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선대교~나강산~질마산~연태산~대사산~
~속금산~국사봉~대방산~지족고개
금세라도 비를 흩뿌릴 것처럼 잔뜩 찌푸린 날씨는 간간히 빗방울을 뿌려대기도 하며
갖은 행티를 다 부린다.그러나 경상남도 남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낙남정맥의 산줄
기를 넘어서고부터는 날씨는 급변하는 거였다.새파란 하늘이 시원스럽게 열리고 금빛
햇살이 사위에 가득 번져 산천경개는 닦아놓은 것처럼 투명하고 말끔한 것이 성장(盛
裝)을 마친 신부처럼 눈부시고 화사하기까지 하다.사천시 외곽의 널찍한 도로를 따라
삼천포대교와 늑도대교,그리고 창선대교를 차례로 건너가면 창선지맥에서 첫 번째로
오르게 되는 해발91.7m의 나강산이 산객들을 기다린다(11시4분).
창선대교를 건너서 남쪽으로 뻗은 3번/77번 국도를 따라 4,5백 미터쯤 말을 몰아대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갈래를 친 창선도의 서해안을 굽이도는
1024번 지방도로로 접어든다.그런 뒤 다시 4,5백 미터쯤을 더 말을 몰아대면 나강산
정수리를 오를 수 있는 들머리를 만날 수 있다.들머리 주변은 모텔 등이 호젖하게 터전
을 마련하고 있고, 그 곁에서는 신축 모텔의 마무리 공정작업이 한창이다.
맞은 쪽이 나강산
그러한 현장을 좌측으로 끼고 완만한 오르막 숲길로 기어들면 곧바로 오르게 되는 멧부리
가 해발91.7m의 나강산 정상인데,정수리에는 잡목만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사방은 답답
하고,생김새는 평지처럼 납주그레한 꼴이라 어느 지점이 정수리 꼭지인지 구분이 딱히 애
매하다.화상이 이러하니 입산객들의 발걸음이 잦았을리가 없었을 터이다.그러한 행색의
나강산 정상을 뒤로하고 조금 전의 도로로 되돌아와 사거리 언저리에서 우측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완만한 오르막은 두어 기의 묘비 없는 묵묘의 곁을 두 번쯤 지나고 나면 넙데데한 멧부리
로 산객은 안내가 되는데, 창선도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동쪽 한려해상공원을 마음껏 조망
할 수 있는 데크전망대가 마련이 되어 있는 멧부리다(11시34분).데크전망대에서의 아쉬움
을 뒤로하고 곧바로 오르게 되는 납데데한 멧부리가 정수리 한복판에 지적삼각점(경남
442)을 간직하고 있는 해발218.4m의 질마산 정상이다(11시41분).
질마산 정상도 나강산 정상처럼 잡목과 넝쿨식물들이 너절한 납주그레한 멧부리다.그러한
행색의 질마산 정상을 뒤로하고 울창한 수목들의 그늘이 시원스러운, 뚜렷하고 다소 완만
한 숲길을 따라 20분쯤의 발품이면 오르게 되는 붕긋한 멧부리가 해발340.2m의 연태산
(蓮台山) 정상이다(12시).정수리 한복판에는 2002년 재설한 삼각점(사천425)이 번듯하고,
정수리 한켠에는 납작스레한 봉분의 묵묘가 태연자약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행색의 연태산 정상을 뒤로하는 산길은 간간히 코발트색의 아름다운 남해 한려
수도의 풍광을 조망하기 위한 시야를 열어주기도 한다.꺽다리 소나무와 편백나무의 울창
한 숲길은 머지않아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로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이 임도는
대벽리 방면과 그 반대 쪽인 동쪽의 당항리 사이를 잇는 교통로인 거다.임도 건너 쪽으로
보이는 오르막 임도가 지맥의 산길이다.그러나 임도를 길래 따르지 못하고 중간에서 임도
를 뒤로하고 좌측의 숲길로 기어든다.숲길은 머지않아 크고 작은 돌들로 쌓은 돌성의 곁
으로 산객을 안내한다.
