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1월 10일, 금요일. 맑음,(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페낭에서 배를 타고 드디어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최대도시 메단에 도착했다. 시간 시차가 있어서 도착한 시각은 이곳 시간으로 오후 2시 30분이다. 사람들이 부두에 바글바글하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 낡은 옷차림, 눈만 반짝이는 남루한 차림들이다. 아직도 잘 못사는 곳이라는 인상이다. 배에서 내려 입국수속을 하는 곳으로 곧장 가서 줄을 섰다. 왕복 티켓이 없으면 입국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긴장되었다. 맨 마지막에 입국 수속을 받은 우리는 별 어려움 없이 입국도장을 받았다. 엄청난 사람이 눈앞에 벌레 같이 몰려온다. 제복 입은 사람이 우리를 셔틀 버스에 태운다. 시내까지 공짜로 실어다 주는 것 같다. 배낭도 친절하게 실어준다. 어찌되었든지 엄청나게 밀려오는 호객꾼들의 무리를 따돌려 버스에 타서 가게되어 다행이다. 중국계인 듯한 50대의 부부가 함께 탔는데 친절하게 말을 걸어온다. 말레이시아를 왕래하며 무역을 한단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이름과 주소를 적어준다. If you need anymore information or assistance. Please don’t hesitate to call me. J. T. Kwan. tel:4522519. 셔틀 버스에 가방을 실어주고 내려주는 직원이 서너명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접근해서 우리의 갈 방향과 숙소에 관해서 묻는다. 자기가 잘 아는 여행사가 있다고 안내를 해 준단다. 일단 그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차량 안도 빽빽하여 복잡한데 차량 밖은 더욱 복잡하다. 태양 빛에 색이 바랜 오래된 차량들은 폐차장에 모인 차들같이 즐비하다. 날긍ㄴ 차림의 사람들은 왜 이리 많은지, 혼탁하고 혼잡하고 혼란스럽다. 도로의 차량은 쉽게 달리지 못하고 크락션 소리만 울려댄다. 사거리에 차들이 엉켜서 엉망이다. 매연과 먼지 그리고 소음과 뜨거운 열기가 메단의 첫 인상이다. 그래도 도로 주변에는 열대식물이 무겁게 우거져 있다. 중심가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힘들게 가방을 찾아 내린다. 여기까지 오는데 거의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사에게 뭐라고 말을 하니 우리만 남은 버스는 일방통행을 역주행해서 달린다. 허름한 사무실 앞에 직원과 함께 내려주고 차는 가버렸다. 이제 막 새로 시작한 여행사 같다. 차량도 모두 새 차다. 맘에 들었다. 메단(Medan)에서 파당(Padang)까지 3박 4일 동안 렌트하기로 했다. 기사 1명을 포함하고 중간에 여행하며 안내해 주기로 했다. 거기에 오늘 저녁 호텔 비를 포함하고 경비를 흥정했다. 400만 루피에 숙박 방 2개에 36,000루피 =4,360,000루피(약 66만원)다. 오랜 시간 흥정 끝에 이루어졌다. 환율은 1루피에 7.3으로 나누면 된다. 차량은 도요타 새 차를 타기로 했다. 오늘부터 파당에 도착할 때가지는 경비를 공동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숙소도 2개를 빌려 남여로 나누어 자기로 했다. 여행사 차를 타고 숙소로 갔다. 제법 좋은 3성 급 호텔이다. 호텔 이름은 Semarak hotel이다. 수영장도 있고 아침식사는 방당 2명이 제공된단다. 7층에 방 키를 받았다. 이제 짐을 정리하고 시내 구경을 나선다. 인도네시아는 약 13700여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그 중에 수마트라 섬은 크기로는 등수에 들고 길이로는 제일 긴 섬이다. 적도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하게 걸친 긴 섬이다. 3000m 급, 산들을 거느린 바리산 산맥이 세로로 달리고 있다. 수마트라 최대의 도시는 메단이다. 국제공항이 있고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항구인 베라완 항이 있는 상업도시이다. 말레이 반도에 가까운 때문인지 아라비아, 말레이, 중국 등에서 많은 사람이 이주해 왔다. 풍요롭다. 하지만 혼탁한 대도시다. 우리 숙소에서 메이문 펠리스와 모스크가 가까워 걸어가기로 했다. 호텔에서 걸어 나와 큰 길을 따라 걸어가다가 왼쪽으로 가니 메이문 펠리스(Maimun palace)다. 약간만 투자하면 멋진 곳일 것 같다. 예쁜 궁이다. 궁전 앞 뜰 잔디밭에는 놀 곳이 없는 아이들이 모여 열심히 낡은 공을 차며 놀고 있다. 입장료는 기부금으로 대신한다. 나이 많은 영감님이 영어로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둘러본다. 제 1대 술탄부터 제 9대 술탄까지 사진이 걸려있다. 역사를 알 수 있다. 고급 의자와 침대가 당시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관리가 엉성하여 국가의 경제력을 짐작케 한다. 조금 돈을 내고 술탄이 이었던 옷과 모자를 쓰고 앉았던 의자에 앉아서 사진을 찍으라는 권유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왕궁 앞 삼거리 맞은편에 제법 큰 모스크가 있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거리에는 통을 놓고 휘발유와 경유를 소량씩 팔고 있는 노점상이 눈에 들어온다. 모스크를 복장을 갖추어야 한다. 대문에서 여자는 머리에 수건을 쓰고 치마로 다리를 가린다. 남자들은 다리를 가려야한다. 입장료 겸 복장 값을 지불하고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다. 젊은 사람이 따라 붙어 영어로 설명을 해 준다. 남자와 여자의 예배실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으란다. 벗어논 신발을 정리 한 아이가 팁을 요구한다. 복잡한 모스크를 나와서 사진을 찍고 빌린 수건을 돌려준다. 유진이의 초록색 머리 수건이 어울려 인상적이다. 모스크를 나오니 날이 어두워진다. 메단의 유일한 백화점이라는 곳을 들어갔다. 싸구려 제품들이 즐비하다. 시설을 현대식이고 에어컨도 시원하다. 에스컬레이더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식당가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곳은 출입하는 사람이 구별될 정도로 깨끗하다. 식당에서 그림을 보고 식사와 음료수를 주문했다. 점심을 굶어서인지 무척 배가 고프다. 주문은 밥과 계란, 닭고기 등 비슷한데 깨끗하다. 밤거리를 걸어보니 캄보디아의 프놈펜의 거리와 흡사해 보였다. 매연으로 숨 쉬기가 싫다. 거리에는 사람을 기다리는 트라이쇼가 많다. 숙소에서 샤워를 하고 잘 준비를 한다. 세면대에는 낡아서 물이 조금씩 샌다. 중급호텔이지만 손봐야 할 곳이 많다. 멀리 비행장이 보이고 비행기가 드고 내린다. 침대를 하나 내려 바닥에 놓고 남자 6명이 잠을 청한다. 아침 8시에 예약한 차를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