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알비노이,의사

[Miloow]

김재중 님의 말 :
-------------------------------------------------------------뿅
김재중 님의 말 :
올해로 내 나이 스물넷. 아니 태생년도를 따르면 스물셋 이다. 보육원에서는 한창 독립하고도 남았을 나이 라고들 하는데 무슨 이유 때문일까 여태 나는 이 곳에 남아 있었다. 친 부모님 마냥 한결같이 날 잘 대해 주시는 원장님 내외와 돌봐줬던 선생님들 같이 울고 웃고 기뻐하고 지내는 보육원 친구들. 내 또래 아이들은 이미 몇년전에 다들 독립 한답시고 보육원을 떠나고 나 혼자 남아 선생님들 일손도 도우며 나보다 어린 아이들과 함께 어울린다. 내 증세가 얼마나 어떠한지는 잘 몰랐지만 어렸을적 예닐곱살때 원장 선생님께 내 병에 대해서 들은바가 있다. 아마 그때쯤 이 보육원에 왔다고 알고 있다. 선생님은 내가 갖 초등학교에 들어가던 날 일러주셨다. 넌 다른 아이들과 달리 자그마한 병이 있다고.. 심하지는 않지만 자폐증세에 알비노이란 병을 가지고 있다 하셨다. 어느샌가부터 나도 내가 환자인것은 잘 알고 있었다.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심한 상태에 극달하진 않았지만 어느날 학교서 발표회가 있었는데 열심히 준비한것 치고는 말이 서툴렀고 반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어 된통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게 얼마나 싫었는지 마음과는 달리 안따라주는 언어소통을 하려 악을 썼고 그나마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일반인과 다소 차이가 있다만 나름대로 만족 할 수 있었다. 밖에 정신없이 놀러나간 어린 친구들을 찾으러 놀이터에 갔다. 옹기종기 모여 뛰어다니며 여기저기 웃음 소리가 울려 퍼짐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 뛰어가 같이 어울린다. 뛸 때가 가장 좋은것 같다.
정윤호 님의 말 :
내 어릴적은 솔직히말해서 풍족했다. 박사학위에 오르신 내 아버지와 꽤나 유명한 해외 모델인 어머니. 그 사이에서 태어난 나는 부유한 환경에서 부족한 것 없이 자라났다. 내 이런 환경을 부러워 할 사람들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내 어린시적은 외적으로 완벽했을뿐. 기억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었을때 쯤. 그 어렸을때 내 아버지는 처음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를 데리고 놀이터로 향하셨었다. 늘 바쁘신 부모님이었기도하지만, 거의 어머니의 권유로 어릴적부터 시작한 과외수업이 끝나자마자 내 아버지는 내 손을 잡고 놀이터로 와서 내게 놀라운 이야기를 해주셨다. 어렸던 나로써는 이해 할 수 없었던.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 일 수 밖에 없었던 그런말. 내 아버지는 호모였다. 그가 자기 입으로 말하기도 했지만 어릴적 흐릿한 기억속에 그는 늘 어느 예쁘장한 남자와 함께였다. 삼촌이라 칭하며 늘 그를 좋아했던 나였지만. 난 아버지의 말을 듣고 더이상 그를 따를 수가 없었다.내 어머니는 아버지의 돈과 권력을 보고 접근해왔고. 집안의 사정에 의해 결혼을 하게 된 아버지는 외적으로만 행복한 집안의 가장이었었다. 아마도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나를 싫어하셨을지도. 아버지와 매우 닮은 나를 그녀는 한번도 자신의 품에 안지 않았었다. 뭐.. 대충 외양적으로 완벽한 소년기를 보내고 나는 유전자의 영향때문인지 아니면 지독한 과외때문인지 한국에서 손꼽히는 의사가되었고, 현재 지금. 고리타분한 연구발표회를 위해 지긋지긋한 이 곳으로 출장을 온 것이다. 어릴 적에 내가 살았던 이 곳은 내가 서울로 독립하고 나서는 한번도 들리지 않은 곳이기도 했다. 호텔에 들어서서부터, 아니 차에서 내려서부터 답답했었던 가슴을 조금이나 풀기 위해 난 아버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추억을 보냈던 그 놀이터로 향하고 있었다.
김재중 님의 말 :
"하아.." 놀이터에 도착 하자마자 나를 잘 따르는 아이들과 어울려 뛰어 놀았더니 숨이 가빴다. 목이 찢어질것 같은 숨가픈 고통에 허리를 숙이고 양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는 동안 몽실몽실 귀엽게 생긴 남자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왜 그러냐며 물었고 헉헉 대며 숨을 고르던 나는 고개를 들어 아이를 쳐다보았다. 애써 보기좋게 웃음을 띄워주곤 안심 하라는듯 잔뜩 걱정서린 아이의 얼굴 위로 내 손을 올려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고 놀이터 이곳저곳 뛰어다니며 정신 없이 노는 아이들의 모습에 빠진냥 있었다. 다리가 후들후들 거리길래 좀만 쉬었다 가야지 하는 생각으로 뒷일로 미뤄두곤 모래바닥 위로 털썩 앉아 옆자리를 탕탕 치며 아이를 쳐다보았다. 흩어져 있는 아이들에게 곧 들어가야 된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상당히 난감했다. 목소리가 또 나오질 않아 한숨을 길게 내쉬고 내 옆에 앉은 아이를 끌어 안았다.
