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3는 BMW M이 갖고 있는 마력을 가장 충실히 표현한 모델이다. 8천 rpm을 손쉽게 넘나드는 V8 엔진과 찰나에 변속을 끝내는 7단 M-DCT는 M3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한다. 순발력은 물론 200km/h 이상의 영역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가속력도 인상적이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면 꿈틀거리며 튀어나가는 짜릿함도 맛볼 수 있다. 신형 M3는 전반적인 성능은 높아졌지만 이전보다 다루기 쉬워졌고 가격은 내려갔다.
글 / 한상기 (프리랜서 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BMW M GmbH의 고객 충성도는 모든 고성능 디비전을 통 털어도 가장 높다. 성능과 카리스마를 두루 겸비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BMW가 M 디비전을 런칭한 이후 많은 메이커들이 독자적인 고성능 버전을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도 M을 위협하는 존재가 없을 만큼그 위치는 굳건하다. 판매 대수는 비슷하지만 벤츠의 AMG조차 M과는 어느 정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M 디비전의 핵심 모델은 M3이다. M 디비전의 본격적인 볼륨 확장에 큰 기여를 했고 나아가서는 BMW의 스포츠 이미지를 이끌었다. 그리고 E36으로 넘어와서는 에브리데이 스포츠카라는 장르를 새로 정의했다. 매일 탈 수 있지만 정통 스포츠카 이상의 성능을 보유했던 M3는 수많은 마니아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종으로도 꼽히고 있다. 매년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M3의 상품성을 입증하는 부분이다.
M3는 E92로 넘어오면서 상당한 변화를 맞는다. 대표적인 게 파워트레인이다. 실키 식스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라이벌들의 변화에 따라 V8 엔진을 개발했고 SMG도 듀얼 클러치로 바뀌었다. 이 파워트레인은 M3에만 독점으로 쓰이고 있어 여전히 가장 사랑받고 공 들이는 BMW임을 알 수 있다.
EXTERIOR & INTERIOR 단단하고 암팡진 모습은 여전하다. 차체는 커졌지만 근육질을 연상시키는 디테일은 오히려 늘어났고 트레드가 넓어져 한층 당당해 보인다. 낮게 내려온 프런트 범퍼의 형상은 전방의 물체를 집어삼킬듯 하고 불쑥 솟아오른 보닛과 벤트의 디자인도 스포티한 스타일링을 주도한다. M3의 전통 중 하나인 사이드미러도 멋지다. 신형 M3의 사이드미러 디자인은 애프터마켓 제품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껏 멋을 부렸다. 와이퍼가 보닛 안쪽으로 가려졌더라면 흠 잡을 곳 없는 스타일링이 더욱 돋보이지 않을까 싶다.
볼만한 부분이 많은 M3 스타일링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카본-파이버 재질의 지붕이다. 무늬만 카본이 아니라 진짜 카본으로 지붕을 제작했다. 이 카본 루프 때문에 강한 인상이 더욱 강해 보인다. 카본 루프는 E36 M3 CSL에 선보였던 것이지만 이제 일반 M3에도 적용된다. 장점은 역시 무게 중심을 낮추는 것이지만 디자인적인 요소도 빼놓을 수 없다. 외관에서 M3 로고는 단 2개 뿐이지만 3시리즈와 헷갈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알로이 휠은 옵션으로 19인치도 준비되지만 시승차는 18인치이다. 타이어는 앞-245/40, 뒤-265/40 사이즈의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로 다른 BMW와는 달리 런플랫이 아니다. 아무래도 안전을 약간 양보한 대신 성능을 우선시한 선택이다. 런플랫 타이어는 일반 제품 보다 중량이 많이 나간다.
B 필러가 운전석 뒤로 있는 쿠페는 안전벨트 착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M3는 그런 점을 감안해 문을 열고 닫을 때 길쭉한 막대기가 튀어나와 안전벨트를 운전자 쪽으로 밀어주는 기능도 있다.
실내만 본다면 M3는 3시리즈의 고급형 같은 모습이다. 외관만큼의 긴장감은 흐르지 않는다. 고성능이지만 일반 BMW와 다름없이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3시리즈와 비교 시 카본 트림 정도만이 다를 뿐이다. M3 성격에 i드라이브는 호사스럽다고 느낄 정도의 옵션이며 글로브 박스에는 USB 단자도 있다. 시트는 의외로 푹신하고 특히 등받이의 쿠션이 예상 보다 많다. 좌우 서포트를 조절해 옆구리를 조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이 시트의 서포트를 최대한 조일 경우 달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절로 생겨난다.
