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정의
시는 감촉할 수 있고 묵묵해야 한다
구형의 사과처럼
무언이어야 한다
엄지손가락에 닿는 낡은 훈장처럼
조용해야 한다
이끼 자란 창턱의 소맷자락에 붙은 돌처럼
시는 말이 없어야 한다
새들의 비약처럼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떠오를 때처럼
마치 달이 어둠에 얽힌 나뭇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놓아주듯이
겨울 잎사귀에 가린 달처럼
기억을 하나하나 일깨우며 마음에서 떠나야 한다
시는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마치 달이 떠오를 때처럼
시는 비등해야 하며
진실을 나타내지 않는다
슬픔의 모든 역사를 표현함에
텅 빈 문간과 단풍잎 하나
사랑엔
기운 풀과 바다 위의 등대불들
시는 의미해선 안 되며
존재해야 한다
- A. 매클리시, 「시학(詩學)」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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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학(詩學)의 부분은 시(詩)가 어떤 존재여야 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이탤릭체의 부분에 주목해보자.
시는 “감촉할 수 있고 묵묵해야” 하는 존재 -이미지 강조
또 시를 “시시각각 움직이지 않아야” 하며, “기억을 하나하나 일깨우며 마음에서 떠나야”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일시적인 것에 좌우되거나, 어떤 마음을 강요하는 존재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첫댓글 시론이 명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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