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5월, 한 공군 대대장의 지휘 아래, 우리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공놀이가 탄생했다. 이 공놀이는 당시 공군본부에서 시행한 창안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30만원의 상금과 함께 대대원들에게 불고기 파티를 선사했고, 이후 전(全) 군에 알려져, 삼군(三軍) 모두가 즐기는 일반적인 운동이
되었다.
군 시절 이를
즐겼던 전역자들에 의해 사회에도 널리 보급되어 90년대 들어 협회창립과 함께 대한민국 성인 남자라면 누구나 해보았을 생활체육으로 성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 자랑스러운
공놀이의 이름은 우리의 '족구'다. 족구가 창안된 것이 어느덧 반세기, 1992년 '한강사랑 전국 족구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수많은 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 속에서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탄생했고 이들은 코트를 아름답게 수놓으며 족구를 사랑하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그런
스타플레이어들 중 우리의 족구를 빛낸 10인의 인물들을 선정해 연재해 보고자 한다. 선정 기준은?
과거 최강부 선수 였었거나, 현재
최강부
선수라는 것 밖에 없다. 나머지는 내 맘대로다. 하지만 제아무리 내 맘대로라고 해도 10인의 인물을 선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과거 접했던 수 많은 영상들에 의존한 짧은 지식으로 쓴 글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족구계의
요직에 있는 사람도 아니고, 딱히 큰 영향을 미치지도 못하는 인물인 만큼 여기에 선정되었다고 자랑스러워 할 이도, 선정되지 않았다고 실망할 이도
없을 것임을 잘 알기에 더더욱 내 마음대로 선정해 보았다.
연재 순서는
선수들의 경중에 따른 순서가 아닌 나열번호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지난 시간 동안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선수들을 잠시나마 기억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1) '좌종일,
우상수' 임종일, 여상수
'좌종일,
우상수' 이 신조어를 들어보지 못한 족구인이 있을까? 대한민국 족구계를 대표하는 전설의 수비라인, 최강의 수비라인, 환상의 수비라인. 그 어떠한
화려한 수식어도 이들에게 결코 아깝지 않을 것이다.
'하늘은
어찌하여 공근을 낳고 공명을 낳았단 말인가.'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의 고전 삼국지에서 주유가 적벽대전 당시 제갈량에 패해 화병을 얻어 죽어가면서
남긴 최고의 명대사(?)처럼 초창기 족구인들에게 이들과 동년배라는 사실은 그야말로 한스러웠을 것이다.
정확한 리시브는
기본, 강한 안축차기, 화려한 넘어차기, 뛰어차기를 하는 상대 공격수들의 어떠한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안정된 수비로 모두 받아내었다. 이렇게
받아낸 공은 세터 김용호에게 연결되었고, 김용호는 특유의 톡 갖다 올려주는 토스, 그리고 이어지는 백경환의 스파이크는 당시 '현대자동차
족구단'을 전국 최강의 족구팀으로 군림하게 만들었다.
어떤 종목을
불문하고 강력한 수비를 이야기할 때 '철벽수비'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족구계에서 이러한 수식어가 가장 어울렸던 수비라인이 바로 임종일,
여상수였다.
▲이들이 함께하면 전설이
된다.(사진출처: 전성배의 족구매거진)
하지만 이들을
'족구를 빛낸 10인의 인물'에 선정한 것은 비단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은 그
누구보다도 족구를 사랑했다. 대회가 열리면 10개도 안 되는 팀이 참가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팀들조차도 탈퇴를 거듭해 존폐위까지 몰려 있었던
최강부를 위해 단 한 팀이라도 더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4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강부에서 아들 뻘되는 선수들과 당당히 겨루며 몸이
부서져라 뛰었다. 상금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하는 세태 속에서도 어린 선수들에게 체력적으로 밀려 입상은 힘들었지만 족구의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최강부의 활성화'를 위해 뛰었다.
그리고 족구에
관한한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임했다. 다른 팀 선수들은 모두 츄리닝을 상의에 걸치고 뛸 정도로 추운 날씨 속에서도 단 한 번도 현대자동차
족구단의 노란 유니폼 위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항상 규정된 유니폼만을 착용한 채 경기에 임할 정도로 족구에 관한한 청교도적인 삶을 살았다.
축구를 비롯한 다른 엘리트종목 선수들이 날씨가 아무리 춥다고 해도 규정된 유니폼만 입듯이 '우리 족구 선수들도 각자가 우리 족구의 권위를 함께
세우자'라고 하는 후배들을 향한 무언의 메시지는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이제 세월이
흘러 어느덧 50대에 들어선 이 두 선수는 '현자싼타페 족구단' 50대부에서 활동하며 족구를 계속하고 있다. 족구는 '공격수 놀음'이라는 편견을
깨고 수비수의 존재가 족구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일깨워 준 두 선수. 실력에서도 족구에 대한 자세에서도 우리의 족구를 가장 아름답게 빛내 준
선수들이 아닐까 싶다. 어느 덧 시간이 흘러 수많은 멋진 수비수들이 등장했지만 내 마음 속의 최고의 수비수에 이 두 선수의 이름을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후배 선수들이
이 두 선수의 족구를 향한 마음가짐을 본 받는 다면 우리 족구는 더욱 아름답게 빛날 것이다. 많은 후배 선수들의 귀감이 된 이 두 선수의
50대부에서의 활약과 함께 화려한 비상을 기원해 본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