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창고
여는 시-
*류윤모
1992, 지평의 시인들 10 집으로 문단에 나와
2008, <예술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NUN뉴스 논설실장 재직 (http://www.nunnews.kr
시집 『내 생의 빛나던 한 순간』
(2007, 한국문화예술 위원회 우수 문학 도서 선정)
『사랑하라 벼랑위의 목숨들처럼』 외
원고 : rym1234@hanmail.net
지렁이 體
류윤모
안식의 잠을 일깨워 전 존재를 중인 환 시리의 백일 하에 드러낸 건
자폐의 골뱅이가 아닌 내 꿈의 틀인 꿈틀거리기 위해서
일체는 유심조 아닌 일체 무심조가 아니라면 결코 참아낼 수 없는 혐오와
무심코 짓밟고 지나가는 뭇 발길들과 수모를 밥삼아 국말아 먹으며
나를 키워낸 건 팔할이 능멸하는 시선. 뼈대도 얼개도없는서사의 단편 소설을
벌거벗은 욕망이라고들 오독하지만 길없는 길을 비틀며 풍자적으로 살기위해,
살아남기위해 걸어낸 혼신을다 해온 오체투지의 몸부림
피붙이살붙이라야 하나같이 몸을 쓰는 육필들이니
동문이 있다한들 비리비리한 이하 동문
개명 천지 이 한몸 설자리는 어디. 전신이 울음으로 젖어 이따금 음소거의 속으로나
한 토막 짧게 울뿐. 함부로 소리내 울어 본적도 없다
낮은 데를 기며 밟혀본자들은 안다 . 아픔은 전이되지 않는 비전도체라는 것을
난, 나는 울어서 축축한 것이 아닌 이미 태생 자체가 축축한 그 분의 아픈 손가락
광활한 우주 공간의 눈속에서나 글썽거리는 존재.내 소망 은 단지 그 분의 눈 안에 드는 것
나를 보고 침을 뱉으며 함부로 생태를 논하지 말라. 거대담론의 위해서가 아닌
다만 지상에 긋다 멎을 한토막의 몸부림일뿐. 추사는 독창을 얻기위해
벼루 천 먹 일만을 닳구어냈다지만 독창의 내 서체는 천부
내 서체는 무의식이 펜을 따라가는 자동 기술의 쉬르 레알리즘
그걸 각고라고들 함부로 오독하지 말라 내겐 깎을 뼈가 없으므로
하지만 독창의 내 서체를 하늘 아래 누가 알아주랴
고작 비린내 한 벌 걸치고 서럽게 태어난 가난한 태생의 내 서체를
온몸으로 밀고가지만 내 일생의 진도는 고작 거기에서 거기까지
하지만 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때로 생태니 공동체니 나를 위로하지만 농약에 절여진 몸으로도 기꺼이 살아남은
모진 생명으로 증언한다 니들의 그 위선을 접수해 가라
나는 일찍이 我를 잊고 살아왔으나 중인 환시리에 형상 인식의
전 존재를 드러낼 때 희열을, 어렴풋이나마 존재감을 인식할 뿐
꼬부랑 영어건 가갸거겨 모국어건 눈 감고도 척척 써 갈기는 난필의 고난의 행군을 ...
학점 따위 아랑곳 월반으로 다이렉트
형 이상학적 상향가압 방식의 교만쩌는 모든 학문들을 이미 통과의례로 섭식해 형 이하의
항문으로 배출한, 그러고도 치질 따위 수치스러운 질환으로 학문 외과 한번 찾은 적이 없다
잘난 너희 어떠냐 이래도 이 지상 네트워크 어디에도 내가 끼어들 자리란 없단 말이냐
범 동물군에도 차라리 범 식물군에도... 난 영원한 아웃사이더
오체투지의 고행의 성자 몰골로 변방이나 떠돌 처지. 열흘을 기어 하루를 왔다
출처도 입구도 불분명한 막힌 진로를 온몸으로 뚫으며 여기까지 ,예까지 왔다
울어라 하늘이여, 퍼부어라 , 가학의 소낙비여
온몸에 배어있는 인간들의 침과 혐오의 시선 후련히 씻겨 나가도록
수선화에게/ 류윤모
눈감아도 동심원을 그려대는
하트 모형의 실내는
녹슨 자물쇠로 잠겨 잇었나
광학 필름이라도
현상이 되고 잇었던가
오래 전 덮어 버린 책처럼
이젠 하루 하루
슬프지도 않은 시간이 흐르고
고통으로 뭉쳐져 완성된
이 통사 구조를
이해할 때가 온 거만 같아
나의 영혼 속에 깃들어 잇는
한덩이 묵상 속을 파동치다가
망막에 걸려 찢어면서 통과하는...
