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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보았던 읽기 자료입니다^^
토론 준비에 활용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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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읽기 자료를 통해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찾은 내용을 적어 학습지를 완성해 봅시다.
‘공장식 가축 사육’은 과연 무엇일까요? 공장식 가축 사육이란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이 가축을 사육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가장 적은 비용으로 대량의 축산물을 최대한 빨리 생산해 내고자 가축들을 감정도 없고, 고통도 느낄 수 없는 공장의 물건처럼 대하는 사육 방식을 가리키지요. 공장식 사육을 당하는 가축들은 비좁은 축사에 갇혀 밀집 사육되는데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질병에 시달리곤 합니다.
공장식 사육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육 방식이 가축의 생명 존엄성을 훼손할뿐더러 가축의 몸에 투여되는 성장 촉진 호르몬 및 항생제가 결국 소비자인 인간의 건강마저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별다른 경제적 부담 없이 육류를 섭취할 수 있는 데는 공장식 가축 사육을 통해 대량의 축산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된 덕이 큽니다. 따라서 식량으로 길러지는 가축의 행복과 복지까지 신경 써 주는 것은 비현실적인 이상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람들 또한 많습니다. 가축의 공장식 사육은 인간의 건강과 욕구 충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주장이지요. 여러분은 공장식 가축 사육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나요?
■ 세상 들춰보기
2013년 5월, 녹색당과 동물 보호 시민단체 ‘카라’는 우리나라 축산법이 가축의 공장식 사육을 권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에 대한 권리’와 ‘동물의 생명 존중 및 복지 증진의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며 헌법 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는 2010년 구제역 파동 당시 산 채로 매장당해야 했던 수많은 가축의 생명을 기억하고 다시는 이와 같은 사태가 반복되면 안 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시민 1,129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했지요.
우리나라 가축의 밀집 사육 정도는 어떠할까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수는 증가했지만, 가축 사육 농가의 수는 오히려 크게 감소했다고 합니다. 가축이 증가하면 가축 사육 농가도 함께 늘어날 것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이는 농가의 수가 줄어든 대신 농가당 사육 규모가 커졌음을 의미합니다.
그중에서도 닭은 한 농가당 사육 마릿수가 1천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 2014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산란계 6천 400만 마리가 길러지고 있으며, 이 닭들로부터 하루 평균 약 3천 800만 개의 달걀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바로 배터리식 닭장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배터리식 닭장은 철장으로 만든 닭장을 아파트처럼 층층이 쌓아 올린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배터리식 닭장을 아파트식 닭장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보통 가로세로 50cm의 닭장 하나당 암탉 6~8마리가 사육되는데, 평생 날개 한 번 제대로 펴 보기 어려울 만큼 협소한 공간입니다.
1930년대 미국에서 개발된 배터리식 닭장은 한정된 공간에서 많은 수의 닭을 키울 수 있으며, 그 알들이 자동으로 한곳에 모이게 되므로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좁은 공간에서 사육되는 닭들은 활동량이 적어 자연히 사료 섭취도 줄어드는데, 이에 따라 부수적인 비용을 절약할 수도 있지요. 이러한 장점 때문에 배터리식 닭장의 도입이 점차 확산되어 현재 우리나라 산란계 농장의 95%가 배터리식 닭장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밀집 사육은 가축 질병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지난 2010년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인한 최악의 가축 전염병 사태를 겪은 바 이습니다. 이때 구제역으로 349만 마리의 돼지가, 조류독감으로 647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산채로 매몰되었으며, 직접적인 피해액만 3조 원이 넘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라 밀집 사육 방식이 주된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것으로 판단하고 2012년부터는 단위 면적당 사육 가축의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지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적정 사육 가축 수는 30평당 소 20마리, 송아지 40마리, 돼지 125마리, 바닥에서 키우는 닭 910마리, 배터리식 닭장에서 키우는 닭 2천 마리 이하입니다. 30평짜리 아파트에 가축들이 살고 있다고 상상해 보면 규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대략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마자 없었던 시절에는 단위 면적당 이보다 더 많은 수의 가축들이 키워졌다는 뜻이 되기도 하지요.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육류 소비량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과 비교해 1인당 달걀 소비량은 3배, 쇠고기와 돼지고기 소비량은 8배, 닭고기 소비량은 9배, 우유 소비량은 12배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달걀과 우유, 육류의 소비량이 늘어나게 된 데는 축산물을 더 빨리, 더 많이, 더 싸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발전해 온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 도입의 효과가 큽니다.
우리나라는 좁은 영토에 많은 인구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분명 공장식 가축 사육은 토지 이용이나 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입니다. 하지만 감정을 가진 가축을 기르는 일조차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추구하게 되어 생명 윤리 의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반성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한편에서는 이러한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으로 생산된 축산물이 결국 인간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쉽게 포기해 버릴 수도, 그렇다고 무시하고 외면할 수도 없는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뜨겁습니다.
■ TV토론회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
★ 가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내용으로 토론하게 될 것입니다. 상대의 논리를 미리 예측해보고, 부족한 점, 반박할 부분은 없는지 생각해 봅시다.
지난봄, 한 방송국에서 생산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둔 비윤리적인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을 고발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며 공장식 가축 사육에 대한 사회적 공방이 뜨거워졌다. 이에 온 국민의 더 나은 삶을 응원하는 꿈결 TV의 토론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에서는 ‘공장식 가축 사육은 필요악일까요?’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나눠 보기로 했다.
공장식 가축 사육을 찬성하는 측으로는 대한치킨의 창업주이자 한국축산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공축산 님, 반대하는 측으로는 수의사이자 가축 복지 운동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소방목님이 초청되었다.
사회자 안녕하세요?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의 사회를 맡은 나공정입니다. 오늘은 ‘공장식 가축 사육은 필요악일까요?’라는 주제로 토론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저도 평소 육식을 즐기던 터라 더욱 관심이 가네요. 두 분 전문가와 함께 공장식 사육을 둘러싼 쟁점들을 토론하며,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먼저 동물 학대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수의사인 소방목 님께서는 가축들을 치료하러 여러 축산 농가를 방문하실 텐데요. 공장식 사육의 동물 학대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요?
■ 가축 사육에도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 원칙을 적용해야 하는가
소방목 네, 동물 학대는 우리가 이렇게 마음껏 고기를 먹게 된 이면에 숨겨진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식 닭장에서 길러지는 닭들은 A4용지보다 작은 면적의 철창에 갇힌 채 평생을 보내게 됩니다. 평생 흙 한 번 밟아 보지 못하고 날개 한 번 펴 보지 못한 채 비좁은 철창 안에 웅크리고 앉아 옴짝달싹 못 하지요. 빠르게 불어나는 체중을 버티지 못한 닭들은 대부분 다리를 절름거립니다. 또한, 닭들의 배설물은 닭장이 모두 비워지기 전에는 청소할 수 없으므로 몇 년이고 계속 쌓이기만 합니다. 자연히 닭들은 자극성 강한 가스와 먼지 속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고 눈에서는 늘 진물이 흘러,이로 인해 시력을 잃는 경우도 많지요.
사회자 닭들의 사육 환경이 정말 열악하군요. 듣기만 해도 절로 눈살이 찌푸려집니다. 이러한 사육 환경에 대하여 공축산 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공축산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해 동안 달걀 110억 개, 닭고기 2억 마리를 소비합니다. 달걀과 닭고기가 들어가는 음식의 종류를 헤아려 보세요. 어마어마하지요? 이미 달걀과 닭고기는 국민 영양 식품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닭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키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엄청난 규모의 땅과 인력이 필요해지고, 자연히 지금처럼 많은 양의 달걀과 닭고기를 값싸게 생산해 내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따라서 배터리식 닭장을 없앤다면 달걀과 닭고기가 다시 귀한 음식이 되고 지금처럼 마음껏 맛보고 즐길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국민들이 이러한 희생을 기꺼이 감수하려 할까요?
