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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니원경 상권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에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요산(鷂山)에 계실 적에 따르는 대중 비구들이 1,250명이었다.
당시 마갈왕(摩竭王) 아사세(阿闍世)는 월지국(越祇國)과 서로 좋지 않은 사이였다.
하루는 여러 신하들과 의논하여 말하였다.
“월지국이, 나라가 부강하고 백성이 많으며 땅이 기름지고 들에는 풍년이 들며 진기한 보물이 많이 나는 것을 믿고 나에게 굴복하지 않으니, 마땅히 가서 정복하고야 말리라.”
그 나라에는 우사(雨舍)라는 어진 대신(大臣)이 있었는데, 바라문[梵志] 종족이었다.
왕은 그를 사신으로 명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공경하여 여쭙기를
“기거가 편안하시고 기력이 강건하시며 덕화(德化)가 날로 높으십니까?” 하고 문안을 올린 뒤에
“아사세왕이 월지국과 뜻이 맞지 않으므로 여러 신하들과 의논하고 나서 정벌하려고 하오니, 바라옵건대 부처님의 가르치심을 듣고자 합니다”고 하도록 분부하였다.
대신은 명을 받고 바로 수레 5백 승(乘)에 기마(騎馬) 2천 마리와 걷는 이 2천 명을 거느리고 요산으로 갔는데, 좁은 길목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나아가 부처님을 뵙고 기뻐하며 공손하고 정중한 기색으로 몸을 굽혀 예배하고 나서 무릎을 땅에 대어 장궤(長跪)하고 여쭈었다.
“마갈국의 아사세왕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며 공경히 안부를 묻게 하시기를
‘기거가 편안하시고 기력이 건강하시며 덕화가 날로 드높으십니까?’ 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답하셨다.
“매우 좋구나. 임금과 온 백성과 그리고 그대도 다 편안한가?”
[나라를 다스리는 일곱 가지 법]
우사는 또 아뢰었다.
“왕이 월지국과 뜻이 맞지 않아 여러 신하들과 의논하고,
‘저들이 나라가 부유하고 백성이 많으며 땅이 기름지고 들에는 풍년 들며 진기한 보물이 많이 나는 것을 믿고 저에게 굴복하지 않으므로 가서 정벌하려고 하오니, 원하옵건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자 합니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대신에게 말하였다.
“내가 일찍이 월지국에 있을 적에 어떤 조용한 신사(神舍)에 머물면서 그 나라 사람들이 모두 근엄(謹嚴)한 것을 보았다. 나는 그때에 그들을 위하여 나라를 다스림에 일곱 가지 법의 위태롭지 않은 도를 말했느니라. 만일 그것을 실행한다면 날로 흥성할지언정 쇠약해지지는 않으리라.”
우사는 합장하고서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그 일곱 가지 법을 듣고자 합니다. 어떻게 시행하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들어라.”
우사가 대답하였다.
“가르치심을 받겠습니다.”
그때에 현자(賢者) 아난이 부처님 뒤에 서서 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자주 모여 정사(政事)를 강론하고 닦아서 방비하여 스스로 지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그들이 자주 모여 정사를 강론하고 닦아 방비하여 스스로 지킨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다.
“그러면 저들은 쇠약하지 않느니라. 또 너는 월지국 임금과 신하가 늘 화합하고 책임맡은 이가 충성스럽고 어질며 서로 도와준다는 말을 들었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그 임금과 신하가 늘 화합하고 책임맡은 이가 충성스럽고 어질며 서로 돕는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법을 받들어 서로 따르며 남의 것을 갖지 않고 욕심을 내지 않으며 허물이 별로 없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그 법을 받들어 서로 따르며 남의 것을 갖지 않고 욕심을 내지 않으며 허물이 별로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예의와 교화로 삼가고 공경하여 남녀가 분별이 있고 어른과 아이가 질서가 있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예의와 교화로 삼가고 공경하여 남녀가 분별이 있고 어른과 아이가 질서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이나 어른들께 공손하며 교훈을 받아 안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이나 어른들께 공손하며 교훈을 받아 안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하늘을 섬기고 땅을 법칙으로 삼으며 귀신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네 때[時]를 공경히 따른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하늘을 섬기고 땅을 법칙으로 삼으며 귀신을 공경하고 두려워하며 네 때를 공경히 따른다고 들었습니다.”