정윤호 님의 말 :
꽤나 늦은 시간이기에 아무도 없겠지..하며 가볍게 향한 놀이터는 꽤 많은 아이들이 차지한 채로 시끄러운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릴적부터 조용한 것에 익숙한 나로서는 그다지 탐탁지 않았지만. 보수공사만 여러번 했는지 색만 바뀐 놀이터 기구들이 시야에 들어서자 나도모르게 찌푸렸었던 미간을 풀고 서있었다. 신나게 떠들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은 어릴적 나는 가질 수 없었던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듯 해맑게 웃고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뛰노는 아이들을 살펴보자 문득 담배가 그리워졌고 나는 망설임 없이 바지 뒷 주머니를 뒤적거려 담배각을 꺼내어들었다. 담배각을 손에 쥐고 엄지로 한대를 밀어올려 입에 무는 내 시야에 익숙한 옆모습이 들어왔다.음...낯이 익는데..... 가뭇가뭇하게 바래진 기억이 머릿속을 치고 올라왔지만 기억은 쉽사리 떠올르지 않았다. 정말. 거짓말하나도 안보태고 새하얀 피부에 옅은 입술..그리고 붉은 기 도는 검은 눈동자.......문득 떠오른 얼굴에 나는 녀석의 이름을 입에 올렸고 그와 동시에 입에 물고있던 담배는 놀이터 바닥으로 볼품없이 떨어지고 말았다. "...김재중?"
김재중 님의 말 :
앉아있던지 얼마 안되 날 찾는건지 두리번 거리며 수근덕 대는 아이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에 그저 귀여움에 웃음만 새어 나왔다. 스물스물 지렁이 움직이듯 속에서는 자꾸 원장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밥 먹어야 되니까 아이들 데리고 빨리 오라고. 더이상 늦장 부려선 안될것만 같은 생각에 모래바닥을 짚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멀뚱히 모래장난을 하다가 나를 쳐다보는 아이를 한아름 내 품에 안아 들었고 아이들이 있는쪽에 시선을 두었다. 하나 둘 모여드는 아이들을 보고 다른 손을 뻗어 어서 오라는듯 손짓을 했고 놀이터를 빠져나가려 발걸음을 돌렸다. 이리저리 말이 많고 뭐가 그리도 즐거운건지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키려 머리칼을 한번씩 흐트러 주었고 보육원으로 돌아가려 시선을 트는데 멍한 뜨거운 시선이 느껴져  짐작되는 곳을 바라보았다. 이 곳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더군다나 놀이터에 어울리지 않게 왠 멀쩡한 수트 차림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사내가 시야에 들어왔다. 의아함에 갸웃거리다 말고는 별거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아이들 등을 떠밀고 안고 있던 아이를 고쳐 안았다.
정윤호 님의 말 :
달라진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석은. 여전히 하얀 얼굴 은빛에가까운 머리카락. 그리고 녀석이라고 확정할수밖에 없는 붉은기가 담긴 검은 눈. 어릴적 기억이라고는 공부밖에 없었던 기억속에 확실히 아주 자리잡고 있는 녀석의 기억은. 아마 평생을 가도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단정할 수 있을 정도니깐. 아마 아이들을 데리고 온 듯한 녀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옷을 털며 여기저기 흩어져서 놀고있는 아이들을 불러모으고 있었다. 멍하니 녀석을 바라보고 있자 시선이 느껴졌는지 고개를 돌리는 재중. 아아..진짜 그대로인걸..  고개를 갸웃거리다 곧 시선을 돌려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가는듯 움직이는 녀석의 모습에 앉아있던 벤치에서 일어나 시끌벅적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품에 안고있는 꼬마숙녀에게 두 눈을 예쁘게 접으며 웃어주는 녀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어이 김재중."
김재중 님의 말 :
"어이 김재중." 응? 내 이름이 들렸다. 아이들이 불렀다고 하기엔 목소리가 너무 성숙하고 짙고 곧은 소리였다. 그렇다면..저기 날 쳐다보고 있던 사내인가? 마음을 다잡고 내 이름을 부른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 온건지 아까 봤을때보다 거리가 가까워짐을 한누에 알아볼수 있었고 가만히 서서 그를 내 시야에 담았다. 누구지.. 음. 내딴에선 꽤나 그의 존재를 알아채릴 근원지를 찾아 명상에 빠져 있었는데 내 품에 안겨있는 아이가 저 사내가 신기했던건지 뚫어져라 쳐다봤었나보다. 아이를 꼬옥 끌어안으며 시선을 줬다 다시 사내를 봤다. 당신은 누구길래 나를 아는거지? 궁금증이 목까지 올라왔지만 갸웃거림과 복잡한 얼굴로 답을 대신했다.
정윤호 님의 말 :
이름을 부르자 그제서야 녀석이 고개를 돌렸다. 녀석의 걸음이 멈춰지자 그 걸음에 맞춰서 가고있던 아이들도 덩달이 멈춰섰다. 하하...이건 뭐.. 동물원의 원숭이도 아니고.. 멈춰서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한꺼번에 쏟아진 시선은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얼빵한 표정으로 나를 기억 못하는 것 같아보이는 녀석의 뒤로 낯을 가리는 아이들이 숨어버렸고. 개구쟁이처럼 보이는 녀석들은 내 발치까지 다가와 툭툭 건드리며 관찰(?)을 하고 있었다. 한참 가만히 날 쳐다보고 있던 녀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복잡한 마음을 얼굴에 드러내고 있었다. 하하. 맞아 이녀석은 표정으로 다 보이는 놈이었지. 문득 스쳐지나간 옛 기억때문인지 고양이처럼 갸웃거리는 녀석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아쉽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옆에 서있는 놈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고는 한발짝 다가갔다. "흐음...누군지모르겠어?"
