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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무량수경 상권
[설법의 인연]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의 기사굴산(耆闍崛山)에 계셨는데, 대비구 1만 2천 명과 함께 머무셨다.
그들 모두 신통과 지혜를 얻은 성인들이었다.
그 이름은 요본제 존자(了本際尊者)ㆍ정원(正願) 존자ㆍ정어(正語) 존자ㆍ대호(大號) 존자ㆍ인현(仁賢) 존자ㆍ이구(離垢) 존자ㆍ명문(名聞) 존자ㆍ선실(善實) 존자ㆍ구족(具足) 존자ㆍ우왕(牛王) 존자ㆍ우루빈라가섭(優樓頻蠡迦葉) 존자ㆍ가야가섭(伽耶迦葉) 존자ㆍ나제가섭(那提迦葉) 존자ㆍ마하가섭(摩訶迦葉) 존자ㆍ사리불(舍利弗) 존자ㆍ대목건련(大目揵連) 존자ㆍ겁빈나(劫賓那) 존자ㆍ대주(大住) 존자ㆍ대정지(大淨志) 존자ㆍ마하주나(摩訶周那) 존자ㆍ만원자(滿願子) 존자ㆍ이장애(離障閡) 존자ㆍ유관(流灌) 존자ㆍ견복(堅伏) 존자ㆍ면왕(面王) 존자ㆍ과승(果乘) 존자ㆍ인성(仁性) 존자ㆍ희락(喜樂) 존자ㆍ선래(善來) 존자ㆍ라운(羅云) 존자, 그리고 아난(阿難) 존자였다. 이들 모두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는 존자들이었다.
또 대승의 보살 대중들도 함께 있었다. 곧 보현보살(普賢菩薩)ㆍ묘덕(妙德)보살ㆍ자씨(慈氏)보살 등으로서 이 현겁 중의 모든 보살들이었다.
또 현호(賢護) 등 열여섯 명의 바른 사람[十六正士]들이 있었으니, 선사의(善思議)보살ㆍ신혜(信慧)보살ㆍ공무(空無)보살ㆍ신통화(神通華)보살ㆍ광영(光英)보살ㆍ혜상(慧上)보살ㆍ지당(智幢)보살ㆍ적근(寂根)보살ㆍ원혜(願慧)보살ㆍ향상(香象)보살ㆍ보영(寶英)보살ㆍ중주(中住)보살ㆍ제행(制行)보살ㆍ해탈(解脫)보살 등이다.
그들은 모두 보현(普賢)보살의 덕을 존경하여 여러 보살들의 무량한 서원과 행(行)을 구족하여 일체의 공덕이 있는 법에 안주하였다.
그리고 시방세계에서 노닐며 선교방편을 베풀고 불법장(佛法藏)에 들어 구경(究竟)의 피안(彼岸)에 도달하였다. 그리고 무량세계에 몸을 나투어 등각(等覺)을 이루었다.
도솔천에 계시면서 정법을 널리 펴신 후, 그 천상을 버리고 왕궁에 내려와 모태에 들었다.
우측 옆구리로 탄생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으니 광명은 찬란하여 널리 시방세계의 불국토를 두루 밝혔고, 천지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그때 스스로 소리를 높여 일컫기를,
“나는 마땅히 세상에서 위없는 존귀한 스승이 되리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제석천과 범천이 받들어 모셨으며, 천상의 사람이 귀의하고 우러렀다.
그리고 수리[算計]와 문예(文藝), 활쏘기[射]와 말타기[御] 등을 나타내 보였고, 신선의 도술에 능하고 학문에도 통달하였다. 후원에 노닐면서 무예를 수련하고 궁중에 있을 때는 세속의 5욕을 즐기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사람이 늙고 병들어 죽어 가는 모습을 보고 세간의 무상함을 깨닫고는 나라와 재물과 왕위를 버리고 입산하여 도(道)를 배우기로 작정하고 출가하였다.