그렇다고 이 길은
과거에서
현재로 개통되는 길은 아냐
하지만 인과가 아니고서는....
그렇다고 나를
당신 이름으로 묶으려 들지는 마
지금 식상한 말을 하고 잇어
그건 자신의 생을
다른 생으로 통과시키려는 욕심
각각 다른 시간 속에서
다른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인생야
시간이 지나고보면
변햇다느니 뭐니 티격태격
그런 의심 따위 다 부질없어
그게 바로 너고
나의 본질이야
순금의 약속을 남발하는
사랑이란 은유의 미래야
젊은 한 때의 환각같은
꽃이 지고나면
허무만 남게 될거야
당신의 기억 속에서
이미 가볍게 삭제된 존재인
내게도
복원 불가능의 포맷이 필요해
금강
류윤
서리서리 감긴 비단 한 폭 풀어던져
구비 구비 강을 이루고
비단을 조근조근 뜯어 먹으며
금강의 은어떼는 자라나니
숙명의 심장 박동으로 서사는
굽이치고 헹가레치며흘러내려와
오늘에 이르렀나니
두근 두근거리며
흐느낌으로 살아 숨쉬는 금강
탐관오리들의 포악질에
어금니 악문 신음소리로 견디고 견디다
성난 물줄기 잡아돌려
한양 땅으로 반역
왕후 장상이 씨가 따로 잇었던가
반역을 불온 이라 쉬쉬 하는가
나라를 다스린다는 작것들이
민의를 받들지 못하고
토색질과 가렴주구를 일삼는다면 언제든
순순한 물살도
성난 황토내로 변해 일거에 쓸어버린다는
역사적 교훈
동쪽 하늘을 찢어
저마다 괭이자루 쇠스랑, 부삽 들고 떨쳐 일어난
황토내의 반란
천하고 무식한 것들이라 깔보지 마라
그잘났다는 서울 법대니
지들끼리 편을 먹고
많이 배울수록 상도둑놈이 되는,
여야 구분도 무의미한 깜깜이 속내의
나라 망쳐먹는데나 골몰하는
그딴 유식보다는
차라리 가방끈 짧은 무식이 더 생산적이고
죄를 덜 짓고 사는 부류들 아니겟는가
유려한 비단강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인ㄴ
서사의 ,
무릎 뼈가 부서지고
살점은 튀고 흩어져버린
녹두의
푸른 정신만은 살아
흐느낌으로 흐느낌으로
오늘에 이르럿느니
수운 최재우도 최시형도
전봉준도 한줌의 흙이 되었건만
몰각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햇던가
오늘날까지
비단 금침에 누워 호의호식하는
한양의 권부라는 대척점에
무명 베폭에 피로 쓰는
이글거리는 분노는
아직도 살아 숨쉬며
시간의 물결이 되어 흐르고 있나니
강이 왼쪽 오른쪽 편갈라 흐르던가
허망한 이념을 말하든가
언필칭
한 사람 한 사람을 곧
한울님으로 섬기는나라
하늘 빛을 닮은 나라를 이루겟다는 약속은
한숨의 반복 학습효과일 뿐
역할을 역할하지 못하니
성난 강은
언제든 터트려버릴
한방
때를 가늠하며 노여움을
화약처럼 쟁여두고 있나니
담론은 길지만
결론은 나지 않는
피로 물든 금강의 서사가
낙조 속에
얼핏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져간다.
