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님의 말 :
얼마전부터 계획 하고 있던 이번 일에 난 극도로 열심히 추진해 왔다. 그 계획을 실현 시킬 바로 오늘. 나의 꼬임에 공교롭게도 손 쉽게 넘어온 그에겐 참으로 고마운 마음은 가지고 있다. 미안하지만 당신의 여생은 오늘까지네요. 안녕- 훗. 꽤나 지조 있는 웃음으로 그의 옷깃에 직접 제조한 향수를 뿌려 놓고 숨겨 놓았던 칼을 꺼내 들었다. 늘 이맘때면 하늘 높이 상승해 날아 오를 듯한 엄청난 기분에 사로잡힌다. 아..그래 이 냄새. 이 붉은 혈흔들. 마음껏 흘러 넘치는 붉은 혈흔에 시선을 옮긴다. 곧 비릿한 피 비릿내가 방 안을 지배했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 곳을 빠져 나왔다. 자.. 다음 타겟을 잡으러 가볼까. 그동안 발걸음을 뜸 했던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오늘도 나는 내 손에 아름답게 죽어나갈 얍실한 눈빛을 즐기기 위해 바쁘게 눈을 움직인다. 난 살인자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멈추고도 싶었지만, 살인 이란 막중한 일은 어느새 나에겐 게임일 뿐이다. 하나같이 꼬임에 넘어와 어떻게든 날 갖겠다고 허우덕 거리는 끼임새 하며 그 잘난 배경들에 헛웃음만 날려 줄 뿐이다. 좀 잘났다 싶은 상대를 골라 잡아 시원하게 찔러 죽일 때. 그 쾌락은 그 어느것 보다 나에겐 활력소 같다. 왠지 모를 끌리는 묘한 저 남자. 아무래도 다음 희생자는 저 남자일듯 싶다. 이번엔 어떤 방법으로 재미를 좀 볼까나. 그에게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간다. 자신 있다는듯 제 특유의 웃음을 흘리며 성큼성큼 다가서 가까워진 그에세 시선을 보냈다. 날 좀 봐. 그래. 옳지. 마치 맞추어진듯 일사천리로 진행 되는 지금의 상황이 즐겁다. 손에 들고 있던 칵테일 잔을 떨어 트렸다. 일부러 그와 부딫히면서. '쨍그랑-' 하며 바닥으로 낙하 한 유리잔은 산산 조각이 나 있었고 나는 놀란척 미안한척 연기를 한다. " 어후..죄송해요 옷이 다 젖었네? " 그의 옷이 젖었다. 손을 뻗어 탈탈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 괜찮아요? "
정윤호 님의 말 :
만들어진듯 짜맞춰져서 돌아가는 물레바퀴.내 인생을 빗대기에 아주 적절한 용어.부모님의 손에 놀아나며 살아온 나는 그들이 원하는 훌륭한 아들이자 남자가 되어있었다.내가아닌 만들어진 내가 유일히 나자신이 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밤뿐.오늘도 간단하게 회사 일을 마치고 클럽으로 걸음을 옮겼다.가끔 적절한 상대를 찾아 원나잇을 하는 것도 즐겼지만,이렇게 앉아서 사람 구경하는것도 즐기니깐.익숙하게 바텐더에게 눈인사를 건내자 그가 웃음을 지으며 데킬라를 건냈다.워낙 독한 술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살짝의 입가심으로 들릴때마다 몇잔을 마시지만 오늘은 왠지 술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화려한 조명과 시끄러운 음악이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있을 때쯤 울리는 휴대폰의 진동에 액정을 보니 평소에는 연락도 하지 않는 형의 번호.반갑지 않은 연락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지만 밖으로 나갈 구실이 생긴 것과 같았다.울리는 휴대폰을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바텐더가 벌써 가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온다.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전하고 빽빽하게 늘어선 사람들의 열기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쉴새없이 움직이는 사람들의 몸짓을 피하고 피해 출구로 걸어가는 도중 시야에 들어선 한 남자.새하얀 얼굴에 커다란 눈은 고양이처럼 매혹적인 모양이었다.빛나는 조명에 색다른 이채를 띄고있는 그의 눈은 내 몸을 삼킬듯이 진득하게 붙어왔다."..하?" 지나치게 부딪쳐오는 끈질긴 시선에 의아함을 잠시 담았지만 곧 지랄맞게 울리는 진동의 느낌에 시선을 돌려 입구로 직행하는 찰나, 어느새 다가온 남자의 몸과 꽤나 빠르게 움직이던 내 몸이 부딪쳤다.유리깨지는 소리와 함께 조금은 몰려진 시선.잔에 있을 때에는 예쁜 색을 띄었던 칵테일이 하얀 와이셔츠에 뿌려지자 이상한 색으로 변했다.축축한 느낌에 인상을 찌푸리며 와이셔츠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을때 남자의 듣기좋은 미성이 귓가에 울렸다. " 괜찮아요? " 놀란듯 옷에 뭍은 칵테일을 하얗고 얇은 손으로 털어내는 손짓에 얇은 팔목을 손으로 잡아떼내며 입을 열었다."괜찮습니다,"끈적한 액체의 느낌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지만 애써 표정을 피며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김...재중? 그가 누군지 깨닭은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어왔고, 멍하니 그의 하얀 얼굴에 시선을 고정했다.
