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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등현~각흘산/지맥분기점~악희봉~
~싸리재~대득봉~갈현고개
오늘 오르려는 대득지맥은 각흘산을 분기점으로 하여 대득지맥의 간판 대득봉을 거쳐 철원군
갈말읍 토성리 하토동의 한탄강과 남대천의 합수점까지의 산줄기다.대득지맥의 분기점인 해발
836.8m의 각흘산 들머리인 자등현에 지맥의 산꾼들이 득달한 시각은 아침녘을 넘긴지 얼마 안
되는 8시 30분 무렵이다.자등현은 강원도와 경기도의 도계(道界)를 이루고, 철원군과 포천시의
지경이기도 하며,해발1046.3m의 광덕산을 분기점으로 하여 포천시 창수면 신흥리의 한탄강과
영평천의 합수머리인 아우라지 나루까지의 산줄기 명성지맥의 중요 길목이기도 하다.
고갯마루의 도로가에는 강원도의 상징 동물인 반달곰 석상과 '각흘산'이라고 써 있는 빗돌이
우뚝하고, 서편에는 넉넉한 주차공간이 마련이 되어 있는 데,이 곳이 각흘산 들머리 장소가
된다.
자등현의 각흘산 빗돌
주차공간의 숲 쪽 구석에는 각흘산 등산안내도와 산길안내를 맡고 있는 이정표가 산객들을
기다린다.각목 계단이 안내하는 꺽다리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으로 드니, 군 시설물들이 자주
눈에 띈다.콘크리트를 이용한 엄폐호(掩蔽壕) 벙커의 네모난 총안(銃眼) 겸 감시창이 숲을
들어서는 산객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샅샅이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그리고 산길을 가로지르
거나 이곳저곳으로 방향을 틀어가며 골을 파놓은 교통호가 산줄기의 깊은 생채기로 남아 있고
군데군데 움푹한 구덩이의 참호도 깊고 흉한 상처로 남아 있다.이러한 군 시설물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현재 이용하고 있지는 않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산길은 입산객들이 잦았음을 증거
라도 하려는 듯이 가지런하고 반지르르하다.
아름드리 꺽다리 소나무들이 울창하고 하늘을 찌를 기세의 낙엽송들이 끌밋한 몸매를 자랑
하는, 쉼터용의 의자까지 마련이 되어 있는,말안장 같은 안부의 쉼터를 지나면 엄폐호의 벙커
가 또 산객의 눈에 띈다.그리고 이따금 산길가에는 입산객들을 위한 쉼터용의 긴 의자가 지친
입산객들을 기다린다. 울창한 나무가지 사이로 금빛햇살이 부서져 쏟아져 내린다.그리고
명지바람이 그와 함께 숲 속으로 자맥질을 하더니, 찬 기운만 그대로 남겨두고 소리없이 숲을
빠져 나간다.산길가에 뜨문뜨문 걸려있는 경고문이 산객의 눈길을 끈다.경고문의 내용은 이
곳에서 500미터 앞은 포탄 낙하지점이므로 절대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자등현의 반달곰
완만하고 밋밋하고 부드럽게 꼬리를 잇던 산길이 가파른 증세를 보이더니 크고 작은 바위들
을 앞 세우고 산객들을 몰아세우기 시작한다.가풀막진 바위투성이의 오르막 비탈에는 굵직한
PE로프를 이용한 고정로프가 산객의 안전을 돕는다.바위 비탈을 다 오르면 널찍한 헬기장이
산객을 기다린다.이 헬기장에서 각흘산 정상은 좌측 방향으로 50여 미터쯤 떨어져 있다.
한차례 바윗길을 올려치면 닿게 되는 봉우리가 해발836.8m의 각흘산 정상이다.사방팔방 거침
이 없는 정상에서의 조망은 화려하고 장쾌하다.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개가 산의 난바다이고
파도처럼 주름진 깊은 골의 안통에는 인간들이 옹기종기 터전을 삼고 있다.
