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보살본행경 상권
가난한 사람이 몸뚱이로 보시하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사문들이 몸과 마음이 게을러서 부지런히 정진하지 않음을 보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체로 게으름이란 것은 모든 행(行)의 폐단이다. 집에 있으면서 게으르면 옷과 음식이 공급되지 못하고 산업(産業)이 흥하지 않으며, 출가하여서 게으르면 능히 생사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모든 일들이 모두 정진(精進)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나니, 집에 있으면서 정진하면 옷과 음식이 풍요롭고 사업이 더 넓어져서 멀고 가까운 이가 칭찬하고 감탄하며, 출가하여서 정진하면 행하는 도(道)가 다 이루어진다.
37품(品)과 모든 선(禪), 삼매(三昧)와 도법(道法)의 고장(庫藏)을 구족하여 생사의 흐름을 끊어 니원(泥洹:열반)의 언덕에 이르러서 무위(無爲)의 안락을 얻고자 한다면 마땅히 부지런히 정진해야 하니, 부지런히 닦는 것이 근본이 된다.
6도무극(度無極:波羅蜜)과 4등(等:無量心)과 4은(恩)과 여래의 10력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특이지법(不共特異之法)과 6신통(神通)과 3달(達)을 얻어서 일체지(一切智)를 이루려고 한다면 3상(相)과 80종호(種好)를 구족하고 국토를 엄정(嚴淨)하게 하고 중생을 교화해야 하니, 이런 것이 다 정진으로 말미암아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헤아릴 수 없는 겁에 5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이 있었는데, 큰 단(壇)을 차리고 큰 기를 세우고 북을 울려 영을 내려서 사문ㆍ바라문ㆍ빈궁한 걸인들에게 모두 은혜를 베풀었다. 5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이 각기 진귀한 보배와 코끼리ㆍ말ㆍ수레ㆍ의복ㆍ음식을 꺼내서 각각 궁핍한 바를 따라서 모두 다 주었다.
그때 한 가난한 사람이 두루 모든 나라들을 돌아다니다가 이 나라에 이르러서 5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이 큰 단을 시설하고 궁핍한 이를 구휼하는 데 두루 일체를 남기고 아끼는 바 없이 구원함을 보고서 물었다.
‘그대들은 보시하여 짓는 공덕으로 어떠한 원을 구하는가?’
곧 대답하였다.
‘이 공덕으로 불도(佛道)를 구하려고 한다.’
가난한 사람이 또 물었다.
‘무엇을 불도라고 하며, 그 법이 어떠한가?’
장자의 아들들이 대답하였다.
‘대체로 불도라는 것은 나한(羅漢)과 벽지불(辟支佛)의 위를 지나서 삼계(三界)에서 가장 높으신 천상과 인간의 스승께서 한량없는 큰 사랑과 다함없는 큰 슬픔으로 널리 5도(道) 중생의 무리들을 가엾게 여기시기를,
마치 갓난아기처럼 여기시고, 일체를 교화하여 모두 선행(善行)을 하게 하시고, 중생들의 3도(塗)의 고통을 끊어 생사의 바다를 건너서 니원의 안락한 곳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부처라는 것은 모든 악이 영원히 다하고 모든 선이 두루 모여서 다시 여러 가지 번뇌[垢]가 없고 모든 욕심이 온통 멸하였으며, 6도무극을 다 모두 원만히 마치고 권도와 방편으로써 수시로 교화함이 끝이 없다.
10신력(神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기특지법(不共奇特之法)과 37품도법(品道法)의 고장(庫藏)이 있어서 다함이 없다.
몸은 자금색(紫金色)에 3상과 80종호며, 6통(通)이 맑게 사무쳐서 걸림이 없어서 앞으로 무궁함을 알고, 뒤로 무한함을 보며, 현재의 일도 알지 못하는 것이 없나니, 3달(達)로 멀리 비추면 10구(句)에 나타난다. 이와 같은 덕이 있으므로 부처라고 부른다.’