김재중 님의 말 :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더니 반할만한 웃음을 흘린채 다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흐음...누군지모르겠어?" 아깐 흘려 들었지만 역시나 또 들어도 좋은 목소리라고 생각했다. 아..뭐 이정도로 다가와 친근하게 구는걸 보니 아마도 어렸을적 알던 놈인가... 사내의 명백한 물음에 경계심이 생겨 상체를 뒤로 쭉 빼곤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이 상황이 길어질것 같음에 안고 있던 아이를 땅위로 내려놓았다. 그의 주위를 둘러보니 아마도 혼자 있는듯 했다. 하나 둘 서서히 눈에 들어와 거슬리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막아 세워 내 뒤로 보냈다. 말을 안듣는 아이의 손을 꼬옥 잡아 쥐곤 제법 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못써. 
정윤호 님의 말 :
물음에 녀석은 마치 경계하는 고양이 같은 행동을 했다. 한걸음 물러서서 수상하다는 눈빛을 쏴대며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의 행동. 이거원..완전히 잊어버렸나.. 잠시 혼자  생각하고 있자 재중이 품에 안고있던 아이를 땅에 내려놓으며 날 탐색하고있는 아이들을 자신의 뒤로 옮겨(?)놓고는 엄한 표정으로 아이들을 저지했다. 푸하하. 이거..예전보다 더 귀여워졌잖아. "큭큭-" 그의 모습에 작게 웃으며 문득 오늘 많이 웃는다 라는 생각을 하다가 곧 조용해진 아이들을 둘러보며 웃음을 지우고  "진짜모르나보네. 이름말해도 모르는거아니야..?" 라고 작게 중얼거리고며 연이어 입을 열었다.  "나정윤호." 흠, 기억해줄라나?
김재중 님의 말 :
말 한마디 안했는데도 혼자서 술술 잘도 뱉어내는 그를 약간 풀어진 마음으로 응시했다. 연이어 뭐가 웃긴건지 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고 못내 아쉬운 말을 내뱉어낸 그는 짤막하고 간결하게 자신의 이름을 뱉어냈다. 귀에 착 감기는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가만.. 아. 정윤호..윤호? 이제서야 알아차렸음에 살짝 미안함이 올라왔다. 왠지모를 반가움에 살짝이 미소를 지었고 박수를 쳤다. 이제서야 알아봄에 그의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얼마만이지.. 갑자기 물밑듯 서러움이 몰려왔다.
정윤호 님의 말 :
예상외로 기억이 떠오르는지 녀석이 하얀 두 손을 모아 살짝 치며 알겠다는듯이 예쁜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아, 여전히 예쁘네 김재중은. 뒤늦게나마 날 기억한 녀석의 예쁜 웃음에 서운했었던 감정이 싹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아. 그랬지 녀석은. 늘 이 웃음으로... 녀석의 웃음에 화답하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한때는 작았던. 이제는 커져버린 손을 들어올려 은빛 머리카락 위에 얹어 토닥여주었다. "하하. 기억하나보네? "
김재중 님의 말 :
 "하하. 기억하나보네? " 내 머리칼 위로 올려진 윤호의 손 동작에 따라 시선을 위로 옮겨 쳐다보다 귓전을 때리는 음성에 다시 한번 고갤 끄덕였다. 그럼,당연히 기억해. 딴건 몰라도 너만은 항상 기억 했었는걸. 따뜻한 녀석의 손길에 서러움이 더해져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꼈다. 아, 오랜만에 보는데 우는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내 뜻과는 다르게 볼 위로 또르르 눈물 한방울이 떨어지더니 연이어 흘러 내렸다. 이때만큼은 내 병을 원망한다. 훌쩍 거리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뿌얘진 시야에 담긴 윤호를 제대로 보려 눈을 깜박였다. 이름도 불러보고 싶은데.. "ㅇ..유.."
정윤호 님의 말 :
아직도. 작고 예쁜 녀석의 모습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감은 내게 그전과 똑같은 설레임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아..내가 이런녀석과 어떻게 떨어져 지냈지. 문득 흐릿한 미소를 지으다가 붉어진 녀석의 눈가에 당황함이 밀려왔다. 내가 어떻게 손을 써볼 세도 없이 녀석은 소리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문득 떠오른 기억. 그래.녀석은, 나와 헤어졌을때도 이렇게 울고 있었지. 아이처럼 우는 녀석의 모습에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 연신 손을 들어 눈물을 닦아주었다. 익숙하지 않게 아릿해지는 심장께 고통에 움직임을 멈추고 있을 때. 귓가에 녀석의 서툴은 음성이 들렸다.  "ㅇ..유.."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내뱉고 싶은듯 녀석은 띄엄띄엄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미치겠네김재중. 어떻게사람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흔들어놓냐. 어떻게 뭍어뒀는데.. "응.응. 그래 재중아. 보고싶었어" 울고있는 재중이를 품에 안았다. 익숙한 향기. 미치도록그리웠던 모습 하나하나. 가슴속에 담아둔 사랑한다는 말 대신에 그렇게 나는 녀석에게 보고싶다는 말을 내뱉았다.
김재중 님의 말 :
내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정성스레 닦아주는 다정한 손길에 어릴적 헤어졌을때가 문뜩 떠오름과 동시에 서러움이 더 북받혀왔다. "응.응. 그래 재중아. 보고싶었어" 나지막한 윤호의 목소리가 다시금 귓전을 살랑 거리며 괴롭혀 왔고 울면서 윤호 품에 안겨있자 아이들이 놀란듯 따라 울먹이는 아이들도 있었고 이미 우는 아이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래저래 복잡해진 머릿속에 한계를 느끼며 축 늘어진마냥 가만히 품에 안겨 보고싶고 그리웠던 마음을 억누르고 속으로만 되뇌였다. 하루빨리 다시 말문이 트여져야 할텐데.. 지금 너와의 이 행복해 소름돋을만큼 기쁜 만남이 또 얼마나 갈까. 나는 그저 울음만 토해냈다.
