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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2012년 6월 공연총평
6월에 필자가 관람한 공연은 극단 백수광부의 아리엘 도르프만 작 김엘리사 역 이성열 연출의 <과부들>(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로리 브룩스 원작 한현주 각색 서충식 연출의 <레슬링 시즌>(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 극단 컬티즌의 밋치 엘봄, 제프리 햇쳐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명동예술극장에서 와즈디 무아와드 작 최준호 역 김동현 연출의 <그을린 사랑>(명동예술극장) 극단 거미의 김사량 작 김제민 연출의 <호접, 66년의 침묵> (혜화동1번지) (주) 적도의 마이클 프레인 작 김승완 역 백원길 연출의 <노이즈 오프>(동숭아트센터 동숭홀)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의 성기웅 작/연출의 <다정도 병인 양하여>(국립극단 소극장 판), 극단 맨씨어터의 사라 럴 작 정호진 역 박근형 연출의 <죽은 남자의 핸드폰>(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극단 동 대표 레퍼토리 展 에밀 졸라 원작 강량원 대본/연출의 <테레즈 라캥>(두산아트센터 space111) 극단 미추의 박현숙 기획/번역 정의신 작/연출의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남산 예술센터) JH컴퍼니의 하일권 원작 이지현 극본 진종현 연출의 <삼봉이발소>(한성아트홀2관) 토리엔터테인먼트의 공지영 원작 이선 대본 김만중 연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한성아트홀1관) 프로젝트그룹 빠-다밥의 박경창 작 김한내 연출의 <우박소리>(혜화동1번지) 극단 아우라 창단 공연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작, 유효숙 역, 성준현 연출의 <로베르토 쥬코>(동숭무대 소극장) 극단 산의 윤정환 작/연출 <짬뽕> (선돌극장) 극단 조은컴퍼니의 곤도 히로미츠 작 이성현 장준휘 역 김제훈 연출의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키 작은 소나무 가변극장) 극단 오늘의 뮤직드라마 위성신 작/연출의 <당신만이> (축제소극장) 극단 오늘의 위성신 작 연출 뮤지컬 <퍼펙트 맨>(세실극장) 광주전국연극제 대전극단 앙상블의 김태수 작 이종국 연출의 <불나고 바람 불고>(광주문화예술회관 소극장) (주)신시컴퍼니의 하타자와 세이고 작 기무라 노리꼬 이성곤 역 김광보 연출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세종M씨어터) 극단 산수유의 장-미셸 리브 작 임혜경 역 류주연 연출의 <동물 없는 연극>(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극단 락성의 박인웅 기획 최현우 연출의 <셰익스피어 이야기> (혜화동1번지) 문화창작집단 수다의 장진 작/연출 <허탕>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등이다. 위의 작품 중 특기할만한 공연평과 이와는 별도로 2012 한국여성연극협회에서 개최한 <드라마투르크(Dramaturg)>에 관한 심포지엄을 소개하기로 하겠다.
1 한국공연예술센터&극단 백수광부의 아리엘 도르프만 작 김알리사 역 동이향 윤색 이성열 연출의 <과부들>
이 연극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군사 쿠데타로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를 무너뜨리고 17년간 집권한 피노체트 군사독재정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피노체트는 1915년 칠레의 발파라이소에서 태어나 1936년 산티아고에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직업군인이 되어 육군사관학교 부 교장을 지냈다. 1956년 미국 주재 대사관 무관에 이어 제6사단장, 1969년 육군참모장, 1973년 8월 대장으로 육군총사령관이 되었다. 같은 해 9월 육군·해군·공군 및 경찰군 총사령관으로 군사평의회를 결성, 쿠데타를 일으켜 아옌데 정권을 전복하고 군사평의회 의장에 취임하였다. 1974년 12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1980년 9월 국민투표로 장기집권을 노린 신헌법을 통과시켜 1981년 3월 신헌법의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그 후 계속되는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를 무시한 채 독재정권을 계속하다가 1986년 극좌단체에 의한 암살미수사건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1988년 10월 대통령 집권연장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서 패배하여 1989년 12월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파트리시오 아일윈이 당선된 뒤 1990년 3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피노체트가 17년간의 대통령 재임 기간에 공식 보고된 숫자로만 3197명이 정치적 이유로 살해되었고, 수천 명이 불법 감금된 채 고문당하고 강제 추방되었으며, 1000여 명이 여전히 실종 상태로 남아 있는 등 독재자로 악명을 떨쳤다. 이로 인하여 1998년 10월 런던에서 영국 사법당국에 의하여 체포되었으나 2000년 3월 건강을 이유로 석방된 뒤 칠레로 귀국하였다. 귀국 후 가택연금 상태에서 인권유린 등의 혐의로 300여 건의 기소를 당하였으나 형사처벌을 받기 전에 2006년 12월 사망하였다. 장례는 피노체트 정권하에서 고문으로 아버지를 잃은 바첼레트 대통령의 거부로 국장(國葬)으로 치러지지 못하고 군장(軍葬)으로 치러졌으며, 피해자들에 의하여 훼손될 것을 두려워한 피노체트의 유언에 따라 시신은 화장되었다.
아리엘 도르프만은 유태계 아르헨티나 작가로 칠레로 이주해 아옌데 사회주의 정권에 종사하다가, 군사 쿠데타로 피노체트가 집권하자 미국으로 망명해 30년간 미국에 머물며 반 군부 활동을 벌였다. 미국의 9 11테러를 직접 목격하기도 했고, 피노체트가 물러나자 귀국한 후에는 집필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작품 <죽음과 소녀>와 <경계선>이 1990년대와 2000년대 극단 미추에 의해 공연되기도 했다.
이 연극은 군 주둔지역에서 남성이 모두 차출되어 가거나, 강제 연행된 자의 아낙들이 강가에서 지아비나 동생 또는 자식을 애타게 기다리며 엮어가는 내용이다.
무대좌우에는 사구(砂丘)가 만들어져 있고, 무대전면에 강이 흐르는 것으로 설정이 되었다. 배경 막 가까이 엄청난 크기의 나무를 두 세 그루 세워놓았고, 장면이 바뀌면 성당의 고해소(告解所)가 되고, 구금(拘禁)장소가 되기도 하고, 2부에서는 십자가 상 앞 기도장소와 주둔군 통수권자의 응접실로도 설정된다. 배경 막에 강물 흐름의 영상을 투사해 극적 효과를 부각시켰다.
연극은 도입에 주인공 과부가 강가에 앉아 남편을 기다리는 장면에 시작된다. 과부들이 떼 지어 등장하고, 과부들은 모녀(母女)도 있고, 고부(姑婦)간이기도 하고, 동서(同棲)지간이거나 자매(姉妹)관계거나 친척(親戚) 또는 친구, 그리고 이웃들이다.
과부들의 한결같은 염원은 부친 또는 남편이나 아들을 비롯해 남성가족들이 돌아오는 것이다. 이 연극에서는 남자들이 장기간 억류되고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묘사가 되니, 엄밀히 따진다면 <과부들>이라는 제목은 맞지가 않다.
시체가 한구가 강물에 떠내려 오면 주인공 과부는 자신의 남편이라는 주장을 하고, 주둔군 장교에게 시체의 장사를 지내겠다는 탄원을 한다. 주둔군은 주민의 뜻을 이해하려는 화합 형 대위와 묵살하는 강경파 중위로 대립을 한다.
그러나 주둔군은 죽음의 원인을 두고 자신들의 책임론이 대두되는 것이 불편해, 주인공의 탄원을 거절하고 강경파인 중위는 시체를 가져다 불태워버린다.
시체가 또 떠내려 오고, 과부들이 떼 지어 몰려와 저마다 자신의 남편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번에는 주둔군 대위가 연고자를 가려내고 대위의 인정 하에 과부들이 직접 시체를 거두고 매장토록 한다. 이로 인해 주둔군 대위와 중위와의 갈등이 증폭된다. 향 후 대위는 시체매장을 군주도하에 거행하기로 결정한다.
주둔군 중 한 병사와 미모의 젊은 과부와의 치정행각이 벌어진다. 젊은 여인의 끓어오르는 욕정이 도덕심을 극복한 것이다. 그러나 이 여인은 후반부에 강물에 빠져 안타깝게 목숨을 잃는다.
시체가 또 떠내려 오고, 또 과부들이 몰려드니, 군은 성당의 신부까지 불러들여 증언을 하도록 한다. 그러나 신부인들 부패한 망자의 신원을 어찌 구별하랴? 결국 시체는 군에서 끌어다 처리하고, 이로 인해 과부들은 강가에서 촛불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바람이 거센 대서양과 태평양의 경계선에서 촛불시위라니....? 아마 횃불시위가 제격이리라.
억류되었던 남자들 중에 폐인이 되다시피 한 인물이 군의 배려로 귀가한다.
그러나 송장과 다름없는 남자가 어찌 남자구실을 하랴?
중 위가 통수권자에게 불려가 공로를 인정받는다. 헌데 표면에 나타난 통수권자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지배를 받는 장면이 연출되니, 관객은 충격을 받는다. 아마 보이지 않는 손의 지령 하에 움직이는 어떤 정치조직과 비견되는 모습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리라.
