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10월 14일 토요일, 맑음.
새벽 3시에 기상을 해서 오전 5시에 니카라과의 수도 마나과를 출발한 버스는 온두라스 과사울(Guasaule) 국경을 넘어간다. 출국 수속을 밟고 강을 건너 온두라스로 들어왔다. 온두라스에 입국하는 절차를 밟는다. 버스에서 내려 여권검사와 얼굴 사진을 입력한다. 입국세 두당 3달러를 받는다. 영수증을 준다. 화장실은 유료다. 각박해 보인다. 뜨거운 태양이 들판에 가득하다. 버스에 모두 탑승한다.
차는 또 달려간다. 버스 자리가 화장실 앞이다. 냄새로 인해 머리가 아프고 짜증이 난다. 험한 산을 넘어가더니 잠시 바다도 보인다. 어디를 가는지 잘 모르겠다. 들판을 건너 허름한 마을도 지난다. 또 험한 산을 한참 돌아간다. 온두라스를 드디어 달리는구나. 위험한 나라라고 주변에서 많이 말리던 나라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나라로 수도는 테구시갈파(Tegucigalpa)며 스페인어를 사용한다.
온두라스는 마야 문명 영향권의 동쪽 끝으로 코판 등에서 1,500년이 넘은 마야 유적지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동부의 황량한 평원 지대에는 여러 부족이 살았다. 16세기 콜럼버스가 온두라스에 도착한 이래 스페인의 침략을 받았다. 렝카 족의 렘피라 등이 강하게 저항했으나 결국 스페인군에게 토벌되고 여타 라틴아메리카 나라들처럼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 렘피라는 서부 온두라스 지역의 토착민족 렌카(Lenca)족의 추장이다.
2021년 대선에서 마누엘 셀라야 전 대통령의 부인 자유재건당의 시오마라 카스트로 후보가 여당의 아스푸라 후보를 상대로 14%p차로 승리하면서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여자 대통령이다. 선거 이후 에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된 이후 미 법무부에 인계되어 뉴욕으로 압송되었다. 한편 카스트로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만 대신 중국과 수교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에 대만과의 관계가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2023년 끝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현재 중남미 제2차 핑크타이드 물결에 힘입어 시오마라 카스트로 정부 역시 좌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종교 분포는 기독교 87%(가톨릭 46%, 개신교 41%), 기타 종교 2% 등이다. 통화는 온두라스 렘피라다.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중남미 특유의 친절함은 있으나, 인접국에 비해 도움이나 선물 등을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있어 외국인의 입장에서 불쾌하거나 당황스럽게 느끼는 부분도 많다.
또한 자존심이 강한 편에 속한다. 중미 지역에서는 온두라스의 국민성에 대해 주장과 고집이 세다는 평이 많고, 여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친절하다는 첫인상을 받기도 한다.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종교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여타 중남미 국가에 비해 보수적인 사회로 평가된다. 또한 사회 신뢰가 높지 않아, 가족과 친지의 일이 아니라면 타인의 일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면모가 있다.
약속이나 계약준수에 대한 신뢰가 사회규범에 자리 잡지 않아, 중요한 사안일 경우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는 평이 있다. 표면적인 언어와 실제 행동의 이행이 다른 경우가 너무 많아 사업이나 공적인 일을 진행할 때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점이 있고, 현지인들 역시 대부분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더불어 사회 신뢰가 높지 않은 탓에 교통법규위반, 야간소음 발생, 약속시간 미 준수 등 문제에 둔감한편으로, 규범준수를 가벼운 권고사항 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가벼운 일에 대해서는 발 벗고 도와주려하지만, 중요한 일에서는 무관하게 대응하는 편이 많다. 따라서 신용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쌓으려면 장시간 기간을 두고 만나야한다. 비만율이 높은 편으로, 여성 30%, 남성 18%가 비만인구이다. 온두라스는 서쪽으로 과테말라와 엘살바도르, 동쪽으로 니카라과와 접경한다. 북쪽은 카리브해, 남쪽은 태평양과 폰세카 만을 통해 접한다. 온두라스는 이른바 '중미의 티베트'라고 불릴 정도로 산이 많다.
계절은 여름과 겨울로 구분된다. 여름은 건기인 11~4월, 겨울은 우기인 5~10월이다. 7월과 8월에는 1~4주 정도 카니쿨라(canícula)라고 불리는 혹서기를 맞이한다. 살인 범죄율이 베네수엘라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라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치안이 아메리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상당히 막장이다. 이렇게 범죄율이 높은 이유는 멕시코 마약 카르텔과 연계된 갱단들이 설치고 있기 때문이며, 온두라스 내부에서도 일진 등이 준동하여 민생치안에 악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무서운 점은, 온두라스 교도소들의 대부분은 간수에 의해 관리되는 것이 아니라 수감자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미 교도소들은 탈출하지 못하도록 밖에서 보초만 서고 안에서의 업무는 교도소 내 힘센 사람들에게 독자적으로 맡기고 있다. 간수들도 딱히 별 수가 없는지 세금을 받으면서 선을 넘으면 쏘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다. 온두라스라는 나라와 관련된 여담으로 우병우의 처제 이민경은 몇 년 전 남미 온두라스 위조 여권으로 자녀를 국내 외국인 학교에 넣었다가 징역 8개월 형에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세인트 키츠 네비스 국적을 얻어 자식을 다시 다른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켰다. 이에 관해 조선일보, 우익 정권의 핵심 실세에 대해 조선일보가 이 정도로 논평을 올린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논평은 다음과 같은 말로 마무리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새 조국' 세인트키츠 네비스가 어디쯤 붙어 있는지 알기나 할까. 우 수석 처제 덕분에 세상 별별 나라 공부를 다 해본다." 2008년 8월부터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온두라스 현지에 체류하고 있던 한국인 한지수 씨가 살인 누명을 쓰고 2009년 8월부터 17개월간 교도소에 억류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나마 추적 60분을 통해 방송이 나가는 등 구명 운동이 벌어져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받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는 오후 1시 30분에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의 티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시내 남쪽 외곽이다. 시내에서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 뜨거운 햇살이 가득하고 정신없이 분주해 보인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는 북쪽이다. 걷기에는 멀어 보인다. 택시를 타기로 했다. 현지 화폐가 없어서 호텔까지 8달러에 흥정을 했다. 1달러는 25렘피라다, 20렘피라가 대충 1,000원이다.