“너는 월지국 사람들이 도덕을 높이 받들고 나라에 사문(沙門)과 응진(應眞)과 사방에서 오는 이가 있으면 의복ㆍ음식ㆍ침상[臥床]ㆍ의약 등으로 공양한다는 말을 들었느냐?”
“예, 도덕을 높이 받들고 나라에 사문과 응진과 사방에서 오는 이가 있으면 의복ㆍ음식ㆍ침상ㆍ의약으로 공양한다고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우사에게 말씀하셨다.
“나라를 다스리는 이가 이 일곱 가지 법을 실행하면, 가히 위태롭게 하기 어려우니라.”
우사가 대답하였다.
“월지국 사람이 이 일곱 가지 가운데 하나만을 지닐지라도 오히려 공격하지 못할 터인데 하물며 일곱 가지를 다 지킨다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나라 일이 많으므로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시기를 알아서 해라.”
그는 곧 일어나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떠났다.
이때에 부처님께서는 현자 아난에게 요산(山)에서 수행하는 비구들을 다 불러 강당에 모으라고 명하셨다. 아난은 분부대로 곧 청하였으므로 다 모여와서 절을 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가 하는 말을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 행하여라.”
비구들은 모두 대답하였다.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일곱 가지 가르침]
“비구에게 일곱 가지 가르침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어떤 것이 일곱 가지 가르침인가?
첫째는 자주 모여 경전의 도리를 강론하며 외우되 게을리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화합하고 순종하여 충성스럽고 바르게 서로 가르치며 돕는 것이며,
셋째는 남의 것을 가지거나 원하지 않고 오직 산천[山澤]을 좋아하는 것이고,
넷째는 음욕을 끊고 어른과 아이가 순서가 있어 서로 예의로 섬기는 것이며,
다섯째는 자애와 효도로 스승과 어른[師長]을 이어 섬기며 교훈과 가르침을 받아 아는 것이고,
여섯째는 법을 받들어 경(經)과 계율을 공경하고 경외하며 범행(梵行)을 닦는 것이며,
일곱째는 도를 준행하고 성중(聖衆)을 공양하고 어린이를 타일러 알게 하며 와서 배우려는 이를 받아 의복ㆍ음식ㆍ와상(臥牀)ㆍ의약을 주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일곱 가지 지키는 것]
또 비구가 일곱 가지 지키는 것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청정함을 지키어 유위법(有爲法)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욕심 없는 것을 지키어 이양(利養)을 탐내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인욕(忍辱)을 지키어 다투고 소송하는 일이 없는 것이고,
넷째는 공행(空行)을 지키어 여러 무리들 모임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법의(法意)를 지키어 뭇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일심(一心)을 지키어 좌선하여 마음을 안정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검박하고 절약함을 지키어 옷과 밥이 거칠며 풀자리로 침상을 삼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일곱 가지 공경함]
또 비구에게 일곱 가지 공경함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부처님을 공경하는 것이니 착한 마음으로 예로써 섬기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고,
둘째는 법을 공경하는 것이니 뜻을 깨달음을 구하는 마음[道意]에 두어 다른 곳에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승가[衆]를 공경하는 것이니 의지하여 가르침을 받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고,
넷째는 배움[學]을 공경하는 것이니 계 지니는 이를 섬기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며,
다섯째는 듣는 것을 공경하는 것이니 법을 강의하고 가르치는 이를 섬기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고,
여섯째는 깨끗하여 욕심 없는 이를 공경하여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며,
일곱째는 정(定)을 공경하는 것이니 좌선하여 선정하는 이를 섬기고 다른 데 의지하는 행이 없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일곱 가지 재물]
또 비구들에게 일곱 가지 재물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믿음이 있어서 바른 법을 보고 즐거워하는 것이고,
둘째는 계행이 있어서 삼가고 보호하여 범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아서 스스로 허물을 뉘우쳐 고치는 것이고,
넷째는 남의 잘못을 보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서 말한 대로 행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많이 듣고 외우기를 싫어하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지혜롭고 깊은 행이 미묘한 것이며,
일곱째는 법을 보시하되 답례의 보수를 바라지 않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비구들의 일곱 가지 각의]
또 비구들에게 일곱 가지 각의(覺意)가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하여 행하여라.