대단원에서 흐르는 강물과 더불어 과부들의 한의 생애가 덧없이 흘러가는 것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예수정이 주인공 과부, 한명구가 대위, 전국향이 친구, 오현경 선생이 주둔군 통수권자, 이호성이 신부, 이영숙이 통수권자 부인, 김현영이 젊은 과부, 박완규가 중위, 박윤정이 치정녀, 김현중이 치정남, 김민선이 과수댁, 홍시로가 소년, 김준태가 의사, 그 외 이태형, 정 훈, 최원정, 김란희, 박미란, 김경회, 심아롱, 민해심, 박하영, 유시호, 이반석, 조재원, 김효중, 김건우, 하동기 등이 출연해 각자의 성격창출은 물론 절도 있는 움직임과 조화로운 열창, 그리고 안무에 이르기까지 단합된 호연으로 마치 명 오케스트라의 연주 같은 화음을 극에 부각시켰다.
손호성의 무대는 한 폭의 명화였고, 김창기의 조명역시 명화창조의 일익을 담당했다. 이동민의 분장, 조만수의 드라마투르그, 장영규의 음악, 장영규 김선의 작/편곡, 이준혁의 음향, 고재경의 움직임, 신성환의 영상, 김혜지의 소품, 양은숙의 안무, 이은경의 사진, 노 운의 그래픽, 김민재의 조명오퍼, 하동기의 무대감독, 김건우 김은선의 조연출, 이희경 이시은의 기획 등이 완벽에 가까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백수광부의 아리엘 도르프만 작, 김알리사 역, 동이향 윤색, 이성열 연출의 <과부들>을 한 편의 걸작명화로 탄생시켰다.
2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로리 브룩스 작 최영애 예술교육감독 한현주 각색 서충식 연출의 <레슬링 시즌>
레슬링(wrestling) 경기가 처음으로 기록된 것은 1938년 바그다드(Bagdad) 근교의 사원에서 발견된 그림에 나타난 것으로서, 약 5000여 년 전 메소포타미아(Mesopatamia)지방에 살던 스메르(Sumeria)인들 사이에 레슬링이 하나의 투기로서 존재하였다. 나일(Nile)강 근처에서 발견된 베니 핫산(Beni Hasan)사원의 벽화는 고대 레슬링 경기를 묘사한 훌륭한 작품으로 약 4000년 전의 이집트와 아시리아의 약 300여 가지의 레슬링 경기기술이 그려져 있는데, 그 중 몇몇 기술은 지금까지 전수되고 있다.
기원전 704년에 열렸던 제18회 고대올림픽부터 레슬링은 스포츠종목으로 채택되었다. 기원전 393년에 고대 올림픽이 중지되었으나, 그리스에서 행하였던 레슬링과 로마에서 행하였던 레슬링을 합한 그레코·로만 형 레슬링이 생겨, 1896년 근대 올림픽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1904년 제3회 올림픽대회부터는 자유형을 7체급(47.6㎏, 52.1㎏, 56.7㎏, 61.2㎏, 65.7㎏, 71.6㎏, +71.6㎏)으로 나누고, 1908년에는 그레코·로만 형 4체급(66.6㎏, 73㎏, 92.9㎏, +92.9㎏)으로 나누어 실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34년 중앙기독교청년회관 YMCA에서 김후옥·유옥길·조순동 등이 레슬링 부를 창설하고, 1941년에는 YMCA주최로 제1회 레슬링선수권대회를 개최하여 국내에서 처음으로 레슬링경기를 선보였다. 1942년 4월에는 서울공설운동장에서 국내 선발팀과 일본 유학생 팀과 친선경기가 개최되어 국내 레슬링 보급에 박차를 가하였다.
1945년 10월에는 한국체육관이 창립되었으며, 1946년 3월에는 조선 아마추어 레슬링협회가 창설되어 그 해 11월에 전국레슬링선수권대회가 열리게 되었다. 광복 후 1948년 7월에는 조선 아마추어레슬링협회를 대한 아마추어 레슬링연맹으로 개칭하고 국제레슬링연맹(FILA)에 가입하였다.
그 해 제14회 런던올림픽대회 때 처음으로 국내선수 2명이 참가하여 5위에 황병관(黃炳寬), 6위에 김석영(金石永)에 입상하는 성적을 보였고, 제16회 멜버른올림픽대회에서는 3명이 출전하여 4위에 이상균(李相均)이 입상하기도 하였다. 1964년 제19회 동경올림픽대회에서는 처음으로 자유형과 그레코·로만형의 두 종목에 출전하여, 자유형 플라이급(52㎏)에서 장창선(張昌宣)이 은메달을 획득하였다.
장창선은 이후에도 1966년 토론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플라이급 우승을 하는 영광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1976년 제21회 몬트리올올림픽대회는 우리 나라 레슬링 계 뿐 아니라 한국 스포츠계에 감격스러운 대회였는데, 이 대회에서 자유형 페더급(62㎏)의 양정모(梁正模)가 금메달을 획득하고 자유형 플라이급(52㎏)에서 전해섭(全海燮)이 동메달을 획득하는 등 쾌거를 올리게 되었다.
1984년 7월 29일부터 8월12일까지 개최된 제23회 로스앤젤레스올림픽대회에서도 우리나라의 레슬링은 위용을 떨쳤는데, 그레코·로만형에서 김원기(金原基)가 62㎏급에서 금메달, 자유형에서 유인탁(柳寅卓)이 68㎏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을 비롯하여 은메달 1개, 동메달 4개의 성적을 거두었다.
1986년에 개최된 제10회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도 금메달 9, 은메달2, 동메달 5개의 성적을 거두었으며, 1988년 서울올림픽대회에서도 그레코·로만형 74㎏급에서 김영남(金永南)과 자유형 82㎏급에서 한명우(韓明愚)가 금메달을 차지하고 그 밖에 은메달 2개, 동메달 5개 기록하는 등 우리나라의 레슬링이 국제적 우위를 보여주고 있다.
2000년대에 이르러 대한 레슬링 협회에 등록선수는 1,890여 명(중학교 84개교 734명, 고등학교 53개 학교 693명, 대학교 21개 학교 266명, 일반 31팀 198명)이 등록되어있었으나 2012년 현재는 그 수가 반으로 감소하여 이 공연을 계기로 레슬링 선수의 수가 증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연극은 원작의 배경인 미국을 한국으로 옮겨 재구성을 했다.
입시를 앞둔 한국의 고교 레슬링 선수들의 학교생활과 우정, 그리고 대학진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레슬링 경기에서의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 위해 수련하는 모습과 체중감량, 그리고 여학생과의 우정과 사랑, 동성애 등이 내용으로 펼쳐진다.
무대 바닥에는 분홍색의 부드러운 스펀지 매트가 덮여 있다. 매트에는 원형으로 1m 너비의 수동지역(Passivity Zone)이 10㎝의 붉은색 선으로 그려져 있고, 중앙에는 직경 9m 너비의 원이 그려져 있다. 극장 전체가 체육관으로 설정이 되고 중앙의 원형의 선이 시합장 겸 수련장이 된다. 무대 앞뒤로 계단이 만들어져 있어 등퇴장 로 구실을 한다.
학생들은 함께 운동을 하며 절친한 사이인데도 경쟁상대가 되고, 남녀학생이 레슬링 복 한 벌을 착용하고 살을 마주대고 훈련을 하는 관계로 성적충동을 느끼게도 되니, 성 접촉을 했다는 소문이 남녀학생들 중에 퍼지기 시작한다. 게다가 남학생들 간에도 동성애를 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게 된다. 소문의 주인공인 남학생은 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은 아니지만, 소문을 퍼뜨린 여학생을 가까이하게 되고, 그 여학생의 성 접촉요구를 거절한 것이 동성애자로 낙인을 찍히게 된다. 향후 그 변명을 위한 남학생의 설명이 여학생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애정이 싹트고, 그 여학생을 좋아하는 다른 남학생과 라이벌 관계가 되어 경기장에서까지 라이벌로서 대결을 하게 된다. 주인공의 동성애 상대로 소문난 남학생은 집단 구타를 당하기도 해 경기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지만, 주인공인 남학생의 설득으로 참가를 결심한다.
