리수 아래에서 정각(正覺)을 이루시고 그곳에서 거듭 유행하시다가 다시 앉으셨다.
옛날에 처음으로 깨달음을 얻으셨을 때 빛[光影]이 매우 밝았는데, 이제 다시 마흔두 가지 빛을 놓으시니, 온갖 빛마다 모두 백만 아승기 공덕이 있었다.
그 빛이 영락(瓔珞)이 되어 부처님의 몸을 훌륭하게 장엄[嚴好]하고 법계에 가득 하였는데 깊고 고요하기가 허공과 같았다.
마음을 오로지 한곳에 집중하여 고요히 비추면서 상주(常住)의 성품을 즐기고 교화를 다하며 신비로운 신통을 체득하여, 커다란 작용이 비교할 바가 없었다.
진리의 왕[法王]이시고 진리의 주인[法主]이신 부처님께서는 일체 중생의 부모가 되셨다.
자연의 백천 송이 보배 연꽃으로 꾸며진 사자좌가 있었으니, 옛날의 모든 부처님이 앉으신 자리도 모두 그러하였다. 도덕(道德), 위의(威儀), 상호가 하나같았고, 몸과 뜻이 청정하여 복행(福行)이 널리 갖추어졌다.
광명이 지나는 곳에는 금강보장(金剛寶藏)으로부터 변화를 나타냄에 다함이 없었고, 사람들의 세상[刹土]을 두루 비춤에 과거ㆍ미래ㆍ현재에 걸쳐 걸림이 없었다.
교화가 일체에 두루 미치어, 제도하는 교화 방편[度法]을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이 삼세에 모두 평등하였고, 원만히 빛나서 오롯이 도달하는 것이 모든 부처님들과 같았다.
그때 큰 모임 가운데 있는 보살들은 모두 다 일생보처(一生補處)로서 온갖 신통을 미묘하게 통달하여 시방 세계에 두루 하였고, 다함이 없는 법신으로 중생들을 이끌어 이롭게 하였다.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열어서 불성의 묘과(妙果)와 적멸한 무위의[寂滅無爲] 중요한 가르침을 사람들의 근본으로 들어가게 하였고 숙명지(宿命智)로써 가르치고 교화하여 무제(無際)에 들어가게 하였고, 안팎의 요체(要諦)를 풀어냄에 있어서 처음과 끝이 다름이 없었다.
모든 부처님의 국토는 평등하여 분별하는 바가 없고, 큰 자비의 말씀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찬양하는 것을 이루 다할 수 없었다.
육도(六道)의 일을 모두 꿰뚫어 통달하지 않음이 없었으니, 교화하는 곳에 이르면 모두 찬탄하며 말하였다.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이 큰 뜻을 세운 것을 생각하여 주시고, 또한 저희들에게 모든 부처님 세계에 있는 좋거나 나쁘거나 수승한 국토를 나타내어 주소서.
부처님께서 노니시는 곳마다 교화를 일으키시며, 빛나는 신통력으로써 저희들을 가르치고 일깨우시며 저희들의 뜻을 열어보여 주소서.
저희들을 위해 부처님의 본업영락(本業瓔珞)인 십주(十住)ㆍ십행(十行)ㆍ십회향[十向]ㆍ십지(十地)ㆍ무구지(無垢地)ㆍ묘각지(妙覺地)를 말씀해 주소서.
맹세코 저희들이 번뇌의 죄과와 모든 의심[疑妄]을 끊겠습니다.
저희들을 위하여 부처님의 국토, 부처님의 몸, 부처님의 신통력, 부처님의 선정(禪定), 헤아릴 수 없는 신통 변화, 네 가지 평등[四等], 두려움 없음[無所畏], 허물없는 세 가지 업, 열여덟 가지 함께 하지 않는 법[三ㆍ六의 不共], 일체의 공덕, 위없는 도법 등의 온갖 일을 펴시어 가르침을 나타내시고, 시방 일체의 국토에 들어가게 하소서.”
동쪽으로 가면 허물없는 향림찰(香林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입정진(入精進)이라 이름하고 보살을 경수(敬首)라고 이름한다.
남쪽으로 가면 다함 없는 낙림찰(樂林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불사락(不捨樂)이라 이름하고 보살을 각수(覺首)라고 이름 한다.
서쪽으로 가면 다함 없는 화림찰(花林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습정진(習精進)이라 이름하고 보살을 보수(寶首)라고 이름 한다.
북쪽으로 가면 다함 없는 도림찰(道林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행정진(行精進)이라 이름하고 보살을 혜수(慧首)라고 이름 한다.
동북쪽에 다함 없는 청련찰(靑蓮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비정진(悲精進)이라 이름하고 보살을 덕수(德首)라고 이름 한다.
동남쪽에 다함 없는 금림찰(金林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진정진(盡精進)이라 이름하고 보살을 목수(目首)라고 이름 한다.
서남쪽에 다함 없는 보림찰(寶林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상정진(上精進)이라 이름하고 보살을 명수(明首)라고 이름 한다.