그리고 하인에게 타고 온 백마와 보관(寶冠)과 영락(瓔珞) 등을 돌려보냈다.
화려한 옷을 벗고 법복(法服)으로 갈아입었으며, 머리와 수염을 깎았다.
그리하여 보리수 아래 단정히 앉아서 6년 동안 부지런히 고행하였다.
5탁(濁)의 사바세계에 태어나 뭇 중생들의 인연을 따랐으므로[隨順] 번뇌의 먼지가 쌓이자, 황금빛 물에서 목욕을 하고, 천인들이 드리운 나뭇가지를 잡고 못에서 나왔다.
신령스런 새들이 날개를 펴고 도량을 찾아왔다.
그리고 길상 동자가 상서로움을 의미하는 길상초(吉祥草)를 바치자 그를 가엾게 여겨 그 보시를 받아 보리수 아래에 깔고는 결가부좌를 하였다.
그리하여 크나큰 광명을 드러내니 마왕(魔王)이 이를 알고 놀라서 그들의 권속을 이끌고 와서 핍박하고 시험하였다.
그러나 지혜의 힘으로 다스려 이들을 모두 항복 받았으며, 마침내 미묘한 법을 얻어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었다.
그때 제석천과 범천이 법륜(法輪)을 굴리기를 간절히 요청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자재(自在)하게 노닐면서 사자후로 말씀하셨다. 법의 북을 울렸고, 법의 나팔을 불었고, 법의 칼을 쥐었고, 법의 깃발을 세웠다. 법의 우레를 울렸고, 법의 번개를 번득였으며, 법의 비를 뿌리고, 법의 보시를 베푸는 등 항상 법음으로써 모든 세계를 깨우치게 하였다.
그 광명이 무량한 불국토를 두루 비추니 일체의 세계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그 모두가 마(魔)의 세계에 미쳐 마군의 궁전을 흔들자 모든 마군들은 겁내고 두려워하여 귀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삿된 법을 쳐부수어 모든 잘못된 견해를 소멸시키고 번뇌의 더러운 먼지를 털어 버리고, 탐욕의 구덩이를 허물어 버렸다.
정법의 성을 엄격히 지키고, 널리 불법을 빛내며, 번뇌의 더러움을 씻고 청정하고 순수한 광명을 나투어 바르게 교화하였다.
그리하여 여러 나라에 들어가 풍성한 공양을 받으시므로 그들이 공덕을 짓고 복전(福田)을 받도록 하시며, 법을 베풀고자 하실 때에는 인자하신 미소를 지으시고 여러 법의 약[法藥]으로 세 가지의 괴로움[三苦:苦苦, 壞苦, 行苦]을 구제하셨다.
또한 무량한 보리심[道意]를 나투시어 그들에게 장차 보살이 될 것을 수기(授記)하시고, 등정각(等正覺)을 성취하게 하셨다.
그런 뒤 멸도(滅道)하는 것을 나투어 보이지만, 중생들을 구제하는 바가 끝이 없으며, 그들의 모든 번뇌[漏]를 소멸시키고 선근을 심어 온갖 공덕을 구족케 하는 것이 미묘하여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렵다.
이와 같이 보살이 여러 불국토에 노닐며 두루 가르침을 나타내니, 그 수행이 청정하여 막히고 걸림이 없었다.
비유하면 보살은 마치 능란한 환술사[幻師]가 갖가지 다른 모양을 만들기를 때로는 남자의 모습으로, 때로는 여자의 모습으로 자재로이 변화시키는 것과 같다.
이 모든 보살들도 역시 그러하였다.
일체의 법을 배우고 닦아 통달하였으며,
항상 마음이 평온하여 교화에 미치지 않은 바가 없었고,
무수한 불국토에 몸을 두루 나투어 중생 교화에 있어 교만하거나 방자하지 않으며,
못내 중생들을 불쌍히 여겼으며,
보살은 이러한 법을 모두 구족하였다.