모든 장자의 아들들이 각각 부처님의 한량없는 덕행을 찬탄함이 모두 이와 같다.
이때 가난한 사람이 부처님의 공덕을 듣고 마음으로 스스로
‘나도 이제 역시 이 원을 배우고 익혀서 일체를 널리 제도하려고 하지만, 빈궁함만 더하여서 재보가 없으니, 마땅히 무엇을 가지고 보시할 것인가?’라고 생각하였다.
또 스스로
‘마땅히 내 몸뚱이를 가지고 보시를 하리라’라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생각한 후 문득 다니면서 꿀을 찾아 몸에 바르고 무덤 사이에 누워 원을 세워 말하였다.
‘이제 내가 몸으로써 일체를 베풀어 줄 것이니, 만약 살이나 머리나 눈이나 뇌수를 원하는 이가 있다면 내가 다 줄 것이다. 이 공덕으로 불도를 구하여서 널리 일체를 제도하리라.’
이러한 원을 세우고 나니 때에 응하여 삼천대천세계가 크게 진동하고 모든 하늘의 궁전이 기울고 솟고 꺼지고 하였다.
그때 모든 하늘 사람들이 놀라서 달리고, 두려워하고 부끄럽게 여기니, 석제환인(釋提桓因)이 곧 천안(天眼)으로써 염부제를 보았는데, 보살이 무덤 사이에서 몸으로 보시하는 것이 보여서 곧 내려와서 시험하려고 뭇 개와 나는 새와 달리는 짐승으로 변화하여 와서 먹으려고 하였다.
이에 보살이 개 떼와 모든 새들이 와서 그 몸뚱이를 먹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문득 기뻐서 물러서거나 흔들리는 뜻이 없었다.
이때 천제(天帝)가 다시 제석의 몸을 회복하고서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심히 기특하여 미치기 어렵도다.
지은 공덕으로 어떠한 원을 구하려고 하는가? 천제인가, 범왕(梵王)인가, 전륜왕(轉輪王)인가?’
이에 보살이 문득 일어나서 대답하였다.
‘천제나 전륜성왕이나 마왕이나 범왕을 구하지 않으며, 또한 삼계의 즐거움을 구하지 않습니다.
지금 나의 지극한 뜻은 불도를 구하려고 하는 것인데, 내가 이미 빈궁하여 재보를 지닌 것이 없기에 몸을 보시하여 불도를 구하여서 널리 일체의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제도하려는 것입니다.’
그때 천제석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모든 하늘들이 이구동음(異口同音)으로 칭찬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기특하여 미치기 어렵도다.’
그때 천제석이 게송을 설하였다.
가장 수승한 도를 구하고자 하여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몸뚱이 버리기를 썩은 흙처럼 하니
나[我]라는 게 없음을 분명히 안 것일세.
재보로써 보시하는 것
이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네.
용맹이 이와 같은 자는
정진하여 빨리 부처가 되리.
이때 천제석이 보살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큰 용맹정진은 미치기 어렵고 이는 5백 명의 보살이 보시하는 것을 훨씬 넘어서 위로 백천억 배, 헤아릴 수 없는 수의 갑절도 더 되니, 마땅히 5백 보살들보다 먼저 부처가 될 것이다.’
제석과 모든 하늘들이 하늘의 향과 꽃으로써 그의 위에 뿌리고 기뻐하면서 갔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가난한 사람은 지금의 나이고, 5백 명의 장자의 아들들은 지금의 미륵(彌勒) 등 5백 보살이니라.
내가 정진을 용맹하게 한 까닭으로 모든 보살들이 지은 공덕을 초월하여서 먼저 성불하였나니, 정진하여 부지런히 닦음은 가히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보살의 보시함이 이와 같다.”
이에 아난과 모든 비구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지 않음이 없었고, 부처님께 절하고는 각각 정진하여 도행을 닦고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