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보살소문경론 제1권
[미륵보살소문경]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바가바(婆伽婆)께서 왕사성(王舍城) 기사굴산(耆闍崛山) 중에서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함께 계셨으며, 여러 보살마하살도 1만[十千] 인이었다.
그때 미륵보살마하살(彌勒菩薩摩訶薩)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에 옷을 걸쳐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서, 부처님을 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조그마한 법으로써 여래시며, 공양 받을 만한 이[應供]시며, 다 옳게 깨달은 이[正遍知]께 묻고자 하옵니다. 잘 모르겠으나 세존이시여, 허락하시겠나이까?”
그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그대는 마음에서 생각나는 대로 여래며, 공양 받을 만한 이며, 다 옳게 깨달은 이에게 물으라. 나는 그대를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여 그대의 마음을 기쁘게 하리라.”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듣고자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몇 가지 법을 성취하여야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훌륭하게 나아가는 법 중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옮기지도 않으며,
보살의 행을 행할 적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키며,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 모습[自體相]을 알며,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으며,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나이까?”
그때 세존께서는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도다. 미륵이여, 그대는 이제야 여래에게 이와 같은 깊은 이치를 물을 수 있었도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제 한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나는 그대를 위하여 이와 같은 깊은 이치를 분별하고 해설하리라.”
바로 그때에 미륵보살마하살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러면 듣고자 하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미륵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여덟 가지의 법을 성취하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훌륭하게 나아가는 법 중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옮기지도 않으며,
보살의 행을 행할 적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시키며,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 모습을 알며,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으며,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느니라.
무엇이 여덟 가지 법인가?
미륵이여, 이른바,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마음[深心]을 성취하고,
행의 마음[行心]을 성취하고,
버림의 마음[捨心]을 성취하고,
방편에 잘 회향할 줄 아는 마음[善知廻向方便心]을 성취하고,
크게 사랑하는 마음[大慈心]을 성취하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大悲心]을 성취하고,
방편을 잘 앎[善知方便]을 성취하고,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성취하는 것이니라.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깊은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을 찬탄하거나 부처님을 헐뜯는 것을 듣고서도 그 마음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견고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법을 찬탄하거나 법을 헐뜯는 것을 듣고서도 그 마음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견고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승가를 찬탄하고 승가를 헐뜯는 것을 듣고서도 그 마음이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견고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깊은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행의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산목숨 죽이는 것을 멀리 여의고, 도둑질을 멀리 여의고, 삿된 음행을 멀리 여의고,
거짓말을 멀리 여의고, 이간질을 멀리 여의고, 나쁜 말을 멀리 여의고, 꾸밈말을 멀리 여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행의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버리는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버리는 이[捨主]이거나 베푸는 이[施主]로서 여러 사문과 바라문과 가난한 이와 거지며 하천한 사람들에게 의복ㆍ음식ㆍ침구와 병을 따라서 탕약이며 구하는 물건을 보시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버리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방편에 회향할 줄 잘 아는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닦고 있는 선한 뿌리인 몸과 입과 뜻의 업을 모두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방편에 회향할 줄 잘 아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크게 사랑하는 마음[大慈心]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크게 인자한[大慈] 몸의 업을 성취하고,
마침내 크게 인자한 입의 업을 성취하고,
마침내 크게 인자한 뜻의 업을 성취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크게 사랑하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나무랄 수 없는 몸의 업을 성취하고,
마침내 나무랄 수 없는 입의 업을 성취하고,
마침내 나무랄 수 없는 뜻의 업을 성취하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방편을 잘 앎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세간의 도리[俗諦]를 잘 알고 첫째가는 이치의 진리[第一義諦]를 잘 알며 두 가지 진리를 잘 알면,
미륵이여, 이와 같은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방편을 잘 앎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이여, 어떻게 모든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느냐?
미륵이여, 만약 모든 보살마하살이
‘이 법에 의하여 이 법이 있고, 이 법에 의하여 이 법이 생긴다’고 이렇게 깨달아 알면,
이른바 무명(無明)은 지어감[行]에 반연되고, 지어감은 의식[識]에 반연되고, 의식은 이름과 물질[名色]에 반연되고, 이름과 물질은 여섯 가지 감관[六入]에 반연되고, 여섯 가지 감관은 닿음[觸]에 반연되고, 닿음은 느낌[受]에 반연되고, 느낌은 욕망[愛]에 반연되고, 욕망은 잡음[取]에 반연되고, 잡음은 존재[有]에 반연되고, 존재는 낢[生]에 반연 되고, 낢은 늙음ㆍ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憂悲苦惱]에 반연되나니,
이와 같이 하여 오직 큰 고통의 무더기가 있느니라.
미륵이여, 이 법이 없기 때문에 이 법도 없고 이 법이 스러지기 때문에 이 법도 스러지나니,
이른바 무명이 스러지면 지어감이 스러지고, 지어감이 스러지면 의식이 스러지고, 의식이 스러지면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고, 이름과 물질이 스러지면 여섯 가지 감관이 스러지고, 여섯 가지 감관이 스러지면 닿음이 스러지고, 닿음이 스러지면 느낌이 스러지고, 느낌이 스러지면 욕망이 스러지고 욕망이 스러지면 잡음이 스러지고, 잡음이 스러지면 존재가 스러지고, 존재가 스러지면 낢이 스러지고, 낢이 스러지면 늙어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이 스러지나니,
이와 같이 하여 오직 큰 고통의 무더기가 스러지느니라.
미륵이여, 이와 같은 보살마하살은 마침내 반야바라밀을 성취하느니라.
미륵이여, 이를 모든 보살마하살이 마침내 여덟 가지의 법을 성취한다고 하나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으며,
훌륭하게 나아가는 법 중에서 물러나지도 않고 옮기지도 않으며,
보살의 행을 행할 때에 온갖 악마와 원수와 적을 항복 받으며,
사실대로 온갖 법의 자체의 모습을 알며,
모든 세간에서 마음이 고달프지 않으며,
마음이 고달프지 않기 때문에 다른 이의 지혜에 의지하지 않고 빠르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여 마치시니, 미륵보살마하살과 그 밖의 여러 보살마하살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며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사람인 듯 아닌 듯 하는 따위의 일체 대중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여 믿어 받고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