또한 보살은 대승경전의 묘법을 밝히고, 그 이름은 시방에 두루 미쳐 모든 중생을 인도하고 보살피니, 한량없는 여러 부처님들께서 함께 호념(護念)하시는 바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지니신 공덕[佛所住]을 이미 갖추었으며,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경계[大聖所立]를 모두 얻었다.
부처님의 교화를 능히 선양하여 다른 보살들을 위하여 큰 스승이 되고,
깊은 선정과 지혜로써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며,
모든 법의 성품[法性]에 통달하여 중생의 상[衆生相]의 사정과 모든 국토의 형세를 분명히 알고 있다.
그리고 여러 부처님께 공양을 올릴 때는 그 몸을 나투는 것이 마치 번갯불과 같으며,
능히 두려움 없는 지혜를 잘 배워 이 세상 모두가 환상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마군의 그물을 부수고 찢어서 모든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며,
성문과 연각의 지위를 초월하여 공삼매(空三昧)ㆍ무상삼매(無相三昧)ㆍ무원삼매(無願三昧)를 성취하였다.
또한 능히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하여 방편을 건립하고 성문, 연각, 보살의 3승(乘)의 모습으로 나투며,
그들 중에는 중간의 성문과 아래의 연각을 위해서 멸도(滅道)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보살은 본래 지은 바도 없고 얻은 바도 없으며,
일어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평등의 법을 얻으셨다.
한량없는 다라니와 백천 삼매, 모든 근기의 지혜를 다 갖추어 성취하셨다.
또한 두루 관찰하는 선정으로 보살의 깊은 법에 들어 부처님의 화엄삼매(華嚴三昧)를 얻어 모든 경전을 선양하고 연설한다.
깊은 선정에 머물러 현재의 무량한 모든 부처님을 친견하심이 일념 사이에 두루 하지 않음이 없었다.
3악도에서 수고하는 중생이나 또는 수행할 틈이 있는 이나 없는 이의 근기에 따라서 진실한 도리를 분별하여 가르치며,
모든 여래의 변재지혜(辯才智慧)를 얻어 갖가지 언어와 음성에 통달하여 일체 중생을 교화한다.
또한 보살은 세간의 모든 번뇌를 초월하고, 마음은 항상 해탈법에 안주하여 일체의 만물에 있어서 자유자재하며,
일체 중생을 위하여 자발적으로 정다운 벗[不請友]이 되어 주고, 중생의 무거운 짐을 나누어 진다.
여래의 깊고 심오한 법을 받아 지니고 불종성(佛種性)을 보호하여 항상 끊어지지 않게 하여 불법을 굳게 지킨다.
대자비심을 일으켜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자애로운 변재를 널리 펴서 법의 눈[法眼]을 뜨게 하고,
3악도[三趣]를 막고 3선도(善道)의 문을 열게 한다.
그리고 스스로 찾아가 불법[不請之法]으로써 모든 중생들에게 베푸는 것이,
마치 효성스러운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것과 같다.
모든 중생을 자신과 같이 생각하며, 일체의 선근을 심어 모두 피안(彼岸)에 이르게 한다.
이렇듯 모든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과 지혜를 갖추니, 거룩하고 밝아서 그 불가사의한 위신력은 가히 헤아릴 수 없다.
이와 같이 지혜와 복덕을 원만하게 갖춘 무수한 보살들이 일시에 와서 모였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온몸에 기쁨이 넘치고 기색은 청정하시며, 얼굴의 모습은 거룩하고 엄숙하셨다.