흑록의 산줄기로 둘러싸인 용화저수지가 한폭의 그림 같고, 그 너머로는 갈말읍 신철원의
시가지가 아스라하게 조망이 된다.각흘산 정상에서 서쪽 방면으로 이어지는 산길은 명성지맥
의 줄기이고, 대득지맥은 그 반대 편인 북쪽 방면이다.다시 되짚어 헬기장으로 돌아오면 헬기
장 북쪽 방향으로 대득지맥의 산길은 열려 있다.지맥의 주능선의 절반인 좌측 산사면에는
벌목의 흔적은 느낄 수 없는 데,수목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맨 땅이 그대로 고스란히
드러나 있거나 억새를 비롯한 잡풀들만이 무성하다. 들쭉날쭉 꼬리를 무는 민둥의 능선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울멍줄멍 줄을 잇고, 억새를 비롯한 무성한 잡풀들 틈에는 구절초의 흰꽃
이 흐벅지고 연보라빛 쑥부쟁이도 흐드러져 있다.
그리고 산길가에는 50센티 길이쯤 되는 포탄의 불발탄들이 두엇 눈에 띈다. 인근의 포사격장
에서 날아온 포탄일 게다.그리고 주능선의 맨 땅이 그대로 드러나 있거나 벌목지처럼 변한 곳
도 사격장으로 인한 생채기는 아닐런지.급경사의 바위비탈이 산객을 기다린다.검지 굵기의
PE로프를 이용한 고정로프가 안전이동을 돕고 있지만 푸릇푸릇한 이끼가 호시탐탐 산객의
헛점을 노리고 있으니 주의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바위구간이다.어렵사리 급경사의 바위
벼랑을 내려서면 다시 바위비탈이 기다린다.바위봉 꼭대기에는 아름드리 해묵은 노송 한 그루
가 고사목 상태로 홀로 고지를 지키고 있다.고사목 신세의 해묵은 노송 한그루가 홀로 지키고
있는 바위봉을 지나고 잡풀이 무성한 두어 평 넓이의 공터가 있는 멧부리를 넘어선다.
맨 땅이 고스란히 드러난 주능선,인근의 포사격장에서 목표타깃을 훨씬 벗어난 포탄들의
세례를 받은 상처가 아닌가. 직사각형의 시루떡을 몇 켜 쌓아 놓은 것 같은 바위 덩어리도
있고, 촛대 모양의 기암도 눈에 띈다.구절초와 개망초의 흰색의 꽃무리와 금마타리,기린초 등
의 샛노란 색깔의 들꽃들이 서로 미모를 자랑한다.그리고 울멍줄멍 크고 작은 바위들이 줄을
잇는 산길이기도 하다.어깨를 덮을 만큼 무성한 억새들이 차지하고 있는 주먹등 같은 멧부리
를 넘어서면 맨 땅이 고스란히 드러난 능선 앞 저만치 아름드리 노송 세 그루가 지키고 있는
붕긋한 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대득지맥의 초반부 능선
하얀 낙하산이 널부러져 있다.조명탄의 잔유물이 길섶에 뒹굴고 있는 거다.이러구러 울멍
줄멍하던 크고 작은 바위들도 뜸해졌으며 포탄세례를 당한 맨 땅의 지맥의 산길만이 갈지자
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다. '기본'이라고 새겨진 낯선 삼각점봉을 넘어서 맨 땅의 헐벗은 산길
로 5분여 발걸음을 하면 헬기장처럼 다소 널찍한 공터의 해발712.1m의 멧부리에 닿게 된다.
그 멧부리 한구석에는 2007년에 재설된 삼각점이 듬직하게 자리하고 있다.이 삼각점봉에서
지맥은 우측의 무성한 잡풀 사이로 꼬리를 잇는다.721.1m봉을 뒤로하면 여태껏 민둥의 봉우
리에서 본연의 울창한 숲길로 돌아오게 된다.숲은 신갈나무와 굴참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일색
의 숲이다.산길은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하고 가랑잎은 꼭두새벽까지 내린 빗물로 축축하다.
가랑잎이 수북한 가파른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참나무들과 어린 소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있는
둥긋한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앞으로 금방 오르게 될 악희봉의 멧덩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길은 유선형의 날렵한 행색을 띄고 이어지는 데 바위능선이다.바위능선을 곧장 날등을
잇지 못하고 좌측의 미로 같은 바위사면을 따라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긴다.그런 뒤에 바위
비탈을 헐떡헐떡 올라서면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 데, 맞은 쪽으로 10여 미터쯤 발걸음을 하면
훼손된 삼각점이 정수리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으며,흑갈색 바탕의 널빤지에 '철원산악회'라
고 써 있는 길쭉한 입간판은 그 옆에서 뒹굴고 있다.누릇누릇하게 변해가는 철원의 들판이
조망이 되고 갈말읍의 시가지 한귀퉁이가 아스라하게 조망이 된다.