서북쪽에 다함 없는 금강찰(金剛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일승도(一乘度)라 이름하고 보살을 법수(法首)라고 이름 한다.
하방에 다함 없는 수정찰(水精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대정진(大精進)이라 이름하고 보살을 지수(智首)라고 이름 한다.
상방에 다함 없는 욕림찰(欲林刹)이 있으니, 부처님을 지정진(至精進)이라 이름하고 보살을 현수(賢首)라고 이름 한다.
이와 같이 일체 진리의 빛이 흘러 들어와서 두루 하지 않음이 없었다.
그때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시방의 모든 보살들은 모두 그 나라의 제일가는 으뜸이라 칭찬하시니, 각각 헤아릴 수 없는 상인(上人)과 함께 이 큰 모임에 들어와서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천 가지 보배로 꾸며진 연꽃의 자리에 앉았다.
그때 저 국토의 대중 가운데 첫 번째 보살을 이름 하여 경수(敬首)라고 하였다.
부처님의 성스러운 힘으로 찬탄하여 말하였다.
“상쾌한 이 모임에 모여서 그 머무는 바를 보니 부처님의 국토가 청정하여 법복(法服)에 이르기까지 여래의 덕식(德式)이 있고, 미묘한 선행을 수행하여 마흔두 가지 현성의 인(因)으로 경법을 연설하며,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얻어서 국토의 맑고 흐림에 따라 사람을 제도하는 일이 다함이 없으시고, 진리의 길로 교화함을 분류하여 두루 미치지 않음이 없으십니다.
이와 같이 타방의 불국토도 또한 영락본업(瓔珞本業)을 설하심에 둘도 없고 다름도 없나이다. 개시하는 바의 도법은 지금 석가세존께서 말씀하시는 바와 다름이 없으시나이다.”
이때 경수(敬首)보살은 시방의 국토에 들어가서 모든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큰 사자후(師子吼)를 외치며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무량대보장해(無量大寶藏海)인 금강영락법문(金剛瓔珞法門)을 여쭈었다.
그때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처음으로 나무 아래에 이르러 시방 법계의 중생의 근기에 따라 인연의 나타남을 살펴보시고 큰 광명을 놓아 모든 부처님의 세계를 비추시니, 위로 사공(四空)에 이르기까지 일시에 내려와서 법회 가운데 드셨다. 십팔천(十八天)ㆍ육천(六天)ㆍ사천(四天) 등이 모두 모여 오니, 헤아릴 수 없는 국토였다.
그 하나의 국토라고 하는 것은 하나의 수미산(須彌山)에 일월이 둘러싸고 사천하를 비춘다. 동쪽은 불우체(弗于逮), 남쪽은 염부제(閻浮提), 서쪽은 구야니(拘耶尼), 북쪽은 울단월(鬱單越)이다. 큰 바다의 철위산이 국토를 둘러싸고 위에 이십팔천(二十八天)이 있다.
이러한 것을 하나의 소국(小國)이라고 한다. 시방에 두루 가득한 것을 합하면 백억의 국토가 있다.
그때 부처님의 광명이 모두 그 가운데 나타났다. 나아가 사천왕(四天王)ㆍ도리천(忉利天)ㆍ염천(焰天)ㆍ도술천(兜術天)ㆍ불교락천(不憍樂天)ㆍ화응성천(化應聲天)ㆍ범천(梵天)ㆍ범중천(梵衆天)ㆍ범보천(梵輔天)ㆍ대범천(大梵天)ㆍ수행천(水行天)ㆍ수미천(水微天)ㆍ수무량천(水無量天)ㆍ수음천(水音天)ㆍ약정천(約淨天)ㆍ무상천(無相天)ㆍ변정천(遍淨天)ㆍ정광명천(淨光明天)ㆍ수묘천(守妙天)ㆍ미묘천(微妙天)ㆍ극묘천(極妙天)ㆍ복과천(福果天)ㆍ과승천(果勝天)ㆍ대정천(大靜天)ㆍ공주천(空住天)ㆍ식주천(識住天)ㆍ무소유주천(無所有住天)ㆍ비상비무상주천(非想非無想住天) 등에 이르기까지 이러한 모든 하늘에는 모두 큰 연못이 있고 물속에는 연꽃이 있었다.
그러므로 수천(水天)이라고 이름 하였다. 사비색(四非色)의 중생은 모두 화생(化生)한다. 아래로도 오륜제(五輪際)에 이르기까지 이것을 하나의 불찰(佛刹)이라 하고 대인법계(大忍法界)라고 이름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몸은 백억 분으로 나뉘어져 모두 그 가운데 두루 가득하여 그 국토를 위해 현성본업영락(賢聖本業瓔珞)의 행을 설하신다.
그때 모든 천인 대중들이 저 소국(小國)의 부처님과 보살을 우러러보는 것이 마치 가까이에서 서로 보는 것과 같았으며 모두 와서 이 금강적멸도량수회(金剛寂滅道場樹會)에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