소방목 하지만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 가축들이 받는 학대는 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강제 털갈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나요? 공장식 사육을 하는 양계장에서는 닭들이 알을 낳는 빈도와 질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호르몬 변화를 통해 산란율을 다시 높이려 강제 털갈이라는 것을 시킵니다. 약 1~2주간 물과 사료를 주지 않고 잠을 재우지 않기도 하지요. 이 기간에 닭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탈진과 영양 부족 등으로 체중이 30%가량 감소하고, 5~10%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고 맙니다.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 해 옆에 있는 닭을 부리로 쪼아 상처를 입히고 뜯어 먹기도 하지요. 그런데 축산업계는 이러한 강제 털갈이를 단순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축산 기술이라고 여깁니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높은 지능과 문명을 이기적이고 비윤리적인 방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윤리 의식이있기에 인간은 동물과 구별됩니다. 가축 복지 개선은 윤리 의식의 회복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공축산 물론 가축 복지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축산 농민들의 삶도 헤아려 주십시오. 소비자들이 축산물을 구매하기 위해 지급하는 금액의 30~40%만이 실제 가축을 기른 농민들에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나머지 60~70%는 가축을 도축하고 유통·판매하는 기업에 돌아가고요. 사료 값이며 인건비는 자꾸 오르는데 축산물 판매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축산물 시장 개방정책에 따라 외국의 축산물과도 가격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상황이 이러하니 해마다 축산 농가의 빚은 늘어만 갑니다. 2014년, 우리나라 축산 농가는 평균 7천만 원 정도의 빚을 졌다고 합니다. 축산 농민들의 입장에서는 비용은 아끼면서 생산량을 증대시킬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습니다. 축산 농민들이 돈에 눈이 멀어 가축을 학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은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세요.
소방목 값싼 축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해서 수익을 내려는 것은 낡고 고루한 발상입니다. 이제 축산 농민들은 고품질 소량생산을 통해 축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생명윤리 의식의 증대로 유기농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농촌진흥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축 사육 환경을 개선할 때 축산 농가의 수익은 오히려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단위 면적당 사육하는 가축의 수를 줄이고 가축이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사육 환경을 개선하면 축산물의 질이 좋아져 시장에서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축들의 질병 발생률도 감소해 항생제 구매비가 줄고 질병으로 가축을 잃는 손실도 줄기 때문입니다.
공축산 유기농으로 기른 축산물을 구매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대다수의 국민에게 이런 고급 축산물은 먼 나라 이야기로만 들릴 것입니다. 오히려 사회적 위화감만 부추길 뿐이지요. 게다가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축산업의 인구 부양력도 생각해야지요. 공장식 가축 사육은 좁은 국토에 사는 많은 인구를 효율적으로 부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을 폐지하고 동물 복지를 개선하면 축산물 생산량이 줄어들 게 됩니다. 자연히 가격은 높아지겠지요. 그렇게 되면 서민들은 축산물을 통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하기 어려워질 것입니다. 저는 동물 복지보다 서민들의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자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의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 문제를 두고 두 분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이 문제에 대한 두 분의 정리 발언을 듣고 다음 주제로 넘어가도록 하지요.
소방목 제게는 공장식 사육장이 마치 가축들의 지옥처럼 여겨집니다. 반려동물을 길러 본 분들은 동감하실 겁니다. 인지능력과 욕구, 개성과 감정 등을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요. 동물도 분노와 공포, 고통을 느껴요. 가축들이 어떠한 고통을 당하든 인간들의 배만 불리고 주머니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은 인간이기를 포기하자는 말로 들립니다. 우리가 조금 덜 먹고, 지금보다 더욱 많은 돈을 지급해야 할지라도 동물 복지는 더는 미뤄서는 안 되는 우리의 윤리성 회복에 대한 문제입니다.
공축산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은 풍부한 양의 축산물을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가축의 동물 복지를 따지는 것은 부유층의 사치일 뿐, 대다수의 소비자에게는 지금과 같은 풍요로운 식생활을 포기하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축산 농가에 동물 복지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이상에 불과합니다. 동물 복지보다 서민들의 삶의 질과 축산 농민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중요하다는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사회자 네, 두 분의 발언 모두 잘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이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축산 님 먼저 말씀하시겠습니까.
■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은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가
공축산 우리나라는 한때 결핵 왕국으로 불릴 만큼 수많은 사람이 결핵으로 피해를 당하였습니다. 1965년에는 전체 국민의 5%가 결핵 환자일 정도로 심각했지요. 하지만 결핵 환자의 비율은 꾸준히 감소해 지난 2010년에는 0.25%에 불과할 정도로 줄었습니다. 결핵은 영양 섭취만 잘해도 걸리지 않는 병이지요. 우리나라가 결핵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장식 사육의 발전으로 전 국민의 영양 상태가 좋아진 덕분입니다. 덧붙여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지난 30년 사이 우리나라 19세 남성의 평균 키는 6㎝, 몸무게는 8㎏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을 통한 식생활 개선이 건강 증진은 물론 청소년의 성장에도 공헌한 것입니다.
소방목 공축산 님의 말씀은 우리나라가 너무 가난해 단백질 섭취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절에나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오늘날의 한국인들은 육류의 과다 섭취로 인한 갖가지 질병과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지요. 비만, 고혈압, 당뇨병 등의 성인병과 각종 암은 지나친 육류 섭취와 관련이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0년 한국인의 사망 원인 중 절반가량이 비만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인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공장식 사육을 지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입니다.
공축산 우리나라 사람들의 육류 섭취량은 사실 그리 높은 편이 아닙니다. 한국인의 1인당 연간 육류 섭취량은 54.1㎏으로 미국 120.2㎏, 호주 111.5㎏, 영국 84.2㎏ 등 서양인들의 육류 섭취량과 비교해 반절도 되지 않지요.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각종 질병은 육류 섭취보다는 운동 부족, 스트레스, 음주와 같은 생활 습관과 더욱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소방목 공축산 님의 주장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습니다. 우선 지나친 육류 섭취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에서는 국민들의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고요. 다음으로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으로 얻은 축산물은 지방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적은 양으로도 무척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비좁은 사육장 안에서 성장촉진제를 맞으며 단기간에 살을 찌운 가축들은 지방 함량이 다른 가축들보다 4~6배나 높습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동물성 식품 섭취를 통해 얻는 열량의 40~60%를 지방으로 채우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지방이라도 빨리 살을 찌우려 풀 대신 곡물 사료를 먹인 가축의 지방은 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포화지방 함량이 훨씬 높습니다. 섭취량이 많지 않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지요.
사회자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으로 얻은 축산물은 전통 사육 방식으로 얻은 축산물과 비교해 같은 양을 먹어도 성인병을 유발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섭취량을 지금 보다 줄여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소방목 유감스럽게도 섭취량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공장식 사육 방식 자체가 소비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공장식 사육 방식으로 길러지는 가축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열악한 사육 환경 등으로 몸이 매우 허약합니다. 자연히 축산 농가는 가축들의 질병 감염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게 되지요. 수의사의 처방도 없이 주기적으로 다량의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사료에 섞어 먹이는 방법으로요. 여기에 축산물 생산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성장촉진제까지 투여하기도 합니다. 생산비를 줄이기 위해 먹이는 질 나쁜 사료도 문제가 되지요. 특히 닭 사료에는 비소라는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축들이 받는 스트레스 또한 문제가 됩니다. 축산물에 남아 있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소비자의 몸속으로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공축산 소방목 님께서는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으로 얻은 축산물을 마치 독약이라도 되는 양 말씀하시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우리나라의 공장식 사육 농가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계약을 맺어 운영되는 대규모 농장들이며,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사용량 등에 대한 정부의 철저한 관리와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소방목 글쎄요. 아마 정부의 관리와 규제가 충분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슈퍼 세균들이 발견되고 있는 걸 보면 말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고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닭고기의 97.3%, 돼지고기와 쇠고기20~30%에서 세균이 나왔고 이들 세균 중 대부분이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일 사람들이 세균에 감염될 경우 항생제 내성 때문에 치료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항생제에 오염된 육류를 섭취함으로써 매일 소량의 항생제를 복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다른 세균성 질병에 걸렸을 경우에도 항생제 치료가 어렵게 됩니다.
공축산 축산물에 남아 있는 대장균이나 살모넬라균과 같은 세균들은 적절한 위생 규칙과 조리 방법을 지키면 충분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세균에 감염 되었다고 해도 실제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임상 실험 결과는 없습니다. 또한, 사람들이 축산물 섭취를 통해 항생제를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세균 감염 시 치료가 어렵다는 것은 지나친 과장입니다. 오히려 병원에서 환자들에게 항생제 처방을 남용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니까요. 2005년 이후 정부에서도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해 사료에 섞어 먹일 수 있는 항생제의 종류를 대폭 줄여 나가고 있습니다. 소방목 님은 금전적인 이유로 공장식 축산물을 식탁에 올릴 수밖에 없는 서민들에게 지나친 걱정을 안겨 주고 계십니다.
사회자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이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느냐는 문제도 양측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열띤 공방이 이어졌는데요. 이제 마지막 정리 발언을 듣겠습니다.