포탄 맞은 민둥능선과 그 뒤로 악희봉
훼손된 삼각점의 멧부리를 뒤로하는 산길의 이곳저곳에도 군사용의 교통호와 참호들이 자주
눈에 띈다.완만한 내리받잇길을 거치면 다시 오르막 산길이 산객을 기다린다.헐떡거리며
비탈을 올려치면 코끼리 등짝만한 너럭바위가 차지하고 있는 암봉에 오르게 되고 너럭바위
봉을 넘어서면 곧바로 삼거리 갈림봉을 만나게 된다.우측의 2시 방향의 산길은 지맥의 이어
지는 산길이고 좌측의 산길은 이 갈림길에서 50여 미터쯤 떨어져 있는 악희봉으로의 산길이
다.해발722m의 불끈 솟구쳐 있는 악희봉 정수리 한복판에는 부엉이 모양의 큰 바위가 우뚝
서 있으며, 그 앞에는 자등산악회가 세워놓은 아담한 직사각의 대리석 빗돌이 세워져 있다.
해발722m의 악희봉을 뒤로하고 지맥의 주능선으로 되돌아와 지맥의 산길로 접어든다.푸릇
푸릇한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바위비탈이 산객을 기다린다.안전하강을 위한 고정로프가
이동을 돕고 있다.바위비탈을 내려서고 치받잇길을 한 번 올려치면 봉긋한 멧부리 한복판에
벽돌을 이용한 1미터 높이의 네모난 굴뚝 모양의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이 멧부리 땅 속에
은신하고 있는 군 시설물인 엄폐호 벙커의 통풍구인 거다.벙커봉을 뒤로하고 두어 평 넓이의
공터가 닦여 있는 둥긋한 봉우리를 넘어서면 지맥은 우측의 2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
산길 우측의 울창한 나무가지 사이로 공원묘지가 눈에 들어온다.목련공원묘원이다.
지맥의 우측 동향받이의 우묵하고 완만한 산비탈을 온통 차지하고 있는 공원묘원은 마치 꽃밭
같다.비스듬하게 층하를 두고 촘촘하게 줄을 지어 자리하고 있는 묘지마다 울긋불긋한 조화
들이 빠짐없이 놓여 있으니, 조화에 불과하지만 꽃대궐이 아닐 수 없다.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다.그러한 행색의 산길을 철망 울타리가 막아서고 있다.울타리에는 흔히 보아왔던 인근
부대장 명의의 경고문이 하나 걸려 있다.울타리 너머로는 나무들 외에는 눈에 띄는 게 아무
것도 없는 데,이 시설물(장비)의 무단 사진촬영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울타리를 좌측으로
끼고 완만한 비탈을 따르다가 반듯하고 뚜렷한 맞은 쪽의 산길을 버리고 좌측의 다소 희미한
산길로 접어들어야 한다.
산길은 이동통신철탑의 곁을 거치면 곧바로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의 차도로 꼬리를
드리운다.이 도로는 신철원 갈말읍의 문혜리 쪽과 철원군 서면 자등리 방면을 잇는 463번
지방도로에서 갈라져 나와 목련공원과 싸리골 마을을 거쳐 다시 463번 도로로 합쳐지는
우횟길이다.그러한 지방도로가 넘나드는 이 고개의 언덕배기가 편의상 싸리재다.싸리재를
곧장 가로질러 잡풀이 무성한 공터를 가로지르면 숲으로 오르는 산길이 모습을 드러낸다.잡풀
속의 들머리와는 달리 산길은 뚜렷하고 잡목과 잡풀 등의 저항은 거의 느낄 수 없는 완만한
오르막 산길이다.5분도 채 안되어 오르게 되는 손등 같은 멧부리에서 산길은 우측의 2시 방향
으로 이어지고,언덕 같은 봉우리를 넘어서면 지맥은 반대 방향인 좌측의 10시 방향으로 부라질
을 하듯이 몸을 뒤척인다.