첫째는 지념각(志念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고요히 하는 것이고,
둘째는 법해각(法解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며,
셋째는 정진각(精進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고,
넷째는 애희각(愛喜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며,
다섯째는 일향각(一向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고,
여섯째는 정각(定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며,
일곱째는 행호각(行護覺)이니 깨끗하여 음탕함 없이 흩어진 뜻을 놓아 버리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일곱 가지 아는 것]
또 비구들에게 일곱 가지 아는 것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해 행할지니라.
첫째는 법을 아는 것이니 부처님의 12부경(部經)을 자세히 받아 가지고 외우고 강론하는 것이고,
둘째는 뜻을 아는 것이니 모든 법의 지혜를 구하여 널리 그 요점을 아는 것이며,
셋째는 때를 아는 것이니 외우는 것, 걸어다니는 것, 좌선하는 것, 눕는 것의 그 적당한 때를 잃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스스로 깨달은 것이니 들어가는 바, 법행(法行)의 많고 적고 깊고 얕음과 성숙하고 생소함을 알아서 날로 승진(勝進)하기를 뜻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절제할 줄 아는 것이니 아름답고 묘한 것을 탐내지 않고 몸에 맞도록 음식을 절제하여 병나지 않게 하는 것이고,
여섯째는 대중의 처소를 잘 아는 것이니, 비구들이나 범지(梵志)ㆍ성인(聖人)ㆍ군자(君子) 그리고 사민(士民)들 가운데 들어가서는 공경하고 머무르고 앉고 침묵하고 말하는 것 따위를 분별해 알아야 하는 것이고,
일곱째는 사람을 아는 것이니 그 성질을 살펴서 뜻을 따라 권하고 인도하여 성인의 법화(法化)를 알게 하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일곱 가지 생각하는 것]
또 비구가 일곱 가지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법이 쇠퇴하지 않으리니 잘 생각해 하여라.
첫째는 경전의 도(道)를 생각하되 마땅히 사람의 부모를 생각하듯 하라. 부모가 자식을 낳아 은혜가 한 세상에 한정되지만 오직 법은 사람의 무수한 세상에 이르며 사람의 나고 죽음을 제도하느니라.
둘째는 인생살이가 고통 아닌 것이 없는 줄을 생각하는 것이니 처자와 권속의 소유를 걱정하며 죽어서 제각기 이별해 흩어지면 떨어지는 바를 알지 못하나니 마치 몸에 죄가 있더라도 어버이가 해결해 줄 수 없는 것 같으니라.
이렇게 항상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여 마땅히 도를 행하기를 생각하는 것이고,
셋째는 정진(精進)하기를 생각하는 것이니 몸ㆍ입ㆍ뜻을 단정히 하면 도를 이루기 어렵지 않으며,
넷째는 겸허(謙虛)하기를 생각하는 것이니 교만하고 잘난 체하지 말고 명철한 분을 섬기고 듣지 못한 이를 가련히 여기어 가르치는 것이고,
다섯째는 마음 조복 받기를 생각하는 것이니 6정(情)을 치달리지 말고 음란하고 성내며 어리석은 태도를 억제하여 삿된 행이 없게 하는 것이며,
여섯째는 몸이란 냄새나고 더러운 것과 풍(風)ㆍ한(寒)ㆍ열(熱)의 피를 담은 것이라 탐낼 것이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고,
일곱째는 스스로 관찰하되 사람의 몸이 마치 썩은 흙[糞土]과 같다고 여겨 날마다 죽어감을 생각하는 것이니, 하늘과 땅이 생기고 사람이 있은 뒤로 죽지 않은 이가 없으므로, 세상이란 꿈과 같으며 기쁘고 사랑하는 것이 변화하는 줄을 알지 못하나, 깨닫고 나면 공(空)한 것이라 꼭두각시[幻]인 줄 알아서 스스로 속지 않는 것이니라.
이와 같은 일곱 가지 법으로 말미암아 법이 오래 머무르게 되느니라.
[여섯 가지의 중요한 법]
또 비구에게 여섯 가지의 중요한 법이 있으니 마땅히 잘 생각해 행하면 법이 오래가리라.