금오산성
해발261m의 금오산(대사산) 정상과 골짜기를 둘러쌓아 축조하는 퇴뫼식과 포곡식을
병용한 산성인 금오산성(金鰲山城)이다.고려 말과 조선 초의 남해안 왜구의 방어시설로
한몫을 담당하였을 금오산성의 대사산(금오산)의 납작스레하고 너른 정수리 일대 쪽으
로는 산객들의 발걸음 흔적이 전혀 눈에 띠지 않는다.그러한 행색의 정수리 주변을 둘러
싼 돌성의 곁을 뒤로하고 나면 지맥의 산길은 고사리 밭의 곁으로 꼬리를 잇는다.
창선도의 유명한 산채인 고사리 밭의 곁을 지나고 기름한 꼴의 등성이를 한차례 넘어서고
나면 공동묘지 사이로 이어지고,공동묘지를 벗어나면 다시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
의 차도 고갯마루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드리운다.창선도의 동쪽 방면인 당항리와 고개
너머 서쪽의 율도리 쪽 사이를 잇는 14번 군도가 넘나드는 고갯길, 율도고개다(12시41분).
고갯마루 한켠에 세워져 있는 정자가 번듯하다.
율도고갯마루의 정자
그 정자를 좌측 저만치에 두고 오르막 임도로 발걸음을 옮기면 완만한 산비탈은 온통
고사리 밭이다.고사리 밭의 곁을 뒤로하는 오르막도 널찍한 임도다.오르막 산길은 임도를
넘나들며 400여 미터쯤을 올려친 뒤에서야 비로소 산객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기름한 꼴
의 멧부리를 넘어서 한 차례 더 가파른 오르막을 헐떡거리며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붕긋
한 멧부리가 해발357.2m의 속금산(束錦山) 정상이다(13시17분).
속금산 정상에서 우측 3시방향으로 잠시 발걸음을 하면 기름한 꼴의 너럭바위 전망대가
기다린다.앞으로 오르게 될 국사당과 대방산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러오고, 창선도 주변의
해안 풍광이 아름답게 부감이 되는 절처의 너럭바위 전망대가 아닐 수 없다.그러한 절처의
전망대에서 목을 흠씬 적시고 발걸음을 옮긴다.불어오는 바람이 꽤 시원스럽다.며칠 간의
봄비가 깨끗히 닦아놓았는지 먼지 같은 노릇노릇한 꽃가루마저 없으니 숲은 상큼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산길은 평지처럼 생긴 해발304.7m봉을 넘어서고 나면 다시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로 꼬리를 드리운다.이곳에서부터는 맞은 쪽의 산줄기 우측 8부 능선쯤으로
꼬리를 잇는 임도와 좁다란 산길을 따르게 되는데 ,등성이 쪽으로는 산길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죄다 8부 능선으로 나 있는 산길을 줄창 따른 모양이다.이러한 행보는 팔작지붕
의 번듯한 재실을 갖춘 묘역의 곁을 지나고 서대리 쪽과 그 반대 쪽인 동쪽의 상신리
사이를 잇는 17번 군도의 터널 위로 연신 꼬리를 잇는다.
17번 군도의 터널 위를 뒤로하는 오르막도 임도와 산길을 넘나들며 이어진다.오늘 산행
을 시작하고부터 줄곧 눈에 띠는 '남파랑길'의 탐방로 이정표가 여전하게 길목을 지키고
있다.부산 오륙도에서 전남 땅끝마을을 잇는 1463km의 국내 최장탐방로의 36코스인
'한려길'의 탐방로 구간인 것이다.양회임도와 비포장의 임도를 두루 거쳐 멀쑥하고 반주
그레한 오르막 산길을 헐떡헐떡 올려치면 넙데데한 해발353.5m의 국사봉 정상이다(14시
22분).넙데데한 정수리 한복판에는 한길 높이의 돌담을 두른 제단이 조성되어 있다.