싸리재(편의상)
삼각표시가 훼손이 된 삼각점이 자리하고 있는 손등 같은 봉우리에서 지맥은 다시 우측의
2시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며 꼬리를 잇는다.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울창한 산길에는
참호 구덩이들이 갈마들며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좌측 저멀리 대득지맥의 간판인 가득봉이
아스라하게 조망이 된다.잡풀들이 무성한 둥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군 시설물인 교통호와
참호 등이 다시 산줄기에 깊숙한 생채기를 남기고 자리하고 있다.교통호 등을 가로지르며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그러한 행색의 산길은 무릇 도로개설로 인한 절개지 앞에서
주춤거린다.막바로 급경사의 내리막을 내려설 수는 없는 일,우측으로 잠시 이동을 하면
도로로 내려설 수 있는 철계단이 산객을 반긴다.
갈말읍 문혜리 쪽과 철원군 서면 송등리 사이를 잇는 왕복 2차선 도로(463번)가 넘나드는
고개를 가로지르면 숲으로 오르는 양회임도가 나 있다.그 임도 옆으로는 둥근 모양의 건축물
이 한 채 자리하고 있으며 뒤이어 이동통신탑의 옆을 지나면 묘비가 즐비하고 둘레석과 상석
으로 치장을 한 평택임가의 묘지들이 빼곡한 묘역을 가로지르게 된다.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파랗고 가이없는 하늘가에는 조각난 흰구름들이 덩실하다.평택임가의 묘역을 지나면 산길
좌측은 오래 전에 벌목을 한 지역인지 키 작은 수목들과 잡풀 등이 무성하다.그리고 주능선
우측의 완만한 산비탈에는 태양광 발전단지가 자리잡고 있는 데,태양광 패널이 자리하고 있는
지반의 맨 땅은 빗물로 인한 긁힌 사태자국이 발전단지를 위협한다.
대득봉 능선
아름드리 꺽다리 소나무들이 차지하고 있는 둥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푸릇푸릇한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깍짓동만한 바위의 곁을 차례로 지나게 된다.그런 뒤에 곧바로 오르게
되는 봉우리는 널찍한 헬기장이 차지하고 있다.헬기장 한구석에는 2007년에 재설된 삼각점이
뚜렷하다.헬기장의 차지가 되어 있는 삼각점봉을 뒤로하면 이곳저곳에 검은 차광망으로 엄폐
를 한 참호가 자리하고 있는 데,검은 차광망은 걸레처럼 찢어지고 늘어져 을씨년스럽기만
하다.그리고 콘크르트를 이용한 벙커도 은밀하게 터를 잡고 있다.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붕긋한 멧부리에서 지맥은 여지껏 이어오던 북진(北進)의 발걸음을 좌측의 9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하며 서진(西進)의 행보를 잇게 된다.
잠시 그곳에서 마른 목도 축이고 헛헛함을 달래본다.저멀리 해가 저무는 쪽으로 파란 하늘과
하늘금을 긋고 있는 대득봉 정상을 비롯한 지맥의 주능선이 까마득하게 조망이 된다.마른 목
도 적셨고 헛헛함도 달랬으니 길을 떠나야 한다.과객이나 산객이나 궁둥이가 너무 무거우면
먼 길을 갈 수가 없는 법이고 짐이 무거워도 안 되고 동행이 없는 홀로만의 쓸쓸하고 고독한
여정도 먼 길을 가는 데에는 걸림돌로 작용하게 마련이다.무리를 짓거나 서너 명 이상의 동행
이라면 먼 길도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고 무거운 짐도 상당한 가벼움으로 여겨지게 마련이다.
서진행(西進行)의 산길은 수렛길처럼 널찍하고 밋밋하며 부드럽기까지 하다.발걸음이 가벼워
짐은 당연지사가 아니던가.