정윤호 님의 말 :
녀석이 울자 주위의 꼬마들이 약속하듯이 합창해서 울고있었다. 평소 시끄러운것을 싫어했던 나지만. 지금 나는 눈앞의 녀석에게 신경을 쓰느라 꼬마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서럽게 울음을 토해내는 녀석을 그렇게 품에 안고 아주. 아주오랫동안 등을 쓰다듬어주며 달래어주었다. 이녀석 이곳에 아직도 있을줄은 몰랐다. 가슴속에 뭍어둔 채 살아갈 것이라 했던 다짐도 사실 녀석을 만나고 바로 무너졌던 것도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표현할수도 없겠지, 나는 녀석이 날 떠나는 모습을 보고 싶진 않으니깐.. 재중이에대한 감정을 깨닭은 것은 아주 오래 전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이녀석 때문에 버티고 살아온 것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니깐. 그러나 녀석은 내가 지킬. 평생동안 지켜봐야 할 그런 존재니깐.....여러 잡생각을 하고있자 어느새 진정된듯한 녀석을 품에서 조심히 떼어놓았다. 혹시 미치도록 뛴 심장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하며 붉게 부어오른 재중이의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혹여 피부 벗겨질까 조심스러운 손으로 닦아주고는 웃음을 지으며 떨리는 음성을 숨겼다. " 여전히 울보네-" 
김재중 님의 말 :
나를 따라 우는 아이들이 기특하게도 서로 달래주면서 울음을 그치고 있었다. 여기서 더 울어봤자 좋을 인상은 아닌것 쯤은 나도 안다시피 했으니 행여나 아이들이 계속 울까 하는 걱정어린 마음과 차츰 진정됨에 가픈 숨을 골랐다. 울음을 멈추니 단발막에 날 조심스레 떼어놓더니 다시 눈가에 흥건한 눈물을 닦아주는 윤호의 따뜻한 손길. 혼자서 외로울때 아플때 어릴적에 너와의 추억들이 얼마나 그리웠을지 너는 모를거야. " 여전히 울보네- " 쳇.. 이런거까지 기억 하다니. 윤호의 말에 괜히 창피해짐에 고갤 내저으며 도리질 치곤 입술을 비죽거렸다. 그렇게 한참을 보육원에 돌아가려는 발길을 잡아세운 윤호 덕분에 식사 시간이 더 늦어짐을 짐작했다. 으..들어가면 혼나겠네. 두근거리는 가슴깨에 손을 올려 부여잡곤 꽤나 긴 한숨을 토해냈다. 잠시 윤호에게 미소를 띄워 보이고선 뒤를 돌아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이들을 끌어 모아 안아 토닥거려주었다. 말을 뜻대로 나오지 않고..어쩌지 하던 찰나 그대로 바닥에 쭈그려 앉아 손가락을 세워 모래위에 쓱쓱 그어 글을 새겼다. 보란듯이. ' 윤호. 이제 가봐야해 '

정윤호 님의 말 :
울보라는 말에 사랑스럽게 입술을 비죽거리는 녀석.녀석의 아무렇지않은 행동 하나 하나가 늘 나를 설레게 했었다. 어느새 조용해진 주위의 모습에 쓰게 웃음을 지으며 어느새 아이들을 달래주는 재중의 모습을 두 눈에 하나하나 각인시키듯 그렇게 시야에 담고있었다. 아이들이 진정되자 다가온 녀석은 바닥에 쭈그려 앉아 하얀 손가락으로 모래위에 글씨를 써내려갔다. ' 윤호. 이제 가봐야해 ' 글을 읽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그곳에서 지내는 건가.. 한참을 고개를 끄덕이다가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하늘을 훑어보고는 어느새 쌀쌀해진 바람에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 응,거기로 가면 볼 수 있지?"
김재중 님의 말 :
막 만나자마자 헤어지는게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할 수 없음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섰다. 아이들을 다독여주며 주변 정리를 하곤 윤호를 다시 시선에 담았다. "응, 거기로 가면 볼수 있지?" 윤호의 말에 보기좋은 웃음을 보여줬다. 씨익. 아직도 기억하고 있구나. 응, 나는 늘 여기 있었는걸. 기분좋게 웃어보이며 바람에 흩날려 얼굴을 가리는 머리칼을 잡고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또 볼 수 있을거야 그렇지?
정윤호 님의 말 :
내 물음에 그렇다는듯이 웃음을 지어보이는 녀석.아아..예상은했지만.. 순간 밀려드는 안타까움에 절로 쓴 웃음이 입가에 머물렀다. 24살..이젠 어엿한 성인이 되었을텐데.. 시간이 변하고 정윤호도 변하고 세상도 변했지만 이 작은 세상에 사는 김재중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었다. 작은 새장 안에 갇혀있는 작은 새처럼 녀석은 언제나 이곳에서 그대로 있었던 것이었다..다음을 기약한다는듯한 재중의 웃음에 아릿한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어릴적. 그때처럼 손을 들어 작게 흔들었다. " 잘가, 또보자" 목이메어 목소리가 어색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내 머릿속은 작은 새를 세상 밖으로 꺼내와서 내 곁에 둘 생각 뿐이었다. 또보는 그날 내가 널 꺼내줄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될거지만.