소방목 축산물의 질이 어찌 되었든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을 통해 생산량만 늘리면 된다는 생각은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공장식 사육은 질 나쁜 축산물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란 가축에서 얻은 축산물만이 우리 국민의 행복과 건강도 지켜줄 수 있습니다.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은 구시대의 유물로 하루빨리 사라져야 합니다.
공축산 유기농 축산물이 몸에 더 좋다고 생각하면서도 소비자들은 장바구니에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으로 얻은 축산물을 담습니다. 바로 가격 때문입니다. 서민들에게는 공장식 축산물이 가족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소중한 먹거리입니다. 또한, 공장식 축산물은 정부의 감시와 규제를 받기 때문에 안전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으로 얻은 축산물을 먹고도 건강하게 잘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공장식 가축 사육 방식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과장입니다.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토론 콘서트 - 환경> 1부 일상에서 만나는 환경 쟁점 이야기 >
쟁점 1 : 공장식 가축 사육은 필요악일까요? (p.12 ~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gumgyeol&logNo=220332396425
"공장식 축산, 지구상에서 가장 악마적인 시스템"
국내 축산농가에서 구제역·조류독감(AI) 등이 '연례 행사'처럼 유행하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부터다. 소규모 축산농가들이 무너지고 기업식 농장들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공장식 축산 운영도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18일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인 박창길 성공회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이러한 공장식 축산을 '지구상에서 가장 악마적인 시스템'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동물 복지를 고려하지 않은 공장식 축산 운영이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농림축산식품부 중앙가축방역협의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알 낳는 닭들은 자기 몸에 꼭 맞는 공간에 갇혀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이건 정말 동물에게 큰 고통을 주는 사육 방식입니다.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움직이질 못하니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과 진드기를 안고 살아요. 그러면 농가에선 살충제를 뿌려댈 수밖에 없는 겁니다. 살충제 계란은 결국 동물복지를 외면한 인간 욕심의 결과물인 셈이죠."
2013년 1230가구에 달한 전국 산란계 농가는 2015년 4분기 1149가구로 줄었다. 하지만 5만 마리 이상 대형 농가는 314가구에서 401가구로 오히려 늘었다. 농가당 사육 수는 4만8000마리에서 6만2500마리로 확대됐다. 박 교수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농가당 사육 수는 수천마리에 그쳤으니 엄청나게 대형화 된 것이다. 공장식 축산이 아니고서는 이 많은 닭들을 관리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정오 박 교수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동물권단체 케어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등 동물보호단체들이 주최한 '살충제 달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단체들은 "자연 상태에서의 닭들은 흙에 몸을 비비는 흙목욕과 자신의 발을 이용해 모래를 몸에 뿌려 벼룩이나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는 생존 본능을 갖고 있지만 철창 안의 닭들은 흙목욕은 커녕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며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 스스로가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기면서 살충제 살포 주기도 빨라지고 약품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 성명서를 낭독하기 전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철창 안에 갇혀 살충제를 맞는 닭' 퍼포먼스를 펼쳤다. 철창 안에 갇혀 닭 머리의 탈을 쓴 두 활동가에게 방역복을 입은 다른 활동가가 분무기로 살충제를 뿌려댔다. 이 자리에서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싼 값에 최대한 육식을 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다. 계란을 포함해 육식을 줄이고 생산량도 줄여서 자연상태로 기른 육류품을 제대로 된 비용을 치르고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현재 축산업 구조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연합은 이미 2012년 공장식 축산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나라마다 시행연도는 조금씩 다르지만 영국의 경우 닭을 감금식으로 사육하는 방식은 이미 다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동물복지' 관장 업무를 농림축산식품부 외에도 환경부 등으로 분산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교수는 "농식품부는 구조적으로 축산농가의 진흥을 위해 그들의 목소리를 더 챙길 수밖에 없다. 현행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아무리 '공장식 축산 개선'을 외쳐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긴 어려울 것이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환경부는 2012년 가축 분뇨 처리에 대한 관리를 공장 폐수 수준으로 강화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축산업계와 농식품부의 반대로 입법 공청회 과정에서 무산된 바 있다. 박 교수는 "가축 분뇨 처리도 동물 복지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이 돼 있는만큼 환경부가 동물 복지 업무를 농식품부와 나눠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중앙일보] 입력 2017.08.18 15:49 수정 2017.08.18 16:08
[출처: 중앙일보] "공장식 축산, 지구상에서 가장 악마적인 시스템"
반복되는 ‘축산 재난’… 공장식 사육, 패러다임 바꿔야
‘살충제 계란’ 파동 근본 대책은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계란에서 검출된 지난 14일 이후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업무 실무진은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24시간 가동된 상황실엔 시시각각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부적합 산란계 농가에 대한 보고가 이어졌다. 쪽잠을 자며 집계한 각종 통계에는 피로도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오류는 잇따랐고, 브리핑을 할 때마다 국민 불안감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야만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주제만 바뀔 뿐 연중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늦가을부터 봄철 사이엔 으레 조류인플루엔자(AI)와 구제역이 발생하고 있고, 최근엔 난데없는 여름철 AI까지 터졌다. 급기야 살충제 계란 문제로까지 번졌다. 농식품부가 ‘연중 상황실’을 꾸리게 만들 정도로 축산 전염병과 위해성 논란은 재난 수준에 이르렀다.
2000년부터 시작된 축산 재난
한국에서 본격적인 축산 대란이 시작된 건 2000년부터다. 22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2000년 3월 24일 경기도 지역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했다. 구제역은 소·돼지·염소 등 발굽이 2개인 동물에 걸리는 병이다. 치사율이 5∼55%에 달한다.
당시만 해도 23일간 15건이 발생하고 막을 내렸다. 살처분도 2216마리에 머물렀다. 하지만 10년 이후 최악의 사태를 맞는다. 2010년 발생한 구제역은 역대 최대 규모인 6691농가를 덮쳤다. 당시 살처분 후 땅에 묻은 수는 무려 353만5792마리였다.
AI의 등장 시기는 구제역보다 늦은 편이다. 첫 AI는 2003년 12월 10일 충북 음성에서 발생했다. 당시 528만5000마리의 닭 등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여파는 더 심했다. 한 번 발생하면 100일 정도 지속되기 일쑤였다. 매년 수백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를 파묻는 일은 일상이 됐다. 특히 2014년부터는 여름철까지 AI가 지속되기 시작했다. 2016∼2017년에 살처분된 가금류 수는 3807만6000마리에 달했다. 한국이 동남아시아처럼 AI ‘상시 발생국’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는 특히 살충제 계란까지 등장하면서 방역 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51만1929개의 계란을 폐기해야 된다고 밝혔다. 이 중 418만3469개가 수거돼 폐기됐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과대 교수는 “관리를 제대로 안 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육 방식 등 변화 필요
가축 재난 상시화 원인 중 하나로는 박근혜정부 때 개편한 시스템이 꼽힌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전부터 ‘식품 안전’을 강조했다. 취임 직후인 2013년 3월 정부조직법을 뜯어 고쳤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소관 부처를 농식품부에서 처로 승격한 식약처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전체 300여명이던 농식품부 소속 수의사 중 171명이 식약처로 소속을 옮겼다. 업무를 이관했지만 농가 등 생산 단계에서의 방역 업무는 여전히 농식품부 소관이다. 전문가를 절반 정도 줄인 여파는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구제역은 2014년 이후 올해까지 4년간 연속으로 발생했다. 최악의 AI와 여름철 AI도 2014년부터 시작됐다. 방역망이 허술해진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공장식 축산’ 문제가 제기된다. 환경단체는 구제역·AI 발생의 근본적 원인을 여기서 찾는다. 밀집된 사육 시설을 방목 등 친환경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100대 과제를 통해 ‘깨끗한 축산’ 환경 조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선 정부 후 민간’ 체계를 주문한다. 송 교수는 “정부가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관리만 제대로 해도 문제가 안 생긴다”고 말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정부는 철저한 모니터링을, 민간은 밀집 사육 등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정현수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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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달걀’ 원인으로 지목 ‘밀집 사육’…무엇이 문제?
유럽연합(EU)은 2003년부터 '배터리 케이지' 신축을 제한하고 2012년에는 밀집 사육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닭 한 마리당 0.075m²의 공간을 보장하는 넓은 닭장을 쓰거나 사육 공간의 밀도가 m²당 9마리를 넘지 않도록 한 것이 골자다. 공장형 밀집 사육의 악영향에 대한 연구와 비판이 이어지자 오랜 세월 해결방안을 모색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독일은 앞선 2007년부터 공장식 밀집 사육을 금지하고 2012년부터는 밀도를 낮춘 닭장 사용도 금지했다. 핀란드는 20년 전부터 공장식 밀집 사육을 법으로 금지하고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해왔다.
