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 [기타연주집 Vol.1 고백] 1995
01_고백 (a confession) 02_혼돈 (chaos)
03_애증 (love and hatred) 04_석양 (sunset)
05_기억 (memories) 06_불꽃 (a flame)
07_숙제 (homework) 08_비애 (distress)
09_숲속 (in the forest) 10_아들 (for my son)
김광석 이라는 이름만으로 1996년 1월 세상을 떠난 가수 故김광석의 음반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본 앨범의 주인공인 기타리스트 김광석은 섭섭해 할 지도 모르겠다. 이 앨범은 가수 김광석이 아닌 기타 연주자 김광석이 나이 마흔에 발표한 첫 개인음반이다. 가수 김광석과 동명이인이라는 핸디캡이 존재하지만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경력도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는 국내 일급 세션 기타리스트이다. 나이가 있는 만큼 역시나 미군부대에서 연주를 시작 이후 세션맨으로 지금까지 4000여장의 음반녹음에 참여한 베테랑이다.(80년대 후반 개그맨 최양락의 만화주제곡 트로트음반인 [최양락과 작품하나]에서도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을 정도) 또, 들국화의 공연 멤버로서도 활동했던 인물이기도 하며, 윤도현 주연의 영화 [정글스토리]에서도 잠깐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일급 세션맨 출신 연주자가 발표하는 첫 개인 앨범에는 그간의 다양한 연주인생을 정리라도 하는 듯 록과 퓨전 그리고 클래식한 소품에 이르는 기타연주를 두 글자의 제목에 담아 선보인 10곡이 담겨져 있다.
영적인 신디사이저 사운드를 배경 삼아 영롱한 일렉트릭 기타로 뽑아내는 조심스러운 음의 흐름이 인상적인 타이틀곡 '고백'을 시작으로 힘찬 드럼연주와 사물놀이와의 협연이 시도되는 '혼돈'에서는 한국적인 록사운드를 확인 할 수 있다. Gary Moore 스타일의 블루스 연주인 '애증'은 고독한 멜로디를 자랑하지만 시작부터 깔리는 신디사이저로 인해서 캬바레 분위기가 연상되는 아쉬움을 남긴다. 깔끔한 퓨전스타일의 연주곡인 '석양'에서는 기타, 베이스(이수용), 드럼(배수연)의 순서로 각각의 짧은 솔로 연주를 들을 수 있으며 이어지는 '기억'은 숙연한 신디사이저를 바탕으로 연주되는 어쿠스틱 기타 소품이다. 투박한 리듬의 하드록 연주곡인 '불꽃'은 연주 간간이 뽑아내는 하울링이 긴장감을 더해주며 피아니스트 김광민이 참여한 재즈연주곡 '숙제'에서는 멤버들 간에 자연스러운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이어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클래식한 연주곡인 '비애'와 '숲속'으로 진행이 되는데 '비애'는 국내 아코디언의 대가라는 심성락 선생의 연주를 함께 할 수 있다. 제목처럼 슬픈 멜로디에 감정을 배가시키는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더해져 영화 스코어를 듣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숲속' 역시 제목처럼 숲 속을 거니는 편안한 느낌의 감상적인 곡이다. 그리고 마지막 곡인 소박한 어쿠스틱기타 소품 '아들'로 기타리스트 김광석의 첫 음반은 마무리된다.
1995년 발매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국내에서 연주음반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상황에서 발매되었기에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음반이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한 장의 음반에 다양한 연주가 수록되어 있어서 다소 산만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불안한 국내 연주음악 시장을 감안한다면 집 팔아 자비로 제작했다는 이 앨범이 그의 생애 첫 음반이자 마지막 음반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한 장의 음반에 그의 모든 것을 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혼자만의 생각을 해본다. 결국 이 음반은 김광석의 다양한 연주를 다이제스트로 만날 수 있는 앨범으로 바라보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