김재중 님의 말 :
손을 떼기도 전에 먼저 그의 손이 내 손을 떼어냈다. 주위의 시선과 더불어 내 앞의 남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입가엔 웃을듯 말듯한 움직임이 일렁였지만 애써 참아내고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다시 미안한 얼굴을 하고서 말을 이었다. " 미안해요. 어디 급하게 가시는것 같던데.." 남자의 얼굴에 가만히 시선을 꽂아 두자 나를 보는 눈빛이 뭔가 묘했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거지? 어쩐지 낯빛이 뭔가 끌리던게 찜찜함이 남긴 하지만 이미 잡은 고기를 놓치긴 싫으니까. 남자의 말이 이어지기 전 그 짧은 시간에 내 머릿속은 벼래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이 후로는 어떻게 구워 삶을까 하는. 남자의 젖은 셔츠에 스치듯 시선을 두었다가 깨진 유리잔을 보았다. 젠장.. 오른손을 들어 웨이터를 불렀고, 곧 웨이터가 왔다. 대충 경황을 아는듯 한 얼굴에 보기좋게 웃음을 지어주곤 자연스럽게 어깨를 두드렸다. " 귀찮게 해서 미안. " 귓가에 나직히 속삭여 모면하곤 가볍게 볼에 입 맞춰 주었다. 아직 멍한것 같은 남자에게 시선을 돌리자 일단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도 만날 구실을 만들어 놔야지. 남자의 옷깃을 살짝 쥐어 당기곤 입을 열었다. " 차에 여분의 셔츠가 있는데. 그거라도 입으세요. 이건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 " 발걸음을 옮겨 클럽 밖으로 그와 함께 나와 차가 있는 쪽으로 갔다. 차 문을 열고 셔츠를 찾았다. 흠.. 분명 여기 뒀었는데..? 아, 찾았다. " 여기.. " 통해야 할텐데.. 하는 약간의 걱정을 안고서 포장 부분을 매만지며 그에게 넘겼다.
정윤호 님의 말 :
" 미안해요. 어디 급하게 가시는것 같던데.." 귓가에 들리는 듣기좋은 음성.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내 인생의 한부분을 한번에 뒤엎은 녀석을.정확히 말하자면 녀석과 나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나의 첫사랑이었다. 지극히도 노말이었던 나였지만 순식간에 녀석에게 빠져들었고, 졸지에 나는 게이가 되어있었다. 뭐, 그 과거로 인해 지금도 노말과는 거리가 멀어져 지금 이 곳에 있지만.녀석은 달라진게 없었다. 옛날과 같이 하얀 피부에 살짝 올라간 눈꼬리 그리고 17살의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지독히도 검은 눈동자. 하얀 손을 들어올리며 웨이터를 부르는 녀석의 몸짓에 혼자만의 생각에서 벗어났다. "차에 여분의 셔츠가 있는데. 그거라도 입으세요. 이건 세탁해서 돌려드릴게요." 녀석의 손길이 옷깃이 닿았다. 옅은 녀석의 향이 코끝을 맴돌았다.아아, 그래. 예전에도 그랬었지. 나는 녀석에 관한 일에는 지독히도 약해졌었다.그리도 지금도 달라진 건 없었다. 눈에 뻔히 보이는 녀석의 작업에 속수무책으로 당황해서 끌려다니는 꼴이라니..입가에 씁쓸한 웃음을 지어올리며 클럽 밖으로 나왔다." 여기.. "차가 놓여져 있는 곳으로 다가가 하얀 셔츠를 넘기는 녀석의 하얀 손을 물끄러미 시야에 담았다. 어떻게 달라진게 하나도없지. 이렇게 지독히도 나를 자극하는 것까지.. 녀석에 한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셔츠를 받아들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이놈의 성격이 문제였다. 사무적인 목소리 그걸로 끝. 유머라고는 털끝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는 빌어먹을 성격..9년전과 같이 녀석의 전부에 반응하고 있는데 밖으로 나오는 말은 저것뿐이라니..한심스러운 생각에 자리에 굳은것처럼 서서 그를 응시했다. 그전과 같이 그가 나에게 접근하길 바라며.
김재중 님의 말 :
내민 손이 부끄럽지 않게 금방 받아드는 남자의 손이 참 무뎌 보였다. " 감사합니다." 간결한 그 음절의 귀를 자극하는 음성이 들리며 그의 시선이 나에게 닿았다. 훗. 역시 뭇 다른 사내들과 같은과인가? " 아뇨, 제 잘못인걸요.. 통성명은 해야죠? 김재중이에요 " 보기좋은 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도 따라 이름 석자를 떡 하니 불러 주었다. 정윤호? 정윤호라.. 잘 어울리는 이름이네. 빨리 그 젖은 셔츠나 벗으시지 정윤호씨. " 갈아입고 젖은 셔츠 주세요 얼른. " 한 두어걸음 정도 가까이 다가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려 클럽 쪽으로 돌려 세웠다. " 기다리고 있을게요 " 잘생긴 턱선에 절로 시선이 갔다. 생긴거와 다른듯 어울리는 그 간결함이 왠지 맘에 들었다. 앞으로 차후의 귀찮을 거림이 없을것 같으니까 말이다. 등떠밀어 그를 클럽으로 보내놓고 다시 차로 다가갔다. 내 턱을 쓸어 만지며 그를 기다렸다. 얼마 안되 그가 돌아왔다. 참.. 내 의지대로 따라주는 꼬락서니 하고는.. 그가 보지 못하게 비린 웃음을 지어냈다가 다시금 얼굴을 고쳐냈다. 그가 좋아할 만한 보기좋은 얼굴을 하고서 아무것도 모르는척. 즐겁게 접근한다. 이번 일은 상당히 재미좀 보겠는걸. " 다행히 잘 맞네요. 맘에 안들어도 참아줘요 윤호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