유럽뿐 아니라 호주와 뉴질랜드, 미국 등지에선 공장형 밀집 사육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1930년대 공장형 밀집 사육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은 미시간, 캘리포니아, 뉴욕 주 등에서 배터리 케이지의 단계적 폐지를 선언했다. 캐나다 축산농 단체는 2036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대형 유통·식품기업들도 배터리 케이지 퇴출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월마트는 지난해 4월 2025년까지 미국 내 모든 매장에서 판매하는 달걀을 100% ‘케이지 프리(cage-free)’ 제품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케이지 프리’ 달걀은 공장형 밀집 사육이 아닌 방목 등의 건강한 방식을 통해 얻은 달걀을 뜻한다.
영국 테스코도 지난해 7월 “2025년까지 매장에서 ‘케이지 달걀(cage-egg)’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달걀 농가·업계 전문가들과 상의한 끝에 내놓은 방침이다.
테스코는 최근 케이지 달걀 퇴출 범위를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5개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지속 가능한 구매와 동물 복지 개선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게 테스코 측 설명이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기업인 맥도널드는 2015년 9월 “2025년까지 100% 방목형 달걀만을 사용해 제품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스타벅스와 네슬레, 던킨도너츠 등 대형 체인들의 동참이 잇따랐다.
이들 기업은 소비자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 케이지 프리 달걀 생산이 늘어나면 가격이 내려가 소비자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동물복지=건강한 먹거리?…갈 길 먼 ‘동물복지 사육’의 길
국내에서도 동물권과 식품안전을 이유로 공장식 밀집 사육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정부는 지난 4월 산란계 1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을 현행 0.05m²에서 유럽 수준인 0.075m²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대책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기존 농가는 적용을 10년간 유예했고 아직 관련법 개정 작업은 시작도 하지 못했다.
2012년에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가 국내에 도입됐다. 국가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사육하는 농장을 인증해주는 제도다. 동물복지 사육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2012년에 산란계를 시작으로 2013년 돼지, 2014년 육계, 2015년 한우·육우·젓소·오리로 점차 그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 5년이 지나도록 정부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장은 92곳에 불과하다. 다른 품목의 인증 농장 수를 합쳐도 132곳이다. 초기 투자비용도 문제지만 정부에서 지원되는 부분이 없고 해당 식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도 낮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동물복지 축산농장 확대를 위해 정부 지원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정부 지원책과 소비자의 공감대 없이는 동물복지 확대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오늘(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싼값에 최대한 육식을 하려는 인간의 욕심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면서 “자연상태로 기른 육류 품을 제대로 된 비용을 치르고 먹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56&aid=0010495423&sid1=001
[동아일보][토요판 커버스토리]살충제 계란 파문… 다른 먹거리는 괜찮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0&aid=0003088143&sid1=001
가축 안 키우고도 고기 먹는 법
소는 뭐하러 키워~?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이 3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섰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에서 소와 돼지가 멸종하겠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히 나돈다. 구제역이 이렇게 큰 피해를 입힌 데는 초기에 방역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가축을 좁은 공간에 가둬 기르는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그렇다고 해서 저렴한 가격에 단백질이 풍부한 고기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버리기도 쉽지 않다.
현재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고기를 대체할 방법은 없을까. 가축을 기르지 않고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연구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이런 ‘고기 아닌 고기’가 최근 구제역 파동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호황을 맞은 품목이 있다. 바로 콩으로 만든 고기, 콩고기다. 구제역 때문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값이 올라가자 주부들이 대체품으로 콩고기를 찾은 것이다. 사실 콩고기는 채식주의자나 고기는 먹고 싶지만 지방이나 콜레스테롤은 피하고 싶은 사람들이 꾸준히 찾았다.
흔히 ‘밭에서 나는 소고기’라고 부르는 콩은 단백질이 풍부해 고기가 부족하던 시절 단백질을 보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동물성 지방도 적다. 굳이 고기를 찾지 않는 사람이라면 콩을 그대로 먹어도 되겠지만, ‘고기는 씹어야 제맛’이라는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꼭 ‘남의 살’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해도 고기 특유의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콩의 단백질을 추출해 만든 식품이 콩고기다.
콩고기는 콩에서 단백질만 따로 분리해 만든다. 먼저 콩에서 지방을 빼고 가루로 만든 뒤 탄수화물을 제거한다. 이렇게 만든 단백질 추출물을 대두분리단백이라고 부른다. 대두분리단백에 다른 재료를 첨가하고 원하는모양으로 만들면 콩고기가 된다. 소고기나 닭고기는 물론 소시지도 만들 수 있다. 심지어는 어묵이나 오징어 대체품도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두분리단백을 주로 수입하고 있다. 채식 전문 식품기업인 베지푸드의 강덕구 대리는 “고기와 같은 맛은 원재료가 좌우하는데 주로 대만에서 생산한 재료를 수입해 우리나라 음식에 맞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콩고기에는 단백질이 얼마나 들어 있을까. 말렸을 때를 기준으로 100g당 강낭콩은 20g 이상, 대두는 30g 이상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소고기는 100g당 단백질이 약 20g, 근육을 키우려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이 먹는 닭가슴살은 구웠을 때 기준으로 100g당 약 35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실제 고기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질로 따져도 콩의 단백질은 고기의 단백질에 그리 뒤지지 않는다. 필수 아미노산의 양을 측정해 점수를 매기는 ‘단백가’ 수치로 단백질의 영양가를 비교할 수 있다. 쇠고기와 돼지고기의 단백가는 80~85이며, 콩고기를 만드는 데 쓰는 대두는 70~75다.
밀과 같은 곡물을 이용해 고기 대체품을 만들기도 한다. 밀에 들어 있는 단백질인 글루텐을 추출해 밀고기를 만들거나, 대두분리단백과 섞어 고기 대체품을 만든다. 쌀로 만든 쌀고기도 있다. 금준석 한국식품연구원 지역특화산업연구단장은 이미 20여 년 전 쌀을 이용해 고기의 대체식품을 개발했다. 쌀고기는 쌀의 전분과 대두분리단백을 섞어 만든다. 압출성형기를 이용해 쌀의 전분 조직에 압력을 가해 서로 결합하게 만들어 고기 조직을 흉내 내는 것이다. 금 박사는 “당시 고기 소비가 늘어나면서 생기는 성인병을 막는 동시에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채식주의자들은 가축을 기르는 것보다 곡물을 이용하는 게 환경에 부담을 덜 준다고 주장한다.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기 위해 쓰는 에너지를 비교하면 콩이 가축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대지 면적당 생산하는 단백질의 양을 비교해도 콩이 우세하다.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베어 없애는 숲의 면적을 줄일 수도 있는 셈이다. 가축의 분뇨로 생기는 오염과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도 줄일 수 있다.
고기를 얻기 위해 소나 돼지가 아닌 다른 동물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닭이나 생선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면서도 왠지 먹기는 꺼려지는 동물, 바로 곤충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곤충의 새로운 가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는 곤충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중 한 분야가 곤충을 이용한 식품이다.
보편적이지는 않지만 곤충을 먹는 사람이 없지는 않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메뚜기나 번데기를 간식이나 반찬으로 먹곤 한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발견된 선사시대 인류의 배설물 화석에 곤충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사람이 곤충을 먹었다는 증거다. TV 다큐멘터리에서 오지에 사는 원주민이 곤충 애벌레를 먹는 장면이나 외국으로 여행을 갔을 때 곤충 튀김과 같은 음식을 파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1400여 종의 곤충이 식용으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곤충으로 만든 음식은 아직 호기심에 한 번 먹어 보는 데 그치는 별미에 가깝지만, 곤충 요리를 보급하려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곤충 요리 연구가 쇼이치 우치야마는 2008년 곤충 요리책을 출간해 화제가 됐다. 애벌레나 메뚜기, 심지어는 바퀴벌레와 거미를 재료로 삼아 만든 초밥, 우동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 담겨 있다. 곤충에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단백질 외에 칼슘이나 아연, 철분 같은 무기물과 비타민도 들어 있다.