김재중 님의 말 :
막상 헤어지려 발걸음을 떼어내려니 내심 아쉬움이 가득차 발길 떼기가 어려웠다. 여기서 나를 주체하지 못하면 윤호한테 못볼 꼴 보이게 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하기야 세월이 흘렀으니 내안의 내면에 그만치 자리한 숨기고 싶은 나를 보여주고 싶지 않음이 다행일 것이다. 윤호는 여전히 반듯하구나.. 그동안 뭐 하면서 살았을까. 그렇게 마지막으로 윤호를 눈에 가득 담고 서서히 발걸음을 떼어 아이들을 몰고 보육원으로 가는 익숙한 길을 따랐다. 일부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루빨리 널 다시 봤으면 좋겠어..윤호야.
정윤호 님의 말 :
그 후 이틀정도 바쁜 스케쥴과 발표가 연이어 이어졌다. 몸은 이미 더이상 피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피로해졌고 그나마 녀석을 만나서 지었던 웃음은 당연히 찾아 볼 수도 없었다. 기계적으로 일하고 밤을 새고. 이틀을 합해 잔 시간은 4시간. 원래 평소에 지독한 불면증에 시달렸긴 햇지만 더욱 더 짧아진 수면시간에 몸이 피로할대로 피로해진 것을 느꼈다. 문득문득 보고싶다 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지만 머릿속에는 오직 빨리 일을 처리하고 녀석을 보고싶다는 생각뿐이었기에 정신적으로는 그다지 힘들지 않았던 이틀이었다. 이틀의 바쁜 연구발표회가 끝나고. 나는 서둘러 주차해둔 차에 올라타 수없이 걸어서 지나갔던 그 길로 들어섰다. 늘 걸어서 힘들었던 오르막길이 시간이 흐르고 너무나도 편히 올라 갈수 있는것도 신기했고 많이 변한듯한 풍경도 신기했다. 익숙한 대문이 시야에 들어섰고 희미한 웃음을 머금고 차에서 내렸다. "아아..오늘 데려 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무리겠지" 머릿속에 짜 놓은 계획을 되새기며 그렇게 보육원 안으로 들어섰다.
김재중 님의 말 :
윤호와 헤어지고 나서 아이들을 데리고 보육원에 늦게 얼굴을 내 비췄을때 걱정하던 만큼 많이 혼나지 않았다. 뭐 때문 이었을까 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선생님을 보고 많이 찔려 그날 밤 잠을 못자긴 했지만. 윤호와의 재회 덕분에 설레여서도 그렇고.. 그렇게 늘 잔잔히 흐르는 물결 마냥 이틀을 보내 왔다. 일주일 동안 내내 쌓인 빨래 더미들을 오늘 처리할 날 이었고 부지런히 일어나 하루 종일 빨래만 해야 될 것 같은 예감 이었다. 흠.. 다 하고 나면 또 온몸이 쑤시겠잖아.. 힝. 들키지 않게 잦은 투정을 부리곤 터벅터벅 빨래더미가 쌓인 곳으로 도착했다. 큰 바구니에 차근차근 옮기고선 얕은 탄호성과 함께 양 손가락 밑에 바구니의 홈을 받히곤 힘껏 들어올렸다. 애기들 옷 인데도 왜이리 무거운지. 힘들었지만 내가 해야 될 일 이었기에 투정은 재쳐두곤 콧노래로 음만 흥얼 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정윤호 님의 말 :
안으로 들어서니 보이는 풍경. 보육원 구석구석에서 떠오르는 흐릿한 추억에 웃음이 삐져나왔다. 나와 녀석이 있었던 곳 이곳저곳에 자리잡아서 시끄럽게 떠들며 노는 꼬마들.아..집에서 옷이나 갈아입고올걸그랬나. 어떻게만날때마다.. 꼬마들의 시선이 날아들어왔지만 그저 옷차림이 신경쓰일 뿐이었다. 마지막 연구발표회가 끝나자마자 달려와서인지 아직 수트차림 그대로였기때문에 딱딱한 느낌을 주는건 아닐까..하는 고민도 들었기도 했지만. 느릿하게 조금은 넓은 마당을 가로질러 움직이다가 곧 하얀 녀석이 시야에 들어섰다. 자기 몸집만한 바구니를 품에 안고 약간은 힘들어보이지만 즐겁게 나오는 재중의 모습에 나도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애가힘이어딨다고.." 다분히 나에관한 의견일 뿐이지만 상황이 마음에 안들었던 나는 빠른 걸음으로 녀석에게 다가가 바구니를 들어올리고는 호스가 연결된 곳을 고개로 가르키며 말했다." 저기에 놓으면 되는거지?" 
김재중 님의 말 :
" ?? " 열심히 바구니를 들고 잘 보이지 않았지만 호스가로 향하고 있는데 팔이 가벼워졌다. 뭐지.. 하는 생각에 시선의 근원지를 쫒아 봤더니 이틀전에 봤던 모습 그대로인냥 흐트러짐 없는 모습의 수트 차림인 윤호가 내 바구니를 들고 여유롭게 서있었다. 서서히 입가에 웃음이 걸쳐졌고,이어지는 윤호의 말과 고개짓에 두어번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틀전 놀이터에서 헤어지던때 부터 방금까지 쭈욱 니 생각만 했는데.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말이 틀리진 않는구나. 흘러내리는 소매를 팔꿈치깨로 걷어 부치곤  호스가로 향하는 윤호의 뒤를 따라 뒷짐지곤 발걸음을 옮겼다. 윤호 덕분에 할 일이 반으로 줄어든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쪼르르 옆에 붙어 따라갔다. 