국사당
태백산 천제단 모양의 제단인 국사당이다.미니 천제단인 셈이다.이러한 행색의 국사당
이 차지하고 있는 국사봉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린다.완만한
내리받잇길은 수더분하고 부드러운 안부로 이어지고 안부를 뒤로하고 나면 꾸준하고
지루한 오르막이 산객을 기다린다. 팥죽땀을 닦아주려는 바람은 쉼없이 불어오지만
헐떡거림은 휘모리 장단으로 치닫는다.애면글면 가풀막진 오르막을 올려치면 정수리께는
저만치 물러서서 산객을 지그시 굽어보고 있다.
가뿐 숨을 가다듬고 다시 치받이 오르막을 올려치면 대방산 정상인줄 여겼는데,정상은
그곳에서 완만하지만 한 차례 더 치받잇길을 올려쳐야 한다.그런 뒤 비로소 오르게 되는
넙데데한 멧부리가 해발468m의 대방산(臺芳山) 정상이다(14시47분).마치 너른 초원의
둔덕처럼 품이 널찍한 정수리 한복판에는 대여섯 평쯤의 너럭바위가 차지하고 있고
한구석에는 산불초소와 쉼터용의 평상이 마련되어 있으며 삼각점(남해23)도 번듯하다.
이러한 행색의 대방산 정상에서 맞은 쪽은 지맥의 방향이자 오늘 산행의 날머리인
지족마을 방면의 산길이고,좌측의 산길은 이곳에서 400여 미터쯤 동떨어져 있는 해발
443m의 봉수대로 이어지는 산길이다.5분여의 발품이면 너끈하게 닿을 수 있는 해발
443m의 봉수대는 고려 명종 때 설치되어 조선시대까지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이
된다고 하였고,봉수대의 원형은 찾을 수 없지만 이곳이 봉수대 자리였음을 알려주는
지름 13m,높이 3m의 석축과 연대로 추정되는 유지(遺址),그리고 건물 터가 남아 있어
그 사실(史實)을 바탕으로 복원한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이러한 유래의 봉수대에서 발걸음을 되돌려 다시 대방산 정상으로 돌아오면 이제
지맥의 방향은 좌측 9시 방향이다.내리받잇길은 광천리 신흥마을(우측) 갈림길로
이어지고 갈림길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다시 방향을 급선회하는 산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는 양회임도로 다시 꼬리를 드리운다.좌측은 옥천리 옥천부락 방향이고,
그 반대 방향인 우측은 광천리 신흥마을 쪽이며 지맥의 방향은 맞은 쪽의 숲길이다.
봉수대
완만한 오르막은 납주그레한 해발289.1m을 넘어서면 엄장한 덩치의 퇴적암으로
여겨지는 덩그런 기암의 곁으로 이어지고, 납작스레한 해발273.3m봉을 거푸 넘어
서면 다시 지맥을 가로지르는 차도 고갯마루로 지맥의 산길은 슬며시 꼬리를 드리
운다.고갯마루 바로 좌측은 나주임가의 묘역의 입구이고 지맥의 산길은 고갯마루를
곧장 가로지르며 연신 꼬리를 잇는다.고갯마루 우측 푸른 바다 쪽에서 시원한 바람
이 불어온다.
꺽다리 소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은 납작스레한 꼴의 해발123.5m봉을 넘어서면
고사리 밭의 곁으로 이어지고, 고사리 밭의 곁을 지나고 나면 지맥의 산길은 다시
지맥을 가로지르는 차도 고갯마루로 슬며시 꼬리를 드리운다.지족마을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북쪽의 옥천리 탁촌말 사이를 잇는 차도가 넘나드는 고갯길,오늘
산행의 날머리 지족(只族)고개다(15시45분).
저 앞이 지족고개(고사리밭)
-지족고개 고갯마루는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으로 한적한 구석만을 찾을 수밖에
없는 산객 동아리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장소지만 남해의 바닷바람이 쉼없이 들이
닥치는 바람의 길목이 아닌가.산행의 열기가 시나브로 식어지면 서늘함이 그 틈을
비집고 스며들기 마련이다.어쨌든 헛헛함과 갈증을 해결하고 먼 귀갓길의 여정을
위하여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한 때는 산행을 마치고 3,4십 분여가 흐르고 난 뒤다.
(산행거리;15.2km. 소요시간;4시간15분) (202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