아난 존자가 부처님의 성스러운 뜻을 받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무릎을 꿇고 합장 공경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늘 세존께서는 온몸에 기쁨이 넘치시고 기색은 청정하시며, 얼굴의 모습은 거룩하고 엄숙하심이 마치 밝고 깨끗한 거울에 모든 것이 비치는 것과 같사오며, 위엄이 넘치고 빛나시온데, 저는 일찍이 지금과 같이 수승하고 신묘함을 본적이 없사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생각건대 세존께서는 그 위의가 기이하고 특별하시며, 세상의 영웅[世雄]께서는 부처님께서 머무시는 경계에 머무시고, 그 세안(世眼)은 대도사의 대행에 머무시며, 그 영걸은 가장 수승한 도에 머물고 계시며, 천존(天尊)이신 세존께서는 여래의 덕을 행하고 계십니다.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님들은 서로 알아보신다고 하는데, 지금 부처님께서 모든 부처님들을 생각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무슨 까닭에 위엄 있고 신비한 광명이 이렇게 미치는지를 여쭙고 싶습니다.”
이에 대하여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어찌 된 것이냐?
아난아, 모든 천신들이 너에게 와서 부처님께 여쭈어 보라고 가르쳤더냐?
아니면 네 스스로의 지혜로 이 위엄을 갖춘 얼굴을 보고 질문하는 것이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모든 천신들이 제게 와서 가르쳤던 적은 없습니다. 다만 제 스스로의 소견으로 그 뜻을 여쭙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아난아, 참으로 기특한 질문이니라. 깊은 지혜와 참으로 미묘한 변재를 일으키고 중생을 불쌍하게 여겨 이와 같이 지혜로운 질문을 하는구나.
여래는 다함이 없는 대자비로써 삼계(三界)를 불쌍히 여기는 까닭으로 세상에 출현하여 진리를 널리 펴서 중생을 건지고 진실한 이익을 베풀고자 함이니라.
무량억 겁 동안 불법을 만나기 어려우며, 여래를 친견하기 어려움이 마치 3천 년 만에 한 번씩 피는 우담발화[靈瑞華]를 만나는 것과 같으니라.
이제 그대가 묻는 바는 모든 천인과 사람들을 크게 이익되게 할 것이며, 길을 열어 교화할 것이니라.
아난아, 마땅히 알아라. 여래의 바른 깨달음은 그 지혜가 헤아리기 어려우며, 중생을 제도함에 있어서도 끝이 없느니라.
그리고 지혜로 보는 바에 장애가 없으니 능히 끊고 자르지 못하는 바가 없느니라.
한 끼의 음식이 주는 힘으로도 능히 백천 겁의 무수 무량한 수명에 머물게 하느니라.
그리고 온몸이 기쁨에 넘쳐 흐려지지 않으며, 거룩한 모습과 빛나는 얼굴은 변하지 않나니,
그 까닭은 여래는 언제나 선정과 지혜가 끝이 없으며, 일체의 법에 대하여 자유자재함을 얻기 때문이니라.
아난아, 잘 듣도록 하라. 이제 그대를 위하여 말하겠느니라.”
이에 아난이 아뢰었다.
“오로지 원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듣고자 하옵니다.”
[부처님들과 법장 비구]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일찍이 헤아릴 수 없는 과거, 한량없고도 불가사의한 겁 이전에 정광여래(錠光如來)께서 세상에 출현하시어 한량없는 중생들을 교화하고 제도하여 해탈시켜 모두 도(道)를 얻게 하고, 열반에 드셨느니라.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여래께서 계셨으니, 명호가 광원불(光遠佛)이니라.