소, 돼지 대신 곤충을 먹는다면 어떤 점이 유리할까.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와게닝겐대 곤충학 연구실은 같은 양의 단백질을 얻을 때 곤충이 소나 돼지 같은 가축보다 온실가스와 암모니아를 적게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학술지(PLoS ONE)에 발표했다. 데니스 오니언스 박사가 이끈 연구팀은 딱정벌레 애벌레와 귀뚜라미 애벌레 등 5종류의 곤충을 기르며 이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일산화질소, 암모니아의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몸무게가 같은 경우 곤충이 소와 돼지보다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뿜었다. 곤충이 포유류보다 산소를 더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예상한 결과였다. 그러나 먹이를 줘 사육하면서 늘어나는 몸무게와 내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비교했을 때는 곤충이 이산화탄소를 훨씬 덜 내뿜었다. 게다가 매일 몸무게가 늘어나는 비율이 소와 돼지보다는 곤충이 더 높았다. 곤충은 체온을 유지하는 데 에너지를 쓰지 않아 먹이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탄, 일산화질소는 전반적으로 곤충이 소와 돼지보다 적게 배출했다. 결국 같은 양의 몸무게를 늘리는 데 곤충은 소와 돼지보다 최대 수백분의 1에 불과한 온실가스를 내뿜쇼이치 우치야마는 2008년 곤충 요리책을 출간해 화제가 됐다. 애벌레나 메뚜기, 심지어는 바퀴벌레와 거미를 재료로 삼아 만든 초밥, 우동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드는 방법이 담겨 있다. 곤충에 단백질이 풍부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단백질 외에 칼슘이나 아연, 철분 같은 무기물과 비타민도 들어 있다.
고기 대신 곤충을 이용한 음식을 퍼뜨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사람들의 혐오감이다. 그래서 그대로 요리하기보다는 단백질을 뽑아 가공식품으로 만드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징그럽다고 질색할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곤충에서 뽑은 단백질로 만든 소시지나 햄을 먹게 될지도 모른다.
아무리 고기 대체품을 찾을 수 있다고 해도 꼭 실제 고기를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인공고기는 어떨까. 시험관 고기라고도 하는 인공고기는 동물을 직접 키우지 않고 근육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얻는 고기다. 이 방법으로 고기를 ‘공장’에서 만들 수 있다면 밀집된 곳에서 가축을 키우는 탓에 생기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
인공고기는 근육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다. 인공고기를 연구하는 블라디미르 미로노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세포생물학 및 해부학과 교수는 “동물의 근육줄기세포를 채취해 증식시킨 후 근육으로 분화시켜 고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육줄기세포가 근육으로 분화하기 위해서는 틀이 필요하다. 이런 틀은 자극 감응성 생체고분자 물질로 만들 수 있다. 자극 감응성 고분자는 주변 환경의 자극에 따라 구조나 형태가 바뀌는 물질이다. 인공고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먹을 수 있는 생체분자로 만들어야 하며, 세포의 분화를 자극할 수 있게 늘어나는 물질이라면 더 좋다. 틀에 넣은 세포를 바이오리액터에 넣고 키우면 근육줄기세포가 분화해 근육이 된다.
이렇게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는 맛이 진짜 고기와 똑같을까. 미로노프 교수는 “인공고기가 원하는 맛과 질감을 내도록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인공고기 연구를 후원하는 미국의 비영리단체 ‘뉴하비스트’의 제이슨 매트니 국장도 “이론적으로는 환경을 조절해 서로 다른 근육 조직이 자라게 할 수 있다”며 “근육뿐만 아니라 지방, 특히 건강에 좋은 지방만 골라서 자라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근육 이외의 성분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인공고기의 장점이다. 실제 고기에 많은 불포화지방산 대신 포화지방산의 비율을 놓이면 심장병을 유발하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지 않는다. 성인병이나 비만을 걱정하지 않고도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가축이 걸리는 질병으로 인한 오염에서도 자유롭다. 또 고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술이 안정돼 대량으로 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면 더욱 싼 가격에 고기를 식탁에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현재의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축을 대량으로 사육하면서 생기는 전염병, 오염, 환경파괴 등을 막을 수 있다. 가축을 죽일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인도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나 구하기 어려운 동물의 고기를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인공고기를 빠른 시간 안에 정육점에서 보기는 힘들 듯하다. 매트니 국장은 “아직 대학 실험실에서 초기 단계의 연구를 하는 수준이라 상업적으로 대량생산을 하려면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의 주부들은 마트에 진열된 다양한 고기 제품을 놓고 어떤 결정을 내릴까. 지금의 고기를 대체하려고 노력하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실현된다면 어떤 고기를 선택해도 친환경적이면서 영양도 풍부해 선택이 쉽지 않을 듯하다.
글 : 고호관 기자│이미지 출처│REX, 위키피디아
http://science.dongascience.com/articleviews/article-view?acIdx=10482&acCode=4&year=2017&month=08&page=1
[책과 길] 육식이 해롭다고? 채식이 더 무섭다!… ‘채식의 배신’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06922427
채식의 배신/리어 키스/부키
참으로 논쟁적인 주제다. 건강과 정의의 대명사, 채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육류를 멀리하는 채식은 영양학적 장점과 함께 생태주의적 건전성, 생명 존중의 윤리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일찍이 국부론을 쓴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육식은 이유 없는 살해”라며 채식을 옹호했고,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도 채식주의자가 됐다. 오늘날에 와서는 리처드 기어, 귀네스 팰트로 같은 할리우드 스타들도 채식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철저한 채식주의자였던 미국의 스타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채식만으로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기가 힘에 부친다면서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이처럼 채식 이탈 현상도 감지되는 시점이라, 주제는 자못 흥미를 돋운다.
책을 더 문제작으로 만드는 건 저자가 20년 동안 극단적 채식주의자인 비건(vegan)으로 살아왔다는 점이다. 급진적 환경운동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저자는 유제품 달갈류 등을 포함한 동물성 식품조차 입에 대지 않았다. 그랬던 저자가 채식을 선택했던 것도, 이제 그 채식을 버린 것도 모두 같은 대의에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사뭇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채식을 했던 건) 내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였다. (중략) 나는 내 몸이 이 땅을 먹어 치워 망하게 하는 주체가 아니라 이 땅을 길러내는 곳이 되기를 원한다. 그 열정을 발전시키고자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채식의 실체를 폭로하기 위해 으레 그러리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믿음의 근거를 찾고 자료를 뒤졌다. 그렇게 해서 도덕적 이유, 정치적 이유, 영양학적 이유라는 세 가지로 나눠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학자의 글이 아니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문투는 다소 흥분돼 있다. 채식을 ‘배신’하기까지 저자가 겪었을 갈등과 고통이 문투에서 느껴진다.
이제 그 주장들을 보자. 채식주의자들은 다른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육식을 하고 싶지 않다는 도덕적 이유로 채식을 한다. 식물은 먹어도 되고 동물은 안 된다고? 그건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그들이 얘기하는 다른 생명에 왜 식물이나 곤충은 포함되지 않는가. 이렇게 따져 묻는 저자는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북아메리카 대목초지의 98%가 사라졌으며, 따라서 농업이야말로 생태계를 전면 파괴한 셈이라고 고발하기도 한다.
정치적 이유에서 채식을 선택한 사람들도 놓치는 게 적지 않다. 파종 수확 가공 운반 등 곡물 생산 과정에서 엄청난 화석연료가 소모된다는 점, 소에게 풀이 아닌 옥수수를 먹이는 과정에 깔려 있는 인간의 탐욕과 숨은 정치, 과점 기업이 지배하는 세계 곡물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역시 가장 큰 논쟁거리는 영양학적 이유다. 국내에서도 현미 채식 등이 건강식의 표본으로 선전되고 있지 않은가. 육류를 섭취하면 얻게 되는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인체 내에 들어와서 안 되는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저자는 무슨 소리냐고 반박한다. 물질 대사와 생리 작용에 필수적인 비타민 중 지용성 비타민 A, D, E, K는 반드시 지방이 있어야 흡수가 된다. 비타민 A, D는 동물성 식품에만 있다. 지방은 인체의 장기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콜레스테롤도 우리 몸의 세포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흔히 포화지방 섭취→체내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심장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지방 가설의 인과관계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오히려 곡물과 채식 위주의 탄수화물 식단이야말로 위험하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곡물과 당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인슐린으로 인해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이 발병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방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정답처럼 퍼진 배후에는 거대 식품 자본이 있음을 저자는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채식은 우리 일상과 지구 환경, 인류 미래에 과연 플러스인가, 마이너스인가. ‘인체 영향이나 사회 정의,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는 채식주의자의 열망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그들은 무지와 맹신으로 인해 사람들을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있다’고 저자는 결론 내린다. 채식에 입혀진 신화를 걷어내라고 저자는 주문하는 것이다. 채식주의자들의 재반박이 궁금하다. 김희정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다음은 책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도덕적 이유의 채식주의는 이런 점을 놓치고 있다
▶ 채식주의는 자연에 무지하다
채식주의자들은 대부분 도덕적인 이유로 채식을 택한다. 다른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육식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다. 그런데 과일은 먹어도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의 먹는 행위는 달콤한 과육에 둘러싸인 그 과일의 자손(씨)을 죽이는 행동인데도 자신들의 행위가 다른 생물의 죽음을 초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물과 식물 사이에는 포식자가 먹이를 먹고 어느 순간 먹이가 포식자를 먹는 호혜 관계가 존재한다. 이미 과일나무에는 우리의 분뇨(질소, 무기질, 미생물)와 살과 뼈가 깃들어 있다. 채식주의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그 순환계에서 자신들만 빠지려 한다.