엄폐호 벙커
그리고 숲은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의 세상이다.구릉 같은 봉우리도 부드럽게 넘게 되고
어느 틈에 오르게 된다.두어 평 넓이의 공터가 마련이 되어 있는 게 있는가 하면 군 시설물인
벙커가 은신하고 있는 멧부리도 만날 수 있다. 두 아름은 실히 돼보이는 노송 한그루가 지키고
있는 전망봉,갈말읍이 조망이 되고 그 시가지를 둘러싸고 있는 겹겹의 흑록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그 전망의 멧부리를 지나면 머지않아 붕긋한 멧부리에 오르게 되는 데,정수리 한복
판에는 누렇고 꺼뭇한 얼룩의 삼각점이 의젓하다.수렛길처럼 널찍하고 가지런하고 부드러운
산길은 벙커봉을 내놓기도 하고 야영텐트 둘 정도는 설치할 만큼의 공터봉을 내놓기도 한다.
이젠 대득지맥의 간판 가득봉이 지척으로 다가온 느낌이다.하늘금을 긋고 있는 다소 부드러
운 굴곡의 능선은 흑록의 빛깔을 띄는 데,주름진 골은 검은 색으로 깊숙하고 불룩한 잔등은
본연의 초록빛이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네활개를 잔뜩 편 잣나무들이 울창한 숲과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숲길이 산객을 맞이한다.다갈색의 솔가리가 마춤맞게 내려앉아 있는 숲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로 꼬리를 드리운다.임도의 좌측은 갈말읍 문혜리 쪽이고 우측으로
뻗어있는 임도는 김화읍 청양리 방면이다.U자형으로 절개지를 이루고 있는 좌측 저만치
고갯마루 쪽에서 명지바람이 설렁거리며 불어오더니 찬 기운만 남겨두고 잣나무 숲으로
자맥질을 한다.
철원군의 청양간선임도
임도를 곧장 가로질러 가파른 비탈을 올려치면 거대한 덩치의 송전철탑이 기다린다.지맥은
골리앗 덩치의 송전철탑 가랑이 사이로 꼬리를 잇는다.송전철탑을 뒤로하면 다갈색 솔가리가
수북한 낙엽송의 오르막 숲길이 기다린다.헐떡거리며 비탈을 올려치면 1.5미터 높이의,블록
을 이용한 굴뚝 같은 통풍구가 자리하고 있는 벙커봉에 오르게 된다.벙커봉을 뒤로하고
굴참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이 그들먹한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면 저만치 삿갓 모양의
멧덩이가 헐떡거리는 산객을 지그시 굽어보고 있다. 마른 목을 축이고 치받잇길을 올려치면
8부 능선쯤을 가로지르는 비포장 임도로 지맥은 꼬리를 드리운다.군사용으로 뚫려있는 임도
인줄 여겼는 데,임도 이용 안내문을 살펴보니 2~3년 전에 철원군이 닦아 놓은 청양간선임도
이다.
북진행에서 서진행으로 접어든지 1시간만에 임도로 접어든 것이다.이 간선임도를 따라 10분쯤
좌측으로 이동을 하면 차량들의 진입을 막는 차단기가 설치되어 있는 곳을 만나게 되고, 그곳을
지나면 곧바로 삼거리 임도를 만난다.그런 뒤 이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임도
우측으로 숲으로 오르는 산길을 만나게 된다.오르막 숲길은 수렛길처럼 비교적 널찍하다.지맥
의 잔등으로 붙으니 교통호가 지렁이처럼 구불구불 파여 있고 참호도 군데군데 자리하고 있다.
좌측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우측 길가에 철구조물과 블록 건축물만 남아있는 폐군시설이 을씨년
스럽게 방치되어 있다.그러한 행색을 뒤로하면 붕긋한 봉우리에 오르게 되는 데,이 봉우리도
벙커봉이다.
공터의 대득봉 정상
대득봉 정상의 낡은 삼각점
그 벙커봉을 내려서면 지맥은 다시 임도와 행동을 함께하게 된다.그러나 이 임도와의 동행은
머지않아 방향을 각기 달리하게 된다.임도 우측의 오르막 비탈로 지맥은 방향을 달리하기
때문이다.오르막 비탈은 바윗길이 나타나면서 더욱 가파른 증세를 띄기 시작한다.굵직한 PE
로프를 이용항 고정로프가 오르막을 견인한다.바위비탈을 지나면 엄폐호 벙커가 산객의 행동
거지를 주시하고 있고 뱀처럼 구불거리며 이어지는교통호가 산사면에 깊숙한 상처를 남기고
있다.텐트 한 동을 설치할만한 공터봉을 오르면 저만치 또 다른 봉우리가 산객을 굽어보고
있다.헐떡거리며 기신기신 모르막 비탈을 다시 올려치면 그 봉우리는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한 잡목들의 멧부리다.저 건너 편으로 또 다른 봉우리가 산객의 약을 올리려는가. 목을
곧추 쳐들고 산객의 의중을 살피고 있다.잘록한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한 번 안간힘을 쏟아
부으며 가파른 비탈을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해발630.4m의 대득봉 정상이다.