대동강도 팔아 먹은
봉이 김선달처럼
治者들은 강을 팔아
음습한 돈줄을 거머쥐었고
걸핏하면 국민 팔이의 작것들이
강을 떠 받든다면서
도리어 강물을 흐려놓는
한 줌 밖에 안되는
근심꺼리 미꾸라지들이
팔도강산을 온통
구정물 투성이로 만들고 있구나
잊지마라, 결코
억눌리고 억눌린 강은
견디고 견디다
황토내가 되어
멍석말이로 쓸어버린다는 엄중한 사실을,
오늘도 빛나는 금강은
유장한 서사를 싣고 면ㅁ면히 흐른다
은갈치
류윤모
가난한 겨울 햇빛으로 도금한 은빛
'쨍그랑 ' 금속성의 서늘한 몸 비린내를
토막 ,토막 쳐 식탁을 마련하는 저녁.
역사 속 어느 연대 피비린내의 살육전이라도.
죄책이나 슬픔조차도 까마득할
칼치의 전신前身인지도 모를,
은은한 풍물소리 울려 퍼지던 어느 선상
무녀의 살풀이 씻김굿과 함께
집단으로 '풍덩'소리조차 은밀히 체화했을
칼의 살육을 내 살육으로 정당화해
도마 위에 올려도 내 오장육부는
정말 평화로워도 되는 것이냐 .
칼바람이 깎아낸 하관이 빠른 빌딩 숲 속을
서늘한 옷자락으로 돌아 .
향기로운 너의 제단 위에 올릴
짜디짠 눈물 한 방울 없이
분주한 젓가락질로
수평선이 벼리고 벼려낸 너의 살 찢어발기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식탁에 둘러앉아
환하게 웃어도 좋은 것이냐 .
* 칼치는 표준어인 갈치의 방언이지만 도리어 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언어임
시, 청, 촉,미 , 후 5감이 다 들어가는 공감각 실험
세한도(積雪)
류윤모
새해 새 아침,
두루마리 화선지 한 장 펼쳐 놓는다
亞字 한지창으로 짓쳐드는 햇살보다 환한 방안엔
고적한 蘭 화분 하나, 벼루 위 가지런한 붓 한 자루.
눈빛을 이글이글 태우는 질화로 .
아프게 감은 눈속에 점 하나가 지평선을 그으며
점차 동공으로 확대되어 와서는
히히힝, 말울음으로 땅을 차며 고삐를 낚아채는 듯,
해마다 부질없는 까치소리만
감나무 가지에 내려앉아 한층 밝아진 귓전을 어지럽히는
적소의 아침.
눈빛이 형형한 노인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寒蘭 같은 속뜻을 가다듬으며 오랫동안 공들여 먹을 간다
피 맺힌 열손가락으로 봉창을 긁어대며 울부짖는
귓속의 휘휘한 바람소리
억장 무너지는 적설積雪은 소 울음으로 내려
사방팔방, 도성으로가는 길이 막혀있다
북풍한설 뒤집어쓴,
온몸으로 일필휘지 하다
가지가 꺾여버린 낙락장송 한 그루
꺾일지언정 휘일 수 없는 빽빽한 직필의 죽림이
서늘한 이마 속에서 맑디맑은 바람소리를 낸다
임 계신 곳 향해
정중동의
북향 四拜를 올린 후 상소문을 쓴다
듬뿍, 먹물을 찍어 들고도
선뜻 나아가지 못하는 힘찬 붓의 망설임.
옷깃을 여미고 ,
국태 민안을 바라는
사림士林의 뜨거운 피 찍어
골수에 새기듯 한 줄 한 줄 써 내려 간다
하늘을 찌르는 백성들의 원성과
조악한 음식도 마련할 길이 없어 초근목피로 연명하는 생활상.
