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이십론[0], 개요
대승에서 3계(界)는 오직 식(識)1)뿐이라고 안립한다.2)
경전에서3) 3계는 오직 마음[心]이라고 말씀하기 때문이다.4)
심(心)ㆍ의(意)ㆍ식(識) 및 요별[了]은 명칭의 차이이다.5)
여기서 ‘마음[心]’의 의미는 심소(心所)도 포함한다.
‘오직[唯]’이란 외부대상만을 부정하며, 상응법[心所]은 부정하지 않는다.6) 내부의 식이 일어날 때에 외부대상으로 사현(似現)한다.7) 현기증이나 눈에 백태가 있는 사람이 머리털이나 파리 등을 보는 것과 같다.8) 여기에는 진정한 대상이 전혀 없다.9) 곧 이 취지에 대해서 어떤 사람들이 비판을 시설한다.10)
[참고] 아함경에는 마음[의, 意]은 6내입처의 한 부분이고, 식은 6식을 가리킨다. 그리고 마음과 식을 포함한 12처와 18계, 5음이 모두 무상하고 괴로움이며, 공하고 나가 아니라고 하였다. |
1)
여기서 식(識)의 산스끄리뜨는 vijñapti(위갸쁘띠)로서 표상식(表象識), 활동태로서의 식을 의미한다. 주5 참조.
2)
본 논서의 근본취지[宗旨]인 유식무경설(唯識無境說)을 안립한다(第一立宗). 대승유가유식학파(大乘瑜伽唯識學派)에서는 3계가 오직 식(識, viñapti)의 양상[相]에 지나지 않으며 실존적인 대상[實境]이 없다고 주장함을 나타낸다.
3)
『증일아함경』 제51권,『잡아함경』 제10권, 『화엄경』의 「십지품」ㆍ「야마천궁품」, 『해심밀경』 제3권, 『능가경』(4권 본) 제2권 등.
4)
본 논서 나아가 유가유식학파에서 주장하는 유식무경설은, 석존(釋尊)께서 말씀하신 경전의 내용에 의거한 것임을 밝힌다[敎證]. 또한 대승 중에서도 삼계유식(三界唯識)을 인정하지 않는 계통도 있었기 때문에, 삼계유식은 넓은 의미에서 대승유심론을 가리키며, 유가유식학파에 한정된 것이 아님을 나타낸다.
5)
본 논서에서 말하는 ‘유식(唯識)’과 경전에서 말씀하는 ‘유심(唯心)’이 얼핏 보기에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경론에서 말하는 심(心, citta)ㆍ의(意, manas)ㆍ식(識, vijñāna) 및 요별(了別, vijñapti)은 명칭의 차이인 것을 밝힌다.
심(心)은 아뢰야식, 의(意)는 말나식, 식(識)은 6식에 해당한다.
요별(vijñapti)은 활동태(活動態)로서의 식(識, vijñāna), 표상식(表象識)이다. 즉 구체적인 인식상황 속에서 식이 인식주관[能取, 見分]과 인식대상[所取, 相分]으로 이분화(二分化)되며, 대상이 알려지고 주관이 대상을 인식하는 상태를 말한다.
6)
이 문단은 앞의 근본주장을 천명한 문장[立宗文]의 별석(別釋)이다. 유식(唯識)에서의 ‘식(識)’과 ‘오직[唯]’이라는 글자가 의미하는 것을 밝힌다.
7)
외도뿐만 아니라 설일체유부 등 부파교단에서 마음 밖에 실존(實存)의 대상이 있다고 믿는 잘못된 집착을 논파한다.
즉 식(識)이 전변생기[轉起]할 때에, 식의 자체분이 객관으로서의 식[相分]과 주관으로서의 식[見分]으로 변현됨으로써, 외계에 실존하는 것처럼 보이는 대상을 일으킴을 밝힌다.
8)
비유로써 유식의 취지를 나타낸다. 만약 현기증이나 눈에 백태가 있으면, 그것으로 인하여 허망하게 갖가지 사물을 본다. 즉 허공 중에 머리털․파리․허공 꽃[空華]․두 번째 달[第二月]․아지랑이․신기루[尋香城] 등을 본다.
그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색깔․형태․소리 등 외부대상도 역시 식(識)이 사현(似現)된 것일 뿐 실재가 아니다.
9)
이상 제1주장(立宗)이다.
보리류지(菩提流支)의 번역본인 『유식론(唯識論)』과 진제(眞諦)의 번역본인 『대승유식론(大乘唯識論)』에서는 게송을 포함한다.
10)
이하 유식무경설을 논증하는 큰 분단[大段]이다(第二論證).
외도와 부파불교의 비판에 대하여 답변하고 그들의 잘못된 집착을 자세하게 논파한다.
제2논증은 제1송부터 제20송까지이고, 이것은 다시 7개의 부분으로 나뉜다.
제1송부터 제14송까지는 외경실재(外境實在)의 잘못된 집착을 논파한다.
먼저 제1송에서 외인(外人)이 비판하여 묻기를, 만약 오직 식뿐이고 외부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네 가지 사실[四事:處ㆍ時ㆍ相續ㆍ作用]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問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