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1) 2012년 4월 2일 - 첫 삽을 뜨다

[밀키나배]

업무를 대충 마무리 하고 급한 점심을 먹은 후에, 구서동 시장 철물점에 들러 삽, 괭이, 네끼를 사서 트렁크에 싣고

밭으로 향했다.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이 우선인지라 짬을 내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니 그간 머리가 무거웠는데

오늘은 기필코 시작을 해야 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벌써 4월인데 아직 밭도 만들지 못했으니.......쯧 ... 아무리 게으른 농부라지만... 이건 좀 심하다.

두시 반 쯤 밭에 도착하니 주변에 쑥을 캐는 아낙네들이 보인다.

우리 밭두렁에도 쑥이 막 올라오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쑥쑥 올라와서 쑥이라 했다던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힘을 표현한 영단어 봄 (Spring) 이나 쑥은 그 의미가 비슷한 것 같다.

오행의 木이니 겨우내 숨을 죽였던 만물이 새로운 의지를 갖고 새 출발을 하는 계절이다.

뱀 처럼 길다란 꼬리를 가진 형상의 밭을 위에서 내려다 보니 .......으...으.. 저걸 언제 다 만든담.......

다리가 풀린다.

하루에 한 평?, 아니면 두 평?  한 세 평 정도만?...

잔대가리를 굴리며 한참을 바라만 보다가 잠바를 벗어 던졌다.

에잇~~! 까짓거 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이래뵈도 남해 촌구석에서 농사께나 지어 본 가락이 어딜 가겠어? ~~ 어릴 때 야그지만......

맘이 변할새라 후다닥 밭으로 뛰어가서 삽질을 시작한다.

농사는 물관리에서 시작해서 물관리로 끝난다고 우선 배수로 정비부터.!

물이 솟는 샘이 바로 옆이라서 좋기는 한데 , 샘보다 밭의 지대가 낮아 이랑을 높게 만들어야 함을 직감하고

계획을 세운다

밭 옆의 샘물

샘터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밭에 고인 물

그래!, 이 웅덩이에서 빠지는 물골을 깊이 파야해!

그러고서는 괭이를 들고 살짝 살짝 흙을 긁어 내는데,  뚜둑 하더니.... 헉~!  자루가 부러져 버렸다.

이 무신 낭패여~! 글고 이 무신 불량 농기구여~~~!  이노무 짱깨놈들 같으니...

불량 = 중국산 이라는 등식이 머리에 박혔는지 나도 모르게 짜장들 욕이 나온다.

그런데 자루에 붙은 상표를 보니 한국산!!!!

이~런 나쁜 아찌들 ~~  초반 부터 이 무신 불행이람 ........그렇게 우두커니  서 있다가 우연히 물 웅덩이에 눈이 갔는데 뭔가가 꼼지락거린다.

자세히 보니 올챙이들!   수많은 올챙이 무리가 괭이질에 놀랐는지 우왕좌왕 난리 부루스다.

아뿔싸~!

저 괭이자루가 안 부러 졌더라면 저 아이들을 보지도 못하고 물골을 만들어서 물을 다 빠지게 했을텐데...!!

................

괭이 자루와 올챙이... 부러진 괭이 자루와 올챙이........

........ !!!!

 으음........그런 뜻이었어? !!!

물고랑 작업은 저놈들 자라서 다 나간 후에 하기로 미루고 이랑을 먼저 만들기 시작했다.

옛 날 기억을 하나 둘  떠올리며 삽질을 시작하는데, 열 번을 못가서 핵핵거린다.

꼴 조오타~~ 이놈아 ~ 이건 뭐하러 시작해 갖고....ㅋ

하지만 이를 악물고 한 번도 안 쉬고 한 시간을 ......... 미친놈 처럼 파고, 퍼올리고 나니

반듯하고 드높은 두둑을 갖춘 10 미터 이랑 하나가 만들어졌다.

그래 ! 바로 이거야!  !!! 너 참 잘하는데~~~ 칭찬은 코끼리도 춤추게한다고 ....또 다른 내가 칭찬을 한다. ㅎ

고랑을 다 파고 두둑을 삽으로 깊이 뒤집은 다음에 묘묙용 상토를 뿌리고 다시 뒤집어 엎었다.

네끼로 평평하게 고르고 두둑의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발로 옆부분을 다지기를 수차례 반복한다.

드디어 완성된 이랑!!

겨우 하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쭉쭉 나갈 것이다.

오늘은 오프닝 리허설이라 생각하고 밭일은 그만. 주위를 둘러 보기로 했다.

윗쪽의 밭을 올라 서니 누군가가 벌써 감자를 파종해 놓았다.

농장회원들 텃밭으로 사용하려 했는데 이걸 어쩌나.

심어 논 감자를 갈아 엎을 수는 없어서 팻말을 세웠다.

감자를 다 캘 때 까지는 여길 사용 할 수가 없는데...; 어쩔 수 없는 일.

기다릴 수 밖에.

다시 밭으로 내려와 퍼질러 앉아서 가져 온 메밀묵과 막걸리를 한 잔 들이키는데

땀 흘려 직접 손으로 뭔가를 만든 후에 마시는 그  막걸리 맛이란.

이렇게 첫 농사가 시작 되다.

[설난]

막걸맛이 끝내주는구먼~ㅎ 입맛이 돈다..쭈~~~욱 들이키고 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