실내에서 독특한 부분 중 하나는 기어 레버이다. 꼭 수동변속기처럼 생긴 기어 레버는 옆으로 젖히면 N, 그 상태에서 위로 올리면 R로 변환된다. 그리고 N에서 오른쪽으로 젖히면 D, 한 번 더 젖히면 수동 모드이다. 특이한 것은 P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어 레버를 조작해 P로 이동할 수 없다. M3 변속기의 P는 시동을 끄면 저절로 전환되는 방식이다. 따라서 정차 중에는 N에 놓고 주차 브레이크를 당겨야 한다. 사람에 따라 중요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의외로 넉넉한 2열 공간도 장점으로 꼽고 싶다.
POWERTRAIN & IMPRESSION 아이들링 시 엔진은 나지막이 베이스 톤이 깔리고 2천 rpm 내외까지는 이 ‘조용함’이 유지된다. 하지만 가속 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아도 회전계 바늘이 튕기듯 솟구친다. 고회전 자연흡기의 특성상 회전수가 오르기까지는 약간의 지체 현상은 있는 편이다. 고회전에서 나오는 강력함을 생각한다면 4천 rpm 이하에서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4천 rpm을 넘게 되면 레드존까지 순식간에 바늘이 치솟고 수동 모드에서는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연료 차단을 경험해야 한다. 숏 스트로크 방식의 V8 엔진은 8천 rpm 이상에서도 별 스트레스 없이 매끈하게 회전해 더 돌리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이다. 더블 바노스가 작동하면서는 힘의 증가와 함께 엔진 사운드도 과격하게 변한다.
M3는 강한 엔진의 힘을 고려해서인지 각 단의 기어비가 균등하게 배분된다. 1, 2, 3, 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약 55, 100, 150, 200km, 반면 5단의 최고 속도는 240km/h로 3, 4단의 간격 보다 좁다. 이럴 경우 엔진의 힘만 충분하다면 고속에서도 뛰어난 가속력을 보이는데 M3가 바로 그런 경우다. 톱 기어비가 1.000일 경우 최종 감속비는 상당히 낮게 설정되는데 M3는 3.15로 높은 편이다. 기어비만 봐도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의 가속력까지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세팅 때문에 고속에서의 가속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 M3는 200km/h을 넘어서도 전혀 지칠 줄 모르고 약간 과장한다면 200→250km/h 구간이나 150→200km/h 사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계기판 상으로는 6단 270km/h에서 속도 제한이 걸리는데 여기까지 달려 나가는 기세를 보면 300km/h도 충분할 듯싶다. 시승차에서 아쉬운 점은 고속 주행 시의 진동이다. 리어 타이어가 거의 다 닳아 있어서인지 200km/h을 넘을 즈음부터 시트와 스티어링 휠로 진동이 전해지고 속도가 높아지면 더 심해진다.
BMW의 첫 듀얼 클러치 7단 M-DCT는 엔진만큼이나 뛰어나다. M3의 M-DCT는 V8 엔진의 9천 rpm에 대응할 수 있는 첫 번째 듀얼 클러치로 총 11개의 드라이브 모드가 내장된다. D는 5단계 모드가 내장되고 확인은 계기판 인디케이터의 눈금으로, 세팅은 기어 레버 뒤의 버튼으로 실행한다. 가장 부드러운 모드는 D1이고 그 다음부터 조금씩 스포티해지는 식이다.
D1의 경우 일반적인 승용차 보다 조금 스포티한 정도로 매우 부드러운 변속을 제공한다. D1으로 다니면 그냥 3시리즈 같다. 가속 페달을 약하게 밟으면 시프트 업 자체도 빨리 진행돼 60km/h만 돼도 7단에 기어가 물린다. 또 회전수가 1,300rpm까지 떨어져도 7단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D5에서는 가능한 적극적인 변속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듀얼 클러치의 변속 시간은 사실 대동소이하지만 M3는 더 빠르게 느껴진다. 특히 다운시프트 시 회전수를 보상하면서 기어를 내리는 능력이 대단히 뛰어나고 시프트 패들을 연속으로 작동할 때도 반응이 빠르다. 변속기의 성능과는 별도로 시프트 패들의 반응이 느린 차가 종종 있는데 M3의 7단 M-DCT는 다르다. 시프트 패들로 변속할 경우 곧바로 수동 모드로 전환되고 다시 자동으로 변환이 되지는 않는다.
D 모드 변환을 원한다면 레버를 오른쪽으로 한 번 젖혀서 변환해야 한다. 기어가 바뀔 때는 약간의 소음과 충격이 전해진다. R-N-D 사이를 오갈 때는 충격도 있는 편. 포르쉐도 그렇지만 이정도 출력의 엔진을 받아내는 듀얼 클러치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싶다.
이전의 SMG처럼 신형 M3의 7단 M-DCT에도 런치 컨트롤이 준비된다. M3의 런치 컨트롤은 포르쉐 보다 약간 더 복잡하다. 런치 컨트롤 사용을 위해서는 우선 M 버튼을 눌러 변속기 프로그램을 가장 상위 모드로 전환하고 기어도 수동 모드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DSC도 해제해야 한다.
