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급하게 추진한 산행이었다. 맨날 신복산사모만 챙긴다고 원성이 높던 옥산산사모 원년맴버를 오랜만에 만나 얻은 귀한 정보였다. 더구나 그 모임에서 왕언니들이, 신복산사모 총무를 다른선생님한테 넘기고 옥산팀만 챙기라며 압력을 가하셨지만 절대 그럴수 없으니 신복팀에 합류하라며 간큰 대답까지 서슴지 않았다. 결론은??? 신복은 꾸준히 하던대로 하고 옥산 언니오빠들은(내가 제일 막내) 한 번씩 총무가 내킬때 연락드려 번개산행을 하기로 했다.
내 생각엔 설악산 희망자가 많아야 두세명이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의외로 6명이나 희망을 했다. 나, 옥산팀 남명숙, 교무부장님, 이순희샘, 서원조샘, 이점연샘,,, 당연히 갈거라 생각한 연구부장님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고 하니... 우린 그렇게 10월 2일 저녁 10시에 신복로타리에 모여 "정상특파원"산악회 소속으로 좁디좁은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행히 다리가 짧은 난 잠자는데 별 무리가 없었지만 대부분의 롱다리님들께서는 중간중간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이 들렸지만 애써 못들은채 하며 목적지 한계령을 향해 끝없이 달렸다. 자는둥마는둥 하며 첫목적지 오색약수터에서 일부가 내렸고, 한없이 꼬불꼬불한 한계령을 넘는가 심더니 잠시 후에 목적지라며 내리라 한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멀미를 하여 고통스러워 하셨지만 멀미대장인 내가 다행히 아무렇지도 않다며 내렸다.
그런데 왠걸!!! 처음부터 시작된 계단에서부터 바로 멀미증세가 밀려왔다. 식은땀이 흐르고 마냥 주저앉고 싶은 허기진 상태, 대부분의 우리 선생님들이 힘들게 계단을 내딛고 있었다. 하늘에는 무수한 별들이 반짝였지만 그 예쁜 별들의 미소를 맘껏 바라 볼 수 있는 몸상태가 전혀 아니었으니....멀미를 벗어나려고 하늘을 우러러보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한참을 스틱에 의지해 비틀거리며 가다가 서원조샘이 준 홍삼캔디를 입에 머금으면서부터 멀미증세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의 왕언니,,순희언니야가 너무나 힘들어 하셨다. 급기야 배낭도 후미대장님께 넘기시고 거의 배실배실(?)수준으로 아장아장 걸으셨으니^^
산에서는 모두가 친구가 된다고 했다. 말씨가 제각각인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들, 익산, 부천, 광주, 공주등지에서 온 낯선 등산객들과 짧은 대화도 나누고,,,그들도 밤새 달려왔다고 한다. 다들 피곤한 기색은 없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 공주에서 오셨다는 장학사님은 울산교직사회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듯 하셨다.
능선길에 오르니 주위가 밝아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많던 별들은 사라지고 동쪽 하늘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단풍이 들기 시작한 능선길은 울산 인근의 산과 다름이 없었으나 끝없이 이어진 주위의 바위능선들이 설악산임을 입증하고 있었다. 일정표에는 봉정암에서 아침을 먹는다고 하였지만 등산 부진아였던 우리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봉정암은 커녕 정상도 훨씬 못미친 능선에 주저앉아 김밥으로 배를 채웠다. 인상좋은 후미대장님은 여전히 우리의 앞뒤를 왔다갔다하시며 챙기시고,,,
드디어 중청봉, 후미대장님은 우리가 너무 늦었다고 대청봉은 생략하고 바로 내려가잔다. 하지만 우리모두가 설악산을 처음왔다며 정상을 밟아야한다고 떼를 썼고, 대장님이 그럼 가방을 맡기고 40분만에 갔다오라신다. 무거운 인생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정상을 향해 가는 그 가벼운 발걸음을 어찌 말로 표현하랴!! 차갑지 않은 바람이 몹시도 불었지만 그것마저 상쾌하기만 하고,,정상에 사람이 너무 많아 대충 사진을 찍고 바로 내려와야했다. 후미대장님께서 기다리고 있으니....
고3 엄마인 난 우리 일행을 뒤로 하고 봉정암을 향해 먼저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들이 오기전에 108배를 해야하니... 티비로만 보던 봉정암, 너무 높은 곳에 있어 백담사에서 5,6시간을 등산해야만 갈 수 있는 봉정암, 스님들도 오를때 부처님 욕을 하며 오른다는 봉정암의 모습은 어떨까 상상하며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상상속에 있던 봉정암이 드디어 내 눈앞에 나타났다. 커다란 바위병풍을 하고서,,,,그곳에서 뜻밖에 엄홍길 산대장님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사진도 찍고,,
백담사로 내려오는 길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초록잎 사이로 보이는 붉은 단풍잎들,,가물어 거의 말라버린 계곡에서도 간간히 폭포가 흐르고,,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렇게 험한 산길을 전국에서 모여든 6,70대 할머니들이 끝없이 오르고 있었으니...하나같이 밝은 표정들을 하고 계셨다. 평생 봉정암을 세 번을 밟으면 좋다고 하니 나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다. 앞으로 두 번 더 올거라고,,,
12시간이나 되는 워낙에 긴 산행길이라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무릎통증으로 힘들어하셨지만 설악에 오기를 너무나 잘 했다고 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 몇년전 중국 황산을 갔다와서 한동안 그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는데 서울 북한산과 이번 설악산을 보고 와서 황산에 버금가는 산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신복에서 추진한 세 번의 이벤트- 거제도 노자산과 사량도 옥녀봉, 지리산종주에 이어 이번 설악산무박산행-가 우리 모두에게 행복한 추억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만,,,,
첫댓글 내가 따라 갔으면 지금쯤 병원에 입원해 있겠지요. 그렇지만 너무 부럽네요. 우리 다람쥐 회장님 글솜씨 놀라버라!!
교장선생님, 내년에는 꼭 함께 설악산에 가요~~교장선생님의 감동하시는 모습이 꼭 보고싶습니다~~~
아직도 그 행복감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답니다. 추진하신 우리 산대장님 고맙습니다. 우리 신복다람쥐가 있어 생활에 힘이 불끈 불끈 솟습니다
부러버라~~~ 월드뮤직 페스티발에 푹 빠진걸로 위안을 삼았더만 그게 아닌가봐요. 담에 나도 꼭 가보고 싶은 곳 1번 덕유산 종주, 2번 설악산 봉점암이예요. 무사정복을 축하드려요.
아 !~ 집으로 돌아온 시각이 12시를 넘겼으니 대단한 산행이었어요. 점이 다람쥐 대장에게 감사드리고요 모두 함께한 그날의 멤버에게 큰 박수 보냅니다. 못가신 분들도 사진으로나마 위안 삼으시고 담에도 또 기회는 있겠지요? 산이 준 자신감과 기쁨을 오래 간직할게요.
누구시온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