약을 구할 길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숨 떨어지는 어린 자식의 손목을 놓아야하는
봉두난발들의 피를 토하는 마음, 그 목불인견의 참상을
보고 들은 대로 고스란히 화선지 위에 담는다
검은 어혈든 피를 찍은 붓은
달리는 흑 토마
부귀영화의 깊은 잠에 빠진 천년 사직의 한양 땅을 향해
거침없는 한 필의 붓이 갈기를 휘날리며
뚜두벅, 뚜두벅, 뚜두벅 파발마로 달려가고 있다
우가포의 봄
류윤
간장 달이는 냄새는
숭악한 마음 까지도 불러들여
고개를 떨구게 하는 힘이 있다
겨우내 눈빛이 얼어붙었던
날선 수평선을
느슨하게 풀어버리는 모성이 있다
허구헌날 갈지자 걸음ㅇ로
술독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사는
은퇴한
늙은 어부의 속을 달래 일으켜세우는...
포름한 햇쑥 한줌 넣고
뭉근히 우려 끓여낸 해장국도
간장 항아리의 밑바닥에 말라굳은
속이 검게 타버린 된장 한 숟갈이 들어가야
더할 나위없는 약
간과 장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피붙이같은 이웃 지간
간장은 달여야 웅숭 깊은 맛이 우러나고
봄살림은 된장간장으로조물락거려 무쳐내는 것
태풍 주의보 내린 날이면
어촌 아낙들이 출항한 사내들을 목빠지게 기다리며
애간장을 끓이는 이유가 있다
햇쑥 파릇파릇 돋아나는 봄날
맘씨좋은 어부의
넉넉한 허리띠같은 해안길
타이어로 친친 감으며
에돌아
눈부신 은박지같은 해안을 부록처럼 달고있는
우가포에 가보면 안다
*숭악- 흉악의 방언
태화강 느티나무
류윤
새로운 가지가 벋고
낯설기만 하던ㄴ터전에
뿌리가 자릴 잡아가도
그리운 그곳
한 그루 느티나무는
성장기
바람냄새 흙냄새 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이다
국가정원으로의 격상을 위해
포크레인으로
그림자까지 떠 왔건만
본적 잃은 느티나무의 격도
광역적으로 한 계단 올라갓는지
이주한지도 수년 이 지났으니
이젠 토착이 되기도 햇으련만
말 한마디 없는 실어의,
늙은 느티나무는
고향이 어디시오? 물어도
묵묵부답,
초점 잃은 먼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할 뿐 , 망향의
인조 그늘 아래
벤치에 앉은 노인 몇
시든 무르팍으로
세월이나 견디는..
늪의 약력
류윤모
1억 4천 만년전부터 지구상에 현존햇었다는기원의
우포늪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한결같은 신의 사랑으로
온갖 식생을
청태낀 질척거리는 눈동자 속에
품어 길러온 우주의 자궁
태초부터
생성과 소멸의 먼 길을
심장 박동으로 걸어왓으니
놀라워라
어림할 뿐
과학이라는 이름으로도
명쾌히는 측량해 낼 수 없는
먼먼 우레같은
세월의 깊이
생각해보면 동식물 간에
살가운 제살 같은
물로 빚지 않은 것이 그 무엇인가
물버드나무 그늘에서 제 풀에 놀란
쇠물닭이 푸르르 날고
달개비 풀 사이 물뱀이 스르르
자취를 감추는 데도
그린 듯이
뜷어질 듯
수면만을 응시하는 저 왜가리의 포즈는
허공 한자락 접어 만들었든가
동식물 간에
물의 산물 아닌 것이 그 무엇이던가
거대한 늪을 가득 채운
공존 공생의
함께 출렁거리는 양수
눈 속에 푸른 늪을 새겨
녹내장하는 나 또한
한 방울의 물로 빚은 염색체
손 잡고 걸어가는 한쌍의
저 젊은 아베크족도
이 거대한 생태의
모자이크 한조각이 아니든가
창조주의 뜻대로
서로 품어 웅숭 깊이 사랑하라는,
나사리
류윤모
나사가 하나 쯤 풀린 이라면
철지난
나사리 해수욕장이나 찾을 일
공단을 벗어나
아스콘을 누더기처럼 땜질한
불친절한 길을
승용차 바퀴에 친친 감으며
주전 방향으로 길을 잡아 가다가
어엿한 주전 해수욕장이 나타나면
패스
잊힌 듯 만듯
오다가다 들르는
소실댁 같은
손바닥만한 오지랖을 드러내는
나사리 해수욕장
끼룩 끼룩 갈매기 울음
외로 꺾이는
인적 하나 없는 모랫벌에
낙타처럼 터벅터벅 ,
시든 발목 파 묻으며
걷고또 걷다보면
모랫벌 씻고 씻어내는
썰물이
묵은 우울도말끔히 걷어갈 것이니...
