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 논쟁과 관련해 합리적인 토론과 현실적인 대안 만들기를 위한 기획연재 <안산 돔구장, 필요한가> 두 번째로, 돔구장의 국내 최고권위자로 꼽히는 부산 동명대학교 체육학과 전용배 교수의 특별 기고를 싣습니다. 전교수는 스포츠경영학 및 시설경영론을 전공하였으며, 미국 뉴멕시코주립대학교 스포츠경영학 박사로 한국스포츠산업 경영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편집자 주>
야구관계자는 아니지만 팬으로서 그리고 오랫동안 야구계 언저리에서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에도 돔구장이 들어선다면 하는 생각을 늘 해왔다. 게다가 최근에 필자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야구발전실행위원회’ 멤버로서 야구 인프라분과에 소속되어 야구장건설 및 확보가 주요관심사가 되었다. 이제 ‘사명감’을 가지고 야구 인프라구축에 최선을 다해야 할 입장이다.
특히 안산에 돔구장이 계획되고 있으니, 야구계의 오랜 숙원이 드디어 풀리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양심’이 흔들리고 있다. ‘돔구장은 필요하지만 안산은 아닌데’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학자적 양심이전에 조금만 돔구장에 대한 이해만 있어도 이런 방식으로 추진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안산 돔구장은 야구계에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안산시에는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산 돔구장이 왜 위험한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야구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야구는 미국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미국의 정치 및 경제사는 생성되었다 지워지기도 했고, 가치도 변화했지만 미국역사에서 변하지 않은 불변계수는 야구가 유일하다. 일본에서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라 ‘종교’이다. 패전이후 일본이 경제적으로 다시 재기하는데 있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야구이다. 이러한 ‘야구의 혼’이 미국과 일본에는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다. 야구가 야구 이상의 가치를 발현했기에 경기장건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야구는 역사와 전통의 스포츠이다. 미국, 일본,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로야구 초기에 팀을 창단하고 관여하여 기득권을 형성하지 않으면, 명문이 되기 힘들고 시장에서 가치창출에 각고의 어려움이 따른다. 프로팀이 없는 안산에 돔구장을 만들면 기존의 팀을 유치하던가, 새로운 팀을 창단해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은 일이다. 비싼 돈을 주고 돔구장을 이용할 구단은 거의 없다.
둘째, 돔구장 건립 방식은 복합시설 또는 명문구단 존재가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도쿄 돔처럼 복합시설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명문구단이 존재해서 사람을 불러 모아야 하는데, 안산은 이러한 관점에서 한계가 있다. 돔구장 자체만 운영하려면 나고야처럼 인기구단이 존재해야 가능하다. ‘야구가 종교’인 나고야도 돔구장운영에서는 결국 적자이다. 나고야 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주니치 드래곤스는 입장수입의 31%(900억 원 중에서 300억 원)을 구장사용료로 지불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돔구장 운영은 돈이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지구상에서 가장 인기구단 중 하나인 오사카의 한신이 오사카 돔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결국 오사카 돔이 ‘파산’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도 한신이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연간 200억 원의 적자를 견디지 못해 파산했다. 안산의 경우 특별한 복합시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팀을 유치해도 명문이 되기에는 오랜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당장 위험요인이 발생한다.
셋째, 야구는 대도시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야구는 경기수가 축구 및 기타 스포츠와 비교되지 않는다. 축구와 농구는 중소도시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팀이 많지만, 야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야구는 도시민들의 야구 사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직 도시 인구에 따라 팀의 운명이 결정되는 종목이다.
뉴욕 양키즈, LA다저스, 시카고 컵스, 보스턴 레드삭스, 도쿄 요미우리, 오사카 한신, 한국의 LG, 두산, 롯데, 삼성 등 예외가 없다. 기본적으로 안산이 프로야구팀을 유치할 수는 있겠지만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가 도쿄중심으로 5개 구단이 몰려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서울에 3팀이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 이다. 현대 유니콘스의 수원시절 보다는 히어로즈의 목동이 관중동원에 유리한 이유도 마찬가지 이다. 야구의 대도시 사랑은 운명적이고 구조적이다. 안산은 아무런 메리트가 없다.
