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변(抗辯)
장의순
나쁜 사람들
날 보고 쥐똥나무라고
차도 변에서 매연을 먹어 치우고
소음을 먹어 치우고
밤낮으로 저들을 보살펴 주었는데
부주의하게 폭주하는 차량도 보호하고
비틀거리는 술꾼이나, 철없는 어린이도 감싸 주었는데
날더러 쥐똥나무라고
맑은 산속이나 넓은 들에서
마음껏 활개치며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어 보련만
걸핏하면
병사들의 머리카락처럼 박박 깎아서 모판으로 만들고
내게 천덕꾸러기 이름이나 붙여주고
늦은 봄날
자잘한 흰 꽃송이 그윽한 향기
한여름 지나 청구슬 송알송알 매달았고
가을이 깊어 가면
내 아기들은 흑진주로 변신 한다네
언제 청구슬을 꿰어
에메랄드 목걸이를 만들어 봤나
언제 흑진주를 꿰어
귀부인의 귀고리로 달아 봤나
나쁜 사람들
날 보고 쥐똥나무라고.
첫댓글 장의순시인님
개인서재 입성시가 대단합니다
쥐똥나무의 항변
정말 설득력있습니다
전 장선생님 첫시집 이름이 쥐똥나무인걸 알고부턴 쥐똥나무에 관심이 가고 사랑하게 되었지요
하얀꽃 향기가
너무나 좋아서 대로변에서 서성이곤
합니다
가을이면 비둘기들이 그 흑진주를 양식으로 삼더라고요 ᆢ
쥐똥나무들아! 대신 항변해주신 장시인님이 지나가시면 모두 서열해서 경례를 정중히 드리렴!
ㅎㅎㅎ 시계꽃님 누구신지, 넘 재밌는 분이세요. 시계꽃이라니 해바라기, 여문우님? <쥐똥나무들아! 대신 항변해주신 장시인님이 지나가시면 모두 서열해서 경례를 정중히 드리렴!> 고압고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답글기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