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포를 보내며
먼 길 살펴 잘 가라고 싸매고 또 싸매고
그리움 틈새마다 한껏 채워 넣으면
터질 듯 늘어난 부피 만삭의 몸이 된다
저울 바늘은 어느새 영점을 넘어서도
만 리 이역에서 꿈을 심는 딸애는
언제나 가 닿고 싶은 내 사랑의 종착역
이 마음 한 올 한 올 혈육의 끈을 엮어
튼실한 어망인 양 난바다로 보낸다
보내고 또 보내주어도 가슴만 아린 사랑
한국의 돌들을 구해서 소포로 보내 달라는 그녀의 엉뚱한 요구에 당황했다. . 울퉁불퉁할수록 좋은 돌, 발밑에 딛고 걸을 수 있는 크기의 발 보다 작은 돌, 뾰족하거나 날카롭지 않고 매끈한 돌들을 구해달라고 했다. 돌을 소포로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은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 같았다. 그냥 맨해튼을 흐르는 허드슨 강가에서 찾아 보라고 했더니 한국의 돌이라야 그 혼이 살아있다고 한다.
그날 이후 그야말로 돌을 찾아 헤매었다. 계곡 쪽으로 가서 찾으면 돌들이 너무 크거나 뾰족하고 바닷가에 가서 찾으면 울퉁불퉁하지 않은 매끈한 차돌들이 대부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경남 창원시 진동천의 모래톱에서 그녀가 요구한 돌들을 구하게 되었다.
함께 보내달라고 한 그물을 구하기 위해 진해 속천항을 찾았다. 수산업협동조합이 있는 속천항에는 각종 어구들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제법 있었다. 그물코의 크기를 요리조리 살펴본 후 진동천에서 찾은 그 돌들이 딱 걸리기 좋은 그녀가 원하는 크기의 그물을 샀다. 집으로 돌아와 돌들을 그물 속에 넣고 어깨에 매고 끌며 걸어보았다. 그녀가 무엇을 할지는 모르지만 소포를 보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행위가 하나의 작품같았다.
2009년 맨해튼의 32번가 한인타운 근처 길에서 그녀는 장장 4시간에 걸친 Islands(섬)이라는 퍼포먼스 작업을 하였다. 그녀가 보내 준 그 영상을 보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 많은 인종이 모인 다국적 국가에서 그녀는 홀로 섬이 되어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모여든 이민자들의 힘겨운 삶을 오로지 온몸으로 표현했을 그녀가 자랑스러우면서도 그녀의 건강이 걱정되기도 했다
섬
-퍼포먼스
네발로 기어서 가요 맨해튼 32번가
밀물에도 식지 않을 갈매기의 족적 같은
뜨거운 그 흔적 하나 지구별에 새겨야죠
달그락 달그락 진동천 조약돌을
운석인 양 짚어가며 왔던 길 돌아갈 즈음
휠체어 타는 여자가 힐끔 힐금 나를 봐요
작정하고 시작한 운명 같은 길이지만
헤쳐야 할 파도가 목젖까지 차 오를 땐
단단한 오체투지의 징검돌도 흔들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