드디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레슬링 경기가 시작되고, 지도교사가 심판을 맡는다, 경기가 시작되고, 폴승을 하였을 때는 승자가 4점, 패자는 0점을 받으며, 기술 점수는 잡기, 응수, 반격과 무너뜨리기, 던지기의 스탠딩기술과 굴리기, 뒤집기, 넘기기의 그라운드기술에 따라 5점, 4점, 3점, 2점, 그리고 1점 등이 승점으로 선수에게 배정된다.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친구는 패배해 탈락한다. 드디어 주인공과 라이벌의 대결이 시작된다. 초반에 주인공이 리드를 하다가 라이벌 남학생에게 역전을 당하고, 역전패를 당할 마지막 순간에 주인공은 들어 넘기기 한판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승리를 거둔다. 친구는 자신의 승리처럼 기쁨을 참지 못하고, 여학생은 라이벌 남학생의 뒤를 따르려다가 주인공의 만류에 살며시 손을 내미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김하준이 심판, 김남수가 기태, 하지은이 해리, 전수지가 소진, 이두희가 영필, 안병찬이 민기, 이형훈이 강석, 심연화가 주아, 홍미진이 지영을 맡아 각자 나름대로의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객석으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예술감독 손진책, 드라마터그 김옥란, 예술교육 최기숙 황하영 손서희 손준형 강경선, 레슬링 자문 및 협력 정종구 백진국, 레슬링 트레이너 이승혁, 조연출 최여림, 무대감독 문원섭, 무대디자인 박상봉, 조명디자인 이현지, 의상디자인 임예진, 작곡 배미령, 안무 최은화, 움직임지도 유홍영, 조연출보 박신영, 조명오퍼 허유미, 음향오퍼 신지혜, 사진 김호근, 그래픽 텍스트, 홍보영상 이지민, 작품번역 강문아 문원섭, 자료번역 박지혜, 편집 김해주 최영동
이소영 김지원, 프로듀서 김미선, 어시스턴트 프로듀서 이민섭 등의 기량과 열정이 하나가 되어 로리 브룩스 원작, 최영애 예술교육감독, 한현주 각색, 서충식 연출의 <레슬링 시즌>을 청소년 누구나가 관람해도 좋을 우수한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3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컬티즌의 밋치 앨봄&제프리 햇처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모리와 함께한 일요일>은 미국작가 미치 앨봄(Mitch Albom)이 주인공 모리 스워츠(Morrie Schwartz)와의 실화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 1997년 출간되었고, 1999년 TV 영화로 제작되어 방영됐으며, 2000년 뉴욕 타임즈 비소설 분야 (Non-Fiction Novel)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신문 칼럼니스트인 미치 앨봄이, 근위축성 측색경화증 (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흔히 알려진 루게릭병 (Lou Gehrig's Disease)으로 죽어가고 있는 16년 전의 은사, 모리 스워츠(78세, Brandeis University 사회학 교수)와 화요일마다 만나서 함께한 교수와 제자의 실화를 연극으로 만들었다.
근위축성측색경화증은 신체의 근육이 위축되는 질환이며, 1930년대 미국 프로 야구 뉴욕 양키스의 루 게릭이 이 병을 앓다가 2년 만에 사망하여, 그 후로 “루 게릭 병”이라고 불린다.
미치 앨봄(Mitch Albom1958~)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에미상을 수상한 방송인이며 인기 칼럼니스트이다. 브랜다이스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 졸업 후 뮤지션을 꿈꾸며 미국과 유럽에 있는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다가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매 작품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평범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 내며, 각종 언론으로부터 ‘삶과 죽음을 끌어안는 최고의 휴머니스트’라는 극찬을 받았다.
젊은 시절 스포츠 칼럼니스트로 데뷔한 이후, 라디오와 ABC TV 등 여러 방송 매체에서 진행자로서 두각을 나타냈고, 그러던 중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의 주인공 모리 슈워츠(Morrie Schwartz) 교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세속적인 성공만 추구하던 삶에 변화를 겪게 됐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단 하루만 더(For One More Day)> 등 그의 대표작은 이미 전 세계 41개국 42개 언어로 출간되어 수천만 명의 독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안겨 주었다. 그는 현재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에서 아내 제닌과 함께 〈드림 펀드(Dream Fund)〉, 〈어 타임 투 헬프(A Time To Help)〉, 〈S.A.Y 디트로이트(S.A.Y Detroit)〉 등 세 곳의 자선 단체를 운영하며, 삶의 의미를 일깨우는 따뜻한 글쓰기에 힘쓰고 있다.
제프리 햇처(Jeffrey Hatcher)는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The Duchess)> <스테이지 뷰티(Stage Beauty)> <카사노바(Casanova> <셜록 홈즈, 마지막 날들(A slight trick of the mind)> 등의 시나리오를 썼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1999년에 영화로도 만들어져 믹 잭슨이 감독하고 잭 레몬과 행크 아젤리아 웬디 모니즈, 보니 바트릿이 출연해 성공을 거두었다.
스포츠 신문기자로 바쁜 생활을 하던 미치는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자신의 옛 은사인 모리가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그를 찾아간다. 16년의 세월이 흐른 뒤 다시 만났지만 미치와 모리는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모리를 만나면서부터 미치는 자신의 각박한 생활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급기야는 자신의 일을 뒤로한 채 매주 화요일이면 모리를 찾아가 그로부터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미치는 자신의 바쁘고 지친 삶에 회의를 느끼게 되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부인과의 서먹해진 관계도 복원한다. 결국 모리는 루게릭병으로 죽으면서 이들의 마지막 수업은 끝나지만, 미치는 영원히 잊지 못할 삶의 교훈을 얻는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한 그루의 단풍나무를 심어놓고, 계절의 변화에 맞춰 조명으로 단풍잎의 색상을 청록색이나 적갈색을 띄게 함으로써 여름과 가을을 적절하게 표현해 냈다. 창 대신 부드러운 프레임을 사용해 창틀구실을 하도록 했고, 피아노, 이동 찬장, 휠체어, 침상, 환자용 소파, 테이블을 적절히 배치 이동시킴으로써 극의 내용전개에 정확하게 부응시켰고, jazz song <You are beautiful>이나, 푸치니 (Giacomo Puccini, 1858~1924)의 오페라의 이중창은 연극에 부합하는 음악이 되었다.
이호재가 모리 스워츠로 출연해 루게릭병을 앓는 교수역을 감동적으로 연기했다. 특히 도입과 대단원에서 그가 무곡에 맞춰 움직인 댄스스텝은 바람결에 흩날리는 민들레 꽃송이 같았다면 필자의 좀 과장된 표현일까?
미치 앨봄 역의 박준혁은 명배우이자 성우인 송도순 여사의 아드님이다. TV드라마의 주인공으로 그의 모습을 보기는 했지만, 무대에서의 연기도 합격점을 주어야겠다. 빠른 대사나 감정이 상승되었을 때 대사전달을 명확하게 하는 훈련이야, 연극을 계속해 하면 자연 해결될 부분이고, 그의 훤칠한 용모와 우아한 동작에서 그의 발전적 앞날을 기대하게 된다. 조성현의 무대전환도 극의 흐름에 절묘하게 부합되어 최용훈 연출가의 착상에 감탄을 한 공연이었다.
무대디자인 하성옥, 의상디자인 이승무, 조명디자인 신 호, 음악 이형주, 음향 김동수, 안무 조혜원, 분장디자인 백지영, 무대전환 조성현, 소품 서정인, 사진 이도희, 그래픽디자인 다홍디자인, 조명팀 배대두 조문경 김미수 김현수, 조명오퍼 송보경, 무대제작 TAF무대, 무대팀 김동경 신종한 김성훈 김태훈 장정호 구교성 백계숙, 노래 유효림, 연주 강학선, 녹음 정석현(D Studio) 분장 조옥희, 조연출 전유경, 기획 이승희, 기획총괄 김승미, 홍보 김옥진, 기획진행 장연익, 한로사 등 스텝진의 기량과 열정이 돋보여, 한국공연예술센터&극단 컬티즌(대표 정혜영)이 제작한 Mitch Albom&Jeffrey Hatcher 작, 성수정 역, 최용훈 연출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Tuesdays with Morrie)>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창출시켰다.
4 명동예술극장에서 와즈디 무아와드 작, 최준호 역, 배삼식 대본 드라마트루기, 김동현 연출의 <그을린 사랑(Incendies)>
와즈디 무아와드(1968~)는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로 퀘벡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 중이다.
원작은 연극이지만 <그을린 사랑>은 2011년에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루브나 아자발, 멜리사 디소르미스-폴린, 맥심 고데테, 레미 지라르드가 출연해 2011년 세계 10대 명화로 선정된 작품이다.
희곡 앙상디(incendie)는 “불꽃”이라는 의미다. 공연시간이 4시간 30분이나 되는 와즈디 무아와드(Wajdi Mouawad)의 원작을, 이번 공연에서는 3시간으로 줄여서 각색을 했고, 이태리에서는 영화제목을 <노래하는 여인>으로 스칸디나비아에서는 <나왈의 비밀>로, 영어권에서는 그을린(Scorched)으로, 세계 각국의 영화수입업자가 제각기 다른 제목을 붙여 상영했는데, 영어로 붙인 “그을린”에 “사랑”이라는 단어를 덧붙여 이 연극의 제목으로 삼았다.
이 연극은 레바논 내전이 배경이다. 레바논은 1943년에 독립한 이래 줄곧 기독교 세력과 이슬람교 세력 사이에 정권 쟁탈을 위한 갈등과 대립이 지속되고, 불균형 상태가 장기간 형성되었다. 이 극의 내용대로라면 1970년대에는 요르단에서 추방당한 팔레스타인 게릴라들이 레바논 남부지역에 난민촌을 건설하고 이스라엘과 무장투쟁을 벌일 시기이고, 팔레스타인 해방기구가 베이루트에 본부를 설치해 장기전에 돌입할 시기이지만, 작가는 3대를 잇는 가족사 50여 년간의 이야기인데, 초기 레바논 분쟁사태로 내용을 국한시켰다.