복잡하고 좁은 길을 잘 통과해 무사히 호텔 앞에 내려준다. 감사했다. 우리 숙소는 멕아더(Macarthur) 호텔이다. 노란색 3층 건물이다. 206호 키를 받았다. 짐을 풀어놓고 시내를 둘러본다. 골목길로 들어서니 경찰서(Estación policial Core 7) 앞을 지나간다. 경찰들을 보니 치안의 걱정이 좀 사라진다. 좀 더 걸어 남쪽으로 가니 성당(St. Mary of Sorrows Church)과 광장이 나타난다. 흰색의 아름다운 성당인데 좀 오래되 보인다.
주변에는 식당들과 상가들로 붐빈다. 광장 중앙에는 천사상(San Miquel Arcangel)이 만들어져 있다. 가브리엘, 라파엘과 함께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3대 천사 중 하나다. 미카엘은 금발의 미남으로,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등에는 하얀 날개가 돋아 있다. 그리고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용으로 화한 사탄을 짓밟고 있다. 칼레 피터널(Calle Peatonal) 거리는 보행자 거리다.
시장 골목 같은 거리다. 이 거리에서 길거리 환전상을 발견했다. 50달러 1200렘피라를 받았다. 오래되고 커다란 공원(Plaza Morazán)을 만났다. 오래된 나무들로 그늘이 좋다. 사람들도 엄청 많다. 중앙공원(Tegucigalpa Central Park)이다. 동쪽에는 성당(St. Michael the Archangel Cathedral)이 있다. 아마도 온두라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규모도 큰 성당인 것 같다. 건물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고, 성당과 돔의 디자인은 아름답고 장엄하다.
성 미카엘 대천사 성당은 1763 년에 설립되었으며 대성당은 Jose Simeon Zelaya Cepeda 신부에 의해 1765-1786년 사이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건축가는 과테말라 출신의 Joseph Gregory Billzarian Quiroz였다. 성당 앞 광장과 주변 보행자 구역은 꽤 넓지만 조금 더럽고 지저분하다.
움직이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프란시스코 모라산(Francisco Morazan1792~1842)의 기마상이 공원 중앙에 있다. 온두라스의 정치인이다.
1823년에 건설된 중앙아메리카 연방의 초대 대통령 아르세에 대한 저항 운동을 이끌면서 1827년 자유당의 핵심인물이 되었다. 중앙아메리카 연방의 수도 과테말라 시티에서 보수파 군대를 무찌르고 1830년 연방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온두라스의 5 렘피라 지폐에도 그의 얼굴이 있다. 후면 도안은 그가 승리한 1827년 트리니타드 전투를 묘사한 것이다. 10렘피라에는 대통령 카바냐스(Cabanas 1805~1871)의 얼굴이 있고 후면에는 온두라스의 대학교 테구시갈파 캠퍼스의 모습이다.
20렘피라에는 디오니시오 에레라의 모습이 있고 후면에는 역사 박물관(옛날 대통령 궁)의 모습이다. 50 렘피라에는 갈베스 대통령(Galvez 1887~1972)의 얼굴이고 후면에는 중앙은행이다.
100렘피라에는 정치가 바예(Valle,1780~1834)의 얼굴과 촐루테카 현수교가 있다. 후면에는 촐루테카에 있는 그의 생가의 모습이다. 100 렘피라에는 법률가 라몬 로사(Rosa, 1848~1839) 와 메르세드 교회의 모습이다.
후면은 산 후안시토 지방에 있는 로사리오 광산 모습이다. 광장 남쪽 길에는 미니버스들이 정차해 있다. 주변에는 상가와 쇼핑센터가 모여있다. 우리는 치킨집(Church's Chicken • Centro)으로 갔다. 치킨 세조각과 감자칩, 빵 하나가 나왔다. 맛있게 잘 먹었다.
골목시장 거리에서 람프탄, 포도, 물을 샀다. 거리 서쪽 끝에는 박물관과 미술관 건물이 있다. 숙소로 왔다. 숙소에서 내일 숙소(G y V HOTELS)를 예약했다. 피곤하다. 온두라스에 와 있다는 생각에 꿈만 같다. 꿈은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