정윤호 님의 말 :
만약 내가 안 왔으면 녀석 혼자 했을거라는 생각에 뭔가 짜증이 났지만 예쁘게 웃으며 뒤따라오는 재중의 발소리에 짧게 웃음을 내뱉고 호스가로 다가가 바구니를 내려놓았다. 옷을 겉어붙인 김에 다 해야겠다는 생각에 미치자 잠겨 있던 수트 단추를 풀어 윗 마이를 벗고 답답하게 목을 죄이고 있던 넥타이를 풀러서 멀뚱히 서있는 녀석에게 건냈다. 이걸로 그 자리에서 그거들고 가만히 있으라는 무언의 뜻을 정했고..흠. 노동은 오랫만인데?  여러잡생각을 혼잡하게 머릿속에 나열하며 목을 꽉 잠그고있던 단추도 두어개 풀고 와이셔츠도 겉어버렸다. 몸이 피로하긴 하겠지만. 이거한다고 죽진 않을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엇보다 나는 녀석이 힘을 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꽤나 익숙한 손길로 재빠르게 많은 빨래를 묵묵히 빨고있었다.
김재중 님의 말 :
"아..?" 어느새 두 손 위에는 윤호의 넥타이와 천 고운 마이가 들려 있었다. 의아함에 고갤 갸웃거리며 탄호성을 내질렀다. 흐음..그걸 다 하려구? 힘들텐데. 한참을 가만히 서 묵묵히 빨래를 해치워 나가고 있는 윤호를 관찰하듯 주시하며 자리잡고 앉아 있었다. 끝까지 다 시키기엔 뭣했는지 옆의 큰 나뭇가지에 넥타이와 마이를 걸쳐 두곤 널부러져 있는 호스 하날 더 꼽아 물을 틀었다. 아직 물에 젖지 않은 빨래더미를 한웅큼 손에 쥐어 바닥에 내려놓곤 제자리에 놓여있는 가루비누를 뿌려 물을 뿌렸다. 열심히 빨래를 하는 윤호를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웃음기 어린 얼굴로 다시 내 빨래에 시선을 두었고 뺏길세라 두손 담궈 주물주물 거렸다.
정윤호 님의 말 :
묵묵히 빨래하는 자신의 곁에 쭈그려 앉아있던 녀석이 손에 쥐어준 마이를 나뭇가지에 걸어놓고는 자신도 옆에 앉아서 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녀석의 행동에 물끄러미 쳐다보자 어릴때는 그렇게 작았던 손이 어느새 예쁘게 길어져서 야무지게 빨래를 하고 있었다. 어릴적에는 손이 빨개져서 많이 힘들어했었는데.. 씁쓸한 눈빛으로 녀석을 시야에 담다가 곧 피식 웃으며 마저 빨래를 시작했다. 빨래는 둘이 하니 더 빨리 끝났다. 뜨거운물까지 나오지는 않는 호수였기에 녀석의 손끝을 보자 아직 초가을이지만 빨개진 것이 보였고,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작고 하얀 재중의 손을 잡았다. "다했지?들어가자" 뭐..원장님한테 할 이야기도있고.
김재중 님의 말 :
"..." 응.그래 윤호야. 부르려고 노력 하는데 여전히 말문이 안열리네. 빨래를 끝마치니 손끝이 시리는게 애렸다. 호호 입김으로 불어 조금이라도 따뜻하려 했는데 윤호의 손 안에 갇히듯 잡혀 버렸다. 또 그게 싫지는 않아서 마냥 얼굴에 웃음 꽃이 피어난 마냥 싱글벙글. 들어가자는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원장 선생님이 아직 너를 못 보셨겠구나..보시면 얼마나 놀라고 반가워하실까. 이런저런 생각이 쉴 새 없이 머릿속을 흔들어 놓았고 곧 어지러움이 찾아오더니 건물 안으로 향하던 도중 멈칫하고선 윤호를 먼저 보내려 등을 떠 밀어 주었다. 그냥 먼저 가서 원장님 뵈고 와. 
정윤호 님의 말 :
잡은 손이 차가웠다. 워낙 모든것이 약했던 녀석이었기에.. 작은 손을 말없이 세게 잡았다. 들어가자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녀석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춰 등을 떠밀었다. 혼자 들어가라는듯한 행동에 의아했지만 어차피 녀석이 들어서는 안되는 말이기에 안가려는 이유가 궁금했지만 고개를 끄덕이고는  멈춰선 재중의 앞으로 다가가 당부하듯 입을 열었다. " 금방나올테니깐 손 녹이고있어, 얼마큼 따뜻해졌나 검사할거니깐." 하얀 코를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누르며 장난스럽게 말을 내뱉고는 집 안으로 들어섰다. 그래..어디에있더라 원장실이..
김재중 님의 말 :
내 말을 잘 따라주려는 윤호가 참 고마웠다. 얼마나 손이 따뜻해 졌는지 검사까지 한다는 당부를 남기고 윤호 답게 묵묵히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어쩜 뒤태가 그리 고와 윤호야? 가만히 윤호의 뒤태를 보고 있자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어렸을적 장난기 가득했던 공부에서나 뭐에서나 항상 상위권을 놓지 않았던 반듯한 너는 여전히 잘 자랐구나. 건물 안으로 사라지는 윤호의 모습에 아쉬움이 크게 남아 입술을 달싹여 보았다. "윤..호" 말이 터트려지자마자 너무 기뻤다. 조금만 천천히 갔더라면 니가 들을수 있었을텐데. 아깝다.. .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 마친 빨래를 뒤처리하려 호스가로 발걸음을 옮기려다 어지럼증이 급증해지길래 몇걸음 못 가 그대로 머릴 싸매고 주저 앉았다. 아..왜이러는거야.