대득봉 정상은 작으마한 헬기장으로 사용을 하여도 될 정도의 공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복
판에는 삼각점도 자리하고 있다.그러나 대득지맥의 간판다운 표시물은 하나도 없다.그런 면
에서는 다소 아쉽다.다만 흰꽃잎의 구절초만이 쓸쓸한 정수리 주변을 흐드러지게 장식하고
있을 뿐이다.문패도 명패도 없는 대득지맥의 간판 대득봉에서 지맥은 우측의 2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다.급경사의 내리받잇길은 다소 미끄럽다.축축한 물기가 배어있는 찰진 흙의
급경사 내리받잇길이기 때문이다.급경사의 내리막을 구르듯이 내려서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임도가 기다린다.우측은 문혜리와 청양리간의 임도 방면이고, 좌측은 군부대 쪽이다.군부대
쪽은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청양간선임도와 군부대 사이의 임도
임도를 곧장 가로지르면 가파른 비탈길이다.오르막 비탈은 거대한 바위절벽 앞에서 산객을
잠시 주춤거리게 한다.거대한 바위절벽 사이로 낡고 퇴색한 자일이 하나 늘여져 있다.이럴
때는 두 개의 스틱이 걸림돌이다.자일의 도움으로 벼랑 같은 바위비탈을 어렵사리 올려치면
아름드리 신갈나무가 지키고 있는 봉우리다.겉으로 보기에는 너럭바위나 전망암봉을 기대
했는 데, 막상 오르고 보니 육산의 여느 봉우리와 다를 게 없는 모습이다.기름한 능선길로
좀 더 발걸음을 하면 참호 엄폐용의 검은 차광망 등으로 을씨년스러운 참호들의 흉한 몰골이
눈에 띄고 그곳을 지나면 대여섯 평쯤의 손등 같은 멧부리에 닿게 된다.이 멧부리가 해발
511m봉이다.
해발511m봉을 뒤로하는 산길은 널찍한 임도다.이 비포장의 임도는 삼거리 갈림길로 이어지고
삼거리 갈림길을 지나면 머지않아 43번 고속화 도로와 맞닥드리게 된다.그러나 43번 도로를
건널 수 있는 갈현육교를 넘어가면 구(舊) 도로인데, 가로개 마을의 갈현고개 버스승강장이
구(舊) 도로 건너 편에 있다.신설된 고속화 도로에서는 질주하는 차량들의 숨가뿐 헐떡거림이
연신 들려오는 데, 구(舊) 도로에서는 사람 기척마저 없다.공연히 산행을 마친 산객들만의
움직임이 어릿거릴 뿐이다(15시50분).
-오늘 산행은 두 패로 갈렸다.한 패는 보개지맥의 산행을,다른 한 패는 대득지맥의 산행을
했다.산행의 실제거리는 대득지맥의 첫 구간으로 24km남짓이 걸렸으며, 보개지맥은 18km쯤
이었다고.산행시간은 대득지맥의 선두팀이 7시간30분 정도가 소요되었으며, 보개지맥은 그것
보다 시간이 더 들었다.난이도의 차이가 시간을 갈랐다고 볼 수 있겠다.어쨌든 당일 산행으로
서는 벅찬 산행이 아닐 수 없다.다들 늙은 남녀들(老馬;로마)인 데 말이다. 이러구러 두 패가
산행을 모두 마치고 갈마읍의 유명 막국수집에서 뒤늦은 오찬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양이
엄청난 막국수를 텅빈 뱃구레에 채우고 탁주까지 두어 잔 마시고 나니 이미 해거름이다.
(2018,9/22)
(아래)대득지맥 지도1 각홀산-갈현고개(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됨)
로딩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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