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덕묘원~남암지맥분기봉(정족산)~당고개
경부고속도로 상의 통도사 나들목을 빠져나와 울주군 소재의
삼덕공원묘원에 도착한 것은 정오쯤이다.공원묘지 중턱까지
치달려 당도한 버스를 내리니, 정족산 북쪽의 산비탈에 광범위하게
조성되어있는 수많은 묘지들 앞에 놓여있는 울긋불긋한 조화가
한폭의 그림 같다.묘지들 사이의 양회임도를 따라 남암지맥의
분기봉인 정족산 정상으로 발걸음을 떼기 시작한다(12시).
양회임도의 길섶에는 피를 토한듯이 붉은 꽃잎들을 잔뜩 피워내고
있는 동백이 줄을 잇고 일렁이는 봄 바람에 후르륵 하얀 꽃잎을
백설이 난분분하게 휘날리는 벚나무들이 뒤를 잇는다.
흐드러진 벚꽃나무 사이로는 목련이 또한 다소곳 서 있다.
하얀 고의적삼 같고 어찌보면 서러운 소복같아 보이는 처연함이
느껴지는 꽃,조용식이 글을 짓고 김동진이 곳을 붙인 목련화,
희고 순결한 그의 모습을 보고 봄에 온 가인과 같다고 했으며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길잡이라고도 불렀다.그리고 게다가
새 시대의 선구자라고 했으며 배달의 얼이라고도 일컬은 꽃이
목련화다.수많은 영령들이 깃들어 있는 묘원에서 우연찮게
만나보게 되니 소복의 청상의 처연함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삼덕공원묘원
양회임도를 줄곧 따르며 비탈을 오르면 양회임도는 시나브로
비포장의 수렛길로 바뀌면서 주능선으로 붙게 된다.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와는 판이하게 하늘은 온통 파랑 물감으로
칠갑이 되어있어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다만 흰 명주솜을
몇 조각 흩뿌려 놓은 듯한 작은 구름 조각들 만이 허공을 떠돌고
있을 뿐이다.수렛길 우측으로 크고 작은 바위들이 울멍줄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그리고 곧바로 불쑥 솟구쳐 있는 암봉이 앞을
가로막아 서는 데, 해발 700m의 정족산 정상이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얼기설기 겹쳐지고 서로 어깨를 부대껴 있기도
하고 등을 기대고 있기도 한 행색의 정족산 정상,남암지맥의
분기봉이자 낙동정맥의 주요한 멧부리 중의 한 봉우리이다.
사방팔방의 거침이 없는 조망은 드넓으며 가이없다.눈이 시리도록
장쾌하고 시원한 조망에 입을 다물 수가 없겠다.
정족산 정상에서의 지맥의 방향은 북동쪽이 된다.암봉 멧부리를
내려서서 정상 암봉을 좌측으로 끼고 반쯤 돌아가면 곧바로
내리받이 바윗길이 기다린다.너럭바위와 마당바위 등이 반송과
찰떡 궁합을 이루고 있는 전망대도 기다리고 있으며 맞춤맞은
반석의 쉼터도 눈에 띤다.
암릉의 내리받이 산길은 이윽고 비포장의 산판길로 이어진다.
수레가 교행을 할 정도의 널찍한 임도를 따르면 큼지막한 헬기장
으로도 쓰였을 법한 공터도 닦여있으며 그리고 임도는 군데군데
세굴이 되어 있어서 빗물이 고여 있거나 깊숙한 구덩이로 변모할
가능성의 훼손된 곳이 이따금 눈에 띤다.
그러한 임도가 갈림길을 내놓으며 산객의 의중을 기다린다.
그리고 갈림길 사이의 숲으로도 산길이 손짓을 하고 있다.그렇다면
불문곡직 아닌가? 숲 길로 들어서니 얼마 안 가서 봉우리라고
부르기도 무엇한 밋밋한 멧부리에는 높직한 철구조물 위에 육각형의
산불초소가 위엄을 가득품고 곧추 서 있다.
산길에는 연분홍의 진달래꽃으로 화사한 기운이 역력하다.
꺽다리 소나무들도 그러한 기색을 한껏 고무시키고 있으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하는 철쭉들은 오불관언 팔장을 끼고 있는
숲 길이다.밋밋하게 이어지던 숲 길은 머지않아 양회임도로 꼬리를
내린다.지맥의 산길은 이 임도를 따라 우측 방면으로 이어진다.