무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건물의 기둥과 본체를 배경 막 양쪽에 만들어 놓았고, 무대 좌우에는 경사진 길을 만들어 등퇴장 로 구실을 하도록 했고, 무대 중앙에 부러진 기둥을 쓰러뜨려 징검다리 역할을 하도록 만들었다. 잘려나간 기둥마다 삐죽 노출된 철근이 이리저리 휘어있고, 건물본체에는 수많은 총알자국을 만들어, 전쟁의 참화를 새겨 놓았다. 기둥과 건물본체 앞에 여러 개의 나무의자를 쌓아두거나 여기저기 널브러뜨려, 목회 장소였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장면변화에 따라, 칼날 같은 건물잔해가 천정에서 쏟아져 내려오다가 멈춘 상태로 있기도 하고, 대단원에서 조명의 투사각도에 따라 모습이 들어난 기둥의 날카로운 입체감은 가슴이 선뜻한 충격과 함께 명장면으로 기억에 남는다.
연극은 도입에 이론수학을 가르치는 딸과 권투선수인 아들에게 유언 집행인으로부터 어머니의 유서를 전달받는 데서 시작된다. 자신을 얼굴을 아래로 하여 나신으로 묻고 세 양동이의 물을 끼얹되, 비석을 세우지 말 것과 다만 아버지와 형을 찾아 유서를 전달한 후에 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우라는 내용이다. 아들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욕설을 퍼 붇고 뛰쳐나가고, 딸은 아버지와 오빠를 찾아 길을 떠난다. 향후 어머니의 일대기가 어린 시절, 성숙한 시절, 그리고 나이든 시절로 구분되어 세 명의 어머니가 출연하여 딸의 이야기와 함께 동시 다발적으로 무대 위에 구현된다.
어머니가 14세 처녀시절, 같은 또래의 남자의 아이를 배게 되니, 할머니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고, 아기를 낳자마자 딸을 집에서 내보내 수학과 글자를 배우는 곳으로 멀리 보낸다.
몇 년 뒤 어머니는 돌아와 죽은 할머니 무덤에 비를 세우고, 고아원으로 보내졌다는 아들을 찾아 떠난다. 그러다가 어머니는 반정부군 게릴라 여전사가 된다. 그리고 동료 여 전사에게 수학과 글자 그리고 노래를 가르친다. 그러나 얼마 뒤 어머니는 체포되어 옥에 갇힌다. 감옥에서 어머니는 고문기술자이자 형리에게 능욕당하고, 임신해 남매쌍둥이를 낳는다. 그러나 쌍둥이 역시 다른 사람에게 보내져 성장한다.
딸은 수소문 끝에 이러한 어머니의 모든 것을 밝혀내고, 어머니가 <노래하는 여인>이라 불리어졌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어머니가 감옥생활을 했을 당시 옥에서 청소를 하던 인물과 그 인물의 소개로 100세가량 된 노인도 만나게 된다. 노인에게서 딸은 놀라운 소식을 듣게 된다. 어머니는 죽기 전까지 한마디의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까닭은 어머니가 애타게 찾던 아들이 바로 자신을 능욕한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말을 잊었다는 것이다.
딸은 동생을 전화로 부른다.
한편 사람을 총 쏘아 죽이고 죽은 인물의 시신을 촬영하는 인물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등장한다. 이 인물이 바로 고문기술자이자 형리였던 것이 들어나고, 사령관 앞에서 남매는 이 인물과 대면하게 된다.
아버지이자 형인 인물에게 남매는 유서를 전달한다. 유서의 내용은 아무리 밉고 증오의 대상이라도 다시 만나면 서로 이해하고 관용하고, 사랑하라는 감동적인 내용이다.
대단원에서 남매는 어머니의 무덤에 비석을 세우고 어머니의 이름을 새겨 넣는 장면과 늙은 어머니가 등장해 유서 내용을 읊조리는 장면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이연규, 배해선, 이다야야가 어머니의 3대를 발군의 기량으로 열연한다. 이진희와 김주완이 남매로 등장해 신선하고 산뜻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듯 연기해 객석의 갈채를 받았고, 남명렬, 백익남의 출중한 기량은 연극의 대들보 구실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윤재, 전박찬, 박성연이 참신하고 열정어린 호연으로 역시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이유정의 무대, 정재일의 작곡 음악 음향, 최보윤의 조명, 이수원의 의상, 이동민의 분장, 구은혜의 소품, 윤민철의 영상이 돋보였고, 그 밖에 스텝진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오즈디 무아와드 작, 최준호 역, 배삼식 대본 드라마트루그, 김동현 연출의 <그을린 사랑>을 한 폭의 명화로 탄생시켰다.
5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마이클 프레인 작 김승완 역 백원길 연출의 <노이즈 오프(Noises Off)>
마이클 프레인(Michael Frayne)은 극작가이자 소설가이며 번역가로, 1933년 런던에서 태어났케임브리지 대학 에마누엘 칼리지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이후 「가디언」지와 「옵서버」지에서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일하며 소설을 발표했다. 데뷔작 『양철 인간Tin Men』(1965)으로 서머싯 모옴 상(賞)을 받은 프레인은 런던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 그 이듬해 『러시아 통역관The Russina Interpreter』(1966)으로 또다시 호손덴 상을 받는 역량을 과시하며 영국 문학을 이끌 신인으로 주목받았다. 그 후 계속해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져 가던 그는 장르를 바꿔 1970년에 단막극용 희곡 네 편을 묶어 펴낸 『우리 둘The Two of Us』을 시작으로 여러 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2000년에는 토니상을 받기도 하는 등 소설과 희곡 두 분야 모두에서 성공한 작가가 되었고, 체호프와 톨스토이의 작품을 포함해 러시아 작품 상당수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으로는 『양철 인간』(1965), 『러시아 통역관』(1966), 『태양에 착륙하기A Landing on the Sun』(1991, 선데이 익스프레스 북상), 『스파이Spies』(2002, 코먼웰스 작가상) 등의 소설이 있고, 희곡으로 「알파벳순Alphabetical Order」(1975, 이브닝 스탠더드 상), 「구름Clouds」(1976), 「코펜하겐Copenhagen」(1998, 프릭스 몰리에르 상, 토니상) 등이 있으며, 그 외 희곡 모음 『우리 둘The Two of Us』(1970), 논픽션 『근교에서On the Outskirts』(1964), 『신호가 울린 뒤에 말하기Speak after the Beep』(1995) 등이 있다.
연극 <노이즈 오프>는 공연기간 중 무대 앞뒤에서 일어난 돌발 사태와 배우들의 실수, 그리고 기지로 이를 해결하고 덮어가려는 중견배우와 스텝 진의 노력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메가톤급 코미디다.
무대는 한적한 전원에 있는 어느 극작가의 별장으로, 방이 여러 개 있는 이층집의 거실이다. 아래층과 이층에 방이 여러 개 있고 방문은 닫혀있다. 아래층 거실의 커다란 창밖으로 숲이 보인다. 아래층 오른쪽에 현관문이 있고 왼쪽에는 주방과 세탁실로 통하는 문이 있다. 무대 좌우의 벽면에도 방문을 만들어 놓았다. 1막은 이층과 거실이 그대로 사용되고, 2막에서는 장치를 돌려세워 무대장치 뒤에서 연극이 진행진다. 3막은 원래대로 별장의 거실에서 펼쳐지고 마무리까지 계속된다. 무대 중앙에는 푹신한 가죽 소파가 탁자와 함께 놓여있다.
연극은 도입에 오동통하고 복성스럽고 귀여운 오십 세가량의 하녀가 좋아하는 닭다리를 한 접시 준비해 놓고, 막 여왕소재 TV드라마를 시청하려는 참에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내용으로 보아, 별장주인인 작가 내외는 스페인으로 여행 중이고, 걸려온 전화는 부동산 업자인 듯싶고, 고객과 함께 별장을 방문하겠다는 전화다. 하녀는 자신도 곧 돌아가 집을 비울 것이라며, 닭다리접시와 전화기, 그리고 신문지를 이 손 저 손에 옮겨 들거나 제대로 들지 못하는 정경이 노출되고, 하녀가 부엌으로 퇴장하려는데, 까칠한 모습의 부동산 업자와 섹시한 모습의 세무서 여직원이 등장한다. 두 사람이 등장하자마자 확성기에서 연출의 음성이 들려온다. 전화를 제대로 끊고 퇴장하라는 소리와 함께 처음부터 다시 연습하라는 연출의 지시사항이 들려온다. 연습이 반복되고, 스페인 여행 중이라던 별장주인인 작가가 등장한다. 하녀에게 작가 내외는 자신들은 여행 중이고 이곳에 없는 것으로, 보지 못한 것으로 해달라며 세금체납문제로, 세무서직원들이 들이닥칠 것에 대비해, 임시방편으로 주인이 부재중임을 알리려는 의사임이 객석에 전달된다. 부동산 업자와 세무서 여직원은 첫눈에 정분이 났는지 빈집에서 정을 통하려고 벌거벗고 나다니고, 작가내외는 그들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고, 향후 이들의 숨고, 숨기는 행각이 펼쳐지고, 빈집인 줄 알고 급기야 늙은 도둑까지 거실 유리창을 깨고, 침입을 한다. 그런데 세무서 여직원인 섹시 녀는 늙은 도둑의 딸임이 밝혀지기도 한다. 그 때마다 연출가의 연출의도와 지시사항이 연기자는 물론 조연출과 무대감독에게 전달되고, 연습은 되풀이 된다.