그 다음으로 월광불(月光佛)ㆍ전단향불(栴檀香佛)ㆍ선산왕불(善山王佛)ㆍ수미천관불(須彌天冠佛)ㆍ수미등요불(須彌等曜佛)ㆍ월색불(月色佛)ㆍ정념불(正念佛)ㆍ이구불(離垢佛)ㆍ무착불(無着佛)ㆍ용천불(龍天佛)ㆍ야광불(夜光佛)ㆍ안명정불(安明頂佛)ㆍ부동지불(不動地佛)ㆍ유리묘화불(琉璃妙華佛)ㆍ유리금색불(琉璃金色佛)ㆍ금장불(金藏佛)ㆍ염광불(炎光佛)ㆍ염근불(炎根佛)ㆍ지종불(地種佛)ㆍ월상불(月像佛)ㆍ일음불(日音佛)ㆍ해탈화불(解脫華佛)ㆍ장엄광명불(莊嚴光明佛)ㆍ해각신통불(海覺神通佛)ㆍ수광불(水光佛)ㆍ대향불(大香佛)ㆍ이진구불(離塵垢佛)ㆍ사염의불(捨厭意佛)ㆍ보염불(寶炎佛)ㆍ묘정불(妙頂佛)ㆍ용립불(勇立佛)ㆍ공덕지혜불(功德持慧佛)ㆍ폐일월광불(蔽日月光佛)ㆍ일월유리광불(日月琉璃光佛)ㆍ무상유리광불(無上琉璃光佛)ㆍ최상수불(最上首佛)ㆍ보리화불(菩提華佛)ㆍ월명불(月明佛)ㆍ일광불(日光佛)ㆍ화색왕불(華色王佛)ㆍ수월광불(水月光佛)ㆍ제치명불(除癡冥佛)ㆍ도개행불(度蓋行佛)ㆍ정신불(淨信佛)ㆍ선숙불(善宿佛)ㆍ위신불(威神佛)ㆍ법혜불(法慧佛)ㆍ난음불(鸞音佛)ㆍ사자음불(師子音佛)ㆍ용음불(龍音佛)ㆍ처세불(處世佛) 등 여러 부처님들께서 지나가셨느니라.
그 다음에 부처님께서 계셨으니, 명호가 세자재왕(世自在王) 여래ㆍ응공(應供)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니라.
그때 국왕이 있었으니,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는 기쁜 마음으로 참된 무상보리심을 발하여 나라를 버리고 왕위를 내어 놓고 출가하여 사문이 되었는데,
그 이름을 법장(法藏)이라 하였느니라. 재주가 뛰어나고 용감하고 슬기로움은 세상에서 뛰어났느니라.
[세자재왕여래의 찬탄]
그는 세자재왕여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나서 무릎을 꿇고 합장한 채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느니라.
빛나는 얼굴은 당당하시고
위엄과 신통은 그지없으니
이와 같이 밝고 빛나는 광명
뉘라서 감히 따르리이까.
해와 달과 마니 구슬의
빛이 빛나고 불꽃처럼 타올라도
모두 다 완전히 가려지니
마치 덩어리진 검은 먹과 같네.
여래의 얼굴은 거룩하시어
이 세상을 무엇으로도 견줄 이 없고
바른 깨달음의 크신 음성
시방에 널리 울리네.
계(戒)와 다문(多聞)과 정진(精進)
삼매(三昧)와 지혜(智慧)
그리고 위덕은 짝할 자가 없으니
수승하고도 희유하도다.
모든 부처님들의 법의 바다[法海]를
자세히 보고 깊이 생각해
끝까지 밝히고 속까지 뚫어
그 안과 바닥을 두루 비추네.
무명과 탐욕과 성냄
세존은 영원히 여의었으며
사자와 같은 위대한 이의
신묘한 공덕은 헤아릴 수 없네.
크신 덕과 넓은 공적
그 지혜 또한 깊고 오묘하오니
광명과 위엄을 갖춘 그 모습
대천세계를 떨치네.
원하건대 제가 부처님 되어
거룩한 공덕 저 법왕처럼 갖추어
생사(生死)의 중생 모두 건지고
온갖 번뇌에서 벗어나지이다.
보시하고 뜻을 조화롭게 하고
계행을 지니고 인내하고
끊임없는 정진 거듭하면
이러한 삼매 지혜 으뜸일세.
나도 맹세코 부처님 되어
두루 이러한 서원 행하고
두려움 많은 중생 위하여
편안한 의지처 되리라.