노릿노릿한 새 순의 수목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임도,듬성듬성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이 화사하고 일렁이는 바람에 흰 벚꽃잎이
눈 송이처럼 후르륵 양회임도로 쏟아져 내린다.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임도 길섶에 세워놓은 '무제치늪 보호구역'
표시의 사각기둥이 눈에 띤다.'무제'는 비가 오기를 기도했던 제사
(기우제)를 뜻하는 '무우제'의 경상도 방언이다.무제치늪은 물이
많은 곳이라 하여 '물치'로 불리기도 한다.
이 무제치늪은 중생대 백악기 말기에 돔 형태로 관입한 화강암이
심층풍화와 차별침식으로 생성된 지형에 형성 된 습지다.
두터운 심층 풍화층 밑에 형성된 화강암 기반암이 물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습지가 형성된 것이다.습지 밑바닥에는
미세한 수로가 많이 형성되어 있어 항상 일정량의 수분과 물이
고여 있다.환경부에서는1998년에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하였으며,1999년 8월 9일에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였다.
2007년에는 두웅습지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6번째로 람사르습지에
등록되었다.등록면적은 40000평방미터이다.무제치늪은 우리나라
에서 가장 오래된 산지습지이다.무제치늪의 형성시기는1997년
환경부의 탄소연대측정을 통해 약 6000년 전으로 보고되었으며,
람사르 공식 홈페이지에는 10000년 전으로 소개되어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인용).
양회임도를 줄곧 따르면 초로의 한 사내가 지키고 있는 '무제치늪
습지보호구역 감시초소'를 만나게 되며, 그 앞을 지나 곧장 임도를
이어가면 주차장도 지나가게 되며, 등받이의 긴 의자가 준비되어
있는 쉼터도 지나가게 된다.꺽다리의 허우대가 끌밋한 소나무들이
짙게 그늘을 드리운 임도를 줄곧 따르면 양회임도는 우측으로
굽돌아 방향을 바꾸며 내리받이로 향하고 맞은 편의 직진방향은
비포장 행색의 수렛길이다.수렛길은 머지않아 널찍한 공터로
이어지는데 해발 415m의 고도표지가 붙어있는 헬기장이다.
지맥의 산길은 헬기장을 지나서도 수렛길의 행색을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맞은 쪽 반대편 방면에서 덩치가 크고 거뭇한 행색의 개 서너
마리가 마주 다가오고 있다.중년의 한 사내가 함께하고 있기는
하지만 긴장되지 않을 수 없는 덩치와 행색이 아닌가.
그것들을 지나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참에 또 다른 개들을 이끈
작자와 개들을 만나게 된다.이런 몰상식한 자들 같으니라고.
여러 입산객들이 찾는 무제치늪 일대에서 이런 작태를 벌이다니,
그것도 목줄도 하지 않은 상태로 송아지만한 험악스런 개들을
여러 마리씩이나 이끌고 무얼 하겠다는 건지, 딱하지 않은가.
수렛길을 벗어나서 꺽다리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으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두어 번 맞닥드리게 되는 삼거리에서 우측의 길로
접어들며 이어지는 산길은 대나무 숲을 빠져 나가자마자 곧바로
두엄비료공장 안으로 불쑥 들어서게 된다.퇴비냄새가 코를 찌른다.
그 비료공장의 널찍한 진출입로를 빠져나오면 2차선 차도(16번)가
기다리는 데,산티고개다. 지맥의 산길은 이 차도를 곧장 가로지르면
반대편 쪽으로 보이는 아스콘 포장도로로 꼬리를 잇는다.
이 농원 진출입도로는 곧바로 임무를 다했다는 듯이 사라지고 지맥의
산길 흔적은 희미하게 변한다.
산티고개
희미한 선답자들의 흔적을 따라 허섭한 산길을 도망치듯 나져나오면
산골짜기를 깎아내고 파헤쳐서 공장 터를 닦고 있는 건설현장의
한복판으로 들어서게 된다.지맥은 그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맞은 쪽의
흑록의 숲으로 꼬리를 숨긴다.중장비 등이 드나들면서 자연스레 생긴
길을 따라 곧장 맞은 쪽 흑록의 숲으로 기어 오른다.
지맥의 희미한 산길을 따라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봉우리는
찐빵처럼 둥긋하고 밋밋하기까지 한 꺽다리 소나무들이 우거진
해발334m의 무명의 멧부리다.이곳에서 우측의 희미한 산길은
운암산으로의 등하행 산길이다.