2막은 세트의 뒷면이 객석으로 노출되고, 무대 뒤에서의 연기자들의 일상이 펼쳐진다, 배우끼리의 갈등, 연출과 조연출, 그리고 섹시여우와의 삼각애정관계가 노출되고, 하녀가 이 연극의 제작자라는 것도 알려진다. 연기자들 간의 갈등으로 출연을 거부하려는 배우들의 모습은 관객의 안타까움을 배가시킨다.
3막에서는 의상, 소품, 대소도구로 인한 황당한 실수가 계속되고, 출연자가 제 때에 등장하지 않는 등의 돌발사태가 벌어지고, 특히 연출이 주문한 꽃다발이 무대감독에 의해 계속 엉뚱한 사람에게 전달되는 장면은 객석을 포복절도(抱腹絶倒) 지경으로 몰아간다.
대단원에서 갈등구조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고, 연출가와 조연출이 무대 위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아름다운 장면에서 연극은 막을 내리게 된다.
작가 마이클 프레인이 10년간 공을 들여 <노이즈 오프(원제: 빈집 대소동)>를 완성시켰다는 게 충분히 납득이 가는 걸작희극이었다.
서현철, 황정민, 인신우, 장현성, 전배수, 김동곤, 백원길, 김로사, 정의욱, 김광덕, 이주원, 방현숙, 김나미 등이 더블 캐스트로 출연해, 각자 탁월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객석을 폭소로 이끌었다.
김만식의 무대, 나한수의 조명, 이영배의 음향, 김상희의 소품, 오수현의 의상, 이정수의 분장, 노문섭의 무대감독, 이지선의 조연출 등 스텝 진의 기량도 돋보여 (주) 적도 제작 (주)이다엔터테인먼트 홍보로 마이클 프레인 작 김승완 역, 백원길 연출의 <노이즈 오프>를 걸작희극으로 탄생시켰다.
6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맨 씨어터의 사라 럴(Sarah Ruhl) 작 정호진 역 박근형 연출의 <죽은 남자의 핸드폰(Dead man's cell phone)>
사라 럴(Sarah Ruhl 1974~)은 미국의 극작가로 브라운 대학에서 폴라 보글(Paula Vogel 1951~)에게 희곡을 공부했다. 폴라 보글은 지난 2월 극단 TNT레퍼토리에서 이지훈 연출로 공연한 <운전배우기 (How I learned to drive)>의 작가다.
사라 럴(Sarah Ruhl)은 맥아더재단이 1981년부터 매년 창의적이고 미래의 잠재력이 큰 인물에게 수여하는 맥아더 펠로우 (Mac Arthur Fellowship) 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천재 상(genius grant)’이라고 불리며, 상금은 50만 달러(약 6억원)나 된다.
이 상은 지난 3월23일 한국계 미국인인 김 용(金鏞) 세계은행총재가 수상의 영예를 안기도 했다.
사라 럴의 작품으로는 <가상의 명상록Virtual Meditations#1 (2002) <격정극 Passion Play (2003 and 2004) <유리디스 Eurydice (2003)> <올란도 Orlando (2003) <죽은 카우보이 노래 Late: A Cowboy Song (2003)><카지노 클린하우스 The Clean House (2004)> <도시의 데메테르 여신 Demeter in the City (2006)<죽은 남자의 핸드폰 Dead Man's Cell Phone (2007)> <옆방에서 In the Next Room (or The Vibrator Play) (2009)><무대에서의 키스 Stage Kiss (2011)> 등이 있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마천루 끝부분이, 날카롭게 각진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열려있고, 무대왼쪽에서 오른쪽까지 길게 연결된 마루가 계단처럼 차례차례 3단 높이로 만들어져, 둘째 단과 셋째 단 사이에는 커다란 창문이 무대 왼쪽과 오른쪽에 정면으로 장식물처럼 고정되어있다. 창 뒤의 단은 테라스 구실을 한다. 맨 아래쪽 단 좌우에 원형의 테이블과 의자가 비치되어 있어, 카페나 레스토랑 장면에서 사용이 되고, 중앙으로 이동시켰을 때에는 집안의 식탁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마천루 꼭대기로 보이는 하늘은 생과 사를 연결시키는 통로로도 사용이 된다.
연극은 도입에 한 여인이 스프를 먹고 있는 카페 옆 테이블에 앉은 남자의 핸드폰에서 계속 진동음이 울리고, 참다못한 여인의 전화를 받으라는 소리에도 남자의 반응이 없자, 남자대신 여인은 전화를 받는다. 그리고 남자를 건드리니 남자는 그대로 쓰러진다. 실은 남자는 죽어있었던 것이다. 여인은 경찰에 전화로 알린다. 그리고 여인은 죽은 남자의 핸드폰을 자신이 갖는다. 여인은 죽은 남자에게 앞으로 걸려오는 전화와 통화와 관련된 사람들과 접촉하기로 약속을 한다.
향후 여인은 죽은 남자의 연인을 만나고 가족과도 대면한다. 그의 어머니와 부인, 그리고 남동생을 만난다.
희망을 잃은 가족이나, 죽은 남자의 부인에게, 여인은 죽은 남자가 전해달라고 했다며, 위로의 말과 사랑의 말을, 자신이 만들어서 전한다. 여인의 말을 전해 듣고, 가족들은 저마다 고마워하고 감동해 한다. 여인은 죽은 남자의 남동생과 가까워지고 키스를 나누는 사이가 된다. 남동생에게서 죽은 남자가 사람의 내장을 거래하는 불법 장기매매자라는 것을 알고 놀라지만, 그 계통의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그 불법 매매 자 까지 가서 만난다. 거기서 여인은 총에 맞아 죽게 된다.
지옥과 흡사한 곳에서 죽은 여인은 바로 핸드폰의 임자인 죽은 남자를 만난다. 죽은 남자의 사인은 심장마비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인은 죽은 남자에게도 가족과 연인의 남자에 대한 사랑을 실제로 있었던 것처럼 만들어서 전한다. 죽은 남자 역시 감격해 하고 감동에 빠진다. 여인은 지옥과 현실세계와의 가교 역할도 담당한다. 죽은 남자를 노모와 만나도록 주선을 하고, 여인은 남자의 동생과도 재회를 한다. 또 죽은 남자의 연인인 불법 장기매매를 하는 여인에게도 자신감을 심어준다.
대단원에서 가족들은 서로 사랑하며 의지하게 되고, 남동생과 여인은 영원히 맺어지는 것에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물론 죽은 남자의 핸드폰은 여인의 손에서 사라진다.
정수영, 황영희, 정재은, 한윤춘, 우현주, 김주헌, 황이건 등이 출연해 출중한 기량과 고품격 연기로 관객을 도입에서부터 극에 몰입시켰으며, 여배우들의 매력과 미모는 그녀들의 탁월한 연기력과 어우러져 연극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기획 최효정, 조연출 이우천, 조명디자인 김창기, 무대디자인 황수현, 음악 골목길st박민수, 의상 HANEZA, 분장디자인 백지영, 소품디자인 한지윤, 사진 서울사진관 김호근 실장 배임석 양광수 이배희, 홍보디자인 디자인하라 박찬일 실장 김근영, 조명어시스턴트 김성구, 조명오퍼레이터 이다야, 종연출보 제정경 이혜정, 홍보 및 진행 전아름 박귀라 등 스텝 모두의 기량과 열정이 일치되어, 한국공연예술센터와 극단 맨 씨어터 공동주최, 사라 럴 작, 정호진 역, 박근형 연출의 <죽은 남자의 핸드폰>을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7 남산예술센터에서 극단 미추의 박현숙 역, 정의신 작/연출의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
정의신(1957~)은 1993년 재일극단 신주쿠양산박(新宿梁山泊)이 한강을 배경으로 공연했던 <인어전설>을 비롯해 <행인두부의 마음> <겨울해바라기> <겨울 선인장> <바케렛타> <20세기 소년소녀 창가집> <야키니쿠 드래곤> <적도 아래의 맥베스> <쥐의 눈물> <아시안 스위트> 등의 희곡을 발표해 공연되었고 <탄광마을의 세레나데> <레이디 조커> <피와 뼈> <헤이세이 무책임 일가> <아웃> <부타의 무쿠이> <사랑을 바라는 사람> <소년 우연대>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등의 시나리오가 영화로 제작되었다.
