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반전(反戰) 영화였다.
차분하고 조용하나 메세지가 강력한 영화다.
'싸우고자 하는 의지를 무장 해제시키는 힘'을 보았다.
1차 대전 중이던 1914년 12월 24일, 프랑스와 영국, 독일군이 배치된 상황에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의 노래가 퍼졌을 때
실제로 '고요'와 '거룩'이 임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 같은 실화를 영화로 만들었기에 보는 내내 '힘들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죽은 자에 대한 예의까지 찾아주는 아름다운
전개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자가 갖게 될 죄책감과 트라우마도 걱정하지 않게 해 준
친절한 영화였다.
이것이 정말 실제인가? 사실 말도 안되는 전쟁 속의 '평화'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시선이 강하게 머문 세 부류의 사람이 있었다.
첫째는, 영국 청년 형제들이다. 무료한 일상에서 뭔가 자극적인 경험이 되지 않을까 해서 전쟁터에 나온 형제이다.
형의 죽음에 비겁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동생은 어머니께 거짓 내용의 편지를 적어간다.
그리고 밤새 눈 위에서 형의 시체 옆에 누워 자던 모습은 강렬하리만큼 짠하다. 그러다가 독일인 줄 알고 아군을 향해
사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관람자는 '아 ~ 안타깝다'는 한숨이 터져 나오지만 그를 결코 탓할 수 없다. 돌을 던질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독일군 오페라 부부 가수는 프랑스로 망명신청을 한다. 누가 탓하랴? 욕 할 수가 없다. 또 신부님은 사제복을
벗고 신부의 길을 포기했다. 독일군을 죽여야 한다는 내용의 말씀을 전하는 사제관의 명령을 불복종했던 것이다.
국가와 민족의 위기 앞에 각자의 삶이 없어야 한다는 논리가 무너지는 장면이다. 각 사람의 입장이 다 존중될 수 밖에!
이 영화에서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예술이다. 불안과 두려움속에 나를 잠시 고향으로 가족에게 데려다 주는 가족사진,
그림, 그리고 하나되게 하는 음악이다. 예술은 극한 상황에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임이 틀림없다.
영화 쇼생크탈출, 인생은 아름다워, 타이타닉,공동경비구역JSA에서도 비슷한 장면들이 있다. 특히 음악 같이 인간의
정신과 영과 혼을 그 장소에서 하나로 만드는데 보다 더 좋을 것이 없을 것이다.
살아온 환경과 언어가 달라도 음악은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다.
적막한 공포에 울려퍼진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알리는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은 천지창조때로 거슬러 올라간
영적 공간 이동이 아니었을까?
과연 우리는 북한과 이런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까?
오늘 65년만에 뚫린 '평화의 길' 남북 DMZ도로가 연결되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우리는 서로 불편한 이웃, 가족, 인간관계에서 이렇게 만날 수 있을까?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셨으니,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 오셨으니, 우리 안에 평화가 임할 수 있으리라 ~
여러분 ~ 메리크리스마스 ! Joyeux Noel !
2018.11.22 상생시네마클럽 ㅣ 정희용 진행 ㅣ 글 오드리햇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