첫째는 몸을 닦는 것이니 자비한 마음을 내어 성인의 도를 닦는 청정한 이들을 의지하여 이 무거운 책임을 행하되, 화합하고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함께 배우는 이에게 베풀어서 취하거나 다툼이 없고, 같이 불도 수행[行道] 지키기를 힘쓰는 것이고,
둘째는 입을 닦는 것이니 착한 행동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며,
셋째는 마음을 닦는 것이니 착한 행동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고,
넷째는 온갖 것을 법을 위하여 제한하는 것이니 옷과 음식을 얻거든 발우 이외는 끝내 애착하고 갖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계를 지녀 범하지 않는 것이니, 형식만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만일 정견(正見)으로 뛰어나려거든 도(道)를 받고 괴로움이 다하여 지견(知見)이 도탈(度脫)함을 요(要)할지니라.
이러한 무거운 책임을 수행하여 다 성인의 도를 행하는 깨끗한 마음으로 화합하고 사랑하고 공경하며, 동도(同道)에 베풀어서 취함이 없고 다툼이 없고 서로 건립(建立)하여 같이 도행(道行)을 지키는 것이니라.
또 비구는 마땅히 온갖 꿈틀거리고 움직이는 것들을 불쌍히 여겨 서캐[蟣]와 이[蝨]에 이르기까지 사랑하는 마음을 더할 것이요, 사람이 죽는 것을 으레 슬퍼할 것이지만 그가 사람이 되어서 만일 도법을 듣지 못하였다면 집안의 사람이 울고 부르짖는다 해도 죽은 이의 넋이 가는 곳을 알지 못하고 오직 도를 얻은 이만이 아느니라.
부처가 이것을 위하여 경법을 펴서 베풀었으니 경을 배우지 않아서는 안 되며 도를 행하지 않아서도 안 되느니라. 세상에는 도가 많지만 왕도(王道)가 큰 것처럼, 불도도 이와 마찬가지로 제일 위가 되느니라.
비유하건대 수십 명이 활을 쏠 때에 먼저 맞춘 이도 있으며 뒤에 맞춘 이도 있지만 결국 그치지 않고 오래 쏘면 마침내 과녁을 맞히게 되느니라.
또 땅 위에 흐르는 여러 갈래의 물이 쉬지 않으면 마침내 바다로 돌아가는 것처럼 비구들도 그와 같아서 도 닦기를 그치지 않으면 마침내 해탈을 얻게 되느니라.
불법의 가르침을 서로 이어받아서 부처님의 말을 외워 지니고 항상 쓰고 자주 일깨우며,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의 4배(輩) 제자들이 서로 가르치면 이러한 나의 가르침이 오래 머무르리라.”
[4제(諦)]
그때에 부처님께서 현자 아난에게 말씀하시어 함께 파련불읍(巴連弗邑)으로 가시기로 하셨다. 아난은 분부를 받고 바로 그렇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옷과 발우를 챙겨 가지고 왕사성(王舍城)을 지나가시는 도중에 왕원(王園)에 쉬시면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모두 듣거라. 도를 닦는 이는 마땅히 4제(諦)를 알아야 하느니라. 범부들이 알지 못하므로 길이 먼 길에 달아나서 태어나고 죽음에 굴러다니며 쉬지 않고 그치는 때가 없느니라. 내가 너희들에게 이 뜻을 말하겠노라.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고(苦)가 괴로움인 줄 아나니 이것을 진제(眞諦)라 하고,
둘째는 고(苦)는 습(習)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니 이것을 진제라 하며,
셋째는 고와 습이 없어져 다한 것이니 이것을 진제라 하며,
넷째는 고와 습이 다하여 도(道)를 받는 것이니 이것을 진제라 이르느니라.
저 고(苦)에 지혜롭지 못하고 알지 못하므로 길이 먼 길에 달아나서 나고 죽음이 쉬지 않느니라. 마땅히 이것이 고제(苦諦)인 줄 알지니, 고라는 것은 나는 괴로움ㆍ늙는 괴로움ㆍ병드는 괴로움ㆍ죽는 괴로움ㆍ근심과 슬픔과 번민의 괴로움ㆍ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괴로움ㆍ구하는 것이 얻어지지 않는 괴로움 등이니라. 요컨대 5음(陰)으로 된 이 몸이 모두 고통뿐이니라. 이미 이것이 고인 줄 알고 애욕의 습성을 끊으면 이것을 말하여 눈을 얻었다 하나니 금생을 마치고는 뒤에 다시 고가 있지 않으리라.