이 상태에서 기어 레버(또는 시프트 패들)을 위로 밀고 있으면 계기판에 런치 컨트롤이 준비됐다는 깃발 표시가 뜬다. 그리고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면 엔진 회전수는 자동으로 5천 rpm 내외를 유지하고 밀고 있는 기어 레버를 놓으면 꿈틀거리면서 앞으로 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타이어의 슬립은 아주 약간 발생하는데 전문 드라이버처럼 가장 빠른 순발력을 위한 것이다.
회전수를 높게 띄우고 있어도 클러치의 슬립은 정말 찰나에 불과하고 노면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뒤가 좌우로 흔들리는 짜릿함까지 제공한다. 튀어나가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프트 업과 꺼진 DSC를 다시 켜는 것이다. 안전을 생각한다면 출발 후 곧바로 DSC를 켜는 것이 좋지만 워낙 회전수가 빠르게 솟구치기 때문에 처음에는 그럴 겨를이 없다.
포르쉐처럼 M3의 런치 컨트롤도 유온이 적정선에 올라와야 하고 과열된 상태에서는 기능이 실행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고회전 변속을 거듭하다 멈춘 뒤 런치 컨트롤을 사용하고자 할 때는 좀처럼 깃발 표시가 뜨지 않는다. 기자도 주행 후 약 10분을 기다린 후에야 런치 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었다. 모든 종류의 변속기에서 런치 컨트롤 같은 상황의 출발은 클러치에 대단한 스트레스가 가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조치이다. 막 사용하다 수리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일반적인 자동차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기능이기 때문에 사용이 제한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DC의 노말 모드는 변속기의 D1 모드만큼 편안하다. 구형을 제대로 타 본적이 없어서 얼마나 부드러워졌는지 가늠하긴 힘들지만 EDC의 노말은 누구나 좋아할 만큼 편하다. 기본적으로는 단단한 가운데 한 줌의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고 승객이 불쾌하지 않을 만큼 충격을 잘 걸러준다.
EDC를 가장 단단히 세팅하면 노면의 충격이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지만 이 역시도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스티어링의 M 버튼 하나만 누르면 EDC와 파워, 변속기의 프로그램이 가장 상위 단계로 한 번에 세팅된다. 갑자기 달릴 일이 발생했을 때를 위한 BMW의 배려인 셈이다. M 모드 시에는 차의 모든 부분 뿐 아니라 연료 게이지 바늘의 반응도 날카롭게 변한다.
핸들링은 매우 정밀하고 스티어링 중심 부분이 민감해 연속되는 코너도 손쉽게 제압이 가능하다. DSC는 M3의 성격에 비해서는 비교적 일찍 개입하지만 일(?) 처리는 아주 세련됐다. 예를 들어 한 쪽 휠의 접지력이 부족해 차가 중심을 잃을 경우 곧바로 제동을 걸어 자세를 바로 잡는 모션이 매우 깔끔하다. 이럴 때는 꼭 자신의 운전 실력이 좋아진 것 같은 착각도 발생한다. 이런 전자 장비 보다 더 든든한 것은 브레이크인데, 속도가 실감나지 않을 만큼 빠르게 차를 멈춰 세운다. 특히 200km/h를 훨씬 넘는 속도에서의 급제동에서도 안정적인 좌우 밸런스가 인상적이다.
M3는 BMW 집안의 귀한 자식이다. 세단 베이스의 모델에, 연간 1만대 정도의 판매 모델에 이렇게 전용 엔진과 변속기를 몰아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M3의 가치가 더욱 빛나고 데뷔 2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클래스 1위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아닌가 싶다.
BMW M3 주요제원 크기 전장×전폭×전고 : 4,615×1,804×1,418mm
휠베이스 : 2,760mm
트레드 앞/뒤 : 1,540/1,540mm
차량 중량 : 1,630kg
공기저항계수(Cd) : ---
엔진 형식 : 3,999cc V형 8기통 DOHC
보어×스트로크 : 92.0×75.2mm
압축비 : 12.0:1
최고출력 : 420ps/8,300rpm
최대토크 : 40.8kg.m/3,800rpm
중량 대비 출력 kg/ps: 3.88
리터당 출력 : 105마력
이산화탄소 배출량 : 276.4g/km
구동방식 : 뒷바퀴굴림
트랜스미션 형식 : 7단 M DCT
기어비 : 4.780/2.930/2.150/1.680/1.390/1.200/1.000/ 후진 4.450
최종감속비 : 3.150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5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V.디스크
스티어링 : 랙&피니언
성능 0-100km/h : 4.6초
최고속도 : 250km/h(속도제한)
최소회전반경 : 5.9m
타이어 : (앞/뒤) 235/40ZR18//265/40ZR18
연비 : ---km/ℓ
연료탱크 용량 : 63리터
가솔린 옥탄가 : -----
차량가격 기본형 : 9,590만원
고급형 : 1억 290만원(VAT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