"그저 관찰을 하기만 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정말 자세히 살펴보면 볼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먹고 있고, 그러다가 먹힌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과정 전체를 통해 생명은 계속된다는 사실. 위계 관계라는 건 찾아볼 수 없고 단지 굶주림만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우리 자신의 굶주림을 통해 이 우주, 즉 끊임없는 삶과, 죽음, 재생의 순환계에 참여하게 된다. 인류가 지구에 존재한 기간의 98퍼센트는 바로 이 사실이 우리의 종교였다."
키스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이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라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이 생태계의 '먹이 사슬'은 식물에서 시작해 인간에서 정점을 이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키스는 묻는다. 찌꺼기를 먹는 동물이나 썩은 고기를 먹는 새 종류, 곤충, 박테리아는 이 사슬의 어디에 들어가는가? 키스는 인간은 먹이 사슬의 끝에 자리 잡고 있지 않으며 그럴 수도 없다고 말한다. 먹이 사슬은 일직선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원형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선을 그어야 할까? 그것이 문제였다. 바로 나의 개인적, 정치적 영적 고뇌. 포유류, 어류, 곤충, 식물, 플랑크톤, 박테리아? 이 세상에서 가장 미세한 생명도 '우리'에 포함시킬 것인가? 그리고 '무엇'이 '누구'가 되면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나는 마침내 대답을 찾았다. 나는 선을 긋지 않을 것이다. 대신 원을 그릴 것이다."
인간은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수백만 종류의 생물에 의존하고 있다. 인간이 하지 못하는 생산과 분해 작업을 해내는 이들이 없다면 지구상의 생명은 몇 초 사이에 사라지고 말 것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이 다른 살아 있는 것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키스는 생명을 "상호 의존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누군가 살기 위해서는 실제로 누군가가 죽어야 하는 것이다. 키스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명을 파괴하는 죽음"과 "생명의 일부인 죽음" 중에서. 키스가 보기에 채식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러한 '자연에 대한 무지(無知)'다.
▶ 동물 권리주의는 인간 중심적인 사고다
"생명이 있는 것은 먹지 않겠다"라는 도덕적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채식주의에서 "다른 생명을 먹지 않는다"라고 할 때 이 생명에는 식물이나 곤충은 포함되지 않는다. 식물을 "감각이 없는 샐러드" 정도로 취급하는 것이다. 식물도 수십·수백만 종의 복합 화합물 혹은 2차 화합물을 만들어 내고 곤충뿐 아니라 척추동물의 서비 기관(vomeronasal organs)과 의사소통을 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인간이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동물이라고 모두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키스 자신이 비건이었던 시절에 자주 들었던 "엄마가 있거나 얼굴이 있는 건 먹지 않는다."라는 말은 채식주의자가 생각하는 '생명'이 무엇인지 정확히 나타내 준다. 얼굴이 있고 없고, 엄마가 있고 없고는 결국 어떤 생물이 인간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따지는 것이다. 키스는 왜 어떤 생물이 죽어도 되는지 결정하는 기준이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 묻는다.
"채식주의 윤리는 결국 기계적인 모델의 한 변형일 뿐이다. 그 윤리 체계는 우리 인간의 인본주의적 혹은 종교적 윤리 체계를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몇몇 동물에게만 확대·적용한 것일 뿐이다. 감각이 있고 살아 숨 쉬고 의사소통을 하면서 산소와 흙, 비, 바이오매스를 만드는 세상의 나머지 생명, 그 수십억 종의 생물은 완전히 무시되고 만다. 그들이 생명을 만들고, 바로 그들이 생명이다. 그러나 그들을 죽은 물질이라 선언하는 채식주의 윤리는 이 세상 전체를 죽은 물질이라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채식주의자는 정의와 연민, 살아 있는 문화를 끝없이 갈망하지만, 그들의 윤리는 세상을 파괴하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농업은 생태계의 전면적 파괴다
키스는 채식주의자들이 온 세상 사람이 먹었으면 하는 일년생(한해살이) 곡물이 오히려 대규모 파괴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원래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대다수는 다년생(여러해살이) 식물로, 이들은 섬유질로 된 몸속에 탄소를 격리하고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뿌리 체제를 흙 속에 형성해 표토를 보존한다. 표토는 모든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흙으로, 생태계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1만 년 전 옥수수, 쌀, 밀, 보리 등의 일년생 식물을 재배하는 농업이 시작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이 진행됐다. 곡물을 기르기 위해 땅에 살던 모든 생명을 제거하고 흙을 노출시킴으로써 표토가 유실되었다. 강우량이 부족한 곳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관개 시설을 만들고 인공 수로를 건설하고 댐을 쌓자, 강에서 물을 공급받던 습지대와 늪, 목초지에는 바닷물이 스며들어 흙의 염류화가 이루어졌다. 온갖 물고기와 새, 돌고래 등 다양한 동물 종이 가득 모여 사는 강변의 땅들이 점점 더 깊이 들어오는 바닷물에 의해 사라져 가고 있으며 강 하구에서는 삼각주의 침식이 진행되고 있다. 20세기 중반의 녹색 혁명의 이면에는 바로 이러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키스는 정복군처럼 땅에 소금을 뿌리는 농업을 마치 인종 청소와 같다고 표현한다.
"사실 농업은 제대로 된 전쟁이 될 수 없다. 숲, 습지, 목초지, 비, 흙, 공기 등이 농업에 대항해 싸울 수 없기 때문이다. 농업은 오히려 인종 청소 같은 것이다. 침략자가 땅을 차지할 수 있도록 원주민을 완전히 쓸어 내 버리기 때문이다. 생물학적 청소, 생물학적 학살이다. (중략) 이 과정은 폭력적이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 농업으로 생산되는 음식은 한입 한입 죽음으로 가득 차 있다."
곡물 재배를 위해 북아메리카 대목초지의 98퍼센트가 사라졌고, 3.6미터가 넘던 표토는 이제 몇 센티미터 남지 않았다. 키스는 "대륙 전체가 산 채로 껍질이 벗겨져 가는 이 광범위한 규모"의 파괴를 채식주의자들이 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정치적 이유의 채식주의는 이런 점을 놓치고 있다
▶ 곡물은 또 다른 화석 연료다
정치적 채식주의자들은 "인간이 먹을 쇠고기 1파운드를 생산하기 위해 소에게 4.8파운드의 곡물을 먹이는 관행은 막대한 낭비"라고 한다. 그러나 키스는 그들의 계산이 대부분 소에게 풀이 아니라 '곡물'을 먹이는 것을 전제로 했을 때나 가능한 수치들임을 지적한다. 키스는 정치적 채식주의자들이 말하는 '풍요로운 곡물'이 사실은 진짜 풍요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세계 인구를 먹여 살릴 만큼 곡물을 생산하려면 비료를 사용해 과잉 생산하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키스는 곡물 생산에 들어가는 비료뿐 아니라, 곡물의 파종, 수확, 가공, 운반에 필요한 기계를 움직이는 데도 모두 화석 연료가 쓰인다는 것을 지적한다.
"지구상에는 이제 60억 명 이상이 살고 있다. 주지할 점은 그중 수십억이 화석 연료 덕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화석 연료에 저장된 에너지를 먹을 수 있는 에너지로 전환하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이 에너지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가 없다. 천연가스와 원유가 점점 더 비싸지다가 결국 이용 가능한 범위를 넘는 선까지 비싸지면 현재 수준의 곡물 생산량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그다지 타고 싶지 않은 배가 아닌가."