안산 돔구장을 공짜로 빌려주면 모를까,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채산성을 볼 때, 비싼 돈을 주고 사용할 구단은 없다. 그렇다고 현재의 구조처럼 입장수입의 25%를 구장사용료로 지불한다고 해도, 그 금액은 10억 원도 안 된다. 일 년에 10억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안산 돔구장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안산은 도시자체가 돔 구장을 건설하기에는 매력적인 요인이 없다.
넷째, 안산과 비교가능한 곳은 삿포로 돔뿐이다.
삿포로 돔은 프로야구 홋카이도 니혼햄 파이터스와 프로축구 J리그 콘사도레 삿포로의 홈구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즉 축구와 야구의 겸용이 가능한 곳이다. 대관료는 2만 명 이하 입장 시, 800만 엔(1억 2천만 원), 4만 명 이상 시, 1600만 엔(2억 4천만 원)이다. 삿포로는 근본적으로 돔이 아니면 야구를 할 수 없는 곳이다. 그러하기에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이 공동 투자하여 운영상에 발생되는 재원문제는 지역민들에게 어느 정도 설득을 구한 상황이다.

다행히 두 개의 프로팀과 전시컨벤션 행사로 적자를 보는 상황은 아니지만, 삿포로 돔의 경우 특수한 상황이고 향후 추이를 더 지켜보아야 한다. 일단 홋카이도 일대는 프로야구 팀이 없는 관계로, 이 일대 지역민들은 수십 년간 프로야구 팀의 유치가 숙원이었다. 안산의 경우에는 특별히 삿포로처럼 야구에 한(恨)이 맺힌 곳도 아니고, 축구와 야구 겸용도 아니고, 전시컨벤션이 활발한 도시도 아니지 않는가.
다섯째, 모든 문제는 완공이후에 발생한다.
돔 구장은 결국 건설이 아니라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안산도시공사와 민간이 합작하여 건설은 가능하리라 본다. 그러나 완공이후에 정말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발표된 것이 없다. 돔구장의 운영에 매년 얼마가 들어가는데, 어떻게 해서 운영재원을 확보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나 계획이 나와야 한다.
끊임없는 공청회와 조사, 그리고 해외사례를 분석하고 전문가 초청 세미나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민 설득과 소통 없이 건설할 경우,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누가 책임을 질 수 있겠는가. 안산에 돔을 만들어 정말 안산시의 이정표가 되도록 하려면, 좀 더 시간을 갖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왜 안산이 돔 구장이 필요한지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신중해야 한다.
여섯째, 대형경기장은 주민 세금으로 충당하려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스포츠는 국가 및 지역발전에 분명히 의미 있는 기능을 할 수 있다. 돔뿐만 아니라 대형경기장을 관(官)에 의존하는 이유는 스포츠가 갖는 공공재적 성격 때문이다. 완공이후 적자발생시 지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따라서 세금으로 충당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세금 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세금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스포츠의 성격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서울 고척동 구장은 완공이후 어느 정도의 손실보전을 생각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이러한 마인드 및 스포츠의 공공재적 성격에 대한 규정 없이 건설할 경우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고, 민간위탁 운영자가 수지 타산이 맞지 않고 운영을 포기할 경우 대안도 없고 재앙이 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도 돔구장이 필요한 시점은 되었다. 문제는 어디에 건설하느냐 인데, 적어도 ‘안산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 계획을 잡아야 향후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안산이 정말로 돔구장을 계획하고 있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일본의 6개 돔구장을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 일본의 경우 자세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경향은 있지만 객관적 자료를 못 구할 정도는 아니다. 경기장만 보지 말고 그 지역의 야구문화와 역사까지 참고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야구 인프라 구축을 위해 ‘사명감’을 가지고 일해야 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참으로 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안산 돔구장은 재고되어야 한다. ‘아무리 야구를 사랑해도 진실보다 더 우선인 것은 없다.’
아무쪼록 안산 돔 프로젝트가 ‘최소한의 합리성’이라는 전제하에서 검토되고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안산 돔 구장이 ‘재앙’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은 안산시의 역할이다. ‘돔 구장 재앙’인식이 기우이기를 바라지만 우려가 되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님을 거듭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