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 사진 볼려고 들어간 어린이집 공지란에 학예발표회가 있다고 한다 마눌에게 가도 되냐고 물으니 오던지 말던지...하며 통명스럽게 말 던진다 오던지 말던지...아 좋타..그럼 아가 학예발표회 가도 마눌이 용인하겠다는 말... 퉁명스러운 마눌 말이 너무 반갑고 감사하다
아가 학예발표회 꾀제제하게 갈 순 없으니 이발도 하고 모처럼 면도도 했다 그런데..아뿔사...세탁소에 옷도 안 맡기고 빨래도 안했네 방안 곳곳 돌아다니는 양말 대충 짝 맞쳐 뒤집어 신고 청바지에 점퍼차림으로 학예회 열리는 소극장으로 고고씽~
아가 어린이집 선생님과 대충 눈 인사 하는데 영 뻘쭘하다 다른 부모들은 손에 꽃다발 들었는데..난 빈 손이네 황급히 내려가 아가들 인형과 까까 다발 사서 올라갔더니 마눌이 보이네 날 보더니 사납게 인상 쓴다 하긴 꾀제제한 모습이 못 마땅할테지
아가 학예회 시작한다고 부모들 입장하라고 한다 감히 마눌과 같은 줄엔 못 앉고 마눌 앞 줄 아가가 잘 보이는 중앙에 착석했다 학예회 시작... 우리 아가 나오니 손 흔들었더니 아가가 날 보았는지..아빠~하고 무대에서 내려올려고 한다 황급히 어린이지 선생님이 아가 막고... 뒷통수가 따깝다 마눌이 내 뒷자리에서 그 모습 쳐다보고 있을건데.. 아무도 없었다면 마눌이 내 뒷통수 후려졌겠지
우리새끼 잘한다..율동도 잘하고 징검다리도 잘 건너고 장애물에 폴딱 뛰는 것이 한마리 토끼 같다 매 스테이지마다 아빠에게 손 흔들어주고 스테이지 마치면 또 아빠에게 손 흔들어주며 퇴장하고..
아가 마눌 뱃속에 있을 때...세번째 초음파 검사후..의사가 축하합니다 공주님이네요 했었다 아마도 난 그때 얼굴 붉히고 축하는 개뿔..딸이 무슨 축하요..하고 나갔었는데.. 후회스럽다..이렇게 이쁜 우리 딸 없었으면 어쩔 뻔...
아가 때어나고 87일 째 마눌에게 쫒겨났었다 홀로 일터 옆에서 방 잡고 보내다 미칠 것 같아 다 정리하고 제주도로 내려갔고.. 도저히 아가 보고 싶어 못 살겠더라.. 유모차만 보면 눈물이 나오고 지나가는 아가만 보면 가슴이 무너지는게.. 엄마가 당신 큰아들 저러다 미칠까 무서워 마눌에게 전화해서 아가 한달만 아빠랑 같이 있데 해 달라 하여 아가 제주에 데려왔고... 좋았다..항상 내 새끼랑 같이 있으니.. 그런데..일주일 넘어가니..힘들다 아가 울고 보챌때는 대책 안서고 ..날 담아 탐구력이 높은지 이건 뭐야..저건 뭐야..너무 귀찮타 매일마다 동일한 루트... 일어나면 아가랑 엄마 사시는 아파트 산책...그리고 엄마 가게에서 아가랑 점심 먹고 바닷가 산책.. 무한 반복적 일상..제주 왔으니 좋아하는 낚시도 하고 픈데..아가가 옆에 있으니 방파제 낚시는 위험하고.. 아침 산책도중에 한 아줌마랑 대화하게 되었다 아마도 제주도 1년살이 하시는 아줌마 인 듯 하고.. 혼자서 제주 일년살이면 필경 홀어미일거라 생각했고 아침 산책길마다 눈인사 했고.. 그러다 손 편지도 썼고 기회 봐서 전달해야지 생각도 했다
이 못 말리는 바람끼를 우짤거나.. 마침내 손편지 전달하려고 작정하고 아가랑 아파트 둘래 돌다가 아줌마랑 마주쳤는데 군복 입은 건장한 청년과 중후한 남성분 인사시키네 남편이고 아들이라네 에고야~ 하마트면 큰 일 날 뻔...
더이상 아침 산책에 흥도 안나고 아가 마눌에게 보네고...여수에서 또 낭인 생활.. 이혼했다는 자격지심에 지인과 소통 단절하고 맨날 돼지처럼 쳐 먹고 자고.. 그러다 말 고프고 사람고프면 늑대처럼 소주 서너병 까며 늑대처럼 하늘보고 울부짖고.. 폐인이 따로 없었지 뭐 세상에 낙이 없으니 죽고 싶은 맘도 들었으나 나 죽으면 우리엄마도 따라 죽을거라..차마 그럴순 없어 근근히 모진 삶 이어가는데..아가랑 페이스톡.. 아빠~ 보고 싶어 하는데..
그러자 아가 보며 살자 싶어 다시 올라오고 살아있으니 아가 학예회도 가고 또 여기에서 미래를 꿈 꾸기도 하네
불쌍한 홀아비... 퇴근길이 공허하고 혼자 밥 먹으니 좋아하는 동태탕 조차 배 고프니 배 고프니 그냥 쳐먹는.. 최강 공포영화조차..,,옆에서 비명질러주는 마눌이 있어야..부등겨 안고 딸딸떨며 보는 쫄깃한 맛이 있을건데 귀신아 나 잡수쇼 하는 똥 배짱만 늘었네 이건 사람 사는 거 아니다
코스트코에서 커트 밀며 마눌 몰래 좋아하던 꼬냑 몰래 담고 홈플러스 시식코너에서 귀찮은 척 마눌이 입에 넣어주는 만두나 삽겹살이 지금 생각하면 가장 맛났고... 아니다..그냥 코스트코 2시간 동안 커트 밀고 열바퀴 돌아도 좋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기자기한 행복인 걸..
뭐 홀아비 가치 따로 있겠나 낚시 가서 열심히 우럭 잡아 매운탕 끓여주면 우리남편 잘 했다고 엉덩이 토닥토닥.. 그것이 최고의 보상이였고 행복이였는데... 난 바보라 그때는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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