언제 그랫냔듯이
밀물지듯
환한 이마로
헛도는 나사를 채워서 돌어올 일
울진 금강송 길
류윤
흰 눈발 무장무장 내리는 날이면
亞자 한 지 창 너머
조선의 흰 눈발 머리에 이고선
금강송이나 그려 보리라
울울창창,
쩌렁쩌렁 환청의
벌목 장정長程을 비탈 아래로 굴리는 몸부림들
불그스레 외피가아름다워서
미인송이라고도 했다는
애국가 3절에 나오는 고난의 민족사 같은,
이조 오백년 그들만의 궐闕을
헛되이 떠 받칠 동량의 열망을
아직도 꿈꾸고들 계시는지
물씬한 체취나 발산하는 피톤 치드의
칠칠한 문양들
휘휘한 산정의 승냥이 바람소리도
불을 감춘 형상의 등짝으로 막아서는,
외풍도 제 알아서 피해가는 길
다들 다투어 나라의 기둥을 자처해도
결코 훼절이 아닌 ,
핍박 받으면서도 묵묵히 견디는
풍찬 노숙의,
하늘 아래 꿋꿋한 일생을 살아낸
굽히지 않는 것들이 떠 받쳐온
눈물 겨운 이 나라 임을
통도사 산문에 들다
류윤모
통도사 산문에 들면
장중한 여운을 끄으는
저녁 종소리처럼
함부로는
발자국 소리도 내선 안 될 것만 같은
경건敬虔.
궁극의 길은
서로 통한 다 했던가
하지만 범속한 길은
깨치는 것이 아닌
한걸음 물러서
스스로 찾아내는 것
산정을 넘는 비장이나
열렬도
다 때가 있는 법
실패하고
눈물 짓는 이여!
가벼워 지기위해
흘려보내고
흘려보내는
긴 설법의 물소리처럼
집착을 놓아 버릴 일이다
인적 끊긴 산문에 들어
무주공산의
휘영청 달을 우러르는
또 다른 나여
과연 어느 길이
막힌 너를 통도通道할 것인가
축축한 혀
류윤
온갖 포유류의 애정은 혀에서 비롯된다
갓난 아이를 물고 빨며
둥개둥게 어루는
젊은 아낙
하지만 혀는 감미로운 사랑의 말을 짓기도
말로 지은 집을
가볍게 허물기도 한다
아직은
피가 도는 축축한 혀
핥아 키운
피붙이 살붙이도
멀어져 간 ,
입속에나 갇힌
쓸쓸한 혀
팔려가는 어미 개의
마지막 눈빛이,
영문도 모르고
꼬리를 흔들며 바라보고있는
껑충, 커버린 새끼들을 핥는다
수선화에게
류윤모
눈감아도 동심원을 그려대는
하트 모형의 실내는
녹슨 자물쇠로 잠겨 잇었나
광학 필름이라도
현상이 되고 잇었던가
오래 전 덮어 버린 책처럼
이젠 하루 하루
슬프지도 않은 시간이 흐르고
고통으로 뭉쳐져 완성된
이 통사 구조를
이해할 때가 온 거만 같아
나의 영혼 속에 깃들어 잇는
한덩이 묵상 속을 파동치다가
망막에 걸려 찢어면서 통과하는...
그렇다고 이 길은
과거에서
현재로 개통되는 길은 아냐
하지만 인과가 아니고서는....
