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도량참법 제1권
자비도량참법전(慈悲道場懺法傳)
이 참법은 양무제(梁武帝)가 황후 치(郗)씨를 위하여 편찬한 것이다.
치씨가 죽은 후, 몇 달이 되도록 무제가 항상 생각하고 슬퍼하여 낮에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어느 날 침전(寢殿)에 있노라니,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내다보니 큰 구렁이가 전상으로 기어 올라오는데, 벌건 눈과 날름거리는 입으로 무제를 바라보고 있지 아니한가?
무제가 크게 놀랐으나 도망할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벌덕 일어나 구렁이를 보고 말하였다.
“짐의 궁전이 엄숙하여 너 같은 뱀이 생길 수 없는 곳인데, 반드시 요망한 물건이 짐을 해하려는 것이다.”
뱀이 사람의 말로 임금께 여쭈었다.
“저는 옛날의 치씨입니다. 신첩이 살았을 적에 후궁들을 질투하며 성품이 혹독하여 한 번 성을 내면 불이 일어나는 듯, 활로 쏘는 듯, 물건을 부수고 사람을 해하였더니, 죽은 뒤에 그 죄보로 구렁이가 되었습니다.
입에 넣을 음식도 없고, 몸을 감출 구멍도 없으며, 주리고 곤궁하여 스스로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또 비늘 밑마다 많은 벌레가 있어 살을 빨아먹으니 아프고 괴롭기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합니다.
구렁이는 보통 뱀이 아니므로 변화하여 왔사오니 궁궐이 아무리 깊더라도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예전에 폐하의 총애하시던 은혜에 감격하여 이 누추한 몸으로 폐하의 어전에 나타나 간청하오니, 무슨 공덕이든 지어서 제도하여 주소서.”
무제가 듣고 흐느껴 감개하더니, 이윽고 구렁이를 찾았으나 보이지 않았다.
이튿날 무제는 스님들을 궁궐 뜰에 모아놓고 그 사실을 말하고, 가장 좋은 계책을 물어 그 고통을 구제하려 하였다.
지공(誌公) 스님이 대답하였다.
“모름지기 부처님께 예배하면서 참법(懺法)을 정성스럽게 행해야 옳을 것입니다.”
무제는 그 말을 옳게 여기고, 여러 불경을 열람하여 명호를 기록하고, 겸하여 생각을 펴서 참회문을 지으니, 모두 열 권인데 부처님의 말씀을 찾아서 번거로운 것은 덜어 버리고 참법을 만들어 예참하였다.
어느 날, 궁전에 향기가 진동하면서 점점 주위가 아름다워지는데 그 연유를 알지 못하였는데, 무제가 우러러 보니 한 천인이 있었다. 그는 용모가 단정하였다.
무제에게 말하기를,
“저는 구렁이의 후신이옵니다. 폐하의 공덕을 입어 이미 도리천에 왕생하였으니, 이제 본신을 나타내어 영험을 보이나이다.”
그리고 은근하게 사례하고는 마침내 보이지 않았다.
양 나라 때부터 오늘까지 천여 년 동안 이 참회본을 얻어 지성으로 예참하면 원하는 것은 모두 감응이 있었다.
혹시 그런 사실이 감추어지고 없어질까 두려워 대강 기록하여 여러 사람들께 알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