만일 수많은 부처님 계심이
백천만억이라도
한량없는 큰 성인들
그 수가 항하의 모래알과 같아도
이렇듯 많은 부처님들
빠짐없이 받들어 공양하여도
보리도를 굳게 구하여
물러나지 않은 것만 같지 못하리.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많고 많은 부처님 세계
그보다 더 많아 헤아릴 수 없고
그 많은 세계의 국토에
부처님 광명 널리 비치어
모든 국토에 두루하니
이와 같은 정진과 위신력
무슨 재주로 세어 보리요.
만일 제가 부처 된다면
국토 장엄은 으뜸 되고
그곳 중생들은 한결같이 훌륭하며
도량은 참으로 수승하오리.
국토가 마치 열반[泥洹]과 같아서
세상에서 둘도 없으며
마땅히 모든 중생 불쌍히 여겨
내가 제도하고 해탈케 하리라.
시방에서 오는 중생들이
마음이 즐겁고 청정하게 되어
이미 나의 국토에 도착하면
유쾌하고 즐겁고 안온하게 되리라.
원컨대 부처님 굽어 살피사
진실한 저의 뜻 증명하소서.
저 국토에 원력을 세워
있는 힘을 다해 정진하리라.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
그 밝은 지혜 걸림 없으니
저의 마음과 수행 정진을
항상 살펴주옵소서.
만일 이 몸이 어쩌다가
온갖 고난에 빠진다 한들
제가 나아가며 정진하고
참지 못하고 후회하오리까.”
[법장 비구의 서원]
이에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법장 비구는 이 게송을 읊은 후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느니라.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는 위없이 바른 깨달음[無上正覺]을 얻고자 발원하였습니다.
원하옵건대 부처님께서는 저를 위하여 널리 경전의 교법[經法]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마땅히 수행하되 부처님 국토가 청정하고 장엄하여 한량없이 청정 미묘하게 국토를 장엄하겠습니다.
저로 하여금 세상에서 빨리 정각을 이루게 해 주시옵고, 생사 괴로움의 뿌리를 뽑아 버리도록 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이어 말씀하셨다.
“그때에 세자재왕(世自在王)여래께서 법장 비구에게 말씀하셨느니라.
‘그대가 수행하고자 하는 바와 불국토를 장엄하는 것은 그대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니라.’
이에 비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부처님이시여, 그 뜻이 크고 깊어 저의 경계가 아니옵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께서 저를 위하여 모든 부처님들께서 정토를 이룩한 수행법을 말씀하여 주소서. 저는 그것을 듣고자 하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마땅히 수행하여 소원을 원만히 성취하고자 합니다.’
그때 세자재왕여래께서는 법장 비구의 높고 밝은 뜻과 서원이 심오하고도 광대한 것을 아시고는 법장 비구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셨느니라.
‘비유하면 큰 바다에서 한 사람이 적은 양이라도 억 겁의 세월 동안 퍼내면 마침내 바닥에 닿아 미묘한 보배를 얻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사람이 지극한 마음으로 정진하여 부처님 도를 구하기를 쉬지 않으면 마땅히 원하는 결과를 얻을 것이니, 어떠한 소원도 이루지 못할 것 없느니라.’
그리고는 세자재왕여래께서는 그를 위하여 210억의 여러 불국토에 살고 있는 천상과 인간의 선악 그리고 국토의 거칠고 미묘함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그리고 법장 비구의 소원대로 모두 낱낱이 나투어 보여 주셨느니라.
그때 법장 비구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를 듣고, 또한 장엄하고 청정한 국토를 그대로 친견하였느니라.
그리하여 더없이 수승하고 가장 뛰어난 원을 세웠느니라.
그때 그의 마음은 맑고 고요했으며, 또한 뜻에 집착하는 바가 없었으니, 일체의 세간에서 그에게 미치는 자가 없었느니라.
그리하여 5겁 동안 사유하였으며, 불국토를 장엄하기 위한 청정한 수행법을 받아들였느니라.”
[불국토의 수명]
이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저 불국토의 수명은 얼마나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부처님의 수명은 42겁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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