정윤호 님의 말 :
바깥과는 다르게 집의 내부는 꽤나 달라져 있었다. 돈좀 들어오나보네, 라는 장난스러운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다 시야에 들어선 원장실. 노크 두번과 함께 들어선 원장실 안에는 책을 읽는 중이었는지 원장선생님께서 계셨다. 거의 십년도 넘은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날 알아보았고, 나는 꽤나 오랫동안 그녀와 대화를 하다가 곧 본색을 드러냈다. 내가 재중이를 빼낼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후원의 뜻을 보이자 오랫동안 고심하던 그녀는 나의 오랜 설득 끝에 재중을 내어 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단, 재중의 허락하에. 상황이 거기까지 미치자 문득 어떻게 이 뜻을 전해야 하는지 막막해지기 시작하였다.
김재중 님의 말 :
"하으..음" 머리가 빠개질것만 같은 고통에 눈물이 찔끔 났다. 다시 병원에 가봐야 하는건가.. 윤호가 원장실에서 나오기 전에 얼른 아무렇지 않게 내딛고 일어서야 할텐데 이거 막상 당혹스러움에 아무것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후아.. 일단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고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바람이 불자 쌀쌀함에 흩날리는 내 흰 빛을 띄는 머리칼을 쓸어 넘겼고 두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겨우 내 몸을 지탱하고 일어섰다. 후..다행이다 들키지 않아서. 
정윤호 님의 말 :
원장실에서 나오는 내내 차오르는 한숨을 참을 수 없었다. 녀석이 이곳에서 지낸 시간은 20년도 넘었고. 그런 그가 나를 따라 선뜻 낯선 곳으로 간다는 보장도 없는 현재. 뭐라고 말해야할까. 어떻게해야할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잔뜩 지배하고 있었다. 내가 어떻게 문을 나서서 녀석의 앞에 섰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약간 힘들어보이는 녀석의 모습이 시야에 비춰지자 나도모르게 녀석의 이마에 손을 올리고말았다. 아..열이라도있어봐. 설마부려먹은건가.. 아까전의 고민은 어디로 갔는지 여러 잡생각과 날카로워진 눈빛을 숨길 수 없었다. "어디아파?"
김재중 님의 말 :
"어디아파?" 방금 나온건지 안의 내부 온기가 이마에 닿은 윤호의 손에 고스라히 남아 있었다. 조심스레 아프냐며 물어오는 윤호와 시선을 마주쳤다. 응..나 아파 윤호야. 애써 보기좋게 입가에 웃음을 띄워냈다. 아까 한대로만 하면 되 재중아.자.. 목이타는지 억지로 침을 삼켜 내었고 입술을 떼어내 두어번 달싹였다. "아..니" 하아..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다행히도 말문이 트여서 아픈건 둘째치고 너무너무 기뻤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윤호의 얼굴이 이럴까 하는 마음에 손을 올려 뺨을 감쌌다.
정윤호 님의 말 :
머릿속이 심란하긴 했지만 재중이 아프다면야. 철렁이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재중의 고갯짓이 이어지기를 기다렸다.왠지 뜸을 들이던 재중은 그 분홍빛 입술을 작게 달싹이며 그렇게..말을 내뱉았다. "아..니" 정말. 정말 긴 침묵이 흘러지나갔다. 순간 내 귀가 이상한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힘겨워 보이는 재중의 모습에 꿈이 아니라는것을 느꼈다. 그순간 내가 느낌 감정은. 차마 말로는 표현 할 수 없는 그런..기분이었다. 점점 떨리기 시작하는 손을 재중의 이마에서 천천히 내리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너...어떻게"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런걸 신경쓸 때가 아니였다. 처음으로 듣는 재중의 말, 그 두글자는 가슴깊숙히 박히고 있었다.
김재중 님의 말 :
내 말을 또렷히도 들었나보다 윤호는. 믿을수 없다는듯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나를 내리보며 올렸던 손을 내리는 윤호. 진정 하라는듯 그저 웃어줄수 밖에 없었다. 이왕 나오는 목소리 한 번 더 놀려줄까 하는 생각에 매마른 입술을 혀로 축여 내었다. 말을 내뱉어내기 전에 살짝 목청을 가다듬었다. 시선은 윤호의 두 눈에 고정한채 다시 입술을 움직였다. "유..융..흠,윤호" 하..됐다 드디어. 잘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힘겹게 겨우 내뱉은 그렇게나 부르고 싶어 목이 근질근질 거렸던 너의 이름. 내가 불렀다.
정윤호 님의 말 :
놀란 내 표정에 재중이는 싱긋 웃을 뿐이었다. 연이어 또 무슨 말을 하려는듯한 재중의 목 가다듬는 행동에 나도모르게 긴장을 했는지 떨리는 눈빛으로 재중을 응시하고 서있자 곧 귓가에 들리는 예쁜음성. "유..융..흠,윤호" 내이름이었다. 정윤호, 윤호.. 그렇게 싫어했던 내이름이었는데 녀석이 서툰 음성으로 내뱉는 내 이름 세글자에 순간 나는 내 이름이 정윤호라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을 정도니깐. 귓가에 멤도는 재중이의 음성에 울컥 올라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아내며 찡해지는 코끝을 감추려 조용히 품에 안았다. "고맙다..김재중..고마워"  많이 말라서인지 품에  딱 들어오는 재중이를 그렇게 품에 안고 나는 그렇게...가슴으로 울었다.
김재중 님의 말 :
"하..윤호" 한번 힘껏 부르고 나니까 입에 붙은건지 안타까운 마음에 한숨과 함께 터져나온 윤호의 이름. 가만히 품에 포옥 안긴채 고맙다며 떨리는 음성으로 미동 없이 있는 윤호의 등 위로 내 두손을 얹어 쓰다듬어 주었다. 힘들었지 윤호야. 나 지금 너무 기뻐. 어릴적 그 날 이후로 내가 너무 싫어서 말을 아꼈던 나인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훗날 잃어 버렸던 말을 다시 하고 싶어졌으니까. 이 말 이란게 그렇게 애가 타고 내 가슴을 옥죄는지 몰랐어. 그런데 윤호야 정말 기쁘다. 속에서 맴돌고 있는 말을 다 하기엔 힘들어 그저 행동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했다. 그냥 그렇게 윤호의 등을 계속 쓸어주었다. 