이런 이유로 키스는 정치적 채식주의자들이 원하는 만큼 대량으로 생산한 곡물은 결국 "줄기에 달린 화석 연료"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
"아무리 의도가 숭고하더라도 정치적 채식주의자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 전혀 모르는 채 전 세계의 식생활을 계획하는 셈이다. 윤리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나 환경 운동가 존 로빈스(John Robbins) 같은 이들은 우리 모두 일년생 곡물만 기르고 동물은 전혀 기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토, 물, 기후, 지형 등의 문제는 둘째로 치더라도 곡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비료는 어떻게 공급한다는 말일까?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먹는 음식에게는 무엇을 먹일 것인가?"
그래서 키스는 "환경 운동가라면서 왜 아직도 고기를 먹는가?"라는 환경 저술가 짐 모터발리(Jim Motavalli)의 말에 "환경 운동가라면서 왜 아직도 지역 생태계에서 생산되지 않는 음식을 먹는가?"라고 되받아친다. 그러면서 자기가 사는 곳의 땅과 물을 이해하고 지역 농민과 축산업을 지원할 것과, 현지에서 지속 가능하게 기를 수 있는 음식을 먹자고 제안한다.
▶ 곡물은 기아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채식주의에서는 곡물을 먹는 것이 모두가 먹고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키스가 보기에 이는 산업 자본과 권력의 영향력을 간과하는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거대 다국적 식품 기업들이 선진국 정부로부터 지급받는 보조금은 36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들이 전 세계 곡물 가격을 압도적으로 낮추고 있다. 이미 세계 곡물 교역의 절반을 카길과 컨티넨털이라는 두 회사가 장악하고 있고, 옥수수의 75퍼센트를 5개 기업이 통제하고 있으며, 콩 가공의 80퍼센트를 4개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이 형성시킨 낮은 가격과 생산 비용의 차액은 미 연방 정부의 돈, 다시 말해 미국 납세자의 돈으로 메운다. 이들 기업은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이나 자신들로 인해 농장을 잃은 농민 등 사회적인 책임감을 전혀 느끼지 않으며 오직 주주에게만 책임을 진다. 또 생산 원가보다 싸게 책정된 곡물 가격은 채식주의자들이 그토록 혐오하는 공장형 축산업의 바탕을 이룬다. 풀을 먹던 반추 동물을 좁은 우리에 가두고 곡물을 먹여 속성으로 키우는 공장형 축산이 가능하게 된 것은 곡물 메이저들의 전략과 정확히 일치한다. 키스는 상품화된 저가 식품과 정치적 채식주의 윤리가 도달하는 종착역은 같다고 말한다. 바로 굶주리는 아이들이다.
"공장형 축산으로 생산된 동물성 제품을 거부하는 것은 동물과 지구를 위해 옳은 일이지만, 그 행위 자체로는 굶주린 사람 한 명의 배도 채울 수 없다. 배고픈 사람은 미국산 곡물을 살 돈이 없다.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세계화를 배후 조종하는 사람들에게 더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멀리서 운송해 오는 값싼 식량 제품들은 유일하게 안정적으로 식량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인 지역 식량 생산을 파괴하고 만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어떤 국제 원조 기구도 세계 기아 문제의 해결책으로 채식주의를 권고하지 않는 것이다. 채식주의는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모두 배불리 먹는 정의로운 세상을 간절하게 염원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해결책, 개인적으로도 실천할 수 있는 해결책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이해한다. 그러나 콩으로 만든 버거를 사는 것은 감정적으로 위안이 될지는 모르나 끈질기고 끔찍한 힘의 뿌리와 불평등을 해결하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표를 확인해 보라. 문제를 일으키는 장본인인 기업들에게 당신의 돈이 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영양학적 이유의 채식주의는 이런 점을 놓치고 있다
▶ 곡물을 먹은 인간은 그래서 건강해졌는가?
곡물이 주식으로 등장한 것은 인간의 식생활 역사에서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유전적으로 적응해 온 식생활에서 멀어지고 농업 생산물을 기초로 한 식생활을 하면서 인간은 당과 전분이라는 단일 영양식을 먹게 되었고 그로 인해 수많은 퇴행성 질환을 앓게 되었다. 우리가 섭취하는 열량의 70퍼센트 이상이 석기 시대 조상들이 거의 혹은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음식에서 나온다. 영양실조, 골수염, 골막염, 기생충, 인도 마마, 매독, 한센병, 폐결핵, 빈혈, (어린이에게 오는) 구루병, (어른에게 오는) 골연화증, 아동 성장 부진, 성인의 평균 키 감소 등은 농업이 확산된 이후에 번진 질병들이다.
▶ 저지방, 고탄수화물 식단은 위험하다
곡물에 기초한 식단에는 전분과 당이 너무 많이 들어 있어 장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로 인해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을 내려 보내는 악순환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렉틴 같은 물질이 혈액으로 흘러들어 간다. 이 렉틴은 위산에도, 소화 효소에도 분해되지 않는 식물성 단백질로, 이를 흡수한 체내의 면역 체계를 혼란시켜 우리 몸의 중요한 부분을 아군이 아니라 적군이라고 지목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몸이 스스로를 공격하면서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류머티즘성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건선, 제1형 당뇨병, 사구체 신염,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 갑상선염에서부터 피부 발진, 천식 등의 다른 질병을 앓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곡물과 채소 위주의 탄수화물 식단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은 두루 알려진 대로다. 곡물과 당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높아진 인슐린으로 인해 발병하는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은 이미 서구 사회의 '죽음의 사자'로 통용된다. 일부에서는 "복합 탄수화물은 좋고 단순 당은 나쁘다."라고들 하지만, "탄수화물에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있는 것이 아니라, 겨우 참을 만한 정도의 탄수화물과 끔찍한 탄수화물이 있을 뿐"이다. 복합이든 단순이든 모든 탄수화물은 당이다.
▶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인체 내에 존재하면 위험하다?
그동안 영양학계와 식품업계가 꾸준히 마케팅 활동을 벌인 결과,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마치 인체 내에 들어와 있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그러나 정반대다. 사람은 지방과 콜레스테롤 없이 살 수 없다. 물질 대사와 생리 작용에 필수적인 영양소인 비타민 중에 지용성인 비타민 A, D, E, K는 반드시 지방이 있어야 이동할 수 있고, 지방 없이는 흡수가 잘되지 않는다. 특히 비타민 A와 D는 동물성 식품에만 들어 있다. 또 지방은 인체의 장기를 둘러싸 보호하고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뇌의 60퍼센트가 포화 지방이며, 신경 전달 물질들이 말 그대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것도 지방 덕분이다.
콜레스테롤도 마찬가지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모든 세포가 필요로 하는 물질로, 물에 녹지 않아 세포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또 성호르몬을 비롯한 모든 호르몬이 만들어질 때 그 재료로 쓰인다. 이처럼 중요하다 보니 피 속에 든 콜레스테롤의 80퍼센트는 인체 내에서 만들어진다. 음식 섭취로 몸속에 들어가는 콜레스테롤은 20퍼센트뿐이다. 오히려 콜레스테롤이 적으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면 각종 암, 출혈성 뇌졸중, 호흡기 및 소화기 질환, 비자연사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이 나와 있다.
▶ 지방을 섭취하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져 심장 질환을 일으킨다?
이른바 '지방 가설(lipid hypothesis)'이다. 이 지방 '가설'이 지방 '법칙'이 되기 위해서는 '포화 지방 →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 상승 → 심장 질환'으로 이어지는 단계가 증명되어야 한다. 그런데 수많은 연구가 이 세 단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프랑스, 그리스, 스위스, 동아프리카 등의 지역에서는 포화 지방을 특히 많이 섭취하는 데도 심장 질환 발병률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다. 1948년부터 보스턴 인근의 프레이밍햄에 사는 5천 명의 건강을 모니터한 유명한 '프레이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에서는 포화 지방을 더 많이 먹고 콜레스테롤을 더 많이 섭취하고 더 많은 열량을 소화할수록 혈청 내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일본인 4만 명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16년 동안 달걀, 유제품, 생선을 가장 많이 먹은 집단이 가장 적게 먹은 집단에 비해 뇌졸중 발병 위험이 28퍼센트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
"케냐 마사이 족은 거의 완전히 고기, 우유, 피로만 된 식사를 한다. 마사이 족의 젊은 전사가 날마다 취하는 동물성 지방은 300그램에 달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평균 160 이하로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낮은 수준이며, 심장 질환은 병 자체가 거의 알려져 있지도 않을 정도다. 그들의 사체를 부검해 보면 동맥 혈전(혈관 벽에 생기는 플라크)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마사이 족을 연구한 의학 박사 조지 만(George Mann)은 지방 가설을 "금세기 최고의 공공 보건 스캔들"이라 부르며 "의학 역사상 최악의 사기극"이라고 선언했다."