정의신은 희곡과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배우와 연출도 겸해, 현재 연극, 영화, TV드라마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는 해방직전, 전라도의 한 섬마을에 있는 조그만 이발소를 배경으로, 그 집 내외와 과년한 딸들과 사위, 그리고 일본군 주둔 병사들이 엮어가는 일제말기의 암울했던 역사적 상황과 섬마을 주민이 겪어야 했던 피지배자로서의 삶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낸 명작이다.
무대는 정사각의 집터와 건물 외곽에 나무기둥을 세우고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부속공간에 이발소를 차려놓았다. 가죽이발의자는 고풍스러워 당시를 재현한 듯싶은 느낌이고, 조개탄을 때던 시절의 무쇠난로와 조개탄 담는 양철통, 수건을 쌓아놓기 위해 벽에 부착시킨 작은 나무받침, 작은 타일을 바른 세면대와 대야를 올려놓는 대야받침, 수수 빗자루, 벽 가까이 놓인 긴 나무의자 등에서 1940년대를 절묘하게 되살려 놓았고, 일본군 복장이라든가 등장인물들의 차림새 또한 낡은 흑백사진 속에 남아있는 영락없는 옛 모습 그대로이고, 됫병의 막걸리는 이 연극에서만 볼 수 있는 아련한 추억꺼리이기도 했다. 집터 외곽에 수북이 깔린 모래는, 섬을 연상시키는 더할 나위없는 착상이었다.
연극은 도입에 백발의 아버지가 어슬렁거리며 등장해 이발의자에 앉아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려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역시 백발의 어머니가 안채에서 나오는데, 큰 체구와는 달리 조그맣고 예쁜 발에 슬리퍼 역시 어린이용처럼 작아 보이는 것을 신고, 기이하리만치 좁은 보폭에다 팔자걸음으로 종종거리며 등장해, 남편의 잠든 모습을 발견하고는 슬리퍼를 벗어들고, 사정없이 남편의 이마를 냅다 때리는데, 그 소리가 보통 큰 게 아니다. 혼비백산해 일어난 남편이 통증만 하소연 할 뿐 아내에게 한마디 항의조차 못하는 모습이 필자의 요즘의 모습을 본 듯하여 놀랍기도 하거니와 이어서 등장하는 네 명의 딸들 모습 또한 극성스럽기 짝이 없고, 무슨 유행가인지 하는 노래를 떠들 썩 하게 부르며 한 쟁반 가득이 술잔에 채워 들여온 술도 모자라, 됫병 채로 들어다 마시는 모습 또한 남의 딸들 같지 않은데다가, 조무래기 같고 힘없는 사위들의 모습 또한 젊은 시절이나 현재나 대동소이(大同小異)한 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필자는 거북스러운 마음으로 조심스레 극에 몰입할 수가 있었다.
일본군 중좌가 한 다리를 잃고 목발을 짚고 등장하고, 역시 한쪽 다리를 져는 큰 딸이 나무받침에 물 담은 대야를 들어다 이발의자에 앉은 일본군 중좌의 성한 다리를 정성스레 씻어주는 장면은 국적을 초월한 사랑을 예감케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교편을 잡고 있는 둘째 딸이 남편의 마음이 자신보다 언니에게 더 가까이 가 있음을 발견하고, 중좌를 보필하는 사병에게 정을 기울이는 장면은 안톤 체홉의 세 자매 중 둘째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골호인(無骨好人)에다가 무능력한 남편과 철없는 딸들, 그리고 밸 없는 사위들의 모습과는 정반대로 어머니는 자존과 긍지와 버팀목으로 우뚝 선다. 그리고 모든 어머니의 표상처럼 거룩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아무리 강한 어미일지라도 자식을 이길 수 있으랴? 대단원에서 장애인 딸이 역시 장애인이 된 일본군 중좌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처럼 가까이 다가가는 딸을 저지하지 못하고, 모래바닥에 주저앉아 끝내 울음을 터뜨리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가 아니라, <봄의 노래는 어머니의 가슴에 흐르고>로 제목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했다.
일본의 패전의 상황이 극 속에 소개되기도 하고, 그간 소설이나 영화, 그리고 TV드라마 등에서 일제치하에서의 일본군의 모습을, 항일감정과 적대감 일변도로 악의 화신처럼 묘사했던 것과는 달리, 정의신 작가는 지성적이고 온화하고 이성과 양심을 갖춘 모습으로 일본군 장교를 그려내어 극의 수준을 높이고 향상된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공통분모(共通分母)를 산출했다.
정태화와 고수희가 아버지와 어머니로 출연해 출중한 기량과 탁월한 성격창출로 깊은 감동을 관객에게 선사했고, 서상원 과 최수현이 일본군 중좌와 큰 딸로 출연해 <봄의 노래를 관객의 가슴에> 심어주었다.
박수현...이토록 뛰어난 연기자가 있었다니.....박수현은 염혜란과 더불어 이 연극의 활력소가 되었다. 김문식과 장정애, 황태인과 김소진이 각자의 개성창출과 작중인물의 성격을 적절하게 부각시킨 열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았고, 홍성락과 권정훈, 이혜림과 박주호가 극의 흐름에 어울리는 호연으로 그들의 발전적 앞날을 예측케 했다.
박동우의 미술, 김창기의 조명, 김철환의 작곡, 쿠리하라 나오키의 격투지도, 오수현의 의상, 최은주의 분장, 손지형의 조연출/무대감독, 김수희의 무대디자인보, 김성구의 조명디자인보, 이재중의 음향, 이영옥의 음향오퍼레이터, 김유리의 노래지도, 박연주의 기획진행 등 스텝 진의 노력과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미추(대표 김성녀)가 공동 기획한 박현숙 기획/번역, 정의신 작/연출의 <봄의 노래는 바다에 흐르고>를 감동만점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8 극단 아우라 창단 공연 베르나르 마리 콜테스 작, 유효숙 역, 성준현 연출의 <로베르토 쥬코(Roberto Zucco)>
베르나르-마리 콜테스(Bernard-Marie Koltes1948~1989)는 프랑스 작가로 <서쪽 부두>(1985),<목화밭에서의 고독>(1986),<사막으로의 회귀>(1988),<흑인과 개들의 격투>(1989) 등의 작품이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공연이 되었고, <살렝제>(1995), <외로움>(1998), <유산>(1998), <미친 소송>(1999) 등 10여개 번역 작품과 연구서가 불문학자 임혜숙, 유효숙, 안치운 교수 등에 의해 출판되었다.
<로베르토 쥬코>는 베르나르-마리 콜테스의 유작(遺作)이다. 작가는 지병(持病)으로 40대 초반에 작고했다.
무대는 배경전체에 흑색 장막을 드리우고 그 앞쪽에 천정에서 바닥까지 촘촘하게 줄을 늘어뜨리고, 출연자들이 줄을 헤치고 들어오거나, 무대 좌우에 도 등퇴장 로를 만들어 출입하도록 해 놓았다. 무대 왼쪽에 조그만 탁자가 있어 옷 담는 바구니를 식탁 아래에 두거나, 출연자가 엎드려 숨는 장소로 사용이 되기도 한다. 배경 중 정면은 창문 구실을 하고, 여인의 전신을 비추는 체경으로도 사용된다.
연극은 도입에 아버지를 살해하고 감옥에 들어간 로베르토 쥬코가 탈옥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쥬코는 먼저 집으로 가서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는 쥬코를 꺼려하고 두려워한다. 작업복을 가지러 왔다며,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다가 쥬코는 어머니마저 살해한다. 장면이 바뀌면 아름다운 언니와 동생 자매가 등장한다. 곧이어 주정뱅이 아버지와 불량배 같은 오빠가 들어오는 소리가 나면, 언니는 동생을 식탁 밑에 숨도록 한다. 어머니가 감춰둔 술병을 찾으러 다니는 아버지와 아들이 부산을 떨다가 언니와 함께 퇴장하면, 동생은 쥬코를 안내해 들어온다. 쥬코와 동생과의 대화와 동작에서 두 사람은 밀착된 관계임을 짐작케 한다.
장면전환이 되면, 성매매업소의 정경이 펼쳐지고, 형사와 포주가 등장해 업소관련 이야기를 한다. 형사가 퇴장하면, 쥬코가 커튼을 들치고 모습을 드러낸다. 주코는 형사가 간 방향으로 따라 나간다. 잠시 후 비명소리와 함께 성매매를 하는 여인이 들어와 쥬코가 형사를 살해한 후 권총을 빼앗아갔다고 전한다.
동생은 오빠와 함께 경찰서로 들어간다. 동생은 벽에 붙여놓은 쥬코의 몽타쥬를 단번에 알아본다. 그리고 형사에게 쥬코의 관해 이야기한다.
한편 쥬코는 차가 끊긴 시간 한 지하철역에 모습을 드러낸다. 거기서 늙은 신사를 만나 첫 열차가 다닐 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동생은 오빠와 함께 경찰서로 들어간다. 동생은 벽에 붙여놓은 쥬코의 몽타쥬를 단번에 알아본다. 그리고 형사에게 쥬코의 관해 이야기한다.
쥬코는 우아한 모습의 부인이 앉아있는 공원의자에 가서 부인과 얘기를 하다가 차 열쇠를 달라며 실랑이를 벌인다. 그러다 부인을 총으로 위협을 하고 그 부인의 아들을 총 쏘아 살해한다. 그리고 계속 쥬코를 따라오는 부인에게 자신이 태어난 베니스로 간다며 종적을 감춘다.