그렇다고 나를
당신 이름으로 묶으려 들지는 마
지금 식상한 말을 하고 잇어
그건 자신의 생을
다른 생으로 통과시키려는 욕심
각각 다른 시간 속에서
다른 마음으로 살아가는 게 인생야
시간이 지나고보면
변햇다느니 뭐니 티격태격
그런 의심 따위 다 부질없어
그게 바로 너고
나의 본질이야
순금의 약속을 남발하는
사랑이란 은유의 미래야
젊은 한 때의 환각같은
꽃이 지고나면
허무만 남게 될거야
당신의 기억 속에서
가볍게 삭제된 존재인
내게도
복원 불가능의 포맷이 필요해
목로 주점
류윤
젓가락 장단으로 부러지는
빗소리
선술집 내부같은 허름한 빗소리
들어설땐
조자룡 헌칼 빼들듯 호기롭지만
셈 할땐 다들 뒤로 슬슬 꽁무니빼며
고개 꺾고 거시기 꺾고 외상 꺾을 처지밖에 안되는
모지리들의 합창
쓸쓸한 빈주머니들에 얹혀
오다가다 입질하는 잔술로나 근근이 명맥 이어갈
칠공팔공식 주모의
동동 떠다닐 부조화의 금붕어 입술이 도리어 슬플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몸소 다 겪어내고
흐르고 흘러
더는 갈데없는 종착역까지 와 버린
돈 안되는 흑싸리 껍데기같은남루들에게도
피붙이 살붙이 못잖게
두루두루 편견없이 덤벙덤벙 덥썩덥석
생긴대로의 통큰 치마 폭처럼
모든 써비스가 일사천리
오케이! 다이렉트로 이어질
물간 주모의 , 한물 간 실내 주점
곰곰 생각하면 짠해질
복고풍으로 팍삭 늙어버린
차라리 만나지 말았어야 할
한때 몸주고 정주었던 첫 사랑 누이같을
까닭모를 노여움에
추근추근 치근덕거리는 빗소리의
싸다귀를 후려갈기고는
쾅! 소리 나도록 거칠게 출입문을 닫고
처마 밑에서
울고 싶은 놈 뺨 때린 격으로
터지려는 울음 가까스로 참으며
먼 하늘 올려다보고 싶어질
부스스한 잠옷바람으로 화투장 섞어
하루 일진부터 떼볼
비 비비 비
평생을 너죽고 나 살자
목조르기 한판승으로 따라다닐
팔자 도망은 못하는 것
제 설움에 제 귀가 타들어가는
한 마리 매미처럼
열나게 울어나 본들
그 누가 있어 들어는 줄까
온종일 두 다리 뻗쳐놓고
분칠한 삐에로처럼 울다가는 웃고
웃다가는 울고
신세 한탄으로 공칠
안 봐도 비디오인
추적 추적 비내리는 날
한 밤중에 일어나 벵갈 고무나무 화분을 베란다에 내놓다
류윤모
착각이엇을지도 몰라
그건 어쩌면 신파조도 아닌
끈적 끈적,
집착 같은 것이엇는지도 몰라
때가 되면 접착력이 다한
신발 밑창처럼 떨어져 줬어야
낯 두꺼운 페이지 덮어버리려
눈을 감아도
지나간 기억들만 주렁주렁 열리나
갓 출시된 새 신발 행세를 하려드는가
접착력 강한 기억들 한사코 떼 내며
넙적한 잎사귀를 터벅터벅 다 걸어
벵갈 산 호랑이나 한 마리 그려 붙이고
자동차 타이어 따위나 오려 붙이고
돌아오려는데
째깍 ,째깍, 째깍 초침 소리
시간을 썰어대는
혼잠 뒤척이는
야심한 밤
행여 영하의 추위에 얼까
거실에 들였던 벵갈 고무나무 화분을
베란다에 도로 내놓고는 돌아 눕는다
|
첫댓글 반갑습니다.
여기서 귀한 분을 뵙게 되어 고맙습니다
별 말씀을 , 저는 너무 보잘것 없는 사람. 바다님 반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좋은 도반이 되겠습니다