마른 목을 적시고 지맥의 방향인 좌측의 완만한 내리받이 산길로
발걸음을 옮긴다.화사한 용모의 연분홍 철쭉이 만개가 되어있으며
연두 빛 새싹이 한창 돋아나는 수목들의 분주한 봄 나들이가 반갑기만
하다.시나브로 덧칠의 작업이 거듭될수록 숲은 초록의 성숙한 숲으로
치달려 갈 것이다.연분홍 빛깔의 농염한 철쭉의 유혹이 연신 산객의
눈길을 잡아챈다.산길은 고저차이가 크지않은 등성이를 따라
가만가만 출렁인다.그나마 등성이를 곧장 치고오르지 않고 우측의
산중턱을 비스듬이 횡단하며 지맥의 선답자들은 족적을 깊숙하게
새겨 놓았다.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日我行蹟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눈 덮힌 들판을 가매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마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가 뒤에 걷는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 혹은 백화도인이라는 별호를 가진 조선 중기의 고승이자,
임진왜란 당시에는 제자인 사명당 유정과 함께 승병을 일으켜서
크게 전공을 세운 승장이기도 한 법명이 휴정(休靜)인 고승의
글이자 가르침이다.거개의 지맥의 산길은 '길없는 길'의 연속이나
다를 게 없는 데,그러한 길을 특히 걸을 때 후발자들은 앞서 간
선답자들의 흔적을 좇아가게 마련이다.그러한 경우에 선답자의
족적이 우왕좌왕하고 허둥지둥거렸다면 뒤를 따르는 추종자들도
똑같은 행동에 빠져들게 마련이다.그런 까닭에 선답자들의 자세를
일깨우려는 고승의 가타(伽陀)인 것이다.
여느 지맥의 산길에 비추어 보면 잡목들의 거추장 스러움이라던가
가시넝쿨 등의 무지막지함으로 인한 고충이 없는 산길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발걸음은 빨라지게 마련이고 산행에 들인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그리고 시간단축은 임도와 같은 수렛길이
한몫을 거들은 게 컸지싶다.산길 우측으로 건축물들의 맞배지붕의
파랗고 희뿌연 색의 지붕들이 나무가지 사이로 내려다 보이기
시작한다.대복공단의 크고 작은 공장들인 것이다.
그리고 차량들의 웅웅 거리는 엔진소리와 기계소리도 함께 섞여서
귓전을 울려대기 시작한다.
대복공단지대를 우측으로 끼고
산길은 뚜렷하고 갈림길에서의 지맥의 산길로의 방향을 알리는
선답자들의 표시리본도 등대의 역할을 톡톡히 잘 해내고 있다.
거대한 송전철탑을 지나고 공장건물을 우측으로 끼고 완만한
내리받이 길을 따르면 감나무밭도 지나간다.
저만치 이동통신탑도 보이는데, 그 곁을 지나가면 산길은 이리저리
우왕좌왕 흩어져 사라진다.그렇지만 빤히 내려다 보이는 2차선 차도
를 겨냥하여 어지러운(?) 발길을 잇더라도 목적지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거다.이러구러 내려선 2차선 차도(삼동로)가 넘나드는 언덕배기,
오늘의 날머리 당고개다(16시).
당고개
산행에 쏟아부은 시간은 네 시간에 불과하지만 날씨는 초여름을
방불케하는 기온 탓으로 식수의 용도가 점차 중요시 되어가는
즈음이다.넉넉하게 여축이 되었다고 자신했던 식수가 가까스로
제 몫만의 역할에 그쳤으니 말이다.그리고 낮의 길이는 고무줄처럼
잔뜩 늘어나서 햇살은 정수리 주변에서 조금 저무는 쪽으로 약간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다. 한창 산즐기를 오르고 내리고 할 때가
아니던가.그러나 오고 가는 차량의 이동시간이 발목을 잡는 게다.
오는 데 너덧 시간,가는 데 너덧 시간,도합 열 시간 가량의
이동시간이 증거하고 있는 것이다.
탁주를 안다미로 들이키고 육계장에 밥을 먹음직스럽게 말아서
갈증과 허기를 동시에 해결한다.그런 뒤에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슬그머니 당고개를 떠난다.불원천리 먼 길을 또다시 부리나케
달려가야 한다. 늙은 사내를 목놓아 기다리는 곳이 먼 데 있기
때문이다. (2017,4/15)
(아래)남암지맥 지도1 분기봉-대복리고개(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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