장면이 바뀌면 동생을 데리고 오빠가 등장해, 동생이 순결을 잃었다며, 성매매업소에 동생을 파는 광경이 벌어진다.
동생이 성매매업소에 팔려간 것을 안 언니는 전라(全裸)의 모습으로 체경 앞 에서 세상을 저주한다.
한편 관록파 형사는, 살해범은 반드시 범행 장소로 되돌아온다며, 자매 중 여동생을 데리고, 범행 장소에서 기다린다.
형사의 말대로 쥬코가 범행 장소에 등장한다. 자매 중 동생이 알아보고 쥬코에게 달려가 껴안는다. 잠복했던 형사가 알아차리고 그를 체포한다.
대단원에서 쥬코는 다시 감옥생활을 하게 되지만, 그는 감옥에서 다시 한 번 탈출을 시도하다가, 폭풍으로 인해 지붕에서 떨어져 죽는다.
총 15개의 장면으로 구성된 연극은 등장인물의 긴 독백에서 작중인물의 대사라기보다는 작가를 대변하는 느낌이었고, 시종일관 암울한 분위기의 연속으로 공연이 계속되었기에 종반부에 태양을 그리워하는 주인공의 대사는 관객과의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했다. 특히 언니로 등장한 여배우가 전라(全裸)의 몸으로 체경 앞에 서서 독백을 하는 장면은 라파엘이나 보티첼리, 또는 루벤스의 명화에 나타난 나체여인상보다 훨씬 아름다워 연출의 역량까지 돋보도록 한 명장면이었다.
김정석과 정충구가 더블 캐스트로 출연해 로베르토 쥬코 역을 멋지게 해냈고, 정아미와 정지혜가 역시 더블 캐스트로 출연해 우아한 부인 역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박태경, 이선주의 관록 있는 연기는 연극의 수준을 한 단계 상승시켰으며, 이창호, 김웅희, 서문경, 김민성, 남상종 등은 연극의 활력소가 되었다. 정대진, 김지아, 김명섭, 김선희, 이화선, 우하나 등은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았다. 특히 이화선은 기량 뿐 아니라, 나신으로 열연하는 모습과 열정에서 그녀의 발전적인 앞날을 예측하기에 충분했다.
지대현의 기획, 이주희의 무대, 정의순의 액팅코치, 김민태의 조명, 박주혜의 사진, 유가연의 분장, 이주희 노은영의 그래픽디자인, 노은영의 프로그램 디자인/편집, 이우민의 조연출 등의 기량이 어우러져, 극단 아우라의 창단 공연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원작, 유효숙 역, 성준현 연출의 <로베르토 쥬코>를 철학적이고 예술성이 높은 공연으로 탄생시켰다.
9 키 작은 소나무극장에서 극단 조은컴퍼니 곤도 히로미츠 작, 이성현 장준휘 역, 김제훈 연출의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를 보고.
공연명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
공연단체 극단 조은컴퍼니
작 곤도 히로미츠
역 이성현 장준휘
연출 김제훈
공연기간 6월9일~9월2일
일본팀 내한 특별공연 8월28~9월2일
공연장소 혜화동 키 작은 소나무 극장
관람일시 6월19일 20시
혜화동 키 작은 소나무극장에서 극단 조은컴퍼니의 곤도 히로미츠 작, 이성현 장준휘 역, 김제훈 연출의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죽은 약혼녀의 영혼을, 영매사(靈媒師)라는 영혼 매개사(媒介師)의 주술(呪術)로, 잠시 다시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굿을 통해 무당이 그 역할을 한다. 특히 오구굿은 사람의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하여 하는 굿으로, 죽은 영혼을 주관해 저승길로 인도해 주는 오구 신(神)에 대한 제의(祭儀)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지방에서 두루 불리는 명칭이며, 경기도 지방의 <진오귀굿>, 함경도 지방의 <망묵굿>, 전라도 지방의 <씻김굿>이 이에 해당한다. 보통 죽은 사람 개인을 대상으로 지내지만 여러 명을 한꺼번에 집단 위령제(慰靈祭)의 형식으로 지내는 경우도 있다.
죽은 사람의 상황에 따라 사후결혼식(死後結婚式)이 행해지고 물에 빠져 죽은 경우에는 넋을 건지는 굿을 한 다음에 일반 오구굿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경상도에서는 사후결혼식이 빈번하고, 씻기는 의식이 약한 데 비하여, 전라도에서는 고를 풀고 씻기는 의식이 중요시되는 등 근본적으로 같은 구조적 특성을 지니면서도 지역성을 강하게 지닌다. 서사무가(敍事巫歌)에서는 <바리데기>를 부르고, 죽은 영혼이 저승으로 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오구굿의 의미는 첫째, 죽음에서 발생한 부정을 가시게 한다는 것이며 둘째, 죽은 영혼을 이승과 분리시켜 저승으로 보내서 빨리 안주시킨다는 것이다. 죽은 영혼이 이승에 한(恨)을 남기지 않고 저승으로 천도되어야 죽은 사람 자신이 편안하며 산 사람에게 탈이 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오구굿을 행한다.
서양에서는 심령술사(心靈術師 a (psychic) medium, a psychic)나 주술사(呪術師 magician, sorcerer)가 제의(祭儀)를 대행한다.
무대는 일본식 다다미방이 아니라 아파트의 거실모양으로 만들어놓았다.
배경 막 가까이 방벽에 그려놓은 풍경화는 보랏빛 구름과 푸른 하늘이 바다와 어우러지고, 백색의 파도포말로 이어진 해안과 둔덕에 듬성듬성 서있는 나무는 해안 별장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림 왼쪽에 출입문이 있고, 오른 쪽은 주방과 내실로 통한다. 그림 앞에는 서랍장이 있다. 서랍장 위에는 놋 촛대 두 개가 있는데, 촛대 중간에 해바라기와 초생 달 문양이 각기 주물로 부조되어있어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촛대 앞에는 헝겊으로 만든 작은 동물인형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고, 중앙에는 남녀 한 쌍이 찍힌 사진틀이 있고, 그 오른쪽에는 태양의 햇살처럼 옥빛돌출무늬가 외곽에 부착된 사발시계가 놓여있다. 왼쪽 벽에는 책상과 의자가 있고, 의자 등받이에는 청록색의 사각문양이 들어간 담요를 한 장 걸쳐놓았다. 책상 위에는 컴퓨터 노트북이 올려 져 있다. 무대 오른 쪽 벽에는 1.5m 높이의 폭이 좁은 장식장이 있는데, 돌려세우면 강연 대 구실을 한다. 장식장 위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는 마이크로도 사용된다. 방 한 가운데에 긴 차탁이 있는데 , 통나무가 아니라 합판으로 만든 차탁이라 다른 대소도구에 비해 예술적인 분위기가 감소되지 않았는가 싶다.
연극은 도입에 남녀가 등장해 행동이 엇갈린다. 남자가 안으로 들어가면, 여인은 사진틀을 향해 장풍을 날리듯 손을 뻗힌다. 잠시 후 사진틀이 저절로 쓰러진다.
연극이 시작되면 남자는 여인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여인은 남자를 의식하고 남자주변을 맴도는 것에서 관객은 기이하다는 느낌을 차츰 갖게 된다. 곧이어 영매사가 등장하고, 남자와의 대화에서 남자의 약혼녀가 결혼을 며칠 앞두고, 10일전에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는데, 그녀의 음성이 환청처럼 집안에서 들려, 남자가 영매 사를 초청했다는 것이 알려진다. 그런데 영매사가 신출내기인데다가 터무니없는 고가로 값을 부르는가 하면, 그것도 선불조건이라 남성은 아연실색(啞然失色)하지만, 사랑하는 약혼녀의 영혼을 접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은행으로 예금인출을 하러 간다. 집을 비운 사이 영매사는 장을 뒤져, 남성이 보험에 들은 내역을 알아내고, 수령액에 눈독을 들인다. 장위에 고풍스런 사발시계에도 손을 뻗친다. 약혼녀의 영혼은 영매사에게 분노의 눈빛을 던진다. 남성이 돌아와 거금을 영매 사의 손에 쥐어주면, 영매사의 주술(呪術)이 시작되고, 영매사의 눈에 약혼녀가 먼저 들어온다. 약혼녀는 영매사에게 터무니없는 고가를 부른 것을 힐책한다, 약혼녀는 자신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줄 터이니, 남자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부탁한다. 영매사는 마지못해 수락을 한다. 향후 영매사와 약혼녀, 그리고 남자가 주술에 따라 현실에서의 영적결합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남자가 약혼녀와 만나게 된 동기도 소개된다. 남자는 성격이 여성처럼 수줍고, 신체도 허약한 편이라, 우선 허약한 신체부터 건강하게 만들어야, 영적결합이 용이해진다는 영매사의 말에 운동에 전념한다. 약혼녀도 함께 운동에 들어간다. 영매사는 영혼을 접할 수 있는 기간이 불교에서의 49재처럼 그 기간 안에라야 이루어진다며, 10일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으니, 남은 39일 동안에 영적결합을 위한 수련을 계속하라고 독려하고, 자신의 집에 다녀올 때마다 부적(符籍)을 들고 와서는 남자에게 고가로 파는 등 인생의 목표가 돈임을 들어내기도 한다. 39일째 되는 날, 드디어 남자는 약혼녀와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남자는 약혼녀의 음성만 듣는 것이 아니라, 모습도 보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기일이 마감일인데 어쩌랴? 헌데 영매사가 달력을 들춰 보이며 금년이 윤년이라, 하루가 더 남아있음을 알린다. 그리고 약혼녀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남자의 수줍고 머뭇거리는 성격도 청산해야 한다고 이른다.