▶ 20세기 들어 심장 질환이 증가했다?
지방 가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20세기 들어 포화 지방 섭취가 늘어난 결과, 20세기 초만 해도 흔치 않던 심장병이 1920년대 들어 증가 추세를 보이다 1950년대에 들어서는 폭증하기에 이르러 미국 내 사망 원인 1위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키스는 여러 정황을 들어 이를 반박한다. 우선, 심장병의 '존재'와 '진단' 사이의 구분 문제다. 심장의학과는 1918년 처음 생겼고, 그 뒤 10년 동안 심혈관 질환의 진단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뉴욕 프레스비티리언 종합병원에서는 이 기간 동안 심장병 진단 건수가 400퍼센트 증가했는데, 심장병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수는 같은 기간에 거의 변함이 없었다. 즉 의사들이 예전과 동일한 증상임에도 심장병 진단을 내리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평균 수명의 증가다. 심장병이나 암 같은 병이 만성 질환으로 존재하다가 마침내 목숨을 앗아 갈 정도까지 되도록 사람들이 오래 살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요인은 의사들이 사망자의 사인을 확인할 때 사용하는 포괄적인 질병 목록인 ICD(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국제 질병 분류)의 개정이다. 동맥 경화성 심장 질환이 1949년 이 목록에 들어간 결과 1948~1949년의 1년 사이에 심장병 사망률이 백인 남성 사이에서는 20퍼센트, 백인 여성 사이에서는 35퍼센트 증가했다. WHO(세계보건기구)마저 1년 사이에 심혈관 질환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하면서 "원인 규명 능력이 발전하고 진단이 더 정확해진 탓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내 심혈관 질환 발병률은 1968년, 1979년 ICD가 개정될 때마다 증가했다.
▶ 배후에는 거대 식품 산업 자본이 있다
의학계를 중심으로 지방 가설이 틀렸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되었고, 지방 가설과는 반대로 심장병, 당뇨병, 직장암, 유방암, 충치 등은 고탄수화물 식단이 원인이라는 이른바 "탄수화물 가설(carbohydrate hypothesis)"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도 속속들이 공개됐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는 포화 지방이 유방암으로부터 여성을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 국립보건원(NIH) 심장·폐·혈액 연구소의 지원으로 이루어진 MRFIT(다수 위험 요인 개입 실험) 실험은 7년에 걸쳐 1만 2천 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는데, 실험 대상자의 절반을 담배를 끊고 저지방, 저콜레스테롤 식사를 하고, 필요하면 고혈압 약도 먹도록 한 결과, 원하는 대로 먹고 담배를 피우도록 놔둔 집단보다 이 집단에서 사망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
이런 명백한 반증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었음에도 지방 가설을 철회하는 과학적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논쟁 자체가 대부분 전문 학회나 학술지 등 대중의 시야 밖에서 벌어졌다. 또 여기에는 거대 식품 산업 자본의 영향력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모든 파괴가 자행되는 것은 산업적 식품 생산의 경제성 때문이다. 토브스는 전분과 정제된 탄수화물이 "식품 산업에서 생산할 수 있는 칼로리당 단가가 가장 싼 영양분이자,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고 팔 수 있는 영양분"이라고 설명한다. 시리얼에 든 옥수수의 단가는 소비자 가격의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속에 든 내용물보다 포장지가 더 비싼 시리얼도 있다. 반면 소고기, 닭고기, 달걀 등의 동물성 식품을 생산하려면 소비자 가격의 50~60퍼센트의 비용이 들어간다. 식량의 흐름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우리가 어떤 식사를 하기를 원할 것인지는 명약관화한 일 아닌가?"
실제로 저지방, 무콜레스테롤, 고칼슘이라는 이유만으로 가공 식품이 '건강식품' 딱지를 붙이고 팔리고 있다. 식품업계가 광고비로 쓰는 돈이 매년 330억 달러에 달한다. 또 의사와 영양사, 전공 학과, 전문 학술지 등에도 돈을 투자함으로써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의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생명과 지속 가능성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다
"큰소리 한 번 내 보지도 못하고 사라져 가는 생물들을 품고 가까스로 명맥을 이어 나가는 미개척지 한 조각이라도 지켜 내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키스 역시 여느 채식주의자들처럼 생명을 지키고 잘못된 세상을 바로잡겠다는 열망에서 채식주의를 시작했다. 그렇게 비건 식사를 한 지 6주일쯤 되었을 때 저혈당증을 경험하고(그것이 저혈당증임을 알기까지 18년이 걸렸다), 2년 사이에 퇴행성 관절 질환을 얻어 척추에 유산탄이 박힌 것 같은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이것이 퇴행성 디스크 질환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 15년이 걸렸다.) 14년간 끊임없는 구토증에 시달리고 만성적인 우울증과 초조감을 떠안은 채 살았다. 키스는 마침내 채식주의를 포기하고 참치 통조림을 열던 날의 당황스러운 기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어떤 동물도 나 때문에 죽지 않는 세상, 지속 가능한 음식만 먹는 세상, 내 생각 없는 잔인함과 욕심 때문에 누군가 굶주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서 나는 살고 있었다. 물론 그중 아무것도 진실이 아니었지만, 그때만 해도 나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오직 그 신념들이 내 정체성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나날의 일상이자, 정치적 행동 강령, 우주와 나의 관계를 규정하는 원칙이라는 사실뿐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버리고 내가 혐오를 느껴 왔던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중략) 참치를 먹었다. (중략) 나는 내 온몸의 세포, 글자 그대로 모든 세포 하나하나가 고동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세포들은 마침내, 마침내 먹을 것이 공급되는 환희를 느꼈다. (중략) 그 후 3주 동안 날마다 울었다. 그리고 날마다 고기를 먹었다. 먹은 다음에는 누워서 쉬어야만 했다. 재충전 과정이 너무 치열했기 때문이다. 마침내 그런 느낌이 사라지고 나는 우는 것을 멈췄다."
20년간의 비건 생활은 고통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키스가 그 20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생명 과정의 본질을 존중하고 파괴되어 가는 생태계를 지켜 내고 복원하고자 하는 근원주의적 열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키스가 비건이 되기로 한 것도 채식주의가 그러한 열망을 이뤄 줄 수 있다고 기대했기 때문이고, 오랫동안 붙들고 있던 그 희망 끝에 채식주의를 포기한 것도 채식주의로는 결코 그런 세상을 이룰 수 없음을 뒤늦게 깨달아서다.
"나는 내 생명, 내 몸이 이 땅을 먹어 치워 망하게 하는 주체가 아니라, 이 땅을 길러 내는 곳이 되기를 원한다. 가학이 발붙일 수 없는 곳, 폭력이 멈추는 곳 말이다. 그리고 생명을 길러 내는 과정의 첫걸음인 먹는 행위가, 살상이 아니라 보존의 행위가 되기를 원한다. 그 열정, 그 굶주림을 한 걸음 더 발전시키고자 이 책을 썼다. 동물 권리주의를 조롱하거나 더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을 비웃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이 책은 정의로운 세상을 원하는 우리의 본능적인 열망에 경의를 표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다. 연민, 지속 가능한 생존, 자본의 균등한 분배는 채식주의적 철학과 행동으로는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건 식단이 20년간 키스의 몸을 파괴하고 있는 사이 키스에게 진실을 말해 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키스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는 채식주의자들에게 "여러분은 이런 경험을 직접 하지 않아도 된다. 내 경험에서 배우면 된다."라고 말한다. 채식주의자를 향한 이러한 연민과 애틋함이 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이제 인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비건 시절보다도 더 깊어졌다
"담배의 해악에 대해 설교하기로 말하면 담배를 막 끊은 사람을 따라갈 자가 없다고들 한다. 구원을 받은 사람, 아니 깨끗한 공기를 새로 발견한 금연자들은 그 복음을 전하
고자 하는 욕구로 충만해 있다. 이 책에서 나는 결코 도덕적 우위에 서서 설교하려 하지 않았고 연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디 내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옳았다고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되었다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직면한 미래를 생각하고 지금 우리의 행동에 얼마나 많은 것이 걸려 있는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