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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제목 " 독일 혼탕(混湯) 이야기 " 필자 : 黃永燁 회원
관광의 기본요소에는 " 네(4)거리"가 있다고한다. 즉, 볼거리, 살거리, 먹거리,
배울거리(문화, 역사, 예술등)로 분류하기도 하고, 또는 영문자 S로 시작되는 4S, 즉, SCENERY(경치, 풍경),
SHOPPING(쇼핑), SAND(모래), SUN(태양)를 말하기도 한다고 한다.
관광 전문가인 어느 친구로 부터 오래 전에 들은 이야기다.
그러나 재미있는 현상은 관광교과서의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애매한 업종이 있는데
그런 업종일수록 관광수입은 오히려 많다고한다. 독일의 혼탕 사우나는 과연 어디쯤 속할까?
배울거리? 볼거리? 아니면 실내용 태양(sun)? 엉뚱하지만 누구나 상상을 해볼만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FRANKFURT) 근교의 바트 홈부르그( 흔히 "바톰 부르그"라고 발음 함.-Bad Homburg)라는 마을에
타우너스 테름(Taunus Therme)이라는 혼탕 사우나가 있다. 그 당시 규모로는 독일에서 제일 크다고
하는데 초행길의 출장자나 방문객이라면 누구나 호기심을 갖고 한번쯤은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지난주 독일에서 함께 지내던 교포 실업가에의 의하면 독일의 혼탕은 지금도 성업중이라고 하더군요.
필자가 90년대 중반 독일(프랑크푸르트)에서 4년간 근무할때 본의 아니게
혼탕 사우나를 10번 이상 방문했던 것 같다. 출장자 혹은 중요 손님들에게는 중요한 관광 1번지 ! 특히 날씨,
계절과 상관 없으니 제일 좋은 접대코스! 그 당시 그곳은 어느 일본 재력가가 인수하여 입구부터 일본 특유의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었다. 그곳은 워낙 명성(?)이 자자하여 웃지 못할 에피소드와 사연들이 꽤나 많았다.
남편이 귀국 발령이 나자 어느 회사의 주재원 부인 몇 명이 용기를 내어
주중 대낮을 택하여 혼탕사우나에 갔다고 한다. 평소 벼르다가 옛 로마인들이 유산으로 남긴
목욕 문화의 진기한 체험을 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귀한 손님을 모시고 들어 온 남편한테 들키고 말았다는 일화도 있다.
이곳 혼탕 사우나에는 50대의 아버지와 20대의 딸이 유유히 함께 열탕에서 벌거 벗은 채로
땀을 빼고 있거나 젊은 연인끼리 수영장에서 부등켜 안고 속삭이는 모습도 가끔 보게 된다.
사우나실은 온도에 따라 여러 개로 나뉘어 저 있는데 시간에 맞추어 직원이 들어 와서 돌 위에 물을 붓곤 한다. 이 것을 아우프구스(Aufgus)라고 한다. 사우나 내부에서는 큼직한 타월을 발밑에 깔아 몸에서 배출되는 땀을 받아내야 하는데 이러한 규칙을 지키지 않아 직원에게 핀잔을 듣거나 타월이 없어서 퇴장 당하는 수도 가끔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오신 분들 중에는 평소 대중 목욕탕에서 주위의 사람들을 아랑곳 하지 않고
푸푸 소리를 내거나 물을 함부로 튀기는 버릇이 있어 사우나탕이나 수영장에서 무안 당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심지어 어떤 분은 수영장에서
알몸으로 첩영까지 시범을 보이다가 제지를 당하기도 한다.
혼탕 출입을 자주 하다 보니 남성들의 눈길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슬쩍 관찰하는 야릇한 버릇이 생기게 되었다. 그곳은 시설이 워낙 크고 넓어서 동반자에게
끝나고 만날 장소와 시간을 꼭 알려주곤 하였는데 모처럼 진기한 문화 체험에 여념이 없는 동반자를 찾으러
이곳 저곳 헤메고 다닌 적도 있었다.
어느날 서울에서 온 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사우나에 가게 되었다. 두어 시간이 지나
약속 시간이 되어도 그 친구는 나타나지 않었다. 한참 여러 곳을 찾아 헤메다가 수십명의 남녀가 전라의 몸으로
인공자외선을 쐬고 있는 솔라리움(Solarium)에 들어갔다. 일인용 침대에 누워 잠을 자거나 엎드려있는 사람들을
일일이 눈을 부라리고 확인하기 시작 했다. 드디어 어느 동양인이 눈에 띄었다. 그는 납작히 턱을 고이고
전자현미경이라도 들여다 보듯 코 앞에 있는 진기한 풍경(?)에 매료되어 희죽희죽 입을 벌리고
웃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이 하도 얄밉고 화가나서 나도 모르게 군밤 한대를 선사한 적이 있었다.
무엇이든 여러 번 경험을 하게 되면 시들해 지는 법! 나체촌에 가면 옷을 입은
사람들을 이상하게 쳐다 보듯. 그러나 첫 번의 문화 충격과 경험은 잊을수가 없다.
70년대 말 이었던가. 몇 몇 직장 동료들과 함께 유럽 출장중에 생전 처음 방문했던 함부르그(Hamburg)의 어느 조그마한
혼탕에서의 긴장과 설레임, 그것은 프랑크푸르트의 대형 혼탕 사우나보다 훨씬 더 생생한 경험으로 아직도
나의 기억에 남아 있다.
(끝) |
첫댓글 문화의 다름을 잘 보여주는 사회 현상을 예리하고 재미있게 글로 소개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저도 35년전 함브르크에 살때 우리동네의 조그만 혼탕 목욕탕을 들려 본 적이 있는데 그곳의 풍경이 지금도 눈에 선 하고 그때의 그 놀라움과 어색함 그리고 생소함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했던 기억이 생생 합니다. 아직도 이해나 공감이 안가는 것은 역시 문화의 차이 이겠지요? 지금도 성업 중일까요?
최하경 회장님의 성향이 느껴집니다. 암, 그렇고 말고요. 회장님의 굳건한 보수적인 기질이 진흥원을 받치고 있었기에 우리문화유산 알림이도 있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 나 거기 갔을 땐 황프로 떠나간 뒤여서 그랬나? 아무도 그런 얘길 안 해줘 걍 일만 보고 왔는데.. 이 글 읽다 보니 무슨 중요한 물건 하나 객지에 흘리고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ㅎㅎ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