마지막 날, 남자는 연단 앞으로 다가가 해바라기 마이크 앞에 서서 안간힘으로 자신에 관한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을 눈물범벅 땀범벅이 되어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떠듬거리고 힘겹게 펼치다가 혼신을 다한 열정과 노력으로 남자의 어눌했던 말씨가 차츰 또박또박하게 이어지고, 드디어 유창한 소리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오! 과연... 남자의 눈앞에 꿈에 그리던 약혼녀가 소복(素服)을 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가 손을 꼭 마주잡는다. 객석 여기저기에서 콧물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종당에는 관객전체가 눈물의 도가니 속에 빠져 들어간다.
대단원에서 영매사는 두 사람의 지고지순의 사랑을 접한 후, 자신의 목표가 돈이라는 것에 수정을 가하는 데서 연극은 끝이 난다.
곤도 히로미츠의 작품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는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그리고 희극적으로 연극을 이끌어가고 대단원에서 메가톤급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은주, 장준휘, 강신혜가 각기 약혼녀, 남자, 영매사로 출연해 작중인물에 부합하는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관객을 도입부터 연극에 빠져들게 한다.
안종철과 문주희가 더블 캐스트로 남자와 영매사 역을 한다.
일본팀 배우로는 아키오 미야마, 유코 타가미, 유키타카 와타나베 등이 8월28일부터 출연을 한다.
조연출 김기훈, 조명 박석현, 오퍼레이터 권순정, 코디네이터 김현민, 통역 이시카와 쥬리, 안무 홍지우, 음향(일본) 이마이 쿠미코, 조명(일본) 쿠사카베 요우코, 사진 이원표, 그래픽디자인 이가희, 홍보마케팅 코르코르디움 등 스텝 진의 기량도 돋보여, 극단 조은컴퍼니 곤도 히로미츠 작 이성현 장준휘 번역, 김제훈 연출의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를 감동적인 연극으로 창출시켰다.
10 세종M씨어터에서 극단 신시의 하타자와 세이고 작, 기무라 노리꼬/이성곤 역, 김민정 각색, 김광보 연출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이 연극은 2006년 일본의 후쿠오카 현 소재 남자 중학교에서 급우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죽은 한 남학생의 실화를 연극으로 만들어 2008년에 일본에서 공연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희곡을 강남소재 어느 여자 중학교에서 급우들에게 집단 학대를 당하던 한 여학생의 자살로 바꾸고, 그 여학생의 유서를 두고, 가해 학생들의 부모가 학교 상담실에 모여, 향후 대책 없는 자식 감싸기와 책임회피, 게다가 유서은폐를 둘러싸고 학교 측과 벌이는 갈등을 그렸다.
현재 우리나라 초등학교와 중고교에서 빈발하고 있는 집단 괴롭힘과 피해학생의 자살문제를 되짚어 보고, 가해학생과 학부모들 뿐 아니라, 관객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그 타개책을 묻는 연극이다.
무대는 배경 막 가까이 긴 복도와 복도 안팎으로 난 창에서 초중고교의 학교건물을 연상토록 만들어놓았고, 복도 안쪽으로 상담실을 무대전체에 차려놓았다. 왼쪽에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중앙에는 긴 소파가 있고 그 좌우에 의자, 그리고 벤치모양의 등받이 없는 의자를 배치했다. 오른 쪽 벽면에 부착된 큰 책장에는 책이 잔뜩 꽂혀있고, 책장 오른쪽 벽 공간에 커다란 달력을 걸어놓았다.
학교입구는 복도 왼쪽으로 설정이 되고, 복도 오른쪽 끝부분에 실내로 들어오는 문이 있다.
연극이 시작되면 훤칠한 키에 미남인 학생주임이 학부형을 차례로 상담실로 안내한다. 죽은 학생의 담임인 여선생이 학부형에게 차를 제공하지만 부형의 질문에는 답변을 않는다. 곧이어 교직이 천분인 듯싶은 나이든 교장이 등장을 하고, 죽은 학생의 유서를 제시한다. 학생주임이 유서를 낭독하고, 가해학생들의 명단이 공개된다. 학교운영위원장이라는 가해학생의 모친이 돌연 유서를 탈취해 불태운다. 모두 놀라는 가운데 유서가 없었던 것으로 하자는 은폐논의가 시작된다. 학생주임이 또 하나의 유서를 공개하자 학교운영위원장이 다시 빼앗아 찢어 삼키는 웃지 못 할 일이 다시 벌어진다.
다른 장소에 분산되어 대기 중인 가해학생들도 학부모들처럼 반성이나 개전(改悛)의 정이 없이 입을 맞추어 없었던 일로 하자는 정황이 포착된다.
잠시 후 학교부근 편의점 직원이 분노에 차 또 하나의 유서를 들고 등장을 한다. 피해학생은 결손가정의 자녀로 방과 후에는 편의점에 나가 일을 해 학비를 마련했는데, 급우들이 이를 알고, 시간제로 받는 급여를 갈취하고, 일정한 금액까지 제시를 하고, 이를 행하지 않을 시에는 집단 구타는 물론 성매매를 해서라도 금액을 충당하도록 강요한 사실이 하나하나 들어난다. 더욱 더 충격적인 것은 피해학생의 몸을 벋기고 휴대폰으로 촬영을 한 뒤 영상을 배포해 협박을 가한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사실까지 털어놓는다.
그러나 부형은 반성이나 회개의 기미도 없이 함구와 은폐에 전념하고, 책임의 소재를 동영상을 발견하고 지워버리게 한 가해학생의 조부에게 자살을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전가시키고, 사과까지 받아내는 망동을 벌인다. 그러자 망동을 벌인 부형의 부인이 자신도 동영상을 알았노라고 남편을 만류하자 따귀를 얻어맞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 때 죽은 학생의 어머니가 비탄에 잠겨 등장한다. 그 어머니의 하소연과 넋두리가 관객에게는 공명(共鳴)이 되어 다가오지만, 가해학생의 부모들에게는 소귀에 찬송가 부르기다. 게다가 죽은 학생의 장례식장에는 참석할 기미조차 보이지를 않는다.
죽은 학생의 어머니가 절망감에 쌓여 퇴장을 하면, 가해학생 중의 조부모가 장례식장에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 뒤를 따른다. 다른 학부모들은 마지못해 하나 둘 그 뒤를 따르는데서 연극은 마무리가 된다.
국민배우 손 숙, 김재건이 호연을 하고, 중량감이 넘치는 박용수, 박지일, 이대연, 길해연, 서이숙, 손종학이 능수능란한 연기로 연극을 이끌어간다.
신덕호, 이선주, 김난희, 백지원, 우미화, 서은경, 안준형, 최승미 등 출연자 전원의 탁월한 성격창출과 열연으로 관객을 1시간 45분 동안 극에 몰입시켜, 공연이 끝나고도 관객은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않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프로듀서 박명성, 음악 황호준, 무대디자인 김은진, 소품디자인 최혜진, 조명디자인 최형오, 의상디자인, 이명아, 분장디자인 김유선, 제작무대감독 김종문, 무대감독 장연희, 조연출 구자혜, 등 스텝의 기량이 극의 완성도를 배가시켜, 극단 신시의 하타자와 세이고 작, 기무라 노리꼬/이성곤 역, 김민정 각색, 김광보 연출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를 문제작이자 걸작연극으로 만들어 냈다.
6월에는 위에 열거한 10개의 특기할만한 작품 외에도 제30회 광주전국연극제에서 15개 시도의 우수작품이 경연을 펼쳤고, 대학로에서는 혜화동1번지 5기동인의 “해방공간” 시리즈로 <두뇌수술> <그날은 오다> <황혼> <호접, 66년의 침묵> <우박소리>등 해방 전후 작가들의 작품공연을 비롯해, 극단 동의 “대표레퍼토리 展” 강량원 연출의 <내가 죽어 누워있을 때> <비밀경찰> <테레즈 라캥>이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되었고, 극단 오늘의 위성신 작가 겸 연출가의 <락시터> <아카시아 꽃이 피었습니다> <퍼펙트 맨> <당신만이> <염쟁이 유씨> 등의 공연이 이어져, 활발한 공연활동과 함께 수준급 공연을 펼쳤다고 평할 수 있겠다.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극작가/연출가/평론가 박정기(朴精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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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배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놓쳐버린 좋은 공연들이 많아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