정윤호 님의 말 :
 연이어 이름을 불러주는 재중이의 음성. 그리고 벅차오르는 가슴. 하느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몇번이고 마음속으로 말을 내뱉았다. 흘러내릴듯 벅차오르는 눈물을 하늘을 쳐다보며 애써 삼키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재중을 품에서 놓고 붉은기가 멤도는 재중의 눈을 마주보며 어느새 가다듬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재중아..우리 같이살지않을래?" 나. 너 말문트인것만으로도 감사한데..더 욕심내도 괜찮을까..
김재중 님의 말 :
이게..무슨 소리야. 윤호야, 나 잘못 들은거 아니지? 내가 아무리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지만 여태 잘 듣고 보고 잘 살아왔는데 잘 못 들은게 아닐까 의심스러워. 다시 되묻고 싶었지만 그럴수가 없어서 무너져 내릴듯한 기분이다. 진지한 윤호의 표정을 읽는것으로 대신해 꽤나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고 서있던것 같다. 같이 살면..나 여기 떠나야 하는거지? 그러기엔 걸리는게 너무 많은데..저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들..크면 하나하나 독립 하겠지만 아직은 어린 애기들인데..그리고 선생님들은.. 걸리는게 너무 많아서 섣불리 대답 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가는 데로 하자면 솔직히 윤호야..나 따라가서 같이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 바로.. 끄덕. 나는 결국 많은 생각을 재쳐두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웃음과 함께.
정윤호 님의 말 :
거절당할 마음을 먹고 물어본 만큼 부담되지 않는 눈길로 재중이를 쳐다보았다. 이 정든 곳을 재중이가 떠날 수 있을리가 없잖아. 한낱 소꿉친구 따위떄문에 갈리가 없잖아 병신정윤호. 작게 숨을 내뱉으며 고민하는듯 놀란 눈동자를 굴리는 재중의 모습에 쓰게 웃음을 머금었다. 그러나 곧 고개를 끄덕이는 재중의 모습에 가겠다는 재중의 대답에 멍하니 재중을 바라보았다. 곧이어 싱긋 웃어보이는 재중의 행동에 평소 짓던 입꼬리 운동같던 웃음과는 비교도 안될. 가슴에서 우러나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나는 재중이를 다시 품에 안았다. "고마워..재중아"  녀석의 목소리를듣고. 같이 살겠다는 동의도 얻고.. 재중에게는 보이지 않을 어색한 눈웃음따위는 이미 안중에도 없었다.
김재중 님의 말 :
고맙기는.. 앞으로 너랑 살면 말도 쉽게 빨리 할 수 있을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 연이어 품에 안았다가 떼어내 마주 보았다가를 몇번이나 반복 했는지 모른다. 내 대답에 멍하게 나를 바라보는 윤호를 같이 시야에 담아내는데 멍 하게 있는 얼굴이 얼마나 웃기던지. 나는 참지 못하고 그대로 웃음을 흘려내어 버렸다. 안으로 삼켜 들어가는 웃음 이었지만 오랜만에 크게 웃어 재꼈다. "으흐항,킥킥" 얼마나 웃었는지 뱃가죽이 다 땡길 정도 였다. 윤호야,개그맨 해도 되겠어. 장난스런 말을 속으로 곱씹은채 너무 기쁜 마음과 설레는 마음에 가득차 들뜬 나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살짝 고개를 떼내어 바라보다 윤호의 목에 팔을 둘러 입술을 가져가 포개었다.
정윤호 님의 말 :
내 멍한 모습에 한참을 웃어제끼는 녀석. 아 뻘쭘하게... 한참을 뻘쭘히 서있다가 나도모르게 피식거리고 웃고 말았다. 한참을 웃던 녀석이 갑자기 입을 맞춰온것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녀석이 향기가 가까이 다가옴을 느꼈지만 곧 어깨에 둘러지는 하얀 손이라던지. 내 눈 앞에 보이는 감은 은빛 속눈썹이라던지...입술에서느껴지는 물컹하고도 따뜻한 느낌은......입맞춤이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인만큼 내 이성은 순식간에 끊어졌다. 입술에 감촉에 축 늘어뜨렸던 두 손을 들어올려 한손으로는 재중의 허리를 지탱하고 한손으로는 녀석의 뒷통수를 고정시킨것도 순식간이었고.. 순수한 입술만의 뽀뽀가 아닌 키스를 녀석에게 해버린 것이었다.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에 미쳐도 단단히 미쳤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니 나는 녀석의 입술을 혀로 살짝 햝고 있었다. 그리고 앞의 일과 마찬가지로 재중의 입 안으로 침범해 들어간 혀도.....내의도와는다른것이었다.
김재중 님의 말 :
그동안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수 많은 커플들의 입맞춤을 보며 참 많이 부러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저 따라한답시고 윤호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었는데 스물스물 뜨겁고 말캉한 뭔가가 내 입술을 덮어와 간질거렸다. 이게 뭔가 싶어 의문을 가질대쯤 입술 틈새를 가르고 들어온 뜨겁고 말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물씬 풍겨와 나를 덮쳐왔다. "흐..읍" 뭐라 말을 하고 싶어 입술을 벌렸더니 더 안쪽으로 깊숙히 침범해 온다. 뭔진 모르겠지만 기분이 몽롱하고 묘한것이 이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