습(習)으로 말미암는다 한 것은 애욕을 좇아 생기는 것이니 고와 습을 모두 끝내고 도제(道諦)를 받들어 눈을 얻어 증득하면 이 생을 마치고 뒤에 다시 태어나지 않느니라. 이미 진제(眞諦)를 보아 도의 눈[道眼]을 얻은 이는 다시 나고 죽음이 없이 영영 끊어지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이여, 또 마땅히 도(道)는 여덟 가지의 행을 얻어야 되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그 여덟 가지라 함은
첫째는 마음을 다하여 부처의 경법(經法)을 받는 것이요,
둘째는 애욕을 버리고 세상과 다툼이 없는 것이요,
셋째는 살생ㆍ도둑질ㆍ음행 따위를 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속이고 참소하고 아첨하며 나쁜 말로 꾸짖는 짓을 하지 않는 것이요,
다섯째는 질투하고 탐욕 내고 불신(不信)하지 않는 것이요,
여섯째는 항상 하지 않음[非常:무상]ㆍ고(苦)ㆍ공(空)ㆍ자신이 아님[非我:무아]을 생각하는 것이요,
일곱째는 몸의 냄새나고 더럽고 깨끗하지 않음을 생각하는 것이요,
여덟째는 몸을 탐내지 않고 마땅히 흙에 돌아갈 것이라고 아는 것이니라.
지나간 세상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다 이 4제를 알았고, 앞으로 오시는 모든 부처님들도 또 이 4제를 볼 것이니라. 세속의 은혜와 사랑을 탐하고 사모하거나 또 세간의 영화와 명예와 오래 살기를 원하는 이는 마침내 세상을 벗어나는 도[度世之道]를 얻지 못하느니라. 도는 마음으로부터 생기나니, 마음이 깨끗한 이라야 도를 얻느니라.
그 마음을 단정히 하여 5계(戒)를 범하지 않으면 하늘에 태어날 수 있느니라.
그 다음은 도를 믿는 것이니 경법 배우기를 좋아하면 뒤에 사람이 되느니라.
만일 지옥ㆍ아귀ㆍ축생의 길을 끊으려 하거든 마땅히 일심(一心)으로 경과 계율을 받들어 행할지니라. 이제 부처가 세상을 위하여 나고 죽는 데서 해탈하게 하려고 바른 도를 열어 보였나니 배우고자 하는 이는 마땅히 자세히 생각하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현자 아난과 함께 파련불(巴連弗)에 이르러 성 밖 신수(神樹) 아래 머무르셨다. 여러 바라문과 거사들이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오셨다는 말을 듣고 모두 성 밖에 나와 부처님을 뵙고 공양하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자리를 가진 이, 앉을 방석을 가진 이, 물과 장을 가진 이, 등잔을 든 이들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예배하고 나서 한쪽에 앉아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여러 바라문과 거사들에게 말씀하셨다.
[탐욕하기를 좋아하는 이의 다섯 가지 소모되는 현상]
“사람이 세간에 있으면서 함부로 탐욕하기를 좋아하는 이는 다섯 가지 소모되는 현상이 있으니,
첫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재산이 날로 줄어들고,
둘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몸을 위태롭게 하고 도를 잃으며,
셋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뭇 사람이 공경하지 않고 죽을 때 이르러 뉘우치고,
넷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추한 이름과 나쁜 소문이 천하에 널리 퍼지며,
다섯째는 스스로 방자하므로 죽은 뒤에 혼신(魂神)이 3악도에 떨어지느니라.
[마음을 조복 받아 얻는 다섯 가지의 덕]
또 사람이 마음을 조복 받아 방자하지 않게 하면 다섯 가지의 덕이 있으니,
첫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재산이 날로 늘어나고,
둘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도의 뜻에 가깝게 되며,
셋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뭇 사람이 우러러 공경하고 죽을 때도 뉘우침이 없고,
넷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훌륭한 이름과 칭찬이 천하에 널리 퍼지며,
다섯째는 스스로 검소하고 절약하여 죽은 뒤에 몸이 천상에 나 복된 곳에 태어나는 것이니라.
사람이 방자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다섯 가지 좋은 일이 있으니 마땅히 너희들은 생각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사람을 위하여 법을 설하셔서 바르게 교화하셨는데, 약간의 핵심적인 말[要語]에 대하여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모두 부처님 앞에 나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세 번 돌고 나서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